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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U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계엄 후폭풍, 10계단 추락한 32위

 EIU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계엄 후폭풍, 10계단 추락한 32위

4년 만에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탈락…"尹 비상계엄 선포로 하향 조정"

한국이 지난해 민주주의 성숙도에서 10계단 폭락해 32위를 기록했다. '완전한 민주주의'의 범주에서 탈락,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비상 계엄 등에 따른 후폭풍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67개국 중 32위에 기록됐다. 평점 총점 10점 만점에 7.75점으로, 전년(8.09점, 22위)에 비해 폭락한 것이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머물던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범주에서 탈락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범주로 추락했다.

EIU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비상계엄 선포와 후속 정치적 교착상태로 정부 기능과 정치 문화 점수가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도에 따른 여파는 의회에서,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양극화와 긴장을 고조했고 2025년에도 지속할 것 같다”며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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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딸의 디자인 작품으로… 기부 팝업스토어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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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2일까지 ‘주영이가 그린 태일이의 꿈’

"이태원 참사를 겪고 사회적 약자에 관심 가져"

사업 3년 차에 참사 "날개 못 편 게 아쉬워"

"딸이 좋아할 것 같아, 가치를 알아주는 게 중요"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을 2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성동구 서울숲 언더스탠드 애비뉴 D24 '주영이가 그린 태일이의 꿈' 팝업 스토어에서 만났다. 2025.02.27. 시민언론 민들레

"주영이가 떠난 지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여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시행령을 위해 길거리 투쟁만 했는데 지금은 온전히 주영이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너무 행복합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

한겨울 한파가 물러가 따뜻한 햇볕을 느낄 수 있는 날,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을 2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성동구 서울숲 언더스탠드 애비뉴 D24 '주영이가 그린 태일이의 꿈' 팝업 스토어에서 만났다.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로 별이 된 고 이주영 양의 아버지로, 이곳은 주영 양의 디자인 작품 팝업스토어다. 작품은 전시와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으며, 이 위원장은 디자인 작품 수익을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에 기부할 계획이다.

전태일의료센터는 노동, 보건의료, 시민·사회가 함께 만든 사회연대병원으로, 모두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산재·직업병, 노동자의 건강 문제 등을 전문적으로 대응한다.

전시장 외부는 아기자기한 고양이 캐릭터가 붙어 있고, 내부는 햇볕만큼이나 환하다. 내부에는 고양이 스티커, 고양이 마우스 패드, 고양이 노트 등이 전시돼 있다. 이 작품들은 주영 양이 키우던 고양이 '민트'와 '초코'를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전시장 한켠, 이 양이 디자인 작업을 하던 공간을 재현해 놨다. 사진 속 주영 양은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서울숲 언더스탠드 애비뉴 D24 '주영이가 그린 태일이의 꿈'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2025.02.27. 시민언론 민들레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찾아오는 손님이 줄을 이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은 친숙한 고양이 그림에 반가워했고,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작품을 골랐다. 주영 양의 엽서에 색칠하기도 했다. 고양이 스티커가 특히 인기가 많았다.

이 위원장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시행령와 진상규명 촉구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습이 아닌, 이태원 참사로 잃은 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모습이었다.

이 위원장은 "그 일(이태원 참사)을 겪으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약자를 돌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회를 출퇴근하다시피 하니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런 게 보이니 나도 남은 삶을 선한 에너지에 쏟아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주영 양의 이름으로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후원자들이 전태일의료센터에 그냥 후원하기보다는 이렇게 물건을 사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받아들여졌다"며 "원래는 딸의 디자인 작품을 기부만 하려고 했는데, 지금 이렇게 팝업스토어를 하게 되어 아주 정신이 없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을 하면서 말하지 않았던 주영 양의 이야기를 했다. 여태까지는 이태원 참사에서 별이 된 다른 아이들을 기리기 위해서 꾹 참았던 딸의 이야기다.

이들은 평범한 아빠와 딸처럼 진로나 취직 등의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딸과 아버지의 흔한 입장 차이였다. 이 위원장은 "딸이 나한테 '꼰대'라고 했었다"며 "아이가 떠난 뒤 아이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많다. 덤벙대는 막내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업도 했고, 주영이 친구들은 아직도 주영이 칭찬을 한다. 왜 그땐 이런 주영이의 장점을 알지 못했을까"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딸은 2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혼자 힘으로 사업을 이뤄냈다. 이태원 참사가 터져서 별이 된 것이 주영 양이 사업을 한지 3년째 되던 해다.

그는 "주영이가 날개를 펴는 것을 보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며 "(팝업스토어는) 딸이 생전에 만들어놓은 디자인 작품으로 꾸렸다. 딸 장례식 때 조문객들에게 답례품으로 주기도 했는데, 딸이 평소에도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을 좋아했다. 딸 생각 그대로 가치 있는 곳에 작품을 쓰니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이가 그린 태일이의 꿈' 팝업 스토어에는 이태원 참사로 별이 된 고 이주영 양의 작업실 모습을 재현해놨다. 2025.2.27. 시민언론 민들레

그러면서 "딸이 떠난 것을 알았을 땐 세상이 다 무너지는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사람들에게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라고 조언한다. 나도 주영이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 그나마 캠핑도 같이 다니고 술도 마시는 등 함께 대화를 많이 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딸에게 아이패드를 생일 선물로 준 적이 있었는데 엄청 좋아했었다"며 "너무 좋아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서 고맙다곤 안 하더라. 그래도 조금 더 살갑게 대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주영 양의 친구들은 주영 양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는 "가족들도 너무 힘들지만, 참사 당시 함께 있었던 친구들도 아직 힘들어한다"며 "밤에 잠을 자지도 못했고, 정말 큰일 날까 봐 우리도 걱정했다. 참사는 참사를 당한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딸은 하늘의 별이 됐지만, 이제 가족들은 '슬픔'만 느끼고 있지 않다. 이 위원장은 "슬픈 감정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며 "슬픔을 승화시켜야 한다. 우리 가족은 팝업스토어를 하면서 다시 위로받고 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딸아이가 사람들에게 기억되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참 힘든 일도 많았는데, 주영이 이름으로 팝업 스토어를 할 수 있어서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영이가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하자 이 위원장은 "그렇게 느낀다면 제 삶은 아주 성공한 삶이 되는 거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 위원장은 향후 일정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지금은 너무 과분한 마음이다. 나중에 이태원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의 소지품을 모아서 전시를 할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주영이가 그린 태일이의 꿈' 팝업 스토어는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 언더스탠드 애비뉴 D24에서 진행된다.

 

 

팝업스토어 한쪽 벽면에 마련된 고 이주영 양의 사진. 2025.02.27.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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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헌법기관’ 선관위, 대통령 영향력 차단돼야”…계엄군 보낸 윤석열은?

‘헌법기관’ 의미 자세히 설명한 헌재, 윤석열 탄핵심판 쟁점과도 직결

윤석열 대통령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대상으로 직무검찰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헌재)의 판결이 나왔다. 헌재는 이번 판결을 통해 ‘독립된 헌법기관’이 지니는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는데, 이는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쟁점과도 직결되는 내용이다.

헌재는 27일 선관위가 청구한 권한쟁의 사건에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 판결이었다.

헌재가 주목한 건 헌법기관의 독립성이다. 헌재는 “선관위의 헌법상 지위와 헌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의 관련 규정들을 종합하면, 선관위에는 헌법과 선거관리위원회법에 의해 행정부 등 외부 기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선거사무는 물론 인사, 조직운영, 내부규율 등에 관한 각종 사무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권한이 부여돼 있다”고 전제했다.

또한 헌재는 선관위를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었다. 헌재는 “3·15 부정선거에 대한 반성적 조치로 민주적인 선거제도와 관련된 규정들이 헌법에 도입됐다”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선거관리 사무 및 그 주체를 정부와 기능적·조직적으로 분리해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관리기구가 대의민주제에서 요청되는 독립적·중립적 선거관리라는 헌법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외부 권력기관, 특히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선거관리 사무를 행정부가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헌법적 결단이 헌법 체계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선관위의 계엄군 투입은 자신의 지시라고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선관위 시스템 스크린 차원”이라거나 “계엄법에 따라 계엄사가 계엄 지역 내에서 행정·사법사무를 관장하게 돼 있어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같은 데 계엄군이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적법한 지시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 판결을 보면 윤 대통령의 계엄군 투입 역시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선거관리가 그 사무의 성격상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해도, 선관위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설치함으로써 선거 관리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 선거관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라고 밝혔다.

더욱이 헌재는 대통령의 선관위 개입 가능성을 가장 경계했다. 헌재는 “대통령은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임명하고 있으며, 정당민주주의하에서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서 해당 정당의 정책이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 소속기관인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해 직무감찰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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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무력화’ 감사원 비판 한겨레, ‘정치 편향’ 헌재 비판 조선일보

[아침신문 솎아보기] 헌재 결정 이후 나올 감사보고서 미리 공개한 감사원

“익명보도 주저 않던 조선일보” 한국일보 칼럼, 김건희 녹취 침묵한 조선일보 비판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5.02.28 07:23

▲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헌법기관이며, 따라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감사원이 선관위의 친인척 부정 채용 등에 대한 직무 감찰을 실시한 것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애초에 헌재 결정 이후에 나올 선관위 감사보고서를 감사원은 헌재 결정 전에 공개했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감사원이 헌재 결정을 무력화하려고 공개 일정을 앞당겼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이 헌재 선고 직전 공개한 선관위 감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보면 선관위와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는 최근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직 채용 전부에서 규정 위반이 적발됐다. 이에 조선일보는 “선관위에 헌재가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2023년 5월 선관위 전현직 고위 간부 4명의 자녀가 경력직원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 감사를 시작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가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선관위도 직무감찰과 인사감사 대상이라며 감사를 진행했다. 선관위는 감사를 수용하면서 같은해 7월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헌법 97조를 근거로 “감사원의 직무감찰권은 행정부 내부 통제장치로서 성격을 갖는다”며 “감사원에 선관위 직무감찰권이 부여돼 있지 않은 이상, 이 사건 직무 감찰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것으로서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다”고 했다.

감사보고서 공개한 감사원 ‘헌재 결정 무력화’ 비판

28일 한겨레는 3면 <헌재 “선관위는 독립된 헌법기관”…감사원의 직무감찰 위헌>이란 기사에서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보고서 공개를 비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선관위 감사에 대한 주심 위원의 검토가 끝나 조만간 심의하기로 했었지만 감사위원회를 조금 당겨 열었다”며 “헌재에서 감사원에다 감사위원회의 의결이 되면 그 결과를 알려달라고 예전부터 얘기해왔다”고 했다.

