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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집권 노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이를 옹호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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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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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2.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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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1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성일종, 김용태 의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며 계엄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윤석열 정권의 12.3계엄은 파시즘을 통해 영구 집권을 획책한 친위 쿠데타였다. 해방 정국에서 일어난 예비 검속, 군대라는 국가적 폭력을 이용한 장기 집권을 노린 민주주의 파괴, 국헌 문란 행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된 논리로 윤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1. “야당의 입법·탄핵 폭주가 계엄 도화선”이라는 주장, 헌법과 법리 무시한 궤변
윤상현 의원은 “거대 야당이 탄핵 폭주 29차례, 입법 폭주 38차례를 했다”며 “이것이 윤석열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계엄의 도화선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계엄 선포가 헌법상 가능한 요건과 전혀 맞지 않는 궤변이다.

대한민국 헌법 77조에 따르면 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만 선포할 수 있다. 야당의 입법 활동과 탄핵 추진이 어떻게 전시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로 해석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백한 논리 비약이자 사실 왜곡이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의 계엄 선포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음을 알 수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소추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윤 대통령이 기소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명태균 게이트’가 두려웠던 윤석열 정권, 계엄은 그 최후의 수단이었다
명태균은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던 정치 브로커로, 22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그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연루 정황이 포착되었고, 관련된 '황금폰’이 핵심 증거로 떠올랐다.

윤석열은 ‘명태균 게이트’로 자신의 권력은 물론 정권 재창출에 큰 장애물이 생기자 친위 쿠데타를 결행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 폭주 때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며, 대통령의 헌법 위반을 두둔하고 있다.

3. 헌법재판소가 불공정하다는 주장…사법부를 부정하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헌법재판소를 향해 “불공정하고 정치 편향적”이라며, 심지어 “반(反)헌법재판소”라고 비난했다. 이는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복 선언이며,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예상되자 법치 자체를 부정하는 반민주적 태도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때 헌재 판결을 수용했던 국민의힘이, 지금은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헌재를 부정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4. ‘탄핵 공작’이라는 음모론…사실은 윤석열 정부가 군과 국정원을 동원해 공작을 벌였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이 군 관계자를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정부가 실제로 군과 국정원을 동원해 ‘탄핵 저지 공작’을 벌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공작 정황

▲국군방첩사령부가 ‘위험인물 구금’ 문건을 작성하며 야당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를 감시
▲국정원이 명태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핵심 증거(황금폰) 조작 시도
▲계엄령 선포 직전, 방첩사령부와 검찰이 긴밀히 협의하며 ‘탄핵 저지 작전’을 모의

즉, ‘공작’을 벌인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였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이를 덮기 위해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5. 계엄 선포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국민의힘은 오늘 대정부질문에서 계엄 선포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헌법재판소와 검찰 수사를 부정하며, 허위 음모론까지 퍼뜨리는 등 명백한 반민주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헌법과 법치주의를 위협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계엄 선포다. 민주적 절차를 거부하고 군사력을 동원해 정권을 유지하려 한 행위는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명태균 게이트를 숨기기 위해 군을 동원하고, 사법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용인될 수 있는가?

국민의힘이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더라도, 대한민국이 군사독재로 회귀하는 것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헌법과 법치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경고가 이미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으려 한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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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지 않는' 정치원로 유시민이 원하는 정치는?

 [정희준의 어퍼컷] '정치 보복'이 한국 정치의 미래인가?

유시민. 지식인 중 '천재'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최고의 글쟁이이고 맞상대를 찾을 수 없는 논객이다. 그런 그도 정치엔 '젬병'이었나보다. 2013년 "내가 졌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대구 출마, 경기도지사 도전 모두 실패했다. 너무 많은(?) 정당을 창당했고 결과는 허무했다.

 

그는 언제나 비주류였다. 대통령의 왼팔이니 오른팔이니 이야기를 들어도 그 위세로 주류가 되기보다는 다시 새로운 당을 만들러 뛰쳐나갔다. 그래서 정계 은퇴한 후 한 인터뷰에서 "괴상한 놈 하나 왔다 갑니다"라며 스스로를 자조했다. 대학 동기인 한홍구 교수는 그를 '철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맞는 말 같다.

 

'철들지 않는' 정치원로 유시민

지난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서 유시민이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김부겸, 김동연, 김경수, 임종석 등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모조리 불량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내가 아는 알량한 정치 상식으론 이런 이들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보호하고 응원한다. 그러나 그는 "(김부겸) 형이 공개적으로 하니까 나도 공개적으로 하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김부겸이 공개적으로 대권 도전 선언을 했던가. 아니면 공개적으로 유시민 험담을 했던가.

 

그 영상은 조회수 300만을 넘겼고 그 일부를 편집해 조회수 수십만을 기록한 클립 영상은 개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 이들 네 명을 향한 비난은 글로 옮기기 힘든 수준이다. 그는 스스로를 '데카당(decadent)하다'고 표현했던데, 자신의 동지들을 들개들에게 던져 준 것이나 다름 없다. 민주당 안팎에선 '취지는 알겠는데 발언 방식이 문제'라는 평이 많던데 나는 취지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그 인물평보다 다른 발언에 더 주목한다. 유시민은 지난달 <손석희의 질문들>에 홍준표 대구시장과 함께 출연했다. 역시 유시민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통쾌하게 해줬다.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에서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어 가지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한 것처럼, 야당이 된 국힘당의 주요 인사들과 대통령 후보의 모든 생활을 탈탈 털어서, (홍준표) 시장님 같으면 관용차 사용 내역이든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든 싹 다 뒤져서, 나중에 무죄가 나든 유죄가 나든 상관없이, 기소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기소해서, 일주일에 세 번 네 번씩 법정에 출입하게 만들고, 그리고 그 사람을 향해 저거 봐 저 사람은 사법리스크가 있어, 이렇게 하고 싶은 거예요."

 

듣고 있으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렇지만 위험하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미래일까? 마치 정치 보복의 선언 같다. 이거야말로 정치가 죽는 길로 가는 것 아닌가.

 

상대는 저주하고 동지는 저격하고: 한국 정치의 미래?

 

한국사회는 지금 정치적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내전 상태다. 지금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탄핵 인용) 불복을 위한 빌드업 중이고 대선 결과(패배)조차 부정할 기세다. 이미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헌재, 선관위 등 국가 5부 전체가 군으로부터, 폭도들로부터 공격당하고 습격당했다. 언젠가부터 대선이 정책보다는 혐오에 힘입어 치러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지지 후보 당선이 아니라 상대 떨어뜨리려 투표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느 당을 탓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적폐청산'이 일상어가 되면서 정치는 이미 살벌한 곳이 되었고 이는 사회 전반으로 번져나갔다. 순진하게 상부의 지시를 이행한 공무원들이 구속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직장인들은 상사에게 보고 들어갈 때 녹음기를 켠다. 사회로부터 배신당한 젊은이들은 분풀이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이를 멈추고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특히 유시민처럼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면?

 

네 명의 잠룡들을 저격한 논란의 유튜브 방송 말미 유시민은 1983년 여름 김부겸과의 추억을 회고한다. 흑백TV 시절 온 국민에게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안겨준 '청소년축구 4강'의 시기였다. 유시민이 "제 인생에서 가장 황홀한 날"이라 표현한 바 있는 제대 직후, 대구에서 복사집 하던 김부겸에게 "밥 얻어먹으러 놀러" 가서 주고받은 이야기를 어린아이가 된 듯 말한다.

