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업체 PNR에 미수금을 김건희 여사에게 받아서 변제하겠다는 약속이 담긴 각서. (두 사람의 지장 부분은 흐림 처리) ⓒ더불어민주당 제공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 업체인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대선 이후 김건희에게 돈을 받아 미수금을 모두 변제한다”는 내용이 담긴 각서를 더불어민주당이 1일 공개했다.
이날 민주당이 공개한 각서는 2022년 7월31에 작성된 것으로, 미래한국연구소가 PNR에 2022년 12월 31일까지 미수금 6160만원 변제를 약속하며 변제가 안 될 경우 PNR이 미래한국을 사기 혐의로 고소 고발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돼 있다.
각서에는 “미래한국(연구소)에서는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에게 돈을 받을 게 있으며, 대선 중이라서 받는 게 어려우니 대선 이후 김건희에게 돈을 받아 미수금을 모두 변제한다고 약속하며 해당 금액 6215만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미수금’에 대해 민주당이 설명한 경위는 이렇다.
PNR은 명씨가 소개해 2021년 말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의 국가혁명당 홍보 ARS 사업을 했는데, 영업대행 비용 즉 ‘소개비’를 미래한국연구소에 지급하기로 돼 있었다. 당시 PNR은 미래한국연구소로부터 받을 미수금을 대행비로 상계하려 했지만 미래한국연구소 요구에 따라 대행료를 송금했다고 한다. 결국 미래한국연구소가 소개비 6215만원을 송금받았지만 PNR에 줘야 할 미수금은 ‘대선 이후 김건희에게 받아 갚겠다’고 각서를 써서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각서는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했던 실무자 강혜경씨와 PNR 대표 서명원씨의 지장이 각각 찍혀 있다. 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 각서 작성 경위에 대해 “2022년 3월부터 PNR이 여론조사 비용 등을 독촉했고, 그때마다 명씨가 ‘김 여사에게 받을 돈이 있으니 그 돈을 받으면 갚겠다’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채무상환이 이뤄지지 않자 강씨가 각서를 써줬는데, 명씨가 이후 왜 개인적으로 각서를 써줬냐고 강씨를 질책했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 각서와 관련해 “실제로 명씨가 돈을 받으러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했던 것이 사실로 확인했다”면서 “근거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각서에는 ‘작성일 현재 김건희 관련 내용은 허위’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PNR은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작성일 현재 김건희 관련 내용은 허위’라는 문구를 넣었다”면서 “서명원 PNR 대표가 ‘각서에도 불구하고 이를 갚지 않을 경우 사기죄를 묻기 위해 김건희 내용은 허위라는 문구를 넣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선별적, 권한 남용적 기소에 사법 절차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판사 한명 한명은 법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데 그게 정치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 된다." 백태웅 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1월 2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정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다음날인 지난 11월 16일, 백태웅 하와이대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 판결을 비판하는 비평글을 올렸다. 제목은 '사법의 정치화'. 앞서 같은 달 10일 백 교수를 포함한 법학자·변호사 15명은 유엔(UN)에 긴급한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상황이다. 이들의 논리에는 야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당파성 띤 비판과 달리 보편성과 인권적 시각이 강하다. ([관련기사] 법률가들, '김건희 불기소' 두고 UN 개입 요청)
백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하되 일주일 뒤로 예정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보고 하자고 했다. 무죄가 나왔다. 선고 다음날인 26일 오후, 방문교수로 와 있는 고려대 연구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는 위증교사 무죄 판결에 대해 "참 다행스러운 판단"이라며 "애초에 무리한 기소였고 당연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 기본적으로 검찰의 선별적 수사와 비수사, 선별적 기소와 불기소, 권한남용적 기소로 인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러 진단 중에 정치의 사법화는 알겠는데, 사법의 정치화는 무슨 뜻인가.
"사법부는 비정치적으로 남고 싶지만, 본질적으로 선별적으로 제기된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제대로 된 접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는 비정치적으로 생각하지만 결론적으로 가장 정치적 판결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휘말린다는 취지인가.
"휘말린다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군사독재하에서 사법부는 그 판사가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 때문에 시녀화되고 도구화됐다. 우리는 민주화를 이루면서 사법부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인권을 보장하는 기관이 되게 하는 장치를 만들어 왔다. 그런데 이제 검찰이 선별 기소와 권한 남용 기소를 하고 사법 절차가 그에 대해 제대로 된 방어를 하지 못함으로써, 판사 한 명 한 명은 법리에 따라서 재판을 하는데 그게 정치적 판단이 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법 정의 시스템 자체가 위태로운 위기다."
사법의 정치화 : 한국 사법 정의 시스템의 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혐의 1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재판을 포함해 총 5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두 명(사법정의 특별보고관 마가렛 새터스웨이트, 고문방지 특별보고관 앨리스 질 에드워즈)에게 한국 정부에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이나 긴급요청서한(urgent appeal)을 보내주기를 요청했다. 반응이 있는가.
"공식 절차를 통해 접수했고 접수 통지를 받았다. 아직 공식적인 후속 조치에 대해 들은 바 없지만 이 절차가 비공개다.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알려준다."
백 교수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그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강제실종실무그룹 위원 또는 의장으로서 세계 각국의 강제실종 문제를 다뤘다.
- 서한을 보낸 특별보고관은 원래 아는 사이인가.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사법정의 특별보고관은 한국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내년에 방문할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사법정의 특별보고관 입장에서 한국 문제는 독특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아마 이번 요청에 반응할 거라고 생각한다."
- 아, 그런가. 한국 상황에 대해 유엔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나는 크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엔이 다루는 문제는 무수히 많은데, 민주주의가 아직 발전이 안 된 또는 심각한 직접적인 충돌이 있는 나라도 있지만, 한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이 일정 정도 보장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검찰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전횡을 일삼고 사법 정의가 위기에 처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세계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민주주의 후퇴라는 건 후진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1기를 마칠 때 미국 같은 나라에서 계엄령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기를 촉구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게 현재 세계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이 일이 가벼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제 민주주의나 인권은 다 끝난 거 아니냐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당연하게 보이는 시스템이 흐트러지기는 굉장히 쉽다. 유엔은 그걸 잘 아니까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미국 법원은 검찰의 권한 남용을 헌법적으로 방어한다"
▲"미국 법원은 선별기소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 중대한 차별에 이르면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백태웅 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정민
백 교수는 기본적으로 검찰의 권한 남용을 사법부가 판례를 만들어 제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모델로 미국 상황을 들었다.
"미국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선별기소(selective prosecution)와 권한남용기소(abusive prosecution)가 증명되면 판사가 헌법적인 방어로서 공소 자체를 기각시킬 수 있고 증거를 배제할 수 있는 판례가 이미 19세기부터 만들어져 쌓여왔다. 법리를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경찰이 도로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할 때, 사실 모든 차를 다 잡을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선별을 한다. 그런데 그 선별이, 다른 위반자는 다 보내고 흑인만 잡는다면? 왜 나만 잡느냐고 했더니, 네가 흑인이라서 잡았다, 이렇게 나온다면? 이렇게 되면 수정헌법 14조 평등권에 어긋하기 때문에 용인하지 않는다."
백 교수는 몇 가지 판례를 제시했다.
* 익워 대 홉킨스 사건(Yick Wo v. Hopkins). 1886 : 1880년 샌프란시스코 시가 화재예방을 위해 세탁소는 벽돌이나 돌로 지어진 건물에만 설립할 수 있다는 조례를 제정. 당시 샌프란시스코에는 약 320개 세탁소가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 목재건물이었음. 그중에 약 240개를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중국인 업주 150명이 위 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반면, 백인 등 다른 업주 80명은 아예 처벌을 받지 않고 영업을 계속함.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중국인 세탁소 주인만을 차별적으로 기소한 것을 헌법 위반으로 판단하여 석방함.
* 미국 대 암스트롱 사건(United States v. Armstrong). 1996 : 마약사건과 관련해 흑인들이 선별적으로 기소되었다고 주장한 사건. 사건 자체에서는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음. 하지만 선별적 기소를 입증하기 위한 두 가지 요건, 첫째,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 중에서 선별이 진행되었고, 둘째, 그러한 선별적 기소가 차별할 의도에 입각해 있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 확립됨.
"미국도 선별적 기소를 사유로 형사사건을 공소기각 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선별기소를 통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거나 인종차별, 여성차별 등 중대한 차별에 이르면 법원이 적극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는다."
- 이 법리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우리 헌법에도 예를 들어 제10조 행복추구권이 있다. 제11조 평등권도 있다. 또 검찰청법 제4조3항에 권한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지금처럼 상대가 권력의 정적이면 무한정 파고, 조사하고, 끝없이 기소하고, 반면에 자기 편이면 한없이 관대하고... 정치적 목적에 따른 선별적 기소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법원이 헌법적 권리와 기본 인권 관점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헌법에도 행복추구권, 평등권이 있고 검찰청법에 권한 남용을 금지하고 있다"
- 하지만 우리 법원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판례가 유우성 건 딱 하나뿐이고, 그마저도 공소권을 남용한 안동완 검사를 국회가 탄핵소추했는데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냐는 회의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 회의론이 있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문제제기도 제한적이었다. 재판의 공방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대로 제기되고, 법리를 제대로 주장하고, 특정한 조건에서 선별되고 차별적 의도에 근거해서 진행됐다는 것을 입증하고, 법원이 헌법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요구하고, 그래서 법원이 그 부분까지 판단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예가 없다.
방금 질문할 때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표현했는데, 그건 아니다. 사실 미국 법원이 더 사법소극주의다. 법원이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은 미국이 더 강하다. 그런데 적어도 사법 절차 내에서 미국 법원은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겠다는 거다. 우리 법원은 기소되는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헌법에 어긋나는 선별적 차별적 기소에 대해 과연 어떤 고려를 하면서 판단을 하는가, 그 부분이 없다. 우리 법원이 할 권한도 있고 해야 될 일인데도 안 하고 있는 거다."
- 계속 그걸 안 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없어질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군사독재의 시녀가 된 과거를 법원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정치적 반대자를 사법 절차를 통해 제거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정부 자체를 겨누는 칼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백 교수는 회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는 탄핵 재판을 두 번이나 거쳤다, 다른 나라 같으면 탄핵 상황이 벌어지면 쿠데타가 일어난다, 그냥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가 권력이 평화적으로 교체되는 건 참 기적적인 일"이라며 "우리에겐 민주적인 대응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검찰의 도전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일이지만, 악이, 부정의가, 끝없이 계속되는 건 불가능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현재 고비도 이겨낼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수사권-기소권 분리나 감찰권의 독립, 검사 탄핵 등 각종 입법·제도적 개혁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이 조금 다르게 그의 방점은 '소프트웨어'에 찍혀 있었다. 그는 "하나의 제도를 바꾸면 그게 모든 문제를 연쇄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는 하드웨어 중심적 접근이 때로 잘 안 맞을 수도 있다"면서 "껍데기만 큰 얘기를 하면서 내용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의 목표에 대해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 사법을 정의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과거 검사들은 영수증 하나하나 탈탈 털지 않았다"
▲백태웅하와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고문은 아니지만, 잔혹한, 비인간적인, 굴욕적인 대우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주차장 입구 모습.연합뉴스
백 교수는 법학자가 되기 전 1990년대 국제엠네스티가 선정한 양심수였다. 서울대에서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제명된 이후 노동운동에 투신했고, 1989년 박노해 등과 함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결성했다가 1992년 국가안전기획부에 체포됐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고, 법원 판결은 1심 무기징역, 2심 징역 15년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이야기를 꺼냈다.
- 사노맹 사건으로 유명한데, 지금 주장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온건한 느낌이다. (웃음)
"사람들이 우리를 과격하다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활동할 때 핵심은 아주 간단한 거였다. 어려운 사람들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뭔가 좀 더 노력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아예 말도 못 하게 하고 죽이니까, 우린 죽어도 좋은데 그 말을 해야겠다, 버틴 것밖에 없다. 그러니까 대단한 투사들이 아니다."
- 그때 수사와 재판 등을 받으면서 검사와 판사들이 기억에 있을 텐데.
"그때는 오히려 지금처럼 영수증 하나하나,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정말 저질스럽게 모든 부분을 탈탈 털고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당시 지하 활동을 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법적으로 따지면 공문서 위조 변조에 동행사, 이런 것들로 갈 수도 있지만, 당시 검사들은 그런 거 다 없앴다. 나는 국가보안법 2조, 3조, 4조, 딱 반국가단체 조항으로만 기소됐다. 한 사람의 모든 잘못을 탈탈 털어서 파괴시키는 게 검사의 역할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한 사회 속에서 어떤 문제를 제기해서 어떻게 처리함으로써 사회 전체가 질서를 지키면서 가게 하느냐, 그런 의미에서 검사는 정확한 판단과 나름의 금도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 그때가 지금보다 선이 굵고 금도를 지켰다?
