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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백해룡' 콤비 떴다…이 대통령이 직접 힘 실어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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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10.12 22:30

  • 수정 2025.10.12 23:55

  • 댓글 0

윤 정권 '세관 마약 수사 외압' 마침내 정조준

이 대통령 "지위고하 막론, 성역 없이 엄정 수사"

임은정에 수사팀 보강 등 진상 규명 특별 지시

심우정 인천지검장 시절…검·경·대통령실 연루

막대한 필로폰을 몸에 감고 인천공항 무사통과?

검찰은 출국금지 안 하고 압수수색 영장 반려

이재명 정부 출범한 뒤에야 합동수사팀 꾸려

대검이 직접 관장하다 '친윤 검찰' 공정성 의문

임은정이 지휘, 백해룡까지 투입…최상의 조합

"심우정이 '마약 게이트' 덮은 주범" 실체 주목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특별 지시했다. 수사팀도 보강하도록 했다. 2023년 발생한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사건 당시 인천지검장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에 심 전 총장을 비롯한 윤석열 정권 검찰·경찰·관세청·대통령실 고위 인사들의 사건 개입 실체가 이번 이 대통령 직접 지시를 계기로 전모를 드러낼지 시민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12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와 관련해 더욱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며 "이 대통령은 백해룡 경정을 검경 합동수사팀에 파견하는 등 수사팀을 보강하고, 수사 책임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은 필요시 수사 검사를 추가해 각종 의혹에 대해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밝히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 수사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세관 마약 수사 외압이란 2023년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죄에 대한민국 관세청 세관 공무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추적하던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의 수사팀이 당시 윤석열 대통령 치하의 경찰 윗선 및 검찰과 대통령실 등으로부터 집요한 압력을 받아 중도에 사실상 수사가 좌절됐다는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이다. 1년에 걸쳐 마약 수사를 주도하며 역대급 실적을 낸 백 경정은 도리어 '공보 규칙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7월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되고 수사에서 배제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백해룡 형사2과장이 10일 오전 대회의실에서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이 제조해 국내 밀반입한 필로폰 74kg을 유통한 한국, 중국, 말레이시아 3개국 국제연합 마약 밀매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힌 뒤 증거물을 보이고 있다. 필로폰을 제조한 말레이시아 조직이 나무 도마에 홈을 판 뒤 약을 숨기는 식으로 국내에 몰래 들여오면, 한국 조직이 밀반입해 운반 및 보관을 하고 중국 조직은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10.10. 연합뉴스

백해룡 수사팀이 압수했던 필로폰 74㎏(시가 약 2200억 원)은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 규모였다. 이토록 막대한 양이 어떻게 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 해당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은 이 마약을 몸에 부착해 접착테이프로 칭칭 감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여왔다며 "인천세관 직원들이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에스코트를 해줘서 검역과 세관을 그냥 통과했다. 입국장을 나와선 심지어 택시도 태워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규모 마약 적발을 크게 칭찬했지만 백해룡 수사팀이 세관 직원들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자 여기저기서 외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직속 상관인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은 "이 사건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언론 브리핑을 미루라고 지시했고, 일면식도 없는 데다 수사 지휘 라인도 아닌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경무관)까지 "세관 얘기 안 나오게 해달라.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외압성 전화를 걸어왔다고 백 경정은 폭로했다. 조병노 경무관은 김건희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 인베스트 대표가 '치안감 승진 로비' 대상으로 언급해 더욱 의혹을 샀던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세관 수사에 협조했던 서울남부지검 마약 담당 검사들은 일제히 인사 조치됐고, 이후 백해룡 수사팀이 피의자 신분인 세관 직원들의 계좌와 휴대전화, 공항 CCTV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남부지검 측은 번번이 반려했다. 나중에 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피의자들이 이미 휴대전화를 수차례 초기화하거나 교체했고 CCTV 영상도 보존기간이 지나 삭제된 뒤였다.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며 증거 인멸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게다가 당시 심우정 검사장이 이끌던 인천지검은 인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수한 같은 말레이시아 조직을 사전에 적발하고도 공범들을 출국 금지하지 않고 추가 수사도 안 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행적을 보였다.

 

임은정 신임 서울동부지검장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4. 연합뉴스

숱한 의혹에도 윤석열 정부 내내 수사를 뭉갰던 검찰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마지못한 듯 합동수사팀을 발족시켰다. 대검찰청은 6·3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10일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외혹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합동수사팀을 출범시키고 팀장은 윤국권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이 맡았다고 밝혔다. 20여 명 규모의 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 꾸리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대검 마약·조직범죄부가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는 점도 공지했다.

그러나 대검은 두 달여 뒤인 8월 21일 "합동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에서 직접 지휘하도록 소속을 변경했다"고 돌연 방침을 바꿨다. 대검 측은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고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담보하고자 고검 검사급 인사 이동에 맞춰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배경엔 친윤 검찰의 이미지가 남아 있는 대검보다 새롭게 동부지검장으로 발탁한 임은정 검사장에게 수사의 전권을 주려는 대통령실 의중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백해룡 경정은 당초 대검이 지휘하는 합동수사팀에 대해 "검찰은 수사 대상이지 수사 주체가 될 수 없다"면서 "협조할 생각이 없다"는 완고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동병상련으로 교감해온 같은 '내부 고발자'이자 '검찰의 장의사'를 자처하는 임은정 검사장이 확실하게 지휘봉을 잡았고 본인도 공식 파견 형식으로 참여하게 된 만큼 앞으로 합동수사팀에서 핵심적인 실무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 경정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인천지검장 시절 '마약 게이트'를 덮은 주범"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대통령이 직접 힘을 실어준 '임은정+백해룡' 콤비가 어떤 팀플레이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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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미국의 민주주의 시계

이병권 인문연구가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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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경직성과 게리맨더링, 그리고 ‘지도 위의 쿠데타’

신화가 된 민주주의, 그러나 시계는 멈췄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리더로서 세계적 권위를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그 민주주의의 시계는 멈춰섰습니다. 헌법과 선거제도는 200년 전 마차 시대의 틀을 고집하며, 시대 변화 앞에서 스스로를 성역화했습니다. 건국의 주역들은 왕정과 귀족정, 독재의 폭주로부터 공화국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 취지는 ‘민주주의의 지속’이었지만, 그 장치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진화’를 봉쇄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후대의 정치 세력들이 헌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점입니다. 결국 헌법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아니라 권력 유지의 방패로 기능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헌법 제5조(Article V)는 개정을 위해 의회의 3분의 2와 50개 연방 주의회 4분의 3, 즉 38개 주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그 결과 헌법은 지난 200여 년간 단 한 번도 근본적 개정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시대의 변화는 헌법 밖에서 일어났고, 헌법은 변화에 눈을 감은 채 경직된 껍데기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헌법 해석권을 독점한 연방대법원은 스스로를 ‘헌법의 해석자’로 신격화하며, 선거법 개정 등 정치 개혁을 ‘헌법 위반’이라는 이름으로 무력화시켰습니다. 헌법의 경직성과 사법의 성역화가 결합되면서 미국 민주주의는 스스로의 개혁 가능성을 잃어버렸습니다.

