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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만 유사시 불개입 원칙' 선제적으로 천명하라"

김준형 의원, 결의안 대표발의...美 '주한미군 역외분쟁 동원 불가' 약속해야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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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29 15:22
  •  
  •  수정 2025.04.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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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회의원이 29일 '대만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사진-김준형 국회의원실]
김준형 국회의원이 29일 '대만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시민단체 대표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사진-김준형 국회의원실] 

"정부는 대만해협 유사시에 군사적 자원이나 경제·정치적 수단은 물론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국회의원이 29일 오전 '대한민국 정부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의 모든 외교·군사 정책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목적으로만 추진되어야 하며,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

결의안에는 '한반도 방어를 목적으로 주둔하는 주한미군을 역외 분쟁에 동원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미국 정부로부터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 의원은 최근 미국이 대만과의 군사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이에 맞서 중국이 대만포위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와 대한민국이 강대국의 대리전쟁에 끌려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비롯한 동북아 전체를 하나의 전역으로 통합하는 미·일의 전략 구상 △미 본토에서 주일미군기지로 이동, 상시배치된 B-1B 전략 폭격기 △군산과 오산에 대규모 스텔스 전투기 증강 배치 등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대만 유사시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또다시 대리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불개입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날 결의안에는 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소속 22명의 국회의원들이 찬성·서명했으며,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시민모임 독립,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사)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사)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한국민족사회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편,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조국혁신당 의원총회에서 지난해 12.3 내란사태 이후 행적이 뚜렷이 확인되지 않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최근 방미 동향에 대해 '일본이 제안하고 미국이 환영했다는 '하나의 전역' 구상에 편승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대못박기'를 하러 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15일 미국이 본토에 배치된 B-1B 전략폭격기를 주일미군기지에 전진 배치하는 계획이 실행되고, 김 차장의 방미 이후 대중국 견제를 위해 오산기지에 F-16전투기를, 군산기지에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를 새로 배치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윤석열 내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제멋대로 주무르며, 국익보다 사익과 왜곡된 신념에 자아도취된 자가 대선을 40여 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무슨 이유로 미국을 방문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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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누가 당선되든 똑같을까...다시 새겨야 할 유시민의 말

[넥스트 대한민국] '정치의 사법화' 경계하고, 정치인에 대한 판단 기준 바로 세워야

정치 김내훈(prepgwarek36)

25.04.30 06:38최종 업데이트 25.04.30 06:38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을 통해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기자말]

2024년 7월 3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윤석열 탄핵심판 변론 종결 이후 4월 4일까지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은 시간을 보낸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전에도 도대체 이 사람이 언제 잡혀 들어가나 하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확인하고 자기 전에도 확인하고 자다가도 일어나 확인했던 것의 반복이었다.

특히 헌법재판소 변론 종료 후 대다수 기자들, 전문가들이 파면 선고일로 예상했던 3월 중순을 훌쩍 넘기면서, 엄청난 불안감이 엄습했다. 법조인들과 평론가들은 계속해서 논쟁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세심히 논의와 검토를 거친 선고문을 작성하느라 시간을 들이는 것이라며 대중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언어도단의 이유로 윤석열이 석방되고, 뜬금없이 한덕수 탄핵 심판 선고부터 이뤄지고, 3월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심 판결 이후로 선고가 미뤄졌다. 헌법재판관 두 명의 퇴임일이 점점 더 가까워져 오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던 논평자들조차 '뭔가 심상치 않다'라는 식으로 발언하기 시작하고, 기자들 사이에선 온갖 근거 없는 지라시들이 돌았다. 극도로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선고일이 정해지고 선고만 한다면 당연히 윤석열의 탄핵 인용, 파면 결정이 내려지리라는 확신은 놓지 않고 있었다. 한국의 민주공화정을 지탱하는 시스템에 대한 견고한 신뢰가 있어서였다. 그 신뢰를 공유하는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서 민주주의를 지켜냈고, 그 신뢰로 무장한 야당 정치인들의 수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결국 그 시스템이라는 것을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었다. 헌법재판관이라는 8인의 개인들이 최종심급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냐에 따라 한국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뀔 판이었다. 정말로 만에 하나, 헌법재판관 중 말 그대로 미치광이가 있어서, 탄핵 인용에 훼방을 놓고 어떻게든 억지 논리로 기각이나 각하 의견을 내는 자가 3인 이상 있어서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결국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로 환원된다.

즉 시스템이 아무리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운용 주체가 그것을 무시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록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을 엄습했던 저 불안감, 염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목격했다.

더 많은 '법 제정'이 과연 해결책인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권우성

내란 사태와 탄핵 가결 이후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이 보인 추태들은,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먹고 그것을 무시하고 부정해버리면 그들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지 않고 석연찮은 이유로 미뤘지만,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탄핵으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 외에 없었다. 그 뒤 최상목 부총리 겸 대행은 아무런 설명과 논리 없이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3인 중 2인만 임명하는 불가해한 일을 벌였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명백히 위헌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최상목 부총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끝내 미루다가 나머지 1인을 임명하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 대행으로 있는 동안 '걸어 다니는 위헌'이라는 오명마저 얻으면서도 아무런 처벌 없이 멀쩡히 장관 겸 부총리직을 유지했다. 사실상 위헌 현행범이지만 명문화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처벌조항이 없는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공직자가 그것을 지키지 않는 상황을 상정하지 않아서였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답으로 공직자들이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을 시 바로 파면되거나 처벌받는다는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밖에 없는 것은 아닌가? 위와 같이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들이 헌정질서와 법치를 내놓고 무시하는 일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그들이 법질서를 우회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상해서 아주 촘촘한 그물망을 짜듯이 세밀한 디테일까지 고려해서 법안을 작성해야 할 테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소위 '정치의 사법화'의 종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모든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위법이냐 위법이 아니냐에만 맞춰지는 것이다. 이러한 형편에서 한국 정치에 남는 것은 이른바 '법 기술자'들이 법망의 사각지대를 헤집고 다니면서 온갖 특권을 누리는 동시에, 경쟁 진영에게는 극도로 엄격한 법의 적용으로 피선거권을 박탈시키는 공세뿐이다. 결국,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노정한 그 모든 추태의 훨씬 더 심각한 양상만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볼로냐 대학 정치학 교수이자 킹스 칼리지 런던 법학 명예교수인 신디 L. 스카흐(C.L. Skach)는 그의 저서 <하우 투 비어 시티즌, How to be a citizen>에서 성문화된 규칙 및 법질서의 존재가, 사람들이 규칙 없이 내던져지면 서로 죽이고 훔치는 야만인으로 되돌아갈 거라는 암시를 함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오늘날 민주주의의 문제를 더 많은 규칙, 더 세목으로 들어가는 법의 제정으로 해결하려 하는 시도는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것은 시민들이 정치 엘리트와 사법 엘리트에게 더 의존함에 따라 스스로는 아무것도 못 하는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스카흐는 의원내각제에서는 쿠데타가 일어난 바가 없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대통령제보다 의원내각제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를 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체제의 비교를, 훗날 스카흐 자신이 부정하면서 규칙·제도·체계를 바꿈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기대와 의지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글자로 쓰인 규칙만 잘 준수하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아래서 지도자로 부상하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과연 대중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질문하는 법을 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즉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식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카흐는 민주주의의 리더십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입헌주의만큼 중요한 또 다른 이념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키케로(고대 로마의 정치가)의 의무론에서 가져온다. 여기서 중요한 것으로 제시되는 것이 인류애와 동료에 대한 의무, 공감과 연민을 포함한 '태도'다.

'헌법'이 아니라 '사람'이 문제... '시민성' 결여된 정치인 축출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한 사람이 개개인을 대하는 태도는 공동체에 대한 태도로 직결되기 때문에, 타인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떤 몰인정, 무시, 일말의 폭력성을 노정하는 사람은 그 어떤 전문성이나 능력, 스펙을 가췄는지와 상관없이 지도자로서, 정치인으로서 완전한 자격 미달이라는 명확하고 엄격한 도덕적 판단 기준을 바로 세워야 한다.

시민들은 시민들대로 정치인들에 대한 판단을 포함한 제반 사안에 대한 판단을 법 조항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공동체적 삶에 근거하여 역사적으로 형성해 온 고유의 기준을 확립하고 그에 따라 공직자들을 감시해야 한다. 이것이 헌법학자 스카흐가 제안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대안적 입헌주의의 출발점이다.

어떤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제도주의자', '사회주의자'들은 제도적·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며 모든 것을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로 환원할 뿐만 아니라, 시스템과 구조가 그대로라면 어느 세력이 집권했든지 간에 똑같은 비극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상투어가 양당 중 누가 당선되든 삶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을 부정하고 국민의 생명도 가볍게 여기며 시민성을 완전히 결여한 사람들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자리에 앉았을 때 벌어지는 참극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비극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2017년 박근혜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에도 개헌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그때 유시민 작가는 "헌법이 잘못해서 이 사태가 났나. 헌법 잘못이 아니라 헌법을 제대로 운용 안 해서 탄핵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제가 제왕적이라서 윤석열이 파면된 것이 아니라 그가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운용해서, 헌법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부정하고 국민 앞에 군림하려 했기 때문에 파면된 것이다.

결국 정치와 통치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인을 대하는 태도, 공동체에 대한 태도를 위시한 '시민성'의 여부를 정치인에 대한 평가의 제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기준에 완벽히 미달한 사람들이 아직 한국의 정치판에 남아있다. 이들을 축출하는 일부터 완수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더 나은 제도와 체제를 위한 논의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넥스트대한민국 #탄핵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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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대중국 전쟁용 개편…오산 F-16 슈퍼대대, 군산 F-35A 집중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4.29 15: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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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합동참모본부는 7일 한·미가 서해상 공역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공중무력시위 비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연합 공중무력시위 비행에는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전투기 16대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가 참가했다. (사진=합참 제공) 2022.06.07.
2022년 한미 연합 공중무력시위 비행하는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전투기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뉴시스

2025년 주한미군이 오산 공군기지에 F-16 전투기 62대를 집중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A 중심의 작전 거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주한미군과 공군도 대중국 전쟁에 맞춰 개편되고 있다.

