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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정부, 일본과의 전쟁연습 단호히 거부하라!

[사설] 이재명 정부, 일본과의 전쟁연습 단호히 거부하라!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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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9.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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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손으로 선택한 이재명 국민주권 정부가 역사적인 시험대에 섰다. 오는 9월 15일, 제주도 남동쪽 바다에서 '프리덤 에지'라는 이름의 한미일 핵전쟁연습이 시작된다. 해상·공중은 물론 전자·정보전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다. 이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국민주권을 짓밟는 행위다. 이재명 정부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첫째, 이 훈련은 2023년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기시다-바이든’이 억지로 쥐어짠 연합군사훈련이다. 훈련 참여는 전 정부의 종속적 전쟁동맹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쳤던 이재명 정부의 약속이 빈 종이쪼가리가 되어버리는 순간이다.

둘째,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정당화하는 끔찍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22년 안보전략에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시했고, 토마호크 미사일 400기 도입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력 증강을 서두르고 있다. 한미일 연합훈련은 바로 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군국주의 노선을 정상화·합법화하는 최고의 무대다. 훈련 참가는 이재명 정부가 이를 인정하는 꼴이다.

셋째, 이 훈련은 한반도 방어가 아닌 대만해협 등지에서의 공격적 군사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 국방부와 주요 언론들은 이 훈련이 대만해협 분쟁 시 한미일 3국의 공동 대응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이는 한국을 원치 않는 전쟁에 끌어들이는 치명적인 덫이다.

넷째,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가 출범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등 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한미일 전쟁연습 참여 한 번이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 된다. 2018년 훈련 중단이 불러온 평화의 경험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는 무기가 아니라 신뢰의 축적에서 시작된다.

 

다섯째, 경제적 피해는 이미 입증되었다. 사드 배치 때 중국으로부터 받은 보복조치로 인한 피해는 최소 7.5조 원에 이른다. 이번 훈련이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한국 경제가 치러야 할 대가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의 ‘국익우선, 실용외교’ 노선에 정면으로 반한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의 뜻을 따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이끌 것인가,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전쟁노선을 계속해 갈 것인가. '프리덤 에지' 참여는 명백한 후자다.

이재명 정부는 즉시 한미일 연합훈련 참여를 거부하라. 대화와 평화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용기를 보여주라. 이것이 국민주권 정부가 취해야 할 당연한 행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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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빠삐용이 된 검사님들? 인생을 낭비한 죄도 '유죄'다

 [박세열 칼럼] 검찰청을 없앤 건 검사 본인들

곧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검찰청'을 두고 검사들 사이에 말들이 많다. 허나 말은 있돼 울림은 없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공개되자 검사들이 내부망에 연이어 글을 올린다.

 

예를 들면 서울 북부지검 장진영 형사3부장은 "임은정 검사님이 가장 기뻐하실 듯해 앞으로 임 검사장님에 대해서는 '지공장님'이라고 불러 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신설되니,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장'인 임은정 검사장은 '서울 동부지방공소청장'이 될 것이라며 '지공장'이라 조롱한 것이다. 장진영 부장은 "저의 검사직을 걸고 1대1 공개토론을 제안드린다"면서 "현재 진행중인 법안들이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더 부합하는지"를 문제삼았다. 검찰청 폐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장진영 부장검사는 윤석열의 내란 사태 이후인 지난 2월 14일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린 적이 있다. "부정선거 의혹에 공감하는 국민이 40%이상"이라면서 선거관리위원회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장진영 부장검사 말대로라면 '검찰청 폐지'에 찬성하고 공감하는 국민이 55.9%니까, 검찰청을 폐지하는 게 맞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6월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 장진영 부장검사는 "부정선거는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 대상"이라고 말했는데, 마찬가지로 본인이 몸담고 있는 '검찰청' 역시 믿음의 대상은 아니다. 개혁 대상이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형사부장은 수사권과 공소권 분리를 두고 "정치권 말대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 뭐하러 나서서 제 책임이 아닌 일을 책임지겠다고 하느냐"며 "저는 책임이 아닌 수사에 대해 유죄를 확신하고 공소 유지를 할 자신이 없다. 당연히 국가의 범죄대응 능력은 떨어지겠지만 그렇게 문제 있다고 말을 해도 법으로 만드신다는 데 뭘 어떻게 하느냐"라고 주장했다.

 

차호동 부장검사 말대로라면 지금까지 자신이 기소할 수도 없는 수사를 해 왔던 경찰은 영혼 없이 무책임하게 수사해왔고, 기소된 사건을 판결하는 판사들은 자기들이 기소하지도 않은 사건의 유무죄를 '영혼 없이' 판단해왔다는 말인가? 궤변에는 궤변으로 답해야 한다. 지금까지 자신이 수사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공소를 유지해 온 검사들은 무엇인가. 독재 정권 시절에 시국 조작 사건을 검사 갈아치워가며 기소했던 잘난 '검사동일체' 원칙은 어디에 내다 버렸나?

민주적 통제의 핵심은 '권한 분산'이다. 하지만 지금 검사들이 '검찰청 폐지'에 반발하는 논리는 '수사권+기소권 패키지'를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는 것 같다.

 

물론 이런 검사들의 주장이 모두 다 틀린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들의 최대 실수는, 검찰권 남용의 악습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명품 가방 수수 장면을 전국민이 봤는데, '법의 불비'를 이유로 무혐의 처리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결론이 특검 수사 몇달만에 '무혐의'에서 '기소'로 180도 뒤집혔을 때, 그 정의로운 검사들은 어느 게시판에 무슨 글을 쓴 적이 있었던가?

 

내란 현행범 윤석열이 국회와 선관위에 총든 군인을 보내 민간인들과 대처하는 끔찍한 상황에 대해서, 그 내란 수괴 윤석열 구속 일수 산정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산정한 법원의 석방 결정에 항고를 포기한 상황에 대해서, 정의로운 검사들의 입과 손가락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가? 현직 검사라는 자가 '부정선거 여론이 40%니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준의 유튜버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런 검사를 시민들이 믿고 검찰권을 맡겨야 할 이유가 과연 있는가? 윤석열 정부에서 검사 출신들이 1억 짜리 그림과, 장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매관매직' 의혹에 연루됐다. '검찰 정권'이 들어서니 천지가 개벽했다 생각했는지, 일말의 수치심마저 내팽개고 권력을 찾아 내달린 꼴이다. 영화에서 빠삐용은 "나는 살인하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판사는 말한다. "당신을 기소한다. 인생을 낭비한 죄로." 빠삐용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난 유죄요." 그 빠삐용은 지금 검사들의 모습이다.

 

'정치 수사'가 검찰청 폐지의 원인이 됐다며 억울해하는데, 별로 동의하지 못한다. 검찰청 폐지의 결정적 장면은 '노무현 수사'도 아니고 '이재명 수사'도 아닌 '김학의 사건'이라고 본다. 김학의 사건에서 검찰은 교정할 기회를 걷어차고, 모순과 치부를 스스로 누설하며, 적반하장으로 정의를 헝클어 놓았다.

 

첫번째 장면은 경찰이 2013년 7월 18일 언론에 공개된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라고 발표하고 특수강간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하자, 검찰은 2013년 11월 그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후에 재수사에서 밝혀졌듯, 이 사건은 단순 성범죄 사건이 아니었다. 여성을 물건처럼 '제공'한 인물(윤중천)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에 연루된 고위 공무원의 경우 성접대는 곧바로 뇌물 혐의로 이어진다. 하지만 검찰은 김학의에 대한 압수수색도 계좌추적도 하지 않았다. 두번째, 2014년 "동영상 속 인물이 나"라는 여성이 나타나 김학의를 준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2015년에 또 무혐의 처리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2018년 4월 대검 진상조사위가 꾸려지면서, 김학의를 재수사하지만 김학의는 인천 공항을 통해 출국을 시도하다 붙잡힌다. 세번째 결정적 장면은 여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김학의를 출국금지한 검찰과 법무부 간부를 되레 검찰이 기소한 것이다. 이들은 최근에야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 어수선한 틈을 타 김학의의 공소시효는 대부분 지나가버렸고, 구치소에서 걸어나온 그는 멀쩡하게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검찰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성윤)"이라 불릴만 하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은 김학의 사건의 확장판이다. 윤석열이 만약 채상병 사건 수사 결과를 뒤집으려고만 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윤석열은 적반하장으로 마음에 들지 않은 수사를 한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항명 수괴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다. 검사 출신 윤석열의 목적은 '진상 규명'이 아니었다. 검사직을 평생 수행해 온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자에 대한 응징을 시도한 거였다. 그에겐 '공적 마인드'가 아니라 '특권 마인드'가 우선했기 때문이다.