 

▲ 28일 한겨레 3면 기사

 

한겨레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 직전 감사보고서를 확정한 것은 계획된 일정 조정이었다는 해명”이라고 전하며 “감사원은 헌법재판소법 67조2항(헌재가 국가기관의 처분을 취소할 경우, 이미 발생한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고려해 조기에 감사 결론을 내려 효력을 발생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 절차에 정통한 소식통은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것은 감사위원회가 의결을 했다는 것인데,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의결한 것 자체가 헌재를 무시하는 행태로 봐야 한다”며 “설령 의결이 있었더라도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본 뒤, 만약 감사원이 선관위 감사 권한이 없다고 나온다면,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 아니라 직권 재심의를 통해 감사 결과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가족회사’로 전락한 선관위, 성역인가

한겨레가 감사원의 감사보고서 공개를 비판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헌재를 비판했다. 1면 <尹 탄핵심판 앞두고 ‘정치 편향 논란’ 자초한 헌재>에서 부제를 “감사원, 선관위 경력채용 비리 878건 확인”, “헌재 ‘선관위, 감사원의 감사 대상 아니다’”라고 달았다.

 

▲ 28일 조선일보 2면 기사

 

2면 <“우린 가족 회사…친인척 채용은 전통” 구제불능 선관위>에서는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의 비리를 자세하게 전했다. 한 예로 2019년 중앙선관위는 인천선관위에 인력 소요가 없는데도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게 했고 당시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인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이 응시했다. 인천선관위는 면접위원 전부를 김 전 총장과 같은 선관위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인사로 구성해 김 전 총장 아들을 강화군 선관위에 합격시켰고 1년 만에 상급기관인 인천선관위로 근무지를 옮기고 관사를 무료로 제공받는 특혜를 누렸다고 한다. 김 전 총장은 담당자들에게 “(아들을 위해 관사를) 어떻게든 하나 해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같은 면 다른 기사를 보면 선관위는 그동안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이유로 외부 감시를 사실상 피해왔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에 2023년까지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자체 감사기구가 없었고 감사부서는 자녀 특혜 채용 청탁을 한 것으로 나타난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지휘를 받았다. 이에 2022년 김세환 전 사무총장 자녀 특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중앙선관위는 직원들로 임시 감사반을 구성해 감사했다고 조선일보는 지적했다. 결과는 김 전 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없다고 나왔다.

조선일보는 사설 <그렇다면 이 ‘마피아 선관위’를 어떻게 하자는 건가>에서 헌재 결정을 비판하면서 “이런 ‘가족 회사’(선관위)가 북한 해킹 공격을 받고 알아차릴 리가 없다. 이 선관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헌재가 대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8일자 국민일보 만평

 

선관위 독립성 침해한 윤석열, 비상계엄도 위헌

한편 경향신문은 사설 <‘선관위 직무감찰’ 위헌, 계엄군 선관위 투입도 위헌이란 뜻>에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강조한 헌재 결정은 윤석열 탄핵심판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때 부정선거 증거를 찾겠다며 계엄군을 중앙선관위에 투입시켜 계엄군이 서버를 반출하고 직원들을 체포하려 각종 도구까지 준비했다.

경향신문은 “선관위 독립성을 아예 말살하려 한 것”이라며 “그래놓고 윤석열은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고 했다. 헌재의 이날 결정 취지에 비춰보면 윤석열의 어이없는 궤변조차 비상계엄 위헌성을 넉넉히 입증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옥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한국, 김건희 녹취 침묵한 조선일보 비판

정영오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언론이 침묵할 때>란 칼럼에서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명태균씨가 구속되기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대통령 부부 관련 파일 USB를 건네며 대통령실에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조선일보가 해당 파일을 전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진우 시사IN 편집위원에 따르면 해당 USB에는 김 여사의 공천개입으로 볼 수 있는 통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조선일보는 명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보도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윤리헌장과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것으로 판단해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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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은 “‘조국 딸 세브란스 인턴’(2020년 8월) 보도 등에서 익명 인용을 주저하지 않았던 조선일보 답지 않은 해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조작 의혹이 확산되던 2005년 말 YTN이 고대 법의학연구실에 황 교수팀 줄기세포 시료 6개의 DNA 분석을 의뢰했는데 ‘줄기세포 DNA가 체세포와 모두 불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고도 보도하지 않은 것을 예로 들었다.

정 위원은 “기자는 취재한 내용이 권력자 생각이나 사회 통념에 맞지 않을 때,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지 망설이게 되지만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실의 편이 될 때야만 언론의 가치와 필요성을 대중이 실감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지할 것”이라며 “그런데 조선일보는 특종의 가치가 분명한 USB를 확보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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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입적부터 조태용 문자까지... 커지는 김건희 개입 의혹

2023년 3월 27일 윤 대통령 부부의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 당시 조태용 주미대사와 김건희 여사의 모습 ⓒ 대통령실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과 '조선일보 폐간' 발언 등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육성 녹음이 연일 터져 나오면서, 김 여사가 국가정보원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 아니냐는 그간의 의혹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는 김 여사가 12·3 비상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두 통의 문자를 보냈고, 하루 뒤인 계엄 당일 조 원장이 김 여사에게 답장을 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국정원은 국내 정보 수집이나 정치 관여가 금지돼 있다.

계엄 직전 김 여사와 조 원장 사이에 오간 문자의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조 원장에게 명태균 사건과 관련된 요구를 했던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김 여사가 조 원장에게 문자를 보낸 지난해 12월 2일이 명태균씨 측 남상권 변호사가 명씨의 휴대전화를 언론이나 민주당에 제출할 수 있다고 한 날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출신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김 여사가 조 원장에게 국정원 경남지부장으로 하여금 명태균, 남상권 변호사에 관한 감시 지시를 요청했을 수 있다"라며 "비화폰(보안 핸드폰) 통화 기록을 반드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김 여사가 '조선일보를 폐간하겠다'고 한 것 역시 결국 명태균 사건 때문 아니겠나"라고 했다. 전날 주진우 기자 유튜브 채널에는 김 여사가 누군가에게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고 말하는 육성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는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하고 있던 매체다.

"자승 스님 입적 때도 조태용이 국정원에 지시 전달"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찰 내 숙소(요사체)에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지난 2023년 11월 29일 경기도 안성시 칠장사에서 돌연 입적한 자승 스님 사건 때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대거 동원됐던 점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지난 14일 JTBC 인터뷰에서 "자승 스님이 분신 입적하시는데 갑자기 대공 용의점이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의 지시가 내려와서, 저희가 테러·안전, 안보조사국에 있는 대공수사팀이 현장 확인을 하러 70~80명이 야간에 동원됐던 적이 있었다"라며 "그때 이 지시를 대통령으로부터 받고 저한테 전달했던 분이 당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현 국정원장)"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생전 김 여사와 교류가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과거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전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공 혐의점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북한에서 왜 자승 스님을(해하겠나)"라며 "홍 차장은 말 못 하겠지만 국정원 70여 명이 한밤중에 출동해 뭔가를 수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교수는 "(김 여사가)그때 뭔가 (국정원에) 효능감을 느꼈을 수 있다"라며 "지난해 12월 2일 (명태균 측에서 휴대전화를)'여기도 낼 수 있고 여기도 낼 수 있다'고 하니, 김 여사 입장에서 국정원에 '이거 빨리 수거 못하나'(라고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역시 최근 검찰에서 윤 대통령이 자승 스님이 돌아가신 것과 관련해 흥분하며 '대공 용의점이 있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조 원장 문자를 둘러싼 논란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25일 국회 국조특위에 나온 자리에서 김 여사·조 원장 문자에 대한 수사 계획을 묻는 말에 "저희도 최근에 안 사실"이라며 "모든 의혹은 다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조특위 관계자는 "검찰이 한 달 넘게 경찰의 구속을 막고 있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역시 김 여사와 가까운 라인으로 꼽힌다"라며 "검찰이 김 여사의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적극 수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관련기사]

김건희 여사 의혹 커지는데... 검찰에 막힌 경호처 수사 https://omn.kr/2cc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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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조태용#김건희#국정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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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윤석열의 계엄 쿠데타, 9개월간 치밀하게 준비된 음모

기자명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5.02.26 21:58
  •  
  •  댓글 0
 
 

2024년 3월, 삼청동 안가 회의에서 계엄 초석
김용현, 조태용, 여인형 등 핵심 인사들과 초기 논의
총선 패배 후 본격화된 계엄 준비
6월, 충성 장성 모아 군부 포섭
노상원 수첩,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
대규모 포격 훈련으로 충돌 유도
8월, 민주노총 및 야당 정치인 "비상조치로 제거해야" 논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명 후 계엄 준비 박차
10월, 방첩사를 통한 대북 무인기 도발
11월, 계엄문건 작성 및 병력 배치 계획
12월 1일, 윤석열이 직접 병력 규모 및 배치 계획 확인
12월 2일, 계엄 선포문·담화문·포고령 최종 승인

▲내란수괴 윤석열
▲내란수괴 윤석열

지난 25일 윤석열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이 마무리된 가운데, 판결 선고까지는 약 2주가 남게 됐다.

윤석열은 최후진술에서조차 “공산 전체주의 세력의 위협”을 운운하며 자신의 망상과 광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대중을 아연실색케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은 평소 감정조절이 잘되지 않는 윤석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최소 9개월에 걸쳐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준비된 기획이었다.

이에 본지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준비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했다.

2024년 3월, 삼청동 안가 회의에서 계엄 초석
김용현, 조태용, 여인형 등 핵심 인사들과 초기 논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과 그 수하들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며 주요 반대 세력을 체포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명목은 국회에서 야당이 주도한 정부 예산 삭감, 국무위원 탄핵절차 진행 등이었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말하듯 “술 취한 멧돼지에 의해 하루아침에 감행된 것”이 아니었다. 최소 지난해 3월부터 계엄은 착실히 준비되고 있었다.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둔 3월경 윤석열은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을 모아놓고 시국이 걱정된다며 “군이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계엄의 포석을 깔았다.

당시는 양평고속도로 비리, 명품백 수수, 의료대란, 채해병 순직 수사 무마 시도 등 윤석열 정부의 추문이 누적되어 총선 패배가 확실시되던 시점이었다.