이로인해 한반도의 전략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산에 집중되는 이른바 F-16 '슈퍼 대대'는 중국 동부, 대만해협까지 작전 범위를 확장한다. 군산 기지는 F-35A 집중 배치로 고강도 스텔스를 갖춘 타격 능력을 확보해 중국 방공망을 돌파할 수 있는 전진 기지가 된다.

한편 일본에는 장거리 폭격기인 B-1B를 상시적으로 배치하는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 한미일 군사 체계를 재편하고 있는 흐름과 정확히 맞물린다. 일본은 장거리 정밀 타격을 담당하고, 한국은 즉각 출격 가능한 거점으로 기능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일본이 '창'이 되어 공격을 담당하고, 한국은 '방패'가 되어 미사일 공격의 충격을 직접 흡수하는 구조로, 전략적 부담이 한국에 더 집중되는 체계다.

이러한 변화는 심각한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첫째, 주한미군과 공군 기지들은 이제 확실하게 중국의 공격 표적이 된다. 오산, 군산 등은 미중 군사 충돌시 최우선 타격 지점이 되는 것이다.

둘째, 한국은 대중국 전쟁 체계에서 전쟁 개입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인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오산과 군산에 있는 주한미군 전투기들이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 이는 곧 곧바로 미국의 대중국 전쟁에 '자동 연루'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력 재배치가 진행되는 동안 한국 정부는 전쟁 연루 가능성에 대한 논의 없이, 오히려 F-35 군산 배치를 추진 중이다. 전쟁 연루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추가 구매하는 F-35A 20대를 군산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셋째,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전쟁에 더욱 깊숙히 휩쓸린다. 미국은 한반도를 자신들의 패권과 이익을 위한 전략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한다. 한편, 한국은 그에 따라 발생하는 군사·정치적 위험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되었다. 미국은 설계하고 한국은 그대로 따르는 종속적 구조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스스로 전쟁에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주권과 국민 생존권의 문제다.

미국은 한국을 미중 전쟁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권 국가로 나아갈 것인지, 미국에 끌려다니다 전쟁의 포화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29일 '대한민국 정부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 을 발의하면서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대만 유사시 한국과 일본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담론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지난 3월 미·일 국방장관이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역’으로 통합하자는 구상을 논의한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또다시 대리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명확한 불개입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며 결의안의 목적을 설명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은 김준형 의원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을 비롯해 23인의 국회의원의 참여로 발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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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특보에 강풍…‘자나깨나 산불조심’

윤연정기자

수정 2025-04-29 08:41등록 2025-04-29 08:35

대구 대형 산불 발생 이틀째인 29일 오전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헬기가 물을 투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요일인 29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고 대기가 매우 건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이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다”며 “입산을 자제하고 산불 및 각종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예보했다.

아침 최저기온은 3~10도, 낮 최고기온은 16~24도를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내륙을 중심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15도 내외로 크다.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주요 지역 기온은 서울 11.7도, 인천 11.8도, 수원 10.9도, 춘천 7.9도, 강릉 13.1도, 대전 10.8도, 대구 11.5도, 전주 10.6도, 광주 9.9도, 부산 14.3도, 제주 12.8다. 주요 지역 낮 최고기온은 서울 20도, 인천 16도, 수원 20도, 춘천 22도, 강릉 20도, 대전 22도, 대구 24도, 전주 22도, 광주 23도, 부산 18도, 제주 20도가 예상된다.

이날 오후부터 다음날 사이 서해안과 강원 산지를 중심으로 바람이 순간풍속 35~55km/h(10~15m/s), 산지는 70km/h(20m/s) 내외)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어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인천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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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한덕수, 자신이 왜 출마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해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한덕수, 국익 협상마저 대선에 이용할지 불안”

조선일보 “이재명, 성장·실용·통합 앞세워 퇴임 때까지 지키면 박수 받을 것”

[미디어먼슬리] 김영민 교수의 북콘서트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5.04.29 07:27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국무총리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이 대선에 나선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여러 언론에서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정권의 과오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고 한겨레는 “국정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유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대행 측 관계자는 한 대행의 공직 사퇴와 대선 출마가 5월1~3일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직선거법상 대선에 출마하는 공직자의 사퇴 시한은 5월4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8일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등 보수 성향 인사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국민의힘이 오른쪽으로 치우치며 소위 ‘중원을 비운’ 가운데 이 후보의 우클릭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보수 성향 언론에서는 ‘선거용 제스처’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편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각 지역신문에서는 사설을 통해 해당 지역 관련 공약을 주문했다.

▲ 29일자 한겨레 만평

한덕수, 분권형 개헌·반이재명 빅텐트 들고 대선 준비?

 

29일자 신문에는 한덕수 대행의 대선 계획이 구체적으로 보도됐다. 조선일보 정치면을 보면 한 대행은 “대선 출마 명분으로 국내 민생 경제와 글로벌 통상 전쟁이 엄중한 상황에서 경제·통상 관료로 50여년 근무한 경험을 살려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선에 도전하면서 임기 단축을 포함한 권력 분산형 개헌”을 제안할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는 2028년 있을 23대 총선과 차차기 대선 시기를 맞추려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한 대행은 내달 3일 확정될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나아가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와도 ‘반이재명 빅 텐트’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단일화의 마지노선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11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대한 늦더라도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5월25일까지는 단일화를 마무리해야 단일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행은 29일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지명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 출마에 대해 조선일보는 비판적 입장을 나타냈다. 사설 <韓 대행 출마 명분과 비전이 궁금하다>에서 “임명직 총리와 선출직 대통령은 완전히 다른 자리”라며 “계엄을 저질러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 밑에서 3년간 총리를 한 사람의 대선 출마가 온당한 것인지 의문을 표하는 국민도 많아 한 대행 출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66%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한 대행은 자신이 왜 출마해야 하는지부터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이재명 당선을 막기 위해서’가 유일한 이유라면 옳지 않고 이재명 당선을 막지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각에선 ‘당선돼도 개헌을 하고 조기에 퇴진할 것’이라고 하는데 오랜 정치 갈등에 지친 국민이 공감할지 불확실하다”며 “한 대행은 윤 정권의 과오를 어떻게 극복해 국민을 통합하고 안보 경제 위기를 넘어설 것인지 소상히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출마 임박’ 한덕수, 국민 설득할 명분 제시가 먼저>에서 “특히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유일한 총리로 재직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주요 실정에 대해 책임질 수밖에 없는 위치”라며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이 내란 공범이라고 공격하는데 본인이 극구 부인하니 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의대 증원, 연구개발 예산 삭감, 잼버리 관리 부실, 엑스포 유치 실패 등 큰 후유증을 낳은 윤석열 정부의 과오에 대해 그가 뭐라고 해명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 대행이 공직에 있으면서 대선 출마를 하는 것을 “사실상 관권 선거전”(1면 톱기사 제목)이라고 비판했다. 사설 <출마 임박 한 대행, 국정으로 사전선거운동 해선 안돼>에서도 “(한 대행 출마설이 나오는데) 정작 본인은 가타부타 말없이 줄타기 행각을 이어갔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좌를 누리며 대선 행보에 한뼘이라도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보겠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을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유화하고 있다”며 “이런 파렴치가 또 있었던가”라고 했다.

한 대행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협력적 협상을 통해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미 통상 협상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한겨레는 “지금은 한 대행이 막대한 국익이 걸린 협상마저 자신의 대선 행보에 이용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며 “(오는 30일 존 페일런 미 해군부 장관 접견을) 두고도 출마 명분이 필요한 한 대행이 성과를 내려 무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이재명 ‘통합·경제’ 행보 반기는 조선일보

이재명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함께 보수 인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또한 이날 SK하이닉스를 방문했고 반도체 공약도 발표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통합·경제 행보 李, 선거용 아닌 진심이길>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경제·통상 위기를 넘을 첨단 기술·산업 육성 전략을 밝히고 탄핵 사태로 인한 국민 갈등을 치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라며 “다만 이런 통합과 경제 행보가 선거용 제스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앞으로 성장·실용·통합을 앞세우고 이념과 포퓰리즘을 멀리하기 바란다”며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이 약속을 퇴임 때까지 지켰으면 한다. 그렇다면 국민 모두가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점을 고려한 주문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8일 국립현충원에 방문해 김대중, 김영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사진=민주당

진보 성향 신문도 이재명 후보의 최근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겨레는 정치면 <통합 외친 이재명, 보수 윤여준 영입하고 박태준 묘역 찾아>란 기사 부제에서 “민주 대선 후보 첫날 ‘파격 행보’”라고 표현했다. 정치면 또 다른 기사 제목은 <보수논객도 호평한 ‘후보 수락연설’ 이, 정치입문 과정 10분 직접 넣어>인데 지난 27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 대해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호평한 것을 강조했다.

지역신문들은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 후보에게 각 지역에 필요한 정책들을 주문했다. 강원일보는 사설 <이재명 후보, ‘강원 특별보상’ 구체적 대안 밝혀야>에서 “이 후보가 27일 합동연설에서 강원인들에게 ‘특별한 의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약속하며 강원도를 남북 평화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오랜 기간 접경지역 규제와 전쟁 위협으로 고통받아 온 강원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발언이지만 이러한 약속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실질적인 대안 제시가 중요하다”고 했다.