 

지금 검사들의 태도가 그렇다. 행정 체계 개편이라는 공적 개혁에 반발하면서, '나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자기고백은, 그들에게 '공적 마인드'라는 게 있었는지, 그것이 그간 어떤 형태로 존재했었는지, 근본적인 의심을 하게 만든다.

 

검사들은 지금 형사 사법 체계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한다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순수한' 주장은 왜 시민들에게 '특권에 찌든 검사들'의 항명으로 받아들여지는지, 그들의 주장이 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휘발되고 마는 것인지, 왜 시민들이 검사들의 '아우성'에 철저히 냉담한지, 그 이유를 그들은 여전히 모르는 것 같다. 78년만에 사라질 검찰청, 마지막 챕터는 김학의 사건이 될 것이고, 그 마지막 페이지에는 김건희 이름과 윤석열 이름이 올라갈 것이다.

 

지금 검사님들은, 변호사가 되시면 된다. 개혁은 더딘 법인지라, 공소청은 향후 10년 안에 안착될 것이다. 그 사이에 정의로운 법조인은 계속 양성되고 있을 것이다. 검사님들의 그 자리는, 당신이 있어도 되는 자리지만, 반드시 당신이 있어야만 할 필요는 없는 자리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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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베프' 황 회장에게 '48억' 질문했더니... "난 김성동, 왜 취재하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의 '베프(베스트 프렌드, 가까운 친구)'로 지목된 '황OO'씨(황 회장)는 목소리를 높였다. <오마이뉴스>는 '경기도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권성동 의원에게 48억 원을 줬다는데, 이를 알고 있는지' 물었지만 "나는 그 사람(황아무개)이 아니다" "나한테 왜 물어보느냐"라고 언성을 높이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황OO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된 건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부터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심문에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압박해 허위진술을 강요했고, 그 결과 대북송금 사건이 조작기소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은 '2024년 7월 권 의원과 접촉했는데 대북송금 사건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 중인 배상윤 KH그룹 회장 사건 수사 무마 조건으로 48억 원을 줬다'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이 자리에는 황OO씨가 있었고, 권 의원과 조 전 부회장이 함께 있는 사진을 찍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가 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 이날 그는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이재명·이화영 엮으라 지시받았다"고 폭로했다. ⓒ 유성호

서영교 : 둘이 만나셨지요?

조경식 : 예.

서영교 : 저렇게 48억 얘기도 나오고 합니다. 48억은 조경식 회장님이 말씀하신 액수인가요?

조경식 :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다.

서영교 :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까? 그쪽이라고 하시면?

조경식 : 권 박사님의 베프가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에 황OO이라고요. 그 친구는 회사 친구고요. 그 친구의 소개로 만나서 일을 부탁드리면서, 저희 KH 부회장이 아시겠지만 적색수배자로 지금 캄보디아에 도망가 있습니다. 귀국하는, 구명을 위해서 뵙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금전은 원래는 20억에서 마무리 지으려고 그랬던 건데 황OO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롯데호텔에, 저 사진이 롯데호텔 로비입니다.

(황OO씨가 찍어줬다는 2024년 7월 권성동 의원-조경식 전 부회장 사진 공개)

정리하면 배 회장의 수사 무마를 조건으로 현금을 전달했는데, 이 사이에 황OO씨가 끼면서 20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액수가 커졌다는 것. 조 전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배 회장이 자진 입국해 들어오면서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이화영 이름을 거론한 언론 인터뷰를 하면 형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더했다.

"내가 황OO이 아니라니까 왜 이러냐, 당신이 뭔데 취재하냐"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배성윤 KH그룹 회장 수사 무마 조건을 목적으로 48억 원을 줬다'고 주장한 가운데, 조 전 부회장과 권 의원 사이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황OO씨.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하자 그는 "나는 황OO이 아니다, 김성동이다"라고 답했다. ⓒ 김지현

<오마이뉴스>는 '권 박사의 베프'라고 불리는 황OO씨를 수소문했다. 영월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황OO씨는 영월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맞다"라면서 "지역에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고, 평소 권성동 의원과의 친분을 자랑한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월에서 '황 회장'으로 불렸다.

12일 <오마이뉴스>는 황씨의 사무실을 수소문해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황OO씨가 맞는지'부터 묻자 그는 "나는 황OO이 아니고 김성동이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경식이 권성동에게 48억을 줬다는 현장에 있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질문하자 그는 재차 "아니라니까 왜 그러냐"라면서 자리를 피했다.

기자가 따라 붙으며 '권성동' 이름을 언급하자 멈춰선 그는 "아니라니까 왜 이래요. 이 양반아. 엉뚱한 사람을 잡고 날 왜 이렇게 못 살게 굴어"라고 화를 냈다. '황OO씨 아니냐'고 재차 묻자 그는 "아니라니까 내가 김성동이지 황OO이냐"라고 외친 뒤 택시를 타고 떠났다. 이후 영월의 한 카페에서 황OO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내가 황OO이 아니라는데, 당신이 뭔데 나를 취재하냐. 계속 이러면 고발하겠다. 어떻게 여기까지 알고 왔느냐"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과거 언론보도 사진과 현장 촬영 영상을 대조한 결과 그는 황아무개씨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이에 영월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와 주변 인물에게 교차 확인한 결과 해당 인물은 황아무개씨라는 답변을 받았다.

조경식 전 부회장의 증언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 48억 원이라는 돈이 건네진 것이 사실인지, 조 전 부회장은 48억 원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자금 전달이 사실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지, 조경식 전 부회장과 권성동 의원의 매개 역할을 한 황아무개씨가 알고 있는 사실은 무엇인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북송금 사건에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부지사를 무리하게 끼워 넣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황OO씨도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라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 조작기소 의혹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위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조경식의 증언대로 거액의 돈과 야당 정치인에게 누명을 씌우는 대가로 정치권과 검찰이 결탁해 사건을 조작했다면 이것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대의 조작기소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KH그룹은 조경식 전 부회장에 대해 "당사 임원이 아니다"라면서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선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냈다. 조 전 부회장의 증언은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권성동#조경식#대북송금사건#배성윤#KH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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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깽판’ 벌이는 극우단체 ‘혐중시위’에 속타는 명동 상인들

“보자마자 눈 돌렸다”는 관광객들...관광 산업 타격 우려도

명동 상인들, 경찰에 ‘집회금지 요청’하기도

명동 거리 일대(자료사진) ⓒ뉴시스


  • "'그 사람들'이 지나갈 땐 장사가 안되지. 외국인들이 딱 길 저기 안쪽으로 피해있는데 뭘..."


11일 명동 거리에서 10년이 넘게 노점상을 운영했다는 한 자영업자는 명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중 시위'에 대해 묻자 쓴 웃음을 지었다.

최근 서울 명동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우 단체의 '혐중시위'가 외국인 관광객과 국가 이미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명동 일대가 활력을 찾아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닐까 자영업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위치한 명동 일대에서는 올해 초부터 중국을 비판하는 혐중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극우단체들은 최근까지 오성홍기를 찢거나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점점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명동 한복판을 행진하며 확성기를 통해 자극적인 음악과 혐오 구호를 외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명동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혐중시위 행진을 두고 "최근에는 명동 안까지 들어오지는 않는다"면서도 "그전에는 깃발 들고, 외국인들에게 소리 지르고, 중국을 욕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13년 동안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운영해온 한 자영업자는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시끄러워서 짜증나고 불편하다. 너무 자주 (시위를) 한다. 소음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인한테 창피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실제로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는 시위 현장을 만나고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한 중국 네티즌은 "명동에서 쇼핑을 하다가 사람들이 퍼레이드를 하는 소리를 듣고 무슨 퍼레이드를 하는 건지 보려고 나갔는데 '차이나 아웃'을 외치고 있더라"라면서 "바로 눈을 돌려 모른 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혐오 시위가 점차 회복세를 보이는 관광 산업에 자칫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5년 1~4월 동안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총 558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1.8%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 중 중국인 관광객은 157만명으로, 전체의 약 28%를 차지했다. 국적별 방문객 중 가장 큰 비중이다. 이달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되고, K-pop 등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하반기에는 더 큰 증가세가 예상된다.