▲윤석열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윤석열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

총선 패배 후 본격화된 계엄 준비
6월, 충성 장성 모아 군부 포섭

4월 총선에 참패하자 윤석열은 계엄 준비에 보다 박차를 가했다.

5월경 삼청동 안가에서 윤석열은 김용현 등과 식사를 하며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겠다”며 계엄 의지를 확고히 했고, 이에 6월 17일 김용현은 윤석열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인형 등 4명의 장성들과 함께 “이 4명이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들”이라며 계엄 착수 의지를 밝혔다.

그즈음 북의 공격을 유도해 계엄 구실을 만들려는 시도가 병행됐다. 이는 계엄의 세부 내용을 기획한 노상원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NLL(서해 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 유도”라는 글이 적혀 있는 데서 훗날 확인된 바 있다.

노상원 수첩, "NLL에서 북의 공격 유도"
대규모 포격 훈련으로 충돌 유도

6월 4일 윤석열은 북과의 9.19 군사합의를 전면 효력 정지시킨 데 이어 해병대로 하여금 동월 26일부터 NLL 인근의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게 했다. 북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NLL상의 포격훈련은 9월과 11월에 걸쳐 1천여 발에 가까운 규모로 이뤄졌으나 다행히 북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8월 초에 이르면 계엄은 기정사실이 된다.

용산 대통령 관저에서 모인 윤석열, 김용현, 여인형은 민주노총과 야당 정치인들을 두고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므로, 비상조치권을 사용하여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주고받았다.

8월, 민주노총 및 야당 정치인 "비상조치로 제거해야" 논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명 후 계엄 준비 박차

 

이어 8월 12일 윤석열은 계엄을 보다 착실하게 준비하고자 당시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을 국방부장관으로 지명한다. 퇴역 육군 중장 출신에 자신과 같은 충암고 라인인 김용현을 보다 신용했던 배경에서다.

그 과정에서 야당이 계엄 작당 모의 의혹을 제기하자 대통령실은 “계엄령 준비설은 근거 없는 괴담”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결국 김용현은 9월 6일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10월, 방첩사를 통한 대북 무인기 도발
11월, 계엄문건 작성 및 병력 배치 계획

김용현은 방첩사를 통해 10월 3일부터 3차례에 걸쳐 북에 무인기를 보내 평양 상공을 침범하고 대북전단을 살포했다. 끊임없이 북의 무력대응을 유발해 계엄 명분을 쌓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다 명태균의 부하직원이었던 강혜경 씨가 폭로한 김건희-명태균 공천 비리가 10월에 걸쳐 파란이 일자 점차 코너에 몰리게 된 윤석열은 김용현에게 계엄 준비 상황을 점검시켰다.

11월 24일 대통령 관저를 찾은 김용현을 만난 윤석열은 “정말 나라가 이래서 되겠느냐”며 “바로잡아야 한다.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계엄령)이 필요하겠다”고 다그쳤다.

이에 김용현은 박근혜 정부시절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기획한 계엄문건과 박정희가 총에 맞아 죽은 10‧26 사태 당시 포고령을 참고하여 계엄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11월 30일 국방부 장관 공관에 찾아온 여인형을 만난 김용현은 “조만간 계엄을 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결정하실 것”이라며 “국회를 계엄군이 통제하고, 계엄사가 선관위와 여론조사꽃 등의 부정선거와 여론조작의 증거를 밝혀내면 국민들도 찬성하게 된다”고 방첩사령부에 계엄대비를 지시한다.

같은 날 김용현과 여인형은 대통령 관저로 이동해 윤석열과 대화를 했는데, 여기서 윤석열은 “계엄령을 내려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며 조만간 계엄령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12월 1일, 윤석열이 직접 병력 규모 및 배치 계획 확인
12월 2일, 계엄 선포문·담화문·포고령 최종 승인

다음날 12월 1일 윤석열은 김용현을 만나 “지금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수도권에 있는 부대들에서 약 2-3만 명 정도 동원이 되어야 할 것인데, 소수만 출동한다면 특전사와 수방사 3000-5000명 정도가 가능하다”고 보고받았다.

이에 윤석열은 경찰력을 우선 배치하고 군은 간부 위주로 투입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간부 위주로 투입하면 인원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고, 김용현은 “수방사 2개 대대 및 특전사 2개 여단 등 약 1000명 미만을 동원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윤석열은 “그 정도 병력이라면 국회와 선관위에 투입하면 되겠다”며 “계엄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용현이 “첫 번째로 계엄 선포문이 있어야 하고 이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 두 번째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세 번째로 포고령이 필요하다”고 보고하자 윤석열은 이들에 대한 준비 지시를 내렸고, 김용현은 앞서 미리 작성해둔 계엄 선포문, 담화문, 포고령 등 문건들을 보고했다.

윤석열은 이를 검토한 뒤 본래의 포고령에 적혀있던 “야간 통행금지” 구절을 삭제하는 등 보완을 지시했고, 다음날 12월 2일 김용현이 내용을 보완하여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을 보고하자 검토 후 “됐다”며 이를 승인했다.

정치 활동 금지, 언론 통제, 의료인 강제 복귀까지 포함된 초법적 포고령

그렇게 윤석열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 금지 △모든 언론 출판에 대한 계엄사 통제 △파업, 태업 금지 △전공의 등 의료인의 본업 복귀라는 전대미문의 포고령과 함께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재빠른 대처로 계엄해제안을 통과시켰기에 윤석열의 계엄령은 결과적으로 호수 위에 뜬 달그림자가 되었지만, 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주저했더라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우리가 아는 민주공화국이 아닐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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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尹 최후 진술, ‘분열의 3월’로 가는 불씨”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혐오·불복 부추긴 윤석열의 종북몰이”

조선일보, 1면에 “탄핵 기각·오동운 즉각 구속” 의견 광고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02.27 07:46

▲2월25일 탄핵심판에서 최후진술하는 윤석열 대통령.

동아일보와 한겨레가 26일에 이어 1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진술 궤변에 따른 ‘분열의 3월’, ‘사회 갈등 격화’를 우려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1면에 윤 대통령이 제시한 개헌 의제를 띄우는 한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의견광고를 실었다. 다수 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징역 2년 구형 소식도 1면에 실었다.

다음은 주요 전국단위 아침종합일간지 1면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명태균 수사팀, 오세훈 후원자 압수수색>

국민일보 <저출산 암흑터널 9년 만에 빛 봤다>

동아일보 <‘분열의 3월’ 불씨 던진 尹 최후진술>

서울신문 <출생아기 9년만에 늘었다>

세계일보 <매년 줄어든 아이 울음 9년 만에 다시 커졌다>

조선일보 <이재명 항소심 3월 26일 선고>

중앙일보 <4000명 사상 북한군, 3000명 또 보냈다>

한겨레 <혐오·불복 부추긴 윤석열의 종북몰이>

한국일보 <세부 인허가에 10년, 활력 잃은 K해상풍력>

동아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대한 승복이나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내놓지 않으면서 국민 분열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3월 중순으로 전망되는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이 ‘분열의 3월’로 가는 불씨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27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 시도를 ‘내란 공작’으로 규정하는 한편 탄핵 기각 시를 전제로 임기 단축 개헌 추진 의사 등을 밝히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을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25일 헌법재판소 최종변론 최후진술에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은 (과거 계엄에 대한) 트라우마를 악용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 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기대했던 국민 통합 메시지도 언급하지 않은 채 오히려 탄핵 기각 시 개헌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개헌과 정치 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를 일으킨 지지자들을 향해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했다.

동아일보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 가능성을 이야기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 지지자들에게 일정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비판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서 탄핵 찬반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아스팔트 민심’의 충돌도 격화될 조짐이라고 했다.

▲27일 동아일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혐오·불복 부추긴 윤석열의 종북몰이>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은 정부 비판 목소리에 대한 ‘종북몰이’와 지지자들의 극단적 움직임을 북돋우는 내용으로 점철됐다”며 “전문가들은 향후 혐오와 음모론에 바탕한 사회 갈등이 한층 격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에서 시민사회의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요구조차 ‘북한 지령’을 배후로 짚는 황당한 인식을 보였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북한이 민(주)노총 간첩단에게 ‘이번 특대형 참사를 계기로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 분출시켜라’라는 지령문을 보냈다”며 “북한 지령에 따라 이태원 참사 반정부 시위 등 활동을 펼쳤다”는 발언이다.

한겨레는 전문가들이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두고 “탄핵을 막기 위한 항변을 넘어 노동자와 참사 희생자를 향한 음모론적 혐오로 이어질 상황을 우려했다”고 했다.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한겨레에 “이번 윤 대통령의 최종 의견은 우리 내부에 가상의 타자를 만들어서 자기 실정을 뒤집어씌우려는 책임 전가의 정치이자 파시즘적 징후”라며 “극우 세력 결집을 도모해 법 바깥에서 싸우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27일 조선일보

조선일보 1면에 “탄핵기각·오동운 즉각구속” 황당 의견광고

지난 25일 윤 대통령 최후진술을 앞두고 그에게 탄핵심판 결과 승복을 주문했던 조선일보는 27일 1면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는 개헌’을 띄웠다. <“87 체제 바꿔야” 개헌 공감대 확산> 기사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최종 변론에서 개헌(改憲)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지금이야말로 87 체제(1987년 구축된 현행 헌법 체제) 청산에 나서야 할 때’라는 주장이 이어졌다”며 “26일 국민의힘 등 여권 인사들은 ‘개헌을 통해 새로운 시대로 가자’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정치권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야 중재에 나서 개헌 논의를 이끌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썼다.

▲27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여권 대선 주자급 인사’들도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국민은 제왕적 대통령 권한 축소·입법 권력 축소 개헌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고 썼다고 했다. 그가 같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두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강력한 통합, 화해의 메시지를 기대했으나 없었다”고 평한 대목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윤 대통령 변론종결 앞뒤로 개헌을 얘기했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날 헌법재판소에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의견광고를 1면에 실었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호국불교단체협의회’ 등 4개 단체는 <현 시국에 대한 불교인의 촉구문>을 냈다. 이들 단체는 “현재는 국민의 열망에 따라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하라. 법원은 윤 대통령을 즉시 석방하고 오동운 공수처장을 구속하라.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라”고 했다.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3월26일에

다수 신문들은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 소식을 1면에 실었다.