이 질문에 백 교수는 "내가 그렇게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이라고 짧게 받은 후 말을 이었다. 그는 안기부 조사 당시 고문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쨌든 현재 검사들이 금도를 지키지 않으면서 인간을 좌절시키고, 그런 굴욕적인 처우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다, 이래서 자살하는 사례가 생기고... 그래서 내가 유엔에 서한을 보낼 때 사법정의 특별보고관과 함께 고문방지 특별보고관에게도 같이 보낸 거다. 그 보고관의 공식 명칭이 '고문 및 잔혹하고 비인도적,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에 관한 유엔 특별 보고관(UN Special Rapporteur on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고문은 아니지만, 잔혹한, 비인간적인, 굴욕적인 대우인 경우가 많다.
인간은 사실 존엄 때문에 사는 건데, 인간이니까 힘든 게 있어도 버티고 하는 건데, 그 본질적 존엄을 지켜주지 않고 부숴버리는 게 사법절차라고 한다면 누가 거기에 승복하겠는가. 나는 검사들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다. 본질적으로 자기가 당하고 싶지 않을 일을 남에게 하는데, 스스로 어떻게 정당화하겠나. 검사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과거 1980년대 지하 활동을 하던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게 법적으로 따지면 공문서 위조 변조에 동행사, 이런 것들로 갈 수도 있지만, 당시 검사들은 그런 거 다 없앴다. 나는 국가보안법 2조, 3조, 4조, 딱 반국가단체 조항으로만 기소됐다."이정민
이재명 대표가 1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의 결정이나 재판을 예측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특히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심사했을 때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본 사람이 많았습니다.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새벽 2시에 구치소에 누워서 구속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그때 나가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11월 15일 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두고 ‘벌금 100만원 이상이냐, 100만원 미만이냐’가 관심사였습니다. 징역형이 나왔습니다. 11월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 형량은 선거법 위반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무죄였습니다.
하긴 리스크라는 것이 본래 예측 불가를 포함하는 개념이긴 합니다. ‘예측 가능한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닙니다. 피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2심 선고는 어떻게 나올까요? 알 수 없습니다. 1심 선고가 뒤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까요? 대선 출마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출마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할까요? 최근 세간의 관심은 이런 데 쏠리는 것 같습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꽤 일리 있는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11월 27일 ‘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완전히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다. 정치권에서 법원 판단에 대해 이러고 저러고 논평을 안 하는 것이 현명하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의 입지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심인) 2심 판결 나올 때까지는 현 체제가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나오는) 그런 경우가 생기면 이재명 대표의 지금까지 처신으로 봐서 그렇게 사람이 비합리적이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당의 미래를 위해서 잘 결정하리라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9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전 위원장은 9월12일 이재명 대표 요청으로 만찬을 함께 한 일도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비르투(재능)’가 아니라 ‘포르투나(운명)’의 영역입니다.
어쨌든 이재명 대표 대선 출마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최근 들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세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위증교사 무죄 선고입니다. 위증교사는 지난해 9월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다른 죄목과는 달리 “혐의는 소명된다”고 인정한 일이 있습니다.
여기서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 다른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꽤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어쩌면 사법 리스크를 극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당연히 많아졌을 것입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입니다. 경제와 4대 개혁에 대한 기대는 대다수 국민이 접은 지 오래입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란, 일본 사도 광산 추도식 불참 등 외교·안보에서 파탄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으로 인한 결과입니다.
경제와 외교·안보를 바로 잡으려면 야당의 협조가 필수입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야당을 국민 여러분께서 엄중히 심판해 주시기 바란다”(11월 29일 정혜전 대변인)고 독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은 대통령 퇴진 및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기회의 문이 넓어지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원수’가 아니라 ‘구세주’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트럼프 당선입니다. 여러 범죄 혐의로 수사받고 기소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에 당선돼 수사와 재판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대통령제 원조 국가입니다.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류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은 조선일보입니다. 양상훈 주필이 11월 21일 치 신문에 ‘이재명은 트럼프가 될 수 있나’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법원의 재판이 아니라 대선주자 지지율에 달려 있다는 내용입니다. 위증교사 1심 선고 전에 쓴 칼럼입니다.
조선일보는 11월 27일 치 신문에도 1면 머리로 “‘대통령’ 트럼프에 백기 든 미 검찰”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는 재판을 피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대통령 재선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왔다. 결국 (법적 절차를 대통령 당선으로 무력화하려는) 전략이 먹혔다”는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인용했습니다.
이어지는 3면 기사의 제목은 “미 의회 폭동 선동도, 성 추문 입막음도…최고 권력 앞에서 흐지부지”였습니다. 별도로 “이재명도 ‘트럼프 모델’로 사법리스크 돌파하나”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조선일보가 유난히 이재명 대표 대선 출마 및 사법 리스크 돌파 가능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조사마다 좀 다르지만, 한동훈 대표보다 대략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가 그리 단단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비호감도가 여전히 높습니다. 민주당 정치인, 당원, 지지자들에게 물어봐도 이재명 대표가 정말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여론조사 수치만큼 압도적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음 대선 일정과 구도가 불확실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기 대선은 아직은 가시권 밖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 다른 불안감도 있습니다. 정가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반면교사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사람은 대선 패배 뒤 공천으로 야당을 완전히 장악해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대선에 다시 도전한다는 서사가 매우 닮았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이회창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재명 대표의 가장 큰 과제는 정치보복 프레임입니다. 이른바 보수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이 ‘이재명 죽이기’를 하면서 “이재명 대통령 되면 우리를 다 죽일 것”이라고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상대로 써먹었던 수법입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억울할 것입니다. 최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만나서 “누군가 (정치보복을) 끊어야 하고 기회가 되면 제 단계에서 끊겠다”고 한 것을 보면 정치보복 프레임을 분명히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보복 프레임에는 이재명 대표 책임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벌어진 ‘비명횡사’ 공천 논란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했지만, 민주당 원로들은 “공천이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책임지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잔인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남겼습니다.
또 다른 과제는 개혁 정체성입니다. 2022년 3월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는 개혁성이 매우 뚜렷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지금은 훼손됐습니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가 한겨레 11월 18일 치 신문에 ‘이재명의 위기’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그와 민주당이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이재명 대표를 성장시키고, 차별된 정치인으로 만들었던 기반을 위협한다. 이 작은 증세도 설득하지 못하는데 기본사회와 이를 위해 필요한 보편적 증세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만일 그가 지금까지 주장한 정책들을 포기한다면, 한국 사회를 전환할 그의 대안은 무엇일까? 그가 정치적 이해를 위해 택했을지 모를 이 결정은 그를 무색무취한 정치인으로 만들 뿐 아니라 그의 과거 주장들을 복잡하게 합리화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로 밀어 넣고 있다.”
저는 최영준 교수의 문제 제기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재명 대표가 대답해야 합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민주당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빛나는 역사를 가진 정당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입니다. 이재명 대표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재명의 민주당으로는 다음 대통령이 되기 어렵습니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2.01. 05:02:39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으로의 귀환은 2019년 이래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최우선적인 관심사는 북미정상회담 재개 여부로 쏠린다. 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달리 2기 트럼프의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비중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중재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책으로 일관해왔다. 또 1기 트럼프 때에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조선은 '경제 제재 해결'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북미 협상의 목표가 흐릿해진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김정은 정권이 크게 달라졌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들을 들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재개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필자 역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릴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의 예측은 2025년에는 '중간' 정도이고, 2026년에는 '높음'이다. 물론 '하노이 노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회담이 합의를 보장하진 않는다. 합의를 하더라도 이행이 될지도 미지수이다.
판문점 '번개팅'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실무회담 재개를 약속했지만 한미가 연합훈련을 강행하면서 안 하니만 못한 약속이 되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시즌 2'의 핵심적인 관건은 북미 접촉과 실무회담에서 '상호 만족할 수 있고 이행 가능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있다. 북미 예비회담의 성패가 정상회담의 재개 여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예측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있다. '한국이 북미정상회담 재개·합의·이행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질문을 세부화해보면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비핵화가 뒷전으로 밀리고 핵보유국으로서의 조선의 지위가 강해지면?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의 악화가 맞물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한국을 배제하고 북미 평화협정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면? 북미간의 합의가 주한미군의 철수나 대폭 감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면?
아마도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극우·보수 진영은 이를 의식해 북미정상회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중도·진보 진영의 딜레마도 커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 지난 2018년 6월 12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사진은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위치한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연합뉴스
돌아온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배경이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이러했었다. 김정은은 2018년 3월에 방북한 문재인 정부 특사단에게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한다며 한국이 미국에 이런 입장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에게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트럼프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했다. 하지만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 있었다. 북미정상회담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은 트럼프였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북미간의 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7년 말에 조선은 유엔 사무차장인 제프 펠트만의 방북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백악관을 방문한 안토니오 구테후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제프 펠트만은 평양에 가야 한다. 그리고 내가 김정은과 만날 의사가 있다는 점을 전달해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를 전달받은 펠트만은 평양에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나 트럼프의 비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에 놀란 리용호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펠트만은 "나를 믿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유엔 관리로서의 역할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은 펠트만이 2021년 2월 21일자 영국의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트럼프의 비밀 제안이 김정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의 최초 제안자는 트럼프였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기실 트럼프는 정계 입문을 타진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부터 북미정상회담에 일관된 소신을 가져왔다. 2016년 대선 후보 당시에도 김정은과 만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었다. 이를 두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측에서 '친북주의자'로 몰아붙여도 트럼프는 소신을 꺾지 않았었다.
그의 소신은 2024년 대선 유세 때에도 이어졌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을 때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으로 전쟁 위기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7월 중순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이제 북한은 다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고 "우리가 다시 만나면, 나는 그들과 잘 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정상회담의 문을 열 하나의 열쇠를 쥔 트럼프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나온 언론 보도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11월 27일자 <로이터> 통신이 트럼프 인수팀의 사정에 밝힌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직접적인 대화를 추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직접 대화의 1차적인 목표는 "무력 충돌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다만 "추후의 정책 목표나 정확한 시간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에서 주목할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트럼프의 인수팀이 북미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북미대화가 후순위로 밀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둘째는 2기 트럼프 대북정책의 초기 목표가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한 긴장완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의 수용성을 높여 북미대화 재개의 촉진 요인이 될 수 있다.
셋째는 2기 트럼프 4년간 추구할 대북정책의 목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기 때처럼 비핵화를 목표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북핵 동결을 포함한 군비통제로 잡을 것인지를 놓고 좌고우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트럼프는 임기 첫해부터 북미회담을 향한 수준을 밟으면서 정상회담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듯 트럼프는 11월 22일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를 지낸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보수석부보좌관으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그의 발탁 배경으로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로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 협상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상반된 예측도 가능하다. 가장 큰 근거는 대북정책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는 달리 2기에서는 대외정책의 최우선순위라고 보긴 어렵다는 점에 있다. 트럼프가 "24시간 내에 끝내겠다"고 장담해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문제가 단연 우선순위이다. 이를 반영하듯 트럼프는 당선 직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중동 분쟁의 향방과 트럼프의 개입 의지도 큰 변수이다. 트럼프가 힘을 집중하겠다고 공언해왔고 미국 내에서 초당적인 합의 흐름이 강한 중국과의 전략경쟁은 가장 큰 전략적 변수에 해당된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2017년 1월 트럼프의 취임 즈음에 북핵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한 것과 오늘날의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렇듯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트럼프의 소신과 우선순위에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전략경쟁 등 다른 대외정책 사이에 엇박자는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사안과 대북정책은 '연결된 문제'이다. 이는 트럼프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마이클 왈츠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6월 20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적을 차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11월 2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선 조선의 파병이 확전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가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2023년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난 김정은이 대만 해협 분쟁을 기회로 보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그것은 세계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복병으로 떠오른 조선의 대러 무기 지원과 파병 문제도 시야에 넣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왈츠는 의원 시절에는 선박 차단과 제제 강화 등 강경 대응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이는 조선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겠다는 트럼프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러-우 전쟁이 계속되면 김정은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조선의 대러 군사지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이 방법이 조선과의 소통 채널이 완전히 막혀 속절없이 우려만 표명한 바이든 행정부와 확실한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있고, 러-우 전쟁 종식 및 북미관계 개선에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미관계 개선이 대만 문제 등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미국 내에서 초당적으로 나오고 있는 전략적 걱정인 '중국-러시아-조선-이란 연대'를 막을 수 있다고도 여길 수 있다.
트럼프의 대북 접근에 제약 요건들은 또 있다. 과거와 현재, 한국과 조선의 엇갈림이 대표적이다. 1기 트럼프 때에는 문재인 정부가 북미정상회담의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기조에서 한 치도 벗어나 있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는 반대로 북미회담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또 과거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 정상회담에 임했던 김정은 정권은 대미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2019년이 지나면서 '안보는 핵으로, 경제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외교는 중국·러시아 중심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길"을 걸어왔다. 조선의 전략에 있어서 북미관계의 비중이 과거보다 훨씬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의 대북 접근과 관련해 윤석열의 견제와 김정은은의 무시가 맞물리면 북미회담은 겉돌 수밖에 없다. 후술하겠지만, 더 큰 변수는 김정은의 호응 여부이다.