보수정치세력 위해 만들어진 '혐오'...국민 감정과 달라

극우단체들의 혐중 시위는 지난 탄핵 심판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중국 선거 개입 음모론'을 내세우면서 본격화됐다. 특히 김민전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 보수정치인들이 나서서 혐중 감정을 부추기기도 했다. 극우단체들의 혐중 감정은 보수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혐오 감정인 셈이다.

중국의 '대북공정' 등으로 인한 나쁜 이미지가 저변에 깔려 있는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한국인의 대중 인식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발표한 '대중인식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남북통일과 안보·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인식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하락했다. 전국 남녀, 1,000명에게 중국이 한국의 안보에 주는 영향을 물은 결과, 중국이 위협이 된다는 대답은 60%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76%)과 비교하면 16%p(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남북통일,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대답도 각각 12%p, 20%p 떨어졌다.

반면 중국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33%로, 2023년 16%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또한 2023년에 비해 10%p 늘어났다. 극우단체의 혐중 시위가 한국 사회의 대중감정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지난 2월 27일 서울 중구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교수모임 및 친윤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을 반대하고 있다. 2025.02.27. ⓒ뉴시스

 

이 대통령 "혐중시위 '깽판'"...경찰, 강력제한 조치


최근 정부는 명동 일대 혐중 시위에 대해 강도 높은 제한 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식적으로 혐중 시위를 문제로 지적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해당 시위를 두고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깽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지금은 관광객을 늘려야 하는데 특정 국가 관광객을 모욕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대문경찰서는 시위 주최 측에 ‘마찰 유발 행위 금지’ 등의 제한 통고를 검토 중이며, 욕설·폭행 등으로 외교 사절이나 관광객과 마찰을 유발할 경우 현장 해산 또는 추후 집회 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복 위반 시에는 형사 처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명동의 자영업자들도 행동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11일 오전 명동관광특구협의회가 "명동 일대 이면도로에서 시위를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남대문경찰서에 제출했다.

협의회는 폭력적인 혐중 시위가 공공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우려가 있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정한 금지 조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명동복지회와 명동상인회 등과 함께 업무방해 등 민·형사상 대응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을 접수한 경찰은 이를 참고해 주최 측을 상대로 '마찰 유발 행위 금지' 등의 제한 통고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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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협상의 굴욕 … 피해국이 왜 매달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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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석 기자
  •  
  •  승인 2025.09.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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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미국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우리 국민 316명이 예정보다 하루 늦은 11일 오후 3시 석방됐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구금 사태는 한미동맹의 비대칭성과 한국 외교의 종속적 태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다.

조현 외교장관이 긴급히 미국으로 달려가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는 피해자인 우리 노동자들의 권익과 안전보다, 미국 내 여론 관리와 동맹 체면 살리기에 집중했다.

1. 석방 협상의 문제점

지난 4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은 헬기와 무장차량까지 투입해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을 체포했다. 현지 언론은 “전쟁을 방불케 하는 단속”이었다고 묘사했다. 현지 변호사에 따르면 허위 자백에 가까운 서류에 서명을 강요받았고, 심지어 합법 체류자도 구금 대상에 섞여 있었음이 뒤늦게 확인됐다. “모두 불법체류자였다”는 미 당국 설명과 배치된다. 한국 정부는 즉각 항의했지만, 구금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이후 외교부는 긴급 협상에 착수했고, 석방 절차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 한국은 미국 측의 과잉 단속과 절차 위반을 문제 삼지 않았다. 구금자 전원 즉각 석방,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관련자 사과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수갑 없이 이동’ ‘재입국 불이익 없음’ 같은 당연한 조치를 성과라고 포장했다.

결국, 협상은 미국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기울었다. 석방자들이 수갑을 차지 않고 풀려나는 모습은 언론에 ‘인도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이는 단속 자체의 부당성을 흐리는 효과를 낳았다. 한국 협상단은 피해자인 자국민의 안전과 인권보다, 동맹국 체면 지키기를 자처한 셈이다.

 

2. 외교장관 회담에서 드러난 한미동맹의 민낯

워싱턴에서 열린 장관 회담 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한미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안보 및 경제 협력 심화”만 반복할 뿐 석방 지연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석방·귀국 절차에만 초점을 맞췄다. 같은 방에서 회담했지만 관심사도, 우선 순위도 달랐던 것이다.

이번 석방 협상은 미국이 한국을 주권국가가 아니라 함부로 대해도 끽소리 못하는 속국으로 본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투자 철회, 노동자 안전보장 같은 외교 수단을 사용할 대신, 미국의 잘못된 행위를 감추기 바빴고 동맹 틀을 유지하는 데 전전긍긍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번 사안을 ‘크게 만들지 말라’는 기조를 유지하며, 한국을 선심 쓰듯 달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석방 조건을 발표했지만, 뚜렷한 재발 방지대책은 없었다. 한국인 노동자를 중범죄자 취급했고, 무장 단속과 수갑·쇠사슬까지 동원된 불법적 과잉진압을 단행했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미국의 대응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어 보였다.

트럼프 정부의 마가(MAGA) 정책은 동맹국을 존중하기보다 가까운 혈맹일수록 더 무시하고, 더 압박하며, 더 수탈하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연장선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어쩌면 국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자 앞에 머리를 숙이는 건 그저 비겁한 것이다. 비겁한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수치심을 어찌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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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체포동의안 445자…이재명 땐 1만 1252자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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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9.11 19:30

  • 수정 2025.09.11 20:20

  • 댓글 1

정성호, 1분 26초 간략 설명…동의안 가결

권성동 자신은 결백하다며 '셀프 찬성표' 쇼

이재명 땐 한동훈, 30분간 노골적 피의사실 공표

국회의장 주의도 무시하고 정치행위 일삼아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동료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건희 특검이 국회에 송부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의원 표결을 통해 처리됐다. 2025.9.11. 연합뉴스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11일 가결된 가운데, 과거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무죄 추정 원칙도 무시한 채 노골적으로 정치 편향 발언을 하며 피의사실을 공표해 파문을 일으킨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 장면이 회자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73명, 반대 1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통과시켰다. 투표는 무기명 비밀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결에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권 의원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했다.

"김건희와 명태균 권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는 지난 2025년 8월 28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습니다.

범죄 사실의 요지는 권성동 의원이 2022년 1월 5일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통일교의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고, 정부 예산 및 조직 인사 등을 통해 통일교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고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식당에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원 등 명목으로 현금 1억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았다는 것입니다.

특별검사에 따르면 권성동 의원은 현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및 다이어리, 문자메시지, 사진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하여 혐의가 입증되고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 등에 비추어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특별검사 위 구속영장 청구에 따라 서울지방법원 판사 남세진은 2025년 8월 29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고 이에 법무부는 정부를 대표하여 국회법 제26조에 따라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를 국회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정 장관이 약 1분 26초에 걸쳐 읽은 체포동의 설명 이유는 문장 부호와 공백을 제외하고 445자였다. 역대 가장 길었던 지난 2023년 9월 21일 한동훈 전 장관의 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동의 이유 설명 1만 1252자와 비교하면 무려 1만 자 이상 차이가 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건희 특검이 국회에 송부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의원들 표결을 통해 처리됐다. 2025.9.11. 연합뉴스

한 전 장관은 당시 전국에 생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30분 동안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범죄로 확정되지 않은 내용들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또 "전례없이 파격적이다" "말도 안되는 청탁을 들어준 것이다" "국제안보까지 위협한 중대 범죄 행위이다" 등 감정이 섞인 사견을 노골적으로 덧붙였다. 법치를 중시해야하는 법무부 장관이 오히려 무죄추정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장관이냐 검사냐" "법무부 장관 사퇴하라"며 현장에서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지만, 한 전 장관은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한 전 장관에게 "지나치게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는 것은 그동안 관행에 맞지 않고 잘못하면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요약해서 설명해달라"고 주의를 줬지만, 한 전 장관은 의장의 요청도 무시하고 준비한 18쪽을 거의 그대로 읽었다. 사실상 행정부의 일개 장관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무시한 셈이다.

