이들의 특수 임무는 국회의원들이 국회를 빠져나가거나 숨어있을 경우 찾아내 체포하는 역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정보사 특임대 역할이 당초 알려진 '국회의원 체포조'가 아니라, 북한군을 위장하는 등 사회 혼란을 초래해 비상계엄의 대의명분을 사후 만들어내는 것이었을 수 있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악의 불명예 '내란 사총사'
▲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만나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상록수역 인근의 롯데리아 매장. 이날 두 전현직 사령관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을 햄버거집으로 불러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지현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14일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계엄 당일 발표된 포고문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민간인이 있다면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했다. 이 때문에 노 전 사령관이 이번 계엄을 실질적으로 설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한 이후에도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이른바 '추가 작전' 시행 여부를 의논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특히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12월 1일 경기 안산 상록구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만난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두 전현직 사령관은 햄버거집에서 회동했는데,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을 불러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경찰 국가수사본부를 통해 긴급체포됐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18일 오후 8시 30분, 구속됐다. 그리고 긴급체포됐다가 풀려난 문상호 정보사령관 역시 이날 낮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과 합동으로 체포했다.
이로써 정보사는 방첩사, 특전사, 수방사와 함께 '내란 사총사'(四銃司, 시민에게 총을 겨눈 사령부)라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겼다.
18일 아침신문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 절차를 막아선 국민의힘에 대해 논조를 막론하고 비판 보도를 냈다.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공조수사본부가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에 거듭 실패한 가운데 한덕수 대행이 압수수색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17일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를 보이콧(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들은 국민의힘이 탄핵소추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데 이어 탄핵심판 절차까지 막아섰다고 기사와 사설로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서 “공석이 채워지지 않아 ‘6인 체제’ 헌재가 유지되면 헌법재판관 전원(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인용된다. 국민의힘이 이 점을 활용해 윤 대통령 탄핵 방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 지연 시도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1면 머리에서 “탄핵 기각 가능성을 어떻게든 높이려는 꼼수”라고 풀이했다.
▲18일 한국일보
신문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내년 4월18일 임기가 만료된다고 짚었다. 이들의 임기 만료 전까지 후임자가 채워지지 않으면 헌법재판관은 4명으로 줄어 심리가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신문들은 국민의힘 주장에 대한 헌재와 법학계, 법조계 의견을 담은 분석 기사를 냈다. 권 원내대표는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헌재와 학계와 법조계 모두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전문가들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은 권한대행 업무를 현상유지로 국한하는 학설에서 보더라도 허용되는 일이며 오히려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게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경향신문에 “국회가 선출한 3명에 대해 내리는 형식적 임명권을 두고 적극적인 현상 변경을 위해 행하는 인사권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18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도 “대통령 추천 몫이 아닌 국회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재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실질적 임명권’이 아닌 ‘형식적 재가’이기에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하는 데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헌법학자 4명의 의견을 전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동아일보에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한다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국민의힘도 자신의 논리 비약을 알고 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가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못 한다고 하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못 하고, 장관 임명도 못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문제에 역풍 맞고 논리 궁색해질 수 있어서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서울신문은 ‘학계 의견이 갈린다’며 “한 대행이 판단할 문제”라는 승이도 건국대 교수 의견을 전했다.
▲18일 한겨레
사설들 국힘에 “구차, 가당찮아” “해괴하기 짝이 없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 주장이 “참 구차하고 가당찮은 몽니”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 합의 1명으로 추천하던 관례를 깨고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몽니는 성립할 수 없었다”며 “국민의힘도 1인이라도 반대하면 기각되는 인적 구성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느낄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권 원내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의 재판관 임명을 막거나 최대한 미루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18일 동아일보
경향신문은 사설 <헌재 9인 완전체 막는 ‘도로 친윤당’, 민심 철퇴 두렵지 않나>에서 “해괴하기 짝이 없는 논리”라며 “그러니 내부에서조차 ‘내란의힘’이란 자조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을 배제하고라도 조속히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 경호처 압수수색 거듭 막혀 “한덕수 대행이 허가해야”
12.3 내란사태를 수사하는 공조수사본부가 대통령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거부해 무산됐다. 한겨레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를 허가해야 한다고 했다.
공조본은 17일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두 번째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공조본은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조본이 우편으로 관저에 보낸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고 돌려보냈고, 대통령실로 전달된 우편도 ‘수취인 불명’이라며 배달되지 않았다. 경향신문도 <압색 차단, 우편 거부, 출석 불응···철벽 방어에 다 막히는 내란 수사>로 이를 보도했다.
▲18일 한겨레
대통령 경호처는 이날 “압수수색 집행 협조 여부를 검토한 후 내일 알려주겠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를 두고 “경호처 압수수색 문제를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내란 연루 의혹을 받는 한 총리가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를 허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8시간가량 대치 끝에 일부 자료만 임의제출 받는 데 그쳤다. 당시는 윤 대통령이 권한을 유지하던 때였다.
김어준 씨 주장에 민주당 국방위 “신빙성 떨어진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12·3 내란사태 당시 ‘한동훈 암살조’가 있었다고 주장한 데에 더불어민주당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국방위원회는 김씨 주장에 대한 내부 검토 문건에서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해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서 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김씨는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 대표 등에 대해 ‘체포조’가 아니라 ‘암살조’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생화학 테러 가능성과 미군 사살을 통한 미국의 북한 폭격 유도 지시 등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제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18일 한국일보
신문들에 따르면 민주당 국방위는 문건에서 “김씨 주장의 상당수는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하기 위한 사전 공작인데 그렇다면 계엄 이전에 발생했어야 한다”며 “이 중 계엄 이전에 실행된 것은 단 하나도 없음”이라고 했다.
김씨가 제보받았다며 언급한 계엄군 작전 가운데 ‘북한산 무기를 북한 무인기에 탑재해 공격에 동원’한다는 내용을 놓고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이 문건은 김씨 폭로 다음날인 14일 작성돼 이재명 대표에게도 보고됐다고 했다.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이를 보도했고 첫 보도한 한국일보는 이를 1면에 배치했다.
“트럼프 집권 전에 핵심 인물들과 만나서 정책을 파악하고 커넥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 이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미국 외교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30년 넘게 미국에서 시민운동을 하며 가장 깊숙하고 생생하게 미국 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12·3 내란사태’가 트럼프 집권을 앞둔 한-미 관계에 미칠 후폭풍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시민들에게서 큰 희망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공권력과 군대를 동원했는데 시민이 그것을 막은 것을 보면서, 미국 정치인들이 많이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협상학회 대상을 받으러 한국에 온 김 대표를 17일 서울에서 만나, 워싱턴에서 본 한국 12.3 내란 사태와 트럼프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미국의 변화에 대해 들었다.
―한국의 ‘12.3 내란’ 사태에 대해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무엇인가.
“미국 언론, 지식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내가 만난 많은 의회 관계자들은 ‘한국은 민주주의를 시민이 지켜주는 나라다’라며 부러워한다. 2021년 1월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부정하면서 의회를 공격했을 때 국방장관이 ‘노(No)’라고 해서 군대를 동원하지 못했고, 지지층만 동원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과 군대를 동원했는데, 시민이 그것을 막았다. 그것이 지금 미국과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뚜렷한 차이다. 미국 의원들, 보좌관들과 얘기할 때 ‘어떻게 그 밤에 시민들이 국회로 와서 군인들을 막아세울 수 있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한국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 이번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한미일의 군사적 공조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 했다. 거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 윤석열 정부다. 그런데 사실은 미국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 무렵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을 계속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다 지우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했고, 바이든 정부는 이것을 가장 큰 업적으로 여겼는데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그것이 다 물거품이 되었으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악관도 국무부도 깊은 고민을 한 끝에 그런 반응을 내놨을 것이다. 한인 유권자의 여론에 민감한 미국 의원들은 정부 당국자들보다 먼저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입장을 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조태열 외교장관이 계엄선포 직후 골드버드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되었을까?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 상황에 대해 미국 정부에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외교장관은 그런 중요한 시기에 미국대사와 소통했어야 한다. 미국은 조 장관이 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큰 문제로 여겼을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주류 여론은 한국에 와 있는 주한미군의 안위에 대해서는 항상 신경을 쓴다.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연합사에도 알리지 않고 특수부대까지 동원한 데 미국 정부는 큰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집권하게 되는데, 이번 내란 사태로 인한 여파는 어느 정도인가.
