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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승리로 내란세력 청산!”…‘윤건희 은신처’ 앞 촛불대행진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5/05/17 [20:00]

 

촛불행동이 17일 오후 4시 ‘윤건희 은신처’ 아크로비스타와 가까운 교대역 9번 출구 앞에서 ‘민주정부 건설! 내란세력 청산! 140차 촛불대행진’을 주최했다.

 

© 김영란 기자

 

‘압도적 승리로 내란세력 청산하자!’를 부제로 열린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은 연인원 1만여(주최 측 추산) 인파로 물결쳤다.

 

5.18광주민중항쟁 45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시민들이 목숨 바쳐 민주주의를 지킨 5.18민주영령을 위해 묵념했다.

 

“압도적 승리로 내란세력 청산하자!”, “내란 수괴 윤석열을 다시 구속하라!”, “내란 수괴의 수괴 김건희를 즉각 구속하라!”, “대선개입 전쟁강요 미국을 규탄한다!”, “룸살롱 접대 지귀연을 파면하고 구속하라!”, “조희대 대법원 10명 반드시 처벌하자!”라고 외치는 시민들의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 김영란 기자

 

김은진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 발언에서 “내란 ‘대대대행’ 이주호”, “내란세력들은 지금도 곳곳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충성하며 윤석열 내란 체제를 작동시키고 있다”라며 “윤석열은 파면됐지만 여전히 내란 체제의 지휘자는 내란 수괴 윤석열”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관해 쏟아지는 암살 제보를 언급한 뒤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최후의 수단, 대선 후보 암살을 노리는 것 아닌가?”, “특급범죄자를 하루빨리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 내란세력들이 어떤 짓도 할 수 없도록 내란세력 청산을 위한 촛불을 더 크게, 더 뜨겁게 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한·미·일 군사 협력을 요구하며 대선 개입, 대중국 전쟁 강요에 나선 미국을 향해 “그동안 은밀하게, 교묘하게 한국 내정에 간섭해 온 주한미군사령관과 미국 당국자들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직접적으로 한국의 주권을 공격하고 대선에 개입한 적은 처음이다”, “이재명 후보에게는 죽지 않으려면 미국의 계획을 받아들이라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내란을 진압하고 맞이한 이번 대선을 통해 더욱 민주적이고 더욱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우리 국민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미국을 규탄한다. 주제넘게 우리의 주권을 우롱하며 전쟁을 강요하는 미국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우리 국민은 이제 더 이상 트럼프와 미국의 강도적인 압력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이 오늘 출당도 아닌 자진 탈당의 형식으로 윤석열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고 했다”라며 “이제는 다 같이 무릎 꿇고 잘못했다고 할지도 모르는데 우리 현명한 국민이 속겠나? 꿈 깨라!”라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빛의 혁명은 근본적으로는 기득권 카르텔을 척결하는 과정이다. 겉으로는 대통령 하나 바꾸는 것 같지만, 근본에서는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가장 정점에 있는 기득권 카르텔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싸우고, 그 고비를 넘고, 우리 사회의 기득권 카르텔을 하나하나 척결할 수 있도록 함께 최선을 다하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은희 부산촛불행동 대표, 이은지 인천연수촛불행동 대표,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 윤경애 송파촛불행동 대표가 「야5당에 보내는 촛불시민의 4대 요구」를 발표했다. (아래 전문)

 

지역 촛불행동 대표자들은 “적폐 기득권세력들이 다시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 평화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하자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라며 차기 정부가 대선 승리 이후 즉각 실시할 과제로 ▲검찰개혁 ▲내란 특검법 실시 ▲명태균 특검법 실시 ▲9.19남북군사합의 복구를 제시했다.

 

▲ 왼쪽부터 공은희 부산촛불행동 대표, 이은지 인천연수촛불행동 대표, 김수진 남양주촛불행동 공동대표, 윤경애 송파촛불행동 대표. © 김영란 기자

 

지귀연 판사의 부정부패, 조희대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를 규탄하는 변호사들도 발언했다.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의 오동현 상임대표는 “우리가 싸우면 정의는 반드시 돌아온다. 이제는 판사를 견제할 수 있는 국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라고 했으며, 김경호 변호사는 “모든 국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법권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며 국민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을 소망했다.

 

시민들은 윤석열과 김건희, 지귀연 판사의 얼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함께 찢는 상징의식을 했다.

 

▲ 상징의식. © 김영란 기자

 

촛불합창단, 가수 성국 씨, 밴드 타카피의 공연을 즐긴 시민들이 교대역과 강남역을 거쳐 신논현역 방향으로 힘차게 행진했다.

 

굵어지는 빗줄기를 뚫고 신논현역 앞 강남대로에 도착한 시민들이 ‘분노와 응징의 함성’을 쏟아냈다.

 

나규복 광주전남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정리집회 발언에서 “오늘은 5월 17일, 5.18 전야제가 있는 날이다. 우리는 거꾸로, 광주에서 서울로 왔다. 우리가 5.18광주민중항쟁의 날에 서울로 모인 이유는 분명하다”라며 “제2의 전두환을 꿈꾸며, 비상계엄으로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윤석열과 김건희의 은신처가 바로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정부를 건설하는 것,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내란세력을 철저히 청산하는 것, 이게 오월 열사들의 염원 아니겠는가?”라며 “군부독재 정권을 지원하던 미국이 2025년 지금도 내란세력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1980년 광주항쟁이 전해 준 피의 교훈을 이어받아 내란세력을 지원하는 미국의 내정간섭도 철저하게 막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독립군가」를 노래하며 대선 투쟁을 승리로 이끌 결심을 굳혔다.

 

▲ 5.18민주영령을 위해 묵념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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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은진, 권오혁 공동대표. © 김영란 기자

 

▲ 김민석 최고위원 © 김영란 기자

 

▲ 오동현 변호사. © 김영란 기자

 

▲ 김경호 변호사. © 김영란 기자

 

▲ 촛불합창단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성국 씨의 공연. © 김영란 기자

 

▲ 타카피의 공연.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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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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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규복 광주전남촛불행동 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아래는 「야5당에 보내는 촛불시민의 4대 요구」 전문이다.

 

야5당에 보내는 촛불시민의 4대 요구

 

검찰독재 윤석열 정권의 내란을 진압하고 파면을 이끌어낸 우리 국민들은 내란 세력 완전 청산을 위한 촛불항쟁을 완강하게 이어가고 있다. 적폐 기득권세력들이 다시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 평화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관련자들을 발본색원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하자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다. 우리는 오늘 내란세력 청산을 위해 가장 시급한 4가지 과제를 다음과 같이 발표한다.

1. 검찰을 기필코 개혁하라.

이번에야말로 검찰개혁을 무조건 완수해야 한다. 검찰은 윤석열 독재 정권의 근간이었으며 12.3내란의 공범이다. 있는 죄를 덮고 없는 죄를 조작하는 정치 검찰을 해체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키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검찰개혁으로 출범하는 새로운 기관의 수장도 직선제로 선출하고 국민의 소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강력한 검찰개혁으로 국민을 괴롭히고 법치를 파괴하는 괴물 집단을 청산하자.

2. 내란 특검법을 즉시 실시하라.

대국민 학살을 기획하고 영원한 독재 왕국을 꿈꿨던 내란세력들을 모조리 적발하고 처벌해야 한다. 대한민국 곳곳에 암약하며 내란을 모의하고 실행, 방조했던 세력들을 청산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고 민주적 질서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이자들을 하나라도 남겨둔다면 제2, 제3의 내란이 이어질 것이다. 특히 계엄에 주동적으로 가담했으며 지금도 전쟁 도발로 내란을 완성시키려는 군부 내란 세력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뿌리째 도려내야 한다. 내란 특검법으로 내란세력들을 철저히 처벌하자.

3. 명태균 특검법을 즉시 실시하라.

명태균 게이트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출범 자체가 불법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불법으로 권력을 차지한 정권이 집권 기간 내내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질렀다. 당무 개입, 선거 개입, 공천 개입, 뇌물 수수 등 윤석열과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의 높이는 하늘에 닿는다. 그동안 적폐 기득권 세력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농락해 왔는지, 그들만의 비리 사슬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명태균 특검법을 통해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을 지키고 비리의 원천을 차단하는 출발점이다. 명태균 특검법으로 윤석열 정권의 범죄를 철저히 처벌하자.

4. 9.19남북군사합의를 조속히 복구하라.

북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로 전쟁을 일으켜 계엄의 명분을 만들려고 했던 것이 윤석열 정권이다. 내란세력들에게 분단은 영구 집권의 환경이고 전쟁과 긴장은 통치의 수단이었다. 윤석열 정권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해 온 9.19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한 것도 모자라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전쟁을 유도했다.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대북 전단 살포는 중단되지 않았고 대북 군사 훈련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남북 간 군사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내란을 방지하는 길이며 평화를 지키는 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최우선 과제다. 9.19남북군사합의를 복원시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자.

우리는 가장 시급한 이 4가지 과제를 야 5당이 대선 직후 즉시, 기필코 수행할 것을 요구한다. 대선 이후 숨 쉴 틈을 주지 말고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 투쟁으로 몰아쳐야 한다.

우리는 6월 3일, 역사적인 승리를 쟁취할 것이며

내란세력 완전 청산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5년 5월 17일

민주정부 건설 내란세력 청산

140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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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재명 악마화'는 없었다"

역사만화작가 박시백이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한때 <한겨레>에서 시사만평을 그렸던 박시백(62) 작가는 그동안 고려사(<박시백의 고려사>)와 조선사(<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일제강점기(<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친일파 열전>) 등 '역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줄기차게 진행해 왔다.

그런데 시사만평가에서 역사만화 작가로 변신한 그가 최근 '현존 정치인'을 만화작업의 대상으로 삼아 눈길을 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현재 가장 주목받는 대선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만화평전(<이재명의 길>, 비아북)을 그린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역사만화 작가가 이재명에게 주목한 이유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을 펴낸 박시백 작가 ⓒ 오마이뉴스 구영식

역사만화 작가가 동시대의 치열한 논쟁과 논란의 대상이 되는 현존 정치인에 대한 평전을 그리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고, 적지 않은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박시백 작가도 지난 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대선 때 시작된 '이재명 악마화 프레임'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이 그를 <이재명의 길>로 이끌었다. <이재명의 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도 "정치인 이재명의 삶과 그가 그리는 세상을 담는 데엔 턱없이 부족하겠으나 이재명에 대한 오해를 벗기고 악마화 프레임 너머의 진실을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라고 썼다.

그래서 <이재명의 길>에서는 전과 4범, 형수 욕설, 대장동사업 등과 함께 혜경궁김씨, 여배우와의 스캔들 등 이재명 후보의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린 사건들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고, 지금 시점에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이런저런 공격들을 제대로 파헤치고 진실을 밝혀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언론만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고, 지난 대선 결과도 그렇게 안됐을 것이다"라며 "어떤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공격이 시작되면 이것을 제대로 된 자체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속보 경쟁, 단독 경쟁에 뛰어들고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받아쓰기에 급급하지 않았나?"라며 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어 "특히 레거시 미디어(기성 언론) 중 보수적인 일간지들이 앞장서서 만들어 퍼뜨렸는데, 대표적인 보도가 '대장동 그분'이었다"라며 "(그런데) 진보진영 언론도 이것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사실을 제대로 밝히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엉거주춤하게 따라가는 스탠스(보도태도)를 취했다"라고 꼬집었다.