게리맨더링 - 제도적 틈을 이용한 정치공학

이 경직된 헌정 구조 속에서 민주주의를 왜곡한 대표적 제도가 바로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입니다. 1812년 매사추세츠의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 1744–1814)는 자신이 속한 민주공화당(현 미국 민주당의 전신, Democratic-Republican Party)의 승리를 위해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했습니다. 새로 그려진 선거구의 지도가 도롱뇽(salamander)을 닮았다고 하여, 그의 이름 ‘게리(Gerry)’와 ‘맨더링(mandering)’이 결합된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했고, 다음 해 미국 제5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James Madison, 재임 1809–1817)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이후 이러한 선거구 획정(조작) 방식은 ‘합법적 부정선거’의 전형으로 미국 정치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 제도적 왜곡의 결과, 동일한 득표율이라도 의석 수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2016년 위스콘신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53%의 득표율로 36%의 의석만 확보한 반면, 공화당은 47%의 득표로 63%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법적 테두리 안의 ‘합법적 불평등’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게리맨더링이 구조화된 근본 원인은 이를 제지해야 할 법원이 방관하거나, 심지어는 합리화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선거구 재획정이 10년마다 주 의회에서 이루어지며, 연방대법원 판사는 종신직입니다. 한국처럼 헌법기구로서 선거관리위원회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법관 임기 제한도 없습니다. 이 제도적 경직성이 정치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토양이 된 것입니다.

 

2025년 10월 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교 브로드뷰에 있는 불법이민자 구금시설 근처에서 군대 투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열리고 있다. (Photo by SCOTT OLSON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Getty Images via AFP) 2025.10.10. 연합뉴스

개혁의 시도, 사법부의 방관, 그리고 일부 성과

미국에서 이러한 민의의 왜곡과 표의 등가성이 무시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부 주에서는 게리맨더링 개혁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실험이 있었습니다.

애리조나주(2000년, Proposition 106): 주민 발의를 통해 독립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치했고,

캘리포니아주(2008·2010년, Proposition 11·20): 입법부의 권한을 시민위원회로 이관했습니다.

미시간주(2018년, Proposal 2): 주 헌법 개정을 통해 무작위 시민위원회를 도입했고,

미주리주(2018년, Clean Missouri Initiative): 투명성과 공청회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이 가운데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는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대다수 개혁은 정치권 개입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로 무력화되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선거구의 왜곡 여부를 판단할 헌법적 기준이 없다”며 개입을 회피해 왔습니다. 결국 〈루초 대 커먼 코즈(Rucho v. Common Cause, 588 U.S. [2019])〉 판결에서 대법원은 게리맨더링을 ‘정치적 사안(political question)’으로 규정하며 사법심사 대상에서 배제했습니다.

이후 대법원은 2020년 이후 보수 우위(6대 3 체제)로 재편되며, 공화당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게리맨더링의 문제에 더욱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불개입 원칙을 반복했습니다.

미국 헌법센터(The National Constitution Center)는 2022년 1월 25일자 칼럼 〈자신만만하고 공세적인 보수 세력(The Confident and Aggressive Conservative Majority)〉에서 “보수파가 다수인 대법원은 이제 스스로를 헌법의 중립적 수호자가 아니라, 적극적 정책 결정 주체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센터는 이어 “최근 판결들이 민주적 합의나 입법의 영역으로 남겨야 할 사안에까지 사법부가 개입함으로써, 대법원이 헌법적 균형자에서 정치적 중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출처: The National Constitution Center Blog, 2022.1.25)

한편 브레넌 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 NYU School of Law)는 2019년 보고서 〈극단적인 선거구 지도(Extreme Maps)〉와 2024년 보고서 〈게리맨더링이 2024년 미국 하원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How Gerrymandering Tilts the 2024 Race for the House)〉에서, 게리맨더링으로 인해 공화당이 전국적으로 약 16~17석의 구조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레넌센터의 보고서 Extreme Maps(2019) 및 How Gerrymandering Tilts the 2024 Race for the House(2024)를 근거로 정리한 것임.

2025년 현재 미국 하원은 총 435석 중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4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근소한 격차는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라 제도적 편향의 산물입니다. 전국 득표율이 동일하더라도 공화당이 평균 16~17석의 ‘내장된 의석 보너스’를 확보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로써 공화당의 게리맨더링에서 시작한 ‘레드맵(REDMAP: 지도상에서 공화당을 의미하는 붉은색이 차지하는 정도를 뜻하는 표현이자 공화당의 선거 전략)’은 단순한 지역 전략이 아니라 지도 위의 권력 구조 재편이자 정치공학적 성공 사례가 되었습니다.

레드맵(REDMAP) ― “지도를 바꾸면, 패배해도 이길 수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Barack Hussein Obama II, 1961~)의 당선으로 정권을 잃은 공화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게임의 규칙을 바꾸면, 패배해도 이길 수 있다.”

이 문구는 2010년 공화당 전국위원회 산하 공화당 주의회지도부위원회(RSLC)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전략의 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레드맵(REDMAP)의 설계자는 크리스 얀코우스키(Chris Jankowski, 1968~), 데이터 설계는 토머스 호펠러(Thomas Hofeller, 1945–2018)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인구조사와 SNS 데이터를 결합해 방대한 유권자 지도를 정밀 분석하고, 민주당 유권자를 ‘패킹(packing)’과 ‘크래킹(cracking)’ 방식으로 재배치함으로써 표를 바꾸지 않고 의석을 바꾸는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여기서 ‘패킹(packing)’이란 특정 정당(주로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을 한 선거구에 과도하게 몰아넣어 그 표를 ‘낭비표(wasted votes)’로 만드는 전략이며, ‘크래킹(cracking)’은 반대로 상대 정당 유권자들을 여러 선거구로 인위적으로 분산시켜 세력을 희석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두 가지 조작 기술의 결합으로 공화당은 실제 득표율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전략은 완벽히 성공했습니다(앞의 표 참고). 2010년 이전 공화당이 장악한 주는 24개였지만, 2012년에는 31개로 늘었고 2020년에도 약 60%의 주에서 재획정 권한을 유지했습니다. 브레넌 센터 분석에 따르면 공화당은 레드맵 덕분에 2012~2020년 동안 하원에서 평균 15~18석의 추가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는 국민의 표가 아니라 지도 위에서 벌어진 쿠데타였습니다.

MAGA와 REDMAP ― “지도 위에서 자라난 트럼프주의”

게리맨더링은 중도파를 몰락시키고 극단주의를 재생산했습니다. 경선만 통과하면 당선이 보장되는 ‘안전구역(safe district)’이 생겼고, 공화당의 주도권을 장악한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그 경선을 장악한 것은 극우 성향의 열성 지지층이었습니다. 한국의 대구·경북 지역에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과 유사한 형국이 미국 정치에 고착화된 것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트럼프주의(MAGA)는 단순한 정치운동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2020년 이후 공화당 하원의 약 40%가 MAGA 성향 의원으로 채워졌습니다. 게리맨더링은 사회의 균열을 제도화했고, 소수자·도시·진보 시민의 표는 무력화되었습니다. 이는 MAGA의 구호 ― “진짜 미국 대 그 나머지(Real America vs. the Others)” ― 를 정치구조로 고착시킨 셈입니다.

미국 사법부의 신성화와 한국 사법부의 교조주의

미국 대법관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D. Brandeis, 1856–1941)는 “법에 대한 존중을 원한다면, 먼저 법이 존중받을 만해야 한다(If we desire respect for the law, we must first make the law respectable.)”고 말했습니다.