'시즌 1'과 비교할 때, '시즌 2'의 양상은 크게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선 행위자 자체가 바뀌었고 조선에선 행위자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시즌 1에선 남북미 모두 한반도 비핵화 추구라는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동상이몽이 너무나도 커졌다. 이에 따라 더 강해져서 돌아온 트럼프가 대북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매우 중요해졌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비핵화에 목표를 두면 북미회담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한반도 긴장완화와 더불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한 등 북핵 동결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비핵화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핵보유국 지도자와 잘 지내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해온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군비통제가 북미관계의 핵심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 폼페이오의 진단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는 트럼프 1기 초기에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다가 북미정상회담 추진이 본격화된 2018년 4월부터는 미국 외교의 사령탑인 국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겨 북미회담의 실무총괄을 맡았었다.
그는 2023년 1월 출간한 <The Never Give an Inch :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한 치도 양보하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해 싸우다)>에서 2018년 6월 김정은과 트럼프의 첫 만남 이후 조선의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가 트럼프의 임기 동안에는 없었다며, "이는 꽤나 좋은 결과였다"고 썼다. 비핵화라는 "완전한 성과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이 환영할 수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폼페이오가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없어졌지만, 그의 이러한 평가는 트럼피즘의 핵심인 '미국 우선주의'와 궤를 같이 한다.
트럼프의 야심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통령 재임 때에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전쟁, 더 나아가 세계 3차 대전을 막았다며 노벨상 수상 자격이 있다고 강변한 바 있다.
대선 직전인 10월 11일 디트로이트 대선 유세에서도 "내가 노벨상을 원한다거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버락 오바마도 2009년에 노벨상을 받았는데, "왜 나는 받지 못했냐"며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질투심이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대외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이다. 3선에 도전할 수 없는 그로서는 노벨상 수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업적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 자체로 트럼프의 노벨상 수상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큰 관건은 그가 공언해온 러-우 전쟁의 종식 여부에 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가 한국전쟁 종식에도 다시 관심을 가질지 여부도 중요하다. 그는 1차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사람들은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며 이 전쟁을 끝내는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른바 "어른들"을 배제하고 '충성파'로 진용을 갖추고 있는 트럼프가 이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러-우 전쟁 종식과 더불어 70년을 훌쩍 넘긴 한국전쟁까지 공식적으로 끝낼 수 있다면, 노벨상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비핵화의 관계, 주한미군의 미래 등 만만치 문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 이어질 글 : 달라진 김정은은 어떻게 대응할까?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 ‘김건희,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우중 촛불'이 타올랐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십자각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촛불은 서울정부청사까지 약 800미터 가량 이어지면서 사직로 6차선을 가득 채웠다. 집회 도중 비가 내리자 수 만 명(주최측 추산 10만, 경찰 비공식 추산 1만 명)의 시민들은 우비를 입고 촛불을 든 채로 행진했다.
김민석 최고위원 "50일 후 트럼프 취임 전 판 바꾸자"
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3일 전 폭설의 여파로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한낮에도 쌀쌀했던 서울 종로구 인근에선 오후 3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집회 세 건이 연달아 열렸다.
3시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7차 촛불대행진'이 세종대로에서, 5시엔 민주당이 주최하는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이 광화문앞에서 열렸다. 마지막으로 5시 30분부터는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이 광화문 앞에서 명동까지 이어졌다.
▲수많은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5차 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집회 행진을 돕기 위해 트럭 다섯 대가 동원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따로 무대 위에서 발언을 하지 않고 가장 마지막 트럭 뒤에서 시민들과 함께 걸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약 서른 여명의 국회의원은 행진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열린 집회는 민주당의 다섯 번째 장외 집회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김민석 최고위원은 "50일 후 트럼프 취임 전에 판을 바꾸자"라면서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심판하라, 이재명은 무죄다, 이게 다른 이야기인가? 같은 이야기다. 민주당도 반성하고 이재명도 더 연마하겠다"라고 말했다.
▲ 광화문 가득 메운 분노의 함성 “윤석열을 거부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촉구했다.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7차 촛불대행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3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7차 촛불대행진’ 집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채상병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앞서 오후 3시부터는 1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행동이 주최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7차 촛불대행진'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 10월 28일 국내 대학 중 가장 먼저 시국성명을 발표한 가천대 교수노조 소속이기도 한 남명진 가천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교수가 무대에 올랐다.
남 교수는 "제가 소속된 대학이 전국 200개 대학 중에서 (가나다 순으로) 맨 처음"이라며 "(가천대라는) 이름이 좋으면 모범을 보여야지 모범을"이라고 외쳐 환호를 받았다.
이날 집회엔 비닐에 든 큰 대파 한 단을 오른손에 들고 집회에 참석한 이도 있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입석으로 기차를 타고 왔다는 권동원(26)씨는 "원래 지난 4월 총선 때 대파를 들고 (투표하러) 갔어야 했는데 집에 대파가 다 썰려 있어 이번에 들고 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면 빨갱이라고 말하는 대구경북 (사람들)을 대신해 죄송함과 책임감을 갖고 나왔다"라고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 ‘김건희,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 ‘김건희,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주최 ‘김건희,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한 뒤 참가자들과 함께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주최 ‘김건희,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한 뒤 참가자들과 함께 명동입구까지 행진하고 있다. ⓒ 권우성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과 김건희 여사의 특검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오른쪽)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앞에서 열린 거부권을거부하는전국비상행동 주최 ‘김건희, 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3차 시민행진’에 참석한 뒤 명동입구까지 행진에 참여했다. 명동입구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 ⓒ 권우성
정혜전 대변인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29. ⓒ뉴시 대통령실이 29일 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을 옹호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최근 국회 상황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며 야당의 검사 탄핵,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정 대변인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탄핵 추진을 가리켜 "명백한 보복 탄핵", "정치적 탄핵"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에 대한 수사 결과가 "야당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아" 탄핵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 대변인은 "서울중앙지검은 관할 인구가 200만 명에 연간 10만여 건의 사건이 접수되어 처리된다"며 "민생 사건들 또한 하염없이 지체될 것"이라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야당 관련 수사 및 재판을 중단시킬 목적으로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것으로, 사법 체계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명백한 야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이자 위헌적인 탄핵"이라고 쏘아붙였다.
서울중앙지검 지도부와 대검찰청 간부 등은 야당의 검사 탄핵 추진에 '반대' 성명을 내며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이은 검사 탄핵 시도는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남용하는 잘못된 선례"라는 게 검찰 내 입장이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무혐의 처분 등을 이유로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다음 달 초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야당을 겨냥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사실상 검찰 내 반발 분위기에 힘을 실어준 것과 같다.
정 대변인은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헌법 질서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직무 독립성이 있는 감사원에 대해 야당의 입맛대로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탄핵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꼽은 최 원장 주요 탄핵 사유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부실 감사' 책임이다.
나아가 정 대변인은 전날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 국회법 개정안' 등에 대해 "일방 강행", "위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유도 의도"라며 윤 대통령의 추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검사 시절부터 써 온 개인 휴대전화를 여태 사용하고 있다고 전 세계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후 17일동안 아무 말 없다가 24일이 돼서야 기존 휴대전화 사용을 중지하고 새 휴대전화를 마련했다는 공지를 띄웠다. 실제 일부 인사들은 텔레그램에 등록된 윤 대통령 아이디가 24일 전후로 사라졌다고 한다.
문제는 17일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 17일 동안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의 해커들은 대통령이 검사 시절부터 쓰던, 국민의힘 입당 원서에 써 냈다가 노출된 바로 그 전화번호를 해킹하려 혈안이 됐을 지 모른다. 누군가 대통령의 휴대 전화를 원격 조정해 은밀한 회의를 엿들었다면? 대통령의 허술한 안보 의식은 국가를 불안하게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아예 끄고 생활했다고 한다. 물론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문재인 정부 참모들은 문 전 대통령이 원래 쓰던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한 걸 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도 대통령이 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적은 물론이고,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취임 2년 반, 임기 절반까지 기존 휴대전화를 활발하게 사용해 왔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인정한 말이다. 휴대전화로 "상 욕"이 들어오든, 응원이 들어오든 조언이 들어오든 대통령은 비화폰이 아닌 오래된 휴대전화에 애착을 갖고 붙들고 대통령직을 수행해 왔던 것이다. 명태균 논란이 있기 전부터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서 그랬다.
작년 8월 2일 오후 12시 7분, 12시 43분, 12시 57분, 윤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에 있던 이종섭 당시 국방부장관에게 개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검찰 시절부터 써 왔던 옛 전화로 명태균과 통화한 그 번호다. 그 통화 이후 박정훈 해병대수사단장은 보직해임 당하고 '항명수괴죄'로 입건된다.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인 국방부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이유는 대체 뭘까.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감청이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국가 안보 문제가 있을 땐 보안폰을 딱 쓰지만, 통상적으로 공무원이나 장·차관과 (통화하거나) 국가 안보나 이런 것이 아닐 땐 제 휴대폰을 쓴다"고 했다. 즉, 개인 휴대전화를 썼다는 건 국가 안보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개인 휴대전화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란 걸 대통령은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현재 한국과 긴장 상태에 있는 러시아와 '형제 국가'를 표방한다. 최근 러시아는 우즈베키스탄에 전략물자인 드론 부품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걸 검토 중이다. 지난 9월 양국은 교역량을 현재보다 세 배 수준으로 늘릴 것을 합의했다. 국정원장 출신 박지원 의원은 "우즈베키스탄에 국방장관이 계신다면 거긴 구 소련연방 지역이다. 대통령의 통화가 다른나라에 도청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2022년 3월 한국은 우즈베키스탄 교민 6000명을 귀국시켰다. 그런 나라다.
"국가 안보 문제가 있을 땐 보안폰을 딱 쓰"는 대통령이 이종섭 장관에게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던 이유가 '국가 안보 문제'가 아닌 국내 현안과 관련된 문제라는 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국가에 위협이 될 도감청의 위험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한 것이 된다. 공적 의식, 안보 의식은 대체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당혹스럽다.
대통령이나 대통령 주변 도감청에 대한 우려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미군 기밀 문건 온라인 대량 유출 사태가 있었을 때 공개된 CIA의 일일 정보 업데이트 도감청 문건엔 김성한 안보실장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의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지원 관련한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과거 문재인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 언론을 비롯해 국민의힘이 아마 정권을 무너뜨릴 기세로 비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이 초래한 아찔한 안보 위기에 대해 다들 점잔을 빼고 있다.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직 시절 뉴욕 자택에 개인 이메일 서버를 만들어놓고 공적인 문서를 주고 받았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이 스캔들은 미국 대선 판을 뒤흔들었고, 클린턴은 3년 넘게 조사를 받았다. 개인 이메일은 6만 개 정도, 문제가 의심되는 조사 대상 이메일만 3만3000개였다. 불기소 권고가 내려진 후에도 문제의 이메일이 발견돼 다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공적 지휘가 없던 클린턴의 '친구'이자 측근인 시드니 블루멘탈이 전직 CIA 간부를 통해 수집한 리비아 내부 첩보를 개인 이메일로 보고받아 논란이 커졌다. 궁지에 몰린 클린턴은 "내겐 많은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 정치권에 들어가면 그전에 알던 친구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도 오래된 친구들 중의 한 명인데 그는 내가 요청하지 않은 이메일을 보내주곤 했다"고 해명했다.
이 쯤에서 '명태균'이라는 이름 석자가 생각난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명태균과 연락을 하고 끊게 된 과정을 얘기하며 비슷한 설명을 내놓았다. 하여튼 명태균에게 (선거철 여러 사람의 통상의 도움 수준이라곤 했지만)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고,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말 한마디로라도 인연 딱 못 끊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그런 걸 갖고 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경우 공적 지위가 없던 블루멘탈이 보고한 첩보가 외교 정책에 반영됐을 지 모른다는 논란과 함께 블루멘탈 본인이 리비아에서 개인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은 더 커졌다. 특히 해킹에 취약한 개인 메일로 업무를 진행한 사실은 클린턴의 발목을 두고두고 잡았다. 실제 러시아 측이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을 해킹하려 시도했다는 정황도 발견된 바 있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는 범죄 의혹과 도감청 의혹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기껏 내놓은 대책이 개인 휴대전화 교체다. 새로 바뀐 개인 휴대 전화는 안전할까?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대통령이 갖고 있던 전화번호가 날아가는 것도 아니다. 기존에 연락하던 사적 라인과 연락을 끊는다는 얘기도 아니다. 사적 안위를 위해 보안 따위는 팽개친 채 무시로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국제전화든 국내전화든 걸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대통령 휴대전화를 다시 안 열어본다는 보장이라도 있나. 대체 뭐가 달라졌다는 건가.
