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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폭력의 분출, 끝나지 않은 ‘파시즘’

싫어하는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제거하려는 파시즘적 폭력

 

12·3 내란 사태와 탄핵 가결 이후 극우 파시즘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전후로는 우익 포퓰리즘에 관한 논의가 흥했다가, 이제는 극우 파시즘 이야기로 넘어간 듯하다. 전보다 사태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사회에서 정말로 극우 파시즘이 전면화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민주공화정을 내놓고 부정하고 폭동, 난동을 일으키고 중국인을 위시한 외국인 및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것을 보면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특히 30세 이하 청년층 그중에서도 청년 남성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 특히 대학교 ‘과잠’을 입고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과 포옹하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윤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며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 식당이 밀집한 골목에서 난동을 부리고 상인들에게 폭언을 내뱉는 등, 폭력적인 극우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주로 청년들로 이뤄진 윤석열 지지자들이 건대입구의 양꼬치 거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혐오 표현을 하며 직원들과 충돌했다. ⓒ유튜브 캡처


이들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윤어게인’을 외치며 난동을 부려서 극우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어서 극우인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말인즉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고 탄핵 및 파면에 반대하지 않으며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여론조사 통계상으로는 ‘비극우’로 분류되는 사람들 안에서도 극우주의의 맹아가 암약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난 3월 ‘친구의 단톡방에 가슴이 철렁한다’라는 글에 썼듯이, 심지어 ‘탄핵 찬성 측’, 조기대선 프레임에 대해 ‘정권교체’에 공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안에도 극우주의의 맹아는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과격함의 힘’이라고 부른다.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나 뚜렷한 이념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은,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강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다만 그 힘이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이나 선동이 가해지기만 하면 폭력적이고 극우적인 방향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청년의 보수화’라는 명제에 대해 ‘청년의 과격화’라는 명제로 응수해왔다. 방금 말한 것처럼 약간의 자극만 가해지면 곧바로 공격성으로 ‘급발진’하는 과격함의 경향의 원인을, 나는 정치와는 무관한 영역에서 찾고자 한다. 바로 감수성의 빈곤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수성이란, 흔히 이해되는 것처럼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부터 쏟고, 계절이 바뀌고 기온과 습도의 변화에 따라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을 가리켜 감수성이 풍부하다 혹은 예민하다고 할 때의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말하는 감수성은 자신의 감정 상태의 변화, 신체가 경험하는 일체의 감응에 대한 성찰력을 가리킨다. 슬픈 영화든 기온이나 습도 변화든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해지는 자극에 대하여, 의식하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하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콜롬비아 출신의 신경과학자 로돌포 이나스(Rodolfo Llinas)는 인간의 마음이란 ‘내부화된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생물체가 진화를 거치고 뇌를 발생시키면서 생물체의 운동이 바깥으로만 표출되지 않고 일부는 신체 내부로 접혀 들어간다. 예컨대 단세포생물은 일체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행동하는 데 반해 뇌가 있는 생물은 즉시 반응하는 대신 일부 자극은 무시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일말의 지체를 두고 반응한다. 이러한 지체, 간극으로부터 계산, 판단, 생각이 발생한다. 이 간극 안에 자극의 입력에서 반응의 출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회로가 생성된다. 이것이 곧 마음의 탄생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에 대해, 이 복잡한 회로를 거쳐 분석하고 계산하여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성장 과정에서 누적해온 경험에 비추어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한다. 나는 이 회로가 단순한 사람을 가리켜 감수성이 빈곤한 사람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어린이를 웃기거나 울리기가 그토록 쉬운 이유가 어린이는 아직 이 회로를 성숙히 발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이 경험하는 불쾌한 감각과 그로 인한 기분 나쁜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악부터 쓰고 울음부터 터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취학 아동의 수준을 밑도는 빈곤한 감수성, 뇌내 회로의 단순함을 노정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갈수록 더 노골화되는 문해력과 어휘력의 저하 경향과 맞물려 전례 없는 퇴행을 야기하고 있다. 한 방송에서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빈곤한 문해력으로 인한 맥락 파악의 무능력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특정 단어에만 반응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공격하고 제거하려는 파시즘적 폭력


자신들이 싫어하는 어떤 것을 표상하는 특정 단어나 특정 이미지가 보이면 열불나고 뒤집어지는 사람들을 최근 몇 년간 많이 본 것 같다.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대표적이며 한 유튜브 방송 자막에서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썼다는 이유로 불거진 ‘논란’ 등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모르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자기를 무시하냐며 다짜고짜 화를 낸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참을성 없는 ‘급발진’은 현실에서의 폭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어느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이 숏컷 머리스타일을 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일면식도 없던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다소 거슬리게 하는 특정 단어나 이미지에 집착하여 반사적으로 반응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차원적 인간이 한국사회 전면에 드러난 순간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 커뮤니티 발 혐오적 ‘밈’들에 물들어 페미니즘이나 정치적 올바름 등 포용적, 진보적 의제들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반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그것을 아주 조금이라도 연상케 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면 곧바로 ‘긁혀’ 폭주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자극의 입력부터 출력까지의 회로의 거리가 0에 수렴한 아메바적 인간의 탄생이다. 지금 목격되는 ‘극우 파시즘’의 양상은 그 반감 및 불쾌감의 대상이 중국과 중국인으로 옮겨간 것의 결과며, 그 대상은 앞으로도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옮겨갈 수 있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정이론의 권위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자기 인정(self-recognition)의 관건이 자신의 심신 상태의 변화를 성찰하고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가지는 감정은 실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에서만, 그것을 어떻게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파악 가능한 무언가가 된다. 그 적절한 표현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 하면, 우리가 사회화 과정에서 남들과 소통하면서 습득한 언어의 지평에서다. 사람들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서로 공유하는 언어를 이용해 다양한 내면의 느낌들을 이해하도록 학습했기 때문에 서로의 심리상태를 상호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익숙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11 ⓒ뉴스1


무언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그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면 아직 그것을 언어화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학습해놓은 어휘의 지평으로부터 그 느낌에 근접한 언어를 찾아내든 조합을 해내든 하는 식으로 낯섦을 상쇄하여 그것을 명확히 표현하려 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성찰과 계산, 판단을 위시한 일정 수준의 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과 자기 인정은 서로를 전제한다. 주체가 자신의 욕구나 느낌을 표현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이다. 자기 인정은 타인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지평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타인에 대한 인정을 전제한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들이 잘 알아듣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어휘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공론장에서 점잖게 표현할 어휘와 수단을 찾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때로는 폭력을 수반하며)강렬하게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기 인정에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 인정의 실패는 타인들과의 인정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인륜성의 토대를 위태롭게 만든다. 자기 인정의 실패는 극심한 나르시시즘과 이기주의를 낳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일체의 자극에 대한 반응과 판단의 근거를 오직 자신의 기분에서만 찾게 된다. 세상을 대하는 모든 시각이 자기 자신에게로 좁혀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바로 눈앞에서 없애버리려고 달려든다.

오늘날의 정치적 국면에서 당장 극우적, 파시즘적 언동을 노출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처럼 반감을 느끼는 무언가에 대해 반사적으로 공격적인 반응부터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이 나날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연대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들이 집단으로 결집하여 내는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가치도 지향도 없고 다만 자신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뿐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며 교육학적, 감성학적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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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내홍에 중앙일보 “몰비전, 몰가치의 결과”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힘 후보 단일화 놓고 갈등… “정상적 모습 아니야”

동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데, 비전 대결 실종”

김대중 조선 칼럼니스트 “‘이재명 아닌 대통령’ 중요” 국정 이원화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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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5.05.06 07:35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사진=국민의힘, KBS 방송화면 갈무리

6·3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3차례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대선후보와 경선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수 일간지에서도 “기득권만 집착한다”(조선일보),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중앙일보), “나라 정상화 논의는 실종됐다”(동아일보)등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당무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5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에게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단일화 놓고 국힘 내 갈등에 동아일보 “권력 투쟁에만 몰두”

요 종합일간지는 6일 1면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두고 당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소개했다.

경향신문 <당 후보 코너 모는 국힘… 김문수 “방해 땐 조치”>

동아일보 <대선 4주앞, 김문수-黨지도부 단일화 충돌>

서울신문 <김문수·당 지도부 ‘단일화 충돌’>

세계일보 <김문수·국힘 지도부 ‘단일화’ 파열음>

조선일보 <국힘 ‘韓과 단일화’ 촉구에, 金 “후보 지원하라”>

중앙일보 <“후보 뜻 따라야” “빨리 단일화를” 김문수·당 충돌>

한겨레 <김문수 “일방적 단일화 유감”… 권영세 “11일까지 매듭을”>

▲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동아일보는 단일화 갈등이 봉합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 <黨 지도부, 한밤 金 찾아가 면담… 단일화 갈등 봉합은 미지수>에서 “단일화 시기를 두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큰 간극을 보인 가운데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긴급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사실상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5면 <김문수, 당무 우선권 꺼내 저항… 당 지도부, 파국 피하려 봉합>에서 “김문수 후보가 5일 당 지도부가 제시한 ‘조기 단일화’ 일정에 반발하며 ‘당무 우선권’이 대통령 후보인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 주류가 사실상 ‘후보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문수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를 했다. 안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빨리 일정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자신은 지난 2일 김 후보와 통화에서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6일 중앙일보 사설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 상황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 <김·한 단일화 삐걱…가치보다 정치 셈법 앞세운 탓 아닌가>에서 “비전 경쟁 없이 지지율 숫자로만 단일화 승부를 가르는 정치공학으로는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선을 앞둔 후보 단일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어느 정당에서나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곧바로 당 외부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라며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의 처신도 적절하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정 운영 청사진이나 구체적 공약 제시도 없이 일단 단일화하자고 서두르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김·한 두 후보 사이의 삐걱대는 단일화 추진 양상은 이런 몰비전, 몰가치의 결과”라며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세력이 왜 다시 국정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의 설득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D-4주’ 단일화와 사법 리스크에 묻힌 대선, 이게 정상인가> 사설을 내고 “반헌법적 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데도 어떻게 나라를 정상화하고 미래로 나아갈지에 대한 논의나 비전 대결은 실종됐다”며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민심의 외면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망각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노출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는 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 방식을 통해 한덕수 예비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모두 국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유권자에겐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이 중요하기에 이를 위해선 보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보수 국민에게는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제안하고 싶은 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가 형식은 단일화하되 실질적으로는 이원화해서 두 사람의 장점을 결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제이되 내각책임제 같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 사람은 국가를 대표해서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다른 한 사람은 국정을 책임지는 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6일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후보 주변은 단일화 신경전, 탈락자들은 외면, 열세 여권의 풍경> 사설에서 “지금 단일화 협상은 희생과 결단보다는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통합보다는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힘 대선 후보 선출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후보 단일화 기대감,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선거법 파기환송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힘이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단일화 협상에서 기득권만 집착한다면 이런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 “삼권분립 부정하는 태도”

더불어민주당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사법리스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파기환송심 일정을 대선 뒤로 연기하라고 했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6일 한국경제 사설