이는 그의 저서 《남의 돈 - 그리고 은행가들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Other People’s Money and How the Bankers Use It, 1914) 서문에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브랜다이스는 이 책에서 ‘금융 신탁(Financial Trust)’과 월가의 독점 구조, 그리고 은행과 산업자본의 결탁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법이 도덕성과 정당성을 잃으면 국민의 신뢰 또한 무너진다고 경고했습니다. 훗날 그는 미국 연방대법관이 되어 공익 중심의 법철학을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히려 그 정신과 반대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법복 귀족주의(Judicial Aristocracy)’로 변질되었습니다. 이 교조적 태도는 한국 사법부에도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한국의 조희대 대법원은 ‘삼권분립’을 헌법의 신성불가침한 절대 조항처럼 오독하며, 국회의 사법개혁 입법, 대법관 증원, 대법원장 국회 출석 요구 등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헌법 어디에도 ‘삼권분립’이라는 문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권력의 상호 견제만이 강조되어 있을 뿐입니다.

한국 사법부는 미국식 사법엘리트주의를 수입하면서 ‘사법권의 독립’을 ‘사법권의 성역화’로 곡해한 구조적 오류에 빠져 있습니다. 조희대의 사법부가 내란 재판에 소극적인 것도, 지귀연 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윤석열을 석방한 것도,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한 것도, 내란 재판의 비공개를 고수하는 것도 모두 스스로의 보수성(내란동조성)을 증명하는 사례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미국 사법부와 한국 사법부의 차이를 찾는다면, 미국 사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을 투입하려 한 명령을 법적으로 기각하며 스스로의 권위를 지키고 있는 반면, 한국의 조희대 사법부는 극우 집회조차 모순된 판결로 허용함으로써 스스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는커녕, 사법개혁의 명분만 쌓는 극단적 ‘자기분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법부가 스스로 자신의 권위와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대변인으로 자처할 때, 국민과 시민이 선택할 길은 명료합니다. 이제 개혁의 시간표와 내용, 그리고 강도만이 남았습니다.

한국 민주공화정의 방파제- 혐오와 극단주의를 제어하는 제도 설계

오늘날 민주공화정의 위기는 단지 정치제도나 검찰을 비롯한 사법제도의 개혁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더 근본적인 위협은 극우·혐오·반공 포퓰리즘의 결합이 시민사회를 잠식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의 MAGA가 게리맨더링의 제도적 보호막 속에서 자라났듯, 한국에서도 사법·검찰·언론의 권력 네트워크가 ‘법의 이름으로 정치’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지도 위의 민주주의’가 ‘제도 위의 독재’로 변질될지도 모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곧추세워야 합니다.

첫째, 극단적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세력에 대한 법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둘째, 민주헌정을 위협하는 선동과 허위정보를 감시·제재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미 논의되어 온 ‘혐오방지법’과 ‘차별금지법’ 제정은 단순한 인권 입법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방어하기 위한 법적 방파제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독일의 연방헌법수호청(BfV, 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처럼 헌법 파괴 행위를 감시·조사하는 ‘한국형 헌법수호청(가칭)’ 설립이 검토되어야 합니다.

이 기관은 특정 정파가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고 국회가 감시하며 정부가 집행을 보조하는 삼자 견제 구조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극단주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혐오와 차별, 반헌법적 정치 행위를 감시하는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새로 써 내려가는 사회적 계약입니다. 법은 인간의 약속이며, 그 약속이 시대정신과 시민의 뜻에 맞게 갱신될 때 공화국은 살아 숨 쉴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약속을 다시 써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펜은 시민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 참고문헌 >

Brennan Center for Justice.(2019). Extreme Maps: How Gerrymandering Rigged American Democracy.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

Retrieved from: https://www.brennancenter.org/our-work/research-reports/extreme-maps

Brennan Center for Justice.(2024). How Gerrymandering Tilts the 2024 Race for the House.New York University School of Law.

Retrieved from: https://www.brennancenter.org/our-work/research-reports/how-gerrymandering-tilts-2024-race-house

Rucho v. Common Cause, 588 U.S. ___ (2019).

Supreme Court of the United States.

Full text: https://supreme.justia.com/cases/federal/us/588/

The National Constitution Center.(2022, January 25). The Confident and Aggressive Conservative Majority.

Retrieved from: https://constitutioncenter.org/news-debate/blog/the-confident-and-aggressive-conservative-majority

Brandeis, Louis D.(1914). Other People’s Money and How the Bankers Use It.New York: Frederick A. Stokes Company.

(Reprinted by Bedford/St. Martin’s, 1995.)

Bowler, Shaun.(2025, March 17). “Gerrymandering and Political Distrust.” UCR News,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Retrieved from: https://news.ucr.edu

U.S. Constitution.(1787). Article V.National Archives.

Retrieved from: https://www.archives.gov/founding-docs/constitution-transcript

Jankowski, Chris.(Interview, 2012). “How REDMAP Won the Map.”The Economist,December 2012 issue.

(Referenced regarding REDMAP strategic design, Republican State Leadership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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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년 전의 섬뜩한 경고? '월마트'엔 핵잠수함이 없으나 정부가 그들을 보호한다

 [프레시안books] 윌리엄 달림플의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

영국의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 EIC). 1599년 영국 런던 상인들이 설립한 무역회사로, 인도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독점 무역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당시 해외 무역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는데 토머스 스마이스라는 사람이 런던시의 부유한 상인들을 소집해 자금을 모았다. 오늘날 주식회사의 시초인 셈이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주식을 소유함으로써 이익을 공유하는 동시에,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었고, 주식회사는 전문 경영인을 통해 회사를 운영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한 동인도회사는 말이 기업이지, 사실상 제국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인도양과 태평양 전역에 대한 무역 독점권, 관세 면제는 물론이고 영토를 통치하고 군대를 일으킬 수 있는 특권까지 부여됐다.

더구나 영국 의회의 상당수 의원들은 이 회사의 주주였다. 동인도회사는 저명한 의원과 장관들에게 연간 1200만 파운드를 쏟아부으며 자사 주식을 이용해 의원을 매수한 것이다.

 

의원들이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회사의 변호사이자 로비스트로 탈바꿈한 의원들은 눈에 띄지 않게 회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만들거나 개정했다. 말이 좋아 공공-민간 파트너십이지 권력-기업간 유착이었다.

그렇게 무소불위 권력을 지닌 동인도회사는 영국의 식민지 확장과 제국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존재하게 한 기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국과 인도사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윌리엄 달림플은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생각의힘 펴냄)에서 그런 동인도회사가 세계 무역과 제조업을 지배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동시대 또 다른 강대국인 오스만제국의 4배가 넘는 인구를 가졌던 나라인 무굴제국을 어떻게 점령했는지, 그 결과가 어떤 파국을 만들었는지를 자세히 풀어낸다.

 

▲ <동인도회사, 제국이 된 기업> ⓒ생각의힘

 

동인도회사는 어떻게 무굴제국을 착취했는가

 

1765년 8월 젊은 무굴 황제를 제압한 동인도회사는 곧바로 세금징수와 통치 권한을 넘겨받은 뒤 자신들이 운영하는 정부까지 세운다. 그리고 사병을 동원해 세금을 징수했다. 일개 주식회사가 제국의 권력으로 변모한 셈이다.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가 무굴제국을 운영하면서 지킨 원칙은 단 하나였다. 오로지 주주에게만 책임을 졌고, 주주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었다.

 

그러한 동인도회사가 무굴제국을 운영하니 무굴제국 시민들의 세금은 끝없이 늘어만 갔다. 자연히 경제는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일례로 제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었던 벵골은 1768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1770년 2월에는 평소 쌀 수확량이 70%가량 줄었다. 자연히 기아가 확산되고 사람들은 벌판의 풀과 잎사귀로 연명했다. 부모가 자식을 팔아야 사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동인도회사는 이들에게 세금을 동일한 수준으로 거둬들였을 뿐 아니라 일부의 경우는 세금을 10%나 올리기도 했다. 굶어 죽는 상황에서도 세금은 내야 했다.