박시백 작가는 <이재명의 길>에서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이라고 이재명 후보를 표현했다. 그는 "공장과 검정고시, 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 등을 거쳐 결국은 자기의 올챙이 적이었던 성남으로 돌아와 인권 변호사를 하고, 그곳에서 벌인 싸움의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시장이 되고, 시장이 되고 나서도 거악과 싸우며 그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폈다"라며 "그것이 이재명 후보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아파트 단지에 환경미화원과 택배노동자의 쉼터를 만든 것을 거론하면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하겠네' 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뛰어난 능력이 있고, 동시에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최근 중도 실용주의 행보와 관련해서는 "집권하면 민주당과 함께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내란세력들을 진압하고 관련자들을 벌주는 것들인데 이것과 통합이 전혀 별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후보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과 사법, 고위공직자 등이 하나가 되어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그들의 공고한 기득권 카르텔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집권의 의미가 있겠나?"라며 "계급적이나 경제적 차원에서의 실용주의에 대해 너무나 보수화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향후 가장 중요한 일은 그동안 공고해져온 기득권 질서를 깨뜨려 개혁하고 정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들이 워낙 완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솜씨있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라며 "이재명 후보의 특징이자 장점이 자기 권한을 가장 최대한으로 잘 사용하는 거니까 그것에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시백 작가는 앞으로 현재의 한국사회를 주조한 시기인 1945년(해방, 미군정, 좌우갈등)부터 1950년(한국전쟁)까지의 현대사를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홍대입구역 근처 '옻칠갤러리'에서 1시간여 동안 진행한 박시백 작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조선일보>의 비아냥,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박시백 작가가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박시백 작가가 그린 ‘이재명 만화 평전‘ <이재명의 길> ⓒ 비아북 제공

- 그동안 조선(<조선왕조실록>)과 고려(<박시백의 고려사>)에 이어 일제강점기(<박시백의 일제강점사 35년>, <친일파 열전>)를 만화로 그렸는데, 갑자기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

"지난 대선을 거치며 내 마음 속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기득권 세력과 상대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대장동 프레임을 씌우고 갖가지 흑색선전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는 다 알다시피 0.73%p 차의 석패였다. 대선 과정에 어떤 이들은 이혼한 전 부인에게까지 전화해 이재명 지지를 호소했다는데 저는 한 표를 행사한 것 외에 한 게 없었고 미안했다. 그래서 다음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이재명 후보에게 씌워진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 진실을 알리는 만화를 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한 켠에 늘 있었다. 마침 출판사(비아북) 대표가 작년에 제안했는데 (그때만 해도) 대선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어서 천천히 준비했다가 대선 전에 나올 수 있게 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엄쉬엄 관련자료나 책들도 보고 공부하면서 콘티도 짜고 있었다."

- '작가의 말'에 보면, 비상 계엄과 탄핵 의결을 거치며 계획을 접었다가 거리에 '이재명은 안 된다'는 플래카드가 나붙는 걸 보면서 다시 마음을 바꿔 만화작업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12.3 내란을 겪고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석해 두 번째 시도 만에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안이 의결되는 걸 지켜봤다. 머지않아 조기대선이 열리리라 생각했고, 그때까지 작업을 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윤석열 탄핵안이 의결된 지 하루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이재명은 안된다'는 플래카드가 걸리는걸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저들은 또 이재명 악마화에 올인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록 책으로 묶일 분량은 안 될지라도 일단 할 수 있을 만큼 해서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매체에 연재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혀 먹고 그때부터 열심히 작업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늦어지고 조기 대선도 늦어지면서 책을 낼 수 있게 됐다."

-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특정 정치인을, 그것도 대선 후보의 만화평전을 대선 직전에 낸다는 것이 역사만화 작가로서 꽤 부담이었을 것 같다.

"부담이라면 부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폭력들이 너무 가혹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이재명 후보 관련기사엔 언제나 '전과 4범', '형수 욕설'을 운운하는 댓글이 따라붙는다. 그러다 보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도 '뭔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들에게 일일이 설명해 납득시키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래서 설명 대신 '이거 봐봐'라며 던져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유의미하지 않겠나. 역사를 그려온 작가로서 모양이 좀 빠지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이재명 후보를 바로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그럴 위인이 아닌데'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재명의 길>을 집필한 의도에 대해 "의도가 뻔히 읽힌다"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재명 후보를 미화한 만화 위인전이라는 것이다.

"저도 누군가 보내줘서 그 칼럼을 봤는데, '그렇게 다뤄줘서 땡큐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의도가 뻔히 읽히는 기사와 칼럼을 쓰면서 이재명 후보를 악마화 해온 게 <조선일보> 아닌가? 그런 비아냥이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오히려 의도가 뻔히 읽히는 그들의 공작 작업을 벗겨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인전이라고 폄하를 받더라도 괜찮다."

"이재명은 스스로 정한 도덕적 가치에 대단히 충실한 사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후보의 만화 평전을 그리기 위해 많은 자료들을 봤을텐데, 만화 평전 저자의 관점에서 이재명 후보는 어떤 사람이었나?

"이재명 후보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많다. 행정가로든 정치가로든 정말 유능한 사람이라는 평가엔 대부분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도덕적으론 뭔가 결함이 있는 사람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본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스스로 정한 도덕적 가치에 대단히 충실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보라. 그는 소년공으로서의 생활을 자기 형편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묵묵히 공장을 다니며 월급을 통째로 아버지에게 갖다 드리고 약간의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도 계속 그랬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어른들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 치더라도 공장에 사춘기 또래 친구들도 있어서 삐딱선을 타기 쉬운 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 오히려 공장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조금 받는 용돈조차 아껴서 자신이 사고 싶어했던 카메라를 포기하고 엄마한테 금가락지를 선물했다. 그런 걸 보면 경이로울 정도다.

그 당시 절친이었고, 검정고시를 같이 준비했던 친구가 술과 담배를 하는 걸 보고는 '너하고는 절교야'라며 한동안 만나지 않기도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자신이 '이러면 안돼'라고 생각하는 자기의 원칙이나 도덕적 기준에 굉장히 철저했던 사람인 것 같다. 이것은 행정가와 정치가가 된 이후에도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고 본다. 그러니까 외부의 부정청탁을 칼같이 끊어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 이재명 후보에게는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다고 보나?

"앞에서 말한 것 자체가 장점들이다. 더불어 유시민 작가가 말한 대로 이재명 후보의 대표적인 장점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이 50이 넘어서도 계속해서 인식의 지평을 넓혀 나가고, 주변과 대중을 대하는 태도는 점점 더 원숙해지는 등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중과 함께하는 사람이다. 지금 유세를 다니는 걸 보라. 아이를 만나면 아이한테,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만나면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정말 편하게 마치 친한 이웃사람 대하듯 한다. 이것은 단순하게 '정치인들의 대중적 친화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그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런 것들이 이재명 후보의 장점이고, 세상에서 이 후보의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들조차도 들여다 보면 장점의 표현 형태인 경우가 많다. 가령 기득권세력과 싸우는 데서 보인 거친 모습이라든가. 심지어 지금은 그런 모습들조차 잘 다듬어져가고 있다."

[인터뷰②] "이재명 후보, '올챙이 적'을 잊지 않은 사람"(https://omn.kr/2diyk)으로 이어집니다.

이재명의 길 -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

박시백 (지은이), 비아북(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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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이재명의길#비아북#이재명악마화#2025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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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정신은 민주주의 수호 의지,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5/17 09:48
  • 수정일
    2025/05/17 09:4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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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5.18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실천한 역사다

5.18광주민중항쟁은 10.26 박정희살해 사건으로 유신체제의 1인 유일 독재자가 제거된 상황에서 당연한 민주헌정 복원을 위해 정권찬탈 집단에 항거한 불굴의 역사다. 그 역사에 대한 역풍으로 박정희의 친위대로 키워진 정치군벌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가 12.12 군사반란으로 군권을 탈취한 후 군대의 물리적 힘으로 민중항쟁을 잔혹하게 살상 진압했다. 국가 통치권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그 선택권을 주권자인 국민이 행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두환을 수괴로 한 정치군벌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가 일련의 정권찬탈 내란을 감행한 것이다. 훗날 대법원이 내란범으로 선고한 정치군벌 하나회 수뇌부의 흉계에 의해 광기어린 역사적 복고 역풍이 몰아쳤다. 이에 대한 광주 시민·학생들의 항거는 국민저항권을 분출한 헌법적 기본권이었다. 민주공화제 국가에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국민주권 정신의 발로였다.

 

2024년 12.3 비상계엄 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 정국의 시민집회에서 가장 많이 부른 민중합창곡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였다. 민주공화주의를 명기한 헌법 제1조 1항에 곡을 붙여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재확인하는 뜻으로 2016년 촛불집회 때부터 시민들이 즐겨 합창했다. 민주공화주의가 처음 한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19년 3.1독립혁명을 통해서다. 3.1독립혁명에 바탕해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인 임시헌장 제1조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이라고 규정했다. 민주공화주의는 오늘날까지 우리 헌법정신의 변함없는 근간이다. 민주란 주권의 행사 방식으로서 대의정치와 의회주의, 그리고 법치주의에 관한 절차적 개념이다. 공화주의는 주권의 소재가 군주나 소수 귀족이 아니라 국민에게 있다는 정치이념이다. 국가의 통치권을 비롯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이 공화주의에 바탕한 규정이다.

 

공화주의는 현대 정치사상의 발전과정에서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와 대립 관계처럼 상호 논쟁을 거쳐왔다. 그러나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는 대립적 이념이기보다는 경쟁관계로서 상호보완적 발전을 이루어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사적 자유보다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시민과 공민의 덕목을 중시한다. 시민들 사이의 우애와 동지애, 그리고 이에 바탕한 상호신뢰와 연대라는 가치가 개인적 자유보다 우선시된다. 이같은 공동체적 가치가 발전되고 존중될 때 개인의 자유가 고도화될 수 있다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체주의나 파시즘과 구분된다. 5.18 광주민중항쟁에서 계엄군의 잔혹한 유혈 진압작전에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가 발양된 것은 시민학생 시위대의 우애와 동지애, 그리고 상호신뢰와 연대라는 공동체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어서 가능했다.

 

 

공동체 구성원의 동지애와 연대가 최고조로 발양된 역사- 3.1 독립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

 

공동체 구성원의 동지애와 연대가 최고조로 발양된 역사가 3.1 독립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이었다. 4.19 혁명의 경우 경찰의 발포가 있었지만 대통령 이승만이 조기에 하야함으로써 시민학생 시위대의 동지애와 연대의식이 작동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곧바로 새로운 혁명정부가 들어섰지만 정파간 갈등과 대립이 불거졌다. 이는 시민혁명이 성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동지애와 연대, 즉 공화주의 가치가 결핍된 증상이었다. 시민학생들이 피 흘려 얻어낸 혁명적 성과가 정치권의 정파적 이기주의에 희생되고 만 것이다. 정치군인들은 이것이 무질서와 혼란상이라며 쿠데타의 구실로 삼았다. 4.19 혁명이 공화주의적 가치의 결핍증을 치유하면서 역사발전의 길을 찾을만한 시간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5.16 군사쿠데타가 터진 것이다. 어느 나라 시민혁명도 1년만에 완결된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도 5.16 쿠데타의 최대 역사적 죄과중 하나는 4.19 민주혁명을 유린한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 5.16 군사쿠데타가 4.19 민주혁명을 유린한 것으로 역사발전의 역풍에 책임이 크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간과돼 왔다.

 

 

3.1독립혁명의 민주공화주의는 만세시위에서 실증적으로 발견된다. 한반도 민중이 일제의 식민지배 억압통치에 대한 저항으로 분출시킨 민족독립혁명으로서 전국 각 지역에서 모든 사회계층이 고루 참가했다. 곳곳에서 국민대표를 자처하는 발언 사례들이 속출해 국가주권을 일제에 넘겨 준 대한제국 황실과 사대부 지배계층에 대해 국민주권 정신을 표출한 민중혁명이었다. 일제를 비롯한 세계만방에 대한의 대외적 독립성을 천명한 반제·반식민 민족운동이며 국가구성원 모든 계층의 참여로 대내적 동질성을 형성한 반봉건 민중운동이었다.

 

3.1독립혁명의 만세시위대는 서울과 전국 각 지역에서 일본 헌병의 무자비한 총칼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행진했다. 이처럼 맨손의 시위대가 잔혹한 무장 군경의 유혈 진압에 굴하지 않고 독립만세 시위를 감행한 것은 동지애와 연대의식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518 광주민중항쟁에서 시민학생 시위대가 탱크를 앞세워 진격하는 계엄군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결사항전한 것은 3.1독립운동의 만세시위와 같은 연대의식의 발현이었다.

 

3.1독립선언서를 발표한 초기의 33인 민족대표가 비폭력 평화적 시위를 주창했지만 며칠 안가서 전국 각 지역의 농민들은 일제 군경의 만행에 대항하기 위해 삽과 곡괭이 같은 농사도구를 무기로 들고 나왔다. 농민 시위대는 경찰 지서와 관청에 불지르고 관헌을 살상하는 등 강경 행동을 보였다. 이처럼 3.1독립혁명은 선언서 발표 및 조직화의 1단계와 지방농민층이 참가한 민중화의 2단계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한국 근대사에서 지방농민의 저항력과 불굴의 투지는 조선조 말 경상·전라·충청 삼남지방의 탐관오리 숙청 행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후 지배층에 대한 지방 농민의 저항이 축적돼 동학농민혁명으로 이어졌다. 농민층의 그런 경험은 3.1독립혁명에서 일제 군경의 유혈진압에 자극받아 다시 강경한 저항 행동으로 분출됐다.