야당은 대통령의 기존 개인 휴대전화에 명태균 게이트나 채상병 게이트의 증거가 담겨 있을 것이라며 '증거 인멸'을 의심한다. 보태자면, 새로 바꾼 휴대전화로 대통령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것이 공포심을 불러 일으킨다.
▲2022년 12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과 손흥민 선수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가 정부 비판적 보도를 해온 자국 일간지 하레츠를 제재하면서, 당국이 외신에 이어 자국 언론을 노골적으로 탄압한다는 국제 언론단체들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신문협회(WAN-IFRA)는 현지 시각으로 28일 이스라엘 내각의 하레츠 제재 결정을 두고 “의도적 언론인 표적화, 군사검열, 외신 가자지구 진입 차단이 계속되면서 언론 자유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이스라엘 내각은 지난 24일 이스라엘 당국과 산하 기관이 이스라엘 내 가장 오랜 일간지인 하레츠의 지면 광고 게재와 모든 종류의 관계를 끊도록 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슐로모 카르히 통신부 장관이 제안한 이 조치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 내각은 “하레츠가 이스라엘 국가와 그 자위권의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했다.
하레츠는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단계”라며 “푸틴(러시아 대통령),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오르반(헝가리 총리)과 같은 네타냐후의 친구들처럼 그는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언론을 침묵시키려 한다. 그러나 하레츠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정부가 승인만 메시지만 게시하는 홍보지로 변질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는 하레츠의 아모스 쇼켄 발행인이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의 한 행사에서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하는 팔레스타인의 자유 투사들”이라고 언급한 뒤 이뤄졌다. 앞서 6개월 전 이스라엘은 현장 취재를 해오던 알자지라의 자국 내 운영을 금지하는 ‘알자지라법’을 통과시키고 폐쇄 조치하기도 했다.
현재 하레츠 기사 페이지의 페이월(기사를 읽으려면 유료구독을 요하는 조치) 슬로건엔 “네타냐후는 우리를 폐쇄하려 합니다. 지금 하레츠를 읽어보세요”라는 문장이 나타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채널 갈무리
국제 언론단체들은 이스라엘 당국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입장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국제 기자연맹(IFJ)은 “이스라엘 정부가 언론 자유를 제한하고 미디어 다원주의를 축소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우려한다”고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광고 및 구독료 수입에 타격을 입혀 하레츠와 같은 존경받는 이스라엘 매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제재 방안이 통과되기 앞서 “이스라엘의 극보수 통신부 장관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외국 언론 매체를 금지하는 법안, 정부가 공영방송 예산을 통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수신료가 면제되는 지상파에 친 네타냐후 민간채널을 추가하는 등 친정부 성향의 뉴스 보도를 늘리고 있다”며 “언론 독립과 다원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영국에선 100명 넘는 BBC 직원들이 자사의 가자지구 관련 보도를 두고 “공정성과 정확성, 공평성을 회복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BBC 직원들을 포함한 언론인, 학자, 배우 등 미디어 업계 종사자 230여 명은 BBC의 팀 데이비 사무총장과 데보라 터니스 최고경영자를 수신인으로 한 공개서한에서 자사 보도가 편집 원칙 이행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신뢰성을 강조하며 BBC가 △이스라엘이 외부 언론인의 가자지구 접근을 불허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이스라엘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할 경우 이를 명시하며 △기사 헤드라인에 이스라엘이 가해자임을 분명히 명시하고 △2023년 10월 이전 역사 맥락을 정기적으로 포함하며 △모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 책임자에 강력하게 이의 제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 홈페이지 보도화면 갈무리
이 같은 언론 동향은 영미권 주류 언론이 이스라엘 당국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회피하는 현황의 일면으로 볼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로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의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하레츠는 <기아, 살해, 학대: ICC 영장은 이스라엘에 전례 없는 도덕적 최악의 순간>이라는 사설을 냈다. <네타냐후가 ICC 결정을 자초해놓고 이제 와서 ‘반유대주의’에 대해 불평하고 있다>는 분석 보도도 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ICC의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공격(assault)>라는 제목의 편집위원회 오피니언을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ICC는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을 자리가 아니다> 제목의 사설로 ICC의 체포영장 발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BBC는 관련 보도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받는 전쟁범죄 혐의에 대해 설명하지도, 가자지구 내 사망자 규모를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전문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뒤 이스라엘 살상에 의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21일 기준 4만4000명을 넘어섰다. 가자지구 미디어 당국에 따르면 이 시기 이스라엘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숨진 팔레스타인 언론인은 183명에 달한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모제'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987년 11월 29일 미얀마 안다만 해역에서 승객과 승무원 115명을 태운 대한항공 KAL 858기가 실종된지 37년이 지났다.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정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인 김승일과 김현희가 시한폭탄으로 비행기를 폭파했다고 발표했고 진상규명 요구는 지금껏 불온시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유족은 없다.
진상규명과 함께 37년 한결같은 유족들의 바람은 먼저 유해라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유족회)가 주최한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모제'가 진행된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
김호순 유족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은 "37년이나 기다렸습니다. 대한항공 KAL858기 희생자 유해를 하루속히 가족의 품으로!"라는 간절한 제목으로 호소문을 낭독했다.
외교부에는 중단됐던 KAL858기 잔해 수색을 위해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기획재정부에는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약속했던 예비비가 수색비용으로 책정될 수 있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무엇보다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하루 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민들이 잊지않고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 2020년 1월 대구MBC가 안다만 해역에서 추락한 KAL858기 동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엔진과 날개, 꼬리 부분의 잔해를 발견한 뒤, 동체확인과 유해, 유품 발굴을 위한 추가 수색에 많은 유족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지만 그 뒤 별 진척이 없는 상황.
2020년 12월 23억원 규모의 수색예산이 책정되고 2021년 2월 수색준비를 마친 후 미얀마로 떠나기 직전에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고 코로나 팬데믹 등 악재가 이어져 3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색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집행되지 못한 그 예산은 2022년 말 정부에 귀속되었고, 당시 정부는 구두 협의를 통해 수색이 가능해지면 즉시 예비비 편성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2023년부터 지금까지 더 나아진 상황은 하나도 없다.
다만 수색 재개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유족들은 매년 반복되는 호소를 하고 있다.
김호순 유족회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슬픔과 고통 속에 견뎌온 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 유해라도 수습할 수 있다는 밀알같은 희망을 가지게 되었는데,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수색이 연기되어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KAL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가시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유족회 회원들과 여러분 손을 잡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연재원 유족회 감사는 KAL858 동체로 추정되는 잔해가 발견된 2020년 1월부터 추가 동체 수색을 위한 노력이 진행된 2022년 말까지의 상황을 중심으로 경과 보고를 하고는 하루 속히 수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성전 유족회측 참관 추천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항공기 조종사 출신으로 미얀마 현지조사에 나섰던 김성전 유족회측 참관 추천인은 대한항공 광고음악으로 유명한 '웰컴 투마이 월드'의 가사를 음미하며 '기적은 이따금 일어난다,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라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또 미국 교통안전국의 해양사고 조사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KAL858기 추가수색이 이뤄질 경우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색팀이 치밀한 준비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순희 민조노총 지도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순희 민조노총 지도위원은 "여기 계신 유족들은 37년전 KAL858기 실종사건의 증인이면서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다는 애절함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되고 역사적 사명을 가져야 한다"며 유족회가 더욱 긴밀하게 결속할 것을 당부했다.
최규엽 KAL858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전 집행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규엽 KAL858 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전 집행위원장은 "사건 발생 당시 전두환 정권은 엉뚱하게 태국의 밀림들만 수색하는 척했고, 블랙박스는 중간에 수색을 중지해버리고 찾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다. 비행기 선반 위에 폭발물이 장시간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미리 검사하지 못한, 정부 못지않은 중대한 책임이 있는 대한항공측은 비행기가 이미 산산조각 났고, 바닷속에는 식인상어가 우글거리고 물살이 세서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1987년 12월 중순 사고 여객기의 잔여물들이 미얀마 안다만 보근에서 속속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오랜 세월 이를 외면해왔다"며 KAL858기 사건은 전두환정권과 대한항공의 미심쩍은 행태와 이후 한국정부의 외면이 낳은 반인도적 사건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윤석열정부는 조속히 대책을 세워 수색에 착수할 것, 민주당은 그 수색을 위한 노력에 함께 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신성국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오랫동안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는 추모제를 마친 뒤 "37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살아온 것, 안다만 망망대해에서 KAL858기 잔해를 발견한 것은 기적이었다"며, "이제 마지막 남은 세번째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그때까지 건강하고 하루하루 희망을 가지고 사셔야 한다"고 유족들을 격려했다.
KAL858기 추정 비행기 동체를 촬영해 보도한 대구 MBC 심병철 기자는 "아직 거리가 좀 많이 남아 있을 뿐 지금 긴 터널의 마지막 끝부분이 보인다"며, "포기하지 않고 가다보면 반드시 닿을 것이고 여러분이 터널끝까지 가는 길에 항상 따라가겠다"고 인사했다.
유족회는 추모제를 마친 뒤 인근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총회를 진행했다.
이날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는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회원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KAL858기 사건 37주기 추도모임'을 별도로 진행했다.
흔히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핵무기, 달러, 문화를 꼽습니다. 핵무기로 위협하고, 달러로 경제를 틀어쥐고, 미국 문화로 반미 의식을 제거한다는 것이지요. 이 가운데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며 확실한 수단은 바로 핵무기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핵무기를 개발했고, 유일하게 실전에서 사용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핵무기를 활용해 다른 나라를 위협하고 마음껏 짓밟으며 폭군으로 군림했습니다. 사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도 일본의 항복을 끌어내는 목적보다는 소련을 견제, 압박하는 의도가 컸습니다.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2017년 7월 13일 프레시안에 올린 글 「미국은 핵무기를 어떻게 활용했나」에는 미국의 이런 만행들이 자세히 나옵니다.
▲ 히로시마(왼쪽)와 나가사키 핵폭발 장면.
예를 들어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이라크 주변에 핵무기를 700~1,000개나 배치해 이라크를 위협했습니다. 이라크는 미국이 언제 핵공격을 할지 몰라 미국에 함부로 대항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이라크를 도울 엄두를 못 냈습니다.
소련도 1970년대에 이르러 핵전력이 미국과 대등하게 되기 전까지는 미국의 핵위협에 시달렸습니다. 1946년 3월 이란 북부에서 소련군이 철수한 것도, 1962년 10월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소련이 물러난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소련의 핵무기 비축량이 미국을 앞선 건 1970년대 후반입니다.
미국의 핵위협은 동맹국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1956년 2차 중동전쟁 당시 미국은 이집트에서 철수하라는 말을 듣지 않는 프랑스와 영국에 항공모함을 파견해 위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프랑스와 영국은 자기들이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했지만 미국에 패권을 내줘야 하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국은 1952년 핵시험에 성공했지만 미국에 비해 한참 뒤진 처지였고 프랑스는 1960년에야 핵시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평화운동가 조셉 거슨은 “미국의 선제 핵공격은 제국의 유지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하였습니다. 노엄 촘스키 교수는 “우리의 전략핵무기 시스템은 미국의 재래식 군사행동에 대해 일종의 우산 역할을 한다. 즉 침략과 정부 전복 활동을 벌일 때 어떤 형태로든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해준다”라고 하였습니다.
해럴드 브라운 미국 전 국방부장관도 “전략핵무기라는 우산이 있기 때문에 …중략… 미국은 우리의 공격 대상 국가를 도우려는 국가를 마음 놓고 충분히 협박할 수 있다”라면서 “미국은 다른 모든 나라의 국민에게 제대로 겁을 주기 위해 제멋대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미친놈이라는 국민적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통킹만 사건 조작을 폭로했던 다니엘 엘즈버그 박사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국제적 위기나 갈등, 또는 전쟁이 있을 때면 언제나 핵무기라는 총을 꺼내 들었다. 2차 대전 이후 제럴드 포드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에) 핵전쟁의 위협을 가해 왔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의 핵위협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아마도 북한일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도 북한을 향해 여러 차례 핵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했고 실제로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하고 평양 상공에서 핵폭탄 투하 훈련까지 했습니다. 1950년 12월 맥아더 사령관이 “한반도 북부에 동해부터 서해까지 방사능 지대를 형성할 것이다. 그 지대에는 60년 혹은 120년 동안 생명체가 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유명합니다.
정전 후에도 미국은 수시로 북한을 핵으로 위협했습니다. 미국은 1958년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기 시작해 1967년에는 949개까지 늘어났다가 1991년 철수했다고 합니다. 또 팀스피릿 한미연합훈련과 같이 북한을 겨냥한 핵전쟁 훈련을 매년 진행하였고, 전략폭격기 등 핵공격 수단도 한반도에 자주 투입되었습니다.