 

그 와중에도 동인도회사는 연간 예산에서 군대와 요새 시설을 만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회사가 비축한 쌀은 군대의 세포이(인도 용병)에게만 지급됐다. 무굴시대에 가장 풍요롭고 인구가 많다던 벵골이 가장 열악한 지역으로 전락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익 추구가 본질인 주식회사가 무굴제국을 지배하다보니 이런 비극적인 일들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영원할 것처럼 보였던 동인도회사도 결국은 해체수순을 밟게 됐다. 지나친 착취와 수탈에 참다못한 인도인들이 반란(세포이 항쟁)을 일으켰고 영국 정부는 그 책임을 물어 동인도회사의 독점적인 권한을 축소했다.

 

결국 동인도회사는 빅토리아 여왕 통치 시기인 1874년 해체됐고, 인도는 영국 정부의 직접적인 통치를 받는 식민지가 되었다.

 

동인도회사가 현재 우리에게 주는 섬뜩한 경고

 

저자는 국가보다도 더 큰 힘을 가진 동인도회사가 또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경고한다. 물론 아마존, 월마트, 구글 등 오늘날의 세계 최대 기업들이 군사력까지 가진, 의회와 한 몸을 이룬 동인도회사에 비할 바가 아니란 건 저자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우려점은 존재한다.

 

"(중략) 기업들이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며 군사화된 동인도회사의 영토 야욕에 비하면 양반이다. 하지만 역사가 뭔가를 보여준다면 그것은 국가 권력과 기업 권력 간에 펼쳐지는 긴밀한 춤사위 속에서 기업 권력은 규제될 수도 있지만 수중의 모든 자원을 이용해 기업은 거기에 저항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기업과정부센터의 전직 이사인 아이라 잭슨이 최근 지적했듯이 기업과 기업 지도자는 오늘날 정치와 정치인을 대처하여 우리 시스템의 새로운 대제사장과 과두 지배층이 되었다. 기업은 여전히 은밀하게 인류 상당 부분의 삶을 지배한다."

 

저자는 현재의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목적, 즉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국가 권력을 왜곡하는데 성공한 동인도회사를 따르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거품으로 발생한 세계적 금융위기는 규제받지 않는 기업이 국가 경제를 끌어 내릴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경고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지금의 기업들, 즉 규제받지 않는 기업들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동인도회사의 비극이 과거가 아닌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천만다행으로 오늘날 동인도회사에 꼭 들어맞는 것은 없다. 수익 측면에서 세계 최대 기업인 월마트의 자산에는 핵잠수함 함대가 없으며 페이스북이나 셸컴퍼니도 보병 연대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동인도회사는 오늘날 다수의 주식회사들의 궁극적인 모델이자 원형이었다. 오늘날 가장 강력한 거대 주식회사들은 자체 군대가 필요하지 않다. 정부에 의존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긴급 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인도회사는 오늘날 기업 권력의 오남용 가능성 그리고 주주들의 이익이 국익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음험한 수단에 관한 역사상 가장 섬뜩한 경고로 남아있다. 캠페인 기부와 상업적 로비 활동, 다국적 금융 시스템과 세계 시장, 기업 영향력과 새로운 감시자본주의의 예측 데이터 수집 활동을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는 지구적 권력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창립된 지 420년 지난 지금, 동인도회사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현재적이다."

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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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강조하던 국민의힘, 다음날 ‘이재명 격렬 규탄’으로 회귀

전날 ‘민생, 정책대안’ 강조했으나 양평 공무원 사망 계기로 다시 강경모드

  • 고희철 기자 khc@vop.co.kr
  • 발행 2025-10-11 15:32:52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 강압수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0.10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 강압수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0.10 ⓒ뉴스1

장외투쟁을 접고 민생과 대안을 강조하며 노선 선회를 표방했던 국민의힘이 하루 만에 제자리로 회귀하고 있다. 양평 공무원 사망을 계기로 특검과 이재명 정부를 규탄하는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석연휴를 마치며 민생과 정책대안을 강조하며 기존 노선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동혁 대표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이 국민의힘을 향해서 민생 법안을 발목 잡고 있다고 공격했는데, 여당에 제안한다”며 “민생하자, 제발 민생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최대 경제 현안인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민생지원소비쿠폰 지급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면서 “국가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재정 준칙을 도입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장 대표는 “제1 야당답게 이재명 정권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견제하겠다. 107명 국회의원 전원이 민생 싸움꾼이 되어 치열하게 싸우고 충실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와 서울의 장외집회 등 격렬한 정권 규탄 모드는 당내 개혁이나 외연 확장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지율도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내년 6월 지방선거도 부정적인 전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생, 원내에서의 견제, 정책대안 등을 내세우며, 장외집회 대신 국정감사와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셈이다.

다음 날인 10일, 추석연휴 뒤 첫 업무일을 맞아 국민의힘은 경제와 민생 관련 지도부 일정을 배치하며 장 대표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현판 제막식, 반도체·AI 첨단산업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전체회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전체회의, 지방선거총괄기획단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전체회의, ‘민심을 듣다 민생을 담다’ 국민의힘 전국 시도당 위원장 간담회 등이 당 주요 일정이었다.

그러나 10일 김건희 일가 업체에 대한 개발부담금 면제 특혜로 수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사망하자 국민의힘의 입장을 돌변했다. 특검의 강압수사로 공무원 정모 씨가 사망했다는 주장을 펼치며, 특검과 이재명 정부에 총공세를 퍼부었다. 장 대표의 기자간담회와 정모 씨가 남겼다는 메모 공개, 송언석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의혹을 키웠다. 당 대변인들도 11일까지 이틀째 논평을 이어가며 강압 수사 논란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팀은 10일 오후 사망한 정 씨의 수사 상황을 자세히 공개하며 강압수사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특검팀은 “건물 외부 CCTV로도 강압수사 없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사건의 피의자인 김선교 의원이 입수해 국민의힘이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메모가 어떤 경위로 작성돼 국민의힘 측에 입수됐는지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해당 메모에는 원문 외에 가필한 부분도 나타나 있다.

13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민생과 정책대안을 강조했던 국민의힘이 ‘도루묵’처럼 정권 규탄으로 회귀할 경우, 외연 확장은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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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빨갱이'로 몰기 위해 간첩 사건 둘을 대령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12 09:56
  • 수정일
    2025/10/12 09:5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재심: 바로잡은 역사] 진보당 조봉암 제거 위해 간첩 조작한 이승만 정권

정치 김종성(qqqkim2000)

25.10.11 18:14최종 업데이트 25.10.11 18:14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조봉암위키미디어 공용

이승만에게는 김일성보다는 진보당 조봉암이 더 큰 위협이었다. 한국전쟁에서 나타났듯이 김일성과의 대결은 그의 권력을 위협하는 한편 크게 강화시켰다. 반면, 1952년 및 1956년 대선에서 나타난 것처럼 조봉암과의 대결은 그의 권력을 크게 위협했다. 1956년 대선에서 조봉암은 극렬한 부정선거 속에서도 30.01%나 득표했다.

조봉암은 이승만의 스트레스 지수도 높여 놓았다. 그는 1956년 대선에서 자기 당 부통령 후보인 박기출을 선거 엿새 전에 사퇴시킴으로써 자유당 이기붕(44.0%)이 민주당 장면(46.4%)에게 부통령 자리를 내주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이승만은 민주당 부통령과 불편한 동거를 해야 했다.