 

"시민아 시민아 우야면 좋노. 전두환 생각하면 응원하기 싫고, 아들(선수들) 저래 열심히 뛰는 거 보니 이겼으면 좋겠고."

"전두환 미워도 응원은 해야지."

"그래야 되겠제."

 

김부겸은 배가 터지도록 밥을 사줬을 것이고 아마 유시민 손에 용돈도 쥐여줘 보냈을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시절

 

밥. 꽃처럼 아름다운 화양연화의 시절, 그들에게 밥은 너무나 많은 것을 의미한다. 수배 중 피신한 친구 하숙방에서 얻어먹는 라면, 도망 다니다 만난 선배가 사주는 자장면, 취조당하면서 먹는 아욱국, 고문당한 채 쓰러져 있으면 들이미는 고깃국.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유시민은 서울대 대의원회 회장, 김부겸은 복학생회 총무였고 총학생회장은 심재철이었다. 신군부 5·17내란의 시작인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함께 이들은 곧 수배된다. 체포가 일상이고 고문은 덤이던 시절이다.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은 혹시 체포되어 고문당하더라도 일주일만 버티자는 다짐을 하곤 했다. 그래야 자신이 체포된 사실이 알려지고 동지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되나. 다짐을 왜 했겠는가.

 

전국의 아파트 현관마다 이들의 수배전단지가 나붙던 그때 심재철은 서울의 유시민 누나 집을 찾아간다. 1층 현관에 수배전단지 못 봤느냐며 웬일이냐는 누나의 질문에 심재철이 한 말.

 

"누님 밥 좀 주세요."

 

마침 저녁을 준비 중이던 누나는 급하게 상을 차렸는데 밥이 아직 되지 않아 김치찌개와 김치전부터 내놨다. 심재철이 며칠을 굶은 듯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에 누나는 전을 한 장 더 부쳤다. 심재철이 먹는 사이 누나는 집 이곳저곳 책갈피에 숨겨놨던 지폐들을 탈탈 털어 돈을 모았다. 밥 없이 전과 찌개만 먹은 그는 "태어나서 제일 맛있는 김치전입니다"라며 고마워했다. 혹시 경찰이 들이닥칠까 불안하기만 했던 누나는 "어서 가"하며 그의 손에 돈을 쥐여줘 보냈다. 이렇게 떠난 그는 십여 일 후 체포되고 다른 구금자들과는 유달리 수경사 헌병대로 끌려가 가장 혹독한 고문을 당한다.

 

광주 출신인 그가 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를 시작한 것은 어쩌면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후 모진 고문에 김대중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죄책감일 수도 있고 그런 그를 민주당이 탐탁지 않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시 함께 했던 그 누구도 심재철을 배신자라 비난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는 법

 

화양연화는 가고 추억만 남았다. 누가 잡혀가면 바로 옆의 동지를 의심하던 시절도 이제 먼 옛날이 되었다. 유시민 말대로 총리도 하고 장관도 했다. 언제나 비주류였던 유시민이 이제 나이 들어 주류가 되려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시민처럼 그 네 명을 들어 "이건 아니"라며 "대중의 소망을 거슬러 가는 것"이라 단언하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 또 그 네 명이 자신의 지나온 삶을 가벼이 여김 당할 뭔가를 한 것도 아니다. 유시민 기준에 따르면 뇌가 썩기 시작하는 시기에 진입한 나에게도 작은 소망(올해 마라톤 완주)이 있듯 모두에겐 꿈과 소망이 있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꿈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고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윤석열이라는 재앙적 인물로 인해 국가가 위기에 처한 이 격한 시기에 정치인이 나라를 위해 일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본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혹시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밥상 앞에 두고 서로 마주 앉아 해줬으면 한다. 헤어질 땐 밥값도 좀 쥐여주고. 그중 셋은 요즘 백수다.

 

 

▲최근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유시민 전 장관(오른쪽)과 홍준표 대구시장.ⓒMBC 화면 갈무리

정희준

스포츠와 대중문화 뿐 아니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 정치 주제의 글도 써왔다. 인간의 욕망과 권력이 관찰의 대상이다.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에서 스포츠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미래는 미디어가 지배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 부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미국 신보수주의와 대중문화 읽기: 람보에서 마이클 조든까지>, <스포츠코리아판타지>, <어퍼컷>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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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장관대행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의안 상정 안 돼”

국회 대정부 질문서 답변

고경주기자

수정 2025-02-12 21:39등록 2025-02-12 21:17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케이티브이(KTV)갈무리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안건에 대해 의안번호 배정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12일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흠결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고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의 의안번호가 몇번이냐’고 묻는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의안번호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무회의에 의안이 상정되면 대통령실이 의안번호를 요청하게 된다. 고 직무대행은 “만약 부여됐다면 ‘2122번’이어야 되겠지만 의안으로 상정이 안 돼서 부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행안부 의전담당관은 지난해 12월4일 오전 4시께 대통령실로부터 계엄해제안에 대한 의안번호 배정을 요청받았다. 앞서 계엄을 선포하기 위한 국무회의도 선행되었을 거라고 보고 이 직원은 의안번호 ‘제2122호’를 비우고 해제안에 ‘제2123호’를 부여했다. 행안부는 이후 계엄 선포안의 사후 처리를 위해 대통령 비서실에 계엄 선포 안건 제출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행안부는 비워뒀던 ‘제2122호’에 ‘군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이에 고 직무대행을 향해 “의안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것은 결국 의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국무회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고 직무대행은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지만, 지금 재판에 중요한 사안(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얼버무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증언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를 “정식 회의로 보기 어렵다”고 답변한 것을 비롯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도 “회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평상시 국무회의의 절차나 형식이 되지 않았다”(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조사에서 당시 회의에서 안건 제안, 제안 이유 설명, 안건 토의, 의결 과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무회의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실질적으로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바꾼 바 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고경주 기자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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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정간섭에 대한 유튜브 현장 대담 열려

이형구 | 기사입력 2025/02/13 [05:28]

 

대설특보가 내려진 12일 '내정간섭 저지, 주권 수호 미대사관 앞 농성단'의 집중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의 내란 사태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은 공개적으로 이뤄져 왔다. 미국은 한덕수, 최상목 대행 체제를 지지하고 공개적인 접촉까지 숨기지 않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보고서까지 내면서 견제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내정간섭을 중단하자는 농성단의 피켓을 유심히 보는 여러 시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성원을 표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한국의 내란 사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늘 농성단은 유튜브 현장 대담을 개최했다.

 

"[대담|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미국의 내정간섭 저지 농성을 하는 이유"의 제목으로 박준의 국민주권당 상임위원장, 이형구 국민주권당 정책위 의장이 미대사관 앞 농성장에서 유튜브 생중계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에서는 미국의 행위가 왜 내정간섭에 해당하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가령, 미 의회 조사국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 전망과 이재명 대표의 성향이 한일 동맹을 추구하는 미국의 정책과 맞지 않는 점에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낸 것이 통상적인 연구 활동인지 아니면 심각한 내정간섭이라고 볼 수 있는지 토론을 하였다.