이를 두고 한국경제는 사설 <“재판하면 탄핵하겠다”… 도 넘은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에서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재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 사건에 대해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판결해야 한다는 ‘6·3·3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 운운하며 적반하장 식으로 법원을 몰아붙이고 있다.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 언급은 정치적 공세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헌법상 기본 원리이며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조건인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라며 “국민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떳떳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의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 李 방관만 해서야> 사설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2심 무죄 판결은 ‘정의’라고 했던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은 ‘법원의 대선 개입’, ‘사법 내란’이라고 몰아붙인다”며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로 이 후보는 대선에서 이겨도 정통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시비로 우리 사회는 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혼란을 야기한 이 후보는 대법원 판결을 놓고 다투기에 앞서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도리다. 민주당의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도 이 후보가 중단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재판 미루라며 탄핵 협박하는 민주당, 사법부도 통제하나>에서 “피고인 측이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원이 거부하면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후보가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게 된 것이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갑자기 일어난 일도 아니고, 그 책임이 법원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재명 후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게 사태의 책임을 묻는 다른 신문과는 달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번 혼란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선거 개입 않겠다고 직접 밝혀야>에서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사법부는 기존에 하던 재판도 멈추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법적으로 3개월 안에 하게 돼 있는 상고심 재판을 36일 만에 해치웠다”며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의 재상고심은 중단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6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대법원장 탄핵’ 속도조절 민주당, 모든 상황 대비해야>에서 “민주당은 최악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희대 대법원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 박탈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이 사법부의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허물어뜨린 이번 일은 나중에라도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 책임 규명을 위한 조처가 탄핵 추진과는 별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선 시작과 끝은 ‘국민 주권 발현’, 사법부도 존중해야> 사설에서 “‘졸속 재판’ 시비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하고 키웠다”며 “대법원은 혼란의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파기환송심부터 불공정한 오해·시비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약금 면제 요구? 세계 “압박 지나쳐” 경향 “고객은 피해자일 뿐”

SK텔레콤의 해킹 사태에 대한 가입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5일부터 신규가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동아일보는 12면 <SKT, 대리점서만 신규가입 중단… “반쪽”> 보도에서 “일반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SK텔레콤으로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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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세계일보 사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와 관련 세계일보는 사설 <SKT 해킹 책임 크지만, 위약금 면제 압박은 지나쳐>에서 “도가 지나치다”며 “위약금 면제는 때아닌 이통사 갈아타기를 증폭시키며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은 수조원대 손실을 입고, 회사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최악의 유심 혼란, SKT ‘피해자 중심’ 대책 세워야> 사설에서 “회사는 위약금 면제가 거액의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가입자 이탈도 늘릴 수 있어 결정을 미루는 걸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는 회사 귀책 사유가 크고 고객은 피해자일 뿐이다. 소비자 편익 보호를 앞세우지 않는 대책은 사태 진정과 신뢰 회복까지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가입자 민원·분노가 폭발하자 뒤늦게 유심 교체 방침을 내놓았지만, 물량 부족에 오픈런까지 유심 대란 사태를 불렀다. 이런 결과는 1위 이동통신사가 소비자 구제·신뢰보다 회사 손실 줄이기에 더 골몰한 탓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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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탄핵 '타이밍' 재는 민주…이재명 선고 '원천 차단'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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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5/06 09:00
  • 수정일
    2025/05/06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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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5.06 02:10

  • 수정 2025.05.06 04: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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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대법원까지 가기 전에 서울고법 단계에서 선고가 나오는 걸 저지해야 한다. 선고가 강행될 조짐이 보이면 바로 탄핵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을 둘러싼 민주당 대응 방침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대한 탄핵소추에 사실상 시동을 걸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지 않을 경우 탄핵 추진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2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재판부가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일정을 변경할지 여부를 '11일 밤'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11일을 넘기면 민주당이 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지, 아니면 15일 첫 재판 상황까지 지켜볼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을 이유로 불참할 경우 재판부가 어떻게 나올지 좀 더 따져봐야 할 다른 여러 변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입법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전략‧전술을 총동원해 대선 전에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오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5.5. 연합뉴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월 1일 조희대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는 극단적 퇴행의 끝판왕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사법쿠데타를 일으켰다"며 "선거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지고지성(至高至聖)의 숭고한 주권 행사의 장이다. 그런데 조희대 사법부는 적법 절차의 원칙, 사법 자제의 원칙,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모두 버리고 국민의 잔치 한가운데로 칼을 휘두르며 난입했다. 이는 관권선거를 넘어선 판권(判權)선거로, 국민 주권에 대한 도전이자 헌법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는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인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11조를 들어 "이는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을 두텁게 보호하라는 헌법 정신의 발현"이라며 "그 어떤 행정 권력과 사법 권력으로도 주권자 국민이 가진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1 사법쿠데타는 이재명에 대한 사법 살인을 기도한 것을 넘어 국민의 참정권을 향한 사법 사냥을 시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국민이 입법부에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조희대 사법부의 광란의 행진을 반드시 막겠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법봉보다 국민이 위임한 입법부의 의사봉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혔다.

특히 "조희대 사법부는 앞으로 6월 3일 선거전까지 선거 당사자인 후보를 5번이나 재판에 불러 앉힐 것이라고 한다. 선거 개입을 넘어 사법부에 의한 사실상의 선거 방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요청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의 등록이 완료되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12일 이전까지 선거운동 기간 중 잡혀있는 출마 후보들에 대한 공판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물맑은시장에서 열린 '골목골목 경청투어'에서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5.5.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이번 대선 후보자 등록 기간은 10∼11일이며, 12일부터 대선일 전날인 6월 2일까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다. 윤 본부장은 명분을 갖춰 '출마 후보들'이라고 포괄적으로 지칭했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방점이 찍혀 있음은 물론이다. 이 후보는 대선 때까지 5월 13일(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15일(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20일(위증교사 사건 2심), 27일(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6월 3일(위증교사 사건 2심) 등 무려 5건의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3개의 재판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관건은 피선거권 박탈의 명운이 걸려 있는 15일 파기환송심이 대선 뒤로 연기되느냐 여부다. 윤 본부장은 한 기자가 "12일까지 연기를 안 하면 그때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 절차에 즉각 돌입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묻자 부인하지 않고 "12일까지 연기하지 않으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입법부에 국민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사법쿠데타가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고 거듭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필요 최소한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확대 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명백히 고등법원의 재판 진행은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 그것을 방해하면 헌법을 파괴하고 국민 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신해서 입법부가 응징하겠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사법부의 선거 개입을 막을 방법이 이미 다 마련돼 있다"며 "11일 밤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참정권을 유린하는 헌법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그것이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본인들의 이력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민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나아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이에서 '이재명 죽이기'를 도모하며 파기환송심을 기획한 특정 세력을 겨냥한 듯 "사법쿠데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내란 세력에게도 경고한다. 6월 항쟁 후 우리 선거사에 관권 개입, 사법 난입 선거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헛된 망상을 버리고 즉시 선거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11일 밤까지 기다려본 뒤 이 후보 재판이 연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신속하게 '결행'에 나설 수 있도록 조희대 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미리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가 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제때 표결을 못하면 '일사부재의'(안건이 한번 국회에서 부결되면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동일 안건을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하는 것)에 걸려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발의를 해도 무조건 24시간이 경과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급하게 표결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발만 동동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발의했다가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탓에 '타이밍'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이르면 12일쯤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24시간이 지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서 때를 기다리다가 '결정적 순간'이 오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사위에 회부해두면 '72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탄핵안은 살아 있게 되고 원하는 시점에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경악은 했지만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당선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상고 제기 기간 7일(제374조),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제379조) 등 최소한 27일을 보장받기 때문에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나온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법원이 상식을 갖고 행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굉장히 안이한 것이다. 상고이유서 제출을 기다리지 않고 7일 만에 바로 판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대법원의 막무가내 행태를 감안하면 실제 그렇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비록 진보적인 법률가들 사이에서조차 "대법원이 법으로 규정된 피고인의 기본적 방어권 행사마저 무시하는 위법을 저지른다는 건 너무 나간 억측이고 극단적인 가정"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게 제기된 것도 사실이지만, 최전선에 서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 후보가 출마 자격을 잃을지 모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할 수밖에 없다. 한 번 실기하면 그걸로 끝이고 그 결과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귀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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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안아주며’… 두 어린이집의 특별한 어린이날 소풍

김혜윤기자

수정 2025-05-05 10:02등록 2025-05-05 09:53

지난달 30일 오전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 풋살장에서 하나어린이집과 효성솔빛길어린이집이 함께 연 ‘소소한 소풍’에서 하나 성재(오른쪽 둘째)가 솔빛길 루다를 안아주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번개 구름 비눗방울!”

어린이날을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 화도읍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솔빛길) 풋살장에서 시립하나어린이집(하나) 도한이가 비눗방울 총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외쳤다. 옆에 서 있던 솔빛길 은규는 공중에 둥실 떠다니는 비눗방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날 하나 아이들은 솔빛길의 따뜻한 초대를 받아 이곳에서 ‘소소한 소풍’을 함께 했다. ‘다름을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우리는 하나’를 주제로 한 어린이날 행사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시립하나어린이집은 남양주 최초 장애전담어린이집이다. 뇌병변과 자폐스펙트럼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영유아 17명이 생활하고 있다. 모두 일반어린이집이나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처음으로 장애전담어린이집에 입학했다.

하나·솔빛길 어린이집 원아들이 파라슈트 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번 만남은 두 어린이집이 함께 준비한 ‘역통합 교육활동’이다. 역통합 교육은 장애 어린이의 생활 공간에 비장애 어린이가 찾아와 함께 어울리는 교육으로, 아이들은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놀며 공감과 협력을 배울 수 있다. 행사를 앞두고 두 어린이집은 함께 산책하고 놀이하는 사전 만남을 했다. 초반에는 낯선 환경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본 행사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과자 따먹기 놀이 뒤 열린 체조시간에 “서로를 안아주세요~”라는 선생님 말에 하나 성재와 솔빛길 루다가 포옹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루다는 옆에 앉은 하나 예주가 과자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헤어지기 전 솔빛길 은서는 혼자 걷기 힘들어 유아차에 탄 하나 지아에게 직접 간식 꾸러미를 건넸다.

