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 '하나' 넘겼다"
관세·비관세 부문에 집중된 통상 협상이었다. 협상 상대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 집중된 것도 그 때문이다. 향후 다른 부문 협상 결과에 따라 성과가 부채가 되거나, 부채가 성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 타결 내용이 수정되거나 엉뚱한 돌출 제안이 들어올 공산도 남아 있다. 이점,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는 이 대통령의 진단이 맞다. 이제 시작인 셈이고, 그런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중간평가'에 그치는 이유다.
평가에 앞서 이번 협상에서 드러난 위기의 장면들을 되돌아보는 게 최종 결과 예측에 더 유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궤를 벗어난 미국의 협상 스타일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미국과 상대국 정부의 협상 타결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작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한미 양국도 아직 합의문서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특히 관세율과 대미 투자 규모·이익 배분에 대해 막판 개입, 협상 결과를 흔드는 '변칙 플레이'를 종종 구사했다.
대표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나라는 베트남. 협상 단계에서 11%로 잠정 정해졌던 관세율이 다짜고짜 20%로 수정됐다. 대미 투자 규모가 4000억→5000억→5500억 달러로 바뀐 일본과 5000억→6000억 달러로 바뀐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 한국 협상단도 예행연습까지 하면서 가장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다행히 한미 협상에서는 불확실성이 최소화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면담에서 투자 규모가) 러트닉 상무장관과 잠정 합의한 안보다 '다소' 늘었지만, 우려했던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합의했던 투자 규모가 얼마였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 경우보다 질서 있게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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