 

민간 연구소도 아닌 미국의 의회에서 보고서를 낸 점부터가 외교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 비판되었다. 무엇보다 만일 일본 의회에서 그와 같은 보고서를 냈다면 어떠했을지도 가정해 보면서 당연히 공분을 샀을 것으로 전망이 되는 것처럼 아직도 미국의 문제를 꺼내는 것을 금기시하는 풍토가 있어서 그렇지 실제로는 심각한 내정간섭의 문제라는 점에 대한 강력한 규탄이 있었다.

 

농성단은 계속해서 미국의 내정간섭 문제를 심화해서 알려 나가며 투쟁을 해서라도 내정간섭을 중단시키고 미국이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게 하도록 농성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 미 대사관 농성단 배너 © 이형구

 

▲ 미대사관 앞에서 내정간섭을 규탄하는 대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이형구

 

▲ 미대사관 앞에서 내정간섭을 규탄하는 대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이형구

 

▲ 농성단이 "미국의 내정간섭 저지하자!"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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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악재 키우는 윤석열...'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에 난처해진 외교부

중국 공식 대응 시작에도...윤석열 측, 헌재에서 '반중' 정서 노골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2.11.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이 한중 외교의 악재로 떠올랐다.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극우세력의 음모론을 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장에서까지 발설하면서 외교부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외교부의 모호한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중 정서'에 기반한 부정선거 주장을 지켜만 보던 중국 측은 최근 주한 대사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11일 헌재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중국이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는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이슈"라며 "중국은 타국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공작, 가짜뉴스를 통한 인지전·여론전 또는 사이버전 등을 종합해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중국이라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 개입을 위한 시도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으며 신 실장의 공감을 요구했다. 신 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은 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답하지 않겠다"고 회피했으나, 음모론을 기반으로 한 질문은 이어졌다. 차 변호사는 중국이 군사적 조치뿐만 아니라 비군사적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에 "유리한 환경"이라고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국면에서 극우세력 음모론 수준의 주장을 공식화하고,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부추기며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고 있다. 부정선거론을 확산시켜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키우는 동시에 '탄핵 무효', '부정선거 검증' 등 구호를 공론화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은 최근 '부정선거 개입설'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지난 8일 한국 언론에 주한중국대사관 명의의 입장문을 보내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중국 측이 이례적으로 첫 견해를 표명하며 공식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도 지난 10일 엑스(옛 트위터)에 동일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공개적으로 글을 올린 다이 대사는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한국 국민들이 국내 문제를 잘 처리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한국 내정 문제에 중국을 무리하게 연계하지 말라"며 부정선거 개입 주장에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중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멸공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시진핑 아웃", "탄핵 무효" 등을 외치며 반중 정서를 노골화한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나선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중국의 이 같은 요청에도 부정선거 개입설을 연일 퍼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외교부는 진땀을 빼고 있다. '부정선거 중국 개입설'에 대한 대응 방식을 정리하지 못해 다이 대사의 입장에 이렇다 할 반응을 못 내는 게 대표적인 예다.

외교부 관계자는 12일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외교부는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외교부의 입장을 가지고 현안을 응대하는데, 선거 과정, 헌재에서 논의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외교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 측의 대응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대사관도 '부정선거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낸 거 같지는 않다"며 "외교부가 (부정선거에 대해) 입장을 내야 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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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원이다 뭐다 해괴망측한 윤측 궤변…파면 피할 수 없어” [막전막후]

성한용X송채경화의 정치 막전막후 58 편집본

수정 2025-02-11 19:30등록 2025-02-11 19:30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죄 피의자·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 권고를 담은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번 안건은 인권·시민단체와 인권위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는데요. 성한용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는 “비상계엄 때문에 온 국민이 받은 물적·정신적 피해가 큰데 우리 국민의 인권은 어디 가고 윤석열 대통령의 인권을 걱정하는 인권위가 됐느냐”며 “인권위 역사에서 흑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 선임기자는 오는 3월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파면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는) 요원이다 뭐다 말을 이리저리 바꾸고 온갖 해괴망측한 궤변을 하고 있지만 이미 다 확인된 것”이라며 “이것은 헌법기관의 권리 행사를 막는 것이기 때문에 국헌 문란에 정확히 해당된다”고 짚었습니다.

11일 공개한 ‘(성한용×송채경화) 정치 막전막후’ 풀영상에선 막바지에 다다른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전망해봤습니다. 아울러 조기 대선 국면에서 주목받는 여야 대선주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총괄 프로듀서 : 이경주

취재 데스크 : 김정필

기술 : 박성영

연출 : 도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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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파괴자들" 대신 사과한 직원들... '내란 비호' 거센 후폭풍

인권위 안팎서 의결 철회 및 사퇴 촉구... 반대 인권위원들, 결정문에 의견 담기로

25.02.11 18:18l최종 업데이트 25.02.11 19:51l
   
사과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지키는 직원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수정되어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건과 전원회의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안창호 위원장)의 '내란 비호 안건' 의결을 두고 찬성 위원들에 대한 사퇴 요구가 쏟아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인권위 직원들은 "인권위 파괴자들"을 지적하며 대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해당 안건에 반대한 남규선·소라미·원민경 인권위원은 1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는 전날) 반인권·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한 직권조사 의안을 부결한 반면, 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라며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옹호하고 향상시켜야 할 인권위 설립 목적과 사명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날 인권위의 의결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한다"며 "(해당 안건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어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의 해당 안건 의결은) 수사와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사법) 절차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도록 해 국가적 혼란을 가중시켜 '제2의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의결 철회 요구를 다른 인권위원들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결정문에 반대 의견을 정리해 제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인권위 직원들 "안창호·이충상·김용원·한석훈·이한별·강정혜 심판"

 
입장 발표하는 원민경, 남규선, 소라미 국가인권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원민경, 남규선, 소라미 위원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수정되어 의결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건과 전원회의에 대해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사회도 "인권위가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폭거이자 내란동조"라고 규탄했다.
인권위 직원들은 오후 2시 30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안창호·김용원·강정혜·이충상·이한별·한석훈 위원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인권위를 망치러 온 파괴자들"이라며 "인권위 직원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권위가 지향해 왔던 인권의 가치를 지켜내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국민을 향해 사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비상계엄으로 침해된 시민들의 인권 침해는 외면한 채 권력자인 내란 세력만을 옹호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인권위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정치와 권력을 가진 강자들이라면 인권위는 설립의 목적도 역할도 모두 상실했다"며 "2월 10일 자로 인권위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독립적인 국가인권기구라 부르기 어렵다. 수치의 역사를 제 손으로 쓴 인권위는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국가인권위 존재가치 상실 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진정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수정의결한 국가인권위원회를 규탄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을 비롯해 내란 동조 세력을 구하기 위한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킨 인권위원들의 폭거에 분노한다"며 "앞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내란 동조' 안건을 통과시킨 인권위원장 안창호, 상임위원 이충상·김용원, 인권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를 끝까지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전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은 재적 위원 10명 중 찬성 6명(안창호·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반대 4명(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으로 통과됐다. 안건에는 탄핵심판을 받는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
(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123윤석열내란#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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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측 "尹에 인내심 한계 느껴…이번 주 증인신문 후 종결해야"

추가 기일 없으면 2말3초 선고 가능성…탄핵 인용 시 4말5초 '조기대선' 시나리오

서어리 기자 | 기사입력 2025.02.11. 10:49:32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단이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다. 피청구인에 대한 배려는 이번 주의 증인신문절차로 충분하다"며 헌법재판소 재판부에 신속한 변론 종결을 촉구했다.