두 어린이집 아이들이 과자 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 성재와 솔빛길 리현이가 파라슈트 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명화 하나 교사는 “사전 만남 때는 겁을 먹고 울던 아이들이 있어서 조금 어려웠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요. 솔빛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인사도 하고, 나이를 묻기도 하면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어요”라고 했다. 유귀순 솔빛길 원장은 아이들이 점차 경계를 허물고 다가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편견은 어른들이 가지고 있었죠”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이번 행사는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날 ‘소풍’은 1시간 남짓으로 짧았지만,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하나가 돼 어우러진 따뜻한 첫 걸음이었다. 두 어린이집은 이날을 계기로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가는 기회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하나 예주(왼쪽 둘째)가 과자 먹는 모습을 솔빛길 루다가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30일 오전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 풋살장에서 하나어린이집과 효성솔빛길어린이집이 함께 연 ‘소소한 소풍’에서 하나어린이집 성재가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두 어린이집 아이들이 ‘상어가족’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선생님을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소소한 소풍’이 끝나고 솔빛길 원아들이 하나 원아들을 배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어린이집 아이들이 ‘소소한 소풍’에서 받은 선물을 들고 원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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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도 핵무장도 불가능하다면, 비핵무기지대는 어떨까? [정욱식 칼럼]

합의된 정의조차 없는 비핵화, 이젠 비핵지대로 바꿔야

마차가 말을 끄는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8월 한미연합훈련 유예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길로 다시 나서야

수정 2025-05-05 08:34등록 2025-05-05 08:08

차기 정부가 국민과 함께 짊어질 가장 무거운 짐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핵문제’이다. “머리 위에 이고 살 수 없다”던 북핵은 나날이 커지고 많아지고 있고, 이게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며 펼쳐진 ‘미국 핵우산’을 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통 미덥지가 않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은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다지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체념적인 정서가 강해지면서 국내에선 자체 핵무장론이나 핵 잠재력 확보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게 도전적인 측면이라면 기회의 측면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 재구축”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6월 4일에는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심기일전해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다시 내디딜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존재하는 셈이다.

당위성을 떠나 비핵화는 종언을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당성을 떠나 자체 핵무장론도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한국의 비약적인 군사력 강화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대안처럼 추구되어왔지만, 한미동맹이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조선의 핵과 미사일 능력도 강해져왔다는 점도 톡톡히 경험한 바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가 휴전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70년 넘게 미국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왔다는 역사적 사실부터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두려움의 공감은 두려움의 소비보다 우리를 훨씬 이롭게 하면서 문제 해결의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 공유된 두려움은 군사적 안정에서부터 군비통제와 군축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비핵무기지대(비핵지대)를 차분하게 검토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주장을 내놓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 국내외 환경의 변화는 비핵지대를 공론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꾸며봤다.

- 비핵화와 비핵지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적으로 비핵화와 비핵지대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핵무기가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반도를 놓고 본다면, 30년 넘게 추구되었던 비핵화에는 정작 합의된 정의가 없는 반면에 비핵지대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이 주장했던 ‘조선반도 비핵화’는 자신의 핵무기 포기뿐만 아니라 미국 핵위협의 근본적인 해결을 의미했다. 반면 미국은 자신의 핵정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조선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로 국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권에 따라 달랐다. 이러한 비핵화를 둘러싼 동상이몽은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에 반해 비핵지대는 하나의 국제 규범으로 자리잡으면서 보다 분명한 정의가 존재한다.

- 한반도 비핵화에는 합의된 정의가 없다고 했는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지 않은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공동선언의 합의 주체는 “남과 북”이다. 핵심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적인 당사자에는 미국도 있고, 또 비핵화 협상은 북미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 주체는 남북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6자회담 협상에서 미국은 비핵화 합의가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미국의 권리까지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에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는 남북한이기 때문에 미국의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이렇듯 남북미가 공히 합의한 비핵화의 정의는 부재한 상황이다.

- 그럼 한반도 비핵지대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1999년에 유엔 군축위원회가 제정하고 유엔총회가 승인한 가이드라인에 기초하면 된다. 이 가이드라인에도 “핵무기의 개발, 제조, 실험, 보유, 배치, 접수, 반입 등을 금지”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비핵화의 개념과 같다. 그런데 비핵지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식 핵보유국들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인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가 해당 지대 국가에 대한 핵무기의 사용 및 사용 위협을 안 한다는 소극적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해당 지대에는 핵무기 배치도 금지한다는 핵보유국들의 의무도 담겨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지대는 한국과 조선이 조약을 체결하고 5대 공식 핵보유국들이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의정서를 체결하는 형태이다.

-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비핵지대는 실현 가능성이 있나?

물론 어렵다. 그런데 몇 가지 주목할 점은 있다. 우선 현재 세계 면적의 50%가 넘는 지역이 비핵지대인데, 여기에는 중남미, 아프리카,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일국 비핵지대인 몽골 등이 속해 있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인데 115개국이 비핵지대에 속해 있다. 이렇듯 비핵지대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실현되어왔다는 점은 한반도 핵문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또 비핵화는 30년 넘게 가봤지만 실패한 길이고, 비핵지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한반도 비핵지대로 바꾸자는 것인가?

그렇다. 비핵화라는 용어를 계속 쓰면서 내용적으로 비핵지대를 추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아예 용어를 바꾸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존재하지도 않고 합의하기도 힘든 비핵화의 정의를 놓고 더 이상 헤맬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비핵지대를 정의와 목표로 삼는 게 실용적이다. 또 조선은 비핵화라는 표현에 반감부터 표하는데, 비핵지대는 조금이나마 공감을 이룰 수도 있다. ‘조선반도 비핵지대’의 최초 제안자는 조선이고 비핵지대가 보다 공정한 문제 해결 방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결국 비핵지대도 조선의 핵폐기를 목표로 하는 것인데, ‘불가역적 핵보유’를 천명한 조선이 비핵지대라고 받아들이겠는가?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비핵화보다는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비핵화를 향한 접근은 대북 경제제재와 무력시위 등 압박에 치우쳤고, 조선이 핵을 포기하면 이것저것 해주겠다는 설득은 ‘그림의 떡’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비핵지대는 조선이 과거에 제안했고, ‘조선반도 비핵화’와 친화성이 있으며, 공정하고 균형적인 핵문제 해결을 포함하고 있다. ‘강압’에 의한, 그래서 실패를 되풀이해온 방식이 아니라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공감’을 통한 접근이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친북적인 주장이라고 비난하지만 비핵지대는 하나의 국제 규범이자 거의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핵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다. 그래서 조선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조선의 ‘명예로운 선택’과 한미일의 ‘공감을 통한 압박’ 사이에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 미국은 동의할까?

과거의 미국은 부정적이었고 현재와 미래의 미국의 입장은 알 수 없다. 1990년을 전후해 조선이 비핵지대를 제안했을 때,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주한미군 감축이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더 중요한 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미국·러시아·중국이 먼저 핵군축을 하고 조선 등 다른 핵보유국도 여기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의 핵군축’은 조선의 오래된 화법이다. 그래서 세계의 핵군축의 맥락에 조선의 핵군축도 담아내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지대를 추진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지대 완성은 불가능하겠지만 ‘한반도나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에 합의한다’는 첫발은 대딛을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비핵지대도 주장하는데, 중국이 핵을 포기할 리 없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동북아 비핵지대는 중국의 핵 폐기를 포함하지 않는다. 한국·조선·일본이 비핵지대 조약을 체결하고 중국을 포함한 5대 핵보유국이 의정서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제한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나의 견해로는 한반도 비핵지대를 먼저 추진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비핵 3원칙’을 내세워온 일본도 포함하는 방식이 어떨까 한다.

- 미국의 핵우산도 없어지는 건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핵보유국이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게 비핵지대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에 핵우산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어떤 핵보유국이 이러한 국제법적 의무를 저버린다면 다른 핵보유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 우리에게도 이점이 있나?

당연하다. 비핵지대에 다가설수록 핵전쟁의 위험과 북핵 대처 비용 및 한미동맹 강화 비용이 줄어들어 우리의 안보와 민생경제에 도움이 된다. 또 비핵지대가 창설되면, 한국에 대한 핵보유국의 위협도 국제법적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 그럼 비핵지대 실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우리에겐 아직 이 방식이 생소한 만큼, 우선 공론화가 필요하다. 또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군비통제’나 ‘핵군축’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도 요구된다. 어떻게 표현하든 단박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군비통제→핵군축→비핵지대’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짜야 한다. 무엇보다도 ‘마차가 말을 끄는 방식’에서 ‘말이 마차를 끄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북 제재 해결,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을 북핵 해결 막바지나 그 다음으로 상정할 것이 아니라 북핵 해결 앞에, 혹은 그 과정에 두어야만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향한 마차가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차기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올해 8월로 예정된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끝의 시작’을 도모할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2018년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트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 출처: 백악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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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경제를 몸으로 아는 사람... TK 민심 변하고 있다"



[인터뷰] 이재명 후보 캠프 합류한 보수정당 3선 출신 박창달 전 의원... "미래를 위한 결단"

  • 조정훈(tghome)

한나라당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창달 전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돕기로 하고 대선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 조정훈

 

"이재명 후보는 판단력과 추진력, 돌파력 등이 남달리 뛰어난 분입니다. 이분 같으면 욕을 먹더라도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가 경제와 국민통합인데 이재명 후보야말로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보수정당에서 3선을 지내고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를 역임한 박창달 전 국회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대 대선에 이어 21대 대선에서도 이 후보를 돕기로 한 박 전 의원은 "왜 이재명이냐"라는 질문에 "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에 대해 "TK(대구경북)의 아들이자 경제를 아는 실전형 후보"라고 평가하면서 "성남시장부터 경기도지사, 국회의원, 제1야당 대표까지 경험한 정치·행정·입법·사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TK지역의 정치 지형도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는 22.7%(대구 21.6%, 경북 23.8%)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3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처음에는 이재명을 몰랐지만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지역을 위해 그를 당선시키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이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윤석열을 지지하고 찍었던 보수와 중도층이 지난 3년을 보면서 실망감이 너무 컸다"며 "특히 계엄을 보고 놀란 일부 보수층과 중도층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을 옹호했던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를 내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당에서는 해서는 안 될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국민의 심판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 대해서도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이기고 돌아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저분이 어떻게 대통령이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추운 겨울날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국민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중도층과 보수층을 만나 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대구와 서울에서 보수단체를 설득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도 계획하고 있다.

 

박창달 전 의원은 제15, 16,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특보단장과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상임 자문위원,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금은 대한민국 헌정회 고문으로 있으면서 대구에서 시민단체인 나라사랑국민통합연대를 이끌고 있다.

 

이재명, 대구경북과 대한민국 경제 살릴 수 있는 후보

 

지난 4월 30일 박 전 의원을 나라사랑국민통합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한나라당 3선 국회의원 출신인 박창달 전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돕기로 하고 대선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 조정훈

- 보수 정치인임에도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선대본부 대구경북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번에도 이재명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유가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는 대구경북의 아들이다. 판단력과 추진력, 돌파력 등이 남달리 뛰어난 분이다. 이분 같으면 욕을 먹더라도 대구경북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 돕기로 했다. 이 후보만큼 경제를 아는 후보가 없다고 본다. 성남시장부터 경기도지사. 제1야당 대표까지 하면서 굉장히 많은 경험을 했고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경제와 국민통합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거치면서 진영이 갈라지고 국민들은 더 어려워졌는데 이 후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 지난 대선과 이번 대선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보수와 중도층에서 윤석열을 찍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걸 일부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실망감도 매우 컸다. 대구경북에서도 이재명 후보에 대해 많이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을 잘 몰랐지만 이제는 이재명을 당선시켜 TK의 경제를 살려보자는 인식이 강하다."

 

- 지난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보수정당에서 45년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돌아서니 놀라는 사람도 많았고 왜 저러지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민주당 안에서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이 있었다. 그게 많이 힘들었다. 선거가 끝난 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설명했더니 이해하는 사람이 많더라."

 

-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돕다가 이재명 후보를 돕기로 하고 돌아섰는데?