“미국에서 지금 한국 상황을 볼 때 제일 안타까운 것은 트럼프 당선자가 집권하기 전에 그 핵심 인물들과 만나 정책을 파악하고 커넥션을 만들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특히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데 한국은 그런 네트워크를 만들 사람이 없어졌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한국이 미국 외교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미 의회 관계자들은 ‘각국 정부에서 의회에 접촉하러 찾아오는데 왜 한국만 조용한가’ 나에게 물어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주미대사가 지금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미국 정치권 인물들이 대대적으로 바뀌고 있어서 제대로 대응하면 오히려 한국의 공간이 넓어질 수 있는데, 대통령의 잘못 때문에 한국 외교가 참 불운한 상황에 처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한국 내란 사태에 대해 계속 침묵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트럼프 당선자는 사실 지금 한국의 상황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트럼프도, 차기 국무장관 내정자인 마르코 루비오도 이번 사태에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짝퉁 트럼프’처럼 부정선거론을 근거로 공권력을 동원했다. 윤 대통령이 트럼프로 미국 권력이 바뀔 것을 계산해 지금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은가.
“현재 트럼프 외교안보 핵심 이슈는 집권 100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중국이 최우선 이슈다. 북한은 그 다음 순위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가 푸틴과 대화가 제대로 안된다고 판단하면,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하러 나설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북한이 독자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미국을 위협하는 도발을 하면 트럼프가 김정은과 거래를 모색할 수 있다.”
―트럼프의 정책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양대 축은 외교·안보의 플로리다 권력과 무역과 경제를 장악한 우파 기업인들이다. 트럼프는 집권 뒤 곧바로 ‘바이든 지우기’에 나설 것이고 바이든이 한국과 합의한 방위비는 원점으로 돌려 재협상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공약의 넘버 1은 경제, 넘버2는 이민 문제다.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이 두 공약을 매우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통상과 관련해 중국, 한국, 일본이 주요한 표적이 될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도 관세를 무겁게 올리고, 한국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기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손 볼 것이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남미계 불법체류자들을 다 찾아내 추방하겠다고 하는데, 한국계 불법체류자들도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경호처 서버 압수수색을 위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찾은 공조수사본부(경찰·공수처·국방부) 관계자가 철수하고 있다. 2024.12.17. ⓒ뉴스1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의 대통령실 압수수색이 또 불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가 구성한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17일 대통령실 경호처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8시간가량 대치하다 끝내 철수했다.
공조수사본부는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해 영장을 제시했으나, 경호처에서는 압수수색 집행 협조 여부를 검토 후 내일(18일) 알려주겠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계엄 당시 비화폰을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최소 6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수단은 경호처 서버에 저장된 조지호 경찰청장의 비화폰(보안 휴대전화) 통신 기록 확보를 목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별도로 발부받았다. 이후 이날 오전 10시 20분부터 대통령실을 찾아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시도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특수단은 지난 11일에도 대통령실 내 국무회의실, 경호처, 101경비단, 합동참모본부 지하 3층에 있는 통합지휘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하려 했지만 대통령실의 제지로 불발됐다. 당시 특수단은 대통령실이 임의 제출한 극히 일부의 자료만 확보할 수 있었다.
대통령실은 형사소송법상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며 청사 진입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조항에는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단서 역시 존재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8일 출석하라는 공조수사본부의 1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편으로 전달하려 한 공조수사본부의 출석요구서는 대통령실과 관저 모두 수령을 거부했다. 공조수사본부는 우편으로도 보냈지만, 관저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수취 거부’로 반송됐고, 대통령실로 보낸 출석요구서는 ‘수취인 불명’으로 미배송 처리됐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18일 공수처로 출석하느냐’는 질문에 “내일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관련 보도에 공조본 관계자는 “우편을 수신하지 않았어도 이를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며 “출석요구 의사 불응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행동은 저녁 7시 보신각 앞에서 ‘윤석열 체포! 김건희 구속!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를 부제로 진행된 문화제의 백미는 시민들이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하나로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이 세대 통합을 이뤄냈다”라면서 “집회에 많이 나온 기성세대들은 새로 나온 청년들에게 겨울에는 집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나와야 하는지 비결을 꼭 전수해 주고, 청년들은 선배들한테 요즘 가요와 응원봉 문화를 알려 주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구 공동대표가 진행한 ‘촛불국민 속으로’ 순서에서는 ▲부모님을 설득해 집회에 나온 청년 ▲아침 7시부터 차를 타고 대구에서 올라온 60대 전직 행정 공무원 등이 발언했다. 하나같이 윤석열을 파면해 ‘나라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시민들이 본대회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의 선창에 따라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최명희 용산촛불행동 사무국장은 “나는 두 아이의 엄마다. 이런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누라고 명령하는 내란 수괴와 내란 공범들이 있는 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이 미친 세상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끝장내야겠다”라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응원하고 각자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온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다짐했다.
유튜브 채널 ‘새날’의 권현문 PD(푸른나무)는 “6월에 무대에 올라왔을 때 윤석열은 6개월 후에 탄핵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6개월 만에 윤석열이 탄핵됐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그러면서 “나는 초등학생 때 광주에서 5.18, 대학교 1학년 때 6월항쟁을 봤다. 그리고 이 나이를 먹어 윤석열의 12.3내란사태까지 봤다”라며 비상계엄을 해제시킨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온 30대 남성은 “이제 남은 절차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인용 결정, 즉 파면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그날이 와야 우리는 비로소 민주주의가 결국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이자 배우인 백지은 씨가 진행하는 풍자극 ‘백지의 파면뉴스’ 순서도 있었다.
백 씨는 “권성동이 이런 말을 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그랬더니 바로 헌재가 ‘그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반박했다. 이거 권성동이 완전 헛소리한 거 아닌가?”라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권성동이 2017년에 박근혜가 탄핵될 때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그랬다. 2017년의 권성동은 된다고 그랬는데, 2024년의 권성동은 안 된다고 그러니까 이건 병원에서 과거의 자신과 원만한 합의를 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완전히 지금 자기 부정 중”이라며 “이 내란 패거리들, 범죄자 집단을 우리가 해산시켜 버리면 그만 아닌가?”라고 외쳤다.
▲1980년 5월 24일 외무부(외교부 전신)가 '전 재외공관장'에게 보낸 '긴급' 문건. 박동진 당시 외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 접촉을 강화"해 "5.17 전국 계엄의 불가피성을 홍보"하라고 지시했다. ⓒ 외교부 외교사료관 제공
"현지 언론과 접촉 강화해 아국(我國)에 대한 이해 있는 기사 게재 유도에 만전을 기하기 바람. 5.17 전국 계엄의 불가피성 홍보." - 1980년 5월 24일, 외부무가 전세계 재외공관장에게 보낸 긴급 문건
"헌정 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 - 2024년 12월 5일, 외교부 부대변인의 외신기자 PG
이것까지도 44년 전과 닮아 있었다. 위는 5.18민주화운동 중 외무부(외교부 전신)가 전세계 재외공간에 보낸 긴급 문건이고, 아래는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틀 후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이 외신기자에게 보냈다는 PG(Press Guide, 보도 시 활용하는 공식 입장)다.