과거 법무부 장관들이 길어야 1100~1400자 안팎으로 체포동의 이유를 설명하며 대략적인 개요를 포괄적으로 언급한 것과 비교했을 때, 한 전 장관의 체포동의 이유 설명은 정치적인 의도가 명백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장관이 취지 설명을 하던 중 야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짧은 설명을 주문하고 있다. 2023.9.21. 연합뉴스

한 정 장관은 그에 앞서 지난 2023년 2월 27일에도 이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하면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긴 5459자를 읽었다. 그러면서 "개발 이권의 주인인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 아니라 단군 이래 최대의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 "변명이 통할 순 없을 것이다" 등의 자위적인 표현을 썼다.

2022년 12월 28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할 때에도 피의사실을 낱낱이 공표하면서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는 녹음파일이 있다. (중략) 노웅래 의원의 목소리, 돈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되어 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한편 이날 권 의원은 정 장관의 체포동의 이유 설명 뒤, 신상발언을 통해 "특검이 저에 대해 제기한 주장은 모두 거짓이다. 공여자(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가 1억 원을 전달했다는 그날은 제가 공여자와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였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어느 누가 처음으로 독대한 자리에서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주고받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저는 과거에도 불체포 특권을 헌정사 처음으로 포기한 바가 있다. 이번에도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당당하고 결백하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그래서 저는 아무리 억울하더라도 민주당에 무죄를 호소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한 분도 빠짐없이 저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해달라"고 했다.

표결에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고, 권 의원 본인은 투표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권 의원은 투표 직후 찬성을 뜻하는 '가'라고 적힌 투표 용지를 접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 카메라에 잡히도록 의도적으로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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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점령” 이런 혐중·음모론 현수막, 선거 끝나고도 활개···해결책 놓고 갑론을박

수정 2025.09.12 06:56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이달만 1268개 걸어

부정선거론 등 중국 비난·혐오 내용이 대다수

민주당 ‘1% 이상 득표한 정당만 허용’ 추진에

정의당 등 “소수 정당 억압하는 방식은 안 돼”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에 내일로미래로당 명의의 현수막에 ‘중국인 무지바 입국, 관광 아닌 점령?’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혜림 기자

지난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 논란이 됐던 이른바 ‘혐오 현수막’이 선거가 끝난 뒤에도 되레 증가했다. 관련 당국이 고발을 하고, 현수막 난립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도 논의되는데 표현의 자유, 정치적 자유와 부딪히면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현수막을 내 거는 사람들의 정체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애국현수막 캠페인’이라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하고 비용을 보내면 ‘내일로미래로당’이라는 정당 명의로 현수막을 걸어준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자신을 ‘50대 주부’라고 소개한 A씨는 지난 4월 애국현수막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아 내일로미래로당 이름을 빌려 현수막을 거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 내 거는 광고물은 지자체의 허가 또는 신고를 거쳐야 하고 표현상 제한도 받는다. 그러나 정당명과 연락처 등을 표시하면 ‘정치적 현안에 대한 표현’으로 보호받는다.

11일 애국현수막 캠페인 홈페이지를 보면 내일로미래로당 명의의 혐오 현수막은 이달만 총 1268개가 걸렸다. 대선기간이던 지난 4월에는 678개였는데 더 늘었다. 지난 7월에는 전국 곳곳에 4100여개의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 문구는 ‘중국 비난, 혐오’가 대부분이다. ‘공산주의 반대하면 극우?’라는 문구에 중국 오성홍기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가 있거나, 오성홍기 배경에 ‘중국인 무비자 입국, 관광 아닌 점령?’ 이 쓰이는 식이다. ‘중국 공산당+선관위=China Lee’라며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기도 한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구청 인근에 ‘부정선거가 내란’이라고 주장하는 내일로미래로당 명의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혜림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7월 내일로미래로당 대표,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소속 A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A씨 등은 옥외광고물법의 제한을 적용받지 않도록 현수막을 정당 명의로 게시하기로 내일로미래로당과 공모한 뒤,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불특정 다수로부터 A씨의 계좌로 현수막 대금 7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불복불법현수막대응특별위원회도 지난 1일 ‘국회에 소속 의원을 둔 정당이나, 직전 대통령 선거 등에서 1% 이상 득표한 정당 등만 정당 현수막 게시를 허용하도록 하는 정당법 개정 법률안’을 낸다고 밝혔다. 같은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9일 ‘혐오표현 현수막 방지 2법(정당법,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은 인권침해 광고물의 범위를 늘리고, 판단 기준을 법 시행령에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당 명의로 ‘혐오 현수막’이 걸리더라도, 단속 주체를 각 지방자치단체로 분명히 한다.

현수막 규제안을 두고 ‘정치적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는 “유효 득표율 1%라는 자의적 기준으로 정당 현수막을 일괄적으로 금지하기보다는, 허위 사실이나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소수 정당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의 법률안 개정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노동당·녹색당·은평민들레당·정의당은 정당법 개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정당 규모에 따라서 현수막을 제한하는 것으로는 혐오 표현·차별 문제 대응이 어렵다”며 “혐오·차별의 기준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행정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 내일로미래로당 명의로 ‘북 핵폐수 방사능, 후쿠시마의 60배’라는 문구와 지난 6월 3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통일부·원자력안전위원회·해양수산부·환경부·인천광역시는 지난달 19일 연안 7곳을 공동 조사한 후 우라늄 농도와 카드뮴·비소·수은·납·6가 크롬 등 중금속이 없거나 기준치 이하라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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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내란특별재판부’ 논란에 “뭐가 위헌인가” 반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9/12 06:58
  • 수정일
    2025/09/12 06: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의지를 존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1.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일각에서)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그렇게 논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는 "헌법에 '판사는 대법관이 임명한다'고 돼있다. 대법원을 최종심으로 한다고 돼있다. 그렇게 하면 된다. 거기에 어긋나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라면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여당의 내란특별재판부 구성 주장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노골적인 압박"이라며 "사법의 정치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위헌을 주장한 바 있다. 국민의힘 역시 이 같은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헌법상 보장된 대법원장의 법관 임명권만 보장하면 입법을 통해 재판부를 따로 설치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로 반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는데, 삼권분립에 대한 게 제멋대로 하자는 뜻이 아니다. 감시와 견제, 견제와 균형이 삼권분립의 핵심가치다.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것도 마음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 입법, 사법 가릴 것 없이 국민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들의 주권 의지에 반하는 제멋대로 입법이듯, 제멋대로 행정이든, 제멋대로 사법이든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모든 것은 국민의 뜻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뜻이 가장 잘 반영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권력"이라며 "임명권력은 선출권력으로부터 2차로 권한을 다시 나눠받은 거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걸 우리가 가끔식 망각한다"며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곳이다. 국가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구조는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 그게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데 이게 깨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데, 국민들의 주권의지가 발현되는 장치가 정치 아닌가. 그리고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사실은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어느날 전도됐다"며 "대한민국이 사법국가가 되고 있다. 사법이 모든 걸 결정한다.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 위험한 나라가 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 결정적 행태가 정치검찰"이라며 "나라가 망할 뻔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절제와 자제가 사법의 가장 큰 미덕이고,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시각에서 저는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와 시스템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최종적으로 강력하게 존중돼야 하는 게 국민의 주권의지다.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내란특별재판부도 위헌 논쟁을 할 게 아니라 국민의 뜻이라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이 대통령은 "내용이 뭐가 될지 저는 모르겠다"며 "그러나 저는 행정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지 않느냐.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집행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이다. 입법이든 사법이든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법부와 사법부가 이 문제로 다투면 저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란특별재판부에 관해 현직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은 자칫하면 삼권분립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에둘러 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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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수백명은 왜 손발 묶인 채 연행됐을까... 감춰진 본질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조지아 사태의 이면, 불법이라는 말의 허구성

25.09.11 18:36최종 업데이트 25.09.11 18:36

1994년 7월 8일 미국 비자를 발급받는 데 무려 30일이나 걸려 정부 차원에서 외교 경로를 통해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 미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도심 미국 대사관 앞의 긴 비자 대기 행렬은 흔한 풍경이었다. 비자 신청자들은 새벽부터 줄을 섰고, 몇 시간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특권층조차 줄을 대신 서 줄 사람은 고용할 수 있었지만, '미국 비자'라는 통과의례 자체를 생략할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단기 여행조차 비자를 요구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일 수도 있다. 미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이 시행된 것은 2008년부터다. 그러나 단순한 제도상의 문제로 그 장면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것은 미국이 외부인을 대하는 방식이 응축된 사회적 풍경이었다.