 

"당시 홍준표 선대위 대구경북 총괄본부장을 했는데 당원들도 홍 후보를 도와주지 않았다. 김용판 전 의원 외에는 거의 모든 의원들이 윤석열에게 가 있더라. 그래서 많이 실망했다. 윤석열은 보수를 괴멸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물론 이분들이 잘못한 게 있고 보수의 잘못도 있다. 그래도 홍준표는 당이 힘들고 어려울 때 지켜온 사람인데 많은 당원들이 윤석열을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다. 그 이후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보다 이재명 후보가 나라의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이재명을 지지했다."

 

-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은 23%를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의 득표율을 예상하나?

 

"대구경북의 유권자들 인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35%는 득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득표율도 55%는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 떠나는 청년들, 돌아오게 만들어야

 

-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비상계엄을 일으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어떻게 봤나?

 

"처음에는 안 믿었다. 박정희나 전두환이 계엄을 하더라도 국회에는 난입을 안 했다. 헬기를 띄우고 군인들을 국회에 난입하도록 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우리나라는 또다시 독재국가로 전락했을 것이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인데 최소 무기징역 아니면 사형밖에 없다.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 많은 시민들이 계엄을 막기 위해 국회로 달려왔고 탄핵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왔다. 또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거리에 나오면서 혼란스러웠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많은 국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온 모습을 보며서 빨리 탄핵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 국민들이 고맙다. 반면 계엄을 옹호하고 법원에 쳐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선동하는 사람들은 정치권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시민들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면 안 된다. 윤석열이 법집행을 거부하고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탄핵이 인용된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이기고 돌아왔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내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겠다. 서울 가서 중도와 보수를 만나 이재명 지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백 개 보수단체가 있는데 그들을 찾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TK지역은 권오을, 이인기 전 의원이 맡아서 하겠지만 나도 업무를 분담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지난번 윤석열을 찍은 분들도 연락이 많이 온다. 그분들을 모아 지지선언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 대선 이후의 역할도 생각하고 있나?

 

"대선이 끝난 후 역할이 주어지면 그때 생각할 일이다. 이제는 대구에서 젊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민주당도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면 지역에 많은 도움이 된다. 중앙과 지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 후배들의 정치적 진로에 도움이 되는 심부름꾼 역할도 하겠다."

 

- TK지역 유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제 지역에서도 마음을 열어야 한다.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은 국가를 위해, 후손들을 위해 어떤 길이 좋은지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되지 않는다. 젊은 인재들이 수도권에서 시험치고 거기서 학교에 다닌다. 그리고 대구에 돌아오지 않는다. 대구를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돌아오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이재명이다. 욕을 먹더라도 그분들을 만나 설득하겠다."

 

#박창달#이재명지지#대구경북#보수정치인#윤석열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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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총리 한덕수-계엄부역 김문수를 구속하라

내란총리 ‘매국노’ 한덕수

계엄 부역 ‘일본사람’ 김문수

개헌 꼼수, 내란범을 구속하라

내란 총리 한덕수가 개헌을 공약하며 대선에 출마했다. 국민의힘은 계엄령에 부역한 김문수를 후보로 확정하고 단일화를 약속했다. 혹자는 이들이 출마 자격이 없다고 하지만, 당장 절박한 것은 이들의 구속이다.

국민을 향해 총을 겨눈 내란세력이 대선 후보에 출마한 것은 주권자를 향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개헌과 단일화로 국민을 현혹하지만, 이에 속을 만큼 유권자는 어리석지 않다.

무엇보다 이로서 대선 구도가 명확해졌다. 내란청산이냐? 내란권력 연장이냐?

내란총리 ‘매국노’ 한덕수

내란총리 한덕수는 12.3 계엄 쿠데타에 직접 연루된 공범이다. 계엄령 선포 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장본인이며, 비상계엄 실행을 위한 행정절차를 방조한 최고위 행정 책임자다.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이후 헌법을 지켜야 할 국무총리가 내란 공범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하고, ‘내란 특검’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내란 수사 차단에 몰두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내란 권력을 대행하고 급기야 내란 정권을 연장을 위해 대권에 도전했다.

내란총리 한덕수는 외교와 통상 영역에서도 국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대변해온 자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추진했고, 외환은행을 먹튀 자본 론스타에 팔아넘겨 국부를 유출했다. 최근 한미 2+2 통상협의를 추진해 트럼프의 동맹약탈 전략에 편승함으로써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의 표현처럼 그는 “뼛속까지 매국노”다.

계엄 부역 ‘일본사람’ 김문수

김문수는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국회가 계엄령에 대한 국무위원의 사과를 요구했을 때 혼자만 일어나지 않고 앉아 있던 인물이다. 국무위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고, 계엄령에 부화뇌동한 자다.

내란죄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3계엄선포를 찬성한 국무위원도 있다고 했는데, 김문수 장관이 지목되는 이유다.

그는 극우 관료주의와 뉴라이트 역사 인식으로 수차례 국민적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발언은, 일본의 조선강점을 합법화함으로써 식민지배에 면죄부를 주는 반역적 사고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일본 군국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파시즘을 표방한 것이다.

그는 민주노총과 전교조 해산 주장, 민중진영을 종북 좌파로 폄하,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등 내란수괴 윤석열과 똑같은 주장을 해왔다.

윤석열 아바타가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의 권리를 다시 총칼로 짓밟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가 출마하는 순간부터 계엄 망령은 다시 살아난다.

개헌 꼼수, 내란범을 구속하라

윤석열, 한덕수, 김문수는 12.3내란의 수괴, 중요임무종사자, 부역자다. 하나같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에게 총을 겨눈 내란 범죄자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반성은커녕 내란 정권 연장을 위해 대선에 나섰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탈옥은 계엄령을 용인한 사법 쿠데타였고, 내란공범의 대선 출마는 국민을 우롱하는 민주주의 폭거다.

최근 이들이 말하는 ‘개헌’은 내란범의 권력 복귀를 합법화하고 면죄부를 씌우려는 방탄 개헌이다. 헌법을 파괴한 자들이 헌법을 고치겠다는 것은 도둑이 금고 열쇠를 갖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권자의 이름으로 명한다. 윤석열을 재구속하라. 한덕수를 구속하라. 김문수를 구속하라.

데스크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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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칼럼] 조희대의 사법쿠데타, 막을 수 있다

유시민의 관찰

saulhe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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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지금이 바로 판사 탄핵 권한 써야 할 때"

이재명 완전 제거가 '그들'의 초고속 작전 목적

'그들' 하는 짓에는 '설마'가 통하지 않아

법률도 양심도 버린 위헌·위법 날치기 재판

이재명 압도적 당선만이 '사법 쿠데타' 종식

유시민 작가

대법원의 이재명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과 관련하여 명백한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여럿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의미 있는 사항을 추려보겠다.

1. 조희대 대법원장(이하 모든 인물의 직함 생략)은 직권으로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2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는 과정에서 대법원 내규가 정한 전원합의체 운영 절차를 대부분 어겼다.

2.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4월 22일 첫 회의와 4월 24일 두 번째 회의에서 충분한 토론을 하지 않았고, 최소한의 숙의 과정도 밟지 않았다. 열 명의 다수의견으로 파기환송 선고를 하기까지 겉보기로는 9일 걸렸지만 실제 심리 기간은 이틀에 지나지 않았다.

3. 다수의견을 담은 대법원 판결문은 이재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던 1심 판결문과 거의 같다. 법리든 사실이든 대법원이 새롭게 내놓은 것은 없다.

4. 열 명의 대법관들이 6만 쪽 넘는 하급심 소송기록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엇갈린 결론을 낸 하급심 판결문과 검사의 상고이유서 정도를 보고 판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재판정에 착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내란 동조자 말고 아무도 ‘그들’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을 것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의견을 낸 대법관 열 명은 조희대,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다. 천대엽은 법원행정처장이라 재판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한 노태악은 업무를 이유로 사건을 회피했다. 이흥구와 오경미는 강력한 반대의견을 냈다. 나는 그들 모두의 이름을 모두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조희대와 파기환송 판결에 동조한 대법관 아홉 명을 편의상 ‘그들’이라고 하겠다. 나는 ‘그들’이 획책하는 선거 개입 행위를 확실하게 막아야 한다고, ‘그들’이 저지른 위헌 위법 행위를 반드시 응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헌법을 어겼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11조 제1항)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제103조) 앞에서 정리한 네 가지 사실을 근거로 삼아 나는 단언한다. ‘그들’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을 그 어떤 피고인에게도 한 적이 없는 속도로 처리했다. 날림공사 또는 날치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졸속 재판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운영 관련 내규를 어겼으며 하급심의 소송서류를 검토하지 않고 판결했다. ‘그들’은 이재명을 다른 국민과 ‘평등하게’ 대하지 않았다. 법률에 의하여 심판하지 않았다.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했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그들’은 또한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제65조와 공직선거법 제9조를 짓밟았다. 윤석열의 내란에 동조하는 사람 말고는 누구도 이번 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동기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드러난 행위를 근거로 ‘그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추정할 수는 있다. 조희대는 내란 다음 날 아침,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비상계엄 선포가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지켜보자”고 했던 사람이다. 뭘 지켜보자는 말인가. 윤석열은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무장 병력을 보내 폭력을 행사하게 했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합헌 합법 계엄령인 경우에도 대통령은 국회와 선관위를 건드릴 권한이 없다. 그걸 뻔히 아는 대법원장이 그렇게 말했다. 윤석열의 내란을 비호할 의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설마’에 매달리다가는 ‘그들’의 ‘사법 쿠데타’ 막지 못 해

‘그들’은 이재명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려고 한다. 그게 그들의 목적이다.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주지 않았다면 조희대는 5월 1일 유죄를 확정해 대선 출마 자격을 빼앗았을 것이다. ‘그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판결 다음날 오전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 서류를 보냈다. 서울고법은 이재권이 재판장인 형사합의 7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재판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5월 15일을 첫 공판기일로 지정하고 인편으로 통지서를 보냈다. 보도자료에서, 피고인이 나오지 않으면 두 번째 기일에 궐석 재판을 진행해 당일 선고를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모든 일이 5월 2일 하루에 일어났다. 이재권도 ‘그들’에 속한 판사일 수 있다. 이재명의 공판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렇게 보는 게 맞다.