광주·전남 지역일간지인 남도일보는 사설 <李 대선 후보 선출, 공항·전남 의대 ‘기대감’>에서 “의대가 없는 유일한 광역지자체인 전남과 서남대 의대가 폐교된 전북에는 국립 의대를 설립해 공공·필수·지역의료 인력을 직접 양성하겠다고 했고 지지부진한 광주 군·민간공항 통합이전과 관련, 반드시 실현시킬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더욱 단단한 민주당이 되어 ‘원팀’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호남권 유권자들도 이에 화답해야 한다. 지역 현안 사업 해결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지역 무등일보도 사설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 수도 블랙혹을 넘어서고, 누구나의 생명이 존중받는 나라로 나아가는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전북일보는 사설 제목을 <이재명 후보 선출, 소외된 전북에 관심 가져야>로 뽑았다. 이 신문은 “(이 후보가) 흙수저에서 대선 3수에 이르기까지 그는 입지전적인 길을 걸어왔다. 특히 소외되고 억울한 사람의 편에 서고자 노력해 온 점이 높이 평가된다”며 “전북과 같이 차별을 받는 지역에도 관심을 갖고 지역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 29일자 전북일보 사설

대전일보는 사설 <누구도 확신을 못 심어준 세종 행정수도 공약>에서 이 후보가 “세종에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했지만 “대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내세운 점을 거론했다. 이 신문은 “이 기회(대선)를 통해 세종 행정수도가 공약으로만 소비되는 현실을 끝낼 마침표를 찍을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인 벽을 넘어서 진정성 있게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제주 지역신문인 제민일보는 사설 <대선 제주공약 철저한 전략 필수다>에서 “현재까지 경선 과정에서 제주 지역의 민심을 들으며 핵심 공약에 반영하는 과정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며 “제주도가 대선 공약 반영을 추진중인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이재명 후보 공약에서 제외됐고 국민의힘은 최종 후보 선출 이후에나 제주공약이 발표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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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반도체 심폐소생술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4/29 08:41
  • 수정일
    2025/04/29 08: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넥스트 대한민국] 반도체 클러스터, 반도체 특별법... 모두 접어야 산다

경제 이봉렬(solneum)

25.04.29 06:53최종 업데이트 25.04.29 06:53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은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편집자말]

2022년 6월 7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이제는 탄핵당해 내란죄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반도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아직 정계 입문을 선언하기도 전인 2021년 5월, "반도체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다"며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했고,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에 있는 반도체 팹을 찾기도 했습니다.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투자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2023년 3월, 윤 전 대통령은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자리에서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사라져 버린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의 목표

300조 원을 발표한 지 일 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4년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좀 더 큰 걸 가지고 나왔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한 민생토론회에서 윤 전 대통령은 "총 622조 원이 넘는 투자로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가 이미 추진 중이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그리고 여타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2047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을 모두 합산한 것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일자리가 3백만 개 창출될 거라고도 했습니다.

300조 원이든 622조 원이든 윤 전 대통령의 투자 발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습니다. 불과 3년 만에 세계 1위의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이 몰락하고, 30년 이상 메모리 업계 1위를 지키던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1위를 내주는 것이 현재 반도체 업계의 상황입니다. 2~3년 앞도 전망하기 힘든 반도체 업계에서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해 팹 6개를 짓겠다거나, 2047년까지 622조 원을 들여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이야기는 그때까지 우리나라가 화성에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호일 뿐입니다.

실례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33조 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라며 '비전 2030'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8% 정도였고, 고객도 다양했습니다. 파운드리 진출 초기에는 애플의 칩을 위탁 생산하기도 했고, 그 후 퀄컴, 구글 같은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300조 원 규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발표했던 2023년에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해 5월에는 스냅드래곤8 1세대 모델을 삼성전자에 맡겼던 퀄컴이 2세대 모델부터는 TSMC로 갈아탔습니다. 그 뒤를 이어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등도 삼성전자를 떠나 TSMC를 선택했고, 그 결과 2024년 4분기에는 삼성 파운드리의 시장 점유율이 8.1%까지 하락했습니다.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비전 2030' 발표 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반토막이 났습니다. (데이터 출처 : 트랜드포스)이봉렬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300조 원을 투자해 파운드리 팹 여섯 개를 지을 것이 아니라, 기존에 파운드리 팹으로 예정되어 있던 것마저 메모리 팹으로 전환하거나 건설 계획을 무기한 연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실제로 단일 팹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생산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 평택 P4 팹의 경우 파운드리용 장비 반입이 지연되고 있으며, P5 팹은 터 닦기 공사만 마친 후 추가 공사가 아예 중단된 상태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던 파운드리 팹 역시 장비 반입이 늦어지고 완공 목표도 계속 변경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은 지난해 8월 'AI 시대 팹리스 등 시스템반도체 성장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2022년 3.3%에서 2025년 2.0%, 2027년에는 1.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제품을 미리 만들어 판매하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대부분 고객의 요청에 따라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건설 중인 파운드리 팹도 중단해야 할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인 12월 26일, 국토교통부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국가산업단지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애초 2025년 1분기 정도로 예상되던 승인 일정이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오히려 더 서둘러 진행한 것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당초 목표보다 3개월이나 빨리 국가산단을 지정해서, 시스템반도체 단지 조성을 한다고 발표했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탈중국 선언으로 중국의 추격을 허용한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2020년,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그 비중이 54.2%나 됐습니다. 중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홍콩(26.1%)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80.3%가 중국으로 판매되었습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탈중국 정책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2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35.8%로 18.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홍콩을 포함해도 61.2%에 불과합니다. 대신 대만이 같은 기간 4.8%에서 20.1%로 네 배 이상 증가했고, 베트남 역시 10.3%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는 중국이었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그 비중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 자리를 중국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의 직접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1% 미만입니다. (데이터 출처 : 무역협회)이봉렬

그 기간에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하던 메모리 반도체를 자국 기업을 통해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에만 해도 D램 시장에서 0%대의 점유율로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는 1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산하는 제품군은 아직 구형 D램인 DDR4 위주이지만, 최근 최신 D램인 DDR5의 양산에도 성공하면서 한국 메모리 업체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1995년만 해도 전 세계 20여 곳에 달했던 D램 업체는 2010년 전후로 독일의 키몬다와 일본의 엘피다가 차례로 무너진 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로 재편되었고, 이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상 후발 주자의 추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세 회사가 안정적으로 영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탈중국 정책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통해 중국의 신생 D램 회사들이 시장을 흔들고 이제는 4강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AI 가속기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같은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가 아니라면, 오래전 한국 회사들이 일본 회사들을 넘어섰던 것처럼 머지않아 중국 회사들이 한국 회사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선두 업체들을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이라는 후발 주자의 맹렬한 추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 1]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잊어라

2024년 5월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모습.연합뉴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300조 원' 짜리 세계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계획부터 깔끔하게 철회하는 것입니다. 애초 계획 자체가 삼성전자의 역량이나 반도체 산업의 미래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조차 없이 세워진 것이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삼성전자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품질 문제를 모두 해결하여 추가로 반도체 팹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수도권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여전히 불가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도권에 팹을 건설하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RE100' 목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미국의 애플은 자사 공급업체들에게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IT 업계에서 RE100을 약속하지 않은 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필요한 전기를 3기의 LNG 발전소를 새로 건설하여 해결하고, 부족한 전기는 호남 지역에서 용인까지 송전선로를 설치하여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며, 호남에서 용인까지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전력 낭비는 물론 환경 파괴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호남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면 호남에 반도체 팹을 건설하면 될 일입니다. RE100을 충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판매할 곳이 없습니다.

둘째, 수도권에 공장 총량제까지 위반하며 건설하려는 반도체 클러스터는 지역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반도체 팹 건설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언론들은 전문가 분석이라며 수십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수십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효과들은 이미 과포화된 수도권이 아니라 청년들이 떠나 소멸을 걱정하는 지방에 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방에 반도체 팹을 지으면 인력 유치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건 수도권에 공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핑계일 뿐입니다. 해외 반도체 회사들을 보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이탈리아 시칠리아,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에도 반도체 팹을 짓습니다. 팹을 어디에 지어도 좋은 회사라면 필요한 인재들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울산의 자동차 회사, 여수의 화학 회사, 거제의 조선 회사에도 이미 훌륭한 인재들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 팹을 건설하더라도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 직원이 되려는 인재는 충분할 것입니다.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 2] 반도체 특별법은 필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남소연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반도체 특별법 제정 중단입니다. 4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반도체 기술 확보 및 제조 능력 확충과 관련하여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반도체 특구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치하거나 그에 따른 비용을 전액 지원하여야 하며, 반도체 특구를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요구했던 '주 52시간 예외' 조항만 빼면 기업들이 원하는 내용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늘 대립하던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지원해야 할 만큼 반도체 산업이 특별하고 중요한 산업일까요? 세제 혜택, 제정 지원, 규제 축소 등 기업의 요구를 다 들어줘서라도 발전시켜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 꼭 필요한 황금알을 낳은 거위일까요? 반도체 산업이 흥할수록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혹시 없을까요?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전기와 물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발전소를 세우고, 댐을 만들며, 송전선로를 설치하기 위해 땅을 파헤칩니다. 2021년 대만에 가뭄이 들었을 때 농업용수까지 끌어다 TSMC에 공급한 일이 우리나라 언론을 통해서는 대만의 반도체 사랑으로 포장됐지만, 현지에서는 주민들이 반도체 팹의 위해성을 파악하고 이후 추가 팹 건설 반대를 위한 시민운동을 벌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팹에서 사용되고 남은 가스나 화학 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공기 중으로 퍼지거나, 폐수가 되어 강을 오염시키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먼지 하나 없는 청정 이미지를 가진 반도체 팹이지만, 실상은 온갖 유해 물질이 사소한 실수에도 사람과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3D 작업 현장입니다.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도 심각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팹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을 때 회사는 개인 질병일 뿐 작업 환경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오랜 싸움 끝에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유해 화학 물질이 노동자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황씨 외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24시간 운영되는 반도체 팹 안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동안 유해 물질에 노출되어 질병을 얻었습니다. 규제를 풀어야 할 곳이 아니라 더 정밀한 규제가 필요한 곳이 바로 반도체 팹입니다.

반도체 특별법은 이런 곳을 두고 규제를 최소화 하겠다며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팹의 거대한 규모를 보면서 사람들은 팹 하나가 들어설 때마다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과연 그런지 확인해 볼까요? 투자액 대비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취업 유발 계수가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취업 유발 계수는 2.1로 전체 제조업 6.2의 3분의 1 수준이고, 우리나라 전 산업의 10.1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도체 산업이 다른 산업에 미치는 부가가치 유발 계수 역시 0.09에 불과하여 자동차(0.49), 선박(0.45) 등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관련 기사: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https://omn.kr/28tle)

반도체 산업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높고,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전략 자산이라는 점 정도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반도체를 자동차, 제약, 화학, 에너지, 농업, 관광 등 다른 산업과 차별을 두고 특별한 대우를 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면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산업이 있다면 오히려 그쪽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특별법은 재벌에게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하고, 세금과 비용을 감면해 주며, 환경을 비롯한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는 역할을 할 뿐 우리 사회 공동체에 주는 긍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당장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중단해야 합니다.