[2024년 외교부 PG] 윤석열 발표·담화 돌림노래, 거짓도 담겨
유 부대변인의 PG는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그는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특히 실체적·절차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었던 조치를 "결단", "불가피한 대처"라고 말했는데, 이는 내란 우두머리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 담화들과의 돌림노래였다.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에 대해 헌법주의자이자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내린 결단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돼 취임도 안 한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으로 시작해서, 법률이나 헌법 위반이 없는 대통령이 임명한 주요 공직자에 대해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10건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볼모로 법률안과 예산안을 방해하고, 타협할 수 없는 국가안보를 훼손한 세력에 대한 불가피한 대처였다."
▲16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유창호 외교부 부대변인에게 질의하고 있다 ⓒ MBC화면캡처
내용에는 명백한 거짓도 있었다. 그는 "국회의원 과반수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 있었지만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국회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지 않았다",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면서 즉각 군을 철수한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
당일 국회의장·국회의원들은 국회 출입을 통제당해 담을 넘어야 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체포 대상 중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뒤에도 군은 즉각 철수하지 않았고 특히 윤 대통령은 계엄법에 따라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함에도 4시간이나 시간을 끌었다.
[1980년 외부무 문건] 전 재외공관장에 '긴급' 공문, "언론 접촉 만전" 강조
<오마이뉴스>가 외교부 외교사료관을 통해 확보한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 1980' 등 문건에도 이 같은 행태가 담겨 있었다. 문건에는 외부무가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공문 외에도 외무부 장관 명의의 공한(공식서한), 교육자료, 친서 등이 포함됐다.
우선 박동진 당시 외무부 장관은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직후인 1980년 5월 18일 '전 재외공관장'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전국확대'라는 제목의 긴급 공문을 보냈다. 여기엔 이희성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전문이 첨부됐다.
문건에는 "정부는 최근 북괴 동태와 전국적으로 확대된 소요사태 등을 감안할 때 전국 일원이 비상사태 하에 있다고 판단하여 5.17 24:00를 기해 제주도를 포함, 전국 일원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주재국 정부 및 언론계 등 반응을 보고 바람"이라는 문구가 마지막에 적혀 있다.
▲1980년 5월 18일 박동진 당시 외무부 장관이 '전 재외공관장'을 대상으로 보낸 '비상계엄 전국확대'라는 제목의 공문. 위는 공문의 상단이고, 아래는 공문 마지막에 담겨 있는 "주재국 정부 및 언론계 등 반응을 보고 바람"이라는 문구. ⓒ 외교부 외교사료관 제공
그로부터 일주일 뒤이자 신군부가 5.18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사흘 전인 5월 24일, 박 장관은 '홍보활동 전개'라는 제목의 문건을 또 '전 재외공관장'에게 보냈다. 박 장관은 이 문건에 "전 공관원은 시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그간에 통보된 제반내용 및 자료를 활용, 현지 언론과 접촉을 강화해 아국에 대한 이해 있는 기사 게재를 유도하는 등 현지 홍보에 만전을 기하기 바람"이라고 썼다.
특히 그는 "5.17 전국 계엄의 불가피성 홍보, 광주사태의 수습과 질서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외국 기업의 대한국 투자 및 교역 기피 방지(미국 대한 방위 공약 재확인 천명)"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더해 "민심을 자극시키기 위한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마치 사실인듯 유포하는 보도 및 계엄군의 활동을 왜곡하는 보도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접촉, 독자 투고 등을 통해 신속히 다각적으로 적의 대응 조치를 취하고, 결과 보고 바람"이라고 명령했다.
이 같은 공문은 5.18을 무력 진압한 직후와 이후 계엄사 발표, 권력 찬탈의 과정이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설치 및 회의 등의 상황에도 '전 재외공관장'에 수시로 전달됐다.
결국 '국보위 전두환' 지시로 이어져, "예산 지원할 테니 긴급 교육"
1980년 외무부 문건와 2024년의 외교부 PG의 닮은 점은 또 있다. 모두 비상계엄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그 필요성을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번 외교부 PG에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통한 국정농단의 도가 지나치다"는 내용이 반복해 등장했다. 그러면서 "45년 동안 이런 야당은 없었다. 아니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후 70여 년 동안 이런 야당, 이런 정당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1980년 외교부 문건에도 "해방 후 유례없는"이란 표현과 함께 '남탓'이 담겨 있다. 박 장관은 1980년 6월 16일 공한을 통해 "좌익 오열분자의 해부 선동과 권세욕에만 집착한 일부 정객(政客)들의 음성적인 고무 등으로 (시위가) 학원(대학) 밖으로 확대돼 서울 시내 중심대로에 해방 후 유례없는 대규모 폭도 시위로 발전됐다"라고 밝혔다. 5.18의 원인을 "대학생들이 분단된 조국이 국내외적으로 당면한 현실은 외면한 채 무책임한 과격행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980년 6월 23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상임위원장 전두환이 박동진 당시 외무부(외교부 전신) 장관에게 보낸 '주요 공관요원 긴급 소진 교육' 공문. ⓒ 외교부 외교사료관 제공
외무부는 내란 우두머리 전두환의 지시에 따라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긴급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국보위원장 전두환은 1980년 6월 23일 외무부 장관에게 '주요 공관요원 긴급 소집 교육' 문건을 보냈다.
전두환은 이 문건을 통해 "외교 업무 수행상 국내 정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함양과 이에 따른 적극적이고 설득력 있는 외교 자세를 확립함이 시급하다고 사료되오니 주요 재외공관 요원들을 소집, 별첨과 같이 긴급 교육을 실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문건에 첨부된 교육 자료에는 "국내외 정세 변화에 따른 시국관, 국보위 설치 배경과 의의, 국보위에 대한 인식 재고, 외무분과위원회 업무 및 역할 주지, 오도된 대아국 여론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응책"의 교육을 요구하며, "관계기관(중앙정보부)에서 국외여비 및 체제비를 예산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내란수괴 혐의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서 17일 아침신문 1면과 사설에 올랐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이 27일 열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이 주심을 맡는다. 신문들은 한동훈 당대표가 사퇴하고 비상대책위 체제에 들어선 국민의힘 소식도 1면에 다뤘다.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이 16일 윤 대통령에게 내일 오전 공수처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공조본은 어제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관저에 수사관을 보내 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수령이 거부돼 특급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고 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도 그제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을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어제 윤 대통령 2차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계속 불응하면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17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가 턱밑까지 왔지만 대통령실과 대통령경호처 모두 ‘우리 업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공조본의 윤 대통령 출석 요구서 전달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신문들은 윤 대통령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미뤄 수사기관에 나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공통으로 전했다.
▲17일 동아일보
한국일보는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소환조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라며 “일단 변호인단 구성 등을 이유로 출석을 최대한 늦출 전망이다. 결국 수사기관이 영장을 통한 강제구인에 나설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검찰의 수사 개시 가능 범죄에 내란죄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윤 대통령을 조사해 기소할 경우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된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약속과 달리 검찰·특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는데, 헌재는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17일 한겨레
“특검 출범해야 교통정리 가능”
이 가운데 검찰과 경찰·공수처가 경쟁적으로 윤 대통령 소환조사를 시도하면서 수사 주도권 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겨레는 이 상황을 두고 “피의자인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른바 ‘수사기관 쇼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가급적 1회 조사를 희망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윤 대통령 측이 유불리를 따져본 뒤 기관을 출석하는 일이 현실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법조계에선 중복 수사 문제를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은 내란 혐의 주요 피의자인 군 간부 수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구속하는 등 계엄군 지휘관 신병을 빠르게 확보했다”며 “군 간부 수사에서 뒤처진 경찰은 전날 전·현직 정보사령관을 긴급체포했는데, 검찰은 이날 문상호 정보사령관에 대한 긴급체포에 제동을 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경 간 ‘교통정리’는 특검이 출범해야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설들 일제히 비판 “일반범죄도 증거인멸 시간 안 줘, 더구나 내란 범죄”
중앙일보는 사설 <법적 책임 회피 않겠다던 윤 대통령, 자기 말 지켜야>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1차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적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진 하야를 거부하는 바람에 지난 14일 국회의 2차 탄핵소추안 통과와 직무정지가 이루어졌다”며 “이런 가운데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부하는 자세는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팽개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17일 중앙일보
한겨레는 “수사기관은 더이상 내란 세력에 농락당하지 말고 내란 수괴에 대한 강제수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군·경찰 관련자들 조사·구속만 이뤄졌을 뿐 내란 우두머리인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비서실과 경호처도 여전히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다른 사안보다 훨씬 더 신속하고 비상한 수사가 필요한 내란 범죄”라며 “내란 우두머리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더이상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윤 대통령 소환조사 불응에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의 결기를 떠올리면 민망한 변명일 뿐”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조사 거부는 국민에 대한 도리마저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서울신문도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것은 국가 사법 질서를 철저히 무시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에 신문들 “내란동조” “계엄 사태 사과도 없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사퇴했다. 신문들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에 찬성으로 돌아섰다가 친윤석열계 의원들로부터 사실상 축출됐다고 풀이했다.