그런 조봉암을 이승만은 그냥 두지 않았다. 조봉암을 김일성과 연결시키고 간첩죄 및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뒤집어씌웠다. 정상적인 정치적 대결로는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조봉암은 '자체 발광'으로는 빨갱이가 될 수 없었다. 그런 사상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을 빨갱이와 엮는 방법을 구사했다. 이를 위해 활용한 것이 제4대 총선(1958.5.2.)을 앞둔 1957년 하반기에 불거진 '박정호 간첩사건'이다.

그해 11월 7일 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57세인 박정호는 만주에서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항일단체 지하요원으로 활동하다가 일본 경찰에 검거됐던 항일투사다. 그는 해방 뒤에는 북조선노동당 경리부장 등을 지내다가 한국전쟁 직전에 남하해 무역업을 했다. 진보당을 포함한 혁신세력을 포섭해 평화통일운동을 촉진시키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고 이승만 정권은 발표했다. 평화통일운동이 역모죄로 간주되던 이승만 집권기의 해괴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장면이다.

이승만 정권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박정호 사건을 조봉암과 엮을 타이밍을 모색했다. 이 점은 그해 11월 14일의 서울시경-서울지검 합동 긴급회의에서도 나타났다.

박정호를 비롯한 7명이 재판에 넘겨지고 장건상 등 6명이 검찰로 송치된 이날, 긴급회의 참가자들은 또 다른 11명을 구속하는 문제를 논의한 뒤 진보당 지도부인 조봉암과 서상일에 관한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이날 회의에서는 조봉암·서상일 양씨에 관한 문제는 일단 제외한 것이라 한다"라며 회의장 분위기를 전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조봉암과 박정호를 엮을 단서는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조봉암 연루설을 흘렸다. 그러다가 1958년 1월 12일 진보당 간부 6명이 체포되고, 13일 조봉암이 체포됐다.

서울지검 정보부의 지휘하에 체포작전이 개시되기 전날인 11일이었다. 이틀 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보부의 조인구 검사는 '박정호의 평화통일공작은 진보당의 당세 확대로 귀결되는 것'이라며 진보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기자단 앞에서 역설했다. 이런 공언까지 해놓고 조봉암을 구속했지만, 박정호와의 공범 관계를 끝내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권의 협박 받은 양이섭의 허위 진술

박정호의 붉은빛을 조봉암에게 묻히려 했던 시도는 실패했다. 그래서 이승만 정권은 새로운 카드를 집어 들었다. 그것이 양이섭(양명산) 간첩 사건이다.

양이섭은 일제강점기 때 신의주에서 우체국 집배원으로 일했다. 우편물 속에 든 거금을 훔친 그는 상하이로 넘어가 독립운동을 벌였다. 해방 뒤에는 육군첩보부대(HID) 공작요원이 되어 남북교역에 종사했다.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과 친분이 있었던 양이섭을 윽박질러, 조봉암은 물론이고 남한 첩보요원인 양이섭마저 북한 간첩으로 만들고자 했다. 빨갛지도 않은 양이섭을 붉게 물들인 뒤 조봉암도 한데 엮고자 했던 것이다.

진실화해위원회의 <2007년 하반기 조사보고서>는 "육군 특무부대는 그해 2.8. HID 공작요원으로 남북교역을 하던 양이섭(51)을 연행하여 여관 등에 불법감금한 상태에서 북한의 지령 및 자금을 조봉암에게 전달하였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 기술한다. 조봉암 체포 5일 전에 양이섭에 대한 협박이 있었던 것이다.

양이섭은 1956년 대선을 전후에 조봉암에게 정치자금과 생활자금을 제공했다. 정권의 협박을 받은 양이섭은 그 돈이 김일성 주머니에서 나왔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

1982년 9월 7일 자 <중앙일보> '중앙청 <53> 진보당 8'에 따르면, 법정에 선 양이섭은 자신이 조봉암에게 5백만 환을 전달하자 조봉암이 북에 보낼 감사 편지를 자신에게 준 일이 있다고 진술했다. "돈을 보내주어 감사한데 5백만 환만 더 보내달라는 편지"였다는 게 그의 진술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그동안 열두 차례 남북을 내왕하면서 미화 2만 3천 달러, 한화 2천만 환 그리고 인삼·녹용 등 북한에서 가져온 물품을 북괴의 지령에 의해 전달했다. 이 돈은 조봉암으로 하여금 미군철수운동 및 평화통일운동을 전개하는 신문사를 경영케 하기 위한 것이다."

조봉암 재판이 진행될 때인 1958년 11월에 서울 시내에서 쌀 1가마니는 1만 2500환 미만이었다(11월 7일 자 <동아일보>). 양이섭이 말한 금액은 상당한 거액이었다. 그런 돈이 북에서 나와 자신을 거쳐 조봉암에게 들어갔다는 것이 양이섭의 주장이었다.

조봉암은 한화 3백만 환과 미화 620달러를 받은 일은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자신은 양이섭의 돈을 받았을 뿐이지 북한의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법적 심판 받은 이승만 정권의 악행

1959년 8월 1일 자 <조선일보> 기사 "조봉암 사형을 집행"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심 법원은 이승만 정권의 기대와 달리 조봉암과 양이섭에게 징역 5년이라는 예상 이하의 형량을 선고했다. 그런 뒤 양이섭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2심에서 양심선언을 했다. 그해 9월 5일 자 <조선일보>는 전날의 항소심 첫 공판을 이렇게 보도했다.

"진보당 공소심(控訴審) 첫 공판에서 사실심의를 받기 시작한 양명산 피고는 '진보당위원장인 조봉암 피고가 북한괴뢰집단의 정치자금을 얻어 쓰고 그 지령에 움직였다는 범죄사실은 모조리 터무니없는 특무대 조작이었다'고 1심 때의 진술을 완전히 전복시키고 '특무대에서 강압적인 방법으로 조서를 날조한 것'이라고 진술하여 판사·검사는 물론 피고 그 변호인들 방청객들을 놀라게 했다."

양이섭의 진술은 조봉암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였으나 양심선언에 의해 무너졌다. 위 보도에서처럼 판사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도 재판은 여전히 조봉암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2심과 3심은 사형을 선고했다. 유력 대권주자 조봉암을 죽이기 위한 희대의 판결들이었다. 1959년 2월 27일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되고, 7월 31일 사형이 집행됐다.

이 사건이 조작됐다는 점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해 빨갱이 소리를 듣고 법복을 벗은 유병진 판사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의 <죽산 조봉암 평전>에 인용된 태윤기의 <권력과 재판>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뒷날 유씨는 이 사건의 변론을 맡았던 태윤기 변호사를 만나서 '나도 조봉암 씨가 당시 이 대통령의 정적이라는 점을 심사숙고 고민한 끝에 5년이라는 형을 언도한 것이며, 실은 집행유예 정도가 알맞은 판결이라고 생각되었다."

비슷한 발언은 조봉암 용공몰이에 가담했던 조인구 검사의 입에서도 나왔다. <죽산 조봉암 평전>에 따르면, 1960년 6월 10일 자 <법정신문> 인터뷰에 유병진의 이런 말이 보도됐다.

"일전에 서울형무소에서 진보당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조인구 씨를 만났을 때 조씨는 나에게 '그때 좋은 판결을 하여 주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조씨 역시 그 기소가 무리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였다."