 

3.1독립혁명은 초기의 조직화 단계와 후기 민중운동 단계가 그 이념적 배경과 행동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후반기 지방 농민들이 나선 민중화의 단계에서 비폭력과 평화적 의사표현은 지켜질 수 없었으며 반(半)폭력 반(半)평화라고 해야 할 것이다. 5.18 광주민중항쟁에서도 시민학생들은 처음에 맨손 시위에 나섰으나 공수부대가 박달나무 진압봉과 M16 총기로 잔혹 행동울 보이자 인근 지역 경찰서와 지서 등의 무기로 무장한 시민군이 등장했다. 시민군의 구성은 시민수습대책위원회 및 학생수습대책위원회나 항쟁지도부와 다른 광주전남 지역에서 소외된 기층민중이었다. 시민군은 무기회수 반납을 둘러싸고 수습대책위와 계엄군측 사이에 수차 협상이 있었지만 끝까지 비상계엄 해제와 유혈진압 사과를 요구하면서 무기 반납을 거부했다. 이처럼 5.18 민중항쟁의 무력 강경투쟁은 직접적으로 계엄군의 과잉 유혈진압에 대항해 당연하고 자연발생적인 결과였으며 다른 한편 서울에서 벌어진 하나회 내란집단의 정권찬탈에 대한 항거였다. 5.18 민중항쟁은 안팎의 상황 속에 비극을 피하기 어려운 운명이었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광주민중항쟁 45주년 국민대토론회 II] 에서 김재홍 80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17대 국회의원,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80해직언론인협의회

 

하나회 수뇌부, 시위해산 아닌 군중 자극해 군부 나설 여론조작

내란흉계 국민전달 막은 검열 성공적…검열거부 언론인 강제해직

 

12.12 군권 탈취 후 내란 수괴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1980년4월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불법 겸직했다. 이는 그가 내각의 주요 장관 회의에 참석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는 의미다. 내란 주범이 내각을 장악한 상황이었디. 이어 내란집단 하나회는 5월17일 밤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해 이른바 시국대책안으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를 결의했다. 내란집단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 참석자들의 연서명을 받은 비상계엄 전국확대선포안을 국무회의에 보냈다. 집총 군인들이 둘러싼 위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된 비상국무회의는 내란집단의 시국대책안을 토론 없이 8분만에 통과시켰다. 하나회가 포진한 보안사와 합수부는 그 즉시 민주진영 인사들을 검거하고 야당 국회의원들의 가택 연금을 강행했다. 김대중, 문익환, 이영희, 한완상, 정동년 등이 불법 구금됐다. 동시에 특전사 예하 공수부대들과 20사단 3개 연대가 서울, 광주, 대구의 주요 대학들을 점령했다. 광주의 전남대와 조선대에 7공수여단 4개 대대가 투입됐다. 5월18일 아침에는 전국의 주요 대학들에 시위 진압군 충정부대의 점령이 완료돼 있었다.

 

광주에서는 5월 초부터 7개 대학 학생회가 산발적인 시국성토대회와 가두시위를 벌였다. 18일 비상계엄 전국확대 선포와 민주인사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계엄을 철폐하라" "김대중을 석방하라" "전두환은 퇴진하라"는 시위대의 3대 구호가 광주민중항쟁의 성격을 말해준다. 18일 오전 전남대와 조선대에 주둔해 있던 7공수여단 4개 대대는 대학생과 청년들에게 무자비하게 박달나무 진압봉을 휘두르며 폭행했다. 도주하는 젊은이들을 골목과 건물 안까지 뒤쫓아가 진압봉으로 가격하고 옷을 벗기고 머리를 땅에 쳐박는 등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공수부대원들은 골목을 누비며 눈에 띄는 젊은이는 시위 가담 여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폭행한 후 끌고 가 트럭에 실어 연행했다.

 

이같은 야만적 진압작전은 시위대 해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개심에 찬 과잉 보복행동으로 일부러 시민들의 군중 반발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기도 했다. 광주 일원에 폭력 시위를 유발함으로써 질서유지와 국가안보를 위하여 군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저의가 깔려있는 과잉 진압이었다.

 

이에 앞서 5월14,15일 서울에서는 대규모 대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15일 오후 서울역에는 10만에 육박하는 학생 시위대가 집결했다. 학생들은 연좌하고 성토대회를 벌였다. 그러나 각 대학 학생회에 군 탱크와 병력이 효창운동장과 잠실운동장에 집결했다는 제보 전화가 빗발쳤다. 각 대학 총학생회 대표들은 고려대에 모여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 군과 충돌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시민대중은 학생 시위의 목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외신과 교내 대자보 등을 통해 나름 많은 정보를 알고 있던 학생들과 달리 일반 국민은 내란집단의 흉계와 저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합수부의 언론 검열로 진실을 보도하는 기사가 다 잘려나가 국민의 알 권리가 말살된 때문이었다. 이 점에서 내란집단의 언론 검열에 의한 보도통제가 성공을 거둔 반면 당시 한국 언론은 국민에 알릴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5.18 민중항쟁을 보도하기 위한 언론자유 투쟁으로 검열과 제작을 거부한 언론인들은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진압이 완료된 후 합수부가 소속 언론사에 내려보낸 명단에 따라 강제해직을 당했다.

 

1980년 5월 서울의 노학연대 불발, 학생운동권 서울역 회군

5.18 광주 고립무원으로 운명적 집중 참상

 

각 대학 총학생회 대표들은 14일 서울 연건동 노총회관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노조 조합원과 지도부에 계엄해제와 민주헌정 복원을 요구하는 시위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호응해 오지 않고 해산해 버렸다. 총학 대표들은 이같은 기층민중 운동조차도 학생들과 연대 투쟁에 외면하는 현실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15일 저녁 7시반, 이들은 이른바 '서울역 회군'을 결정하고 만다. 노조 측의 연대 불응과 학생운동권의 서울역 회군결정 역시 상호 신뢰와 동지애를 쌓을만한 사전 단계가 없었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오랜 군사독재 정권과 유신체제 아래서 이른바 노학연대를 이루기는 어려운 현실이었지만 또한 공화주의의 빈곤 탓도 컸다. 만약 서울의 학생운동권이 당시 서울역 회군을 하지않고 가두투쟁을 강행했더라면 전국의 민주화운동 확산에 큰 힘이 됐을 것이다. 그에 따라 내란집단의 진압작전이 분산됐을 것이고 5.18 광주민중항쟁은 고립무원으로 집중적 참상을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안타까운 가정도 가능하다.

 

한편 내란집단은 5월20일로 소집 공고된 임시국회을 무산시키기 위해 30사단의 101연대 병력으로 국회의사당을 봉쇄했다. 계엄해제 요구권을 가진 국회를 사실상 해산시켜 버렸다.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 결의를 원천적으로 막아 버린 것이다. 12.3 비상계엄 때 대통령 윤석열이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 국회에 투입된 군부대 지휘관들에게 "국회 본회의장에서 인원을 끌어내라"고 전화로 지시한 것은 이같은 하나회 내란집단의 국회 봉쇄를 답습한 모방범죄였다.

 

광주에 투입된 7공수 4개 대대의 18,19일 만행으로 시민학생의 분노가 폭발하자 20일 11공수와 3공수가 증파됐다. 이날 밤 11시 경 광주신역에서 3공수 12대대가 시위대를 향해 M16을 발포했고 시민 수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진압군의 첫 발포였다. 3공수는 12.12 군사반란 때 특공조를 투입해 직속 상관인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과 비서실장 김오랑 소령에게 M16을 난사한 무자비하고 반인륜적인 작전을 자행한 부대다. 정 사령관은 총상을 입고 체포됐고 김 소령은 후송차에 실려가던 중 출혈과다로 숨졌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중항쟁 때 3공수 여단장은 동일인으로 육사13기의 하나회 핵심인 최세창 준장이었다. 그는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 아래서 3군사령관, 합참의장, 광업진흥공사 사장, 국방부장관을 지냈다.

 

다음날 21일 오후 1시 도청 앞 광장, 느닷없이 애국가가 방송되면서 공수부대의 집단 발포가 시작됐다. 11공수 부대원들이 엎드려 쏴 자세로 지휘관이 확성기로 사격중지 명령을 내릴 때까지 10분간 계속 발포했다. 11공수 여단장 역시 육사 12기의 하나회 핵심 최웅 준장이었다. 그는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아래서 특전사령관, 합참 본부장, 파키스탄 대사를 지냈다.

 

이날 도청 앞 광장 뿐아니라 전일빌딩과 주변 건물의 옥상에서 저격병들이 시위대 선두 주동자들을 겨냥하여 발포했다. 도청 앞 발포로 최소한 54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총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5월21일 오후 광주시내의 병원은 복도까지 사망자와 부상자로 넘쳐났다.

 

발포의 경위에 대해 군 기록에 의하면 5월20일 밤 광주지역 군 부대를 관장하는 2군사령부는 현지 계엄사 분소인 전투교육사령부에 "실탄 통제, 발포 불가" 지시를 내렸고 전교사는 이를 31사단에 전달했으며 31사단은 배속받은 공수부대를 포함한 예하 부대에 이를 전달했다. 이 "발포 불가"를 무력화시킨 것이 22일 오전 계엄사령부 대책회의 결정사항으로 나온 "자위권 발동"이었다. 또한 계엄사령관 이희성이 21일 저녁 7시반 군의 자위권 보유를 천명하는 특별담화를 발표하기 이전에 자위권 발동 지시가 광주 현지 부대들에 전달된 기록은 전혀 없다. 그런데 3공수와 11공수는 그 이전인 20일과 21일 발포를 감행했다. 이들은 그나마 군 정규 지휘계통이 아닌 다른 지령을 받고 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5월21일 무장 시민군 등장으로 진압군 후퇴

무기 반납을 둘러싼 협상과 수습대책위 내부 분화 조짐

 

공수부대의 집단발포로 엄청난 희생을 치른 광주시민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무장에 나섰다. 인근 도시의 경찰병력이 대부분 광주로 차출됐기 때문에 지서와 파출소의 무기들이 어렵지 않게 시민들 손에 들어갔다. 21일 오후 3시15분경, M16과 칼빈소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이 최초로 광주 중심가인 충장로 광주우체국에서 도청 방향으로 진격했고 2천여명의 시민들이 그 뒤를 따랐다. 5.18 시민군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 무장 시민군은 대학생이나 지역 유지들과 다른 기층민중이었다. 이날 오후 4시 광주의 공수부대들은 주둔지로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무장한 시민군이 진압군을 밀어낸 것이다.

 

이후 광주의 유지들을 중심으로 한 5.18수습대책위원회와 계엄군 사이에 무기회수 반납을 핵심사안으로 어려운 협상이 진행된다. 무기반납 문제는 수습대책위와 시민시위대 사이에 타협론과 결사항전론으로 논쟁을 낳았다. 5월22일 오후 계엄군측과 협상을 하고 돌아 온 수습대책위는 10만여 시민시위대 앞에서 결과를 보고했다. 시민들은 수습위가 "유혈을 방지하고 질서를 유지하자"고 제안하자 열렬해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무기를 회수해 반납하고 치안을 계엄사에 맡겨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자 시민들은 격분하여 야유를 보냈다. 시민들이 "굴욕적인 협상에 반대한다, 계엄령을 해제하라, 전두환을 처단하라"고 반발하고 야유하자 수습위원들은 모두 연단에서 내려왔다. 시민들은 계엄사에 깊은 불신감을 갖고 있었으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항쟁정신을 표출했다. 여기서 수습위는 시민수습위와 학생수습위로 나뉘었다. 무기반납과 계엄사와의 협상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진 후 청년학생들은 결사항전하기로 뜻을 모으고 새로운 항쟁지도부를 구성했다.

 

탱크 진격에 재야 수습위 "어른이 나서자,"'죽음의 행진'

도청 사수대"고등학생들 먼저 투항해 꼭 살아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공동체의 우애와 연대 정신

 

5월26일 새벽 5시반, 탱크를 앞세운 20사단 병력이 각 방면에서 광주시내로 진군해 왔다. 내란집단 하나회 지휘부가 전교사에 하달한 도청 진압작전의 시각이 27일 0시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시민군의 항쟁의지를 시험해 보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었다. 도청에서 수습위 긴급회의가 열렸다. "우리 어른들이 방패가 됩시다. 전차 앞에 나서도 죽고 여기 있어도 죽을 것입니다." 남동성당 김성용 주임신부였다. 결사항전 의지를 밝히면서 어른들이 몸을 던져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그는 "전 시민의 무장화를 호소하고 최후의 순간이 오면 TNT를 폭발시켜 전원 자폭합시다"면서 수습위원들이 나가서 탱크 앞에 서자고 결연한 의지로 제안했다. 재야의 수습위원 17명이 전원 찬동했다. 그들은 금남로에서 광주대교를 거쳐 농촌진흥원 앞에 도열한 탱크 앞까지 약 4km를 걸었다. 목숨을 건 죽음의 행진이었다. 그 뒤를 시민들이 따랐고 갈수록 늘어나 수백명에 이르렀다. 5.18 광주민중항쟁 가운데 '죽음의 행진'이라 불리는 결행이었다. 공동체적 동지애로 뭉친 연대감이 아니면 불가능한 죽음의 동행이었다. 행진 후 탱크 앞 계엄군 측 전교사 지휘부와 마주 선 수습위원들은 협상하기 위해 탱크를 전날 밤의 위치로 후퇴시키라고 요구했다. 전교사 부사령관 김기석 소장의 명령으로 탱크는 물러났다. 협상은 종국적으로 결렬됐지만 수습위원들의 목숨을 건 항쟁정신과 결단이 돋보이는 사례였다.