▲27일 세계일보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거짓말로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한 사람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1심 과 같은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오는 3월26일 이뤄진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에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표는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이라면서도 “‘이렇게 해석된다’고 (기소)하면 정치인들이 어떻게 표현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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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이기지 못했나? 우크라, 결국 광물 협정 합의…美서 안전보장 이끌어낼까

 안전보장 문구 못 넣은 듯…젤렌스키, 28일 방미해 협정 서명 및 트럼프 설득 시도 전망

최근 미국과 관계 악화 배경 중 하나로 꼽힌 광물 협정과 관련, 우크라이나가 결국 안전 보장을 받아 내지 못한 상태로 동의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 협정 체결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러시아 간 진행되고 있는 종전 협상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안한 광물 협정 조건에 동의해 합의안에 서명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협정 체결을 통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트럼프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으로부터 장기적 안보 약속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닦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을 주도한 올하 스테파니시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신문에 "광물 협정은 그림의 일부일 뿐이다. 우린 미 행정부로부터 이것이 큰 그림의 한 부분이라는 이야기를 거듭해서 들었다"고 설명했다.

합의안엔 우크라이나 쪽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자 최종 합의안 확인 결과 우크라이나가 석유, 가스, 광물 자원 및 관련 물류 수익 50%를 내도록 하는 기금 설립은 명시됐지만, 기여해야 하는 기금 규모에 대한 미국의 기존 5000억 달러(약 716조5500억 원) 요구는 철회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기존 제안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이 기금의 "재정적 이익 100%"를 미국이 유지하길 원했지만 합의안에선 이 부분 또한 빠졌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이 기금이 우크라이나에 투자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경제 발전을 지원할 것이라는 내용이 합의안에 포함돼 있는 것도 우크라이나 쪽 주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합의안에 우크라이나가 주요 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미국의 안전 보장 제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기금에서 미국의 지분 규모, "공동 소유권" 조건 등 협의해야 할 과제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협상이 이제 "틀"을 갖춘 단계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오는 28일 협정 체결을 위해 미국에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금요일(28일)에 온다고 들었다. 그가 원한다면 물론 괜찮다"며 "그는 나와 함께 (협정에) 서명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도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광물 협정 초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가 광물 협정 대가로 뭘 얻을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의 기존 지원과 더불어 "많은 군사 장비와 전투권"을 언급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선거를 치르지 않는 "독재자"라는 폭언을 퍼부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허위 정보 공간"에 살고 있다며 비판했는데, 이러한 신경전의 배경엔 우크라이나가 미국이 제안한 광물 협정안을 안보 보장 미흡을 이유로 거듭 거부한 것이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미국이 요구하는 광물 수익을 통한 5000억달러 기금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250년간, "열 세대에 걸쳐" 갚아야 한다며 재차 거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8일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체 우호적 분위기로 우크라전 종전 협상을 진행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쪽에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AP> 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자가 이번 합의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 군사 지원을 논의할 기회를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하며, 이것이 우크라이나가 협상 마무리를 원한 이유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 정부 인사들이 우크라이나 광물 협정에 힘을 쏟는 듯 보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러시아에 우크라이나보다 더 많은 자원이 있고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미국과 함께 이를 채굴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 알리나 폴랴코바 소장이 광물 협정 타결이 러시아와의 회담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더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폴랴코바 소장은 "우크라이나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냈기 때문에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요구도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10월 '승리 계획'의 일환으로 동맹국들에 우크라이나 광물에 대한 공동 투자를 먼저 제안한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에 리튬, 흑연, 티타늄, 우라늄, 희토류 등 미국이 중요하다고 분류한 광물 50개 중 적어도 20개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업계 분석가들이 잠재 가치가 수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다만 광물 매장량의 최대 40%는 현재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우크라이나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의 광산은 대부분 채굴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어떤 경우엔 몇 년에 걸친 연구와 수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쟁 중 실현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한편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전후 우크라이나에 유럽군 파병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25일 러 크렘린(대통령궁)은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군대 주둔을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이 "이 사안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이 표명한 입장이 있다. 그에 더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18일 미·러 회담 뒤 어떤 명목이든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국 군대가 배치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지만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 유럽군 파병 관련 질문을 한 결과 "그(푸틴 대통령)는 그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쿨리니치 마을에서 열린 '전사한 방어자들을 기리는 길' 개장식에 우크라이나인들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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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인용 위한 ‘환상의 콤비’? 윤석열의 자폭과 변호인단의 팀킬 순간들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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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2/27 07:41
  • 수정일
    2025/02/27 07:4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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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떠넘기다 ‘불법’ 자백하고, 유리한 증언 끌어내려다 헛발질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25일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11차례 진행된 변론에서는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여부를 두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변론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지만, 본인 발언과도 모순되는 해명을 내놓거나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려다 오히려 자백에 가까운 발언을 늘어놨다.

22명에 달하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유리한 증언을 유도하기 위해 무리한 신문을 반복하다, 애써 감췄던 진실이 드러나게 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벌어진 웃지 못할 장면들을 정리해 봤다.

 

국회의장·야당 대표 월담 사진이 윤석열 측 증거?
윤석열 말로도 부정되는 ‘경고성 계엄’ 주장
비상계엄 불법성 실토하는 자백성 발언도

압권은 단연 마지막 변론이었다. 윤 대통령은 68분간 최후 진술을 하면서 비상계엄의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야당을 간첩에 빗대며 비이성적인 적대감만 부각할 뿐이었다. 대통령 부부의 각종 의혹, 불통과 독선적인 태도 등 윤 대통령 스스로가 촉발한 탄핵 촉구 여론에 대해서도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이라고 인식하거나, 야당이 “우리나라와 국민 편이 아니라 북·중·러의 편에 서 있는 것”이라고 몰아갔다.

변론 때마다 태도 논란이 뒤따랐던 윤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는 비상계엄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월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증거로 제시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가는 의원들을 가로막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라는 게 김 변호사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국회 정문에서 경찰 봉쇄에 의해 가로막힌 모습은 이미 모든 언론을 통해 생중계된 데다가, 김 변호사 주장대로 의원들을 막지 않았다면 굳이 월담을 해서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역풍만 자초한 꼴이 됐다.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의 자폭과 같은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계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대국민 호소용 계엄”, “메시지형 계엄”, “경고성 계엄”이라는 게 이들의 기본 논리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직접 이와는 모순되는 발언을 한 순간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뒤에도 바로 해제하지 않은 채 합참 결심지원실(결심실)에 머물렀는데, 7차 변론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무실에서 나올 때는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통과를 명시적으로 못 봤고, 회의하다 갑자기 바로 옆 건물에 지통실이 있다는 생각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들어가 보니 (결의안이) 통과라고 나왔다. (당시 본회의에서) 우원식 의장과 의원들이 약간 논란이 있는 게 생각나서 계엄 해제해야 하는데, 문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국회법을 가지고 오라고 했더니 제대로 못 갖고 와서 국회법을 갖고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당시 우원식 의장과 의원들의 논란을 언급했다는 점을 보면 국회 의결의 허점을 찾으려 국회법을 검토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경고성 계엄’이라는 말과 달리 어떻게든 계엄 해제를 막고 계엄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었다.

 

 

 
책임을 부인하려다,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은 수도 없이 나왔다. 10차 변론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1차장이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관련 지시를 증언하자, 윤 대통령은 이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그때는 김용현 전 장관이 구속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된 거냐’ 물은 적 있다. 그랬더니 두 사람 다 수사나 이런 것에 대해, 특히 여 전 사령관은 순 작전통이고 해서 도대체 수사에 대한 개념 체계가 없다 보니 동향 파악을 하기 위해서 했다고 한다.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불필요한 일이고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김 전 장관과 여 전 사령관이 알아서 한 일로 선을 그으려는 의도지만, 이러한 행위가 문제가 된다는 점을 윤 대통령 역시 인정한 것이다.

더욱이 탄핵심판 증거로 채택된 여 전 사령관의 진술조서를 보면 이 명단의 시발점은 윤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 당시 “대통령께서 평소에 인물들에 대한 품평회를 많이 하셨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대통령께서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면서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 탄핵심판 4차변론기일에서 증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보고 웃고 있는 모습. ⓒ헌법재판소 영상 캡처
윤 대통령이 직접 증인을 신문할 수 있었던 4차 변론에서는 비상계엄 포고령이 위법적이며, 이를 직접 검토했다는 점까지 실토했다.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에게 유도신문을 하는 대목이었다.

“기억나시죠. 써오신 계엄담화문과 포고령을 보고 포고령에 법적으로 검토해 손댈 것이 많지만 어차피 비상계엄이라는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 어렵고 그러니까 국가비상상황, 위기 상황이 국회 독재에 의해 초래됐으니 포고령 이건 좀 추상적이긴 하나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위법규에도 위배되고 구체적이지 않아 집행 가능성은 없는 것이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하고 놔뒀던 게 기억 나시나.”

이러한 대화는 윤 대통령 스스로 말하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질문을 통해 자신이 했다는 발언을 알려주자, 김 전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제가 느낀 건 평상시보다 꼼꼼하게 안 보는 걸 느꼈다”며 “대통령 업무 스타일이 항상 법전을 먼저 찾아서 보고 하거나 참모들이 오면 좀 이상하면 법전부터 찾는데 안 찾으시더라”라고 맞장구를 쳤다.

해당 기일에서 윤 대통령은 “저나 장관, 군 지휘관 다 실무급의 장교들이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그걸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걸 저희들도 다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실제 비상계엄 당시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이들이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다. 조 단장은 헌법재판관들이 직권으로 채택한 증인인데, 헌재에 나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정상적인 임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따르지 않고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이런 증언을 “거짓말”이라거나, “확대해석한 게 아니냐”고 몰아붙이기에 급급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건 본인의 지시라는 점은 순순히 인정했다.

헌법재판관들이 증인으로 나온 여 전 사령관에게 선관위 출동 지시 주체를 캐묻자,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보내라고 한 건 제가 김용현 전 장관에게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검찰에 있을 때부터 선거 사건, 선거 소송에 대해 쭉 보고 받으면 일단 투표함을 개함했을 때 여러 가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엉터리 투표지가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부정선거라는 말은 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 이게 좀 문제가 있겠구나’ 생각은 해왔다”고 밝혔다.