당시 언론에는 한 대학의 영문과 교수가 미국 대사관의 심층 면접에서 "왜 미국에 가려 하느냐"는 취조성 질문을 받고 격분해, "내가 영문과 교수이고 남편도 ○○○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인데, 무엇이 아쉬워 이민을 가겠느냐"며 항의했다는 일화가 소개되기도 했다.

기술과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이 시대, 예전처럼 줄을 서는 수고는 사라졌지만, 그것이 환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이동은 여전히 통제받고 있으며, 사람의 이동을 둘러싼 구조적 권력 관계 자체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한미 동맹은 경제·안보의 협력을 강조해 왔지만, 시민의 이동을 다루는 비자 시스템은 여전히 미국의 일방적 기준에 따라 작동한다. 명목상의 파트너십 뒤에는, 국경을 넘는 자유와 권한이 한쪽에 일방적으로 집중된 현실이 존재한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함께 갑시다'를 외치지만, 그 '함께'는 같은 배에 타라는 말이지, 키를 함께 잡자는 말은 아니었다. 특히 이동의 자유에 이르면, '나는 언제든 갈 수 있지만, 너는 내가 불러야만 올 수 있다'는 식의 일방적 선 긋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19세기 말 시작된 비자 제도는 단지 출입국을 관리하는 기술적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이동을 선별하고 위계화하는 국가의 수단이며, '합법성'이라는 외피 아래 자의성과 차등을 제도화하는 장치다.

개인은 그 문턱 앞에서 출신국과 신분, 목적에 따라 평가받고 분류된다. 이처럼 비자는 한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락받을 '가치'가 있는가를 심사하는 일종의 권력 기구로, 인간의 이동을 둘러싼 현대 세계의 불평등을 가장 선명하게 시각화한다.

그들은 '불법'을 말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모습. 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수백 명이 갑작스럽게 단속되고 구금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장을 급습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짓는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300여 명의 한국인을 군사작전처럼 체포했다.

이들은 불법체류자나 임시 노동자가 아니었다. 대부분 한국 본사에서 기술지원을 위해 파견된 전문 엔지니어들이었고, 설비 설치와 시운전, 공정 조율 등 핵심 기술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미국 당국은 이들이 소지한 상용(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가 수행 중이던 전문 기술 업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들의 체류를 '위법'으로 간주했다. 이들은 고도의 기술을 갖춘 엔지니어들이었고 이민 의사도 없었다. 동맹국의 산업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된 후,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사전 경고도, 한국 기업과의 조율도 없이 단행된 이번 조치는, 오히려 '합법성'을 앞세운 강제력의 전시처럼 보였다. 기술 협력의 현장은 하루아침에 단속의 현장으로 바뀌었고, 미국의 '동맹국' 국민은 자신이 일하던 자리에서 손발이 묶인 채 연행되었다.

그들은 '불법'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권력이 그어놓은 경계선을 넘었다는 뜻일 뿐이다. 그 경계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언제든 지워지고 다시 그어진다. 미국의 집권 세력은 법이라는 도구를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결과의 책임은 '동맹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더 넓은 차원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영화 〈만남의 광장〉에서 선의로 철조망 설치를 도와주다 남북으로 갈려 생이별하게 되는 마을 주민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정치적 경계가 흔히 그렇다. 내가 그은 선도 아닌데 그것을 넘었다는 이유로 범법자가 된다.

오늘날의 세계 질서는 '누구에게, 어떤 자유를 허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비대칭적 구조 위에 놓여 있다. 국경과 비자, 그리고 법의 잣대마저도 그 구조를 정당화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우리는 결국, 특정 주체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자유가 선별·배분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자유'가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간다고 믿는다. 그런데 그 '자유'는 인간을 위한 자유인가, 자본을 위한 자유인가. 자본의 무한한 자유 보장을 위해 인간이 스스로의 자유를 통제해가는 세상. 자유를 외치며 걸어온 길이, 결국 우리 스스로를 구속하는 체제를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자본의 무제한 이동을 견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은 1970년대, 투기적 외환거래에 소액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이른바 '토빈세'를 제안했다. 그러나 금융 권력의 거센 반발에 밀려 이 구상은 좌초됐고, 그 이후 세계는 더더욱 자본 이동의 자유를 향해 가속해 왔다.

자본이 광속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이, 국가 간 착취와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 속에서 가난한 이들은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을 견디지 못한 채, 목숨을 건 월경(越境)으로 내몰리고 있다.

법이 아니라 권력이 정한다

6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체포된 한 남성이 뉴욕의 연방청사 내 이민법원 앞에서 수갑을 찬 채 이민 서류를 들고 있다.AP 연합뉴스

경계선을 넘은 이들의 행위를 '자발적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진정한 선택이었을까. '불법'과 '자유'만큼이나, '선택'이라는 말 또한 언어의 착시를 일으킨다. 그것은 종종 자율성과 강제를 구분하지 못한 채 남용되는 표현이다.

지구 위의 많은 이들이 경제적 생존, 자녀 교육, 정치적 불안정 같은 비자발적 요인에 의해 떠나고 있을 뿐, 이는 결코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다. 이민도 결단이 아니라 종종 탈출이다. '가고 싶다'는 욕망은 사실상 '떠날 수밖에 없다'는 강제가 위장된 표현일뿐이며, 이는 미국 중심의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가 만든 불균형 구조가 낳은 결과이다.

여기에 '절차가 있다'는 항변은 또 다른 차원의 허구를 동반한다. 비자가 존재하고 규정된 법과 행정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기제일 뿐이다. 문제는 그 절차가 누구에게 열려 있고 누구에게 닫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절차는 경제력, 교육 수준, 정치적 서사와 같은 필터를 통해 특정 집단만을 통과시킨다. 누군가에게 이민 심사는 수년이 걸리고 누군가에게는 하루면 족하다. '경제적으로 충분한가', '정치적으로 박해받았는가'라는 질문은 곧 누가 합법적인 인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를 선별하는 기제로 기능한다.

자유주의는 표면적으로 자율적 선택과 절차적 공정성을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과 인간을 구분하는 이중윤리가 자리 잡고 있다.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감세와 특혜를 받는 환영의 대상이지만, 인간은 동일한 자본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에도 합법성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추방당한다.

자유는 선택된 이들만의 권리로 제한되며,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는 이데올로기적 폭력으로 작동한다. 결국 이는 자본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인간의 자유는 박탈하는, 구조화된 불평등의 언어일 뿐이다.

조지아 사태와 국경을 넘는 이주민의 현실은 겉보기엔 전혀 다른 일처럼 보인다. 하나는 고숙련 기술자에게 적용된 '합법'의 위반이고, 다른 하나는 생존을 위한 '불법'의 선택이다. 그러나 이 둘은 같은 구조 아래 있다. 바로 자본의 이해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라는 이중 규율이 임의로 적용된다는 점에서다.

이 구조는 능력이나 사정보다 권력의 선 긋기에 따라 인간을 구분한다. 필요했던 기술자도, 떠날 수밖에 없던 이들도 정치적 계산 앞에선 하루아침에 위법자가 된다. 누가 올 수 있고, 누가 쫓겨나는가는 법이 아니라 권력이 정한다.