국회 측 대리인인 이광범 변호사는 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부정 선거 음모론 등 허황된 말을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는지, 그것을 그대로 화면에 담아 전 국민에게 중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비교하며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사실확정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은, 특정인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권한을 남용한 행위가 문제된 사안"이라며 "사실확정부터 쟁점이 될 수밖에 없었고, 헌법과 법률 위배 정도도 심리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이어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사유는 작년 12월 3일 그날 밤 우리가 지켜본 그대로다. 피청구인은 초헌법적 인식과 행동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이 사건은 더 이상의 사실확정이 필요 없고, 피청구인의 행위는 직접적 헌법 위배이기 때문에 위배의 중대성조차 명백한 경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피청구인에게 방어권 보장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피청구인은 방어권을 오용하고 남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내란 프레임을 짜서 자신에 대한 '탄핵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심판정 밖에서는 헌법재판소를 해체하고, 헌법재판소를 깨부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인 터무니 없는 주장이 한참 도를 넘었다"며 "피청구인에 대한 배려는 이번 주의 증인신문절차로 충분하다. 신속한 변론 종결을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되는 7차 변론기일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 네 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날 윤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은 증인 신문을 통해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 부정선거 의혹 등을 따질 전망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오는 13일 열리는 8차까지만 예고한 상태다. 헌재 관계자는 전날 추가 기일 지정에 대해 "아직 (재판부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8차 기일에 증인 신문이 마무리되면 양 측 최후 진술을 위한 별도 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다음 주 중 변론이 마무리되면, 선고기일은 다음 달 초, 이르면 이번 달 말에 잡힐 것으로 예측된다. 변론 종결 후 결론이 나올 때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14일, 박 전 대통령은 11일이 걸렸다.

만일 헌재가 2월 말, 3월 초 선고기일을 통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할 경우 대선은 4월 말, 5월 초에 이뤄진다. 헌법은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시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두번째 변론이 열린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건물 주위로 경찰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어리 기자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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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중국대사, “한국 정치에 중국 끌어들이지 말라”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2.11 16:27
  •  
  •  수정 2025.02.11 17:49
  •  
  •  댓글 0
 
[사진 갈무리-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X]
[사진 갈무리-다이빙 주한 중국대사 X]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가 10일 “우리는 한국 내부 정치에 중국을 함부로 끌어들이는 데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요즘 한국 내 극히 일부가 이른바 ‘중국의 한국선거 개입’ 루머를 퍼트리는 데 대해 어제 나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매체들에게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불간섭 원칙을 지켜왔다’고 밝혔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다이 대사는 “가까운 이웃으로서 우리는 한국이 안정, 발전, 번영하기를 바란다”면서 “이것이 한국에 대한 소중한 정치적 지지”라고 밝혔다. “우리는 한국 국민들이 국내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할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한 각 분야의 교류와 인적 교류가 밀접해지면서 많은 시민들이 상대국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학습하고 여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한국에 있는 중국인들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확실히 보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도 11일자 기사를 통해 김민전 의원 등을 거론하며 “국민의힘 일부가 의도적으로 ‘반중 정서’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특히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윤석열 변호인이나 지지자들이 근거 없이 한국 선거에 중국이 관여했다고 떠들고 있으나, “대다수 한국인들은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는 그들의 정책 탓이지 중국과는 무관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11일 오후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일부의 주장이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한국 국민이 내부의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발신중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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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론 반복한 윤석열 측, 헌재 나온 선관위 사무총장도 발끈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 주장하던 윤, 정작 증인신문 때는 자리 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02.11. ⓒ사진공동취재단
“이미 대법원 판결로 그 사안(부정선거 의혹)은 전부 다 밝혀졌다고 할 수밖에 없다.”

1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반복되는 부정선거 의혹 질문에 이같은 답변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배경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미 대법원은 해당 의혹이 근거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심판장과 플레이어가 한 몸이 된 상황이라는 게 일반 국민감정”이라고 주장하며 선거부정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부정선거와 관련된 증인신문에는 모두 참석하지 않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증인이 잇따라 출석했다.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는 지난 2023년 선관위 서버를 점검했던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국회 측에서 신청한 증인으로는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각각 나와 증언을 했다. 김 사무총장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며,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이기도 하다. 

백 전 차장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백 전 차장은 “(국정원) 점검은 시스템에 국한됐기 때문에 당시 이슈가 되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부분은 점검하지 않았다”며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지 못한다. 저희가 본 게 아니”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의혹을 단호히 일축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선거 소송의 투표함 검표에서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제가 보고 받기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 점검 결과를 토대로 윤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는 해킹을 통해 투개표 등을 조정하거나, 선거인명부를 변경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실제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정원에서 실시한 모의 해킹 환경은 선관위의 자체 보안 시스템을 일부 적용하지 않고 진행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 점검 이후에 정부 예산을 들여 선관위 서버 개선 작업을 했으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정당 참관인들의 입회하에 두 차례 국정원과 합동 점검을 완료했다고도 밝혔다. 이후 국정원에서 진행한 평가 점수 역시 31점에서 71.5점으로 올랐다고도 했다.

국정원 역시 선관위에 추가적인 시스템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바 없다고 김 사무총장은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2차례 걸쳐 이행점검을 했을 뿐 아니라 저희 입장에서도 보안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해, 우리나라의 권위자들을 모시고 선거 시스템 자문 보안단까지 꾸려 그분들로 하여금 한 번 더 내부적으로 검증받고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의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국민께 조금이라도 감추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제도를 개선했다. CCTV 영상을 공개하거나, 개표 과정에서 참관인이 투표용지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수검표 제도를 도입하는 절차를 취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의 선거관리 제도에 허점이 있고, 그로 인해 부정선거라 생각하는 국민이 있다는 부분이 사무총장으로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 측은 대법원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된 사안에 대해 또 다른 헌법기관인 선관위 사무총장이 나와서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으니 다시 조사해야겠다’는 요구에 응할 수 있겠나”라고 발끈했다.

윤 대통령 측의 이같은 주장은 그동안 나온 법원의 결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제기된 선거무효 소송은 140건이며, 이 중 14건은 소 취하됐고, 나머지 126건은 모두 본안에서 모두 각하, 기각됐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일단 진입한 게 문제”라며 “과천 청사에서는 계엄군이 (선관위 직원의) 행동 통제를 하면서 핸드폰을 압수했다. 그 자체가 체포·감금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불행한 역사에 의해 선관위가 다른 외국과 달리 헌법 기관화돼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특히 군부 권력이 선거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건 극도로 제한돼야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적법한 계엄 하에서도 선거관리는 군부에 이관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한편, 현재까지 헌재가 정한 변론기일은 오는 13일 열리는 8차 변론기일까지다. 앞서 보류된 증인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겸 사령관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 신청은 재판부 평의 결과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최종 기각됐다.

윤 대통령 측이 추가 신청한 강의구 대통령비서실1부속실장과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 등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 역시 탄핵심판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은 증인이라 재판부 평의 결과 기각될 가능성도 높다. 국회 측은 “이번 주 증인신문절차로 충분하다”며 “신속한 변론 종결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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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한파 끝나자마자 오는 ‘뿌연 불청객’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2/11 09:44
  • 수정일
    2025/02/11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옥기원기자

  • 수정 2025-02-11 08:56
  • 등록 2025-02-11 08:26
    •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도심이 뿌옇다. 연합뉴스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도심이 뿌옇다. 연합뉴스

      화요일인 11일 낮부터 기온이 올라 한동안 이어지던 강추위가 한풀 꺾일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아침까지 기온이 평년(최저 -10~0도, 최고 3~9도)보다 2~7도가량 낮고 바람도 불어 체감온도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다만 낮부터는 차차 기온이 오른다. 한파특보도 해제돼 평년과 비슷한 낮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최저기온은 -13~-1도, 낮 최고기온은 4~9도를 오르내린다.