“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을 위해서라는 게 윤 대통령이 내세운 주장이지만, 포고령도 발표되기 전 영장 없이 계엄군이 선관위를 압수수색하려 하고, 야구방망이와 케이블 타이 등을 사용해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구금하려 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X맨 아냐?’ 의심 받는 윤 변호인단의 헛발질
답정너식 질문에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도 난감
비상계엄에 가려진 김건희 국정개입 의혹만 부각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에 출석해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02.25. ⓒ뉴시스


윤 대통령 변호인은 CCTV 영상으로 버젓이 남아있는 계엄군의 선관위 침탈을 ‘없던 일’로 만들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배진한 변호사는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에게 “헌법기관인 선관위에 군인을 진입시켰다는 게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데, 선관위에서는 군인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이죠”, “민주당 측에서는 군인이 (선관위 직원을) 체포·감금해서 인신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사실이 없는 건 확실하죠”라고 질문했다. 김 사무총장은 “일단 진입한 게 문제고, 계엄군이 행동을 통제하면서 핸드폰을 압수했다. 그 자체가 체포·감금된 것”이라고 증언했다.

배 변호사는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신문 당시에도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이끌어 내, 또 다른 변호인으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황당한 상황도 벌어졌다. 5차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사령관은 대부분의 질문에 형사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는데, 배 변호사는 이 전 사령관에게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캐물었다.

앞서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을 쏴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었지만 탄핵심판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배 변호사는 “만약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했다면 충격적인 지시라 기억이 안 날 순 없겠죠”라고 물었고, 이 전 사령관은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억나는 게 있다”며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윤 대통령의 또 다른 변호인인 송진호 변호사가 배 변호사의 마이크를 빼앗아 질문을 막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윤 대통령 변호인들의 헛발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리한 증거를 부정하려다, 되레 증거로 채택된 사례가 있었다.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회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긴 ‘최상목 쪽지’였다.

당초 윤 대통령 측은 ‘최상목 쪽지’의 증거채택에 부동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김용현 전 장관에게 신문하는 과정에서 ‘최상목 쪽지’를 제시하며, 해당 쪽지를 대통령이 아닌 김 전 장관이 작성했으며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전한 것도 자신이라는 증언을 이끌어 냈다.

그러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증거에 부동의했는데 증인 신문 때 제시하는 건 모순적인 상황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 서면은 모르는 거라 부동의한 것이다. (증인이) 보고 싶다고 해서 저희가 전해준 거지 증거로 쓴 게 아니다”라고 뒤늦게 발뺌했지만 소용없었다. 문 대행은 김 전 장관에게 본인이 작성한 쪽지가 맞는지 등을 확인한 후 “재판부에서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답정너식’ 질문에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도 말문이 막혔다. 윤 대통령 변호인인 차기환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온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중국이 타국의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선거 개입 가능성이 있지 않나”라고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러자 신 실장마저도 “외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정을 전제로 답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야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는 비상계엄 전 이뤄진 국무회의의 적법성과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에 대한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이어갔지만, 한 총리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특히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계엄 형식을 빌리는 호소용 계엄이라는 걸 사전에 밝힐 수는 없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한 총리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침묵할 뿐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한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에 다시 불을 붙인 것도 윤 대통령 측이었다. 윤 대통령 측은 홍장원 전 차장의 증언을 반박하기 위해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고, 조 원장의 통신 내역까지 증거로 제출했다. 정작 이 과정에서 드러난 건 김 여사가 비상계엄 전날 조 원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었다. 윤 대통령은 다음 기일인 10차 변론에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

“제 처와 국정원장 간 휴대폰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저와 제 처는 지난 11월 7일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한 후에 소통방식을 개선하고 휴대폰을 바꾸겠다고 이미 국민에게 말해서 11월 중순에 핸드폰을 바꿨다. 제 경우에는 국정원장과 비화폰을 썼고, 제 아내는 국정원장이 안보실장 시절에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원래 휴대폰을 다 없애버렸기 때문에 저는 그 통화 내역이 어떤 건지 사실 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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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우 "명태균 USB 보도 안 한 조선, 그게 언론윤리와 무슨 상관?"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 연합뉴스/오마이뉴스 윤성효

"오늘 굉장히 드라이하게 (보도)했는데, <조선일보>에서 고소한다고 하더라"

주진우 기자(시사IN 편집위원)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육성,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음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 전화녹음 파일이 담긴 USB를 <조선일보>기자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주 기자는 26일 김 여사의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을 걸겠다"는 육성까지 공개해, 궁금증은 더해지고 있다. (관련기사 : 주진우가 밝힌, 김건희 "'조선' 폐간시킬 것" 발언 전말 https://omn.kr/2cd0w)종 업데이트 25.02.26 19:07l 신상호(lkveritas)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입장문을 내고 "본지 기자는 USB는 물론 어떤 형태로든 명씨 관련 자료를 대통령실에 전달한 적이 없다"면서 "주씨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 10월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간의 통화 녹음 파일이 담긴 USB를 입수했으나 이를 제공한 명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보도하면 안된다고 했고, 검토 결과 대화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 파일을 공개할 경우 취재원 존중과 보호를 규정한 언론윤리헌장과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해 보도를 유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벙커1(BUNKER1)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주 기자는 <조선일보>가 왜 음성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는지 궁금증이 남는다고 했다. 또한 '언론윤리헌장' 등에 따라 음성파일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해명에 대해 "그게 언론윤리라고 하면 어떤 기자가 동의하겠냐"라고 직격했다. 그는 "조선일보 폐간"을 담은 김 여사 육성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삼갔지만, 추가 보도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아래는 주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조선일보> USB 확보하고 왜 공개 안 했는지 궁금"

주진우 기자. ⓒ 권우성

-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간 통화 내용을 비롯,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을 통해 김 여사 육성 녹음까지 공개를 했다. 김 여사가 <조선일보> 폐간까지 거론하던데, 이 배경은 뭐라고 보나.

"계속 취재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명태균이라는 사람을 여권에서 어떻게 이용하다 버렸는지, 윤석열 김건희의 또다른 정치 농단에 대해서도 취재해봐야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조선일보>는 왜 그렇게 중요한 USB를 쥐고도 지금까지 보도하지 않았는지 취재가 필요하다."

- 김 여사 육성 녹음은 극히 일부 내용인데, 추가로 공개할 내용이 더 있나?

"확실히 잘 모르겠다, 고민 중이다."

- 사실 명태균씨 통화 파일 등은 많은 기자들이 구하려고 뛰어다녔다. 어떻게 취재가 됐는지 궁금하다.

"명태균을 처음 인터뷰했고 제일 열심히 쫓아다녔다. 창원에만 한 열댓 번 내려갔다. 연말에도 연초에도 갔다. 창원을 열심히 그렇게 취재하다가 다른 데서 발견했다. 이 내용을 발견한 지는 좀 됐는데, <조선일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걸 취재하고 싶어서 공개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 명태균씨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USB 통화 파일을 전달한 배경은 뭐라고 보나.

"명씨가 윤석열과 직접적으로 통하는 기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조선일보>라는 것도 중요했다. 그래서 수많은 언론사와 기자 중에 해당 기자를 픽(Pick)해서 USB를 준 거다. 이게 (명태균씨가 윤석열 측에) '니가 나를 감당할 수 있겠어, 탄핵 가야 할 텐데' 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걸로 보인다. 구해달라는 SOS를 가장 강력하게 <조선일보>를 통해 한 거라고 본다."

- 일단 <조선일보>가 USB를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이 됐다. 담당 기자로부터 명태균씨가 허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입장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왜 그랬는지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사실 명씨 파일은 모든 언론사가 보도하고 싶어 하는 내용이다. 왜 보도하지 않았는지 나도 궁금하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조선일보>가) 그걸 가지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궁금하다). <조선일보>와 대통령실과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 <조선일보> 측 입장문을 보면, 명씨의 동의가 없었고, 언론윤리헌장과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저촉될 것으로 판단해 보도를 유보했다는 해명인데.

"그게 언론 윤리라고 하면 어떤 기자가 동의하겠나. <조선일보>가 언론 윤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웃기다."

- 관련해서 <조선일보> 쪽 취재도 했나?

"지금 그 조각들을 모으고 있다."

- 지금 이렇게 공개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조각들이 모아졌기 때문 아닌가.

"그렇기도 하다. 미디어 취재 기자들도 <조선일보>의 심각성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함께 취재했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측은 26일 입장문을 내고 "주진우씨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주씨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 조선일보 입장문 갈무리

"김건희 음성 파일 추가 공개? 고민 중"

- 결국 이번 취재로 대통령의 공천 개입 문제가 <조선일보>의 문제로 넘어오게 된 건데.

"<조선일보>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뒤에서 권력을 좌지우지하고, 흐트러트리고,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려고 하는 공격들을 너무 많이 했다. 친일에 앞장서다가 친독재에 앞장서다가 신군부에 앞장섰다. (그러면서) 사회 정의와 진실에 대해서 말하는 것 자체도 너무 웃긴다. 권력자는 바꿔도 <조선일보>의 힘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누구의 말대로 '이 땅의 대통령은 <조선일보>다' 이런 부분에 대해 매우 공감한다."

- 26일 공개한 김건희 육성은 누구랑 통화한 건가?

"말할 수 없다."

- 김건희 음성 파일은 추가 방송할 계획이 있나?

"고민 중이다, 고민 중이라고만 하겠다. 더 취재를 해보고. 궁금한 게 너무 널려있지 않나." (공개할 게 있다고 생각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주 기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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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명태균 게이트 취재기 "핵심은 김건희 공천·국정 개입"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

  •  기자명이영광 객원기자
  •  
  •  
  • 입력 2025.02.26 08:38
  •  
  • 수정 2025.02.26 08:42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24일 김건희-명태균 통화 녹취가 공개돼 또 한번 파문이 일고 있다. <시사IN>이 공개한 녹음 파일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담겼다. 최근 명태균 사건은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됐고 명태균 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황금폰’은 세 개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뉴스토마토에서 명태균 게이트를 처음 보도한 지 5개월 만이다.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특검 필요성은 지난해 11월쯤부터 제기됐지만 12‧3 내란 사태로 인해 밀렸다가 이제 발의된 것이다. 명태균 사건을 최초 보도한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는 ‘명태균 특검법’ 발의하기까지 과정을 어떻게 봤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9일 서울 국회의사당역에서 박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명태균 게이트'를 첫 보도한 2024년 9월5일자 뉴스토마토 지면 1면 (이미지=뉴스토마토)
'명태균 게이트'를 첫 보도한 2024년 9월5일자 뉴스토마토 지면 1면 (이미지=뉴스토마토)

명태균 게이트를 처음 세상에 알린 기자로서 특검법 발의된 건 어떻게 보세요?

