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는 개인 부주의가 아닌 시스템의 실패”
주거 분야 토론회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인 안산하(28)씨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1동 신축 빌라에 전세로 입주했다가 집주인 파산으로 보증금을 잃게 된 사례를 공개하며, 현행 전세 사기 특별법의 구제 사각지대와 금융·중개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세 사기는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이자 사회적 재난”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선구제 후구상 청구’ 등 실질적 대책을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전세 사기 피해자(6월 현재 특별법 인정 3만400명) 75% 이상이 20~30대이며, 사망자만 9명에 이른다. 단일 부동산 사기 사건 가운데 역대 최다 인명 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를 어떻게 겪게 됐나.
“지난해 12월 영등포구 대림1동 빌라에 전세로 들어갔다. 중소기업 청년대출을 받아 계약했고, 1월에 입주했는데 한 달 만에 집주인이 파산을 선언했다. 집 전체에 14억 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고, 23가구가 피해를 보았다. 내 전세금은 1억2500만원이다.”
―피해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느꼈나.
“공인중개사가 건물 시세와 임대인 정보를 속였다. 은행도 임대인의 재정 파악 등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다른 피해자는 세무사와 함께 등기부 등본도 확인했지만, 제공된 정보만으로는 위험을 알기 어려웠다. 피해자 책임으로만 돌리는 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엔 ‘내가 더 꼼꼼히 알아봤어야 하나’ 자책했지만, 이제는 더는 나를 탓하고 싶지 않다.”
―전세 사기 특별법의 한계는.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임대인의 ‘의도적 기망’을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피해자로 인정받아도 실질적 구제가 어렵다. 예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지원은 실제 집행률이 3%대에 불과하고, 무이자 상환도 사실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피해자로 인정받더라도 50만원씩 20년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효적인 예방과 구제 대안이 절실하다 ”
―이재명 정부에 바라는 점은.
“실효성 있는 특별법 개정과 함께, 금융·중개 시스템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억대 빚을 떠안고 사회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전세 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해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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