대법원 판결은 법에 따라 하급심을 ‘기속’하므로 이재권은 이재명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벌금 99만 원을 선고하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재권이 형량을 어떻게 정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백만 원 이하 벌금형부터 징역형 선고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형량이 아니라 속도다. 파기환송심 첫 기일부터 대선일까지 14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 하던 대로 파기환송심을 진행하면 6월 3일까지 유죄를 확정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파기환송심을 마치지 못해서 대법원 재상고심은 열지도 못한다. 그러면 이재권이 설사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해도 이재명의 대통령 당선을 막지 못한다. 선거법은 대통령후보에게 제한적인 불체포특권을 제공한다. 이 사건으로는 이재명을 선거운동 기간에 구속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그들’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설마!’라고 하지 말자. 지귀연이 ‘마법의 산수’로 윤석열을 풀어 주리라고, 내란과 직권남용 두 건의 재판을 모두 지귀연이 맡으리라고, 김용현 등 내란 주요임무 종사자 재판을 완전 비공개로 진행하리라고, 누가 상상했는가? ‘그들’이 대법원 내규와 관례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만든 판례를 스스로 뒤엎으면서 이재명 사건을 초고속 파기환송하리라고 누가 상상했는가. ‘그들’은 헌법과 법률과 규정과 관례와 상식을 존중하지 않는다. 어떤 괴상한 방법으로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과 대법원 재상고심을 날치기 처리할지 알 수 없다. ‘그들’이 법을 지키면서 재판을 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대응하면 ‘그들’이 획책하는 ‘사법 쿠데타’를 막지 못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 단양8경편'에 나선 4일 충북 제천군 의림지를 찾아 도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5.5.4 연합뉴스

‘이재명 완전 제거’ 못 이루더라도 ‘그들’은 갈 데까지 갈 것

오늘 기준으로 대선 후보등록까지 닷새가 남았다. ‘그들’은 헌법과 법률이 자신들에게 준 권력을 무제한 휘두른다. 파기환송심 재판장 이재권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재판 기일을 지정하고 소환장을 인편으로 보냈다. 국민주권을 존중하는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들’은 이재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데 필요하다면 형사소송법이 정한 모든 절차를 건너뛸 수 있다. 재상고 기간 1주일은 지킬지 몰라도 상고이유서 제출기한 20일은 무시할지 모른다. 형사소송법을 어기면서 판결해도 법적으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유죄를 확정하지 못한다 해도 ‘그들’은 갈 수 있는 데까지 간다. 이재명 완전 제거는 최대목표일 뿐이다. 최대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재판 강행이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최소목표만 이루어도 나쁘지 않다. 파기환송심 유죄선고로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부각함으로써 이재명의 득표를 줄일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재명은 범죄자야. 대법원에 오면 우리가 유죄를 확정할 거야. 이래도 찍을래?” 유권자들을 그렇게 협박하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대법원 규탄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5.4 연합뉴스

이젠 국회의 헌법적 권한 최대한 행사할 때, “‘그들’을 탄핵하라”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아내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사법부 ‘내란 카르텔’의 선거 개입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관 증원과 임명 절차 변경, 사법방해죄 도입 등 제도개혁 과제는 정권을 바꾼 다음에 논의해도 된다. ‘사법 쿠데타’를 진압하는 방법은 사실 누구나 안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말하기가 어려웠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이들이 내놓고 이야기한다. 국회가 자신의 헌법적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 ‘그들’의 직무를 정지시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파면한 이후 대한민국에 정치적 정통성을 가진 권력기관은 국회 하나뿐이다. 국회 말고는 합헌적 합법적 권한과 절차로 ‘그들’의 ‘사법 쿠데타’를 막을 수 있는 주체가 없다. 사법부의 ‘내란 카르텔’은 단지 정치인 이재명 개인만 핍박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회를 공격하고 국민주권에 도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에 ‘그들’은 이런 단서를 붙이려고 한다. “단, 판사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그들’은 국민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네가 대통령을 선택하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사법부 안에 서식하는 ‘내란 카르텔’이다. 윤석열과 한패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그 일을 시작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내란의 완전 진압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연대하는 모든 정당들이 단호한 태도로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더는, 있지도 않은 ‘역풍’ 따위를 걱정하며 망설이지 않는다. 서울고법 파기환송심 재판장 이재권부터 대법원장 조희대까지, 재판권으로 대선에 개입하려는 판사는 누구든 빛과 같은 속도로 탄핵하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5.4 연합뉴스

‘대타 모색’ 등 플랜B는 ‘사법 쿠데타’에 굴복하는 것

이재명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그들’이 알까? 알든 모르든 상관없다. ‘그들’의 주관적 의도가 어떠하든 대한민국은 바닥 모를 혼란의 심연에 빠진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선거운동 기간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대법원이 형사소송법 절차를 무시하면서 신속하게 무죄를 확정할 경우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잃는다. 새로운 후보를 등록할 수 없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가지 않는다. 김문수나 한덕수가 얼마 되지 않는 표를 얻어 대통령이 된다. 윤석열의 내란은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종결되지 않는다. 국민은 정통성 없는 대통령의 퇴진과 대선 재실시를 요구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정치적 내전이 터진다.

국회는 헌법이 준 권한을 남김없이 행사해 이런 사태를 예방할 책무가 있다. 이재명의 대타를 모색하는 소위 ‘플랜B’는 ‘사법 쿠데타’에 굴복하는 것이다. 원래부터 추진할 가치가 없었고 이제는 논의할 시간도 없다. 국회는 ‘사법 쿠데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보이면 위헌 위법한 파기환송 판결에 가담한 조희대와 대법관 아홉 명을 모두 탄핵할 것이다. 조희대를 법사위의 탄핵 조사 청문회에 불러내어 이번 파기환송 과정의 위법성을 조사하는 방안을 채택할 수 있다. 공판기일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이재권과 배석판사도 바로 탄핵하리라 본다.

이것은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쓰라고 헌법은 국회에 판사를 탄핵할 권한을 주었다. 지금이 바로 그 권한을 써야 할 때다. 민주당은 연대하는 정당들과 함께 자신의 정치적 책무를 단호하게 실행할 것이다. 수구언론이 법관 탄핵을 맹비난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촛불승리전환행동의 138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는 10만 시민이 모였다. 2025.05.03. 이호 작가

이재명 피선거권 박탈보다 조희대 탄핵 확률 훨씬 더 높아

국회가 책무를 다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제84조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이재명을 제거하는 데만 전력을 쏟았다. 단언컨대 ‘그들’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84조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재명이 대통령에 취임해도 선거법 사건 재상고심과 하급심의 다른 재판을 계속할 것이다. 피고인이자 대통령인 이재명이 권한쟁의 신청을 해서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법 쿠데타’ 시도를 그만두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그들’이 제거하려고 했던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는 경우다. 대선까지 남은 4주 동안 무슨 일이 더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이재명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확률보다 조희대가 탄핵당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본다. ‘그들’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된다.

국회의 권한을 거의 모두 행사할 수 있는 민주세력은 ‘그들’의 선거 개입을 막을 합법적 무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적절한 시점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그 권한을 필요한 만큼 사용하면 된다. 나는 민주당과 연대한 정당들을 믿는다. 국민을 믿는다. 우리는 무력을 동원해 국회를 침탈했던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함께 막아냈다. 평생 조직 안에서 안락하게 살아온 책상물림 ‘법조 귀족’들의 ‘사법 쿠데타’ 따위를 어찌 제압하지 못하겠는가.

잊지 않기 위해서 ‘사법 쿠데타’를 획책하는 ‘그들’의 이름을 또 불러본다. 조희대! 오석준! 서경환! 권영준! 엄상필! 신숙희!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 덤으로 하나 더, 지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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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법관이 못 정한다" 10만 시민 "조희대 탄핵"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5/04 09:02
  • 수정일
    2025/05/04 09: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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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5.03 21:25

  • 수정 2025.05.03 23:10

  • 댓글 0

138차 촛불대행진…"대법원을 박살 내자"

"조희대는 유력 대선후보 낙선 운동하는 것"

"사법 개혁보다 급한 정책은 어디에도 없어"

"6만 페이지 사건 기록 전자 접속 제출하라"

오는 7·10일에도 대법원 앞에서 집회 예정

138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행사 도중 참가자들이 '사법난동 대선개입' '조희대 대법원 박살내자!'라고 쓰인 조희대 현수막을 찢고 있다. 2025.05.03. 이호 작가

"전쟁이다. 법비들이 총 대신 판사봉을 들고 판결문이란 이름으로 포고령을 선포했다.

'국민은 들어라. 선거는 요식행위다. 후보는 우리가 정한다. 유권자의 선택의 자유 참정권은 철저히 제한된다. 정당은 후보 선출의 자유를 유예하라. 법이 아니라 법관이 법치의 중심이다. 우리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다.'

재판 자료를 한 번 들춰보지도 않고 판결문을 줄줄 써대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포고령을 읊었다. 법복은 엄숙했으나 그의 권위는 지하감옥의 쥐새끼처럼 초라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빼앗으며 살아왔길래 이토록 불법 무도의 칼춤을 추는 것인지…" (배우 현서영 씨 격문)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3일 오후 4시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138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을 열고 "사법난동 대선개입 조희대 대법원 박살 내자!"고 외쳤다. 지난 1일 조희대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데 분노한 촛불 시민 10만 명(주최 쪽 추산)이 황금연휴에도 촛불대행진에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내란에 이어 사법 쿠데타가 일어났다"며 "대선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재명 후보의 재판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모자라 파기 환송했다"고 비판했다.

집회는 양회동 열사 2주기(2일) 추모 묵념으로 시작했다. 열사는 촛불행동 회원이었고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었다. 촛불행동은 양 열사를 명예 최고대표로 추대했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양 최고대표에게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아직 내란 세력이 준동하고 있다. 저희의 임무는 아직 미완이지만 꼭 이루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다시 보고하겠다. 남기신 말씀처럼 함께 싸워 기쁘고 행복했다, 고 꼭 말하겠다"고 했다.

권오혁 공동대표는 기조 발언을 통해 "우리 국민은 법복을 입고 대한민국 법치를 파괴한 법 기술자, 조희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희대는 온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 낙선 운동을 했다"고 질타했다. "명백한 정치 재판, 대선 개입, 선거법 위반이었다. 조희대와 9명의 공범 대법관이 벌인 불법적인 재판 과정이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의 138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는 10만 시민이 모였다. 2025.05.03. 이호 작가

권 공동대표가 말한 불법적인 재판 과정은 대법원이 펼치고 있는 유례없는 속도전을 말한다. 또 대법원은 6만 페이지가 달하는 이 후보의 재판 기록을 단 9일 만에 검토했다. 그는 이에 대해 "조희대와 공범들이 심리도 하기 전에 미리 판결문을 써놓은 것 아니냐"며 "이것은 야당 대선후보를 범죄자로 낙인찍고 후보 자격까지 박탈시켜 내란 세력이 재집권 하겠다는 대선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자들에게 판사복과 판사봉을 맡겨둘 수 없다"며 "촛불행동은 조희대 대법원장, 9명 대법관,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청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야 5당에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대법원장, 대법관, 지귀연 판사를 즉각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2025년 5월 1일을 '법이 부끄러운, '법치(法恥)일'로 정했다. 나라를 빼앗긴 '국치일'에서 따온 것. 그는 "이 좋은 연휴에 민주 시민들을 아스팔트 바닥에 앉게 했다"며 "저것들이 이 후보를 선거에서 못 이길 거 같으니 별의별 짓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법률을 다 뒤져서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사법개혁보다 급한 정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촛불 시민들은 "사법난동 대선개입, 조희대 대법원 박살내자" "법비에게 철퇴를, 조희대 대법원 박살내자" "압도적 승리로, 기필코 조희대를 처벌하자" "내란특별법 제정하고, 특별재판부 구성하자" "범국민 항쟁으로, 사법쿠데타 진압하자"라고 외쳤다.