그 결과, 기술자와 난민은 같은 낙인을 공유한다. '불법'이라는 말은 그들이 가진 자격이 아니라, 권력이 그어놓은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자본은 장벽 없는 자유를 누리지만, 인간은 자본이 설정한 경로와 신분이라는 틀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이 체제는 자본의 무제한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인간의 자유는 점점 더 축소되고 지워진다.

#미국 #조지아 #현대 #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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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더러운 짝사랑 한미동맹

기자명

  •  전덕용 사월혁명회 전 상임의장
  •  
  •  승인 2025.09.10 18:45
  •  
  •  댓글 0
 
 

그 더러운 짝사랑 한미동맹을 때려치워야 한다.

한국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자하여 건설 중인 조지아 현지 공장에서 한국인 전문인력 300여 명이 체포되었다.

정말로 창피하고 울화통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무리 80년 식민지라 해도 그렇다.

단 한 번의 경고도 없이, 단 한마디의 사전 예고도 없이 특수군사작전 벌리듯, 헬리콥터까지 동원하여 건설노동자들을 급습했다.

지난 세기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야만적인 노예사냥 수법 그대로이고, 양키 기병대의 인디언 토벌 숫법 그대로이다.

너무 분해서 글 쓰는 손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도대체가 대한민국 정부는 무얼하고 있는 것인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만행, 21세기 밀레니엄 시대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인권 유린 노동 탄압이 벌어졌다.

이에 항의 성명 규탄의 말 한마디, 강력한 외교적 반대 반발 담화 발표도 없이 ‘자진 출국’만을 얼버무리는 정부 당국의 저자세에 환멸과 구토를 느낀다.

우리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벌어들인 딸라를, 남한 오천만 국민의 1년 살림살이의 1.5배에 달하는 자금을 미국에 갖다 바치고, 이런 더럽고 창피한 굴욕을 당하다니….

참말로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명색이 좌파라는 자들이 정권을 잡았다.

물론 이들은 선거에서 표를 찍는 국민들을 속여서 좌파의 허울을 쓰고 당선된 사람들이긴 하다.

그래도 그렇다.

불과 몇 달 전에 친일친미반민족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 12·3계엄 윤석열 일당의 멸망을 눈으로 보았다.

12·3계엄에 반대한 민중 세력의 지지를 얻어 오늘 그들 집권 세력이 존재한다.

이런 마당에 직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알랑거리던 사대 매국 주구들의 비루한 외교행태를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단 말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 그 자리가 자기 인생 최대의 정치적 목표인가?

각 부처 장관 국회의원 벼슬아치들은 장관 국회의원 지내는 것이, 자기들 인생 다 산 최종의 목표인가?

참으로 가소로운 짓이다.

자신들이 누리는 영화 명예 이 모든 것을 안겨 준 바닥 민중, 전체 국민들의 생활과 국가의 명예, 국가의 위상, 국가적 자존심 따윈 안중에 없다는 말인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은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다.

적어도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 인격체이다.

아무리 사람이 안 나오는 남한 땅이지만, 이렇게 찌질하고 이렇게 자기 개인, 사적인 것만 아는 소인배들만 득실거리는 땅이 되었는지, 한심하고 참괴한 일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 따위가 뭐 그리 무서운 존재인가?

부동산 투기나 해서 호텔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서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 사회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자본주의 사회의 떠벌이, 불량아, 좌충우돌, 공갈 협박, 말 바꾸기 잘하는 깡패씩 외교주의자가 뭐 그리 무섭다는 말인가?

반지성, 국제적 예의 파괴, 모든 것을 상업행위 자본 유통 거래에 기본을 두는 인간성 말살 인간 품위 파괴주의자가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말인가?

국가를 대표하는 인격체는 적어도 국가적 자존과 공공 의식으로 당당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조지아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우리 국민들에 대한 인권 무시와 난폭하고 저질적인 신체 억압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한마디 꾸짖는 말을 해야 한다.

전혀 도망할 의사도 없고 도주할 예비 행위도 보이지 않는 우리 노동자들에 대해, 손을 묶고 심지어 발에도 쇠사슬을 꿰차게 했다.

이건 도대체가 인간의 기본 인권 탄압 행위이고 우리 국민을 자기들의 식민지 노예로 인식하는 야만적이고 동물적인 폭압 행위이다.

외교부는 외교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국가 민족의 위상 자존심을 걸고 당당하게 분노에 찬 반대 반박 성명을 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명예만 지키고 잘 먹고 잘사는 개인적인 욕망만 채우는, 반사회 반국가 사대매국노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80년 동안 미국의 식민지로 순하고 착한 양이 되어 종주국의 이익에 충성을 다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 계속 수모를 감수하고 굴종에 익숙한 백성이 되어 노예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자기 스스로를 업신여기는 자는 남에게도 대접을 받지 못한다.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고 굴종을 감수하고 노예 생활을 자처하는 자는 미래가 없다.

나라를 운영하고 나라의 주인 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 국민이 수모를 당하는데 분노할 줄 모르는 자는 국민이 될 자격이 없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데 말 한마디 항의도 못 하는 정부,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은 사대매국노가 분명하다.

오늘 이런 현실 앞에서 이 땅의 벼슬아치들은 크게 반성해야 한다.

막대한 돈을 가져다주고 뺨을 맞고 모욕을 당하는 꼴이다.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 지구촌의 생각 있는 사람들이 보았을 때 가관이고 웃음거리이고, 참으로 창피하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일이다.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 참으로 피를 토할 일이다.

이제 그만 끝장을 내야 한다.

젖 먹는 아기에서 백세 늙은이까지 모두 일어서야 한다.

식민지의 굴레를 벗어 내쳐야 한다.

돈 갔다 주고 뺨 맞는 그 더러운 동맹을 때려 부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독립인격체, 나라가 나라다은 완전 자주독립통일국가 수립을 향해 총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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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수첩대로 됐으면 좋았을걸"…여전한 내란 잔당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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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9.10 19:35

  • 수정 2025.09.10 19:39

  • 댓글 1

국힘 송언석, 민주 정청래 국회 연설 도중 폭언

"노상원 수첩 성공했다면 불귀의 객" 토로하자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 큰소리로 대꾸해

사실상 '이재명·정청래 죽었으면 좋았겠다' 취지

윤석열 쿠데타에 여전히 동조 '내란 잔당' 실상

정 "패륜적 망언에 치 떨려…의원직 사퇴하라"

민주 "윤리위 제소, 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 동원"

송언석, 과거에도 '당직자 폭행 사건' 인격 문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2025.9.1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국회 연설 도중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죽었으면 좋았겠다'는 취지의 폭언을 내뱉은 장본인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친위쿠데타에 여전히 동조하는 반헌법적 '내란 잔당'의 실상이 또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정 원내대표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면서 "지난 내란 정국에서 북한을 자극해 위기 상황을 만들고 위기 상황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죽이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노상원 수첩'을 통해 알게 되었다"며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런데 이 같은 연설 도중 본회의장 국민의힘 의석에서 "아,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발언이 큰소리로 터져나왔다.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말투였지만 촬영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목소리의 장본인이 누구인지는 당장 알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최고위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전날 정 대표의 교섭단체연설 중 언급한 노상원 수첩에서의 수거 대상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좌석에서 나온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외침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2025.9.10. 연합뉴스

이에 정 대표는 1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제 연설 중 역대급 망언이 있었다. 진짜 귀를 의심했다. 제 연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소리 지르고 항의하는 건 알겠는데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개탄하며 연설 일부를 녹화한 동영상을 회의장에서 재생했다.