또한 미국은 핵태세검토보고서 등 각종 정부 문서에서 북한을 선제 핵공격 대상으로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다른 핵보유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을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든 핵보유국은 자국의 핵무기는 방어용, 억지용이며 상대가 핵공격을 하기 전에 먼저 핵무기를 쓰지 않는다는 핵교리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미국만은 선제 핵공격을 핵교리로 정해놓고 공개합니다. 심지어 비핵국가를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이를 통해 상대를 최대로 위협, 압박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이 자국을 핵으로 위협한다고 항의하며 국제 사회에도 호소했지만 대부분의 나라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침묵했습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도 미국의 핵위협에 맞선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세계를 상대로 핵위협을 하면서 폭군으로 군림해 왔습니다.
미국을 잠 못 들게 하는 북한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미국이 핵무기를 휘두르며 세계를 위협하던 시절도 끝나가는 모양입니다.
핵시험을 여섯 차례 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한 북한은 2017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스스로를 전략국가라 불렀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핵위협을 받아 온 북한이 이제는 거꾸로 미국을 핵으로 위협합니다.
북한은 2022년 9월 8일 핵무력법을 채택해 선제 핵공격을 명시했습니다. 북한을 향해 중대한 공격이 예상되면 먼저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비핵국가라도 핵보유국과 연합하여 비핵공격을 하려고 하면 핵으로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북한은 여러 성명, 담화를 통해 미국을 선제 핵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확실히 현시점은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하여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며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한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2023.7.27.)
“(미국의) 오판이 반복될수록 대양 건너 아메리카대륙의 위태로운 순간이 더욱 바투 다가들게 된다.” (2023.10.20.)
“미 본토 안전에 중대한 우려감을 더해주는 새로운 방식들이 응당 출현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새로운 행동 계획들을 언제든 검토해 볼 수 있으며 실시할 수 있다.” (2024.10.1.)
“우리 군대는 격상된 전투 준비 태세에서 모든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동태를 엄정히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험을 사전 억제하고 국가의 군사전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즉시적인 행동에 임할 것” (2024.11.23.)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진행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와 발사훈련은 미국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2018년 1월 13일 미국 하와이주에 응급 경보가 울리면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주민들 휴대전화에는 “탄도미사일이 접근 중이다. 즉시 대피소를 찾아라.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는 문자가 떴습니다. 하와이 주민들은 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 날아온다고 믿고 공포에 질렸습니다. 38분 후에야 잘못된 경보였다는 게 알려졌습니다.
당시 하와이 주민들이 미사일을 북한이 쐈다고 여긴 이유가 있습니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운운하며 북한과 전쟁을 하려고 했습니다. 11월에는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주변 해역에 투입했고 2018년 1월에는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후방으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후송 작전(NEO)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부장관은 핵전쟁에 대한 공포로 워싱턴 국립 대성당을 여러 번 찾아 기도를 올렸으며 북한이 불시에 미사일을 발사할까 봐 군복을 입고 잤다고 합니다.
2022년 1월 11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곧바로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미국 서부 해안지역의 공항에 이륙 금지 조처를 내렸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당시 대변인은 “만일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마도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자국을 향해 날아온다고 여겼던 듯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일반 탄도미사일과 궤적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혼동할 수 있습니다.
▲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앨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전 부차관보는 2024년 5월 18일 KBS와 대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걸 실제 차단할 수 있을 거라고 보긴 어렵다”라면서 “(한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도시 여러 개를 잃어야 한다고 미국 국민을 설득하긴 어려울 거다”라고 했습니다.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전 수석차관보는 2024년 8월 1일 강연에서 “핵, 탄도미사일, 재래식 무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다양화하며 개선하는 북한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 군 당국자들이 얼마나 북한의 핵위협에 시달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오레시니크 충격
북한만이 아니라 러시아도 미국을 핵으로 위협합니다.
원래 러시아는 미국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핵 투발 수단도 더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핵무기를 철저히 방어용, 억제용으로만 활용했기 때문에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러시아의 핵정책, 핵교리가 바뀌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돌입을 선포하면서 “러시아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함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말라는 신호였습니다. 9월 21일에는 자국 영토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라며 핵무기 사용도 가능함을 시사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023년 2월 21일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참여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다음날에는 “3대 핵전력 강화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6월 16일에는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습니다. 러시아는 이 조치가 유럽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미국을 따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11월 2일에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 법안에 서명하며 핵시험 재개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이 1996년 이 조약에 서명만 하고 비준을 미룬 것에 대응한 것입니다.
올해 2월 29일 푸틴 대통령은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 핵전쟁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3월 13일에는 “국가의 존립과 관계되거나 우리의 주권과 독립이 훼손될 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며 “핵무기들은 항상 전투 준비 태세에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10월 29일 러시아는 3대 핵전력인 대륙간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대규모 핵전쟁 훈련을 했습니다.
11월 19일 푸틴 대통령은 핵교리 수정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개정 핵교리의 핵심 내용은 재래식 무기로 공격을 받을 때,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때,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이 공격할 때도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무기 사용 문턱을 크게 낮춘 건데 북한이 채택한 핵무력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러시아는 최근 신형 핵 투발 수단도 공개했습니다. 바로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개암나무)입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보유한 러시아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게 무슨 특별한 일인가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1987년 미국과 러시아(당시 소련)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따라 미러 양국은 기존 중·단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고 새로 개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9년 미국이 조약 파기를 선언하면서 양국은 다시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아직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먼저 개발을 완료해 실전에서 선보이면서 자국 미사일 기술이 한 수 위임을 과시했습니다.
러시아는 미러 합의에 따라 구축된 국가핵위험감축센터(NNRRC)를 통해 미사일 발사 30분 전 미국에 자동으로 통보했습니다. 미국은 전날 “중대한 공습 가능성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이유로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했는데 아마도 러시아의 통보 전에 이미 뭔가 조짐을 발견한 듯합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오레시니크 공격 직후 러시아가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루베즈’로 공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말 그대로 대륙과 대륙 사이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입니다. 애초에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게 대륙간 탄도미사일입니다. 따라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쓴다는 건 황당한 얘기입니다. 마치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거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비상식적인 이야기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런 비상식적 주장을 한 건 공포를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마치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지듯 매우 빠른 속도로 불덩이들이 떨어집니다. 푸틴 대통령은 오레시니크를 두고 기존 미사일을 개량한 게 아닌 완전히 새로운 미사일이며 지난해 7월 개발을 지시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오레시니크는 6개의 탄두를 탑재한 다탄두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로 마하 10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이런 미사일은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막을 방법도 없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이 오레시니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런 유형의 미사일을 사용하기 전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민간인에게 사전 통보해 대피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어차피 막을 수 없는 무기라서 미리 알려줘도 상관없고 민간인이라도 대피할 수 있게 배려하겠다는 겁니다.
오레시니크는 아직 실전배치하지 않은 미사일입니다. 이번에는 빈 탄두로 시험발사를 했습니다. 실전에서 바로 시험한 걸 보면 상당히 자신 있었던 모양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탄두의 온도가 섭씨 4천 도에 이르기 때문에 목표물이 먼지로 분해된다고 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오레시니크의 공격을 받은 유즈마쉬 공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목격자에 따르면 공장이 먼지로 변했다고 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시험이 성공적이라며 오레시니크를 대량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다른 무기들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오레시니크를 공개한 의도는 분명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고 이걸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한 ‘응징’이자 만약 더 나아간다면 유럽 전역에 핵공격을 하겠다는 경고입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4일 소셜미디어에 “유럽은 탄두가 핵일 때 오레시니크가 어떤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이 미사일을 격추할 수는 있는지, 유럽 각국 수도에 얼마나 빨리 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라면서 “답은 다음과 같다. 피해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고, 현대적인 방법으로 요격할 수 없고, 몇 분이면 충분하다”라고 자문자답했다. 또 “방공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일한 희망은 러시아가 발사 전에 미리 경고해 주는 것뿐”이라면서 “따라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쟁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낫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던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인 11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면 유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이에 관한 논의도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상회담 뒤 나온 발표에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두 정상의 약속을 재확인했고, 필요한 기간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라고만 하고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의 두 핵보유국이 만났지만 파병이나 참전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러시아의 핵위협 때문입니다.
이제 우크라이나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군인도, 무기도 없고 도와줄 나라도 없습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군인 부족을 해결하려고 30세 이상 남자 대학생 2만 3,448명을 병역 기피자로 간주해 강제 퇴학시켰습니다. 하지만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핵위협 때문에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합니다. 최근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가 징집 연령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지난 4월 징집 연령을 27살에서 25살로 낮췄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18살로 더 낮추라는 것입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군인이 아니라 무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서방이 무기 지원을 제대로 안 하면서 관심을 돌리려고 징집 연령 문제를 꺼내 들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징집 연령을 낮췄다가 강력한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을 걱정하는 젤렌스키 정권의 변명으로 보입니다. 진실은 군인과 무기 둘 다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북러공조와 핵지형 변화
10월 29일 러시아가 3대 핵전력을 동원한 대규모 핵전쟁 훈련을 하고 이틀 뒤인 10월 31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9형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북한은 화성포-19형을 두고 “최종 완결판 대륙간 탄도미사일”, “세계 최강의 전략 미사일”이라 불렀습니다. 화성포-19형은 북한이 지금까지 발사한 대륙간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사거리가 길고 크기도 큽니다. 차량 이동식 미사일 가운데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표현과 실제 크기로 볼 때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이 50년 전에 개발해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유일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미니트맨 III과는 여러모로 비교해도 훨씬 우월한 미사일입니다.
▲ 화성포-19형.
이런 미사일을 미국 본토로 날려 보내면 여러 도시와 군사시설이 동시에 증발하고 말 것입니다. 미국 당국자가 잠 못 들 이유가 또 늘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비슷한 시기에 전략무기를 보여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사전 협의가 있었을 것입니다. 자국 전략무기 운용을 다른 나라와 조율할 정도면 공조 수준이 상당하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를 놓고 보면 러시아 단독으로도 미국을 능가하지만 여기에 북한과 공조까지 하면 완전히 미국을 압도합니다.
1945년 처음 핵무기가 세상에 등장한 뒤로 핵은 국제질서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수단이었습니다. 누가 핵패권을 쥐느냐는 세계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지난 반세기는 미국이 핵무기를 흔들며 세상을 위협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반대가 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강력한 핵무기를 앞세워 미국을 위협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세상이 뒤집혔습니다.
▲10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와 만난 모습. 사진=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가족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당게)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 20여 일 동안 계속되며 당내에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7일 “김건희 여사 고모라는 분이 페이스북에 한동훈 집안에 ‘벼락 맞아 뒈질 집안’이라는 저주의 표현을 썼지만, 우리는 문제 안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2017년 비공개 맘카페에서 강남맘 카푸치노에서 (국정농단) 특검팀 꽃바구니 보내기 운동을 주도했는데 알고보니 특검팀 한동훈 검사의 배우자 진은정 변호사가 맘카페에서 꽃바구니를 보내자고 여론을 만들었다”며 “진 변호사가 신분을 숨기고 여론 조작을 했다는 사실에 강남 맘카푸치노 회원들은 배신감을 느꼈고, 결국 해당 맘카페에서 퇴출됐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을 둘러싼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계속되자,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막장극을 그만둘 때도 됐다고 지적했다.
▲29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 “결국 尹-韓 갈등” 중앙일보 “진흙탕 공방, 그만둘 때 됐다”
동아일보는 <“꽃바구니 여론 조작” “벼락 맞아 뒈질 집안”… 처음 보는 막장극> 사설에서 “한 유튜버가 이달 5일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있다’라고 폭로한 뒤 20여 일 동안 집권 여당은 ‘당게 수렁’에서 헤매고 있다”며 “친윤계에선 ‘가족들이 실제로 글을 작성했는지 한 대표가 밝혀야 된다’고 압박하고, 친한계는 수사를 통해 정리돼야 할 사안이라고 맞설 뿐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의 실체를 두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한 대표는 실체가 뭔지에 대해선 여전히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이 때문에 친한계 일각에서도 “진실이 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친윤은 이참에 그런 한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어 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여당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의 근저엔 결국 ‘윤-한 갈등’이 있다. 한솥밥을 먹던 대통령과 여당 수장의 불신과 반목이 당게 논란에 투영돼 내전 수준으로 비화한 것이다. 이런 기막힌 막장극은 처음 본다는 당원들의 탄식도 커져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29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집권 여당의 진흙탕 게시판 공방,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사설에서 “이쯤 되면 집권 여당이 막장 집안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며 “김 여사 고모라는 사람이 쓰는 어휘에도 말문이 막히지만, 이런 걸 관리해야 할 대통령실 제2부속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다. 집권 세력의 총체적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내년 성장률 1%대 전망… 경향신문 “정부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어”
28일 한국은행이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성장률 역시 1.8%로 전망했다. 내년과 내후년의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내린 셈이다. 금리를 두 달 연속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회 연속 인하한 이후 16년여 만에 처음이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가계부채와 환율 상승 가능성을 감수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건 내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쩍 어두워진 경기 전망에 선제 대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고관세’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내수 등 전방위로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 경향신문 1면.