“일단 명태균 게이트 취재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로 인해 윤석열 김건희 정권이 궁지에 몰렸고 이후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그게 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고 지금 명태균 특검법이 발의됐죠. 기자들에겐 자신의 기사가 세상에 변곡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있는데 이 정도까지 반향이 있다 보니,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가끔 무섭기도 하고 또 당연히 뿌듯하기도 합니다.”

주변에서는 뭐라고 해요?

“이렇게 큰 기사를 쓰고 나면 다들 고생했다거나 유명해졌으면 좋겠다고 해요. 근데 제 가족들은 아직도 걱정을 너무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비상계엄 때 보셔서 알겠지만, 언론인이나 정치인을 수거 대상으로 삼고 실제로 살해하려고 했던 정황들이 나왔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친한 지인이나 가족들은 몸조심하라는 말을 진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명태균 게이트는 어떻게 취재하게 된 건가요?

“8월 중순쯤 저희 편집국과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저녁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천하람 의원이 무슨 얘기를 했냐면, 지난 총선에서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중진 의원에게 텔레그램 통해 지역구 이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 메시지를 본인이 봤다는 정도까지만 얘기한 거예요.”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박현광 뉴스토마토 기자 (사진=이영광 기자)

그 당시 천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나온 상황인데 어떻게 알았을까요?

“역으로 추산해 보면 본인이 칠불사에 가서 그 텔레그램 메시지를 본 거죠. 근데 저희에게 얘기할 때만 해도 김영선 전 의원이나 칠불사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식사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 얘기 듣고 제가 취재를 시작한 거죠.”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천하람 의원이 알고 있다면 같은 당의 사실상 당수인 이준석 의원도 관련 내용을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준석 의원과 가깝게 지냈던 터라 솔직하게 물어봤죠. 그랬더니 이준석 의원이 칠불사 관련 얘기를 해주더라고요.”

첫 보도 이전에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뉴스토마토에서 큰 거 나올 거라고 얘기했잖아요. 어떻게 된 상황인가요?

“처음에 장성철 소장이 한남동과 창원에 먹구름이 낀다고 얘기했을 때는 저희와 소통하지 않았어요.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장 소장이 먼저 얘기했던 건데 그게 상황이 맞아떨어졌죠. 사실 뉴스토마토가 매체력이 강한 매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장성철 소장과 모종의 제휴관계를 맺었던 건 사실입니다.”

내란 사태가 일어나면서 명태균 게이트가 묻히기도 했는데 그땐 어땠나요? 아쉬웠을 것 같은데.

“그렇진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터지고 난 다음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겼거든요. 물론 나름대로 취재를 계속했지만, 명태균 게이트 집중할 때는 제가 주말도 없이 한 3시간씩 자면서 일해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계엄 사태가 오히려 저의 건강을 챙겨줬죠.”

(왼쪽부터)김건희, 명태균, 김영선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김건희, 명태균, 김영선 (사진=연합뉴스)

첫 보도 나가고 김건희 여사 녹취 존재 여부가 관심이었잖아요. 장성철 소장은 있다고 얘기했는데 안 나왔어요. 증거 확보 안 하고 기사를 먼저 낸 건가요?

“그 부분도 편집국 내부에서 논박이 있었습니다. 저도 텔레그램 확보하고 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었어요. 근데 마지막 결정은 편집국장의 몫이죠. 편집국장은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기사가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저도 그 판단을 따랐어요. 다만 그런 건 있습니다.

그 당시 저희 제보자 중에 D 씨라고 있었는데, 그분이 텔레그램을 가지고 있었고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도를 했습니다. 그 뒤에 텔레그램을 확보 못 해서 난감했었지만, 강혜경 씨를 만나면서 명태균 녹취록이 확보돼서 텔레그램은 무의미해진 상황이 됐죠.”

보도가 나가고 11월 초에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어떻게 봤어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은 명태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했죠. 그때 녹취록이 나온 상태인데도 그걸 부정했었잖아요. 기자회견 보면서 이분이 굉장히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비상계엄으로 나타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죠. 당시에는 더 열심히 취재해서 빼박 증거를 가져다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12‧3 내란 사태가 명태균 게이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저도 그 외 다른 요인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동안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사건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들은 계속 감시해 왔죠. 새로 생긴 충격이 있어야 비상계엄이라는 걸 설명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명태균 게이트라고 생각하죠.”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24년 11월 27일 국민의힘 당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 사무실의 모습(연합뉴스)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 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24년 11월 27일 국민의힘 당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 사무실의 모습(연합뉴스)

명태균 씨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오라 가라 했는데 왜 그랬을까요?

“국민의힘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명태균 씨가 특검 시작되면 협조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도 국민의힘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님들, 나한테 빨리 와서 거래를 하세요’라는 메시지라고 봐요. 저는 명태균이 끝끝내 민주당에 협조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황금폰이 열렸을 때 이제까지 해왔던 범죄 혐의들이 늘어날 거거든요. 그것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텐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 봐요.

본인이 살길은 보수 정권의 재창출이거든요.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대선 후보는 이준석 의원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보수 정당이 살아나야 본인도 살아날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그런 입장에서 민주당에 협조한다?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명태균 씨가 특검 주장하는 건 강혜경 씨 부분에 대한 것 같은데 의도가 있을까요?

“비슷한 맥락인데 명태균 씨는 지금 정치자금법만 기소가 돼 있는 거거든요. 정치자금법에 대해 강혜경 씨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면 본인은 처벌 안 받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형량이 줄 겁니다. 그래서 지금 명태균 씨가 민주당에 얘기하는 건 강혜경 씨에 대한 공익제보자 신분을 없애든지 등 모종의 거래를 하려는 거고, 그렇게 하면 특검에 협조하겠다는 전략을 쓰는 거라고 생각해요.”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뭐라고 보세요?

“저희 첫 보도는 명태균 게이트가 아니고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이었어요.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혹은 비선으로서의 국정 개입이죠.”

10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10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첫 보도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이었지만 후속 기사에서 길을 잃었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아니죠. 오히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사건보다 더 큰 맥락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명태균이라는 사람을 비춰줌으로써 김건희 여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국민의힘의 의원들까지 다 엮여 있단 점이 드러났잖아요.

이 사람들은 국민의 봉사자로서 국회의원이 되거나 권력 잡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된 사람들이죠. 그러니까 권력 욕구와 사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명태균이란 민간인에게 청탁을 하고 여론조사 조작하는 걸 알면서도 도움 구하는 정황들이 계속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명태균을 비춤으로써 지금의 정치권, 특히 여권의 욕망덩어리 실체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7일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 발표할 거라고 예고했지만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다는 내용뿐이었어요.

“맞습니다. 지금 창원지검은 사실상 정치자금법만 수사하고 있는 거거든요. 다른 수사도 했지만, 실제로 사건을 맡은 건 정치자금법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에 대한 수사 내용만 우리가 발표할 거야’라는 입장입니다. 근데 창원지검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특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지검이 수사는 제대로 했나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창원지검의 수사는 다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창원지검이 명태균의 황금폰도 확보했고 그 내용들을 다 파악했는데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왜냐하면 권한을 넘어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그래서 명태균 특검을 통과시켜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6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6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심 가는 사안 중 하나는 중앙지검에서 김건희 여사를 소환할 것인가 같아요.

“저는 빠르게 특검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지검은 시간 끌기하면서 한다고 해놓고 안 할 수도 있죠. 지금 중앙지검은 만약에 정권이 넘어갔을 때 기소청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인들의 존재감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에 저렇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게 시간 끌 기회를 줄 필요 없이 빨리 특검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 공개 소환조사한다고 해도 의미 없다고 보세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예전에 출장 조사도 했었잖아요. 소환하더라도 그렇게 강도 높게 수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계속 말씀드리지만 빨리 특검을 해서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봐요.”

17일 명태균 씨 측에서 김건희 여사와 총선 전 통화 내용을 공개했어요. 김상민 검사 공천 내용이죠. 녹취가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공개했을까요?

“그 부분은 텔레그램 전화로 통화해서 녹음은 안 돼 있다고 봐요. 명태균 씨가 그 내용을 공개한 것 또한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요. 뭐냐면 그 대화에 김상민 검사가 나오는데 그때 당시 창원 의창구에 거론됐던 후보가 김상민과 지금 당선된 김종양 의원 그리고 김영선 의원이었거든요. 후보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어요.

무슨 말이냐면, 윤핵관은 김종양 의원을 밀었고 김건희 여사는 김상민 검사를 밀었고 명태균은 김영선 의원을 밀었지 않습니까? 그 암투 속에서 김종양 의원이 후보자가 됐단 말이죠. 그러면 그 암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을 거고, 그 암투와 관련된 내용이 공개됐을 때 곤란해질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명태균 입장에선 1타 쌍피인 셈이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주목되는 게 황금폰에 담긴 내용인데.

“저는 사실 황금폰 내용을 더 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턴다고 하면 명태균과 관련된 이권 개입 그리고 이권 개입 과정에서 저질렀던 범죄들, 또 국민의힘 의원들의 범죄 혐의가 더 나올 거로 생각해요.

무엇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된 증거들이 나올 겁니다. 그렇게 되면 홍준표 시장도 문제가 될 거고요. 왜냐하면 당원 명부를 명태균 씨에게 전달한 게 홍준표 시장 측이니까요. 그리고 이준석 의원도 대단히 큰 문제가 될 겁니다.”

오세훈 시장이나 홍준표 시장은 나올 게 없으니 특검 하라고 주장하는데.

“이렇게까지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마지막 발악이 아닌가 해요. 이들이 명태균 씨와 관계가 있다는 근거는 이미 명확하게 나와 있고 앞으로도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본인들이 인정하면 정치 인생이 끝나는 거잖아요.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이들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것 자체가 마음이 급해서인 거로 생각해요. 왜냐하면 지금 대선주자로 나와야 본인들에게 제기된 의혹 물타기가 되거든요. 즉 지금 대선 출마 의지를 내보이는 것 자체가 본인들과 관계있다는 걸 방증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명태균 게이트 관련해 취재 계획이 있을까요?