이어 "노상원 수첩은 비상계엄 때 수백 명, 수천 명을 진짜 죽이겠다고 살인 계획을 한 것이다. 그것이 성공했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그때 죽었을 것"이라며 "그것을 경고하고 있는데 그때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인가? 당신은 누구냐? 제2의 노상원이냐? 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다. 자수하고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결국 발언 당사자가 송언석 원내대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영상취재 중심 인터넷 언론 '미디어몽구' 카메라가 국민의힘 의석을 촬영하던 중 해당 장면을 잡아낸 것이다. 송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은 채 "아,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이라는 말을 툭 내뱉자 앞자리에 있던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이 송 의원을 돌아보고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면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불귀의 객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오른쪽 맨끝)가 "아, 제발 그래 됐으면 좋았을걸"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유튜브 미디어몽구 중계 화면 갈무리

격분한 정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상원 수첩에 살 떨리고, 송언석 패륜적 망언에 치 떨린다. 이것이 국힘 DNA인가?"라면서 "사람이기를 포기한 송 씨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의원직부터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제 정청래 당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이 대통령과 상대 당 대표에 대해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을 한 사람이 송 원내대표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따로 브리핑에 나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극악스러운 막말이 본회의장에서 터져 나왔다. 정말 깜짝 놀랐다"며 "제22대 정기국회의 시작과 집권당의 비전을 국민께 표명하는 자리에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끔찍한 망언을 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제정신인가?"라고 질타했다.

또 "앞으로는 협치를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내란 세력의 충실한 구성원임을 입증한 국민의힘은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라며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에게 사죄하고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국회의원 제명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송언석 원내대표의 막말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 도중 추경호 의원과 대화하기 위해 불러내고 있다. 2025.9.9. 연합뉴스

송 원내대표나 국민의힘 측은 사과도 변명도 없이 아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죽었으면 좋았겠다는 극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송 원내대표의 난폭한 성정은 '당직자 폭행 사건'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개표 당시 국민의힘 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당직자를 향해 욕설하고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최악의 갑질을 시전했던 인물이다.

처음엔 폭행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폭행 사실을 인정하긴 했으나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탈당 쇼'를 벌였다. 그렇게 무소속 신분이 돼 당장의 소나기는 피하고 난 뒤 불과 두 달 만에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했고 결국 넉 달 만에 슬그머니 복귀에 성공했다. 그의 지역구는 경상북도 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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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필요” 57%,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 61%

[이재명 정부 100일]

한겨레·정당학회·STI ‘2025~26 유권자 패널조사(2차)’

장나래기자

수정 2025-09-11 05:00등록 2025-09-11 05:00

국회의사당.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개헌에 찬성하는 여론이 50% 선을 훌쩍 넘겼다. 반대 여론은 10%대에 머물렀다. 개헌을 할 경우엔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는 견해가 가장 많았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 3~7일 전국 유권자 2207명에게 실시한 ‘2025~2026 유권자 패널조사(2차)’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56.7%로 집계됐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6.2%였고, ‘보통이다’는 27.1%였다.

지지 정당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69.5%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38.6%에 그쳤다. 야당 지지층의 낮은 개헌 찬성률은 개헌에 적극적인 쪽이 이재명 대통령과 우원식 국회의장 등 여권 인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선호하는 권력 구조는 ‘4년 연임제’가 53.1%로 가장 많았다. 현행 5년 단임제는 27.5%였고, 이어 분권형 대통령제 5.8%, 의원내각제 3.6%, 잘 모르겠다 10% 등의 순서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4년 연임제(67.7%)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현행 5년 단임제가 41.9%로 가장 높았고, 4년 연임제(33.2%)가 뒤를 이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개헌 국민투표 시기는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 응답이 61.1%로 가장 높았다. ‘2028년 총선과 동시 실시’는 30.7%, ‘2030년 대선과 동시 실시’ 7.0% 등의 차례였다. 민주당(65.6%)과 국민의힘(58.6%)에서 모두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박재익 에스티아이 책임연구원은 “개헌 찬성이 반대 여론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며 “개헌 국민투표 시기로 내년 지방선거를 선호하는 응답이 60%를 넘는 등 조기 개헌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제헌절인 지난 7월17일, 취임 뒤 처음으로 개헌의 필요성과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우리 헌법도 달라진 현실에 맞게 새로 정비하고 다듬어야 할 때”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선 4년 연임제와 감사원 국회 소속 이관,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한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장나래 기자

안녕하세요. 한겨레 장나래입니다. 보내주시는 귀한 제보 소중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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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경기도 4.5일제, RE100 잘됐으면"…김동연 "'당정대경' 원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9/11 07:42
  • 수정일
    2025/09/11 07:42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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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與 반도체산업 현장간담회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경기도청을 찾아 경기도와 예산정책협의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이에 앞서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산업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 인사말에서 "경기도에서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는데 이것도 테스트베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잘 됐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276억 원 예산을 확보했다. 대한민국 전체가 4.5일제를 시행할지 모르는데 경기도에서 여러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안을 잘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경기도가) '경기 RE100'을 실천하고 있는데 앞으로 RE100 시대를 대비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고 할 정도로 너무너무 중요한 국가 성장전략"이라고 강조하며 "김 지사께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RE100도 잘 정착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모두발언에서 "경기도는 국정의 제1동반자로서 국민주권 정부와 함께 준비된 비전과 축적한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해 나갈 것"이라며 "'당·정·대' 원팀보다 더욱 강력한 '당·정·대·경(경기도)' 원팀으로 국민의 성공,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다.

 

정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경기도청 방문 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1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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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자가 해냈다" 61년 만에 바로잡힌 검찰·사법부의 흑역사

61년 전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단 이유로 가해자로 몰렸던 최말자씨가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에서 무죄 결과를 받아들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 김보성

"다음과 같이 판결합니다. 피고인은 무죄입니다. 재심 사건은 무죄를 받으면 결과를 공시하게 돼 있습니다. 원하십니까? "

불과 1분 남짓한 판결로 성폭행 남성에 맞섰던 피해 여성을 가해자로 몰았던 검찰과 사법부의 흑역사가 61년 만에 바로 잡히는 순간이었다. 재판부가 이를 공개하겠느냐고 묻자 최말자(79)씨는 당연한 듯 "네"라고 답했다. 동시에 무죄여서 항소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오자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법정 안에서 함께한 여성들은 활짝 웃으며 최씨를 반겼다.

최씨 사건 재심 재판부, 사과 없이 짧게 '무죄' 선고

10일 이른바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불리는 최말자씨 재심 사건의 결론이 내려졌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부산법원종합청사 352호 법정에서 선고기일을 열어 최씨의 중상해 등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라고 인정된다. 상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판결했다. 기나긴 시간 끝에 이날 재판부는 성폭행을 시도하는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문 건 최씨가 자신의 신체와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 한 행위라고 재판단했다.

61년 전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단 이유로 가해자로 몰렸던 최말자 씨가 10일 부산지법 재심 선고에서 무죄 결과를 받아든 뒤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김보성

최씨는 18살이던 1964년 성폭력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되레 가해자로 몰려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오점이었지만, 형법학 책과 법원 100년사 등에 실리며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다툰 대표적 판례로 거론해왔다.

그러나 이번 재심으로 내용을 다시 써야 할 판이다. 평생 억울함 속에 살아온 최씨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용기를 내어 지난 2020년 재심을 청구해 받아낸 결과다. 그는 잇달아 기각 결정이 나와도 굴하지 않고 문을 두드렸고 지난해 12월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 2월 부산고법 재심 개시를 끌어냈다.

공판기일에서 구형, 최후변론까지 한 번에 진행되면서 속도감 있게 선고일이 잡혔다. 지난 7월 검찰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이로부터 한 달여 이후인 이날 법원도 무죄를 결정하면서 다음 바통을 이어받았다. 최씨가 재심을 시작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법정 밖을 나온 최씨는 후련한 마음으로 "최말자는 무죄다" "최말자가 해냈다"를 여러 번 외쳤다. 그 옆으로는 "정당방위 인정" 손팻말을 든 수십 명의 여성단체 회원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이들은 이번 판결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짚으며 평생을 싸운 최씨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 속에는 검찰과 달리 별다른 반성이 없는 사법부를 향해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선고를 지켜본 권아무개(40대) 씨는 "판결이 짧아 좀 화가 난다. 오랫동안 고생한 최말자님께 과거 법원을 대신해 정중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인 김진주(가명)씨도 현장에 나와 "저라면 최 선생님처럼 61년을 기다리지 못했을 것 같다.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라며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바뀌어 무죄가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

판결 직후 부산변호사회 건물로 자리를 옮긴 여성단체들은 국가에 책임을 묻는 작업까지 최씨와 같이하며 더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로 몰리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이 재심으로 성폭력 사건을 바로 잡은 최초의 사례란 점을 부쩍 강조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61년 전 최씨를 법적 가해자로 몰았던 그 장소에서 그날과 완전히 다른 결정이 나왔다.