 

광주전남 지역공동체의 동지애와 연대의식은 5월27일 새벽 3공수여단의 도청 진압작전이 본격화된 극한 상황에서도 승화된 기록으로 남아 있다. 5.18 민중항쟁의 '마지막 불꽃'이라 불리는 도청 사수의 새벽 시간에 한 청년이 외쳤다. "고등학생들은 총을 버리고 투항해라. 우리는 사살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잡혀서 죽는다. 그러나 고등학생들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서, 고등학생들은 먼저 나가라."

 

5.18 민중항쟁 가운데 '죽음의 행진'과 "고등학생은 먼저 나가라"는 외침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신사였다. 이같은 광주전남 지역공동체가 공유한 상호 우애과 연대의식이 5.18 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18 정신, 민주헌정 수호 불굴 투지와 자치공동체 발현

헌법전문 명기해 미래세대에 지속가능발전 밑돌로 전수

 

5.18 민중항쟁은 일제 식민지배에 저항한 3.1독립혁명에 이어 국민주권 정신과 함께 공동체 구성원의 상호 우애와 연대를 승화시킨 역사였다. 전두환을 수괴로 한 하나회 내란집단의 헌정 파괴에 항거함으로써 이승만의 장기집권과 부정선거에 항거한 4.19민주혁명과 함께 민주헌정 수호를 위한 결사항전으로 기록됐다. 잔혹했던 전두환 내란집단의 살상진압에 굴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한국의 근현대 역사상 유례없는 참상으로 남았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불굴의 투지 못지않게 5.18 민중항쟁이 지닌 소중한 역사적 가치는 어느 나라 시민 ‧ 민중혁명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자치공동체 정신의 발현이었다. 항쟁지도부와 시민군을 조직하여 관공서, 경찰서, 은행 등 주요 시설물에 경비조를 배치했으며 차량통행증과 유류보급증을 발부해 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했다.

 

우리의 헌법 정신은 헌법전문에 명기된 3.1운동과 4.19이념이 그 기둥이다. 3.1만세운동 독립혁명의 국민주권 의지와 4.19시민혁명의 민주헌정 수호 정신이 양대 기둥이라 할 수 있다. 5.18 민중항쟁의 국민주권과 민주헌정 수호 및 자치공동체 정신은 3.1운동과 4.19이념의 역사적 연장선상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5.18민중항쟁은 지금까지 그 역사적 의미에 반하여 일부 몰지각한 정파적이거나 지역할거적 인사들에 의해 폄훼당해 왔다. 그나마 국민대표 기구인 국회에서 정파간 합의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5.18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그리고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는 유엔이 정한 인권탄압 과거사 청산의 원칙으로서 '이행기 정의' (Transitional Justice)에 대한 최소한의 부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5.18 민중항쟁 정신은 이행기 정의의 최소 기준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주권 확립과 대한민국의 민주헌정을 수호한 역사적 자산으로 헌법전문에 명기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3.1운동과 4.19혁명의 역사적 연장선상에서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몸 던져 싸운 5.18정신이야말로 헌법전문에 명기함으로써 새 시대의 헌법을 완결짓게 될 것이다. 이는 민주헌정사에 부응하는 한편 미래세대에게 전수하여 지속가능한 국가공동체 발전의 밑돌을 견고히 하는 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기둥인 민주공화제와 국민주권 정신을 경험적으로 실천한 역사로서 5.18 민중항쟁을 헌법전문에 명기해야 할 대의명분은 충분하다 할 것이다.

 

▲4월 2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국민대토론회에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앞줄 왼쪽 셋째부터 김재홍 서울디지털대 전 총장(17대 국회의원),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 상임대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뒷줄 오른쪽부터 신홍범 전 조선투위 위원장,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 강경숙-민형배-신정훈-정성호-조경태-전진숙 의원. ⓒ필자 제공

(이 글은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5·18 광주민중항쟁 45주년 국민대토론회' 기조 발제문을 정리한 것이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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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침투 무인기는 한국 드론사령부와 같은 것"

평화연대, '국방부가 직접 평양에 무인기 침투시키지 않았나'...외환죄 조사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5.16 17:38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6알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인기 평양침투를 통해 전쟁을 유도한 내란·외환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는 16알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인기 평양침투를 통해 전쟁을 유도한 내란·외환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추락한 무인기와 한국군 드론사령부가 사용하는 무인기가 "매우 유사"하다는 국방과학연구소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이를 '국방부가 직접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라며, 무인기 평양침투를 통해 전쟁을 유도한 내란·외환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평화연대는 16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권력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려 했던 것은 국방부의 주장처럼 '정상적인 군사활동'이 아니라 反국민, 反국가행위"라며,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드론작전사령부,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방첩사령부에 대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연대는 지난해 12월 26일에 이미 대통령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부 사령관,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 등 12.3 내란 주도자 4인을 '한반도 전쟁 유도', '외환죄'(일반이적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그간 빗발치는 증언과 자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았으며 그 사이 드론 보관 컨테이너 화재, 내부자료 대량파기와 컴퓨터 포맷 등 드론사가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하고는 이번에 국방과학연구소의 보고서가 공개된 만큼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작년 10월초 평양침투 무인기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앵무새마냥 되풀이했던 국방부가 이번 국방과학연구소 보고서에 대해서도 '입장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고 하면서 "이는 수사대상인 국방부가 사실은폐에 가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국방부장관의 포괄적 지휘·감독을 받는 방위산업청 산하 100% 정부 출연 특수법인. 민간 업체와 공동으로 문제의 무인기를 연구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가 특별하게 읽히는 까닭이다.

'북 전단무인기 비교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지난 14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것으로 이를 [MBC]가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공개된 보고서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자체 연구개발을 완료한 뒤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상증여한 무인기와 지난해 10월 19일 [노동신문]이 국방성 대변인 발표를 인용해 보도한 '원거리정찰용 소형드론'과의 유사성을 분석할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전체 형상은 매우 유사함", "좌우 수직꼬리날개의 조종면 구동기 위치, 데이터링크 안테나의 위치가 동일함" 등의 평가가 기록돼 있다.

당시 북측이 공개한 사진속 무인기에는 착륙시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인 랜딩폼이 없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이지만, 만약 전단 살포를 위해 전단통을 달았다면 랜딩폼 자리에 달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또 이 기종이라면 서해 백령도를 출발해 평양까지 비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부 의원은 [MBC]에 "평양시내에서 수십바퀴를 도는 항적도 확인했고...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무인기는 2km까지 소음이 들리는데, 만약 군이 이 무인기를 평양에 보냈다면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며, "일반 이적죄, 불법 전투개시 예비음모, 선전선동이 포괄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계엄명분으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가능하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방과학연구소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 말 국군방첩사령부의 정보분석부서가 드론작전사령부,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 개발사인 S사 등에 대해 사실 조사를 벌인 뒤 평양 무인기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SBS]는 당시 방첩사 보고서에서도 평양 침투 무인기과 국방과학연구소·국내 S사가 공동개발해 드론사에서 사용하던 무인기의 모양과 색깔이 같으며, 최대 비행거리 480km로 평양·신의주를 왕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또 보고를 받은 방첩사 지휘부가 이례적으로 보고서 폐기와 조사 중단을 명령했다는 전언도 함께 알렸다.

이장희 서울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장희 서울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장희 서울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전단살포와 북측 오물풍선 원점타격 지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공군 전투기와 아파치 헬기 위협비행, 평양무인기 침투 등 윤석열 정부가 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국지전을 유도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는 정황과 증언이 이어지던 끝에 이번에 국방과학연구소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외에 다른 처벌 규정이 없는 중대 범죄이며, 미수에 그치거나 예비, 음모, 선동, 선전 행위라고 하더라도 처벌받는 외환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방부와 핵심 관계자들이 명확히 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수사기관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엄중하게 수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미연 진보당 자주통일평화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미연 진보당 자주통일평화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신미연 진보당 자주통일평화위원장은 "평양에 침투한 무인기는 자신들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군의 것, 동일장비라는 것"이라는 게 국방과학연구소 보고서의 결론이라고 딱 부러지게 정리했다. 이어 "이제부터 국가수사본부는 '누가 무엇을 위해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안보실 고위 공직자가 지난해 3월 드론사를 방문하고 6월부터 국가안보실이 북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드론사에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으며, 드론사는 그 무렵 국가안보실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안보실과 드론사 모두 공식 명령계통인 국방부와 합참은 건너 뛰고 직접 지시와 보고를 했다는 의혹도 언급했다.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 외환유치 진상조사단이 군 관계자 제보를 인용해 제기한 의혹들이다.

신 위원장은 앞으로 외환죄 수사과정에서 △기획자와 지휘자의 실체 △조직적 가담자의 실체 △미국의 개입 여부 등 세가지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론사에 대한 최종 지휘자로 '윤석열'이 지목되고 있으나, 감춰진 기획자를 모두 밝혀야 한다는 것. 

또 이 계획은 일부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정부, 군, 대통령실이 모두 연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내란과 외환이 단절된 사건이 아닌만큼 윤석열의 영구집권 시나리오에 이용된 전쟁유도 사건은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환유도를 위해 준비된 치밀한 조작극인 무인기 평양침투계획에 미국이 개입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모르는 가운데 무인기를 북한상공까지 침투시켰다면 미국의 정보망과 통신체계, 나아가 전시작전권을 무력화시켰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직을 겸하는 유엔사가 군사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을 통제받지 않고 임의로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백령도에서 출발한 무인기는 서해를 통해 평양으로 비행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유엔사는 지난해 10월 14일 '평양상공 무인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 조사'를 진행한다는 입장문을 낸 이후 지금까지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사전에 알고도 방관했다면 공범이이고, 몰랐다면 무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청년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청년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지예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청년 공동대표는 "드론작전사령부의 드론이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나 날아갔는데 미국이 몰랐겠느냐"며, 내란과 전쟁은 동시에 시도되었고 미국은 이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짚었다.

비상계엄 발표 5일이 지난 지난해 12월 8일 드론사 예하부대에서 컨테이너 화재가 발생했고 무인기 침투에 대한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이 역시 미궁에 빠진 상태이다.

전 대표는 "내란청산을 외치면서 윤석열의 전쟁유도, 외환죄 혐의에 대해 2만 4,000여명의 시민들이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으나 수사기관은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내란 전쟁세력의 전쟁유도 계획과 드론사의 작전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철저히 파헤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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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고속도로 특혜' 압색…'윤건희 대형 비리' 대선판 소환

김성진 기자

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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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5.05.16 17:00

  • 수정 2025.05.16 19:56

  • 댓글 1

대선 D-18, 경찰 김건희 일가 토건 비리 동시다발 수사

윤건희랑 아직 인연도 못 끊었는데…골치 아픈 김문수

검찰 이어 경찰까지 윤건희 대형 비리 대선판 한복판에

일요일 TV 토론 전 정리 못하면 윤건희로 십자포화 각

한동훈 "윤석열 부부와 절연하고 전광훈 선긋기 하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2025.4.11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김건희 부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이 16일 동시다발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김건희 씨에게 소환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들 부부의 또다른 대형 비리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선판을 흔들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검찰이 최근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 김건희의 전 보좌진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사실도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지는 양상이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절연'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쪽은 6·3 대선을 불과 18일 앞두고 연속된 윤석열발 악재가 터지면서 곤란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정부세종청사 내 국토교통부와 경기 양평군청,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과 관련해 타당성 조사를 한 용역업체(경동엔지니어링)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들 기관과 업체에 수사관을 보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공사 및 노선 변경 과정과 관련, 수사에 필요한 자료 일체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에 확보한 압수물을 바탕으로, 특혜 의혹이 있는지에 관해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은 지난 2023년 7월 직권남용 혐의로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각각 고발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으로,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언론과 민주당에서 고속도로 종점 변경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면서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후 현재까지 고속도로 사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일가의 경기도 양평군 토지를 둘러싸고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이 당초 계획됐던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김 씨 일가의 토지 바로 인근인 강상면으로 바뀌면서다. 그림의 검정색선 오른쪽 끝이 양서면, 빨간색 선 오른쪽 끝이 강상면. 강상면 일대에 김건희 씨 일가의 땅이 있다. 그림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갈무리. 2023.7.6. 국토교통부.