▲29일 경향신문 3면.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인하 결정 과정에서는 6인 모두가 만장일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경향신문은 “이날 금통위 결정 과정에선 만장일치가 아닌 4명 인하, 2명 동결 의견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낮아지면서 달러와 비교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년 경제전망 1% 추락, 정부 자화자찬 끝이 이건가> 사설에서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국면도 아닌데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고도 정부는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고 비판했다.
여러 지표가 좋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득 상위 20%의 근로소득은 5% 늘었지만 하위 20%는 3.4% 줄었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9배였다. 작년 3분기(5.55배)보다 0.14배포인트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버텼던 자영업자들은 긴 경기침체와 고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가 지난달 24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9.2% 늘었다. 10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다. 파산 기업도 역대 최대다. 올 1~10월 전국 법원에서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는 138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1건)보다 27.7% 늘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나라 살림은 쪽박 차기 직전이다. ‘부자 감세’ 정책과 경기 예측 실패로 올해 30조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결손액까지 더하면 2년 새 86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며 “실물과 금융 전역에 경고등이 켜졌는데 정부는 도대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무능과 무사안일로 국민 경제가 파탄 나면 이 자체로 탄핵감”이라고 비판했다.
▲29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도 <금리 인하에 성장률도 낮춘 한은, 정부도 비상 대응을> 사설에서 “한은이 환율·부동산·물가 불안을 무릅쓰고 연속 금리인하를 결정한 만큼, 이제 공은 정부 경제팀에 넘어갔다”며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내수 민생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가 많은 가계의 상환 부담이 낮아진다. 이를 소비 확대와 내수 진작으로 끌어내려면, 정부도 자영업 지원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내수진작책을 속히 내놔야 한다. 저소득층 복지 확대나 온누리상품권 활성화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당, 文 때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소식 1면에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탄핵민주당은 최재해 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하는 등 국회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대통령실 관저 감사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 국정감사 과정에서 자료를 미제출하는 등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이 탄핵 사유”라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민일보는 1면에 이 소식을 다뤘다.
한국일보는 1면 <검사 이어 감사원장 민주당의 ‘탄핵 폭탄’> 기사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이 제기되는 것은 처음이다. 무더기 검사 탄핵에 이어 거대 야당의 무소불위 탄핵 횡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장 탄핵이 가결되면 초유의 감사원 마비 사태가 불가피해진다”고 보도했다.
▲29일 조선일보 3면.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이 이번에 탄핵 심판을 받게 되면 권한대행 역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조은석 김인회 감사위원(임명 오래된 순)이 차례로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조선일보는 <초유의 감사원장 탄핵… 文이 임명한 2명이 차례로 권한대행 된다> 기사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은석·김인회 감사위원이 원장 권한 대행을 차례로 맡게 된다. 감사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감사위원회도 ‘문재인 정부 성향 3인 대(對) 윤석열 정부 성향 3인’의 6인 체제로 당분간 운영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1월 국회 동의를 거쳐 임기 4년의 감사원장에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도 최 원장이 감사원 출신인 점 등을 고려해 감사원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그의 유임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최 원장을 민주당이 탄핵하려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감사원이 현 정부 출범 후 전임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추진 과정을 감사하자 과반 의석을 앞세워 감사원 손보기에 나선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후안무치(厚顔無恥)."
서울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현 시국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강재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내놓은 답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윤석열 대통령 모교에서 나온 시국선언인데,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에게 어떤 메시를 주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대학마다 추구하는 목표 혹은 지켜온 전통이 있는데 그것에 비춰봤을 때 너무 이례적인 사태라 다들 경악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혹시 잘못한 것은 없는지 교육자로서 다시 돌아보는 계기였다. 반성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 정용욱 역사학부 교수
"학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잘 드러내 보이는 사례다. '서울대라고 하는 최고의 대학을 나왔던 사람을 대통령 시켜놨더니 개판이구나', '서울대가 그렇게 좋은 대학이 아니구나' 이런 것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좋은 실증자료가 아닐까 생각한다." - 박배균 지리교육과 교수
윤 대통령 모교 서울대의 교수·연구자 525명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최근 이어지는 대학가 시국선언 중 단일대학 기준 최대 규모다.
이들은 28일 오후 3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당 무대 앞과 벽엔 이들의 시국선언문이 인쇄돼 걸려 있었다. 사회를 맡은 박배균 교수는 "이 자리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굉장히 오랫동안 (서울대의 시국선언을) 기다렸을 것"이라며 기자회견 시작을 알렸다.
정용욱 교수는 시국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최근 60~7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을 했고, 서명자만 4000여 명에 달한다고 알고 있다. 서울대 역시 대부분의 교수가 진작부터 '어떤 방식으로든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기인 교수들을 모으고, 시국선언문 초안을 검토하고, 참여자 수만큼 다양한 의견과 토론이 있어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시국선언이 '자발적인 참여'에 기초해야 한다고 봐서 서명을 모으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며 "현 상황에 대해 위기감이나 분노를 느끼지 않은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전 한 대학(경희대) 시국선언에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현재 대학 사회에 몸담은 분 중 그런 감정을 안 느끼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까"라며 "저희 역시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이후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 지 뜨겁게 논의하는 자리 만들어지길"
기자회견에 참석한 남기정 일본연구소 교수, 신석민 화학부 교수, 김백영 사회학과 교수, 박흥식 역사학부 교수, 주병기 경제학부 교수, 이강재 중어중문학과 교수 등은 차례로 시국선언문을 읽어 내려갔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은 "우리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 정부의 퇴진을 촉구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대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고 털어놨다.
또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라며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이들은 ▲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망사건 등에서 보인 책임 회피 ▲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 대란 ▲ 국가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 ▲ 실패한 경제 정책 ▲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북정책 ▲ 처참한 외교 성적표 ▲ 인권과 언론 자유 탄압 등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이라며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다. 윤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또 '향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시국선언을 했을 때 실제 대통령 퇴진까지 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오늘 이후는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시국선언이 중요한 이유는 이제까지 냉소하고 있던 시민들을 공론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뜨겁게 논쟁하는 자리가 열리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현 시국을 사자성어로 표현해달라'라는 취재진의 말에 이강재 교수는 "후안무치한 상황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기에 '후안무치'를 고르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은 계속해서 시국선언 참여자를 받을 예정이다. 향후 최종 서명자 수는 늘어날 전망이다. 아래는 이날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우리 서울대 교수·연구자들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부끄러움, 사죄와 통탄의 심정으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촉구합니다. 서울대 교내 곳곳에 나붙은, 윤석열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제자들의 대자보가 양심의 거울처럼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지성의 전당, 그 명예로운 역사의 흔적을 윤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공직자들에게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지식인'을 양산해 온 것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이제는 그것이 일상다반사처럼 되어 국민이 더 이상 참기 힘든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사건은 시민과 군인의 생명을 책임진 기구들이 주의 깊게 대처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진상 규명은 재발 방지를 위해 당연하며 민주주의 사회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 절차이자 과정이지만 국민이 마주한 것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뻔뻔한 얼굴과 그들이 내뱉는 궤변뿐이었습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들을 비호하고, 오히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무고한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료대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 이탈과 의료 공백이 장기화 되었고, 의료 시스템은 총체적인 붕괴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등한시한 채 공허한 '의료개혁'이라는 자기최면 구호만 반복합니다. 졸속한 의대생 증원은 의료 대란과 함께 '의대교육 대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합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근거도 없이 국가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젊은 연구자가 해외로 떠나고, 실험실이 문을 닫는 등 대학의 연구 기능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문생태계가 돌이키기 힘든 타격을 입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민간주도성장이라는 정체불명의 경제 정책은 각자도생의 세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서민들은 점점 더 가중되는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의 세수 결손과 최장의 무역수지 적자 사태가 이어졌고, 경제성장률은 이제 선진국 평균 수준 미만으로 추락했습니다.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고금리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근로소득 격차는 더 늘어났습니다. 폐업한 소상공인의 숫자와 규모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민생 경제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며, 대통령은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습니다.
휴전선 인접 지역 주민들이 북한 확성기 소음으로 밤잠을 못 이루고 심지어 많은 분이 신경정신과를 찾습니다.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대북정책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왜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지, 왜 이전에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현 정부에서 빈발하는지, 북한이 다른 나라에 파병한다는 보도만으로 우리와 관련 없는 전쟁에 무기와 군인을 보내야 국민의 안보가 더 든든해지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분단 이후 긴장과 공포 속에서 축적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평화 없이는 안보도, 안정도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지키려는 것이 국민의 안보입니까, 정권의 안보입니까?
윤석열 정부의 외교 성적표는 더 참담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잦은 대통령 외국 순방의 결과로 국민에게 던져진 성과물은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묻는 전 국민 청력 테스트와 순방 중 부인의 명품 쇼핑 논란이었습니다. 한일 간 외교를 정상화한다는 미명 하에 이루어진 정상외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의 원한이 서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으로 돌아왔습니다. 국민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는 대일굴욕외교를 지켜보며 이제 많은 이들이 독도 영유권 분쟁의 현실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제 침략에 희생된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2차, 3차 가해하는 무도한 인사들이 요직에 임명되고, 대한민국 정치의 보수와 진보가 함께 이룩한 헌법적 합의와 독립투쟁의 역사가 무참히 훼손되는 참상을 목도하면서 일본의 밀정이 정부의 주요 공직을 장악했다는 개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실정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입니다. 민주주의가 일상의 차원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기구들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적 제도와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정치를 정적과 비판 세력에 대한 수사와 기소로 대체한 검사 출신 대통령과, 권력의 비호에 앞장서는 검찰로 인해 국민들은 더 이상 사정기관과 사법기관의 공정성과 정의를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기를 낸 소수의 의인들이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가까스로 지탱해 주고 있습니다.
언론의 권력비판 기능과 국민의 인권과 알 권리를 지켜야 할 민주주의 시스템이 오히려 언론과 국민의 비판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악용되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인권과 언론 자유를 지켜야 할 감시 기구에 반인권적 행태와 언론 탄압을 자행해 온 인사를 임명하는 작태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심층 취재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통령 면전에서 그러한 사안들에 대해 질문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기자를 본 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그나마 제 역할을 하려는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정부, 여당과 일부 사회단체의 고소, 고발이 늘 따라다닙니다.
정의와 공정성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향유할 수 있는 원리인데 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성이 남아 있는지 의심합니다. 정부의 거듭되는 실정과 실책, 그로 인한 혼란의 뿌리에 대통령과 부인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와 자의적 남용이 있습니다. 국정의 난맥상과 국가정체성의 위기, 권력 남용과 사유화, 국정농단, 법치를 악용한 민주주의 유린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책임지는 자세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늘어놓은 안하무인의 무성의한 기자회견은 오히려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내려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주의가 안착되고 개혁이 추진될 줄 알았는데 채 10년도 되지 않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역행과 퇴행이 심각합니다. 모든 정치 세력이 탄핵에 동참했던 국민의 열망과 염원을 받들기 위해 제대로 일했는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권력 수호와 비판세력의 입을 막는 데만 몰두하면서, 미래 한국 사회를 위해서나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맡겨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필요한 평화, 경제정의, 생태환경 등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급박한 국제정세 변동, 경제위기, 인구위기, 기후위기 등에 대처할 수 있는 합리적 국가 시스템의 회복이 절실합니다.
윤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야 합니다. 한국 사회의 장래를 위해서 그의 사퇴는 필연적입니다. 거부권은 결코 대통령의 특권이 아닙니다. 이제 국민이 대통령을 거부합니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심정적으로 윤 대통령을 해고했습니다. 그리고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의혹,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권력의 자의적 남용, 최근 불거진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에 뜻을 모은 동료 시민들, 전국 각 대학의 동료 교수·연구자들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조속한 퇴진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24년 11월 28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일동 (현재 서명 교수·연구자 총 525명)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촉구하는 서울대학교 교수-연구자 525명이 2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거부한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각계 ‘시국선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가운데, 28일 천주교 사제 1,466명이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다”면서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제들은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만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면서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대통령 윤석열 씨”를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에 빗대면서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제들은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하자”면서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하자”고 했다.
이날 천주교 사제 ‘시국선언’에는 김선태 주교(전주), 김종강 주교(청주), 김주영 주교(춘천), 문창우 주교(제주), 옥현진 대주교(광주) 등 5명의 고위성직자들과 1,461명의 사제들이 동참했다.