    • 주요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5도, 인천 -3도, 수원 -7도, 춘천 -13도, 강릉 -4도, 청주 -6도, 대전 -7도, 전주 -5도, 광주 -4도, 대구 -7도, 부산 -1도, 제주 2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6도, 인천 5도, 수원 6도, 춘천 5도, 강릉 8도, 청주 7도, 대전 9도, 전주 9도, 광주 9도, 대구 9도, 부산 9도, 제주 11도다.

      밤부터 전남 서해안과 제주도에서 시작된 비가 눈으로 바뀔 수 있다. 급격한 기온 변화로 농작물 냉해와 도로 빙판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건조특보가 발효된 동해안과 경남권은 대기가 매우 건조해 각종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

    • 미세먼지는 전 권역이 ‘좋음’~‘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늦은 오후부터 수도권·충청권 등은 먼지 유입과 대기 정체 현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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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때 윤석열 끝까지 신임한 문재인의 뒤늦은 후회

  • 정치

  • 입력 2025.02.10 18:50

  • 수정 2025.02.10 23:43

  • 댓글 3

"우리 총장님" 임명장 수여…조국 사태에도 "신뢰"

추윤 갈등에도 "문 정부 검찰총장, 정치 안 할 것"

뒤늦게나마 "후회‧자괴감…국민께 송구" 인터뷰

"당시 윤석열 총장 반대 소수, 민주당 전폭 찬성"

다른 증언도…조국 "민주 법사위원 등 다수 우려"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윤석열 불가' 세 번 보고

결국 후보자 4명 중 "검찰개혁" 거짓말한 윤 낙점

왜 해임 못했나 지적엔 반박…"그런 인사권 없어"

"사퇴 압박했다면 엄청난 역풍, 대선 큰 악재돼"

시민들 "사과해 다행" "만시지탄" "통합 계기로"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을 나누기 위해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19.7.25. 연합뉴스 자료 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 자리에서 "아마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 관심이 크게 모인 적은 역사상 없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만큼 국민 사이에 검찰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크고 '우리 윤석열 신임 총장님'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발언 중 거듭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표현하면서 "여러모로 국민 기대가 높고 저도 기대를 많이 한다. 잘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이 이른바 '조국 사태'를 일으키고 청와대를 겨냥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까지 요란하게 벌이기 시작한 2020년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윤 총장에 대해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이런 면에서는 이미 국민에게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조직 문화 개선에 앞장서면 더 신뢰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윤 총장 징계, 나아가 해임 문제까지 거론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여권 내에서도 많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거꾸로 윤 총장 신임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윤 총장이 급기야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칼을 겨눈 월성 원전 관련 수사에 나서고 '추윤 갈등'이라는 하극상 막장극을 일파만파로 일으키던 시점의 2021년 1월 18일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문 전 대통령 태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윤석열 총장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지만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돌이켜 볼수록 촛불 시민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민에게 통탄스러운 장면들이다. 이렇듯 윤석열을 파격적으로 중용하고 막판까지 신임을 유지한다는 뜻을 나타내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문 전 대통령이 이제야 뒤늦게나마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데 대한 뼈저린 후회를 털어놨다. 아울러 현 정권을 탄생시킨 책임감과 자괴감, 국민을 향한 송구한 마음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표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겨레TV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겨레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오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자택에서 이 신문과 2시간 동안 인터뷰를 가졌다. 2022년 5월 퇴임 이후 언론과 첫 인터뷰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야당 세력을 전부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 이런 걸 듣고는 대통령이 정말 망상의 병이 깊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탄핵 재판에서 내란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엔 "어떻게든 연명해보고자 하는 태도가 너무 추하고 서글프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런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과정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 가장 단초가 되는 것이니 후회가 된다"며 "그 당시 찬반 의견이 나뉘었는데 비율로 따지면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을) 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은 소수였다. 민주당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하는 그런 의견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러나 이 반대 의견이 수적으로는 작아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면서 "윤석열을 가까이에서 겪어본 사람들이 '욱하기를 잘하는 성격이고 자기 제어를 못 할 때가 많다.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아주 챙기는 스타일이다' 이런 의견들을 냈다. 나중에 다 사실로 확인됐다"고 했다.

또 "반대하는 수는 작지만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어서 많은 고민이 됐다. 그래서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 4명을 한 명씩 다 인터뷰를 해봤는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검찰 개혁에 대해 윤석열 후보자만 지지하는 이야기를 했고 나머지 3명은 전부 반대하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며 "최종적으로 2명으로 압축해 고민했다. (윤석열 후보자 말고) 다른 한 분은 조국 수석과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니고 우리 정부에서 검찰 고위직을 하면서 조국 수석과 인간적인 관계도 나쁘지 않고 소통도 꽤 잘 되는 관계였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분은 검사로서 검찰 개혁을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는 소통하기엔 좀 불편할 수 있지만 검찰 개혁 의지만큼은 어쨌든 긍정적으로 말했고, 실제로 중앙지검장 할 때 검찰 개혁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다"며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조국 수석과 소통이 되고 관계가 좋은 그런 쪽을 선택하는 것이 순리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당시에 나하고 조국 수석은 검찰 개혁에 너무 꽂혀 있었달까, 그래서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윤석열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 것인데 그로써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 순간이 두고 두고 후회가 된다"고 토로했다.

 

2019년 7월 25일 당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가운데)과 부인 김건희 씨(왼쪽)가 청와대에서 열린 윤 총장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19.7.25. 연합뉴스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길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게 됐느냐"고 묻자 문 전 대통령은 "조국 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라며 "조국 후보자 일가에 대한 수사는 명백히 조국 수석이 주도했던 검찰 개혁, 또 앞으로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더 강도 높게 행해질 검찰 개혁에 대한 보복이고 발목잡기였다. 그때 처음 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 바람에 조국 장관 후보자 가족들은 이른바 풍비박산이 났다"면서 "사실 참 인간적으로 아이러니하다.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할 때 가장 지지한 사람이 조국 수석이었고,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때도 조국 수석이 편이 되어준 셈인데, 거꾸로 윤석열 총장으로부터 그런 일을 겪었다"고 탄식했다.