조인구는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그런 그가 '고작' 징역 5년을 선고한 유병진의 판결을 "좋은 판결"로 칭송했다. 1960년 상반기를 휩쓴 4·19혁명이 이런 양심적 발언들을 가능케 했으리라고 볼 수 있다.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을 빨갱이로 몰기 위해 간첩사건 둘을 그 앞에 대령했다. 이 시도는 성공하는 듯했지만 실상은 실패했다. 사법부를 동원한 조봉암 살해는 민심을 크게 이반시켰고, 이는 조봉암 사망 8개월 뒤인 1960년 3월부터 4·19혁명이 일어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이승만 정권의 악행은 결국 법적 심판을 받았다. 조봉암이 한을 품고 죽은 지 52년이 흐른 2011년 1월 20일, 대법원은 조봉암 사건 재심에서 간첩죄 및 국가보안법 위반을 무죄로 인정했다. 조봉암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중에 발견된 총기를 근거로 기소된 불법무기 소지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선고를 유예했다.

#과거사 #재심 #조봉암 #진보당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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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딜레마'로 걸어가는 국힘, '바이든-날리면' 선거가 열린다?

 [박세열 칼럼] 체급 키운 '넘버쓰리' 이진숙, 국힘 선거 전략에 도움 안되는 이유

 

윤석열 정권 4년 남짓 시간을 상징하는 단 하나의 사건을 말하라면, 주저없이 '바이든-날리면' 사태를 꼽을 것이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존재의 지평선' 너머를 보여준 것으로 기념비적이라 할 만 하다. 대선과 집권을 거치면서 은폐돼 왔던 어떤 것이 모종의 계기를 맞아 '팝업'처럼 튀어나와 전국민을 놀래킨 것이다. 이를테면 '바이든-날리면' 사태에서 드러난 윤석열의 태도는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나, 이태원 참사, 한일 외교, 우크라이나 전쟁, 김태우 사면 출마 등 모든 사건을 관통하는 모순과 부조리의 원형(元型)과도 같은 것이다.

 

윤석열의 입에서 나온 '바이든'이 '날리면'으로 바뀌는 순간, 집권당은 부화뇌동을 시작했다. 권성동은 "MBC는 대통령 발언을 왜곡하여 국민을 속였다.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라고 주장했고, 외교부는 MBC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언론 기술자' 류희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JTBC에 주의 결정을 내렸고 KBS는 아예 '사과문'을 제출했다. YTN은 민간에 팔린 후 신임 사장이 취임해 직접 방송에 출연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친위 쿠데타'에 앞서 윤석열 일당이 벌인 '언어 쿠데타'는 백주 대낮에 무슨 이솝 우화에나 나올법한 해프닝으로 사람들의 감각을 뒤틀고 흔들어댔다. 이 정권의 기괴함이 탈은폐된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언론사가 '바이든'으로 보도했지만, 윤석열은 MBC를 콕 찍었다. 그러면서 엽기적인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졌다. 출근길 도어스태핑을 갑자기 중단하더니 MBC를 대통령 순방 전용기 탑승 명단에서 배제했다. 윤석열 정부의 시스템이 공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사적 보복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방증한 것이었다. 그 때부터 '방송 쪽을 손 좀 봐야겠구나'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 몫의 최민희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 거부하면서 '방통위 전쟁'을 일으켰다.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되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날리면'의 '나비효과'를 떠올린 이유는 최근 이진숙 씨의 행보를 보면서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구강 시스템 에러를 옹호하는 대열 중에는 이진숙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친정을 향해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대신 "원점 타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MBC를 응징해 주셨으면 한다. 시청을 거부하고 광고를 주지 않는 등 방법은 많다"고 나섰다. 그는 "대통령실의 단호한 조치는 지난번 MBC가 언론 역사에 기록될 오보+조작 방송을 했을 때 취해졌어야 한다. 그때 MBC는 명확히 들리는 단어와 불명확한 단어가 섞여 있는 것을 자의적으로 해석했고 이에 자막을 달아 '특종'이랍시고 난리법석을 피웠다"고 비난했다. MBC 언론인 출신이라는 사람 둘(김은혜와 이진숙)이 '바이든-날리면'이라는 현대판 우화의 한복판에 있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사실 이진숙은 정치권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를 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방미통위)로 확대 개편하는 법안에 대해 "제 생각에 오직 이진숙이란 인물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주장했고 "돌이켜보면 민주당은 이진숙이란 사람이 방통위에 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려 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절반만 맞는 말이다. 애초 이진숙이라는 인물 자체가 윤석열의 '방송 장악'을 위한 이동관의 대체제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냥 대체제도 아니고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은 '후후순위' 대체제였다.

 

당시엔 누가 그 자리에 앉든 압도적 의석을 가진 야당(민주당)의 탄핵이 예고돼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진숙은 '넘버 쓰리'로서 기꺼이 '카미카제'가 되는 길을 택했다. 윤석열에게 이진숙은 '전시 소모품'이었다. 하지만 윤석열이 내란으로 감옥에 간 지금, 이진숙이 모종의 정치적 기회를 잡은 것처럼 보인다. 기자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실패해 왔던 스스로를 '정권의 표적'으로 갑자기 부풀리면서 '셀프'로 체급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이진숙은 '방송장악' 논란이 일던 박근혜 정부에서 MBC 임원으로 승진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2014년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오보를 낸 보도국을 책임졌던 보도본부장으로 더 기억된다. 이진숙은 2019년 자유한국당에 입당했지만, 그가 가진 '꿈의 크기'에 비해 당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진숙은 2020년 총선과 2022년 지방선거에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예비후보(대구시장 후보)로 등록했으나 공천도 못 받았다. 정치의 꿈을 포기하지 않던 이진숙은 2021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캠프 언론특보로 들어 갔지만, 일주일만에 해촉되며 초라한 입지를 재확인했다.

 

당시 이진숙과 함께 보수 우파 언론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에서 활동한 KBS 피디 출신인 최철호나, MBC 기자 출신 권재홍, 방송과 전혀 관계 없는 민영삼 같은 인물이 방송 유관기관으로 줄줄이 영전하고 김장겸 전 MBC 사장 같은 인물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을 때도 이진숙은 사실 '찬밥' 신세였다. '1소모품'인 이동관과, '2소모품'인 김홍일이 탄핵을 피하려 사퇴한 자리에 들어선 '넘버 쓰리' 이진숙의 미션은 '2인체제'라는 기형적 형태를 유지시키는 일이었다. 이진숙은 '윤석열 정부의 일원'이라는 느낌보다는 '3번째 소모품'의 느낌이 컸다. 이동관, 김홍일과 달리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탄핵 전 사퇴'를 하지 않았던 건, 추정컨대 이미 윤석열이 '내란'으로 사태를 일거에 해소하려는 꿈을 꾸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 '찬밥' 이진숙이 갑자기 '보수의 여전사'로 떠오른 상황을 설명기란 어렵지 않다. 그가 능력을 발휘된 게 아니고, 정치적 지형이 변한 것(윤석열 탄핵과 극우의 득세)때문이다. 철지난 '반공주의'와 '색깔론'으로 무장한 이진숙은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었다.

 

그 이진숙이 '윤어게인'을 등에 업고 '윤석열의 비밀 병기'로 우뚝 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진숙의 대학 후배'인 전한길은 "이진숙이 대구시장에 나오면 양보하겠다"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체포된 자리에서 수갑을 들어올리며 "이재명이 시켰냐, 정청래가 시켰냐"고 기염을 토한 이진숙은 자신이 정치적 운명을 적극 개척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이진숙의 이 착각이 국민의힘에 아주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진숙이 내년 지방선거의 주요 인물로 떠오르면 국민의힘은 또 다시 '윤어게인'의 프레임으로 걸어들어간다. 민주당이 좋아할만한 구도다.