다시 겨울이다. 윤석열 파면으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던 일상은 회복될 낌새도 보이지 않는다. 청년촛불행동 회원 소주희 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매일 불안에 떨며 정치 뉴스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있다"며 "부패한 권력이 똘똘 뭉쳐서 나라를 망가뜨리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자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이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무리수를 둔 것은 대선 개입"이라며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 시절 김건희와 장모에 대해 거짓말한 것은 왜 기소조차 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유튜브 새날 권현문 PD는 "(대선에서) 승리해서 함성을 외치자"고 다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내란죄'로 재판을 받으면서도 미국 대법원은 대선 출마를 허용했다"며 "국민에게 평가를 받아야 된다고 대선 출마를 허락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권 PD는 "대한민국 대법원은 왜 이러는 것이냐"며 "윤석열이 조희대를 임명했을 때 이미 약점이 잡힌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법원은 계엄이 발생한 날 '사법행정 회의'라는 것을 열었다"며 "국회에서 비상계엄이 해제됐을 때도 사법행정 회의는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희대는 내란을 알고 있었던 것"이라며 "쉽게 말하면 윤석열 내란에 공범이 조희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6만 페이지 사건 기록을 단 이틀 만에 읽었다는 천재 재판관 나리들"이라고 말했다. 2025.05.03. 이호 작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노래단 빛나는 청춘은 권 PD의 발언 뒤 노래 '탄핵해'와 '불꽃이 되어'를 불렀다. 이들은 "대법원의 명백하고 노골적인 대선개입에 분노가 식지 않는다"고 통분했다. 촛불 시민들도 함께 노래를 불렀다.

대법원에 접수되는 선거법 사건이 선고까지 평균 90일 걸린다. 그런데 이 후보의 사건은 단 9일 만에 결정한 것. 이 후보의 사건기록만 6만 페이지가 넘는다. 그 기간에 읽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6만 페이지를 단 이틀 만에 읽었다는 천재 재판관 나리들"이라고 비꼬면서 "전자 문서로 읽었다고 하는데 전자 문서에 접속한 자료를 국민 앞에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판사 출신인 추 의원은 "이런 엉터리 날조 재판을 한단 말이냐"며 "항소심에서 1심 재판 기록을 꼼꼼히 살펴서 무죄 판결을 한 사건"임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가 자중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졸속 재판을 한 것"이라며 "내란수괴 재판은 지귀연 재판부가 질질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윤석열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적으로 지켜줄 걸 알고 내란을 일으켰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윤석열도 무죄로 석방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추 의원은 "민주주의를 회복시키자"며 "윤석열도 우리가 처단하자. 5월 1일 제 2의 사법 쿠데타를 우리가 봉쇄하자"고 제안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한덕수 전 총리가 미국에서 가서 무엇을 결정하고 왔는지 서둘러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덕수 전 총리가 스스로를 '통상 문제 전문가'라며 미국에 60명 통상 협상단을 보내 78분 만에 '무엇인가'를 결정하고 왔다"며 미국이 "만족할 만한 협상"이라고 했음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이 선거를 위해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며 "당장 무엇을 양보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미국이 한국의 약점을 이용해서 한덕수를 이용한 것"이라며 "모든 약속은 민주 정부 이후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다음 민주 정부를 한미동맹의 이름으로 흔들지 마라"고 경고했다.

 

노래극단 희망새는 촛불대행진에서 노래 공연을 했다. 2025.05.03. 이호 작가

노래극단 희망새는 노래 공연을 했다. '우리의 후손이 자유를 누리며 평등을 누리는 세상. 지금 흘린 우리 피 한 방울이 아름답게 피리라. 참 자유 세상 참 평등 세상, 끝내 건설하리라'는 가사가 촛불 시민의 마음을 울렸다. 그 사이 촛불 시민들은 파도타기 퍼포먼스를 한 뒤 '사법난동 대선개입' '조희대 대법원 박살내자!'라고 쓰인 현수막을 찢어버렸다. 환호성이 터졌다.

촛불행동은 오는 7일 저녁 7시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인근(서초역 7번 출구)에서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긴급 수요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10일에는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민주정부건설 내란세력청산 139차 촛불대행진'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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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김문수와 후보 단일화 방식 “완전히 열려있다”

전슬기기자

수정 2025-05-03 21:15등록 2025-05-03 21:08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을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과 관련해 “완전히 열려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3일 티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힘을 합쳐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젊은 세대에게 잘 물려줄 수 있다면 그 방식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면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 방식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김 후보와 최대한 빨리 만나겠다고도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아까 (김문수 후보에게) 축하 전화를 드리면서 이른 시일 내 만나자고 얘기를 했다”며 “아직 일시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모두 합쳐야 한다”며 “특정인을 대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미래 세대가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행정·입법·사법부가 견제와 균형을 이뤄서 각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3년이라는 기간을 정해 놓고 최대한의 노력을 해서 이런 일을 이루고 저는 물러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김 후보는 최종 득표율 56.33%로 함께 결선에 오른 한동훈 후보(43.47%)를 13.06%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그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저는 민주당 이재명 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라면 어떤 세력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것”이라며 “국민과 우리 당원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절차와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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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국 핵전략의 최전선…북 “핵 선제공격 흉심” 비난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5.03 22:42
  •  
  •  댓글 0
 
 
2월 9일부터 12일까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서 제49 미사일 방어 대대가 연례 평가 훈련을 실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 포트 그릴리 미사일 방어 단지의 핵심 시설을 방호하는 임무를 중심으로 평가가 진행됐다. ⓒ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것이 임무인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의 제49 미사일 방어 대대 ⓒStaff Sgt. Ryan Capporelli, 49th Missile Defense Battalion, U.S. Army

지난달 29일, 미국은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에서 적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가정한 지휘소 요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 훈련에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 장관이 참관했다. 그는 랜드연구소의 국제·안보 센터장을 거쳐 2021년 육군 수장 자리에 올랐다. 미국의 정책 결정에 랜드연구소 등 싱크 탱크가 매우 큰 영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은 3일 발표한 논평을 통해 이 훈련을 “우리 국가와의 핵전쟁을 기정사실로 한 공격적 성격의 군사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우리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 대상으로 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이 우리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전제로 하고 보복 타격에 대한 대응을 숙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응이 과도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현재 군산에 배치된 F-16 전투기를 오산으로 집중 이동시키고 있다. 총 62대 규모의 F-16 ‘슈퍼 대대’가 오산에 집결하게 된다. 군산에는 그 자리를 대신해 F-35A 스텔스기 20대를 상시 배치할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을 따라 추가 구매하는 F-35A를 군산에 배치할 예정이다.

더군다나 1월, 일본 가데나 기지에 F-35A, 3월 이와쿠니 기지에 F-35B를 배치했다. 미사와 기지에는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순환 배치되었다. B-1B 2대는 북의 태양절인 4월 15일 한국 공군과의 연합 공중 훈련에도 참가했다. 단순 배치가 아니라 실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은 “한반도 주변 지역은 B-1B 전략폭격기, F-22 스텔스전투기, F-35 3종의 스텔스 전투기 등 미 공군의 전략자산들이 대거 집합한 거대한 발진기지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는 우리 국가에 대한 핵 선제공격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군사적 흉심”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동북아를 전쟁터로 몰아넣을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정부는 어떤 길을 선택했는가?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양보를 거듭하고, 군산 기지에 추가 구매하는 F-35A를 배치한다. 미국의 F-35A 배치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정치권은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대만 유사시 불개입 촉구 결의안 발의 외에는 아무런 입장도 없다.

한국은 지금 미국 전쟁 전략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미국의 판단에 따라 우리의 생명도 포기해게 되는 것이 한미 동맹의 본질이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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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선엔 지장 없지만…'조희대 추가 도발' 막는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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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5.02 23:00

  • 수정 2025.05.0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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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조직법 개정, 대법관 100명으로 늘릴 수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 철원군 동송전통시장에서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2025.5.2 [공동취재] 연합뉴스

6‧3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은 안 된다'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침에 따라 서울고등법원도 파기환송심 절차에 부리나케 돌입했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지 단 하루 만에 재판부 배당과 첫 공판기일 지정을 모두 마친 것이다. 대법이나 고법이나 '급발진' 수준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이 같은 적나라한 '대선 개입'이 이 후보의 당선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법의 송달 절차 및 후속 기일 지정에도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데다, 파기환송심 이후 대법원에 대한 상고 기간(7일)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20일)만 해도 형사소송법상 최소 27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선 이전에 확정판결이 나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을 20일로 명시한 형사소송법 제379조

서울고법은 2일 오전 대법원으로부터 이 후보 사건의 소송기록을 돌려받고 선거 전담 재판부인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 박주영 송미경)에 배당했다. 이에 형사7부는 사건을 배당받은 지 약 1시간 만에 오는 15일 오후 2시를 첫 공판기일로 정했다. 곧바로 기일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15일이면 전날 대법원 선고일 기준으로 2주나 지난 때이고 6·3 대선을 불과 19일 남겨둔 시점이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10~11일)을 하고 공식 선거운동(12일부터)에 돌입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줄 수 없다.

재판부는 2일자로 이 후보 측에 소송기록접수 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함께 발송했다. 동시에 서울남부지법과 인천지법 집행관에 인편 송달을 요청하는 촉탁서도 바로 보냈다. 인천지법은 이 후보의 자택 주소지를, 서울남부지법은 민주당과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를 각각 관할하는 법원이다. 통상 폐문부재 등 사유로 우편송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원 집행관에게 인편으로 직접 전달하도록 요청하는데, 이처럼 우편 발송과 동시에 집행관 송달(특별송달)을 선택한 것은 파기환송심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밟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이 후보가 선거운동을 이유로 15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기일을 다시 정해야 한다. 그러면 또 며칠이 지나가게 된다. 재지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그 기일부터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원칙적으로는 그날 변론 종결과 선고도 가능하다. 다만 선거운동으로 1분 1초를 아끼며 분주하게 전국을 누빌 이 후보 측이 자택이나 여의도 사무실에서 송달을 받지 못하게 되면 공판 절차는 나아갈 수 없고 날짜가 더 지연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대선 전에 고법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올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나온다고 해도 그 뒤에 한 달 이상 소요되는 재상고 절차가 남아 있어 대선 전 확정판결은 이래저래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에도 불구하고 조희대 대법원이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엔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며 확정판결을 밀어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통령이 됐어도 당선 무효가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명확한 선례나 규정이 없어 실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두고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후환이 될 소지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대통령 당선시 기존 형사재판 정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날 속전속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시켰다.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6항을 신설해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함으로써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절차적으로 실현되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부칙을 포함하고 있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바로 적용 대상이 된다.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법안 상정에 앞서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대통령에 당선돼 재직 중인 피고인에 대해 이미 개시된 형사재판이 계속 진행되는 경우 재판부가 이를 중지할 법적 근거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며 "헌법상 불소추특권과 실제 재판 운영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헌법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재판이 계속되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세게 반대했지만, 표결 결과 재석의원 14명 중 9명 찬성으로 개정안은 상정됐다. 민주당은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해 심사한 뒤 다음 주 중 전체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다른 상임위의 김태년·민형배·이용우 의원 역시 피고인이 대통령인 경우 임기 중 모든 공판 절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상태다. 특히 민형배 의원은 대법관 중 3분의 1 이상을 판사·검사가 아닌 사람으로 임명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판사·검사의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결과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5.2.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의 추가적인 사법 농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법관 탄핵'도 거론되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민주당 의원 50여 명과 함께 개최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내란 세력들이 사법권력을 활용해서 최후의 반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대법원에 각성하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탄핵하자' 이렇게 외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소추를 통해 최소한 직무는 정지시킬 수 있다"면서 "더는 망설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인 정진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10명의 사법쿠데타 대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면서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적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위법한 재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자행된다면 '법관 탄핵'으로 국민을 지켜야 한다"고 단언했다. 당 대변인인 노종면 의원은 "조희대 작전의 우두머리, 주요임무 종사자와 조력자까지 색출하고 단죄해야 한다"며 "탄핵 않고 사는 길이 있다? 지금은 결과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강욱 전 의원은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제시했다.