윤석열 발탁의 책임론을 묻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가 너무나 수준 낮은 정부, 이번 계엄 이전에도 참 못하고 수준 낮은 정치를 했는데 우리가 이런 사람들에게 정권을 넘겨줬다는 자괴감이 아주 크다. (윤 정부가)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국민한테 참 송구스러웠다"면서 "거기에다가 이번 계엄 사태가 생기고 나니까 정말로 자괴감이 이루 말할 수가 없고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국민에게 송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또 "검찰총장 발탁이 끝이 아니고 그 이후에 징계, 이런 과정들이 매끄럽게 잘 안 되고 엉성하게 되면서 거꾸로 굉장히 많은 역풍을 받고, 그 바람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치적으로 아주 키워준 것"이라며 "그것도 또 끝이 아니라 더 유감스러운 것은 사실 지난번 대선이다. 윤석열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자질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이미 드러났고, 우리 쪽 후보(이재명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 능력 또는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훨씬 출중하기 때문에 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극심한 네거티브 선거에 의해서, 마치 비호감 경쟁인양 선거가 흘러가 버렸고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전 과정을 통해서 후회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있지만, 총체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켰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물론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을 테고, 그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국민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른바 추윤 갈등 때 왜 대통령 인사권을 행사해서 검찰총장을 그만두게 하지 않았을까. 이를 의아해하는 시민들이 많은데 문 대통령은 본인도 답답하다는 듯 당시 불가항력적이던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우리가 제왕적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대통령에게 제왕적인 권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거랑 같은 거다. 우선은 대통령에게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인사권이 없다. 한다면 정치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예를 들면 '신뢰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든지 뭐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언론을 통해서 압박한다든지, 실제로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대통령이 조금 불편하게 여긴다고만 해도 검찰총장들이 알아서 물러났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그렇게 압박했다가는 윤석열 총장 본인은 물론 검찰 조직 전체가 반발하고 나설 거고 당연히 보수 언론들도 들고일어날 거고, 그러면 엄청난 역풍이 생기고 그것은 또 대선에서 굉장히 큰 악재가 된다. 그걸 우리가 선택할 수는 없었다. 자꾸 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니까 그런 말들이 있는 건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해주면 좋겠다.

그 당시에 윤석열 총장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법무부 장관이 징계 건의로서 징계 해임을 할 수가 있어서, 실제로 당시 법무부 장관이 그렇게 하려고 시도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아주 잘 처리가 됐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안 됐기 때문에, 말하자면 해임도 못 하고 거꾸로 역풍을 받고 정치적으로 이 사람을 키워주는 결과가 되었던 것이다."

 

2020년 1월 7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 총장이 정부 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약 40분가량 만남을 가졌다. 외부 일정을 마친 추 장관이 윤 총장과의 면담을 앞두고 법무부 건물로 복귀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 총장이 추 장관 예방을 위해 법무부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2020.1.7.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나름대로 진솔하게 본인 입장을 밝혔지만 핵심인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 과정과 관련해서는 부분적으로 다른 증언들도 존재한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찬성하는 그런 의견이었다"고 회상했으나,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저서 <조국의 시간>에 이렇게 기록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청와대 안팎에서 의견이 확연하게 나뉘었다. 나는 민정수석으로서 찬반 의견을 모두 수집해 보고해야 했기에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의견을 표명한 사람의 실명을 밝힐 수는 없다. 다만, 당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과 법률가 출신 국회의원 대다수와 문재인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 소속 법률가들 다수는 강한 우려 의견을 제기했다는 점은 밝힌다. 이들이 사용했던 표현 가운데 기억나는 것만 옮긴다.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수사의 대가다' '뼛속까지 검찰주의자다' '특수부 지상주의자다' '정치적 야심이 있다' 등이다."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은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맡았고 책임자는 최강욱 비서관(민주당 전 의원)이었다. 최 비서관은 '윤석열 불가'라는 인사 검증 결과를 세 번이나 조국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으로 발탁할 때도 조국 수석이 편이 되어준 셈"이라고 했으나, 조 수석 역시 윤석열 총장 카드에 대해 시종일관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부적격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내에서 윤석열을 밀어주는 목소리가 강하자 조 수석이 직접 강도 높은 압박 면접을 실시했다. 하지만 결국 후보자 4명 가운데 유일하게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호응한 윤석열이 낙점되는 것으로 귀결됐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기사를 두고 각종 SNS에서는 "윤석열이 뽑힌 지난 대선 전에 사과했다면 '괴물'의 탄생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만시지탄이다" "버스 지나고 손 흔들면 뭐 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지체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이제라도 사과해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도 문재인이니까 진솔하게 사과한다" "언론 인터뷰에 끼워넣는 것보다 별도로 격식을 갖춰서 대국민 사과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 "민주 진영의 통합과 지지자들의 결집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등 아쉬움과 호평이 엇갈리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지지자에게 손 인사 후 악수하고 있다. 2025.1.30. 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주 진솔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며 "그게 굉장히 우리 이재명 지지층이 통합하는 메시지를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수현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 파이팅'에서 "비교적 솔직하게 국민께 언젠가 한 번 드려야 될 말씀을 잘하셨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월 23일 제가 평산을 방문했을 때 그런 인터뷰 예정에 관한 말씀을 들었다. 솔직하게 말씀하겠다고 그때 이미 결심이 계셨던 것 같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계엄 이후에 바로 귀국해서 찾아뵙는데 그때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한창 탄핵 때문에 국민들이 그 추운 거리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인데 그걸 보시면서 전 정부를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지속해서 발전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국민들이 지금도 이렇게 고생해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검찰 개혁을 책임지겠다고 했던 사람이 검찰 개혁보다는 장관 때려잡는 데 힘을 쏟은 거 아니냐. 그런데 임기가 보장된 총장을 자를 수 없었던 대통령으로서는 얼마나 여러 가지 후회가 많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이자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장 큰 책임을 말씀하신 문재인 대통령님의 고백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서 마음이 아팠다"면서 "포용과 확장을 강조하신 대통령님의 절박함이 전해진다"고 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좌장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아직 아무 언급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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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점거' 인권위, '尹 방어권 보장' 안건 수정 의결

극우 주장 답습한 안창호 인권위원장…극우세력, 오전부터 인권위 점거·기자들 협박

국가인권위원회가 안창호 인권위원장의 주도로 수사·재판기관에 윤석열 대통령과 비상계엄 관여자들의 방어권 보장을 촉구하는 안건 내용을 일부 수정해 의결했다.

 

10일 인권위는 서울 중구 인권위 회의실에서 전원위를 열고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의 판단 근거와 주문 일부를 수정하는 조건으로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달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제출한 긴급안건을 일부 수정한 이 안건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 시 방어권 보장 △불구속재판 △무죄추정·적법절차 원칙 준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철회 등을 담고 있다.

전원위는 이중 한 총리 탄핵와 관련한 사안은 삭제하되 다른 사안들은 일부 내용을 수정한 채 헌법재판소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 탄핵심판에 관여하고 있는 수사·재판기관장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번 안건은 어떠한 강제성도 띠지 않고 각 기관에 인권위의 의견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각 기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통상 인권위는 인권위원회법에 따라 인권침해가 발생했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 기관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보낸 뒤 90일 이내 기관장에게 회신을 받고 이를 공표할 수 있지만, 이번 안건은 강제성을 띠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열린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결 과정에서 남규선 상임위원, 소라미·원민경 비상임위원 등은 이번 안건이 가결되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남 위원은 "인권위의 역할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인데 이번 안건은 이례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최고권력자 대통령의 방어권 주장을 위한 것"이라며 "인권위의 권위를 이런 일에 사용하려는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용원 상임위원, 한석훈 비상임위원 등 찬성 측은 "윤석열 대통령도 직무정지 상태로 재판정에 선 순간 슈퍼 을(乙)이 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 탄핵절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전원위에서 극우세력의 주장을 답습하며 수정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원위는 자리에 참석한 인권위원 중 과반이 찬성해야 안건이 통과되는데, 안 위원장은 자신이 반대하면 통과되지 않는 모든 수정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헌법재판과 관련해 적지 않은 국민은 몇몇 재판관의 소속 단체와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과 헌법가치 및 질서를 구현하기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헌법재판관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재판한다는 주장이 있고 국의 절반 가까이가 헌법재판소를 믿지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거나 "많은 국민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신속히 복귀해 경제부총리가 경제에만 전념해 어려운 경제가 신속히 회복되길 바란다" 등을 근거로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 안건과 함께 전원위에서 논의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부결 처리됐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로 발생한 인권침해 대응 방안은 인권위에서 사안 파악 후 시행하기로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린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한 극우세력은 오전부터 서울 중구 인권위에 침입해 직원과 기자들을 위협했다. 이들은 전원위가 열리는 14층 로비를 점거하고 승강기를 틀어막은 채 자신들이 신원을 확인한 직원과 기자들만 들여보냈다.