물론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산업을 압도할만큼 중요하거나 반도체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들을 무시해도 될만큼 절대적인 산업은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대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기존에 운영 중인 시설들의 활용에 제약을 받는다면 정부가 나서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RE100 충족을 위해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을 다시 수립하고,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중국과 일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치우친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를 시스템 반도체 쪽으로 넓혀 가고, 그 중에서도 반도체 제조가 아닌 설계 위주의 팹리스 사업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일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보다 훨씬 더 반도체 산업에 도움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재벌 회장들을 우르르 데리고 다니며 방진복 입은 채 사진이나 찍고, 수십 년에 걸친 수백조 단위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도록 강요하는 일만 하지 않아도 그 시간에 기업들은 알아서 미래를 개척할 것입니다.

차기 정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아무렇게나 뱉어낸 수백조 단위의 반도체 공사 계획도 접고, 재벌 기업의 이익에만 복무하고 말 반도체 특별법도 접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수준과 규모의 반도체 산업이 적정한지,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을 어떻게 조율할 건지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하지 않았던 수준의 고민을 새 정부는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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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재촉하는 미국, 정작 중국은 느긋

 

  • 발행 2025-04-28 16:25:36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1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대해 "두렵지 않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미국을 겨냥해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진=뉴시스

현집자주

내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당일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2월 1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예고하면서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는 오락가락하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그 주된 표적은 중국이었다. 그 와중에 트럼프가 23일 향후 2~3주 내에 중국에 대한 관세 수준을 결정할 수도 있다며 관세율 조정을 시사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미국은 현재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전날 '매우 높은 수치'라고 말한 것에서 더 나아가 “향후 2~3주”라는 구체적인 시점까지 거론한 것이다. 또 '시진핑 주석과 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제는 중국과 협력해 나갈 것'이라 말해 중국을 의식한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아직 적극적인 반응이 없다. 중국의 입장을 살펴본 알자지라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China will talk trade, but US will need to make the first move, experts say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전망을 강조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중국이 먼저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협상 전에 미국 측에 전제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145% 관세가 '상당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구체적인 세율은 중국 측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중국과 공정한 거래를 할 것'이라고 말해 양국 간 긴장 완화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국제위기그룹의 동북아시아 선임 분석가 윌리엄 양은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대치 중인 미국에게 양보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큰 중국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먼저 손을 내밀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양 분석가는 "중국은 미국이 먼저 신뢰할 만한 양보안을 내놓아 베이징이 협상장에 나와도 승리를 선언할 수 있을 때까지 현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낙관적 발언이 오히려 중국의 강경 노선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미·중 양국 관리들이 공식적인 무역 협상 개시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가 23일 자국 정부가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상 중이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튿날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허야동 상무부 대변인은 "미중 경제·무역 협상 진전에 관한 어떤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기자회견에서 잘라 말했다. 중국은 대화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필요하다면 미국과의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관세 완화 가능성에 대해 즉흥적인 발언을 계속 하며 오락가락하는 트럼프와는 달리 중국의 입장은 상무부와 외교부를 통해 일관되고 체계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홍콩대 경영대학 첸치우 금융학 교수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중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이 상황을 통제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오히려 스스로 입지를 약화시키는 발언과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관세 인하 언급은 그가 초조해하며 당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면, 중국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첸 교수는 덧붙였다.

중국은 트럼프의 무역 공세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125% 관세를 부과하고 희토류 수출 제한과 할리우드 영화 중국 내 상영 제한 등 다양한 맞대응 조치를 내놓았다.

긴장이 더 고조될 경우 중국은 펜타닐 수출 통제 같은 협력 사안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7,60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트리비움차이나의 톰 눈리스트 기술·데이터 정책 부국장은 세계 지도자들과 직접 협상하기를 선호하는 트럼프와 달리 중국은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의 만남 전에 실무급 예비회담을 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눈리스트 부국장은 "중국은 정상회담 전에 먼저 협상안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직접 접근할 경우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실패 위험도 크다. 전반적으로 미국이 공세를 취하는 쪽이고, 중국은 강력하되 확전을 피하는 방어적 대응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트럼프가 대치 국면에서 먼저 물러난 듯한 지금, 협상은 관세만이 아닌 더 폭넓은 의제를 다룰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션딩리 상하이 국제관계학자는 잠재적 양보 영역으로 ‘기술 수출 통제와 대만 문제’를 꼽았다.

시드니공대 호주-중국관계연구소 마리나 장 교수는 "중국이 세계 질서 속에서 받는 대우에 대한 오랜 불만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수도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공개적 굴욕 없는 대화, 일방적 최후통첩 배제, 그리고 네 가지 핵심 '레드라인', 즉 대만 문제, 민주주의와 인권, 중국의 정치체제, 자국의 경제발전 방식 선택권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 규제와 화웨이, SMIC 같은 중국 기술기업 제재도 의제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은 반도체, 청정에너지, 첨단제조업 같은 민감 분야의 투자 심사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 관련 긴장 완화도 중요한 요구사항이 될 것이다. 베이징은 완전한 양보보다는 고위급 인사 교류나 무기 판매 같은 영역에서 워싱턴의 도발적 행보 자제를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국제위기그룹의 양 분석가는 "중국 입장에서는 서둘러 미국과 협상하기보다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며 인내하는 전략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중국에게 이번 대치는 단순한 무역 협상을 넘어선다. 중국은 관세 공방을 앞으로 4년간 미중 관계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정권이 먼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조치를 취하길 기다릴 것이며, 그 폭에 따라 고위급 무역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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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대통령' 향한 이재명 3년의 여정, 결실 맺을까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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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4.28 19:10

  • 수정 2025.04.2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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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9대 대선 땐 이승만·박정희 참배 거부

"친일·매국 세력 아버지, 독재자에 고개 못 숙여"

2022년 20대 대선부터 '국민통합' 강조, 전환점

"대한민국 위기, 국민 힘 최대한 하나로 모아야"

윤석열 쿠데타 겪으며 통합 필요성 더 절감한 듯

계엄 이후 주요 국면마다 '탈이념‧탈진영' 강조

'보수 책사' 윤여준 영입 등 '용광로 선대위' 예고

내란 세력 단죄는 확고…"통합과 봉합은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5.4.28 [공동취재] 연합뉴스

"친일 세력을 등에 업고 편법으로 정권을 창출한 이승만 정권은 수십 년간 일제에 부역해온 자들이 경찰·군인·공무원·교수·교사 등 사회 각 부문의 요직을 장악하게 했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때부터 부를 축적해왔던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이 한통속을 이루어 '정경유착'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 친일 세력과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형성하면서 '보수'를 자처했고, 이에 맞서 그들의 정치 농단을 막으려는 세력은 자연히 '진보'로 분류되었다. 이때부터 '보수'와 '진보'의 본래 의미가 완전히 왜곡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이던 지난 2017년 2월 출간한 첫 자전적 에세이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해 서술한 대목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이 전 대통령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내야 할 친일 기득권 세력의 뿌리이자 '가짜 보수'의 원흉으로 묘사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래서 같은 해 1월 31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예비후보로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을 때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소는 참배한 반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는 외면했다. 이 후보에게 이승만‧박정희는 학살자 전두환과 동급의 독재자일 뿐이었다. 당시 그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독재·매국·학살 세력이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매국 세력의 아버지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다. 우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 묻힌다 한들 광주 학살을 자행한 그를 추모할 수 없는 것처럼, 친일·매국 세력의 아버지와 인권 침해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제20대 대선에 출마해 '국민통합 대통령'을 핵심 슬로건으로 띄우면서 그의 행보는 전환점을 맞았다.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연대해 국민 내각으로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선언한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하루 전인 그해 2월 14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도 차례로 참배했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이 후보는 이렇게 설명했다.

"5년 전 경선 당시 내 양심상 그 독재자와 한강 철교 다리를 끊고 도주한, 국민을 버린 대통령을 참배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그러나 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저의 사회적 역할도 책임감도 많이 바뀌고 커졌다. 국민의 대표가 되려면 특정 개인의 선호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2025.4.28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제 21대 대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그가 28일 첫 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자 다수 언론이 '파격 행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 후보의 '통합 대통령'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3년 전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이 후보는 이번엔 아예 순서를 바꿔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묘역을 차례로 찾았다. 취재진의 물음에 이런 답변을 내놨다.

"정치는 현실이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큰 몫이다. 가급적 지나간 얘기, 이념이나 진영 등은 잠깐 곁으로 미뤄두면 어떨까. 저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생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민 학살이라든지, 민주주의 파괴라든지, 장기독재라든지 이런 어두운 면이 분명히 있다. 또 한편으로 보면 근대화의 공도 있고, 음지만큼 양지가 있다. 다 묻어두자는 얘기가 아니다. 공과는 공과대로 평가하되 당장 급한 건 국민통합이다. (…) 대한민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제, 안보, 안전 등 모든 문제에서 위기이기 때문에 국민의 힘을 최대한 하나로 모아야 한다. 통합의 필요성과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물론 내란 세력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는 욕망을 위한 헌정질서 파괴이자 최악의 내란 행위"라며 "지금 가장 큰 과제는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좌우나 진보·보수가 있을 수 없다. 헌정 파괴 세력을 징치(懲治)하는 것뿐 아니라 정상적 민주공화정을 회복하는 데 공감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해야 한다.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라고 확신했다. 또 "앞으로 가면서 오른쪽 길로 갈지 왼쪽 길로 갈지는 일단 (추후에 살피더라도) 뒤로 가는 세력의 시도를 막는 게 우선"이라며 "거꾸로, 퇴행적으로, 반대로 길을 가는 사람들은 막아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이번 현충원 방문이 3년 전과 달랐던 건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박태준 전 총리의 묘역까지 참배했다는 점이다. 포항제철(포스코) 회장과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국무총리를 지낸 박 전 총리 묘역을 들른 배경에는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의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김 최고위원이 "이분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일종의 진보-보수 연합정권, 통합정권의 옥동자"라며 "통합의 아름다운 열매 같은 존재이니 찾아가 보자"고 이 후보에게 권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하면 정부 요직에 보수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국민통합'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특히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친위쿠데타를 겪으며 국가적 존망 차원에서 그 필요성을 더욱 뼈저리게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내란 사태로 훼손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위험 수위까지 치달은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는 한편 트럼프발 통상 압력 등 대내외적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헌정 파괴 세력'을 제외한 전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진짜 대한민국'으로 재도약시켜야 한다는 각성이다.