<천주교 사제 1466인 시국선언문>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느님이 주셨던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로마 3,23)
1. 숨겨진 것도 감춰진 것도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더니 어둔 데서 꾸민 천만 가지 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에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민심의 아우성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천주교 사제들도 시국선언의 대열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2. 조금 더, 조금만 더 두고 보자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이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거두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에서 “싫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마저 맡겼다가는 사람도 나라도 거덜 나겠기에 “더 이상 그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낸 것입니다.
3. 사제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를 지켜볼수록 “저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나 못할 일이 없겠구나.”(창세 11,6) 하는 비탄에 빠지고 맙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별로 놀라지 않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여 묻습니다. 사람이 어째서 그 모양입니까? 그이에게만 던지는 물음이 아닙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마는”(로마 7,19)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두고 가슴 치며 하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강생이 되어 세상을 살려야 할 존재가 어째서 악의 화신이 되어 만인을 해치고 만물을 상하게 합니까? 금요일 아침마다 낭송하는 참회의 시편이 지금처럼 서글펐던 때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나는 내 죄를 알고 있사오며 내 죄 항상 내 앞에 있삽나이다 … 보소서 나는 죄 중에 생겨났고 내 어미가 죄 중에 나를 배었나이다.”(시편 51,5.7)
4. 대통령 윤석열 씨의 경우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그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이어야 할 것을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을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 자기가 무엇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 어디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파괴와 폭정, 혼돈의 권력자를 성경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다니 7,7)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는 통에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생존과 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친 선열과 선배들의 희생과 수고는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우리의 양심과 이성은 그가 벌이는 일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그를 진심으로 불쌍하게 여기므로 그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마음 안에서 나오는 나쁜 것들”(마르 7,21-22)이 잠시도 쉬지 않고 대한민국을 괴롭히고 더럽히고 망치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오천년 피땀으로 이룩한 겨레의 도리와 상식,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본분을 팽개치고 사람의 사람됨을 부정하고 있으니 한시도 견딜 수 없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사회의 기초인 친교를 파괴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조롱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고 있으니 어떤 이유로도 그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버젓이 나도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오, 드러냈지만 악한 표양만 늘어놓으니 교회로서도 무거운 매를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6. 그가 세운 유일한 공로가 있다면, ‘하나’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전체’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음을 입증해 준 것입니다.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도 정신 나간 어느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나이기로 말하면 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요, 우리야말로 더 큰 하나가 아닙니까? 지금 대한민국이 그 하나의 방종 때문에 엉망이 됐다면 우리는 ‘나 하나’를 어떻게 할것인지 물어야 합니다. 나로부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아울러 우리는 뽑을 권한뿐 아니라 뽑아버릴 권한도 함께 지닌 주권자이니 늦기 전에 결단합시다.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부터 조국의 평화통일과 국민의 복리증진까지 대통령의 사명을 모조리 저버린 책임을 물어 파면을 선고합시다!
7. 오늘 우리가 드리는 말씀은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 방관하지 말자는 뜻입니다.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매섭게 꾸짖어 사람의 본분을 회복시켜주는 사랑과 자비를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기재부 주요 간부들과 함께 노숙인들의 보호 및 자립지원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방한용품과 따끗한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2024.11.26. ⓒ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숙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시사했다. 정작 정부는 노숙인이 입주를 고려할 만한 저렴한 임대료의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정부의 예산·정책 방향과 괴리가 큰 최 부총리 발언을 두고 의미 없는 빈말 아니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28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 역할은 단순히 보호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자리와 소득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며 “취업지원, 공공임대주택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세심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언급한 대목이 눈에 띈다. 노숙인이 이용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공임대주택은 여러 유형으로 나뉘는데,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건 영구임대주택(50년 임대주택 포함)이다. 40㎡ 이하 주택을 시세의 30%로 제공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말 올린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총 15개 단지 1,522호의 평균 보증금은 311만원, 임대료는 6만 2천원이었다. 가장 저렴한 곳은 강남3 단지로, 보증금 220만원, 임대료 4만 4천원에 21㎡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
노숙인 복지시설이나 비닐하우스 등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 우선 공급하는 다가구매입임대주택도 있지만, 보증금과 임대료가 영구임대주택에 비해 비싸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주거취약계층에게 6~7만원대의 월 임대료로 제공되고 있으나, 1천원만 이상의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어야 한다. 노숙인의 경제 사정을 고려할 때 이용이 쉽지 않다.
영구임대주택은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이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지역의 영구임대주택 최장 대기기간은 80개월에 달했다. 전국 평균 대기기간은 15개월이었다.
공급 물량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21년 3,728호였던 영구임대주택 공급 물량은 2022년 들어 521호로 급감했다. 2022년 기준 영구임대주택 재고량은 3만 3,354호에 불과하다.
내년에도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예산이 대폭 줄었다. 국토교통부의 내년도 영구임대주택 예산은 431억 1,600만원이다. 올해 823억 2,100만원에서 392억 500만원(47.6%) 삭감됐다. 당초 국토부는 내년도 예산으로 566억 3,400만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가 심의 과정에서 135억원 이상 깎았다.
공공임대주택 사업 개편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예산을 조정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2022년 도입된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격과 임대료가 상이한 영구임대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입주자격을 통일하고, 소득 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화했다. 기존 체계는 공공임대주택 유형의 복잡성 탓에 신청자가 자신에 맞는 유형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영구임대주택 등 기존 유형의 예산이 깎인 만큼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증액됐어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내년도 총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13조 8,781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해 2조 5,341억원(15.4%) 쪼그라들었다.
국토부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물량을 올해 계획량 11만 5천호보다 3만 7천호(32.2%) 증가한 15만 2천호로 제시했는데, 계획을 뒷받침할 예산은 삭감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국토부의 주택도시기금에서 LH와 지방주택도시공사 등 사업 주체에게 출자 또는 융자하는 방식으로 집행되는데, 국토부가 예산을 줄이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주택구입·전세자금 예산은 지난해 10조 4,261억원, 올해 12조 3,645억원, 내년 14조 572억원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주택구입은 노숙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최근 공공임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구임대주택 같은 기존 유형에 대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으면 통합공공임대주택 예산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공공주택 정책은 주거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에게 우선 배분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기보다는, 주택 구입이나 분양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최 부총리의 ‘노숙인 공공임대’ 발언과 실제 예산·정책 방향은 굉장히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 탓에 노숙인이 공공임대주택을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보증금은 큰 걸림돌이다. 월 30만원 수준의 주거급여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가 방문한 노숙인 지원 센터의 임시주거 지원 사업은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이 없는 분들이 거주할 수 있으려면 보증금, 임대료, 관리비를 100% 지원해야 한다”며 “정부가 노숙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하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부총리 발언에 대해선 “국토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달라고 하면 잘 주겠다는 정도의 의미로 읽히는데, 관련 예산을 줄여놓고 뜬금없이 무슨 의도로 얘기한 건지 의아하다”며 “현실을 모르고 하는 구두선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1.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여론 조작
2. 김건희 개입, 공천 장사
3. 김건희 시켜 인사 개입
4. 창원의 왕 명태균, 국정 개입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1.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여론조작
명태균 발언 내용(10월 14일 CBS 출연)
“김재원씨(현 국민의힘 최고위원)나 이런 분들은 코바나컨텐츠에 한번 가본 적이 있다고 하던가. 아크로비스타 306호 대통령 자택에 한번 가본 적이 있나”
“(저는 아크로비스타에) 셀 수 없이 갔다”
“(윤 대통령 부부와) 연결이 된 것은 (2021년) 6월18일”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했다.”
“아침에 전화가 오면 그렇지 못할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낮에도 여러 번씩 계속 통화를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을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그쪽(윤 대통령 부부)에서 저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겠느냐?”
“스피커폰으로 (저에게) 아침에 전화가 온다. 두 분이 같이 듣는다.”
명태균은 김건희 여사와 2021년 6월 18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10월 14일 CBS에서도 그렇고 검찰에서도 일관된 진술을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아크로비스타 이웃으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함성득 교수도 그 날 명태균을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앞에 데려다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2022년 4월 명태균-지인 통화
"내가 뭐라 하데.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
"내가 김건희 사모 앉은뱅이라고, 눈 좋은, 끌어올릴 사주라 하고. 내가 뭐라 했는지 알아요? (김건희) 본인이 영부인 사주가 들어앉았고 그 밑에 대통령 사주가 안 들어 왔는데“
"근데 두 번째는 3월9일이라서 당선된다 그랬지. 내가. 왜 그러냐 그래서 꽃 피기 전에는 윤
석열이가 당선이 (되고 꽃이) 피면 이재명이를 이길 수가 없다(고 김여사 등에게 말해줬다)“
"내가 이랬잖아. 그 청와대 뒷산에, 백악산(북악산)은 좌로 대가리가 꺾여있고, 북한산은 오른쪽으로 꺾여있다니까“
"김종인 위원장 사무실에서 보니까, 15층이니까 산중턱에 있는 청와대 딱 잘보이데“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용산 이전에도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통화 내용이다. 또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거절도 명태균과 연관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020년 3월 초순
"ARS(여론조사)를 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상대편 지지자가 누군지가 쫙 뽑아져 나온다"며 "다음에 진짜(당의 공식 여론조사) 돌아가는 날, 우리도 조사하면 안 되나?"
"상대 지지자한테 전화하지? 그럼 (공식) 전화 받았다고 하겠지"라며 "다음에, 자기가 ARS 전화 받았다고 (착각하는데 공식) 전화 받(겠)나?"
"비행기가 대한항공(정당 공천관련 여론조사) 타야 되는데 아시아나(공천 여론조사 교란 목적으 여론조사) 탄 놈도 막, 우리한테 받은 놈도 막 다 올려. 와 했는데 개표해버렸는데 이 뭐꼬? 대한항공(에는) 반밖에 안 탔네(가 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뭐 여론조사 하는데 언론사에서 자체 조사 안되냐"라며 "중앙(?), 그 당에서 그날 조사한 거 있는데 당원이기 때문에 조사한 거 모른다(고 하면 된다)"
"결제를 잘해주면 다 알려주겠다“
"세상에 안 되는 게 있다고?“
명태균 씨의 발언에서는 2020년부터 2022년 대선에 이르기까지 여론 조작 의혹이 포함됐다. 그는 ARS를 활용한 여론조사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한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방식은 지난 대선 국민의힘 후보 경선과정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강혜경씨 증언
"명씨 지시로 성향 분석 문건을 만들었다“
"2차 및 3차 조사도 안심번호 별로 지지 성향이 모두 기재됐다“
"1차와 2차, 3차 모두 조사 대상이 달랐다“
"1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2차, 1차와 2차에서 실시하지 않은 대상들을 대상으로 3차 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앞두고 명태균씨가 운영한 미래한국연수소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3차례나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를 통해 후보 지지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캠프에 전달했다. 당시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 캠프에서 입수한 안심번호를 통해 진행된 조사에서, 명 씨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다고 통화 녹취록에서 밝혔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9월 29일 오후 3시 33분)
명태균 :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000개 만드이소.
강혜경 : 이거 가지고요?
명태균 : 예. 치아불지(치워버리지) 뭐. (그게) 안 나아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돈 얼마 들어갔어요?
강혜경 : 40만 원 정도 들어갔어요.
명태균 : 그럼 됐어요. 보고서 바로 해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9월 29일 오후 4시 50분)
명태균 : 이거 그 다른 쪽에 하태경이가 나가는 거니까.
강혜경 : 네.
명태균 :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예. 그 젊은 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
강혜경 : 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명태균의 특기인 여론조사 조작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후보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여론조사에 3억 7천여만원이 쓰인것으로 알려졌는데, 명태균은 이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았다. 무상으로 여론조사가 제공된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혹은 뇌물수수가 될 수 있다.