 

이들은 '평화적으로 보여야 한다. 폭력은 안 된다'면서도 기자들의 얼굴을 모두 촬영해 명단을 뿌리겠다고 겁박했으며, 일부 유튜버들은 경찰기동대 투입 후에도 1층에서 대기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을 장시간 무시한 채 '부정선거는 존재한다' '이재명 구속' 등 소리를 질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진입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한 장애인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못하게 막았다고 자랑했으며, 현장을 촬영하는 영상기자들에게 '초상권 침해이니 카메라를 내리라'면서도 자신들은 기자들을 촬영하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같은 난동은 곧바로 자신들의 수익으로 돌아갔다. 지지자들은 소동 도중 "슈퍼챗(후원) 잘 터지니 밥 사라" "미정갤(디시인사이드) 개념글(인기글) 보내주겠다" 등의 발언을 주고 받으며 낄낄거렸다.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벌어진 사태와 정반대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극좌파 폭도"라고 규정하며 이들이 전원위 회의를 무산시킬 것을 우려했다. 김 위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우파 사람들은 극우파 딱지가 붙지 않도록 몸조심 하기에 여념이 없다" "좌파들은 기고만장해 날뛰는데 우파들은 언행에 신중하기 그지 없다"며 극우세력을 옹호하면서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비난했다.

 

윤석열 방어권 보장 안건을 규탄하는 시민단체들은 극우세력의 위협으로 이날 예고했던 기자회견 및 전원위 방청 취소했다. 이들은 내일 인권위에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며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을 제출할 계획이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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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내나는 삶] ‘아무 일도 없었다’는 계엄 선포의 영향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2/11 08:40
  • 수정일
    2025/02/11 08: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나는 그가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를 하는 느낌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YTN 뉴스 화면 캡처) ⓒ뉴시스
평온한 이 시대를 비상사태로 인식해 계엄이 선포되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고, 국회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한 지도 곧 두 달이 되어간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그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말과 행동은 많은 시민들을 분노하게 한다. 그의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도 문제지만, 나는 그가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고 심지어 타인에게 전가하는 비열함 때문에 더욱 더 분노한다. 사실 리더십을 행사하는 사람의 유혹 중의 하나가 바로 자신의 명성, 명예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려는 의도이다.

 

 

 

계엄 선포로 인해서
과거 치욕스런 폭력과 같은 고통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몸이 그 경험을
다시 기억하여 긴장을 경험해야 했다


탄핵당한 대통령은 계엄 당일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무엇을 지시했는지, 받았는지를 조사하는 것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현실과 분리된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계엄 선포로 인해서 우리 사회는 순식간에 마비가 되었고 아직도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시적이고 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계엄 선포로 인해서 과거 치욕스런 폭력과 같은 고통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몸이 그 경험을 다시 기억하여 긴장을 경험해야 했다.

내가 아는 어떤 수녀는 계엄 선포가 장난이 아닌 사실임을 확인하고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동료 수녀님들을 깨워 함께 기도를 했다. 그리고 그는 매 20분마다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 장난 같았던 비상계엄은 그 수녀로 하여금 계엄으로 삶이 망가진 오빠의 삶을 다시 소환하였고, 그 아픈 기억으로 인하여 그의 몸은 긴장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서 신지현 민중의소리 PD가 영상으로 찍은 계엄군. 2024.12.03. ⓒ민중의소리

그 수녀의 오빠는 5.18 계엄 확대 당시 공수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친 후 자신의 고향 광주에 머무는 것을 회피하였고 안정감 없이 계속 떠도는 삶을 살았다. 그는 군복무 중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같이 복무했던 사람들 중 몇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다른 몇 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그도 정신적으로 고통을 경험했고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곤 했다. 그 수녀는 오빠가 물리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혼자 고립된 모습을 이렇게 설명했다. “어느 날 가족들끼리 콩국수를 만들어 맛있게 먹었는데 내가 콩국수를 만든 언니에게 ‘언니 어떻게 비린내도 안 나게 콩을 잘 삶으셨어요?’라고 물었어요. 그런데 오빠가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곳을 응시하며 ‘비린내 중에 가장 지독한 비린내가 뭔지 알아? 피비린내만큼 지독한 비린내도 없어.’라고 말했어요. 오빠는 그렇게 혼자 고립됐어요. 그런 오빠가 항상 안타까웠어요.” 그는 지병으로 50대 후반에 혼자 외로이 세상을 떠났다. 가족들은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그의 시신을 보고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병원 측으로부터 군 관계자들이 와서 그의 죽음을 조사해 갔다는 설명을 들었다.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맺는 관계와 경험, 심지어 경직된 문화가 생산하는 억압과 폭력을 포함해 모든 종류의 경험과 타인과 맺는 관계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사회구조의 억압적 환경이 만들어낸 고통스런 경험은 몸에 내면화되어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서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질병을 앓게 한다. 우리는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 한다. 그 수녀의 오빠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고, 이는 보는 가족들도 같이 고통을 경험했던 것이다. 계엄 선포는 그 기억을 소환한 것이다.

 

 

 

4일 오전 1시 40분께, 국회에 진입했던 계엄군이 철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영어에서 책임(responsibility)이란 말은 response(응답)와 ability(능력)의 합성어이다. 책임이란 응답하는 능력, 응답을 선택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 인간은 다양한 상황을 맞이한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런 결정의 과정은 단순히 인간적인 차원을 넘어 영적식별의 과정을 갖기도 한다. 이런 식별의 과정은 올바른 응답을 선택하기 위해서이고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상황이 그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선택한 결정에 그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사실 그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삶에 큰 영향을 받았고, 어떤 사람들은 범죄에 연류 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장에 나온 젊은 세대를 보면서 나는 그들이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에 놀랄 뿐만 아니라 고마운 마음이다. 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비해서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의 상상력은 매우 빈약하다. 나는 특히 기성세대의 리더십과 관련한 경직된 상상력은 도전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십 행사는 권위를 가지고 하는 것이지 권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권위란 있는 그대로의 사람 됨됨이이다. 타인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고 싶다면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살 때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권위가 없는 리더십은 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권위적 리더십이라고 한다. 그럴 때 소통방식은 쌍방이 아니라 일방적이어서 소통부재와 폭력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거의 8년 전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이 체포영장 집행으로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려 특검 사무실로 압송되며 취재진들을 향해 “(자신이 조사를 받는 이 특검은)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라며 자신의 주장을 큰소리로 외쳤다. 이것을 목격한 특검 사무실을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염병하네!”라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단번에 정리해주었다. 욕이란 ‘사회적 응징’이라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앞에 ‘지랄’이라는 삽입어가 있었다면 ‘더 찰진’ 사회적 응징이 되었을 것 같다. 뻔뻔스런 사람들에게 해줄 찰진 욕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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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공적 복수'..."나는 무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오마이북 신간 <조국의 함성>... 표지 사진은 2024년 그 날 '함성 속의 조국'

25.02.10 18:54l최종 업데이트 25.02.10 18:54l 이정환(bangzza)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옥중 저서 <조국의 함성>(오마이북)이 나왔다. 책을 받아들자마자 처음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하필 함성인가?'