1. 대선 전 파기환송심에는 출석하지 않는다. 만일 무리하게 기일을 지정하면 재판부 기피 신청은 물론 탄핵소추까지 불사한다.

2.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변경하거나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

3.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서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불소추특권에 의거해 당연 정지되는 조항을 추가한다.

4. 별짓을 다 해서 파기 환송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빛의 속도로 선고하고 대법원으로 보내 속전속결로 끝내려 시도해 봐라. 조희대와 9명의 대법관은 전원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것이다.

5. 그래도 어찌어찌 대법원 심리가 시작될 수 있나 보자. 법원조직법 개정해서 대법관 숫자를 100명으로 늘릴 수도 있다. 새 대법관? 국민들 마음에 쏙 드는 사람만 지명할 거다. 10명이 90명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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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세력의 대선 목표는 당선이 아니라 내전의 구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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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5.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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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법 쿠데타는 시작에 불과
한덕수 대선 출마를 결심한 진짜 이유
지귀연, 조희대, 최상목은 '광인'이 아니라 매국 파시스트
내란세력의 뒷배는 누구인가?
민주당, 우익 인사 대신 광장 시민에게 공 들여야
진보정당, 광장에 뿌리 내려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대선을 1달 남긴 시점에 지지율 1위 후보의 피선거권 박탈 시도. 국민 참정권을 유린한 명백한 사법 쿠데타다.

하지만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애초에 내란세력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로 집권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12.3계엄을 선포한 자들이다.

대법원의 사법 쿠데타는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이번 대선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믿고 싶지 않겠지만, 내란세력의 대선 목표는 당선에 있지 않다. 그들은 내전의 장기화, 구조화가 목표다.

한덕수 대선 출마 이유

사법 쿠데타 발생 1시간 후에 내란 총리 한덕수가 사퇴하고, 다음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개헌 추진’을 일성으로 내놨다. 오는 9일까지 후보단일화 완성을 공언했다. 때를 맞춰 이낙연이 등장했다. ‘반이재명 빅텐트’가 힘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진다.

혹자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내란세력의 정권 재창출 기도라고 분석한다. 틀렸다. 그들은 어떤 수를 써도 선거를 통한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덕수가 출마한 진짜 이유는 쿠데타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내란세력은 한덕수를 앞세워 ‘반명텐트’와 ‘개헌연대’로 위장하고, ‘범죄자 이재명의 당선을 막자’며 지지자를 결집시킨다. 그들은 지지자를 선거운동이 아니라 쿠데타 옹호에 활용한다.

대선까지 앞으로 한 달. 그동안 설마 사법 쿠데타만 일어날까. 국정원을 동원한 공안사건 조작, 극우 유튜브와 조중동을 통한 치명적인 가짜 뉴스 생산, 극우 청년들을 선동한 유세장 난동, 대선 후보에 대한 테러까지. 그때마다 내란 지지자를 동원해 내전을 펼친다.

무엇보다 그들의 시선은 대선 이후에 가 있다. 대선이 끝나자 마자, 부정선거, 선거법 재판, 범죄자 프레임 등 선거결과 불복과 새 정부 불인정을 통해 내전을 구조화함으로써 쿠데타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장기화를 통해 내전이 구조화되면, 언젠가는 박정희-전두환처럼 쿠데타를 성공시켜 집권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설마 아직도 지귀연이, 조희대가, 심우정이, 최상목이 ‘광인’이라서 윤석열을 풀어주고, 이재명을 유죄 판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뤘다고 생각한다면 내란세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식의 소치다.

내란세력의 뒷배

한덕수가 출마 전 가장 공을 드린 곳이 어디인지 알면 내란세력의 뒷배가 보인다.

내란 총리 한덕수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대선 출마를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방에 모든 것을 해결(ONE STOP SHOPPING)한 훌륭한 통화”라고 했다.

 

한덕수는 미국과의 '2+2 통상 협의'를 통해 굳건한 양자관계를 재확인했다고 자랑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서두르는 이유가 선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합하면, 내란 총리 한덕수는 나라를 팔아(매국) 트럼프를 내란세력의 뒷배로 삼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차피 내란세력이라는 멍에 때문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고, 선거를 통해 집권할 생각이 없는 한덕수로서는 당연한 선택일지 모른다.

트럼프는 어떤 입장일까? 한국에 내전이 장기화하고, 구조화되면 어떤 정권이든 군사작전지휘권을 가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국의 내전 상황은 미국의 국익에 완전히 부합한다.

민주수호세력의 대선전략

내란세력의 목표가 ‘내전의 구조화’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민주수호세력의 대선 전략도 변화가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반적인 선거 태세에서 벗어나 야5당을 비롯한 시민사회와 합심해 내란종식을 위한 ‘광장대선’으로 태세를 전환해야 한다.

광장의 힘이 조기 대선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대선 승리도 광장과 함께함이 마땅하다.

선거에서 광장이 객체로 전락하는 순간 대선도 내전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금 민주당이 공을 드릴 곳은 보수 인사가 아니라 광장의 시민이다. 급한 건 중도 확장이 아니라 진보의 단결이다.

선거운동은 구도 전쟁이다.

‘내란세력 대 민주수호’라는 전선을 명확히 할 때 승산이 있다. 야5당의 원탁회의를 복원하고, 시민사회와 ‘광장대선정치연대’에 함께 해야 한다. 22대 총선 승리의 비결을 되새길 때다.

민주당 독자 힘으로 대선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번 대선은 이재명 당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내란세력과의 장기전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재명 당선은 반쪽 승리일 뿐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론처럼 “정치를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다. 내란 청산이야말로 이 시대 가장 첨예한 정치 행위다. 국민이 대선에서 내란을 청산할 수 있게 민주당이 광장을 활짝 열어주길 바란다.

진보정당은 광장의 주력군이 돼야 한다. 광장과 선거가 괴리됐던 박근혜 탄핵 이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광장이 진보정당을 만났다. 진보정당을 만난 광장은 힘이 세다. 내란세력을 뿌리 뽑을 때까지 진보정당은 광장에 튼튼히 뿌리내림으로써 복잡다단한 정세를 돌파하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

민주수호세력은 내란종식 투쟁이 대선 캠페인의 수단이 아니라 대선이 내란종식의 무기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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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김장하 선생이 6년만에 찾아온 문형배에게 던진 질문은?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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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5/03 09:43
  • 수정일
    2025/05/03 09:4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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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고등학교·대학 재학시절 자신에게 장학금을 준 김장하(81진주) 선생을 6년 만에 찾았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파면 선고 관련한 이야기와 문 전 대행의 최근 근황도 전해졌다.

문 전 대행은 2일 경남 진주에서 김장하 선생을 만나 식사를 한 뒤 남성당한약방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파면 선고가 이뤄진 4월 4일로부터 14일 후인 같은 달 18일 퇴임했다. 현재는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지내고 있다.

헌재소장 대행 지낸 '김장하 장학생', 6년 만에 진주로

문 전 대행이 이날 고향 하동을 찾아 부친에게 인사를 드린 뒤 진주를 방문하자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김장하 장학생' 등 여러 인사들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비슷하게 장학금을 받은 이준호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원장과 권재열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하루 전 일본에서 입국한 우종원 일본 호세이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또 지역 인사인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정경우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 홍창신·이곤정 전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주완 작가, 최희종 청소년문화패 한누리 대표, 이우환 MBC경남 사장, 정대균 전 MBC경남 사장 등도 자리했다.

김 선생을 비롯한 일행은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남성당한약방 앞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진주시는 2022년 5월에 문을 닫은 남성당한약방을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인 '진주 남성당교육관'으로 보존하기 위해 건물 개조 공사를 벌이고 있다.

▲김장하+문형배 훈훈한 포옹... 문 전 대행이 전한 선고문 막전막후 [현장영상] 윤성효/김보성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이들은 이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대화의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그의 모습을 마주한 김 선생은 준비한 꽃바구니를 문 전 대행한테 전했다. 여기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평범한 진주시민 일동"이라 쓴 리본이 달렸다.

김장하 선생은 50년간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장학금을 주었고, 명신고를 설립해 국가에 기부채납하기도 했다. 동시에 진주 문화예술단체, 시민운동을 지원한 김 선생은 남성문화재단 이사장, 옛 <진주신문> 최대 주주,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진주지부 이사장, 경상국립대 발전후원회장,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영남대표, 지리산생명연대 공동의장, 진주오광대보존회 이사장 등을 지냈다.

2019년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문형배 전 대행은 이런 발자취를 남긴 김장하 선생에 대해 강한 존경심을 표시한 바 있다. 그가 '윤석열 파면' 선고 전후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힘쓴 문형배 재판관한테 감사"

김 선생은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문 전 대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반갑게 안아주며 포옹했다. 식사 자리에선 참석자들을 일일이 소개하기도 했다. 김 선생은 술을 마시지 않지만, 다함께 소주를 잔에 부어 건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선생은 "이번에 애를 많이 썼다. 모시고 싶었던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는 것 같다. 이를 위해 힘쓴 문형배 재판관한테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 전 대행이 직접 김 선생을 만난 건 2019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당시 시민사회에 많은 역할을 해왔던 고 김수업 전 경상국립대 교수와 고 박노정 시인 겸 <진주신문> 대표이사가 2018년 공교롭게 세상을 뜨자, 시민사회가 "고맙습니다"라며 김 선생의 생일 행사를 열었고, 부산고등법원 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던 문 전 대행도 참석했다. 이전엔 간간이 안부를 전했지만,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맡으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식사 자리에서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MBC경남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문 전 대행이 "다큐를 아직 보지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다. 직접 보면 울까 봐 아직 못 봤다"라고 얘기하자 우종원 교수는 "요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한테 간혹 연락이 온다. 다큐 덕분이다. <어른 김장하>를 본 친구들이 보고 나서 '봤다'라면서 연락이 온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다시 연결시켜 준 것 같아 고맙다"라고 말했다.

자리에 동석한 권재열 교수는 정행길 전 진주가정법률상담소장의 사위다. 권 교수는 "장모님과 김 선생의 인연을 알고 놀랐다. 당시에 가정법률상담의 중요성이나 남녀평등을 알고 후원하셨다고 하니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여태훈 대표는 "많은 사람이 문 대행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문을 보고 명문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해서 저런 명문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이야기했다. 그것은 방대한 독서력에 근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라며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 써서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던 문장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평소에 의문이 많았다. 이번에 판사로 퇴임하고 법에 대해서 많이 아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민주주의 꽃이 다수결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요란한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지배한다고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라며 "답을 몰라서 물어본다"라고 질문했다.