자신이 당선될 경우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모두 거머쥐고 독주할 거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포용적 리더십'에 의한 '정치의 복원'을 부각하기 위해서도 통합 메시지는 긴요하다. 이는 대선에서 중도‧보수층을 망라한 최대치의 득표를 달성함으로써 향후 원활한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고려가 깔린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계엄 이후 주요 국면마다 좌우 이념을 넘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을 다짐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선거운동용 파란색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2025.4.28.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겠습니다.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탈이념‧탈진영 실용 정치만이 국민통합과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자 회복과 정상화, 성장과 재도약의 동력이라 믿습니다." -

2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우리가 힘을 모으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하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됩니다. 국민과 함께 대통합의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 평화, 경제,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습니다."

-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선고 관련 입장

"지금 이 순간부터 이재명은 민주당의 후보이자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통합과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입니다.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이자 대통령의 제1과제인 국민통합의 책임을 확실하게 완수하겠습니다."

- 4월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을 좀 뒤져서 찾아봤는데,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국민을 크게 통합하는 우두머리'라는 그런 의미가 있었습니다. (…) 국민을 하나의 길로 이끌어가는 것, 국민의 에너지·역량을 최대한 결집하는 것, 이것이 대통령이 할 일일 것입니다."

- 4월 2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참석 모두발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4년 10월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4.10.30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후보의 적극적인 통합 행보는 조만간 출범할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통해 한층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미 경선 캠프 구성 때도 통합에 방점을 찍었던 그는 '보수 책사(策士)'로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30일쯤 열리는 선대위 발족식에서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윤 전 장관은 평소에도 제게 조언과 고언을 많이 해준다. 제가 조언을 많이 구하는 편"이라며 "많은 분이 계시지만 대표적 인물로 윤 전 장관께 선대위를 전체적으로 한 번 맡아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다행히 응해주셨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는 경선 경쟁자 가운데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우 현직 단체장인 탓에 합류가 불가능하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표적 비명계인 박용진 전 의원의 선대위 참여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이념·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용광로' 선대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그러나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며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유시민 작가, 도울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와의 대담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묻고, 자수하고 자백하고 협조하는 사람의 경우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충분히 책임을 묻지 못하면 어느 나라처럼 쿠데타가 6개월에 한 번씩 일어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곧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에는 "끊임없이 내란 세력의 귀환을 노리는 게 아닌가"라고 일갈한 뒤 "경계심을 갖고 내란 극복을 위해,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위해 죽을힘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엄중한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마을의 통합과 안정을 이룰 때 그 마을에서 돌아다니는 가정 파괴범까지 통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로 이 후보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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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04.28 07:34

  • 수정 2025.04.28 07:35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김경수·김동연 후보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민주당 제21대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 후보는 89.77%이라는 민주당 대선 경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받고 두 번째 대선 본선에 나서게 됐다. 28일 주요 신문들은 1면에서 일제히 이 후보의 대선 후보 확정 소식을 전했다. 신문들은 각각 이 후보 앞에 놓인 과제를 분석하고 이 후보에 대한 당부를 내놨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마지막 순회 경선에서 6·3 대선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압도적 지지율의 배경으로는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 정권교체의 선두주자인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지층의 결집력이 꼽힌다. 이 후보가 당 대표직을 연임하며 확고한 당내 지지 세력을 구축한 것도 주요 배경 중 하나로 언급된다. 이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대선 과정에서 내란 극복에 공감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다수 신문은 ‘이재명의 사람들’을 그래프로 시각화해 정리했다. 동아일보는 “이 후보의 측근 그룹은 경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때부터 호흡해 온 ‘성남-경기 라인’을 비롯해 19~20대 대선 경선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7인회’ 등 원조 친명(친이재명)계 그룹, 두 차례 민주당 대표를 거치면서 형성된 ‘신(新)친명’ 등으로 구분된다”며 분류했다. 관련해 중앙일보는 “2022년 8·28 전당대회 이후 2년6개월 동안 당을 이끌면서 이 후보의 인적 네트워크는 한층 두터워졌다”면서 “이번엔 완전히 다르다. 당 전체가 ‘이재명 캠프’라고 보면 된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재명 후보 앞에 놓인 과제는 뭘까. 한겨레는 최대 과제가 ‘리스크 관리’라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기사 <본선행 티켓 쥔 이재명, 선거법·화술 리스크 극복 과제>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이 후보에게 덧씌워진 ‘강성 지도자’ 이미지, 양날의 검에 가까운 이재명식 ‘화술 리스크’”를 이 후보의 리스크로 꼽았다.

경향신문은 당내 통합 강화, 정책 신뢰성 제고, 설화 리스크 관리를 과제로 꼽았다. 경향신문은 “경선 흥행에 영향을 준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전 의원의 불참 배경은 이 후보 중심의 당 ‘일극체제’란 지적이 있다. 이때문에 이 후보가 경선에서 보여준 압도적 지지율이 본선에서는 걸림돌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며 “이 후보가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하지만 진정성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은 여전하다”고도 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이 후보가 당선되면 견제 세력이 없을 거라고 우려하는 기사를 내놨다. 1면 기사 <이재명, 87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에서는 “90%에 육박하는 경선 득표율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고 득표율”이라며 “정치권에선 ‘이 후보가 역대 어떤 대선 후보보다 강력하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했다. 아울러 기사 <당선 땐 행정·입법 ‘무소불위’…2028년 총선까지 견제 세력 없어>에서는 “만약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당선돼 행정권과 입법권을 동시에 틀어쥐게 되면 직선제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이번 대선 경선 득표율은 이 후보가 당을 완전히 장악한 결과”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70석 민주당은 그동안 논란이 큰 상법 개정안,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 왔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통해 ‘민주당 마음대로’ 법안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며 “그러나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입법부 견제 수단은 사실상 사라진다. 법안 처리의 ‘길목’ 역할을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는 통상 원내 2당이 맡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2028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일방 독주 우려 불식 위한 구체적 국정 운영 방안 제시해야”

조선일보는 사설과 칼럼을 통해서도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지난 총선 때 ‘비명횡사’ 공천으로 이 후보를 견제할 세력이 사라졌고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1인 정당’이 됐다”며 “지지율이 앞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입법 권력과 행정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이 후보는 최근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며 연일 친기업·친시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는 지난 3년간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법을 쏟아냈다. 무엇이 이 후보의 진심인지 의구심을 갖는 국민에게 어떻게 신뢰감을 줄지 숙제로 남게 됐다”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형사 재판이 어떻게 되는지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전상인 서울대 명예교수는 朝鮮칼럼 <놀기 좋아하는 대한민국이 만든 ‘嫌勞 사회’>에서 “한때 국민 모두 피땀 흘려 일했던 나라를 지금처럼 놀기 좋아하고 공짜 좋아하는 사회로 만든 데는 평등과 분배 가치를 앞세워 왔던 민주당 쪽 책임이 지대하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재명 경선 후보는 갑자기 경제성장론”이라며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느니, 국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느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느니 하며 평소와 다른 말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우측 깜빡이’를 켠다고 온 나라가 경제성장을 위해 과연 다시 뛸 수 있을까”라고 했다. 또 “우리 사회가 다시 성장을 이야기하려면 무엇보다 지도자 스스로 근면과 성실, 그리고 정직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 후보가 일방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체적 국정 운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후보는 최근 기업 중심 성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기업 경영을 옥죌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상충하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측면이 있다”며 중도보수를 강조하고 실용주의 행보를 보여 온 맥락이 구체적 공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역시 ‘우클릭 진정성’을 언급하며 신뢰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또 “이 후보의 실용주의 약속과는 달리 ‘이념 편향’ 정책이 폭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언급하며 “이를 불식하려면 이 후보는 분권형 개헌안부터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시기를 약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담보할 구체적 방법도 내놓길 바란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이 후보가 대선에서 내란 극복·국민 통합·민생 회복이라는 과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 내 ‘비명’을 포용하고, 다른 야당과의 연합정치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치 복원과 협치 제도화를 위한 개헌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고 이행을 확약해야 한다”며 “내란을 몸으로 막아낸 광장 시민의 정치·사회적 요구 또한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후보에게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 기본 노선이 주어져 있다”며 “여기에 더해 내란 극복 소임을 이 후보에게 위탁한 진보적 지지자들의 차별 해소, 정의·평등과 같은 가치 또한 반영해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강력한 확장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다양한 의견을 아우르고, 당 밖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모든 세력과 시민사회의 힘을 모아 반내란·헌정수호 연대를 넓혀야 한다”며 “‘실용주의를 통한 성장·회복’이라는 비전을 제시한 이 후보는 이(경제 위기)를 돌파해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들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이 후보 싱크탱크로 알려진 ‘성장과 통합’의 해체 논란에서 불거진 정책 혼선이나 권한 다툼이 노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한덕수 대행 불러내기’ 급급…한심하고 딱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일제히 강조했다. 한 대행은 이르면 30일 사퇴 후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3 대선의 공직자 사퇴 기한은 5월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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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전통의 보수정당 대선 후보가 되겠다면서 당 경선은 제쳐두고 이처럼 ‘한 대행 불러내기’에 급급하니 한심하고 딱하다”며 “국민의힘이 원칙 없이 단일화에 목을 매니 가타부타 없이 연일 대선 행보를 이어가는 한 대행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그런 선거공학이 당 경선을 예선으로 격하시키고 본인을 ‘무능 후보’로 깎아내리는 것임을 모르는가”라며 “2차 경선 토론 자체도 자질과 정책, 비전은 실종되고 ‘깐족댄다’ ‘코박홍(코 박고 아부)’ 등 후보들 간 깎아내리기 경쟁으로 전개되면서 유권자를 실망시켰다”고 지적했다.