민주당 경기도당 등 고발인들은 원 전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이후 유지돼 오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 종점 노선을 윤석열 처가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김건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 종점 노선으로 변경해 직무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202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고 2022년 타당성평가를 시작한 1조 8000억 원 규모의 국책사업이다. 이전 정권부터 추진해 온 국책 사업을 국토부 장관이 공론화도 없이 독단적으로 백지화한 자체가 양평군민 등의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 경기도당은 같은 해 7월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 전진선 양평군수와 안철영 양평군청 도시건설 국장 등에 대해서도 형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원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했다. 경기도당은 전 군수가 지난 2022년 7월 1일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김건희 처가 공흥지구 특혜비리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안철영 당시 도시과장을 도시건설국장으로 단독 승진시킨 것이 공무원 복무 규정 등을 위반한 직권 남용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안 국장은 승진한 지 20일도 되지 않아 김건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종점을 변경하는 안을 고속도로 노선안을 결재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이후에도 계기마다 문제가 제기됐다. 민주당은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진 재작년에 이어 작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고속도로 대안 종점(강상면)의 중부내륙고속도로 접속 분기점(JCT)이 김건희 일가가 소유한 땅에 들어서게 돼 김건희 일가가 토지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은순 씨의 양평지역 부동산 중 차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강상면 교평리 땅(화살표). 이 땅은 도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교평지구 바로 아래에 있고, 남양평IC와도 가까워 서울-양평 고속도로 분기점이 강상면으로 결정될 경우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릴 수 있게 된다. 그래픽 민들레

그러나 정치권 비판에도 대통령 부부 수사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공수처와 검찰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한 5건의 고발을 협의한 끝에 사건이 불거진 지 1년이 지난 지난해 7월에야 경기남부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했다. 이미 2023년 7월부터 그해 국정감사가 있었던 10월까지 언론에서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 수많은 증거를 내놨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피고발인인 원 전 장관에 대한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2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야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이미 상당 수의 증거가 인멸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개별 수사 상황과 별개로, 검찰에 이어 경찰까지 윤석열·김건희 부부 비리 의혹을 강제수사하면서 정치권에는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건희 씨에게 피의자 조사를 받으라 했으나, 김 씨 쪽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2차 소환 통보를 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고검은 김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경찰이 추가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까지 수사하면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각종 비리 의혹이 대선판을 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경찰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인 가운데,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가 최근 '통일교 청탁 의혹'을 수사하면서 대통령실 제2부속실 행정관이었던 조아무개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다. 검찰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아무개 씨가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선물용 금품을 건네주면서 각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30일에도 김건희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 그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코바나컨텐츠 직원 출신 수행비서 2명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한 바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관련 재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5.4.7. 연합뉴스

김건희 씨에 대한 검경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5일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5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을 통합해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김건희 특검법은 발의만 다섯 번째이며, 통합 특검의 수사 대상만 총 16개이 이른다. 야5당은 대선이 끝난 뒤인 6월 중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김건희 씨에 대한 검경의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조기 처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대형 비리 게이트가 대선판에 소환되면서 난감해진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캠프 쪽이다. 김 후보는 최근 불법적인 12·3 계엄에 대해서 연이어 사과했지만, 윤석열 출당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는 등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관계를 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층도 무당층도 흡수하지 못하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는 18일 대선 후보 TV 토론까지 예정돼 있다. 김 후보가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윤석열·김건희 부부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토론에 나선다면 다른 후보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에 당내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정리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법부 수호 및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5.5.15. 연합뉴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정리하지 못하면서 선거 캠프를 지원해야 할 주요 국민의힘 대권주자들도 김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있다. 가장 많은 목소리를 내는 인사 중 하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한 전 대표는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5월 18일 대통령 후보 토론 이전에' 김문수 후보님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계엄 반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의 절연 ▲자유통일당 등 극단 세력과의 선 긋기를 재차 요구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이 국민의짐이 된 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 판을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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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태극기부대 자중지란 부른 '오락가락' 김문수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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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5.15 22:40

  • 수정 2025.05.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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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사과하면서 윤석열에게 "자리 지켜달라"

김문수 스스로가 '내란 후보'임을 인증하는 꼴

석동현 영입, 정호용 해촉…'내란 이미지' 때문

국힘에서도…"윤석열 탈당 권유해야 하는데"

극우 유튜브 "내란 사과해서 얻은 것이 뭔지"

국힘 관계자 "TK 선거 운동 위기 상황 보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법부 수호 및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5.5.15. 연합뉴스

'집토끼'(지지층)와 '산토끼'(중도층·무당층) 두 마리를 모두 잡으려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의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로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이 분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윤석열의 국민의힘 탈당 문제에 대해선 완고하게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윤석열 출당 요구는 철저히 무시하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의 친구이자 윤석열 변호인단에 속한 석동현 변호사를 영입했다. 그런가하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예편 뒤 국방부 장관 등 역임)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부담을 느낀 듯 하루 만에 해촉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거듭된 계엄에 대한 사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내란 후보'임을 자임하는 꼴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에 일부 극우 세력은 김 후보에 대해 '배신자'라는 비난을 하고 있다. 당과 세력 내 통합도 없이 어설프게 대선판에 뛰어든 김 후보가 좌충우돌하면서 당과 지지층의 연결점이 끊어지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설사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 비상대권이라도 경찰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국가적 대혼란이 오기 전에는 계엄권이 발동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한 뒤 12·3 비상계엄에 대한 두 차례 입장을 낸 바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채널 에이(A)>와 인터뷰에서도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중도 외연을 확장하려는 행동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후보의 말과 행동이 엇박자를 내면서 오히려 보수 세력이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후보는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에 거듭 사과했음에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을 국민의힘에서 탈당시키지 않음으로써 중도 외연 확장의 여지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계엄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헌법재판소가 '8대 0'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계엄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데 대해선 "헌재에 관한 것은 여러 검토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탄핵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아울러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탄핵)도 8대 0이었다. 만장일치를 계속하는 건 김정은(북한)이나 시진핑(중국) 같은 공산국가에서 그런 일이 많다"며 "대한민국은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는 헌재는 매우 위험하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김 후보는 계엄 사과와 반대로 윤석열의 탈당에 대해 선을 그어온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의 탈당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제가 '탈당하십시오, 마십시오' 이런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그는 전날인 14일 경남 사천의 우주항공청을 방문한 다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석열)대통령께서 잘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또한 윤석열에게 "자리를 지켜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된 직후 윤석열과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고, 이에 윤석열은 "일단 당적을 유지하겠다"며 "선거에 유리하다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해라, 언제든 요청이 있으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선 후보가 직접 '윤석열 탈당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가 참석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오늘 중으로 윤 전 대통령 자진 탈당을 권고할 것을 제안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친윤계'인 김기현·권성동·나경원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외면했다. 내란을 적극 옹호하지 못하니 침묵으로 내란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친윤계와 달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김 후보가 윤석열과 '절연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당원·지지자들로부터 '출당 찬반' 문자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5.12. 연합뉴스

그럼에도 김 후보의 행동은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고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가 이날 윤석열의 40년지기이자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석동현 변호사를 캠프에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석 변호사는 후보 직속7기 위원회 중 시민사회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실제 그의 정치 지향은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는 자유통일당과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 변호사는 지난해 총선에서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전력도 있다. 석 변호사는 지지에만 그치지 않고 김 후보에게도 적극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에도 석 변호사는 극우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에 출연해 "보수 우파 애국 시민들, 또 아스팔트에서 정말 애쓰시는 우리 시민분들을 다 이렇게 흡수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어제 (김문수) 후보님과 박대출 총장에게 얘기해서 다 동의를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가 내란을 옹호한다는 것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 특전사령관 정호용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하루도 안 돼 인선을 취소한 것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1980년 당시 특전사령관으로 3공수, 7공수, 11공수 여단을 투입해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을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혐의 등으로 1997년 징역 7년 형을 확정받았다. 김 후보 쪽은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정호용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5·18 민주화운동과 12·3 내란 등으로 엮여 비판을 받자 뒤늦게 해촉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해촉으로 수습하려는 듯하지만, 정호용 위촉 시도로 김 후보의 내란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만 더 부각됐다.

김 후보의 일관성 없는 태도는 국민의힘과 아스팔트 극우 세력까지 분열시키고 있다. 결국 김 후보는 극우 세력을 흡수하는 것도 실패한 셈이다. 신해식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신의 한수>에서 "김문수 캠프에서 서류를 주고 자유통일당 이름으로 이재명 후보를 고발하라고 했다"며 "우리가 국민의힘 하청업체냐"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신 씨는 또한 "김 후보가 계엄을 사과하고 받아낸 것이 뭐냐"며 "(김 후보는)동정론, '윤석열 살리기' 표가 싹 빠졌다. 앞으로 (지지율이)더 빠질 것"이라고 했다. 신 씨의 이같은 발언은 아스팔트 극우 세력에 대한 김 후보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어떤 경우에는 제도권 정당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중도 이미지 구축'을 위해 마치 아스팔트 극우 세력을 '하청업체'처럼 여기면서 반발이 이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5.15. 연합뉴스

이처럼 김 후보가 내란과 극우세력과 완전히 결별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태도로 나서면서, '후보 교체 쿠데타' 이후 불거진 당의 분열은 전혀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다. 대선을 치르기 위해 진영 내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만큼 내홍을 수습하고 통합을 해야 하지만, 진영 내 갈등만 더 불거지는 모습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해결책도 마땅하지 않다. 김 후보가 내세운 '빅 텐트론' 역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당을 떠나고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불출마 선언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전날(14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까지 '단일화가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사실상 그가 끌어안을 수 있는 세력은 자유통일당 전광훈 세력(아스팔트 극우 세력)과 무소속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정도만 남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급한 쪽은 김 후보다. 김 후보는 선거 첫날부터 전날까지 국민의힘 텃밭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 지역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을 투어하며 거듭 '큰절'을 했다. 집중공략 지역이 아닌 '텃밭'에서부터 공식 유세 일정을 시작한 것은 당 분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이지만, 얼마만큼 지지층에게 호소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보수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다가 시민들에게 "꺼져라" "그만 (무대에서) 내려오라"는 야유를 받기까지 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명, 이준석 후보가 이틀간 TK와 부울경 지역을 집중 공략하면서 '집토끼' 잡기도 상당히 버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TK에서 선거를 시작한 자체가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석열과 결별하지 못하면서 자기들끼리(김문수, 전광훈, 황교안) 단일화 해봤자 큰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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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키세스 시위대 보고 가슴 먹먹…돌봄 국가책임제 실현”

인터뷰ㅣ정은경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고경주기자

수정 2025-05-16 08:30등록 2025-05-16 06:00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15일 밝힌 정치 참여의 이유는 ‘부채감’과 ‘미안함’이었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나라 전체가 위기감에 시달릴 때 얇은 은박비닐에 의지해 눈과 추위를 견딘 ‘키세스 시위대’를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민주당에서 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선 참여해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게 빚을 갚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되어 직접 만난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해선 “ 이미지 왜곡과 악마화가 심각했다. 함께 다녀보니 행정과 정무 감각, 실행력과 추진력을 함께 갖춘 지도자였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대위와 교수 생활을 병행하려면 매우 바쁠 것 같다.

“선거운동을 하는 날은 연가를 쓰고, 그렇지 않은 날엔 연구실에 나와 수업을 준비한다. 오전에는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선거운동을 하는 날도 있다.”

―선거운동은 할 만한가?

“많이 어색하다. 특히 유세차에 올라 연설하는 게 어렵다. 질병청장 시절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하고 기자들과 문답하던 게 훨씬 쉬웠다.”

―선대위 영입 제안을 받고 어땠나?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 당에서 제안을 받고 ‘제 역할이 뭐냐’고 물었더니 ‘국민과의 소통을 총괄해달라’고 하더라. 가족들도 동의해줬다. 나라 걱정에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대위 합류 뒤 가까이서 본 이재명 후보는 어땠나?

“경청투어를 함께 다니며 이야기를 나눠보고선 ‘불공정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미지가 많이 왜곡되고 악마화됐다’고 느꼈다. 시장과 도지사를 하면서 키운 행정 능력, 당대표로서 정치 경험이 합쳐지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오래 행정공무원을 한 나하고도 비슷한 마인드를 가졌다는 느낌도 받았다.”