 

정치권에 입문한지 6년 간 권력의 언저리를 떠돌다가 '전시 소모품' 수준의 장관 자리를 차지한 그 '근성'은 인정할만 하다. '바이든 날리면'으로 시작된 윤석열의 '대MBC전쟁'의 부스러기와 같은 인물이 '탄압받는 여전사' 이미지를 입고 중앙무대에 올라선 것도 평가해 줄만 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가 대구시장이 되든, 대구 지역에서 공천을 받든, 국민의힘은 '이진숙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벌써 일부 극우 커뮤니티에선 '이진숙 대망론', '이진숙 대통령' 같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의 입에서 시작된 '바이든-날리면'의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마침 이진숙과 같은 MBC 출신인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도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있다.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정정한 장본인이다. 내년 지방선거 판이 열리면, 이 두 MBC '기자 출신'들에게 다시 물어보고 싶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KBS 화면 갈무리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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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명태균 게이트' 오세훈도 수사하라"

김민주 기자

minju@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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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10.10 17:35

  • 수정 2025.10.10 20:35

  • 댓글 0

민주당 "특검이 검찰에 사건 이첩받아야"

"검찰 5개월이나 어물쩍, 진상규명 회피하나"

특검법에는 '명태균' 수사 대상으로 규정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의 전현희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 등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1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규명해야 할 검찰 수사가 늦춰지고 있다며 "김건희 특검팀이 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3대 특검대응 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태균 게이트에 김건희 씨와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연루된 것은 김건희 특검이 수사해야 할 핵심 사안"이라며 "그 중에서도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가 검찰에서 진행됐는데 지금은 수사를 중간에 멈춘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은 왜 이 수사를 중간에 멈춰서 진상규명을 회피하고 있는 거냐"고 지적하며 김건희 특검팀이 해당 수사를 이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특위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 관련 여론조사를 13차례 했고 그 중 여러 건은 불법 여론조작 조사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 시장의 최측근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3300만원을 불법적으로 대납한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들며 "국민 앞에 그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특위는 오 시장이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한 두번 만난 것이 기억난다"고 하거나, 최측근 후원자였던 김 씨에 대해 "이분이 이렇게 사고를 치셨구나"라고 발언하면서 책임을 회피한 데 대해서도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형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떳떳하다면 측근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국민적 의혹에 답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의 전현희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 등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10. 연합뉴스

특위는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사건 전담수사팀이 지난 5월 오 시장을 소환 조사했는데 5개월이나 지난 지금까지 사건을 뭉개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 관련 수많은 불법 의혹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동작 그만' 상태에 돌입한 검찰의 뭉개기와 수사 지연에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특검은 오 시장에 대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아 철저히 수사하고 그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은 즉각 특검법이 부여한 책무에 따라 오세훈 시장 사건을 직접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김건희 특검법 제2조 11항은 '김건희, 명태균, 건진법사 등이 2021년 재보궐선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를 한 의혹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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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냉부해' 논란 보도, 명태균·김건희 공천 개입 보도보다 2배 많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씨(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의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 출연 논란을 다룬 언론 보도량이 윤석열 정권 당시 '명태균-김건희 공천 개입 논란'이나 '대통령실 해병대 수사 외압 논란' 당시 보도량의 2~3배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 논란은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촬영 시점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주 의원과 국민의힘 등은 9월 26일 밤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상황에서 재난 대응보다 홍보를 위한 예능 출연이 적절하냐고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9월 28일 사전 촬영을 진행하기 전 재난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 지시가 먼저 이뤄졌음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재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를 활용해, 이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 논란과 윤석열 정권 당시 대표적인 세 가지 논란에 대해 각각 열흘간의 언론사 기사 수를 비교 분석했다. 빅카인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서비스로 전국일간지, 방송사, 경제일간지, 인터넷신문 등 총 104개사가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윤 정권 당시 논란 세 가지는 ①전직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공천개입 등 명태균 게이트(2024년 9월 5~14일) ② 김건희씨 디올백 수수(2023년 11월 27~12월 6일) ③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 외압 (2023년 8월 10~19일)등이다. 해당 내용은 특검에서 수사가 진행되는 중대 권력 비리 사안으로, 각각의 기준은 단독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때를 시작점으로 열흘을 잡았다.

분석 결과, 이재명 대통령 예능 출연 논란을 다룬 기사(입력 검색어 : 냉장고를부탁해, 냉부해, 예능, 이재명)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모두 992건으로, 하루 평균 100건에 육박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김건희씨의 공천 개입 의혹이 제기된 명태균 게이트 당시 보도량(입력 검색어: 명태균, 김건희, 윤석열, 대통령, 공천 개입)이 48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외압 당시 보도량(입력 검색어 : 해병대, 채상병, 채해병, 대통령실)은 276건이었는데,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 논란 기사량은 이보다 3.6배 가량 많았다.

6일 방영된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추석 연휴 특집으로 출연했다. ⓒ JTBC 유튜브 갈무리

김씨의 디올백 수수 논란을 다룬 보도(입력 검색어: 명품백, 디올백, 김건희)는 106건에 불과했다.

즉 이 대통령 예능 출연 논란을 다룬 보도량이 윤석열 정권 당시 권력 비리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한 보도량을 모두 앞지른 셈이다.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 외압과 김건희씨 디올백 수수, 김건희씨 공천개입 의혹 등은 현재 특검 수사가 이뤄지거나 수사 대상이 되는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출연 논란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사안임에도 기사 보도량은 차이가 컸다.

이 대통령 예능 출연 논란, 14개 언론사가 사설로 다뤄

이 대통령 예능출연 논란을 적극적으로 다룬 언론사는 <머니투데이>와 <세계일보>로, 10일간 보도량이 각각 46건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23건)와 <동아일보>(21건), <중앙일보>(15건)도 하루 평균 1건 이상 보도했다. 이들 언론은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비판하는 야당 인사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란을 사설로 언급한 언론사는 <세계일보>와 <서울신문> 등 14개 언론사에 달한다. <조선일보>의 경우, 8일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국정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예능 출연도 빛날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비해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당시 <머니투데이>는 18건, <세계일보>는 15건 보도했고, <조선일보>는 9건, <중앙일보>는 7건 보도했다. 당시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등 4개 언론사만이 해당 의혹을 언급한 사설을 실었다.

윤석열 정권 당시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 외압 논란에 대한 보도량은 더욱 적었다. 대통령실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머니투데이> 보도는 7건에 그쳤고, <조선일보>는 9건, <중앙일보>도 8건에 불과했다. <세계일보>(20건)와 <동아일보>(14건)는 그나마 보도량이 10건 이상이었지만, 이재명 대통령 예능 출연 논란 보도량보다 적었다. 당시 <한국일보>와 <한겨레>, <조선일보> 등이 해병대 수사 개입 의혹을 사설로 다뤘는데, 당시 사설 기사 건수는 이재명 대통령 예능 출연 논란 사설 건수와 똑같은 14건이었다.