경향신문은 “한 전 대표는 62.8%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약 5개월 동안 윤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지도, 윤 대통령과 차별화도 성공하지 못한 채 당내 기득권에 밀려 쫓겨난 신세가 됐다”고 했다.
▲17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이를 1면에서 <퇴장당한 ‘검사 정치’>란 제목으로 다뤘다. 동아일보는 “그간 민심과 괴리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고 윤 대통령과 맞서는 ‘윤-한 갈등’ 과정에서 존재감을 키웠으나 ‘결국 윤 대통령과 비슷한 독단적인 검사 스타일로 다수 의원의 신뢰를 얻지 못해 세력화에 실패하고 소수파 대표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에 <한동훈 사퇴, 또 비대위 간 국민의힘>을 배치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에 <보수 궤멸 자초하는 ‘내란 옹호’ 국민의힘>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한겨레는 “한 대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와는 별개로, ‘내란’이라는 초유의 위헌·불법적 사태에도 ‘우리 모두가 탄핵의 부역자라는 자성을 해야 할 판’(윤상현 의원)이란 당 주류의 반동적 목소리가 현실화한 것”이라면서 “‘내란 동조당’이란 지적과 함께,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권력 다툼으로 보수 궤멸을 자초하고 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 대표 사퇴 뒤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을 두고 “국민의 70%를 버리고 20%와 함께 가겠다면 그것은 선거로 선택받아야 하는 자유 민주 정당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계엄과 이를 선포한 윤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민주국가 시민이라면 자연스레 도달하는 결론”이라며 “그런데 많은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 표결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계엄을 찬성한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만약 조기 대선이 벌어진다면 이런 상태로 제대로 임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17일 조선일보
윤 탄핵심판 주심, 윤이 지명한 정형식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27일 시작되는 가운데, 주심 재판관은 정형식 재판관에 배당됐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尹 탄핵심판 주심, 尹이 지명한 정형식>을 올렸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 몫으로 지난해 12월 임명된 정 재판관은 보수 성향 법관 출신”이라며 “윤 대통령이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 표결 하루 전에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의 제부로 당시 야권은 ‘탄핵심판에 대비해 보험을 든 것이냐’고 비판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윤 탄핵심판 돌입, 주심은 ‘보수’ 정형식>에서 “그(정 재판관)는 6명 중 가장 보수적인 재판관으로 꼽힌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직접 지명했는데,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유죄(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했다. 다른 신문들도 모두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1면에 올렸다.
▲17일 국민일보
▲17일 중앙일보
계엄 당시 행안부 명령 따른 데 대한 비판이 ‘대선 이용’?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행정안전부의 청사 폐쇄 지시를 따른 지방자치단체장들을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판한 것을 두고 “계엄 사태를 이재명 대표 대선에 이용하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여당 지자체장만 집어서 공격하는 것은 앞으로 조기 대선이 벌어질 경우 국민의힘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리 흠집을 내려는 것”이라고 썼다.
17일 오전 10시, 윤석열 즉각 체포 구속 요구 기자회견
21일 오후 3시, 광화문 앞 대규모 촛불대행진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지난 14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처음 맞이하는 평일인 16일 저녁, 윤석열 즉각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는 촛불이 꺼지지 않고 광화문을 밝혔다. 토요일인 21일 오후 3시에는 더 큰 촛불을 예고했다.
16일 저녁 6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지난 토요일에 이어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이어갔다.
국회 탄핵 표결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대통령 관저에서 그대로 경호처의 호위를 받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탄핵 재판 주심은 윤석열이 직접 지명한 정형식 헌법재판관으로 결정되었다. 명태균의 이른바 ‘황금폰’은 검찰의 손에 들어갔다. 경찰이 신청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긴급체포를 검찰은 승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2심 재판을 2월 15일 전에 판결하라는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뿐, 대한민국의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다.
민변 윤복남 회장은 “헌재의 시간이니 기다리라는 분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파면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지 보여주어 헌법 1조가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헌법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자”라고 강조했다.
수능이 끝난 한 청년은 “22년 대선 때는 투표권이 없었지만,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사람이 하면 안 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는 연대와 투쟁”으로 만들어진다며 “내가 여기 이 나라에 존재한다고 보여주자”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윤예은 씨도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인생이 힘들어도 남과 함께 하려고 하는 것이 사회 운동, 연대주의 정신의 출발”이라는 말을 교수님에게 들었다며 “지치지 않고 나아가자”라고 말했다.
20살 문예창작과 대학생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탄 2024년 계엄령 선포가 있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여전히 거리에 나와 있다는 것을 헌법재판소에 보여주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여자대학교에 다니는 박세희 씨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말에서 우리가 광장에 나와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극우 정권이 계엄과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하지 않는 세상, 평범한 국민들이 진정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상행동은 평일에는 일상과 지역, 현장에서 윤석열 파면과 구속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것, 긴급한 상황이 발생 시 제기되는 긴급 행동에 함께 해달라고 제안했다. 토요일 오후 3시 광화문 촛불대행진에도 많은 시민의 참석을 요청했다. 이 외에도 17일 오전 10시 용산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구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지난 12월 9일 명동성당 꼬스코홀에서, '민주단체 50주년 합동기념식'이 있었다. 민청학련동지회,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작가회의 등 유신에 맞서 싸웠던 각계 핵심 단체들이 창립된 지 어언 50주년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당초,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자유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싸웠던 과거의 영웅적인 투쟁의 시간들을 회고하는 자리였으나, 안타깝게도 12.3 쿠데타로 인하여 45년 전의 역사가 현재로 되살아난 듯한 데자뷰와 함께 분노감, 허탈감, 결연한 투쟁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50년 전과 데자뷰되는 이 초현실적 현실 앞에서, 그리고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그 반민주적 독재의 유산이 되살아난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과거의 역사적 변동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어떤 응전을 해야 하는가.
* 12. 3 이후의 '1차 전환 국면': 2개의 경로의 각축
12.3 쿠데타와 그 실패는 기존의 교착된 한국사회가 새롭게 격동적으로 변화하는 계기이자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동안의 과정을 복기하면, 12.3 비상계엄 시도, 그에 무산시킨 12.4 국회 해산결의, 12.12.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윤석열의 담화, 그리고 이어지는 12.14 탄핵 가결로 이어졌다. 이 시기를 굳이 나눈다면, 12.3 쿠데타와 계엄해제 국회 결의 이후, 퇴진, 하야, 탄핵 판결 등이 이루어지는 시점까지를 '1차 전환 국면'이라고 해보자.