―12·3 내란 뒤 집회에 나가봤나?

“후원금은 보냈는데, 직접 나가보진 못했다. ‘키세스 시위대’가 눈 맞고 앉아 있는 모습을 봤을 땐 가슴이 먹먹했다. 그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부채감과 미안함이 컸다. 때마침 선대위에서 일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참여해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는 것이 빚을 갚는 일이겠구나 생각했다.”

―지난해 총선 때는 민주당 영입 제안을 거절하는 등 정치와 거리를 뒀다.

“특별히 정치를 멀리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때는 질병청장을 그만두고 대학에 돌아온 지 6개월밖에 안 된 시점이기도 했고, 학생들에게 공직에 있으며 쌓은 경험을 활용해 행정이나 정책 부문도 교육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다른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불법 계엄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을 다니며 접한 국민 목소리는 무엇인가? 유권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당의 메시지가 있다면?

“‘내란으로 먹고살기 힘들어졌다’ ‘얼른 사회를 정상화해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당의 입장에선 ‘주권자들이 투표로 내란을 끝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신속하게 위기를 끝내려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꼭 실행해야 할 정책 과제가 뭔가?

“초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이니 노령 인구에 대한 종합적인 의료·돌봄 대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돌봄 국가책임제’는 이재명 후보의 10대 공약에도 들어가 있으니 잘 실현되면 좋겠다. 기후변화 대책,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도 꼭 실행되었으면 한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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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 “북 ICBM 10기 이하 보유...10년 뒤엔 50기로”

DIA, “북 ICBM 10기 이하 보유...10년 뒤엔 50기로”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5.15 10:39
  •  
  •  수정 2025.05.15 10:47
  •  
  •  댓글 0
 
13일 미국 DIA가 공개한 '골든 돔 미사일 위협평가' 갈무리.
13일 미국 DIA가 공개한 '골든 돔 미사일 위협평가' 갈무리.

미국 국방정보국(DIA)이 13일(현지시간) 공개한 「골든 돔(Golden Dome) 미사일 위협 평가」(아래 DIA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현재 “10기 이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10년 뒤인 2035년까지 ICBM 50기를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이 평가한 근거는 알리지 않았다. 

ICBM에 대해, DIA 보고서는 “비행거리 5,500km 이상이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지상기반 미사일”이라고 정의하면서 “미국 본토 중에 기존 ICBM으로 타격할 수 없는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골든 돔’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사일방어망(MD)으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에서 이름을 따왔다. 다만, 유효 요격 고도가 3km 남짓한 단거리 방어체계 ‘아이언 돔’과 달리, 기존 미국의 MD를 우주까지 확대하는 광역 방어체계다. 

DIA 보고서는 미국의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이 현재 보유한 ICBM은 400기이며 2035년엔 700기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현재 72기이고, 2035년엔 최소 132기로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이어 러시아가 현재 보유한 ICBM은 350기이고, 2035년까지 400기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SLBM은 현재 192기이고 2035년까지도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의 경우, 현재 ICBM이 없으나 2035년에는 60기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봤다. 

기존 MD 체계를 포함한 방공망에게 가장 큰 악몽은 ‘증강 극초음속 무기’(Boosted Hypersonic Weapon)다. “비행 속도가 ‘마하 5’(음속의 5배)를 넘는 고도 기동 체계”를 말한다.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HGV)가 대표적이다. 

DI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HGV 600기를 갖고 있으며, 2035년까지 4,000기로 늘일 수 있다. 러시아는 현재 HGV 200~300기를 갖고 있으며, 2035년까지 1,000기로 늘일 수 있다고 봤다.

북한과 이란은 현재 SLBM, HGV를 갖고 있지 않다고 DIA가 평가했다. 

이 보고서의 목적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골든 돔’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해석하기에 따라 미국이 북한이나 이란과 대화할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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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사대 매국 본능, 한국 대선을 미국 주지사 선거로 착각?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5/16 08:46
  • 수정일
    2025/05/16 08:4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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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5.15 2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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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양안(중국과 대만)관계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는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하지만 권 의원의 비판은 대한민국 대통령선거가 아니라 미국의 주지사 선거를 치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3월 22일 충남 당진시장에서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나”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양안 문제, 우리가 왜 개입하나"며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이 발언을 '친중 셰셰외교'라고 규정하며, 미국이 이재명에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결국 미국 입장에서 판단한 철저한 사대주의적 인식이다. 권 의원의 논리는 “미국이 불안해하는 정치인은 곧 문제”라는 위험한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일부 미국 전문가들이 이재명 후보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른 평가일 뿐,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 주장은 아니다.

미국은 정작 윤석열 정권의 불법 계엄과 헌정파괴 시도에 대해서는 침묵해왔다. 지난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에도, 미국은 “헌법과 민주주의가 작동하길 바란다”는 모호한 입장만을 내놨다. 이후에도 한덕수 총리, 최상목 부총리 등 내란 정부의 인사들을 지지하며 사실상 비호했다.

 

결국 미국의 침묵과 지지는, 한국의 민주주의보다 자신들의 전략을 우선하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권성동 의원은 또 이재명 후보를 대북송금 사건과 연계하며 “불법”으로 단정한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불구속 기소 후 재판이 진행중이다. 아직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이 존재하는 사안이다. 권 의원은 이를 유엔 대북제재 위반으로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사법 절차를 미국의 제재정책에 종속시키는 듯한 시각을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따라 전초기지를 자처하고, 러시아를 적으로 규정했다. 또한 무인기 도발, 원점 타격 등 영구 집권을 위해 전쟁을 유도했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국가를 위태롭게 만든 외환죄에 해당한다.

권성동 의원의 발언은 내란세력이 누구를 주인으로 삼고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보다 미국 정치인의 심기를 더 살핀다. ‘미국의 전략이 곧 한국의 국익’이라는 인식 아래 외교와 안보를 일방적으로 미국에 종속시키는 사대 매국 행위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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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헌재 8:0 공산국가 같아” 조선일보 “국민이 공산당인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헌재 판단 부정하는 듯한 자세 매우 부적절”

동아일보 “지귀연, 중대 사건 재판장 관련 의혹 철저한 진상 규명 필요”

국힘, 尹탈당 엇박자… 한겨레 “내란주범과의 절연, 최소한의 기준”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5.05.16 07:35

  • 수정 2025.05.16 08:05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이 용납할 수 없는 국민 배반행위라고 판단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8대0 만장일치 선고는 공산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라며 위험하다고 답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행한 12·3 내란을 두고 “그것이 설사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비상대권이라 하더라도 계엄은 경찰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국가적 대혼란이 오기 전에는 계엄권이 발동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제가 미리 알았더라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은 안 된다’라며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말씀드렸을 것”이라고 “진심으로 정중하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8:0 만장일치로 탄핵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문수 후보는 “헌재에 대한 것은 여러가지 검토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판결이 계속 8:0이다. 이번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8대 0이다. 만장일치를 계속한다는 것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같은 공산국가에서 그런 일이 많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매우 위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있고 다양한 견해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한 헌재는 매우 위험하다. 그 생각을 지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12·3 내란을 사과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파면한 헌재의 판단을 불복하는 발언에 16일 자 아침신문들은 김문수 후보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헌재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수용한다’는 국민 여론이 60~70%였다. 국민이 공산당인가”라고 반문했고 중앙일보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으며 경향신문 역시 “‘계엄 사과는 쇼인가’”라고 지적했다.

▲1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헌재 전원일치 결정 수용 국민 여론 60~70%, 국민이 공산당인가”

조선일보는 <‘영남 자민련’도 못 될 처지의 국민의힘> 사설에서 “헌재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수용한다’는 국민 여론이 60~70%였다. 국민이 공산당인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국민의힘이 중앙선대위 상임고문단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특전사령관이던 정호용 전 국방장관을 고문으로 위촉했다가 급히 취소하기도 했다”라며 “5·18을 코앞에 두고 이런 촌극을 벌일 수 있나. 국힘 내부가 정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전은 고사하고 그나마 있던 중도 지지층의 외면만 자초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러다가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30%를 넘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대선 때보다 8%포인트쯤 높다. 국힘이 텃밭까지 위협받는 것은 그동안 수도권·중도·젊은 층 표를 잃으며 영남 기득권과 강성 지지층에 안주해온 결과다. 최근 10년 민주당이 수도권을 장악하는 동안 국힘은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힘 지역구 의원의 65%가 영남권이다. 이들은 국민 다수의 민심이 아니라 강성 지지층 눈치만 보는 정치 웰빙족이 됐다. 어처구니없는 계엄도 반대하지 못하면서 국회의원이라고 한다”라며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약속을 뒤집고 버텨서 후보가 됐는데 그 후엔 보여주는 것 없이 자충수만 거듭하고 있다. 애초에 당선이 아니라 후보가 목표였나. 이대로면 국힘은 ‘영남 자민련’도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16일 중앙일보 사설.

▲16일 경향신문 사설.

중앙일보도 <헌재가 공산국가 같다니, 안 하느니만 못한 김문수 사과> 사설에서 “겉으로는 사과했지만, 속으로는 파면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군경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한 중대한 위반 행위이자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의 진보·보수 성향 가릴 것 없이 내려진 만장일치 결정에 갈라졌던 광장의 민심도 별다른 충돌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유력 정당의 대선후보가 이런 헌재의 판단을 부정하는 듯한 자세는 매우 부적절하다. 김 후보는 위헌적 계엄 선포보다 헌재의 만장일치가 자유민주주의를 더 위협한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헌재 만장일치 탄핵 공격한 김문수, ‘계엄 사과’는 쇼인가> 사설에서 “헌재가 오랜 숙의를 통해 만장일치를 도출한 것은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완화하고 통합을 이루기 위한 의도였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탄핵심판 내내 윤석열 정권 국무위원으로 내란을 옹호하며 일부 극렬 지지층에 편승해온 그가 자성은커녕 ‘독재적 행태’ 운운하니 개탄스럽다”라고 했다.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자료사진

동아일보 “지귀연, 중대 사건 재판장 관련 의혹 철저한 진상 규명 필요”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찬대엽 법원행정처장을 향해 “어떤 판사가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매우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 접대를 받았다는 구체적 제보를 받았다”라고 말한 뒤 “그 판사가 지금 누구 재판을 하는지 아느냐. 바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재판하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인데 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라고 물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5일 “어제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기된 서울중앙지법 소속 법관에 대한 의혹과 관련하여, 여러 기자님의 문의가 있어서 다음과 같이 말씀드린다. 해당 의혹 제기의 내용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바 없고 그로 인해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기에, 서울중앙지법이 이와 관련하여 입장을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라고 밝혔다.

▲16일 동아일보 사설.

▲16일 경향신문 사설.

그러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룸살롱 접대 장소까지 알려줘도 진위 확인을 못 하겠다니, 어쩌다 사법부가 자정 기능까지 상실했느냐”고 반박했다.

동아일보는 <“지귀연 룸살롱 접대”… 民主 근거 내놓고, 大法 진위 밝혀라> 사설에서 “민주당은 단순 의혹 제기나 엄포에 그쳐선 안 된다. 얼굴이 선명하다는 사진을 공개하거나, 동석자가 직무 연관자라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법원도 진위를 명백히 가려야 한다. 윤리감사실 활동은 징계 확정 때만 발표하는 게 법원 관행이라고 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렇게 다룰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에 따라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지 부장판사는 올해 3월 검찰과 법원의 오랜 실무 관례를 뒤집고 날짜(日) 수가 아닌 시간(時) 수로 계산해 윤 전 대통령 구속을 취소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안 서거나, 법정 촬영을 피하도록 해 줬다. 중대 사건의 재판장이 관련된 의혹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경향신문도 <지귀연 판사 ‘룸살롱 향응’ 의혹, 법원은 속히 진상 밝히라> 사설에서 “지 부장판사는 법원 내규·관행과 달리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로 계산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 다수 시민의 공분을 샀다. 그런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 접대까지 받았다면 내란 재판의 신뢰·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사법부 전체의 신뢰·권위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법원이 지체 없이 진상을 밝히려 들어야 마땅하다”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서울중앙지법을 향해 “당사자인 지 부장판사에게 ‘지난해 8월 강남 룸살롱에서 향응을 접대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어는 봤나”라며 “의혹의 진위를 확인해야 할 법원이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제3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하는 건 무슨 뚱딴지같은 궤변인가. 사실무근이라면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어야 할 지 부장판사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자료가 있으면 더 내놓으라는 식이니 의심만 더 커지는 것이다. 법원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의혹이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16일 동아일보 3면.