“명태균 게이트 관련해서는 마무리를 지으려고 해요. 그래서 처음 말씀드리는 건데 책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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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솥 안의 개구리" 윤석열의 자업자득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선서를 한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하고 공화국을 공격했다. <오마이뉴스>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드러나는 그의 '배신'을 기록으로 남긴다.[편집자말]

▲숙고 들어간 헌법재판소역대 세번째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8인의 재판관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 이정민

서서히 끓는 솥 안의 개구리는 자신의 현실을 깨닫지 못한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상황을 이에 비유하며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끓는 솥 안의 개구리'는 자신과 더 가까워 보인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내란의 밤'의 책임을 묻는 첫 번째 절차,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종결했다. 오후 2시부터 변론이 시작됐지만, 윤 대통령은 줄곧 자리를 비웠다. 그는 증거조사와 양쪽 법률대리인단의 최종변론, 국회 쪽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의 최후진술까지 모두 마친 뒤 자신의 순서만 남은 오후 9시 3분에야 대심판정에 나타났다.

그가 태도를 바꿔 성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84일이 지났다. 제 삶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지만 감사와 성찰의 시간이기도 했다"는 말로 최후진술을 시작하긴 했다. 거기까지였다.

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은 끝까지 "12.3 비상계엄 선포는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언급하며 "미국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칭송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북한을 비롯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들과 우리 사회 내부의 반국가세력이 연계하여, 국가안보와 계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략) 그런데도 거대 야당은 민노총을 옹호하기 바쁘고,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에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대공수사에 쓰이는 특활비마저 전액 삭감해서 0원으로 만들었습니다. 한마디로 간첩을 잡지 말라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또 "거대 야당은 야당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을 탓하기 전에, 공당으로서 국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와 신뢰를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이라던 비상계엄 선포문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84일이 지나고, 국민적 분노에 밀려 헌법재판소에 탄핵 피소추인으로 선 지 73일이 지난 2월 25일에도 그는 "거대 야당은 선동 탄핵, 방탄 탄핵, 이적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직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줄탄핵, 입법·예산 폭거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 그 대상은 서부지법 폭동자들

달라진 모습이 있기는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잠시 멈춰 서 있지만 많은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이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주권을 되찾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고 있다"며 "이것만으로도 비상계엄의 목적을 상당부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화자찬했다. 따라서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계엄을 또 선포할 이유가 있는가?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도 했다. 성찰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태도를 보인 걸까? 전혀 아니었다. 발언의 맥락상 '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한' 대상은 서울서부지법 폭동사태로 구속된 이들이었다. 대통령의 입에서 또 다시 나온 거친 말들은 '수신자'가 달라지는 대목에선 이렇게 너그러워졌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쪼개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일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집중하고자 한다. 잔여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된다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속이 텅 빈 약속이었다.

결혼식 주례자 정상명의 '인간 윤석열' 호소론

윤석열 대통령 대리인단의 정상명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종합 변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어쩌면 '대통령 윤석열'의 마지막 공개발언일지도 모를 순간에도 그는 자신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이들을 향해서 날을 세웠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그런 윤 대통령을 위해 읍소에 가까운 변론을 펼쳤다.

윤 대통령의 초임 검사시절부터 함께 근무했고 결혼식 주례까지 맡는 등 각별한 사이인 만큼 "'인간 윤석열'에 대한 생각이 존경하는 재판관님들의 결심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길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떠밀리다시피 해서 들어선 정치판에서 상당히 고민하고 힘들었다는 걸 가까이서 듣기도 했고, 그 사정을 보기도 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할 때도 있었다.

결코 윤석열은 불소통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하길 좋아해서 앉으면 5시간, 8시간 얘기합니다. 저하고 그런 적도 많습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불소통입니까. 절대 불통할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자기 소신이 확실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에 대해 확신합니다. 너무 그런 것에 대해서 집착해서 어떤 때는 꾸짖기도 했습니다. '왜 그렇게 집착하나. 정치인이라면 유연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 생각합니다. 저 역시 지켜본 선배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단호한 국회 측 "광인에게 다시 운전대 맡길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측 대리인단의 송두환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종합 변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반면 국회 법률대리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운운했다는 데에 주목하면서 "이는 피청구인이 과거 절대왕정 또는 왕조 시대의 비상대권 개념에 함몰되어 현대 국민 주권국가의 대통령직에 전혀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피청구인은 다시 한 번 정치적 반대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일거에 척결할 기회를 갖고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광인에게 다시 운전대를 맡길 수는 없다. 또한 증오와 분노로 이성을 잃은 자에게 다시 흉기를 쥐여줄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정청래 위원장 역시 재판관들에게 "속지 마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피청구인이 적반하장, 남 탓만 하는 아무말대잔치를 이제 믿지 않을 것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한들 누가 믿겠나"라며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국민 앞에 다시 설 수 없다"고 했다. 또 "피청구인의 반헌법적 내란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었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하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최고권력자에게 헌법을 준수할 의무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헌법의 적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는 일"이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측 대리인단의 김이수 변호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서 종합 변론을 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김이수 전 재판관도 "검증은 끝났다"고 얘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하지만 충성만을 받고자 했던 인물. 상식을 뛰어넘는 언동으로 일방통행만을 일삼았던 인물. 손에 왕(王)자를 새기고 나타난 인물.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즐기며, 역대 독재자 대통령들을 찬양한 인물, 헌법을 준수하거나 수호하기는커녕 파괴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피청구인의 행위는 민주주의와 헌법, 그리고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대한 신뢰, 모두를 흔들어 놓았다. 이제 공동체의 상식과 보편적인 원칙, 그리고 정치와 헌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민주헌정사에 있어서 최대의 고비인 지점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 재판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지키는 재판이며, 대한민국의 존립을 지키는 재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으며 그 가치를 수호하고자 합니다. 오늘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자입니다. 부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하여 주십시오.

다시 찾아온 헌법의 시간... 누가 '끓는 솥 안 개구리'인가

▲이제 결론만 남았다본격적으로 헌법재판관들의 시간이다. 8인의 재판관들은 평의를 거쳐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사진은 지난 1월 21일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제 본격적으로 헌법의 시간에 들어간다. 헌재는 변론 존결 후 선고기일을 곧장 정하지 않았다. 최종 결론은 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정형식, 김복형, 정계선, 조한창 재판관 8인의 평의를 거쳐 도출된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변론 종결에서 선고까지 11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14일 걸렸던 점을 참고하면 3월 중순쯤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평의 속도에 따라 더 빨라질 수도, 더 느려질 수도 있다.

헌재는 최초의 대통령 탄핵사건이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중대한 법 위배 행위'와 '국민의 신임 배반 행위'라는 두 개의 축을 세웠다. 이 판단은 두 번째 대통령 탄핵사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는 문장으로 이어져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로 나아갔다.

세번째 대통령 탄핵사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어떤 기준점을 정립할까.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딱 하나는 분명하다. 2024년 12월 3일 밤 역사에 기록될, 거대한 일이 일어났다. 국민들은 국회로 달려갔고,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아섰다. 군인들은 부당한 명령을 소극적으로나마 거부했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었고,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온몸을 던져 군인들을 막았다. 그날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윤석열의 말은 거짓이다. 모두가 목격했고, 모두가 기억한다. 누가 민주공화국을 공격했는지. 진짜 "끓는 솥 안의 개구리"는 누구인지.

왼쪽부터 정계선,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 지난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 당시 모습이다. 이때가 윤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처음 재판정에 출석하면서 본격적으로 탄핵심판이 시작된 상황이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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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 미-러 리야드 협상, 주목해야 할 네 가지 포인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2/26 08:50
  • 수정일
    2025/02/26 08:5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5.02.26 06:15
  •  
  •  댓글 0
 
 
2025년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사진: 미국무부)
2025년 2월 18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국-러시아 외무장관 회담(사진: 미국무부)

지난 주 국제 뉴스에서 탑을 차지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이하 ‘리야드 협상’)이었다. 트럼프 취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리야드 회담’은 전격적인 것이었다. 미국과 러시아의 외교장관이 모여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악화된 양국의 관계를 회복하고, 러-우 전쟁의 종전을 논의했다.

회담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미러 관계를 회복하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고, 정상회담을 준비하기로 합의했다. 5월 개최설이 보도되기도 했고, 당사국은 그것을 부인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이런 해프닝 자체가 미러 정상회담의 군불이 지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러-우 종전 역시 논의되었다. 미-러 양측은 러-우 종전을 위한 협상팀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의 속도로 보아 이 협상 역시 빠르게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적 관심이 높았던 만큼 리야드 협상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리야드 협상의 추진 배경과 목적, 전망 등에 대해 무수한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협상은 진행될 것이다. 동상이몽 속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와 푸틴의 협상 추진 배경과 목적은 전혀 다르다. 이후 미러 관계와 러-우 종전 관련한 네 가지 포인트를 살펴본다.

트럼프의 강대국 정치: 미국 중심 질서 복원 시도

트럼프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철저히 배제했다. 전쟁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협상에서 제외하고, 미국과 러시아만이 종전을 논의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강대국 정치의 방식이다. “강대국이 결정하고, 약소국은 따라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이번 협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젤렌스키 정부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협상에서 배제된 젤렌스키가 미국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불확실하다.

유럽(나토) 또한 이번 협상에서 배제되었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해 온 다자 협력 체제를 거부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협상을 주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유럽 국가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점 역시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다시 국제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배제된 상태에서 진행된 협상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의 목표: 미국 우선주의(MAGA) 실현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단순한 외교적 실험이 아니다. 그는 철저히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우크라이나 희토류 자원 확보다. 트럼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1,000억 달러를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가 희토류 광물 지분을 미국에 넘겨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젤렌스키가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는 "4% 지지율밖에 안되는 독재자"라며 젤렌스키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유럽 안보의 유럽화이다.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유럽에 전가하면서 유럽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무기 판매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세 번째 목표는 러-중 관계 흔들기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푸틴이 중국과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려 한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중국을 더욱 고립시키고, 미국의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네번째 목표는 중국과의 대결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미국방장관이 2월 12일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회의에서 밝혔듯이, "중국이라는 동등한 경쟁자를 마주하고 있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려 한다.

 

즉, 트럼프는 이번 협상을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푸틴의 목표: 러-우 전쟁 승리 공식화 & 대러 제재 해제

푸틴은 단순한 종전 협상이 아니라,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푸틴의 첫 번째 목표는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그는 협상을 통해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편입을 공식화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원천 봉쇄하려 한다. 

두 번째 목표는 유럽(나토) 흔들기이다. 미국-유럽(나토) 관계를 흔들고, 유럽의 단결을 저해하여 반러시아 유럽 정치를 약화시키려 한다. 