아마도 12.3으로부터 윤석열의 퇴진(탄핵, 체포, 하야 등)에 이르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 1차 전환 국면에서, 당연히 국민의 힘 등 보수진영은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이름으로, 현 권력구조를 유지하면서 타협적 변화를 지향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다 근본적 전환을 추구하는 대중적 역동성이 분출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타협적 변화와 보다 근본적 변화의 길이 각축하게 된다. 과거 역사적인 예를 들면, 87년 6월 민주항쟁을 전환점으로 하여, 6.29선언, 여야 간의 협상을 통한 10.27 헌법 국민투표까지의 시기이며, 이후 선거국면으로 전환하여, 87년 12월 대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12.3쿠데타와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 이후, 12.14 탄핵의 국회 가결까지의 시기가 1차 전환 국면의 제1소시기 쯤 되겠다. 이 시기에도 2개의 길의 각축이 있었다. 윤석열은 12월 12일, 비상계엄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기묘한 논리로 무장한 채, 탄핵과 퇴진 자체를 수용하지 않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이에 대항하는 국민적 분노가 더욱 고조되었고 연일 이어지는 탄핵촉구집회, 최고조에 이른 12.12 여의도 탄핵촉구집회를 배경으로 국힘의원들이 탄핵찬성파와 윤석열지지-탄핵반대파로 분리되면서, 탄핵은 가결되었다. 이 소시기에서 국민적 항거는 타협적인 경로를 봉쇄하면서 더욱 근본적인 변화의 길을 열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제2소시기에 해당하는 헌법재판소 판결 까지, 2개의 길 간의 치열한 각축이 이어질 것이다.
*'구도 전환'의 필요성
1차 전환 국면에서의 우리들의 과제는 2가지 방향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타협적 변화의 경로를 방지하면서 더욱 근본적 변화의 경로를 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2.3 이전에 존재했던 교착 구도를 전환하고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분노의 저항화를 넘어서, 희망을 잉태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에 대한 탄핵 이후 국민들이 갖고 있는 '허무주의'적 정서를 극복해내도록, 대전환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먼저, 1차 전환국면에서 중요한 것은 그동안 '윤석열 대 이재명'의 좁은 대립구도를—12.3쿠데타라는 계기적 사건이 촉발한 국민적 분노를 모아내면서—광범위한 '민주주의 심화발전 연합'으로 바꾸어내야 할 것이다. 기존의 교착 구도를 더욱 폭넓은 민주주의적 발전 연합으로 '구도 전환'을 해야 한다.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한 보수진영의 응전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1차 전환 국면은 복잡한 경로를 밟을 수도 있다. 민주진보진영 역시 박근혜 탄핵과 동일한 패턴을 밀어붙인다는 생각만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통치블럭 내에서, 통치자로서의 윤석열과 국힘의 분리, 12.3비상계엄에 대응하여 국힘 계엄해제 찬성파의 분리, 탄핵 국회 투표를 둘러싸고 국힘 내에 탄핵 찬성파가 분리된 것은 주의해 볼 대목이다.
더 넓은 탄핵 연합,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과도기의 관리 비젼을 제시하고, 비정상적인 비상계엄 시도에 분노하는 국민들이 1차 전환의 타협적 경로에 대한 투쟁전선으로 합류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윤석열을 지지하는 광화문 보수집단 대 탄핵을 촉구하는 여의도의 민주진보적 국민들이 대치한다. 이 구도도 해체적 극복을 해야 한다. 이런 속에서, 윤석열정부의 탄생과정에서 민주진보진영과 결합하지 않았던 많은 개인과 진영이 함께 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렇게 가고 있다. 심지어, 윤석열을 지지하면서, 민주진보진영으로부터 이탈했던 많은 시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새롭게 드러난 본질을 직시하면서, 변화의 서포터즈가 되게 해야 한다.
*국란 극복의 리더십으로 나아가야
이처럼 구도전환은 야당이 여당에 대립하는 투쟁정당에서 12.3 쿠데타로 조성된 국란(國亂)극복의 리더로서의 재정립되는 것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미 윤석열은 '기능 부전' 상태에 들어갔고, 그런 상태는 대통령제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국가적 위기에 진입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통치체제의 와해는 중요한 국가적 의사결정을 표류하게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국란 극복의 리더십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근본적 변화의 길이 열린다면, 차기 민주진보정부가 '통합정부'로 출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민주진보가 윤석열의 정치가 아니라 군사적 수준에 의한 준내전적 '박멸' 전략을 넘어서서, 통합과 공화의 가치를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진보가 민주를 매개로 연합의 바운더리를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0.73%의 차이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내 일종의 준(準)내전적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는 통치의 미숙과 실정이 겹쳐지면서 더욱 악화되어져 왔고, 스스로 자멸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차기 민주정부는 이런 경로의 가능성을 넘어서야 한다. 국란 극복, 그를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적대적 진영정치의 틀 그 자체가 온존된다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탄핵과 공격의 칼이 차기 정부에 그대로 던져질 수 있다. 1차 전환 국면에서, 반윤석열 투쟁의 연장선 상에 서되, 질서와 안정을 바라는 시민들에게 국란 극복의 견인차임을 보여줄 때, 12.3 이전의 교착 구도가 깨어지면서, 진보적 전환을 위한 대중적 기반을 더욱 풍부하게 할 것이다.
*연합의 구도를 확장하는 것
탄핵연합의 구도를 확장하는 것은 정치적 차원과 시민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진행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80년대를 돌이켜 보면, '아방타당'이라는 말이 유행하였다. 그런 언어에 기대어 보면, '아방 집결주의적' 혹은 '아방 확대주의적' 관점에만 서서는 안된다. 시민사회에서도 기존의 루틴한 그리고 익숙한 연합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합의 폭을 확장하는 주제가 무엇일까가 문제로 된다. 나는 '헌법개정' 같은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헌법개정의 미니멈과 맥시멈이 있다고 하면, 미니멈을 최소합의로 하여, 탄핵 촉구 연합에 최소합의적 헌법개정 연합의 성격이 겹쳐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 합리적 보수까지 정당하게 연합에 초대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12.3쿠데타에 대한 청문회와 수사를 통해서 윤석열 폭정과 '반국가적인' 행위들이 더욱더 드러날 것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확대될 것이다. 이런 확대가 연합의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87체제'의 대전환의 희망으로
다음으로 1차 전환 국면에서는 국민적 분노를 배경으로 하는 타협적 경로를 막아내는 것과 함께, 분노를 넘어서 희망을 잉태해야 한다. 윤석열을 넘어선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퇴진이 확정되는 순간, 곧 바로 우리 사회는 '선거국면'으로 전환된다. 탄핵이 성사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심리기간이라는 과도기가 존재하지만, 만일 바로 퇴진이 이루어진다면, 그 기간이 2개월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표 획득'의 논리가 작동하게 되고, 그러면 파편화된 선거 승리의 논리만이 지배하게 된다. 그러면 공약은 거의 '정책 떳다방'식으로 만들어지고, 거시적인 변화의 비전은 실종되고, 승리를 위한 표계산만이 남게 된다. 그런 점에서 나는 1차 전환 국면에서도 새로운 대한민국의 만들기 위한 희망의 플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술적으로 이야기하면, 시효를 다한 '87년 체제'의 이후 체제를 구성하는 비전이다.
우리는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헌정체제를 이른바 '87년 체제'라고 부른다. 이 체제는 기본적으로 여야 간의 타협에 의해서 직선제 부활을 포함한 선거민주주의의 기본 틀로서 구성된 것으로서, 오랜 권위주의 체제를 넘어서서 새롭게 만들어진 민주주의체제의 복합적 특성을 지칭한다. 87년 체제는 어떤 의미에서 민주주의라는 '그릇'을 만든 사건이었지만,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30여년이 넘는 긴 민주화의 여정 속에서 그동안 수많은 전환을 요구받아 왔다. 이 87년 체제는 12.3쿠데타와 같은 체제 내에서의 '반란의 제도적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으며, 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경제기조가 전면화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모순이 심화되었고, 박근혜정부에 대항하는 촛불시민혁명으로 고양된 대중의 요구를 담아내는 데 한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이를 넘어서는 요구가 '제7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제기되기도 했고, 87년 체제가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97년체제'로 형해화되었다는 분석도 제기되었다.