국힘, 尹탈당 엇박자… 한겨레 “내란주범과의 절연, 최소한의 기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15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 이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은) 윤 전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제가 ‘탈당하십시오, 마십시오’ 이런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당 전국위원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합리적 판단을 하실 것이라 생각이 든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에게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국민의힘 출당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3면 <출당될지언정 자진 탈당 않겠다는 尹… 당내 영향력 유지 의도> 기사에서 “15일 복수의 윤 전 대통령 측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김 후보가 11일 최종 후보로 선출된 직후 통화에서 ‘나의 거취 등을 포함해 모든 것을 김 후보에게 일임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 의리나 신의는 절대 생각하지 마라. 대선에서 이기는 게 의리이고 신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자신의 탈당을 원한다면 김 후보가 직접 요청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탄핵 심판 당시 자신의 지지율이 40∼50%에 달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김 후보의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중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1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며칠째 윤석열에 ‘탈당해주세요’ 간청하는 국민의힘> 사설에서 “국민의힘이 김문수 대통령 후보 등록 뒤 닷새가 지나도록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김 후보와 김용태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서로 딴 이야기를 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헌정을 파괴하고 민생을 파탄 낸 내란 주범과의 절연은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이조차도 분명하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지 못해서야, 후보도 당도 국정을 다시 맡겠다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파면된 내란 주범과의 관계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김 후보와 국민의힘을 보며 많은 국민들은 이미 기대를 접고 냉소를 보내고 있다. 이제 와선 윤 전 대통령이 설사 자진 탈당한다고 해도 진정성 없는 한편의 쇼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진심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리고자 한다면 서로 역할을 분담해 탈당을 애걸할 게 아니라, 입과 발을 맞춰 단호하게 출당·제명에 나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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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은 탈당하고 김건희는 검찰 조사받길”

[아침신문 솎아보기] 대선 앞두고 윤석열 탈당 주문한 조선·중앙

조선 “尹부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모습, 많은 국민 혐오 표출”

‘조희대 특검법’ 사법부 압박하는 민주당에 한겨레 “역풍 불라”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 “재판 신뢰 위해 신속히 조사하길”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5.15 07:32

▲지난 4월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로 향하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해야 한다는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이번 선거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인한 것임을 강조하며 “해당 행위도 이런 해당 행위가 없다. 이런 사람이 당에 남아 있는 자체가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사설로 “늦어도 한참 늦었다”면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14일 윤 전 대통령의 탈당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잘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친윤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엄중한 시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체제수호 전쟁을 치르다 쓰러진 장수를 내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중앙일보 “계엄의 강 과감히 건너야 할 김문수, 오히려 혼란 가중”

조선일보는 15일 <尹은 탈당하고 金은 검찰 조사받길>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결정 이후 아직까지 계엄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기고 돌아왔다’ ‘대통령 3년 하나, 5년 하나 마찬가지’ 같은 납득할 수 없는 말을 했다”고 했다.

▲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부가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가 4시간 만에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느닷없는 계엄으로 정권을 헌납하기 직전 상황으로 만들었다. 해당 행위도 이런 해당 행위가 없다. 이런 사람이 당에 남아 있는 자체가 해당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검찰 조사에 응하라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지난 2월부터 대면조사를 요구했지만 김 여사는 이를 거부해왔다. 김 여사의 이런 태도가 국힘 후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모습에 많은 국민이 혐오를 표출하고 있다. 국민이 마지막 남은 기대마저 접기 전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스스로 현명하게 처신하길 바란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15일자 <윤석열 이제야 자진 탈당? 늦어도 한참 늦었다>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면 결정이 나온 직후에 진즉 당을 떠났어야 옳았다. 그런데 한 달이 넘도록 ‘1호 당원’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니 다수 유권자가 납득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선거를 위해서는 계엄의 강을 과감히 건너야 할 김문수 후보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전 대통령은 파면당한 이후에도 형사재판에서 부하들의 증언을 부인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친윤 지도부가 벌인 새벽 후보 교체 소동 끝에 김 후보가 확정되자 SNS에 ‘제 마음은 여전히 국가와 당과 국민에게 있다.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다수 국민의 부아만 돋웠다”며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미온적인 사과와 어정쩡한 처신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라를 혼돈으로 몰고 간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을 담아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석동현 변호사를 최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시민사회특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석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서울대 79학번 동기로, 윤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로는 선을 긋지 못하는 모습이다.

▲ 15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윤석열 대리인’이 김문수 선대위에, 뭐 하자는 건가> 사설을 내고 “더욱 의아스러운 것은 석 변호사가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와 관련이 깊다는 점”이라며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에서 ‘광장 세력과도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석 변호사의 선대위 기용에 김 후보의 이 같은 기조가 반영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석 변호사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한 민경욱 전 의원의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 국가 정상화를 지향해야 할 선거에서 내란 우두머리 변호인이자 극우 성향의 인사를 선대위에 포진시키는 것은 민심과는 거꾸로 가겠다는 발상”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윤 전 대통령 출당·탈당을 놓고 옥신각신할 게 아니라, 차라리 ‘윤석열도 품고 가겠다’고 선언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사법부 압박 민주당에 조선 “오만한 민주” 한겨레 “역풍 불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의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판부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 면소(소송 종결) 판결을 해야 한다. 이날 법사위에선 대법관을 대폭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조희대 대법원장 등의 ‘사법 남용’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 등도 일괄 상정돼 소위로 회부됐다.

▲ 15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 15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15일자 조선일보 1면은 <이재명은 면죄법, 조희대는 특검법… 오만한 민주>이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 주장을 인용해 “마음에 들지 않는 판사는 쓸어버리겠다는 협박 아닌가”라며 “이재명 방탄을 위해 선거 제도를 다 망치려 든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3면 <“대법원장·판결을 특검 수사 대상에… 독재 정권도 이렇게 안 해”>에서도 소위에 상정된 ‘조희대 특검법’이 “독재 정권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위헌 행위”(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고 했다. 사법부 내부 문제였던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회부 속도나 구성, 판결 내용을 수사 대상에 올리는 것이 위헌적이라는 취지다.

강도는 다르지만 다른 신문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온다. 한국일보는 1면에 <대법원 흔드는 민주당 ‘李 면소법’ 법사위 처리> 기사를 냈다.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다 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불거질 사회적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사법부 독립을 과도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 15일자 한겨레 9면 기사.

한겨레는 9면에 <조희대 특검법 법사위 상정…‘민주당 입법 무리수’ 역풍 불라> 기사를 내며 “민주당이 이 후보를 위한 ‘입법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법조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 후보 사건 상고심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점은 잘못됐지만 민주당이 특검법까지 추진하는 건 감정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지귀연 판사 향응 의혹… “중차대한 재판 신뢰 걸린 문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14일 법사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김용민 의원은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구체적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접대 의혹과 관련해 지 부장판사의 얼굴이 담긴 사진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 15일자 서울신문 2면 기사.

한겨레는 <‘선거개입’에 ‘향응’ 의혹까지, 사법부 총체적 불신 직면> 사설을 내고 “아직은 의혹의 진위를 단정할 수 없는 단계”라면서도 “하지만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내란죄로 기소된 주요 인물들의 재판을 관장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의혹은 중차대한 재판에 대한 신뢰가 걸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하루빨리 규명돼야 한다. 독립된 기구인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이 신속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와 내란 관련 재판 비공개 진행으로 이미 공정한 재판에 대한 불신을 받고 있다”며 “이날 열린 ‘대법원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에 증인으로 소환된 조희대 대법원장과 9명의 대법관들이 모두 불출석한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법원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는데도 대법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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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때문에 핵발전소 더 짓는다'는 대선 후보들, 말 안되는 이유

[토론회] "AI 전력 수요 급증 예측치 과장, 핵발전소 건립도 비현실적"…"정치권, 흥분 걷어내라" 쓴소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AI(인공지능) 산업 전략을 각각 1·2순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핵발전소 및 송전선로 추가 건립 등의 정책을 공론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이런 논의는 근거 없는 공포심에서 비롯됐으며 핵발전소 정책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14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린 'AI 전력수요, 핵발전 확대가 답인가?' 토론회에서 "정부가 예측한 AI 전력 수요는 근거 없이 과하게 추계됐다"며 "데이터센터 때문에 핵발전소를 추가 건립한다는 계획도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확정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데이터센터 부분의 전력 수요가 2023년 0.6GW(기가와트)에서 2038년 6.2GW로 10.3배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연평균 16.8%의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AI 산업에 대한 전력 공급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고, 정치권과 언론 보도 등에선 '소형 모듈 원자로(SMR)'나 대형 핵발전소 추가 증설이 대안으로 언급돼 왔다.

그러나 이 정책위원은 6.2GW라는 예측값에 대해 "근거를 확인할 수 없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와 비교해도 과도한 예측치"라고 반박했다. 지난 4월 IEA는 2024~2035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9.9%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2030년까지 '현재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유지한다'라고도 밝혔다. 이 정책위원은 "IEA 분석도 사실 더 높게 잡힌 것"이라며 "특히 2030~2035년 기간엔 증가율은 5.4%로 확 떨어진다.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소비의 85%는 미국, 중국, 유럽이 차지하고 있다"며 "그런데 미국은 2024년 전력소비량 대비 2030년 전력소비량이 1.3배 증가한다고 분석한다"고 밝혔다. 즉 한국에서 이뤄지는 AI 전력 수요에 대한 우려는 현재 시점에선 "공포에 가까운 논의들"이며 "신기술을 둘러싼 지나치게 흥분된 반응"이라는 것이다.

 

 

▲5월 14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에서 열린 'AI 전력수요, 핵발전 확대가 답인가?' 토론회가 에너지정의행동의 주최로 열렸다. ⓒ프레시안(손가영)

 

미국도 SMR을 대안으로? 언론의 왜곡

 

혹여 AI 산업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 해도, 이를 핵발전소 증설로 해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현실성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핵발전소 건립엔 10년 정도가 걸린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일정은 대부분 2030년대 중후반 시기로 계획되고 있다. 그럼 2040년 이후 완공되는데, 2030년까지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다는 주장과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이 정책위원은 "발전소 부지 선정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과거 밀양 송전탑 투쟁 등의 사례처럼 송전선로 건설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금도 파주, 부천, 고양 등에선 고압선 지중화 및 송전망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행정소송으로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SMR을 해법처럼 제시하는 정치권을 향해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소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상용화가 어렵고 비용 평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2030년이 지나야 (논의가) 가능할 텐데 지금 이걸 데이터센터를 위해 짓는다는 건 이치에 안 맞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부 언론이 미국 AI 빅테크 기업들이 SMR 건립으로 전력 수요에 대응한다고 보도하는 데 대해 "미국이 더 비중 있게 고려하는 건 가스, 화력발전이고 그보다 더 비중 있는 건 풍력과 태양광 에너지"라며 "SMR은 그 이후에 대비해 옵션처럼 생각하고 있는 건데, 한국에선 마치 주 전력원처럼 얘기된다"고 비판했다.

 

▲부산 강서구에 건립될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조감도. ⓒ부산시

 

"AI, 엄청난 에너지 반드시 수반... 향후 5년 녹색정치 실종"

 

김 연구위원은 AI는 기후위기의 자장 안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AI 혁신엔 엄청난 에너지가 반드시 수반된다"며 "AI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만이 아니라, 반도체 칩 제조 및 유통, 사용, 그리고 폐기까지 전 과정이 기후 생태에 미치는 산업이기에 훨씬 더 큰 범위로 다뤄질 문제"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유력 정치인마저 유튜브에서 '지금은 지구를 구할 때가 아니고 AI를 확대할 때'라거나 RE100을 PC(정치적 올바름) 용어라고 말하는 실정"이라며 "다보스포럼부터 최근 IMF의 보고서까지, 주요 기관들은 이미 AI 발전과 기후환경의 문제가 상호충돌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주요 대선 후보들이 AI 공약을 내건 것과 관련해 "집권 여당은 AI 관련을 2번 공약으로, 제1야당은 1번 공약으로 내세우는데 기후공약은 한참 뒤인 10번에 배치하거나 아예 없다"며 "누가 당선이 되든, 향후 5년은 기후위기 대응보다 AI 정책에 상당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AI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에 맞닥뜨린 국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의 60%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데이터센터 건설을 잠정 중단했고, 2023년 다시 300MW(메가와트) 데이터센터 용량을 추가하면서 이 중 200MW는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업체에만 할당한다고 정했다.