정용관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정용관 칼럼’ <길 잃은 셰임 보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탄핵 인용 후 그저 한덕수 차출, 그와의 단일화 이벤트 등 ‘택틱(tactics)’이 사실상 대선 전략의 전부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정 논설실장은 한 대행 출마론에 대해서도 “지난주 갤럽에 따르면 한 대행 지지율은 ‘뚜렷한 차별점’을 보이지 않았다”며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내기도 힘들 뿐 아니라 설령 만들어 낸다 해도 폭발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여론 지형이 정권 교체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반이재명 연대’만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투표장에 끌어내 오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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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 시원해서 좋다? 고개가 숙여지는 이유

*민언련칼럼은?

<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5년 4월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인사하는 모습과 2017년 5월 23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단

4월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하는 장면을 중계방송으로 지켜봤다. 솔직히 반성과 사과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기나긴 망상에서 깨어나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고야만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화면 속 그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장군처럼 손을 치켜들며 지지자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소름끼치게도. 군경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침탈하고,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 신임을 배반한 자가 끝내 관저에서 쫓겨나는 와중에도 "다 이기고 돌아왔다"며 으스댈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과거 호송차를 타고 구속 수감되던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은 며칠 사이 십수 년을 늙어버린 듯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대의 뒤안길로 쫓겨나는 철 지난 권위주의의 유령 같은 모습이었다. 반면 지금 윤석열의 행태는... 그가 말하는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란은 실패로 끝났지만 윤석열은 기어이 대한민국 사회에 극단주의와 반지성주의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불법 계엄에 동조하거나 방조한 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 정부 곳곳의 요직을 그대로 꿰차고 있다. 분열과 혼란의 시대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희가 기록 안 하면 누가 하나요?"

윤석열 정권 3년은 언론 종사자로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았고, 공영방송은 침략당했다. TBS가, KBS가, YTN이 차례로 무너졌다. 비판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입틀막'의 표적이 되었고, 방통위와 방심위, 검찰은 사냥개처럼 주인의 손짓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기자들을 물어뜯었다.

기성 언론이 움츠러든 빈자리를 차지한 극우 매체들은 경쟁하듯 극단의 언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언론 장악은 거의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지록위마의 고사처럼,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해도 아무도 반박하지 못했다. 윤석열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언론들이 우호적 스피커 노릇을 해줄 거라는 오만함으로 계엄을 선포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언론은 이미 계엄 치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윤석열은 그 오만함의 대가를 치렀다. 대통령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무장한 특전사 대원들이 국회 창문을 깨고 난입했을 때 이를 옹호한 언론은 거의 전무했다.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평소 통했던 것처럼 '달 그림자' 운운하며 아무 일 없었다고 모든 것을 부인했지만, 이번엔 차마 이 뻔뻔한 수작을 받아줄 만큼 비위 좋은 매체는 많지 않았다. 그날 밤 국회를 지킨 시민들이 있었고, 생전 처음 겪는 계엄 속에서도 카메라를 내리지 않은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을 취재하다 계엄군에게 위협당하자 MBC 전인제 영상기자가 던졌던 한 마디를 기억한다. "저희가 기록 안 하면 누가 하나요?"

이들의 분투 덕분에 우리 모두가 범죄 현장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었다. 전 국민이 내란의 목격자가 되어주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은 지금과 180도 다른 모습이 되어버렸을지 모른다. 정직한 현장의 기록은 백 마디 주장을 압도하고, 거짓말과 궤변을 정면으로 깨부쉈다. 윤석열이 불러온 분열과 혼란이 그가 그토록 파괴하려 애썼던 공공 미디어의 사회적 효용을 국민들에게 일깨워준 셈이다. 지난 120일, 우리는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침묵하지 말아야 할 때 침묵했는지 선명하게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다. 내란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얻은 소득이다.

뉴스의 원칙 온전히 지키지 못해

2025년 4월 4일 자 MBC <뉴스데스크> 첫 리포트 화면 갈무리 ⓒ MBC

12·3 계엄과 이후 벌어진 일들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충격을 주었다. 언제나 시스템 뒤에 숨어 작용하던 국가 폭력이 노골적으로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까지 어느 하나 상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기자의 섣부른 판단과 단정을 배제하고 사안의 양면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시청자의 현명한 판단을 돕는다는 통상적인 보도 관행이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해서 전개됐다.

그래서 계엄 선포 이후 MBC 뉴스룸은 전쟁터가 됐다. 상식과 비상식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균형 보도'할 방법을 찾지 못한 우리는 투사처럼 내란 세력과 '싸웠다'. 우리 뉴스는 평소보다 더 감정적이었고, 때론 평소보다 거친 표현을 쓰기도 했다. '요즘 MBC뉴스는 시원해서 좋다'는 시청자의 칭찬에 뿌듯하기보다 고개가 숙여지는 것은 조금 답답하고 미련해 보이더라도 주장이나 감정보다 사실을 담자는 뉴스의 원칙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장은 넘쳐나고 진실이 희귀한 시대다. 준엄한 꾸짖음 한 줄을 지우고, 한 땀 더 취재한 사실로 그 자리를 채웠다면 좋았을 것이다. 내란 사태를 보도한 한 사람의 기자로서 반성하는 부분이다. 당장 코 앞에 놓인 대통령 선거 일정이 걱정이다. 부디 우리가 내란 동조 세력과 맞서는 투사가 아니라 균형 잡힌 기사를 쓰는 기자 노릇만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최근 강연에서 재판할 때 국민 정서나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야만이 지배할 때 다수의 의견이 기준일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어느 경우에나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내가 내린 결정을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분별력, 경청, 그리고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단 법관뿐 아니라 앞으로도 한동안 야만의 시대를 헤쳐가야 할 언론인들이 새겨야 할 금언이라고 생각한다. 반성 없는 힘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는지 모두가 보았다. 우리가 당당히 불의에 맞설 용기뿐 아니라 책임감을 느끼고 자신을 성찰할 용기를 갖길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보도민실위 간사입니다. 이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https://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MBC#윤석열#계엄#내란#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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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돌연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한 이유

  • 기자명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5.04.27 22:43
  •  
  •  댓글 0
 
 

NCND 전략을 택했던 이유
돌연 공식 인정을 택한 이유
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이유

▲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이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쿠르스크주 해방과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 크렘린궁

러시아가 26일 처음으로 북한군(조선인민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공식 인정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 탈환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보고하며, 북한군의 용맹함과 희생을 공개적으로 찬양했다.

그동안 북한군 파병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NCND)' 전략을 고수하던 러시아가 돌연 입장을 바꾼 데는,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러시아의 전략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CND 전략을 택했던 이유

러시아가 과거 북한군 파병 여부를 함구했던 데에는 여러 현실적 이유가 있었다.

첫째,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할 경우, 미국과 나토(NATO)가 이를 빌미로 삼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할 위험이 있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확전을 유도하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였다.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 전투기, 공격 드론 등을 지원하며 군사적 수위를 높여왔고, 이런 상황에서 북한군 참전이 공식화될 경우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조선 군사동맹'을 명분으로 삼아 전면 개입을 시도할 수 있었다.

둘째, 북한군 참전이 공식화되면 한국 내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파병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24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을 공격해 피해를 발생시키고, 이를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신원식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에게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이 사건은 북한군 파병 문제가 한국 내 강경 여론을 부추기고, 무기 지원은 물론 파병론까지 촉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드러냈다.

셋째, 한국군이 실제로 파병될 경우, 해외 전장에서 남북한 군대가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는 곧 한반도에서의 전면전 위험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러시아와 북 모두가 꺼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로 러시아는 그동안 북한군 문제를 의도적으로 '회색지대'에 머물게 했던 것이다.

돌연 공식 인정을 택한 이유

2025년, 국제정세는 급변했다.

바이든 정부가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러시아와 협상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종전 협상 대가로 우크라이나 희토류 확보를 요구하며, 협상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유럽 주요국들은 트럼프의 종전 협상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쟁 지속을 고집하고 있다. 독일·프랑스·폴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는 'Weimar+'(바이마르 플러스: 유럽 주요국 중심의 외교협의체)를 결성해 트럼프의 종전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한 것은 단순한 사실 고백이 아니다.

러시아는 "유럽이 전쟁을 고집한다면, 북과 함께 전선을 확장할 것이며, 이는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라는 경고를 명확히 함으로써 국제사회에 평화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이유

북이 러시아를 도우러 간 정확한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 방어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러시아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북한군의 참전은 2024년 12월 4일 발효된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제4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조약 제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될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각국 국내법에 따라 즉각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주를 공격한 상황을 '러시아 영토에 대한 무력 침공'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북은 조약상의 의무 이행 차원에서 군사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러시아와 조선 인민 간 전투적 형제애의 영광스러운 연대기에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쿠르스크주에서 우리 군인, 장교들과 같은 참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며, 적 침략자들로부터 러시아 땅을 해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도 즉각 이 사실을 공유하며 북한군의 공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이처럼 북의 참전은 단순한 우방 지원이 아니라, 공식 조약에 근거한 군사적 대응이었다.

북러 양국의 관계가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요컨대 러시아가 돌연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한 것은 단순한 전술적 판단이 아니다. 이는 종전 협상을 막으려는 유럽의 움직임에 대한 경고이며, 북러 관계 강화, 세계적 확전 방지, 한반도 전쟁 억제라는 복합적 전략의 결과다.

국제정세는 이제 단일 전선이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다층적 외교·군사전으로 넘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이번 움직임은 그러한 시대 변화를 상징하는 신호탄이다.

 강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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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삼수' 이재명, '내란척결·국민통합' 쌍끌이 전략 통할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4/28 07:56
  • 수정일
    2025/04/28 07: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념과 감정은 사소하고 구차한 일"…중도보수 외연 확장에 무게추

89.77%라는 전례 없는 대선후보 경선 득표율을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정권 탈환과 내란 청산을 내걸고 6.3 대선 본선에 진출했다. 2017년, 2022년 대선에 이은 그의 세 번째 대선 도전이다.