지금은, 정치적 위기 뿐만 아니라, 저출산과 같은 인구 공동체의 소멸위기, 불평등의 극심한 확대로 인한 사회적 위기, 각종 사회적 갈등의 증폭, 차별과 혐오의 확대 등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더구나 87년 체제는 30여년의 긴 세월동안 정치의식, 권리의 측면에서 역동화된 시민들의 참여욕구를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12.3 쿠데타를 무산시킨, 여의도정치의 동력과 그를 좌절시킨 국민적 힘을 매개로 하여,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노력이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압살 시도에 대항하여, 단순히 민주주의를 수호·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더 높고 더 깊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나아가 '더 좋은 국가'를 향한 투쟁과 연합으로 재의미화해야 한다. 달리 이야기하면, 이른바 '87년 체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체제, 그 속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비전이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의 과정에서 바로 그러한 대전환의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
*국가와 정치체제의 '다원적' 재구조화
1차 전환이 2차 전환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와 국가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비젼이 필요하다. 이는 12.3 이후의 전환이 단지 정부 주도세력의 교체나, 중앙 정치엘리트의 교체로 종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넘는, 국가적·사회적 대전환의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국가적·사회적 대전환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몇가지만을 핵심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국가와 정치체계의 '다원적' 재구조화의 시대적 필요를 담아내야 한다. '제욍적 대통령제'를 87년 이후의 정치사회적 변화에 맞게 재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시급한 것은, 검찰권력이 기소권을 독점하는 것, 그것이 정치권력과 결탁하면서 그 독점화된 기소궈을 정치화해서 악용하는 것을 포함하여, 검찰국가의 제도적 형태를 전환하는 것도 포함한다. 윤석열의 내란이 87년체제의 한계가 아주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된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나는 다원적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쿠데타는 통치자가 보수적 시민사회 내의 극단적 인식과 요구를 자기화한 데서 출발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전광훈 등으로 상징되는 보수시민사회 내의 극단적 그룹의 인식과 요구를--제도정치 내의 기반이 거의 몰락해가는--윤석열이 수용하고 일체화되면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서 다원성은 시민사회 내의 다양한 분파(그리고 그 인식과 요구), 제도정당 내의 다양한 분파, 통치그룹 내의 다양한 분파가 상호분리되어 독자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의사파업 그룹처럼 시민사회 내의 이익갈등이 적대적으로 전개되고 해결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로 지루하게 전개되는 속에서, 이를 박멸해야 할 이익갈등으로,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민주화 이후의 다원적 민주주의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획일성을 넘어, 이런 다원성의 인정 위에서 정치를 행하고 국가적 의지를 결집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나아가, 이미 사회문화적으로 우리 사회는 과거와는 다른 다원성이 증대되어 있다. 사회경제적 기반의 변화는 이미 다원적 요소를 우리의 정치사회에도 인입하고 있다. 적대적 진영정치는 12.3쿠데타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토양이 될 수도 있다. 적대적이기까지 보이는 갈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공존의 정치가 가능한 국가-정치체계의 제도적 방안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87년 체제를 넘어서는 것은 국가통치와 정치에 대한 대중참여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정치의 대중적 개방화를 향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87년 체제의 대의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개방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의 진전은 결국 '헌법개정'과 연결된다. 탄핵의 국회 의결 이후, 헌재의 탄핵의결 시점까지, 탄핵의 관철을 위한 노력이 중심이 될 것이다. 헌법개정의 미니멈은 4년 중임제의 도입을 포함하여 권력분산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될 것이며, 맥시점은 후술하는 사회경제적 권리를 더욱 포괄적으로 헌법에 명시하는 것 등을 포함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와 정치의 모순 확대
다음으로 무엇보다, 공고화된 민주주의의 공고화의 위기는 언제나 대중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민생고이다. 정치가 이를 담아내지 못할 때, 그것은 다양한 정치적 반동들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지구화의 현 흐름은 모든 국민국가의 경제를 불안정하게 하고, 격차와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서 트럼프 식의 폐쇄적 자국 우선주의나 영국의 브렉시크 같은 식의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 서구의 경우 이런 사회경제적 불만이 난민이나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 정서로 왜곡되고 있다, 극우화되는 정치지도자들은 대중의 사회경제적 불만을 퇴행적인 방식으로 담아내고 정치자원화한다. 12.3 이후의 전환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지구적인 이런 사회경제적 불안정 현상에 대응하여, 더욱 전향적인 복지와 민생경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구적인 민주주의의 퇴행의 시대에, 그리고 사회권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면, 우리가 세계사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는 것이 될 것이다. 단지 한국민주주의의 당면과제로 제기된 '다원적 민주주의'의 포용성과 더욱 철저한 사회경제적 개혁의 급진성을 조화시킬지 하는 것은 지난한 실천적 과제가 될 것이다.
*교육과 사회의 대전환
다음으로 사회적 대전환의 비전을 담아내는 87년 체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권의 확대로 이어지는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를 상쇄하지 못함으로써, 이미 많은 경제적 차원에서 확대된 불평등과 격차는 사회적·계급계층적 차원에서 '집단 분리'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육을 예로 들면, 부모 세대의 경제적 격차는 교육을 통해 자녀 세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산업화의 시기에, 교육은 모두에게 계층상승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부모세대는 모든 희생을 무릅쓰고 자녀들의 교육에 매진하였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교육입국(敎育立國)'의 나라가 되었다. 수년 전에 주목받은 '스카이캐슬'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고도성장을 통해 획득된 부모의 경제적 자산이 자녀들의 교육투자에 올인되고 여기서 사교육이 창궐하며 사교육 과잉경쟁상태가 출현하였고, 이 살벌한 사교육 경쟁에 자녀들을 내몰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저출산이라는 선택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교육이 절망이 되어, 부동산 문제와 함께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인구위기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추격과정에서의 우리들의 장점들이 관성처럼 확대되다보니, 이제 선진국이 된 지금에는 '대립물'로 전환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12.3을 계기로 시작된 거대한 변화가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되기를 바란다.
2006년 싱가포르에 직장을 구해 이민 온 후 지금부터 스무 해 가까이 됐습니다. 반도체 관련 장비와 부품을 공급하는 작은 회사였는데, 사장이 한국 사람이라 직원들도 한국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직원 중 한국 다음으로 많은 국적은 싱가포르가 아니라 필리핀이었다는 겁니다. 모두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온 나름 엘리트였는데 회사에서는 주로 장비를 담당하는 엔지니어 역할을 했습니다.
회사에만 필리핀 사람이 많은 게 아니었습니다. 싱가포르에는 약 200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25만 명 정도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가사도우미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가사도우미는 대부분 필리핀 사람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 되면 가사도우미들은 시내 길거리나 공원에 모여 휴식을 취합니다. 사진 출처 HOME(Humanitarian Organization for Migration Economics)HOME
고학력에 영어를 쓰는 필리핀 여성들이 싱가포르 가정에서 식사 준비나 청소는 물론이고 육아와 노인 간병까지 도맡아 했습니다. 싱가포르 전체 인구의 4% 정도가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였으니 필리핀 여성은 곧 가사도우미라 여겨질 만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필리핀보다 더 임금이 싼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에서 온 여성들이 주로 가사도우미 자리를 차지하면서 필리핀 국적의 가사도우미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필리핀 여성들에게 다른 일자리가 생긴 건 아닙니다. 가사도우미 혹은 식당 일을 위해 싱가포르 대신 한국이나 다른 나라를 찾는 걸로 바뀐 것입니다.