"61년 전 수사 재판 과정에서의 잘못, 즉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뒤바꾼 큰 과오를 재심을 통해서 바로잡았습니다. 그간 적지 않은 피해자들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래서 이번 판결이 관련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무죄인데도 성차별적 편견과 인식 때문에 오판되었던 사건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준 최말자님 덕분에 다시 기회를 얻었습니다...(중략) 또 재심 개시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만으로도 사유를 인정한 역사적 판결입니다.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김수정 변호사

만감이 교차한다는 최씨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껏 달려올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성폭력에 맞서 대항했을 뿐인데도 가해자가 됐던 과거를 벗어나 이제 희망을 만들고 싶단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 자신과 같은 억울한 사건을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는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기 위해선 엄단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성폭력 사건이 넘쳐납니다. 피해자들은 성폭행에 죽음까지 당하지만, 가해자들은 어떻습니까? 탄원서를 쓴다든지 하면 사형선고도 무기징역으로 또 (사회로) 나오기도 합니다. (중략) 그들에게 무거운 엄벌이 필요합니다."

61년 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최말자는 무죄다"를 외치고 있다. 최씨는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9.1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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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작심 비판…"우리국민·기업 활동 부당한 침해"

이유 에디터

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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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9.10 00:15

  • 수정 2025.09.10 01:01

  • 댓글 3

한국 대통령 공식 석상서 미국 비판 '이례적'

김용범 "한미 합의 없으면 MASGA 어렵다"

워싱턴포스트 "한국 내 분노와 혼란" 보도

이재명 "한미 정상회담, 지키기 위한 자리"

여야 대표회담서 "나라의 힘 길러야 생각"

캠벨, 한국‧일본 동맹국 압박 트럼프 비판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41차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체포, 구금 사태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톤은 '드라이'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향해 던진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미국이 무너진 제조업을 되살리고자 한편으로 회유하고, 다른 한편으로 압박하면서 한국 기업들을 유치해 놓고는 그 사업에 필수적인 인력이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해 주진 않은 채 그걸 '불법'이라며 무자비한 단속 조치를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이재명 "우리 국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

한국 대통령 공식 석상서 미국 비판 '이례적'

이날 이 대통령은 작심한 듯했다. 국무회의 모두 발언 첫머리부터 미리 준비한 메모를 꺼내 트럼프 행정부의 "부당한 침해"를 거론했다. 지난 70년의 한미 동맹 사상 한국 대통령이 이렇게 공식 석상에서 미국을 향해 단도직입으로 문제를 제기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불과 열흘 전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더 발전적 한미동맹의 미래에 의기 투합을 했다는 여긴 이 대통령으로선 한국민 300여 명이 '범죄자'처럼 끌려 나오는 사태는 한국민과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느꼈음 직하다. '국민주권 정부'을 기치로 내건 이 대통령으로선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앞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4일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노동자 475명을 체포했으며, 그 과정에서 쇠사슬과 밧줄 등으로 묶어 끌고 나오는 폭력적이고 반인권적 장면을 연출해 공분을 샀다.

물론 비자 문제가 있었다. 미 현지에서 숙련된 인력을 고용하기가 힘든 한국 기업들은 자체 인력을 미국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고, 미국이 비자를 충분히 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들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뒤 일을 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불법 체류자 취급을 한 것이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연합뉴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반미 정서 한국 내에서 빠르게 확산 중

"미국, 투자 압박 위해 고의로 벌인 일"

당연히 한국 내에선 거센 반발이 일어났고 반미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6일 광화문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미 이민 당국의 행태를 규탄하고 트럼프가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상임대표도 7일 페북을 통해 "동맹국이라면서 동맹국 국민을 이렇게 야만적으로 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묻고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미국에게 모욕을 당하며 빼앗기고 수갑에 채워져 갇히기까지 하면서 한미동맹을 떠받들며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도 8일 '한국 내 분노와 혼란'이란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은 무역거래를 통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대다수가 동맹의 정신에 반한다고 보는 (트럼프의) 조치들로 인해 충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의 야당 의원, 전직 정부 관리, 이념적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상궤를 벗어났고" "충동적이며", "모순적인" 행동이라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정말 할 말을 잃었고 화가 난다. 우리는 미국에서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뺨을 맞은 격"이라는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의 발언도 소개했다.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6일 광화문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노동자 폭력적 단속을 규탄하고 트럼프가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5. 09. 06 [촛불행동 제공]

워싱턴포스트 "한국 내 분노와 혼란" 보도

김용범 "가장 강한 톤 우려와 유감 표명"

대통령실의 입장도 이런 시민사회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일하러 가신 분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항의를 통해 구금된 한국 노동자 300여 명이 곧 석방되고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하기로 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7일 트루스 소셜 등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비자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혀 사태는 일단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10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조지아주 현지로 보낼 예정이며, 구금됐던 한국 국민들은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국민들께서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일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해 국민에 사과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실질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상호 신뢰와 동맹 정신에 따라 교섭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참여할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2025.8.27 연합뉴스

김용범 "한미 합의 없으면 MASGA 어렵다"

김종대 "미국 노골적 협박 얼마나 버티나"

이번 미 이민 당국의 사상 최대 불법 이민 단속 작전의 표적을 한국으로 잡은 것은 일본이 트럼프 입맛에 맞게 5500억 달러 투자 문서에 서명한 것과 같이 한국도 관세 협정과 투자 문서에 서명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김종대 전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9일 시민언론 민들레 칼럼을 통해 "일본과 같은 굴복을 한국에 요구하는 트럼프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대통령실이 미국의 노골적인 협박에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이재명 정부가 만약 이 협박에 쉽게 무릎을 꿇는다면? 단순한 외교적 굴욕이 아니다. 국가의 근간이 흔들린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실장은 현재 자동차 관세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의 세부 사항을 놓고 한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임을 인정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김 실장은 "일본과 외환보유고도 차이가 있고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투자)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 문제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같이 고민하고 미국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해답을 달라 (요구하고 있고) 그 문제에 와서 교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MASGA(조선 협력)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되기 어렵다. 우리가 어느 정도 내세울 것도 있으니 종합적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 자동차의 관세 인하가 지연되는 상황에도 "우리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데 단기간에 자동차 산업의 관세 차이를 좁히겠다고 서둘러 합의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당장 우리 경제와 민생에 부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겠다는 뜻인 셈이다.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재명 "한미 정상회담, 지키기 위한 자리"

여야 대표회담서 "나라의 힘 길러야 생각"

당연히 '국익 중심 실용 외교'를 내건 이 대통령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5천 만 국민의 민생과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좀처럼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 이 대통령도 여러 자리에서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8일 여야 대표 회동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제가 공개석상에서 '나라의 힘을 길러야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뭘 얻기 위해 하는 회담이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것이자 뭔가를 지키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우리 전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 대외 협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수석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조만간 미국, 일본 순방을 가게 된다. 현재 국제 정세와 무역질서가 재편되는 중에 풀어야 할 현안이 너무 많다"면서 "제가 정말 고민되는 것은 국가의 국력을 키워야 되겠다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힘 만능주의가 판치는 국제정세 속에서 약소국 대통령이 느낄 법한 감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9.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아시아 차르'로 대중국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무 책임자였던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 혼자선 중국을 당할 수 없다'란 7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의 강경 전술은 미국이 끌어들여야 할 경제권을 겨냥한다. 일본, 한국, 유럽과의 거래도 대체로 양자 무역 적자 축소, 관세 수입 증대, 모호한 투자 약속 확보에 초점을 맞출 뿐, 중국 균형과는 무관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동맹들은 그의 방식을 '월세 받는 집주인 같다'고 공개적으로 비유했다. 세계에서의 미국의 인기는 급락했고, 많은 나라에서 중국보다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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