옆에서 "굉장히 어렵다"라는 반응이 나왔지만, 문 전 대행은 흔쾌히 이에 응수했다. 그는 "(이를 해결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겠느냐. 요란한 소수를 설득하고 다수의 뜻을 세워 나가는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 본다. 그런 게 가능한 게 민주주의이며, 이번 탄핵도 그런 연장선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형배 전 재판관 진땀 빼게 한 김장하 선생의 질문 [현장영상] 김보성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줘야 한다"

문 전 대행은 이번 파면 선고 전후 겪었던 일들에 대해 술회하기도 했다. 김주완 작가가 "가짜 뉴스가 많았다"라고 하자 문 전 대행은 "소설을 쓰는 기자들이 있었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있다. 유엔묘지(부산)에 봉사하고 같은 날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를 했다. 저는 두 곳의 메시지가 '평화'라고 봤다. 전쟁 때는 유엔군으로 참전해서 평화를 지키고, 평소에는 가난하고 소외로부터 평화를 지키는, 이 둘을 연결하는 글을 썼다. 그 글을 본 한 국회의원이 '제가 유엔군이 북침을 했다'는 글을 썼다고 하면서 사퇴하라고 하더라. 어떻게 제가 쓴 글의 의도를 정반대로 해석할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정반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그것이 대응했던 딱 하나의 사례였다. 그런데 기자들이 제가 쓴 글을 보지도 않고 국회의원의 글만 보고 기사를 썼다."

▲'김장하 장학생들과 또 다른 김장하들'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지역 퇴임 이후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이 많다"고 한 그는 "지금은 마이크조차 서울에 집중이 돼 있다. 김장하 선생도 지방에 계신 데 전국적인 영향이 있다. 그래서 저는 서울 중심의 사고를 빨리 깨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한다면 지역에 마이크를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제가 왜 법률가가 되었느냐, 왜 판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제까지 안 밝혔는데, 사실 사법연수원 다닐 때 인권변호사를 하려고 했었다. 근데 군대 3년을 가서 보니 사회도 좀 바뀌었고,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 정부로 바뀌었다. 그런데 인권변호사를 하면 너무 힘들 것 같더라. 자신이 없었다. 제 생각에 자기가 감당하기 힘든 일을 했을 때 그 끝이 안 좋다는 생각을 지금도 갖고 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에 최선이 무엇인가,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게 지역법관(향판)이었다. 부산에 머물면서 그냥 제 뜻대로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창원지법에 있으면서 법을 위반한 몇몇 시장·군수를 집어넣으니까 이례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문 전 대행은 "김장하 선생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지방에서 문화, 정치, 행정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 전부 서울로 가는 게 못마땅하다. 퇴임하고 나서 부산에 정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중심주의가 아닌 지역이 동시에 발전하는 사회를 바랐다.

"제가 재판관을 하려고 했을 때 부산경남 판사 경력만 갖고 재판관이 되려고 하느냐는 말이 있었다. 지방에서 큰 사건도 안 한 사람이 대통령과 같은 편이라 해서 왔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저는 제대로 했다. 저는 (윤석열 파면 선고) 8대0으로 만들었다. 시간은 좀 늦었지만 어쨌든 8대0을 만드는데 조금의 기여를 했다.

지역이라는 게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자기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이고, 진보와 보수 갈등보다는 덜하겠지만 지금 이 사회에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지역 소외다. 서울 사람이나 진주사람이나 다 소중한 사람들인데, 진주라고 해서 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으냐."

그는 헌재에서 파면 선고를 앞두고 평의가 길었던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평의 시간이 길었다. 길다 보니까 고칠 시간이 많았다. 재판관 8명이 다 고쳤다. 보통은 주심만 고치고 나머지는 조언만 하는데, 이번에는 다 고치다 보니까 조금 더 다듬어진 문장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감수는 주심이 했다. 평의가 좀 오래 걸렸고, 오래 걸린 것은 말 그대로 만장일치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모든 관점에서 다 한번 검토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저는 8대0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8대0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주제를 가지고 재판관들끼리 이견이 있는 상태에서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고, 사안 자체가 그렇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파면 이후 후유증이 적었다고 본다."

그러면서 문 전 대행은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 줘야 한다는 말이 있다. 사건을 보자마자 결론이 서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걸 다 검토해야 결론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 경우에는 당연히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기다려야지 느린 사람이 빠른 사람을 어떻게 기다려야 하느냐"라며 "빠른 사람, 급한 사람이 인내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인내를 가졌고, 그런 게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떠올렸다

삶터를 부산으로 옮긴 문 전 대행은 이제 가끔씩 서울을 오가며 지역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 석좌교수 자리를 알아봤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알아보고 있다"라며 "된다면 부산에 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서울에 가서 일을 볼 것 같다"라고 최근 상황을 알렸다.

그는 소신도 분명히 했다. "영리 목적의 변호사를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문 전 대행은 "말을 했으니 지켜야죠"라고 대답했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에 대한 말을 다시 던졌다. 그러자 "김장하 선생과 함께하려면, 착한 일 한 가지 이상하면 되고, 말을 함부로 하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형배 전 재판관이 '판사'가 된 이유(a.k.a 향판) [현장영상] 김보성

▲'어른 김장하와 문형배'이른바 '김장하 장학생'으로 알려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퇴임 이후인 5월 2일 경남 진주를 찾아 김장하(81) 선생을 만났다.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던 문 전 대행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니는 동안 김장하 선생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 김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사회에 갚으라"라고 말했고, 문 전 대행은 "이 말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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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대대대행 체제’...한덕수·최상목이 키운 경제 불확실성

‘국정공백’ 다음 날 코스피 하락 출발
전문가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중장기적인 불확실성 키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5.04.01. ⓒ뉴시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사퇴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임하면서 한국의 행정수반과 경제사령탑이 하루 만에 사라졌다.

국정공백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주 본격적으로 물꼬를 튼 미국과의 통상 협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달 뒤 조기 대선으로 새정부 출범이 정해진 만큼 국정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야당의 탄핵 추진에 스스로 사임을 밝힌 최상목 전 부총리와 대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한덕수 전 총리의 태도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추경 신속 집행 최선 다하겠다"더니 3분 만에 사표 던진 최상목


1일 오후 한덕수 전 총리가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수순이었다. 같은 날 최 전 부총리도 국회 본회의에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된 직후인 오후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임기 종료 시점인 이날 자정까지 1시간여를 앞두고 최 전 부총리의 사임을 수리하면서 마지막 권한을 행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맡던 한 전 총리의 사퇴에 이어 최 전 부총리마저 물러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다.

하루만에 국정 책임자와 경제 사령탑이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재 한국 경제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품목별·상호관세 정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2%에서 1%로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 사퇴 후 열린 주식시장은 하락 출발했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09%p 낮은 2556.52로 출발해 오전 11시까지 낙폭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15원 오른 1,436원에 개장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140억원, 1,609억원 팔아치웠다. 다만 코스피는 오후들어 미중 통상 협상 가능성 소식에 다시 상승하면서 2559.79에 마감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과의 통상 협상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야당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선 전 한미 통상 협상을 밀어붙친 한 전 총리가 정작 한미 협상이 본격화되자마자 자리를 떠나버렸다. 직접 미국과 협상을 하고 온 최 전 부총리도 사퇴하면서 일을 벌인 당사자들이 사라져 버린 모양새다.

당장 이날(현지 시간 1일)부터 한미 통상 당국이 기술 협의를 시작했으나,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하는 이주호 권한대행은 통상·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전무하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통상과 별개의 문제인 환율(통화)정책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까지 거론하며 통상 협상과 함께 타결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물가 등 민생 관련 경제부처의 정책 대응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민생과 경기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추경)예산이 통과됐으나, 신속한 집행을 책임질 경제사령탑이 사라졌다. 이날 추경 통과 직후 최 전 부총리는 "추경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신속 집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나, 추경 통과 3분 만에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사임을 표했다.

국무위원 2명이 동시에 사퇴하면서 국무회의 불성립 논란도 제기된다. 헌법에서 국무회의의 구성 요건으로 규정한 '15인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무회의 성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무위원 구성 요건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국무위원이 14명인 상황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전례도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공백' 불확실성은 제한적...다만 대선 후 장기적 불안 요소 키워

경기 불황 위기와 통상 불확실성에도 책임을 포기한 한 전 총리, 최 부총리의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책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 전 총리는 무책임하다. 대미 통상이라든지, 선거에 대한 중립적인 관리 등 본인이 권한대행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저버린 것"이라며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대행을 맡지 말고 탄핵이 인용됐을 때 그만뒀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전 부총리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는 별개로 스스로 사임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탄핵이 추진되는 걸 정치적인 것으로만 보지 말고 탄핵을 하는 이유를 보고 바로 잡길 바라는 건데 탄핵당하기 싫으니 관둔 것"이라며 "지금까지 국제 신용평가사나 자본시장에 메시지를 던진 사람이 최 전 부총리인데 이게 책임지는 모습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의 잇따른 사퇴로 한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나원준 교수는 "경제 불확실성 굉장히 커졌다"면서 "사회 부총리가 규정에 따라 권한대행을 할 사람 있으니 괜찮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몇년간 이끌어온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새정부 출범 일정이 확정돼 있는 만큼 '국정공백'에 의한 불확실성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차피 지금 모든 부처가 정지된 상황"이라며 "예산 집행율도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하던 것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동안 현상 유지만 잘해서 다음 정부에 넘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대외신인도 측면에서도 한 달 정도 지나면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공백 문제는) 해소될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봤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판결,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등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면 대선 이후까지 장기적인 불확실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새정부가 안정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아닌 극심한 정치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상인 교수는 "불확실성 측면에서 볼때 굉장히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판결과 한 전 총리 출마로 보수가 결집되면 한국 사회에서 계속해서 정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기적인 상황을 관리할 총리가 대선에 나오는 건 경제 불확실성에서 안 좋은 뉴스"라고 강조했다.

정세은 교수도 "이후 한국 경제의 경제 정책을 두고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을 지속한다면 경기는 계속 안 좋을 것이고 양극화 문제도 계속 심화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중기적인 불확실성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통상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한 전 총리가 자신의 대선 홍보를 위해 한미 통상 협상을 이용하려던 상황이었던 만큼 미국 측이 이를 이용해 더 큰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9일(현지시각) "한국 정부는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것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원준 교수는 "한 전 총리의 대권가도를 위한 합의를 해준 걸로 나오는 데 미국 입장에서는 이를 약점으로 보고 확실한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협상을 이끌던 한 전 총리, 최 전 부총리가 자리를 떠난 만큼 이를 이유로 미국과의 협상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석진 교수는 "오히려 지금 최 전 부총리가 빠진 만큼 현 정부는 뒤로 물러서고 새로운 정부가 관여하게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지금 미국과 다른 나라의 협상은 거의 진도를 못 나가고 있는데 우리도 속도를 미루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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