한국과 필리핀
▲지난 6일(현지시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마닐라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반도체 회사를 비롯한 제조업 분야에서 필리핀 출신 엔지니어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합니다. 동남아 국가 중 교육 수준이 높고, 기술이 뛰어나며, 영어가 통하기 때문입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필리핀에서 구할 수 있는 변변한 직장이 없는 것도 싱가포르에 필리핀 엔지니어들이 몰려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도 반도체 팹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여기서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의 대부분이 필리핀 출신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일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음식이나 여행, 문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서로 좋은 점을 추켜세워 주고 은근히 자국의 장점을 내세우며 대화가 흘러갑니다. 특히 케이팝과 넷플릭스를 통해 전해지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는 필리핀 동료들도 한국이 최고라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를 할 때는 좀 다릅니다. 우리가 볼 때는 그래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필리핀 동료들은 한국이나 필리핀이나 뭐가 그리 다르냐는 식으로 받아칩니다.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저는 그가 한국의 전두환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섞어 놓은 것 같다며 어떻게 그런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냐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필리핀 동료들은 두테르테가 필리핀의 구악을 해소할 적임자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물으니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 광화문에 컨테이너를 쌓아 시민들을 막았던 명박산성이나 전쟁과 같았던 용산참사를 이야기하며, 두테르테는 최소한 선량한 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응수했습니다.
얼마 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필리핀 대통령이 됐을 때는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린 독재자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냐는 저의 지적에 독재자의 자식을 대통령으로 뽑은 건 한국이 먼저라고 답하는 바람에 할 말을 잃기도 했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윤석열의 말을 머리기사로 보도한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스트레이츠 타임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붉게 충혈된 눈으로 회사에 출근했더니 만나는 필리핀 동료마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한국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국회에 의해 계엄이 해제되기는 했지만 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정신이 이상해진 독재자가 계엄을 선포했으나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답게 국회가 막았으니 대통령은 곧 탄핵당해 물러날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동료들은 부디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이제껏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필리핀에서도 대통령에 의한 계엄 선포가 있었다는 겁니다.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장기독재를 했고, 그 가족은 구두 수백 켤레로 상징되는 사치를 일삼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장기독재의 시작이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시작됐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평소 정치 이야기를 해도 농담을 섞어 가볍게 하던 그 동료는 계엄 상태에서 나라 꼴이 어떻게 되는 지를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해 줬습니다.
▲2016년 2월 26일(현지시간) 필리핀 케손시티에 있는 피플 파워 체험 박물관에서 한 방문객이 계엄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1986년 평화 혁명까지 다각도로 체험할 수 있는 이 박물관은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피플 파워 혁명 3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연합뉴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장기독재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고 의회를 해산했습니다. 계엄 해제까지는 10년, 독재자 마르코스가 쫓겨나기까지는 무려 14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필리핀의 계엄 기간 동안 약 7만 명이 투옥되었고 3만 4000명이 고문당했으며 3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사람들 목숨만 빼앗은 게 아닙니다. 경제도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마르코스가 집권한 1965년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8달러로 한국의 105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됐습니다. 1981년 필리핀의 계엄이 해제되던 해의 1인당 GDP는 815달러, 한국의 GDP는 1883달러로 이번에는 한국이 필리핀의 두 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계엄과 장기독재로 인해 꺼져버린 성장동력은 독재자가 물러난 이후에도 다시 살아나지 못해 2023년 필리핀의 1인당 GDP는 3725달러로 한국의 3만 3121달러에 비하면 12%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12%의 GDP도 외국에서 남자는 엔지니어로 여자는 가사도우미로 일해 부친 돈으로 겨우 만든 것입니다.
▲한국과 필리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세계은행
대화를 마친 필리핀 동료는 끝으로 이 말을 제게 했습니다.
"너희는 필리핀처럼 되지 마라."
저는 '걱정 말라'고, '우린 대통령을 탄핵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사실 걱정이 컸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방해로 탄핵소추안 표결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오후, 계엄 발표 이후 11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필리핀은 계엄 후 의회가 해산됐지만, 우리 국회는 계엄을 해제했고 불법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리만 남았습니다. 탄핵 인용으로 내란죄 수괴를 완전히 끌어내린다면 제2의 필리핀은 되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남은 여정에서도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 줄 거라 믿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야당은 일제히 ‘탄핵 이후’의 구상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탄핵안 통과 이튿날인 15일 국회에서 각각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당의 입장을 밝혔다.
공통적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파면 결정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 책임자들에 대한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하지만 이후, 각 당이 방점을 둔 메시지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2.1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 제1야당인만큼 ‘국정 안정’에 방점을 둔 정국 수습책을 제시했다. 국회와 정부가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를 구성해 이곳에서 국정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자는 제안이었다. 당내에도 ‘국정안정 내란극복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정 수습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대표는 “국회가 정부가 대한민국 전반에 불어닥친 위기를 조속히 매듭지을 수 있게 하겠다”며 “국정안정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통해 금융과 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인 협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 혼선을 막기 위해 그간 당 일각에서 요구됐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도 일단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발언 내용 중 상당 부분은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방안이었다.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논의를 촉구하고, 정부를 향해서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민주당 역시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 해소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침체된 민생경제의 물꼬를 틔우고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입법을 빈틈없이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 추진해 온 검찰개혁 관련 입법도 혼란 수습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 대표는 관련 질문이 나오자 “지금은 모두가 힘을 합쳐 혼란을 극복하고 민생 회복을 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며 “제도적 개혁의 문제는 혼란이 정리되고 난 다음에 논의해도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민(가운데)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조국혁신당은 창당 때부터 주창해 온 ‘검찰개혁’을 강조했다.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은 “검찰개혁은 미룰 수 없다”며 “조국혁신당은 지난 8월 ‘검찰개혁 4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검찰 공화국의 폐단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부역한 검찰이 몸소 입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제 윤석열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거부권도 칼집에 들어갔다”며 “혁신당은 앞으로도 검찰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헌재에서 파면 결정이 있는 시점 이전까지는 검찰개혁 4법이 반드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발의한 ‘검찰개혁 4법’이란 공소청법 제정,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 수사절차법 제정, 형사소송법 개정을 일컫는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고, 기존 검찰청을 폐지한 뒤 기소와 공소 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을 만들고, 수사기관이 적법절차와 피의자 인권 보호와 관련된 원칙을 준수하게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와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당
진보당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웠다.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촛불혁명 이후 다양한 사회 개혁 과제들을 제대로 완수해 내지 못했다는 성찰에서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권이라는 희대의 괴물이 등장한 데는 촛불혁명 과정에서 터져 나왔던 사회대개혁 과제들이 실종되고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 원인이 있다”며 “다시는 이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은 또다시 타오른 촛불과 응원봉의 염원, 바람을 잊지 않고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윤석열의 내란 범죄에 맞서 함께 싸운 야당들과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인 논의와 협력을 이뤄내겠다. 노동, 농민, 빈민 등 시민사회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광장을 채웠던 민의가 올곧게 실현될 수 있도록 진보당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종덕 의원도 “윤석열 탄핵을 넘어 국민의 삶을 바꾸는 평등, 평화의 새로운 시대, 제7공화국을 열어내기 위한 범국민적 논의를 제안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표직 사퇴 의사가 없다’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10시30분 사퇴 기자회견을 하기로 돌연 마음을 바꿨다. 14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뒤 친윤석열계로부터 가해진 ‘조직적 사퇴 압박’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저녁 국민의힘은 혼비백산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직후 비상의원총회를 위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 모였고, 문이 닫히자마자 안에선 고성이 들려왔다. 일부 의원들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당대표 들어오라고 해”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한 대표는 의총이 시작된 지 1시간50분여 만인 이날 저녁 6시50분쯤 의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비공개 의총에서 “오늘 결과에 마음 무거우실 줄 안다. 하지만 저는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건 여기 의원들도 다 알지 않느냐”는 한 대표의 발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의원석에서 고함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왜 대표가 당론을 안 따르냐”고 소리쳤고,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의 직무 수행도 불가능하다. 이 자리에서 당장 대표직을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대표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비상계엄을 내가 했나? 나는 (계엄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사실관계와 별개로 이 말은 그 자체로 친윤계 의원들의 분노를 더 키웠다.