마지막 목표는 미국의 대러 경제 제재 해제다. 하지만 트럼프는 “종전 후 점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푸틴은 이번 협상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 승리를 공식화하고, 서방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협상의 전망: 현실적 장애물과 변수들

트럼프와 푸틴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이 언제, 어느 수준에서 타결될지는 불확실핟. 변수가 많다.몇 가지 주요 장애물이 있다.

첫째, 미국과 러시아 간 제재 해제 시점 충돌이 핵심 변수다. 푸틴은 즉각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하지만, 트럼프는 단계적 해제를 주장하고 있어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둘째,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가 배제된 협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종전이 어려울 수 있다.

셋째, 유럽 주요 국가들의 반발 가능성이 크다.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공식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째, 푸틴이 트럼프의 강대국 정치에 편승할지, 견제할지가 불확실하다. 확실한 것은 푸틴은 트럼프의 전략을 활용하면서도, 러시아의 독자적 이익을 확보하려 한다는 점이다.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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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 나라 직접 보러 왔어요"…탄핵법정 찾은 시민 목소리

 尹 최후변론일, 헌법재판소에서 들은 방청객 기대와 분노

 
 
 
 

"앞으로 제가 살아갈 나라를 직접 보러왔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최후변론일인 25일, 서울 종로 헌법재판소에서 만난 20대 초반 남성 대학생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판결에 대해서는 "어른들이 잘 결정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날 헌재에는 재판정 입장이 가능한 오후 1시경부터 역사적인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을 보려는 시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30대 여성 B씨는 "윤 대통령의 최후진술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방청객들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탄핵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데 대한 분노를 표했다. 40대 남성 C씨는 "탄핵안이 인용될 거라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하는 말을 들으며 계속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30대 여성 D씨는 "재판관들이 잘 판단해 줬으면 좋겠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법정에서 한 이야기에 대해 "듣고 나니 윤 대통령에게 더 반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은 변론이 두 시간 반째 진행 중이던 오후 4시 30분경 헌재에 도착해 증거조사와 양측 종합변론은 보지 않고, 최후변론 직전인 오후 9시경 재판정에 들어섰다.

 

서울구치소에서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최후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더니 곧바로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고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의 증언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며, 12.3 비상계엄은 "긴급 국무회의"를 거친 "합법적 권한행사"였다고 강변했다.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말도 꺼냈다.

 

재판 뒤 만난 방청객들의 윤 대통령 최후변론에 대한 반응은 차가웠다. 20대 여성 E씨는 "처음에는 사과를 했는데 뒤로 가니 이전에 했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딱히 크게 와닿는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40대 여성 F씨도 "사실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끝까지 똑같은 이야기를 하셔서 실망스럽기도 했고, 탄핵이 돼야겠구나 확신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40대 남성 G씨는 "복귀 의사를 계속 밝히는 게 안 좋았다. 복귀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당연히 탄핵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의 방청 신청자는 1868명이었고, 그 중 20명이 선정됐다. 경쟁률로는 93.4 대 1이다. 통상 헌재 재판은 공개가 원칙이라 방청이 가능하며, 방청권은 재판 한 시간 전부터 선착순 배부한다. 하지만 이번 탄핵심판에는 시민의 참석 열기가 강해 온라인 추첨으로 방청석을 배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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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광기 재확인한 최후진술…개헌 꼼수까지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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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2.26 01:00

  • 수정 2025.02.2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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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최종 변론에서도 "대국민 호소용 계엄"

'거대 야당 공작' '실패하기 위한 계엄' 궤변만

간첩·중국 들먹이고 선관위 부정선거론 반복

'공산 전체주의' 타령…이태원 참사도 '북 지령'

'직무 복귀' 망상 속에 '임기 단축 개헌' 시사

박근혜처럼 탄핵 위기 앞 얄팍한 생존 몸부림

서부지법 폭도들엔 각별한 위로…선동 깔려

선고 3월 14일쯤…마은혁 재판관 합류 변수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내란 수괴의 망상과 광기는 역시 그대로였다.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공식 발언이 될 최후진술에서도 비상계엄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잘못을 조금도 반성하지 않았고, 내란이라는 사실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며 '대국민 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종전 주장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이 반복했다. 야당을 여전히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또 다시 중국을 들먹이고 부정선거론을 되풀이했다. 광인에게 도로 운전대를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시민들이 마지막까지 절감한 장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에 나섰다. 사전에 국민의힘 지도부와 보수언론들조차 '진솔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마저도 묵살했다. 그는 진술 앞부분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고 두루뭉술하게 '죄송'이라는 말을 꺼내긴 했으나 곧바로 "거대 야당과 내란 공작 세력들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12‧3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기존 입장을 앞세웠다.

이어 "거대 야당은 제가 독재를 하고 집권 연장을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고 주장한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라며 "처음부터 저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번 비상계엄의 목적이 '대국민 호소용'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신속히 뒤따를 것이므로 계엄 상태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실패하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궤변이다. 그래서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는 주장도 악착같이 반복한 뒤 "거대 야당의 주장은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당시 '국가비상사태'였음을 강변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와 대통령 퇴진‧탄핵 촛불집회까지 '북한의 지령'대로 움직인 것이라고 단정했다. 아울러 ▲지난 민주당 정권이 간첩이 활개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 ▲작년에는 중국인들이 드론을 띄워 우리 군사기지, 국정원, 국제공항과 국내 미군 군사시설을 촬영하다 적발됐다는 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기술 유출 피해가 수십조 원에 달하는데 3분의 2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점 ▲거대 야당이 우리나라와 국민 편이 아니라 북한, 중국, 러시아의 편에 서 있다는 점 등을 '국가 위기 상황'의 근거로 들었다.

취임 이래 줄곧 적대적 야당관을 고수하며 대화와 협치를 거부했던 윤 대통령은 "저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원칙, 국가안보, 핵심 국익 수호만 함께 한다면 어떤 정치세력과도 기꺼이 대화하고 타협할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에 좌파, 우파가 어디 있나?"라면서 "하지만 자유를 부정하는 공산주의, 공산당 1당 독재, 유물론에 입각한 전체주의가 다양한 속임수로 우리 대한민국에 스며드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말해 역시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그간 검찰독재정권이 자행해왔던 온갖 반민주·반역사적 폭거와 무능·무책임한 국정 운영, 거부권 남발 등엔 아랑곳없이 "거대 야당은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면서 "이는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국헌 문란에 다름 아니다"라고 적반하장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자 거대 야당은 연일 진상규명을 외치면서 참사를 정쟁에 이용했다. 급기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다"며 "거대 야당이 북한 지령을 받은 간첩단과 사실상 똑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이야말로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키우는 '선동 탄핵'이라 할 것"이라고 주장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당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문책 요구까지 거듭 '북한 지령'에 의한 행위로 몰아붙였다. 참사에 대한 축소‧은폐 공작으로 유가족들을 수없이 피눈물 나게 했던 인면수심의 태도에 일말의 변화도 없음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이 기각된 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는 동안 유가족들이 오열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2023.7.25. 연합뉴스

부정선거론 또한 빼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2023년 중앙선관위를 포함한 국가기관들이 북한에 의해 심각한 해킹을 당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사실을 국정원으로부터 통보받고도 다른 국가기관들과 달리 점검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한 일부 점검 결과 심각한 보안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 스크린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보낸 것"이라며 선관위 측이 수차례 강력 반박한 허위사실을 재탕했다. 나아가 "선거 소송에서 드러난 다량의 가짜 부정 투표용지, 그리고 투표 결과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통계학과 수리과학적 논거 등에 비추어 중앙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투명한 점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고 말해 민경욱 전 의원 등의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해온 대법원 판결도 철저히 무시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들을 상대로 그간 탄핵심판에서 다뤄진 쟁점 가운데 두 가지를 부각시켰다. 우선 "제가 국회의원을 체포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실제 지시를 받았던 특전사령관과 수방사령관, 일선 지휘관 등의 숱한 증언과 물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파렴치한 거짓말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에 대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라고 종전 표현을 되풀이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비상계엄 국무회의'를 꼽으며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국무회의를 할 것이 아니었다면 12월 3일 밤에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대체 왜 온 것인가?"라고 절차적 문제가 없음을 항변했다. 윤 대통령의 '순장조'인 '충암파' 김용현‧이상민 전 장관을 제외하고는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는 간담회 수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막무가내로 진실을 부인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여론을 호도해 살 길을 도모하려는 듯 직무 복귀시 '임기 단축 개헌'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먼저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의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 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 복귀는 망상일 뿐 '파면'이 기정사실이고 이 같은 기만적 개헌 꼼수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과 대다수 국민이 호응해줄 리도 만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탄핵 위기 앞에서 얄팍한 정치공학적 노림수로 개헌 카드를 꺼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물론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계엄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저의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도 있다. 옳고 그름에 앞서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고 해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구속된 폭도들에게 각별한 위로 메시지를 보냈다. 또 "지난 12‧3 계엄과 탄핵 소추 이후 엄동설한에 저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보았다"면서 다시금 '윤석열 사수'를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약 1시간 10분에 걸친 최후진술을 마무리했다.

 

헌법재판소 '9인 체제' 완성시 구성. 윗줄 왼쪽부터 김복형, 정계선, 마은혁, 조한창, 김형두, 아랫줄 왼쪽부터 문형배, 이미선, 정형식, 정정미 헌법재판관.

이로써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73일간의 장정 끝에 이날 8시간에 걸친 최종 변론까지 마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의 진술까지 들은 뒤 오후 10시 14분쯤 "이것으로 변론을 종결하겠다"며 "변론 절차가 원만히 종결되도록 협력해주신 청구인 소추위원(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제 선고만 남았는데, 문 대행은 선고기일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재판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해드리겠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변론 종결 약 2주 뒤인 금요일에 결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헌재가 오는 3월 14일쯤 선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만큼 이르면 3월 7일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2월 27일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 보류와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마 후보자가 합류해 '9인 체제'가 완성될 경우 변론 갱신 절차 등으로 선고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헌재는 26일부터 본격적인 평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판관들은 평의를 통해 탄핵 여부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주심 재판관의 검토 내용 발표를 거쳐 표결로 결정하는 평결을 한다.

평결이 이뤄지면 주심 재판관이 다수의견을 토대로 결정문 초안을 작성한다. 결정 주문이나 이유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가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제출해 반영한다. 결정문 초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보완돼 최종 확정된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타당해 윤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을 했다고 인정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헌재가 8인 체제든, 9인 체제든 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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