윤석열 :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 고맙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 19분)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대”
“그래서 윤상현이, 끝났어”
“Y가 대통령 이름 팔아가지고. K가, 공관위 압박을 넣어 가지고”
“내가 가만히 있을 놈이라? 끝났어. XXX들, 대통령 뜻이라고 해갖고, 내가 대통령 전화한 거 아나”
“소문내면 안 돼요. 후보들 난리 날 겁니다. OOO 입 조심하라 하고. 우리끼리만 그거 하고”
“내일 아마 점심 때 발표하겠지, 그 행사가 있기 때문에”
명태균-강혜경 통화(2022년 5월 9일 오후 4시 39분)
“김영선 그 현수막, 이제 본선 후보잖아. 본선 후보는 좀 틀려야 되거든 문구가”
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 공관위는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의창에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한 것이다. 김영선 전 의원 회계담당자인 강혜경씨는, 2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 부탁으로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줬다"고 증언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 녹음까지 공개되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4년 2월18일 오후 9시38분)
“김영선 컷오프야. 여사가 직접 전화 왔어”
“그러니까 빨리 기사, 빨리 내 갖고 빨리 확인하고. 그 기사를 여사한테 줘야 돼요. 나한테 빨리 보내”
2024년 22대 총선에서 김영선 전 의원은 창원의창에서 컷오프당했다. 명태균은 이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
김건희 여사는 김영선 의원에게 공천되려면 지역구를 김해로 옮기라고 권유했다. 또한 대통령과 발맞춘 지원 방안도 제시했다. 위 통화 직후 김영선 전 의원이 험지인 김해갑으로 지역구를 옮긴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4년 2월26일 오전 11시 4분)
명태균 : 내가 화내서 미안한데, 그 김영선이하고는, 그러면 안 되는 거요. 그 3개월 됐어. 내가 방향 다 가르쳐줬어. 정보 다 알아갖고. 끝끝내 말 안 듣고, 끝끝내 말 안 듣고. 그때 김해갑에 갔으면은 영웅이에요, 영웅. 제일 먼저 험지 가서. 지금은 김영선이 컷오프요. 끝난 지 오래됐어. 왜 발표 안 하냐? 내 땜에. 내가 여사하고 대통령한테 다 까발리겠다 그랬거든. 내가 대통령하고 여사한테 그래가 되겠어요? 어? 왜 가르쳐주는 대로 안 하는지 내가 잘 모르겠고. 또 이거 저 금전적인 것도 그래요. 예? 그러니까, 그 여보세요?
강혜경 : 네.
명태균 : 여론조사 하든가 말든가, 나는 방법을 가르쳐 줬으니까 그건 알아서 그 김영선이하고 의논해요. 내한테 금전 얘기하지 말고. 내가 대통령, 여사 그 어 내가 얼마나 심한 얘기 한 줄 알아요? 00이 하고 다 물어보면 알 거여. 내 XX 가만히 놔두나. 내 XX 다 터자뿌겠다고. 내가 이렇게 뭐 협박범처럼 살아야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래서 지금 그게 겁이 나서 발표를 못 하는 거예요. 의창하고 김해. 알겠습니까? 끊어요. 하여튼.
그러나 김영선 전 의원은 김해 갑에서도 컷오프를 당하며 경선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에 격분한 명태균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협박했다는 정황이 담긴 대화다. 이후 2월 29일, 명태균과 김영선은 칠불사에서 이준석 대표 등과 만나 개혁신당 비례후보 앞 순번을 요구했다. 대가는 윤 대통령의 부부의 공천 개입 증거인 대화 메시지, 통화 녹음 파일 등이었다.
명태균은 이 외에도 여러 정치인들의 선거 과정에 개입했다. 또한 창원산단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 입수하고 직접 조율까지 했으며, 명태균의 지인이 해당 부지를 구입한 정황도 밝혀졌다. 더군다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강경 진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선출되지 않은 일개 개인이 국정에 깊숙히 개입하는 것, 선거에 김건희 여사가 개입한 것 등 날이 갈수록 국정농단의 증거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만약 결선투표를 가면 조은희하고 이혜훈, 그렇게 했을 때 누굴 지지하느냐고 문항을 하나 더 집어넣어라”
“(비용 증빙은) 나중에 만들면 되잖아. 후보한테 쓰라고 하면 되지. 조은희인데”
“당에서 전화가 와서 ‘여론조사를 돌리냐’(고 했다.) 나중에 문제가 된다고 전화가 왔더라”
“오늘 것만 정리하면 된다”
“로데이터(가공 전 자료)를 텔레그램으로 드렸다. 확인해달라”
명태균-지인 통화 (2022년 6월)
“나를 보고 (조 의원이) ‘광역단체장 둘이, 김진태(강원지사), 박완수(경남지사) 앉히시고. 저 조은희와 김영선 (전 의원)도 만들었다’며 ‘명 대표는 이제 영남의 황태자’라고 말했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 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
명태균은 2022년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둔 당내 경선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민주당은 조은희 의원의 남편인 남영찬 변호사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를 무죄로 변호한 것이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이 11월 24일 공개한 통화 녹음파일에 대해 "허무맹랑한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공천개입
5.18망언 3인방(김진태 의원, 김순례의원, 이종명 의원)
명태균-강혜경 통화(2022년 4월18일 밤 9시57분)
"김진태 그거 내가 살린 거야"
"김진태가 김○○이 갔는데, 벌떡 일어나 손을 잡고 내 얘기하면서 그분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손잡고 막 흔들더래요"
"아니, 나 어제 잠도 못 잤어. 김진태가 나보고 주무시면 안 돼요. 내가 막 사모님 그래 갖고 밤 12시 반에 내가 해결했잖아"
2022년 지방선거에 김진태 강원도지사 공천과정에서 명태균이 연관되어있다. 당시 황상무 전 KBS 앵커가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었다. 김진태의 경우 5.18광주 민주화운동 폄훼 망언과 태극기 집회 참석 등으로 여러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관위는2022년 4월18일 오전, 김진태에게 경선 기회를 주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명태균은 "김 여사의 종용에 못 이긴 윤 대통령이 정진석(당시 공관위원장)에게 전화해서 경선으로 번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명태균(민주당 11월 21일 공개)
"내가 (김진태 컷오프) 밤 12시에 엎었어"
"정권 초기인데 대통령 말을 거역하는 거대한 세력이 있나. 내가 아침에 완전 박살을 냈다"
"정진석이 김진태한테 전화해서 5·18하고 조계종 사과로 끝냈지"
"아침에 애(김진태)가 막 '잊지 않겠습니다' 하고 울고"
김진태의 강원도지사 공천 배경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당시 국민의힘은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공천하려 했고, 김진태 지사는 국회 본청앞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4일 후, 국민의힘 공관위는 "대국민 사과를 한다면 공천을 재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김진태 지사는 5.18 및 조계종 망언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박완수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왔다. 오래 살려고 박완수도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네”
“평생이 기도야. 참나 환장하네”
명태균-강혜경 통화
명태균 : 경남 매일(언론사 추정) 한 번 확인해보고 내일 바로 때려야 되는 거 아니냐
강혜경 : (기사) 때려야 되는데 신문사 쉬는 날이라. 토요일이
명태균 : 그럼 일요일 해갖고 월요일 날 때려야 되나
강혜경 : 네. 알겠습니다
명태균(검찰 조사 진술 내용)
“윤 대통령을 박 지사와 만나 함께 술을 마셨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완수 지사에게) “행정의 달인이시네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저는 검사 생활밖에 안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윤한홍 의원에 대해) “그 사람은 ‘내 선거를 도운 것이냐, 자기 선거를 한 것이냐’”(라고 말했다)
명태균(11월 18일 민주당 공개)
“윤 총장(윤 대통령)이 나보고 ‘윤한홍이는 행안부 장관은 시켜도 명 박사(명태균) 때문에 경남지사는 내(윤 대통령)가 안 보내기’로 했다고 2번 전화 왔다”
“(박 지사는) 자기가 도지사 되는 게 꿈이지, 가능성은 제로인데 (내가) 해줘야지”
“윤한홍이는 도지사 나가는 거를 내 때문에 짤렸다”
“내가 윤 총장(윤 대통령)한테 ‘윤한홍이 도지사 나가면 홍 대표(홍준표 대구시장)가 가만히 있겠나. 그나마 또 어부지리로 민주당 된다’(고 했다)”
"윤 총장이 내보고 윤한홍이는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켜도 명 박사 때문에 경남지사는 내가 안 내보낼끼라고 두 번 전화 와갖고”
명태균은 박완수를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로 직접 추천했다. 만난 곳은 윤석열 대통령의 집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당시 윤핵관 3인방 중 한 명인 윤한홍 의원이 경남도지사 출마 의도를 내비치고 있었다. 윤한홍 의원은 2021년 11월 10일 KBS와 인터뷰에서도 "정권교체에 매진하고, 기회가 온다면 도지사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윤한홍 의원이 불찰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 경남지사 후보 경선은 박완수, 이주영 양자대결 구도로 만들어졌다.
명태균은 2022년 4월 8일, 경남연합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를 엮어 PNR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자신의 주 무기인 여론조사 조작을 경남도지사 경선과정에서도 활용한 것이다.
검찰은 영장실질검사에서 “명 씨가 박 지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도지사에 나가게 하고, 빈자리(경남 창원 의창)에 김영선 전 의원을 출마시키는 구도를 짰다”고 밝혔다. 또한 명태균의 가족이 경남 남명학사에 채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3. 김건희 시켜 인사개입
대선 캠프 보직 인사 개입
명태균의 인사개입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부터 시작되었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10월 12일)
명태균 : 사무실에 왔는데 아무도 없어가. 그래, 알겠어요, 알겠어요. 일 봐요. 난 일 보러… 그 임명장 봤어요?
강혜경 : 네, 봤습니다.
명태균 : 아이고. 김영선이 난리났다, 난리났어. 오버하면 안 되는데. 알았어요.
김영선 전 의원이 윤석열 캠프의 국민민생안정본부장으로 발탁된 것과 관련된 대화로 보인다. 언론에 인선 결과가 발표된 것은 2021년 10월 20일이다. 명태균은 최소 8일 전 김영전 전 의원의 임명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대선 시기 명태균이 캠프 인사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명태균-강혜경 통화(2021년 10월 14일)
명태균 : OOO이하고 (돈) 다 받았어요?
강혜경 : 아니요.
명태균 : 그럼 입금 다 안 받았어요?
강혜경 : OOO 것도 안 받았고, 누(구)고… OOO 회장 건 일부만 들어왔고요.
명태균 : 빨리 다 입금시키라고 할게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 그 저 임명장 그래야 주지.
명태균이 돈을 받고 윤석열 캠프 내 보직을 챙겨준 것으로 보이는 통화내용이다. 언급된 인물은 모두 윤석열 캠프에서 보직을 받았으며, 이 중 한명은 억대의 돈을 명태균에게 건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이 윤석열 정권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명태균(2022년 3월 초)
“윤한홍이가 비서실장이 된다 해서 (김 여사에게) ‘윤 의원님은 비서실장 안 돼요’라고 내가 그랬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에게) 바로 전화해갖고 ‘내가 윤한홍 의원한테 안 된다 했으니까 당신 그래 알아(라고 했다)”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윤한홍 의원이 비서실장이 되지 못하게 개입했다는 정황도 밝혀졌다. 당시 비서실장은 윤한홍 의원 대신 서일준 의원이 임명되었다.
대통령실 행정요원 취업청탁
명태균은 또한 지인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는 대가로 1억원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강혜경씨의 변호인 노영희 변호사는 2021년 11월 4일 발급된 미래한국연수고의 '4대 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노영희 변호사는 "명씨가 사업가 A씨로부터 아들 B씨의 취업 청탁을 받은 뒤, B씨의 경력을 부풀리기 위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으로 근무했던 것처럼 꾸미면서 만든 자료"라고 설명했다.
B씨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일하고 현재는 대통령실에서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강혜경은 검찰 진술에서 명태균이 "받은 1억원은 A씨의 아들 채용 청탁 대가로 받은 돈이고 실제 취업되었기 때문에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4. 창원의 왕 명태균, 국정개입
명태균은 창원제2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창원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창원순환도로 노선 변경 사업에 영향을 끼친것으로 알려져있다. 명태균의 지인은 창원산단 인근에 8965㎡ 규모의 토지를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홍남표 창원시장, 조명래 제2부시장과의 관계도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당시 창원시 기획조정실장으로 창원산단 추진 실무를 총괄한 창원시청의 국장은 "(명태균이) 창원산단에 대산면을 추가할 것을 최촐로 제안했고 창원시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아무런 공식 직책도 없는 명태균이 고위 공무원으로 부터 국책사업 관련 보고를 받고, 위치 선정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명태균은 같은 해 국토교통부 실사단의 현장조사 때 안내를 맡기도 했다.
"근데 내가 장OO, 근데 그거는 내가 지사한테 얘기하는 거고 김영선하고 아무 영향이 없어"
명태균이 창원산업진흥원 원장 임명에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의 통화내용이다. 자신이 직접 박완수 경남시자에 원장을 추천했고, 결국 원장으로 임명됐다는 것이다. 창원산업진흥원은 창원산단 관련 업무를 하는 기관이다.
창원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사업에서도 창원시는 명태균의 의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했다. 이후 재정비 용역 결과는 두 차례 연장되었고 그 과정에서 명태균이 주장한 1종일반주거지역이 포함되었다.
이 외에도 "경찰청장부터 검찰까지 김영선에게 데려가 충성 맹세를 시켰다"라며 경남지역을 자신의 마음대로 쥐락펴락했다고 과시했다.
창원에서 명태균은 그야말로 왕으로 군림한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대표는 27일 "명태균씨가 경선이나 공천에 관여했다고 의혹을 받는 인사를 합치면 내각을 구성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명태균은 그야말로 최대의 '비선 실세'로 행세했다. 공직에 있지 않은 일개 민간인이 국정 전반에 어마한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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