의총장을 빠져나온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직무를 수행하겠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다. 대표직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측근들에게는 “탄핵에 반대하면 ‘계엄 옹호당’ 되는 것 아니냐”고 답답함을 토로했고,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선 “내가 사퇴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능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하지만 7월 전당대회 때부터 함께했던 ‘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14일 저녁 의총장에선 권성동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한동훈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고, 의원 93명 가운데 73명이 지도부 총사퇴에 찬성했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 “제발, 찌질하게 굴지 말고 즉각 사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계속 버티면 추함만 더할 뿐 끌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한 대표는 15일 오전 서범수·한지아 의원 등 참모들과 상의를 거쳐 대표직 사퇴로 기울었다. 당 지도부에 속한 친한계 인사는 “대표가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친윤과 싸우는 모습밖에 더 보이겠나. 대표가 마음을 비우는 모습을 보이고 2선으로 후퇴해 국민을 상대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일각에선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장 지명권이 당대표에게 있다며 ‘버틸 것’을 주문했지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가지고 싸우기 시작하면 더 보기 안 좋아진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또 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도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두고 친윤계가 압도적 다수인 전국위원회와 다툼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조언하자, 한 대표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이헌승 의원은 이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전국위원회 의장으로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위한 절차를 지체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들어 5번째 비대위를 꾸리게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당내 계파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라 마땅한 비대위원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4·10 총선 참패 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새 비대위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위원장 후보군의 상당수가 제안을 고사했고, 황우여 전 의원이 직을 수락함으로써 비대위원장 구인난도 비로소 해소됐다.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가(찬성) 204표 부(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다. 이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 착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르면 1월에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검찰과 경찰도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윤 대통령에 소환을 통보했으나 불응했다. 2차 통보할 예정이다. 2~3차 통보까지 불응할 경우 체포한다는 방침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민심에 반하는 탄핵반대표가 85명이나 나온 국민의힘은 찬성을 독려한 한동훈 대표와 찬성한 의원들 마녀사냥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아무런 사과하지 않은채 포기하지 않겠다며 끝까지 법정에서 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과도 싸울 기세다. 동아일보는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탄핵이 가결된 뒤 처음 맞은 월요일자 신문 1면엔 다양한 관점의 탄핵 관련 기사 제목이 눈에 띄었다. 다음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윤석열 1차소환 불응 검찰, 오늘 2차통보>
국민일보 <수사 속도내는 검 “윤 소환불응…곧 2차 통보”>
동아일보 <尹, 檢출석 거부… 헌재, 오늘 첫 탄핵 회의>
서울신문 <국회 둘러싼 준엄한 민심>
세계일보 <비상 시국에…’국정안정협의체’ 거부한 여>
조선일보 <“우리 사회에 火가 너무 많다”>
중앙일보 <대통령, 검찰소환불응 계속 거부땐 체포 검토>
한겨레 <윤 “책임회피 않겠다”더니…출석요구 불응>
한국일보 <“민주주의 살렸다, 이젠 경제 민생 살려야”>
검찰 초유의 현직대통령 소환통보했으나 불응, 체포 검토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회의 탄핵 표결 다음 날인 15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11일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출석 요구 등 검찰 수사와 탄핵심판을 동시에 받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이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고,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검찰은 윤 대통령에게 추가로 출석 요구를 하고, 윤 대통령이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 구인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탄핵 헌재 결정 이르면 1월에 나올 수도
한국일보는 2면 기사 <헌재로 넘어간 윤의 운명…이르면 내달 파면 여부 결정>에서 “헌재 결정은 빠르면 내년 1월에 나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사건번호는 ‘2024헌나8’이고, 사건명은 ‘대통령 윤석열 탄핵’이다. 한국일보는 헌재 연구관 출신의 노희범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혐의는 국회 증언과 수사기관 진술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사실 관계가 드러났다”며 “아무리 길어도 두 달, 정말 빠르면 4주 내지 5주 내에도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김종대 전 헌재 재판관도 “국회에 출석한 증인들 진술이 모두 공문서라서 헌재가 따로 조사할 필요 없이 바로 증거로 쓸 수 있다”며 “심리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동아일보 “尹 자화자찬 어이 없다,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회에서 탄핵안 가결 뒤 담화에서 “잠시 멈춰 서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동아일보는 사설 <尹 또 자찬 일색 담화… 8년 전 朴은 “제 부덕” 고개 숙였는데>에서 윤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되자 이번엔 정치적 피해자라도 된 듯한 언행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태도는 실로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육군참모총장,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은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관련자 체포도 이어지고 있고, 경찰 1, 2인자인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도 구속됐다”며 “수족들은 이렇게 내란죄로 줄줄이 엮여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됐는데 정작 그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은 여전히 망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소환에 불응한 것을 두고도 동아일보는 “이런 부조리가 또 어디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헌재가 민주주의 퇴행 조속히 바로잡아야”
동아일보는 다른 사설 <헌재, 민주주의 퇴행 조속히 바로잡아야>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사건의 조속한 심판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자진 사퇴를 거부하며 여당과 정부에 국정을 위임하는 이상한 비정상 체제가 해소되고 헌법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 것은 다행이지만 정부의 제한적 리더십은 작금의 혼란과 불안을 일소하기엔 한계가 뚜렷한 것도 사실”이라며 “어느 때보다 신속한 헌재의 탄핵 결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헌법의 수호자로서 헌재는 법리에 따른 신중함, 나아가 빠른 혼란 종식을 위한 과단성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그 사법적 판단 못지않게 한국의 지난한 민주화가 이룬 여정을 돌아보며 퇴행적 궤도 이탈을 바로잡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겨레도 사설 <헌재, 신속·단호한 탄핵심판으로 헌법 수호해야>에서 “신속하게 결론 내야 할 이유가 뚜렷하다”며 “탄핵 사유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중하다. 헌정을 파괴하는 내란 사태를 일으킨 죄과는 단죄를 한시도 미룰 수 없다”고 썼다. 내란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도 했다. 또한 한겨레는 “사유가 단일하고 법리가 명백하고 증거가 차고 넘친다”며 “무더기 증인 신청 등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윤 대통령 쪽의 갖은 술책에도 헌재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제 차분히 경제·안보 지킬 때>에서 이번 탄핵 결과를 두고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납득시키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느닷없고 독단적인 계엄령 선포로 선진 한국을 수십 년 후퇴시키려 했다는 국민적 분노가 컸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계엄 선포 열흘 남짓 만에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국가적 분열이 장기화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제 헌재의 시간…공정한 탄핵 심판 위해 당리당략 버려야>에서 “공명정대한 탄핵심판을 담보하려면 공정한 재판관 선출이 필수적”이라며 “야당은 지금까지 후임 재판관 선출에 협조하지 않았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검사 등의 직무정지가 길어지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신임 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이런 정파적 접근법이 재연돼선 안 된다”며 “정파성이 향후 탄핵심판 결과의 불복 빌미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썼다.
국민의힘 당권경쟁 친윤 회귀 우려, 한동훈 리더십 한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늘(1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많은 신문들이 보도했다. 한겨레는 1면 <한동훈 오늘 사퇴>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당 안에서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지 146일 만”이라고 보도했다. 최고위원 5명이 무더기로 사퇴했고, 당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한 대표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5면 기사 <韓 5개월만에 리더십 한계 노출… 당내 “탄핵 오락가락, 韓-韓체제 등 패착”>에서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붕괴되면서 한동훈 대표의 리더십이 대표 취임 5개월 만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친한계 일각에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대표가 탄핵안을 두고 찬성→반대→찬성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위헌 논란을 일으킨 ‘한-한(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대표) 공동체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한 대표 스스로 리더십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4면기사에서 한 대표를 두고 “당을 이끌며 보수진영 대권 주자 1위로 부상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며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에서 오락가락하며 자충수를 둔 데다, 허약한 당내 기반 속에 친한동훈(친한)계 일부도 등을 돌려 위기 국면을 돌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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