 

독일은 에너지 효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1조에서 "이 법은 에너지효율을 높여 1차에너지와 최종에너지 소비와 화석연료 수입 및 소비를 줄이고, 공급안정을 강화하며 지구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024년부턴 50%, 2027년부턴 100%를 달성해야 한다고 정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전력수요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100%인 RE100 데이터센터를 구현하자"며 "신설되는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 확보를 전제로 허가하고, 고효율 저전력 데이터센터를 의무화하며, 인공지능기본법이 기후대응에 대한 요건을 담을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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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올해 성장률 0.8% ‘반토막’ 하향...“‘트럼프 관세’ 영향 커”

기존 1.6%에서 0.8%로 낮춰...관세 협상에 따라 추가 하향 가능성도

자료사진 ⓒ뉴시스
 
한국의 올해 경제(GDP, 국내총생산)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발'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의 영향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예상했다. 오는 2026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내수 회복을 전제하고 1.6%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KDI가 지난 2월에 내놓은 기존 전망치 1.6%에서 무려 절반인 0.8%p(포인트)를 하향 조정했다. 정부 기관이 0%대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처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말 밝힌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보다도 0.2%p 낮은 수준이다.

0%대 성장은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 -0.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을 한 이후 처음이다. 한국이 1%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은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다.

KDI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딘 회복속도를 보이고 있는 내수에 대해서는 "정국 불안에 따른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시적인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로 낮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총소비 증가율도 1.4%로 지난해(1.3%) 대비 0.1%p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증가율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산업 호조로 지난해(1.6%) 대비 0.1%p 증가한 1.7%로, 만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건설투자는 -4.2%로 지난해(-3.0%)보다 감소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기존 전망(-1.2%) 대비 3%p 대폭 하향 조정했다.

수출의 경우,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교역 위축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품수출 증가율은 -0.4%로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6.3% 증가율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총수출 증가율도 0.3%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 폭은 지난해 990억달러에서 올해 920억달러로 소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지난해 2.3% 대비 0.6%p 낮아질 것으로 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9만명으로 지난해 16만명 증가한 것에 비해 상당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배경에는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망치 하향 배경 중 가장 영향이 큰 것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라며 "관세정책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내수에도 부정적으로 파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정국 불안도 하향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정 실장은 "또 하나는 정국 불안 해소 지연과 관세인상으로 소비자 심리 회복이 생각보다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0.8%p의 전망치 하향에는 대외 충격 영향이 대략 0.5%p, 대내 충격이 0.3%p 정도로 산출됐다"고 덧붙였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상호관세 유예가 지속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전망했다. 향후 관세 협상 여부에 따라 상호관세가 높게 책정될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거나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전자제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면서 반면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면서 수출 여건이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경기 둔화 위기에 대응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완화적인 기조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김 전망총괄은 "올해 경기를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지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전망총괄은 "최근 큰 폭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 지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추가 추가경정(추경)예산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전망총괄은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악화할 경우 추경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미 추경을 1회 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아니라면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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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내각'은 美 통상·안보 수탈 기도 모든 협상 중단하라

한미 2차통상협상 반대 시민사회 기자회견...'한국민의 경제적 복리증진이 우선'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5.14 14:01
  •  
  •  수정 2025.05.14 14:02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오는 15~16일 제주도에서 진행될 한미2차 통상협상이 '미국의 일방적인 수탈 정책에 대한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이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오는 15~16일 제주도에서 진행될 한미2차 통상협상이 '미국의 일방적인 수탈 정책에 대한 굴욕적인 협상'이라며 이의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에 겁먹고 그들이 하자는대로 따르다간 흔들고 쓰리고에 피박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오는 15~1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APEC 통상장관회의 기간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과 미국 정부간 2차 통상협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는 14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이 함께 주최한 한미 2차 통상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에서 "내란범죄 하수인 내각이 앞장서서 자발적으로 트럼프의 호구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우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공개적으로 '머니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표현하면서 관세협상과는 별도로 연간 100억달러(약 13조 6,300억원) 규모의 막대한 '군사적 보호비용'을 요구하겠다고 언급한데 대해서는 "독립 국가의 자존심과 국익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협상 전략 측면에서도 현재 한국이 미국에 제공하고 있는 기지사용료 등 여러 혜택들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정상적"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통상협상의 측면에서 "세계 제1 강대국인 미국이 두 번째 강대국인 중국을 상대로 상식을 벗어난 수준의 과도하고 전면적인 통상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상호의존성이 극대화된 사정을 감안하면 두 강대국간의 통상전쟁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한덕수와 최상목 등 내란 하수인 내각이 졸속 밀실협상에 나선 것은 국익에 반하는, 매국노라 할만한 작태"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광장에서 빛의 혁명이 계속되고 대통령선거가 진행중인 정권교체 시기라는 점을 내세워 실제 협상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 길만이 트럼프의 미치광이 공세를 통한 경제적·안보적 약탈을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미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종료일인 오는 7월 8일까지 이른바 '7월 패키지'라 불리는 포괄적 합의 도출을 목표로 지난 4월 24일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집중 논의한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및 투자협력 △산업협력 확대 △통화·환율 등 4대 의제에 대한 6~7개의 실무작업만을 구성하고 기술협의를 진행중이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이연희 평화너머 공동대표(오른쪽)와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이연희 평화너머 공동대표(오른쪽)와 최휘주 진보대학생넷 전국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한미간 통상협상은 미국이 누적된 자국의 무역, 재정적자 원인을 다른 나라의 탓으로 돌리며, 대미수출품에 대한 고관세, 수입품목의 전면적 확대, 투자확대, 통화 및 환율조정, 방위비 추가분담 등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며, 이같은 미국의 처사는 "자국 경제, 군사정책의 실패에 따른 후과를 다른 나라에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전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이 일방적인 수탈을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반발이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영국·일본·한국·호주·인도를 우선협상국으로 지목해 협상 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4월 24일 한미 2+2 통상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시 한덕수 대행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확대 상업용 항공기 도입 △해군 조선분야 등 산업협력 확대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약값 산정,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인터넷 망사용료 등 비관세 장벽 완화 △사안의 성격에 따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논의 등 월권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대한 노골적인 퍼주기, 졸속협상전략을 노출했다.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부장관을 수석대표로 한 협상대표단은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및 투자협력 △산업협력 확대와 함께 미국과 일본조차 협상안건으로 삼지 않은 △환율 정책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한국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주도하는 별도의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에 대해 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환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환율의 변동을 관리하기 위해 개입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나라 국민들의 경제적 복리증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그런 환율을 어떻게 미국을 위해, 미국의 입맛에 맞게 억지로 바꾼다는 것인가"라고 뜨악한 반응을 보였다.

"그 소식을 처음 듣고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미 당국의 밀실 협상은 제2의 플라자합의(Plaza Accord)를 위한 것"이라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더 황당한 사실은 미국이 1985년 G5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가 체결한 환율정책 합의인 플라자합의를 통해 그렇게 억지로 환율을 바꾸고도 자신의 무역 적자를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워낙 밀실에서 이뤄진 협상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알 길이 없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보면 원·달러 환율을 미국의 필요에 맞춰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정부와 자본을 위한 환율 강제조정이 강행되면 "한국은 경제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고금리의 노예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금리와 환율은 한국의 정부가 한국민을 위해 조절하는 것이어야 하며, 결코 환율조정이 미국 독점자본의 수출을 돕기 위한 조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도 "미국이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와 경제위기를 타국에 대한 강탈방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자국 패권정책을 수행하는 미군 주둔비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날강도같은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이미 지난 1차 협상을 통해 굴욕적인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FTA(자유무역협정)로 이미 수많은 농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우리 농촌은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그것도 모자라 미국산 GMO(유전자변형생물체)감자 수입을 위한 졸속적인 절차도 농업기관들이나서 착착 진행되고 있다"며, "굴욕적인 통상협상, 농업과 국민을 배신한 밀실협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1985년 플라자협의로 인해 30년이 넘도록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이 동일한 협박을 우리에게 가한다면 단연코 미국을 거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지난 8년간 한국은 1,600억 달러(약 235조원)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 8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줄(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25.2.19. 미국백악관 고위관계자 면담)했으나, 국내 산업은 공동화를 우려해야하는 실정이다.

함 부위원장은 "2025년 2월 기준 약 36조 2,189억달러(약 5,387조 원)에 달하는 미국의 국가부채를 경감하기 위해 한국의 노동자에게 손실과 고용파탄을 가학적으로 전가하는 패권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며 "내수 중심의 수출 다변화와 자주적 통상외교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선 "한국의 내란·외환 정부가 굴욕적인 통상, 안보, 관세, 환율을 포함한 모든 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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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목소리 담은 ‘노동공약’.. 또 한 번 광장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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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5.05.14 1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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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기대선은 광장의 목소리와 같이 ‘내란세력 대 민주헌정수호 세력’의 싸움이다.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통해 사회대개혁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광장 시민들의 목소리. 그들이 그리는 사회대개혁의 과제는 각 후보들의 공약에 어떻게 담겨있을까?

광장에서 노동자, 시민과 동고동락한 후보들의 노동공약엔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권 보장’이라는 광장의 요구가 담겨있다. 이들의 공약은 큰 차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이와 반대로 내란정당 국민의힘 후보인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노동공약 자체가 있나’ 싶을 정도다.

▲ 지난 4월4일, 윤석열 파면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는 광장시민들. ⓒ노동과세계
▲ 지난 4월4일, 윤석열 파면 직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는 광장시민들. ⓒ노동과세계

광장이 말하는 ‘노동’

지난 1일, 세계노동절대회에 앞서 민주노총이 발표한 대선 핵심 요구안 중 하나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이다.

이는 윤석열 탄핵을 위해 가장 먼저, 가장 오랜 시간 광장을 지켰던 진보당의 김재연 후보가 후보직에서 사퇴하기 전, 민주노총과 체결한 협약에 담긴 내용이다.

당시 김재연 후보는 민주노총과의 대선 정책협약 1번에 ‘민주주의 수호, 차별 없는 평등한 사회, 사회공공성 강화,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나라’를 약속하며, ▲차별 없는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법 2·3조 개정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모든 노동자에게 산안법·산재법 적용 등의 요구를 명시해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김재연 후보는 ‘내란세력청산’과 ‘광장연합정치 성공’을 위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광장대선후보로 지지하며, 대선 예비후보 활동을 마무리하는 결단을 내렸고, 이재명 후보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노동경제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자영업자,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 권리 보장”을 공약화했다.

김재연 후보가 제시한 공약과 마찬가지로 ▲노조법 2·3조 개정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게’ 노동안전보건체계 구축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이는, 김재연 후보 다음으로 민주노총과 정책협약을 체결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의 공약과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의제들은 이미 지난 9일 광장대선정치연대와 야5당이 합의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광장대선 연합정치시민연대–제 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문’에도 주요한 사회대개혁 과제가 된 상태다.

국회와 광장에 모여 윤석열의 쿠데타를 막아내고 내란수괴를 파면시킨 광장시민들과 제 정당이 약속한 선언문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대개혁위원회’ 설치와 이곳에서 추진할 정책 과제가 담겨있다. 이 과제 안에 “노동관계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해소되고, 국제적 수준으로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며,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과제”가 명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광장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가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이행방안으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공약에 언급하고 있는 만큼, 노조법 개정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두 번씩이나 거부당한 노조법 개정은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노동분야의 상징적인 법안이나 다름없다. 이는 차기 지도자가 진정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지’ 그 의지를 확인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가장 위력한 동력, 다시 광장의 힘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로 내란세력의 재집권을 저지하고 사회대개혁으로 나아갈 시간. 그러나 ‘정권교체’만으로 사회대개혁을 이룰 수 없다.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대선정국, 광장의 의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힘을 끌어모을 시기이기도 하다.

8년 전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에서의 경험과 교훈을 되새겨볼 시간이다. 당선 직후 첫 행보로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외치고, 최저임금 1만원 등을 공약한 문 정부의 공약은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촛불 광장을 메운 민심은 촛불정부의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을 외면하고 친기업 정책으로 선회했다.

즉, 광장과 제 정당이 약속한 역사적인 정책 합의가 결실을 맺기 위해선 광장이 동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광장의 힘이 대선 이후 어떻게 발휘되느냐에 따라 노동 진보의제의 실현 속도도 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 광장시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진보의제를 가장 앞장에서 제기하고, 내란세력 청산과 사회대개혁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후보까지 용퇴한 진보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직후에도 공무원 정치기본권·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투쟁 광장, 택배노동자 차별 철폐를 외치는 투쟁 광장, 언론개혁을 외치는 광장에 섰다.

광장의 힘만이 8년 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사회대개혁을 견인할 수 있다. 진보정당은 항쟁의 성과가 유실되지 않고, 노동자 시민들이 있는 광장에서 광장의 목소리가 가장 위력한 차기 정부의 개혁 동력이 되도록 이들과 연대하며 광장연합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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