 

본선에 처음 진출했던 2022년 대선을 되새기며 자신을 "패배의 책임자"라고 몸을 낮춘 이 후보는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통합을 중점에 둔 집권 청사진을 밝히며 "준비된 대선후보"라고 했다.

 

경선 과정에서 김동연, 김경수 후보와의 네거티브 갈등이 전면화되지 않은 만큼, 당내 분란은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후보가 거둔 90%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득표율은 대세론의 증표이면서 이재명 '일극 체제'를 반영하는 양면이라는 평가다.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대통령과 여당의 수직계열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 후보가 수락연설에서 "김동연의 비전이 이재명의 비전이고, 김경수의 꿈이 이재명의 꿈"이라며 "더욱 단단한 민주당이 돼 원팀 승리"를 강조한 대목은 당안팎의 분열 요소를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에 경쟁자였던 김동연 후보는 "4기 민주정부의 성공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겠다"고, 김경수 후보는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해 내 선거처럼 뛰겠다"고 협조를 다짐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를 부각했던 과거 대선 캠페인과 달리 이 후보가 이번 대선에선 탈이념 실용주의로 방향을 전환한 점도 눈에 띈다. 경선 단계부터 중도 확장성에 방점을 두고 사실상 본선 기반을 다져온 것이다.

 

이 후보는 "어떤 사상과 이념도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며 "더이상 과거에 얽매여서, 이념과 사상 진영에 얽매여서 분열과 갈등을 반복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진행 중인 국제질서 변화를 언급하며 "우리 안의 이념이나 감정, 이런 것들은 사소하고도 구차한 일 아니냐"고 했다.

 

또 "대통령의 제1 과제인 국민통합의 책임을 확실하게 완수하겠다"며 "공존과 소통의 가치를 복원하고,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되살리는 것이 내란이 파괴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의 '반(反) 이재명' 결집론에 맞서 통상 위기 등 국가적 과제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국민 통합론을 선점하려는 행보다. 다만 내란 극복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개헌에 소극적인 그는 보수 정당과의 협치를 제도화할 만한 구상을 밝히지는 않았다.

 

또한 "성장 회복이 국민 통합"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고루 나누는 것이 양극화를 완화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중도보수층을 의힉한 성장론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조달에 필수적인 증세 요구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내란 세력과 탄핵 정부 심판론이 뒷받침하고, 보수진영 후보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확연한 이 후보에게 가장 큰 변수는 완전히 소멸하지 않은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특히 대법원이 최근 심리에 속도를 붙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선 전에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직접 양형하는 파기자판할 가능성이 낮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에도 부담이 적지 않아 사법 리스크가 대선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수도권·강원·제주 경선 및 최종 후보자 선출 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김경수·김동연 후보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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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악마화해온 조선일보와 손잡은 노동운동가

이득우 언소주 정책위원ㆍ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장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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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일 위한 투항인가 망상 탓인가

민족배반 민주훼손 방씨조선일보의 칼럼 생산 구조를 잘 알지 못한다. 외부 필진이 쓰는 글이 방씨조선일보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한술 더 뜨는 것을 눈여겨본 정도다. 방씨조선일보에서 일하는 이들을 언론인이라기보다 종업원이라고 생각한다. 외부 기고자들이 외주를 맡은 준 종업원은 아닌지 생각해 본 적도 있다. ‘본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님을 밝힙니다’라는 핑계도 찾아보기 어렵다. 서로 짬짜미를 했으리라 생각하며 읽는다.

4월 26일에 ‘노동운동가는 왜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게 됐나’라는 다소 이색적인 제목이 눈에 띄었다. 글의 앞과 뒤에 빠지지 않게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이라고 밝힌 한석호라는 사람이 쓴 글이다. 노동자와 노동운동가가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다. 노동하면서 자신들의 일상을 글로 써서 알리는 사람을 굳이 노동운동가라고 한다면 궁금한 바는 없지만 그런 분들이 스스로 노동운동가라고 자칭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러니 한석호 씨는 처음부터 노동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직업 운동가라는 생각이 든다. 노동운동가인 자신이 방씨조선일보에 글을 쓰는 것이 대단하다는 자세도 호기롭다.

 

평소 방씨조선일보를 독극물이라 생각하고 해독하기 위해 꾸준히 모니터링해오는 내게도 일단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한 씨 스스로 밝힌 대로 자신이 노동운동가였다면 방씨조선일보가 얼마나 악랄하게 노동 문제를 다뤄왔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한 씨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왔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먹던 물에 침을 뱉을지언정 그렇게도 민주노총이나 노동자들을 악마 취급하는 방씨조선일보와 손을 잡은 절실한 이유는 찾을 수 없다. 자신의 안일을 위해 투항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정확히 1년 전인 2024년 4월 26일 방씨조선일보의 김윤덕 씨가 ‘"전태일을 진영에 가두지 말라"는 한석호의 절규’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다. 당시 김 씨는 ‘낮은 곳의 노동 품은 전태일, 진영·매체 가리지 않아… 백의종군하며 이어갈 것’이라며 한 씨의 ‘절규’를 전했다. 한 씨가 하필 반노동의 선봉인 방씨조선일보와 함께 하게 된 이유를 친절하게 풀어썼다. ‘노동의 이중구조 문제에 보수도 따뜻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까지 절규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는 고위 공무원을 상상하며 대학교에 입학했단다. 솔직한 고백으로 읽힌다. 김윤덕 씨에 따르면 ‘한석호는 민노총 위원장도 될 수 있었던 인물이다. 거대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하청 근로자와 영세 상공인들의 고통을 눈감고 외면했다면 그는 투사의 훈장을 달고 지금쯤 국회의원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 김 씨의 추측인지 한 씨가 말한 내용인지는 확인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하청 근로자와 영세 상공인들의 고통을 눈감고 외면했다면’이라는 대목에서 저들의 저의가 읽힌다. 그렇게만 됐다면 한 씨는 꿈을 이루고 제 발로 방씨조선일보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

 

한 씨의 주장은 거침이 없다. 차라리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투항한 자가 적들이 요구하는 대로 함부로 지껄이거나 받아썼다면 위안이 될 듯한 내용이다. 그는 ‘노동운동 목표는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공산주의 평등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마르크스, 레닌, 김일성 등의 영향이었다.’고 썼다. 노동운동에 앞장서지는 못했지만 노동자의 삶이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응원했던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한씨가 솔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조차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방씨조선일보가 노동자나 노동운동을 악마화한 것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한씨가 진단한 대한민국 노동계의 문제점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기업의 생산성과 노동자의 일자리와 사회 통합 등 대한민국 성장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 얘기를 하고 싶어 조선일보 칼럼을 시작한단다. 조선일보 독자들의 많은 격려와 애정 어린 비판을 바란다는 말도 덧붙인다. 방씨조선일보 독자들의 구미에 딱 맞아떨어질 듯하다. 하지만 한씨의 진단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잘못된 진단과 치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과거에는 이른바 귀순 병사들이 대남 방송에 등장하여 심리전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함께 했던 이들의 아픈 곳을 가장 잘 알기에 그들을 흔들어 놓기에는 최적임자라고 생각했으리라. 한솥밥을 먹던 동지들에게도 매몰찬 비판을 가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가혹한 자리다. 게다가 반대편의 눈에 들기 위해선 얼토당토않은 거짓말까지 늘어놓아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될 수 있으니 문제다.

 

김윤덕 씨가 쓴 칼럼에 쓴 내용이다. ‘전화기 너머 한석호는 씩씩했다. “백의종군하려고요. 이제 겨우 한 걸음 뗀 거 끝장을 봐야죠. 말했잖아요. 나란 놈은 도무지 꺾이지 않는 유형이라고, 하하하!”’ 문득 망상적 사고로 가득한 내란 수괴 윤석열의 모습이 겹치는 까닭은 단순한 내란 트라우마 때문일까? 더구나 언론계 내란 수괴로 지목되는 방씨조선일보와 한 씨가 한편이 되었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그리하여 다시 방씨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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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이 되기 전에 고용승계”...옵티칼 고공농성 찾은 희망버스

고공농성 노동자들 “연대는 기적을 만드는 힘”...연대 호소

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지회 노동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500일 가까이 고공농성을 진행 중인 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희망버스가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을 찾았다. 희망버스에 참가한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고공농성 500일이 오기 전에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승계로 가는 옵티칼 희망버스 기획단',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6일 오후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희망버스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12개 지역에서 20여대 버스를 타고 온 1천여명(주최측 추산)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앞서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인 박정혜 옵티칼지회 수석부지회장, 소현숙 조직부장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지난해 1월 8일 한국옵티칼 공장 건물 옥상에 올라 이날로 475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계 다국적 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로, 지난 2003년 구미4국가산단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해 각종 세제지원 혜택 등을 받아왔다. 그러다 지난 2022년 10월 공장에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 뒤 공장 청산을 통보했다.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에서 생산하던 LCD 편광필름 물량을 또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옮겨 생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구미의 한국옵티칼 노동자의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금속노조 옵티칼지회는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두 사람의 고공농성이 500일을 맞기 전에 니토덴코의 고용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는 5월 21일이면 옵티칼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500일을 맞이하게 된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한국옵티칼 본사인 니토덴코를 향해 "너희는 화재를 핑계로 모든 걸 다 버리고 갔다. 한순간에 쓸모없어지고 버려진 것들 가운데 우리 청춘이 있고 삶이 있고 노동이 있다"면서 "너희는 우릴 너무 간단하게 버렸지만, 우리마저 우릴 버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475일 세상에 모든 것들과 사투를 했다"면서 "너희의 탐욕보다 소중한 건 우리의 자존이다. 너희의 이윤보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고공의 동지들이 땅을 딛는 날까지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니코덴코는 평택 공장에서 80명의 노동자를 다시 뽑았다"면서 "그럼에도 한국옵티칼 7명의 동지들을 고용승계를 못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는 노조에 대한 혐오"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한 명의 조합원도 포기하지 않겠다. 고용승계가 되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박근혜를 몰아냈지만 노동자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우리의 후회와 평가를 다시 하지 말자고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 과정에서 결의했다"며 "고공과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그 첫 출발"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120만 조합원들의 뜻과 의지를 모아서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나서자"고 강조했다.
 