함성이란 단어는 큰 소리를 지르거나 의견 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외침'이나 크게 부르짖거나 외치는 '고함' 등과 본질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혼자 외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외치거나 지르는 소리가 함성이다.

2024년 4월 9일, 그 원본 사진 봤더니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옥중 출간한 '조국의 함성' 표지 ⓒ 오마이북

책 머리말에서 조 전 대표가 강조하는 바도 그러하다. 그는 "이 책 이전에 발간된 책들은 교수·학자로서의 연구서, 시론집, 법 사상에 대한 대중용 해설서, 피고인으로서의 항변서였다"고 전제한다. 개인적인 외침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조국의 함성> 저자로서 조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해 "교수, 학자, 선비로서의 조국이 아니라 투사, 웅변가, 정치인으로서의 조국"이라고 구분 짓는다. 당연히, 정치인은 혼자 소리 지르는 사람이 아니다. 조 전 대표가 이 책에 들어있는 "정신, 의지, 결기는 조국 개인의 것이 아니라 조국혁신당 당원의 것이고 국민 전체의 것"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이 책은 조 전 대표가 왜 정치를 시작했고, 동시에 또 언제까지 정치를 할 것인지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자기소개서'에 가깝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이와 같은 해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 굳게 다문 입 그리고 말아 쥔 양 손. 언제, 어떻게 촬영된 사진일까. <오마이북>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24년 4월 9일 사진이다.

그 날은 22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이었다. 광화문 광장 계단에서 '검찰 독재 조기 종식, 서울 시민과 함께' 행사를 통해 막판 지지를 호소했던 당시 모습이다. 사진 원본을 보면 참가자 모두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조국 또한 주먹을 말아 쥐고 있다. '함성 속의 조국'이다.

"야수의 용기"로 시작된 '공적 복수

2024년 4월 9일, 22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마지막 날이었다. 광화문 광장 계단에서 '검찰 독재 조기 종식, 서울 시민과 함께' 행사를 통해 막판 지지를 호소했던 당시 조국 혁신당 대표의 모습이다. ⓒ 조국혁신당

사진 속 그 모습은 또한 조 전 대표의 정치 입문 당시 심정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야수적 용기", 그가 책에서 정치 입문의 핵심적 동기로 밝힌 표현이다.

"2024년 2월 8일 실망스러운 항소심 판결이 나온 날, 준비된 정치참여 선언문을 올렸다. 고독했다. 불안했다. 그러나 '야수적 용기'를 내기로 결심했다. 조국의 투쟁의 시작이었다. 조국의 정치의 시작이었다."

논리적이거나 계산적이라기보다는 사나운 짐승의 본능에 더 가까운 결정이었다는 고백이다. 그가 검찰로 대표되는 더 사나운 짐승들에게 당했던 일을 감안하면 인간 조국의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 전 대표는 "사적 복수를 위한 정치를 한 적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강조한다. "르상티망, 불의한 강자에 대한 공적 복수를 이야기하는 거라면 그건 사실"이라며 구분 짓는다.

그에 따르면 르상티망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권력 의지에 의해 촉발된 강자의 공격욕에 대한 약자의 복수감을 포괄하는 의미로 제시한 개념"이라고 한다. 복수를 소재로 하는 일부 드라마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장병태(임시완 분)가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를 떠올리는 정경태(이시우 분)에게 일격을 가하기 직전 외쳤던 대사가 그 예다.

"이게 무서우면 우리는 어쨌겠어?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게 무서워서 한숨부터 나오는 우리 심정을 알아? 맞는 게 지긋지긋해서 차라리 죽고 싶은 우리 심정을 네가 아냐고? 앞으로 말이여. 앞으로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하면 다시는 걷지도 못하게 네 팔 다리를 분질러 버릴 껴, 알것냐? 알것냐고?"

그들에게는, "무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광화문광장서 주먹 불끈 쥔 조국2024년 4월 9일, 당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서울시민과 함께'를 열고 시민들에게 막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이 장면에 이르러 장병태의 얼굴은 앞서 순둥이였던 그것과는 판이하다. 조 전 대표가 책에서 굳이 "무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밝히는 것 역시, 복수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치인으로 '존재 이전'한 후 많은 사람들이 변모한 모습에 놀라워했다. '순한 사람이 화나면 무섭다더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조국은 여전히 '순한 사람'이다. 그러나 용납할 수 없는 자들에게는 '무서운 사람'이 되고자 한다."

조 전 대표가 용납할 수 없는 자들은 누구일까. '자기에게 해를 끼친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가 강조하는 '공적 복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좀 더 명확해진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민주주의 퇴행과 대한민국의 후진화에 대한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그가 정치를 결심한 이유라고 한다. 그는 "앉은뱅이 주술사 김건희를 잊으면 안 된다"고, "문재인·이재명 등 야당 인사 죽이기에 총력을 다한 검찰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2024년 5월 30일, 22대 국회 개원 기자회견 당시 조국혁신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의 출사표를 전하면서 자신의 말이 아닌 "오늘 검찰독재 조기 종식의 쇄빙선이 출항한다"는 박은정 의원의 말을 빌려 목차에 따로 실은 것 역시 그의 '공적 복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준다. 돌이켜보면 '공적 복수'를 천명한 정치인은 없었다. 쇄빙선은 그의 표현대로 "길 없는 길"을 내는 배다.

윤석열이 구속되는 날 새벽 썼다는 맺음말

2024년 12월 16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전 배웅 나온 동료 의원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렇다면 공적 복수의 유효 기간은 언제까지일까. 책을 읽다 보면 조 전 대표만의 '함성'이 잦아드는 일 만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권을 보장하고 민생을 강화하는 새로운 민주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당 독점이 재생산되는 지역 정치 혁신"과도 맞물리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시대적 과제다. "법치를 단지 법률 전문가의 것이 아니라, 주권자의 뜻과 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표지 사진으로 돌아올 때다. 2024년 4월 9일, 광화문 광장 계단에서 "검찰 독재 조기 종식" 함성을 외치던 사람들이 그의 곁에 없다. 혼자인 지금, 그는 일단 두 가지를 하겠다고 밝힌다.

"조국혁신당 창당 이후 윤석열 탄핵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돌아보며 새로운 길을 준비할 것"이 그 하나다. "정치참여 선언 이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직진하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다. 과거뿐 아니라 미래로도 향하는 것이 내면의 소리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새로운 길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를 두고 무서운 사람의 순한 노래라 표현할 수 있을까. 조 전 대표가 "2025년 1월 19일 윤석열이 구속된 날 새벽에" 썼다는 맺음말의 한 대목이다.

"이 곳에서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상처를 핥으며 부러진 칼날을 벼릴 것이다. 그러면서 희망의 노래를 만들 것이다."

조국의 함성 - 길 없는 길을 두려움 없이 가다, 친필사인 인쇄본

조국 (지은이), 오마이북(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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