26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열린 희망버스 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연대 호소한 고공농성 노동자들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연대해 달라"


이날 집회에는 한국옵티칼 노동자 외에 다른 곳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도 연대를 호소했다.

서울 세종호텔 앞 도로 구조물에서 이날로 73일간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영상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이대로는 살 수 없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민주노총이 모아서 투쟁에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곧 새롭게 들어설 정권에 또다시 경제 위기를 들먹이며 반복적인 반노동 행태를 보이기 전에 조직, 노동의 힘으로 온전한 노동 3권 쟁취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조직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한화 본사 앞 철탑에서 43일째 고공농성 중인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도 영상을 통해 "민주노총 120만 동지들이 함께한다면 박정혜, 소현숙 동지를 반드시 땅을 밟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100만이 모여 윤석열을 끌어내렸다.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이 나선다면 비정규직 철폐도 가능하다"고 연대를 강조했다.

고공농성 중인 옵티칼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연대에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연대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동지들 덕분에 우리가 버틸 수 있었고 진실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다"면서 "연대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걸 이 고공에서 매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싸움은 결코 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노동자의 존엄,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우리의 싸움이며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 투쟁을 반드시 승리로 마무리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소현숙 조직부장도 "니토덴코와의 투쟁은 동지들의 연대가 아니었다면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옵티칼 노동자는 아직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희망이 존재하는 한 동지들과 함께 같이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동지들과 함께 희망을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현한 옵티칼지회 지회장은 "우리 7명의 고용승계 투쟁은 이제 동지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투쟁"이라며 "함께 싸워서 반드시 500일이 되기 전에 현장으로 돌아가는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투쟁이 지속된다면 500일 이후의 투쟁은 실제로 교섭 테이블이 열리는 투쟁으로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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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초반 뒤섞이던 연호, "이재명!"으로...호남서도 88%

이재명(왼쪽부터), 김경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5.4.26 [공동취재]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대 승부처인 호남권 경선 역시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체 권리당원 3분의 1을 차지하는 민주당의 텃밭인 이곳에서 이 예비후보는 88.69%를 얻으며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의 입지를 굳혀갔다.

이 예비후보는 충청과 영남에 이어 호남권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큰 기대와 책임을 부여해 주셨다"라며 몸을 낮췄다. 경선 누적 득표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김경수·김동연 예비후보는 "모두가 하나 되는 경선 문화"(김경수),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려야 한다"(김동연)라며 경선 마지막까지 통합 이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호남민들이 기대와 책임 부여"

김경수 "당선가능한 후보라는 뜻 반영"

김동연 "선거 승리 뒤에도 연합정부로"

이 예비후보는 26일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차 합동연설회에서 권리당원·전국대의원 투표 결과 총 17만 8090표(88.69%)를 얻었다. 충청·영남권 경선까지 89.56%이던 누적 득표율은 89.04%로 소폭 낮아졌다. 김경수 예비후보는 7830표(3.90%, 누적 득표율 4.42%), 김동연 예비후보는 14889표(7.41%, 누적 득표율 6.54%)를 기록했다. 줄곧 한 자릿수에 그치던 두 예비후보의 득표율은 이날 호남에서도 두 자릿수로 올라가지 못했다.

다만 앞선 지역 경선에 비해 투표율은 저조했다. 호남권 투표율은 53.67%로 앞선 충청권(57.87%)과 영남권(70.88%)보다 낮았다. 충청·영남권 경선까지 64.11%이던 누적 투표율도 57.49%로 낮아졌다.

이 예비후보는 이날 호남권 경선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이 매우 나쁘고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호남민들께서 더 큰 기대와 책임을 부여해 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앞선 경선 지역들에 비해 낮은 호남권 투표율과 관련해선 "여기 당원 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투표율이 좀 낮을 수도 있다. 절대 당원 수와 투표자 수는 더 늘어났기 때문에 그걸 좀 더 살펴 주시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김경수·김동연 후보는 마지막까지 선전을 다짐했다. 김경수 예비후보는 이날 투표 결과에 대해 "호남분들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 교체를 해내야겠다는 열망이 강하다"라며 "호남 지역민들이 계엄과 내란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당선 가능한 후보를 중심으로 이번 대선을 치르자는 뜻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경선이 끝난 뒤엔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반드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하나 되는 경선 문화를 남기고 만들어가는 것이 민주정당의 기본이자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동연 예비후보는 호남권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당원 동지 여러분께서 결정해 주신 것을 겸허하고 의연하게 수용한다"라며 "국민 여론조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을 언급하며 "분열과 배제의 언어와 결별하자"라고 밝힌 배경에 대해선 "민주당이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려야 더 큰 민주당이 될 수 있고 정권교체 이상의 교체를 만들 수 있다"라며 "대통령 한 명이 바뀌고 집권 여당이 바뀐다고 나라가 바뀌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이긴 뒤에도 민주당만이 아니라 더 많은 뜻을 같이하는 정치세력과 시민단체까지 포함하는 연합정부로 가야 사회 갈등과 정치 갈등을 끝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충청권(19일), 영남권(20일), 호남권(26일)과 오는 수도권·강원·제주(27일)를 거쳐 순회 경선 마지막 날인 27일 대선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권리당원 투표(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50%)를 병행해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국민참여경선 방식이다.

[1신: 26일 오후 4시]

"이재명!"과 "김경수!"와 "김동연!"이 뒤섞였다가, 다시 "이재명!"이 울려퍼진 광주였다. 2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호남권 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재명·김경수·김동연 대선 예비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이재명!"으로만 기울지 않았다. 다만 세 예비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다시 "이재명!"을 외치는 목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세 번째 순회 경선 지역인 호남은 전국 권리당원 3분의 1이 몰려 있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다. 호남 민심의 향배에 따라 '구대명(90%대 득표율 대선 후보 이재명)' 실현 여부와 남은 수도권 경선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세 예비후보도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막판 경쟁에 나섰다.

이재명 "70년 민주당 역사의 위대한 호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4.26 [공동취재] ⓒ 연합뉴스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입구는 '지금은 이재명'과 '민주당답게 김동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지지자 수십 명으로 가득했다. 순회 경선에 참여한 연인원은 5000명이었다(주최 쪽 집계). 합동연설회를 앞두고 센터에 도착한 이 예비후보가 다목적홀 옆 VIP실로 입장하자 지지자들은 이 예비후보 주변으로 모여들며 "이재명!"을 연호했다.

장외전도 달아올랐다. 이날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는 여수·순천·나주 등지에서 모인 호남권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깃발을 흔들며 세 예비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입구 옆엔 김경수·김동연 예비후보의 이름을 건 부스가 차려져 있었다. '더명(이재명 지지 모임)'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응원하는 이들도 보였다.

세 예비후보의 연설은 지난 경선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예비후보는 호남이 민주당의 뿌리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며 '김대중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70년 민주당 역사에서 위대한 호남은 때로는 포근한 어머니처럼, 때로는 회초리를 든 엄한 선생님처럼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만들어왔다"라며 "김대중이 걸었던 길이 민주당의 길이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미래"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포함한 호남권 공약도 발표했다. 이 예비후보는 "빛고을 광주는 인공지능 경쟁을 주도할 AI 중심 도시로 확고히 자리할 것"이라며 "전남북은 사통팔달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RE100 산단이 어우러진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설 내내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김경수 "면목 없는 호남 사위, 지역주의 넘겠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4.26 [공동취재] ⓒ 연합뉴스

김경수 예비후보는 배우자의 고향이 전남 신안인 점을 언급하며 "호남의 사위"라고 연설의 포문을 열었다. 김 예비후보는 "호남의 사위라고 인사를 드렸지만 면목이 없다"라며 "지난 수십 년간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변함이 없었지만 지역 발전에 대한 약속은 아직도 기약이 없다"라고 호남 홀대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김 예비후보의 말에 "각성하라!", "맞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민주당의 험지 영남에서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왔다"라며 "대한민국에 다시 한번 호남 출신 대통령도 나올 수 있는 지역주의 없는 나라를 향해 힘차게 걸어가려 한다. 지긋지긋한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 위태위태한 지역소멸의 강을 건너가겠다"라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예비후보는 "5·18 내란에 대한 단죄가 있었기에 계엄과 내란을 극복할 수 있었다. 광주가 다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했다. 우리는 또 한 번 광주에 빚을 졌다"라며 "헌법 전문에 새겨진 광주 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도 굳건히 지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친명, 비명, 수박과 결별하자"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대선 경선 후보가 26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호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4.26 [공동취재] ⓒ 연합뉴스

"당당한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김동연 예비후보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책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를 언급하며 "12·3 내란이 일어나자 국민 모두는 1980년 5월 시민군이 되고 주먹밥을 뭉치는 어머니가 됐다. 15살 소년 동호의 장례식을 형형색색 응원봉으로 밝고 빛나게 꽃이 피게 치렀다"라며 호남 당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김 예비후보는 이어 "오늘 이 순간부터 '친명'이니 '비명'이니 '수박'이니 하는 분열과 배제의 언어와 결별하자. 민주당의 이재명, 민주당의 김경수, 민주당의 김동연이다. 모든 당원의 민주당, 모든 국민의 민주당이 돼야 한다"라며 통합 이미지를 강조했다.

세 예비후보는 호남 민심 공략에 공을 들여왔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이날 경선을 하루 앞둔 25일 전남 나주를 방문해 농업과학기술진흥 간담회를 가졌다. 앞서 24일 김경수 예비후보는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했고, 김동연 예비후보는 전남 장성군 황룡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19일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88.1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로 올라섰고, 20일 영남권 경선에서 득표율 90.81%로 뚜렷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누적 득표율 89.56%). 김경수 예비후보와 김동연 예비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각각 5.17%, 5.27%로 한 자릿수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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