#윤석열#김건희#해병대#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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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조중 친선협조관계 발전시켜야”

북·러 집권당, “서방 강요 없는 새로운 세계질서 수립해야”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0.10 11:07
  •  
  •  수정 2025.10.10 11:15
  •  
  •  댓글 0
 
9일 오후 평양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난 김정은 위원장. [사진-중 외교부]
9일 오후 평양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난 김정은 위원장. [사진-중 외교부]

9일 오후 평양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통적인 조중 친선협조관계 중시” 입장을 확인했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9일 김 위원장은 리창 총리의 방북을 환영하면서 “습근평총서기동지가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록있는 예술단을 파견해줌으로써 우리 당창건 80돐을 더욱 뜻깊고 화기롭게 하여준데 대하여 충심으로 되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리강 동지와 중국당 및 정부대표단의 이번 평양방문은 우리 당과 정부, 인민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각별한 우의의 정, 전통적인 조중친선협조관계를 중시하고 가일층 강화발전시켜나가려는 중국당과 정부, 인민의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로 된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조중친선협조관계를 시대적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발전시켜나가는 것은 조선로동당과 공화국정부의 드팀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리창 총리는 “중조친선은 오늘 두 당, 두 나라 최고령도자동지들의 전략적 인도 밑에 관계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고 있다”며 “중조관계를 훌륭하게 수호하고 훌륭하게 공고히 하며 훌륭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당과 정부의 일관하고도 확고부동한 전략적 방침”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두 당, 두 나라 간 친선협조관계를 보다 폭넓고 전면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상호 고위급 왕래와 전략적 의사소통,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나가는데서 나서는 문제들이 논의됐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10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왔다. 

시 주석은 먼저 “조선로동당창건 80돐에 즈음하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그리고 나자신의 이름으로 총비서동지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체 조선로동당 당원들과 조선인민에게 열렬한 축하와 아름다운 축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과 회담을 통해 “중조친선협조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한 앞길을 밝혀주었다”며 “중국측은 조선측과 함께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실무협조를 심화시키며 조률과 협동을 긴밀히 하여 중조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추동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확인했다.

한편, 9일 방북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러시아당 위원장 겸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조용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회담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양국 정상들에 의해 북러관계 발전의 새 시대가 도래한 현실적 요구에 맞게 “조선로동당과 통일로씨야당사이의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조를 계속 강화해나감으로써 쌍무관계를 보다 풍부히 하는데 적극 기여할 의지”가 표명됐다.

회담 이후 리히용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블라디미르 야쿠세프 통합러시아당 연방평의회 서기가 서명한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공동성명’은 “유라시아대륙과 전 세계에서의 정치군사적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는 것”은 “서방의 침략적인 정치와 직결되여 있다”고 지적했다.

통합러시아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도부가 나라의 국방력강화를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고, 쿠르스크 수복작전에 참전한 “조선인민군 장병들의 위훈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쌍방은 력사적 사변들을 외곡하려는 시도들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조선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세력들, 파시즘과 나치스사상의 부활, 서방이 집요하게 감행하고 있는 신식민주의적행위들을 반대하여 투쟁하기 위한 공동의 목표에 대해 견해 일치를 보았다”면서 “서방의 강요가 없고 모든 나라와 인민들의 권리가 믿음직하게 담보되는 새로운 세계질서수립을 옹호하고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쌍방은 이미 이룩된 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하여 각급에서의 적극적인 대화 의향을 표명하고 “대표단교류를 계속 진행하고 활성화해나가는 것을 비롯하여 일련의 공동행사들”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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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희토류 전쟁’ 발발? 트럼프 “100% 추가관세” 경주 정상회담도 ‘불투명’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0/11 09:20
  • 수정일
    2025/10/11 09: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에 미국 보복 조치

주요 소프트웨어에 대해 수출 통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1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주의 APEC 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단행된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등에 대한 보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오전(한국시간) SNS인 소셜트루 개인 계정에 “중국이 무역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사실이 방금 알려졌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9일 중국 상무부는 해외 기업이 중국산 희토류를 비롯해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함유된 물품, 중국의 희토류 관련 기술을 사용한 품목 등을 상무부 허가 없이 타국으로 수출할 수 없다고 공고했다.

또한 희토류 채굴, 제련 분리, 금속 제련, 자성 재료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재활용 관련 기술과 저장장치 및 이와 관련된 생산 라인의 조립, 디버깅, 유지 보수 및 업그레이드와 같은 기술에 대해서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시행한 희토류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더욱 확장한 조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생산에 큰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 군수업체들 입장에선 어려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조치에 대해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분명히 수년 전부터 구상한 것”이라며 “국제무역에서 전례가 없는 일로, 다른 국가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 도덕적 수치”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11월 1일부터 미국은 현재 중국이 지불하고 있는 모든 관세를 초과하여 1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소프트웨어에 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 조치는 중국의 추가 조치나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전에도 소셜트루에 글을 올려 “중국에서 매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전 세계 국가들에게 희토류와 관련된 모든 생산 요소에 대해 수출 통제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이 조치가 “시장을 ‘막히게’ 하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특히 중국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극도로 분노한 다른 국가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개월 동안 중국과의 관계는 매우 좋은 관계였기 때문에” 중국 조치에 더욱 놀랐다면서 “중국이 세계를 ‘포획’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지만, ‘자석’ 등을 시작으로 꽤 오랫동안 그들의 계획이었던 것 같다”고 적었다. 자석은 희토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후 한국의 APEC에서 시 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중국에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모든 것이 그렇듯이 이제 때가 온 것 같다.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미국에 매우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미국으로 수입되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대응책도 많다면서 추가 조치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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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초토화’ 위화도 1년새 주상복합 즐비…달라진 북·중 접경 풍경

  • 북·중 접경 1334㎞를 가다

  • 군 동원 복구 속도전과 그 역설

  • 대중국 무역 증가와 불균형도

  • 이제훈기자

  • 수정 2025-10-10 08:23등록 2025-10-10 05:01

2025년 9월 하순 단둥강변공원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위화도의 하단리(평안북도 신의주시) 모습. 지난해 7월말 압록강 범람으로 침수된 헌집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고, 10여층 높이의 새 주상복합아파트가 즐비하다.

2024년 8월 하순 단둥강변공원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평안북도 신의주시 하단리의 수해 복구 현장. 홍수로 지붕이 없어진 2층 건물에 돌격대원들이 올라가 철거 작업을 하고 있다.

  • 가을 한복판을 지나는 압록강은 분주하다. 압록강변 북한의 농촌마을은 가을걷이에 한창인 사람들로 흥겹다. 만포·혜산 등의 시멘트공장은 24시간 가동하며 높이 솟은 굴뚝으로 연기를 거세차게 내뿜는다.

  • 지난해 7월 말 압록강 범람으로 초토화된 압록강변 북녘은 새로 지은 10여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건물이 줄줄이 늘어섰다. 그뒤로 끝 간 데 없이 온실이 펼쳐진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올해 세 차례나 현지지도에 나선 북한 최대 규모라는 ‘신의주온실종합농장’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의 참상을 상징하던 낡고 야트막한 단층 살림집들과 산비탈을 타고 오른 뙈기밭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을 잇는 국경 교량으로 대형 화물차들이 바삐 오간다. 북-중 최대 무역 창구인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열차와 자동차가 오가는) 복합교인 ‘조중우의교’, 내륙 최대 무역 거점인 혜산과 창바이현을 잇는 인도교 등의 물동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 압록강 너머 북녘의 강변길엔 전기자전거와 오토바이, 승용차·에스유브이(SUV) 따위를 타고 질주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등짐을 이고지고 걷거나 자전거를 탄 이들이 대세이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 한국은행은 지난 8월말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곧 경제성장률이 2023년 +3.1%, 2024년 +3.7%로 상승세라고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1334㎞의 북-중 접경을 따라 살펴본 북녘의 변화는 한국은행의 분석보다 더 도드라진다.

2024년 8월 하순 단둥 호산장성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어적도(평안북도 의주군)의 홍수에 전쟁 폐허처럼 변해버린 북녘 마을.

2025년 9월 하순 중국 호산장성에서 바라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어적도(평안북도 의주군)의 농촌마을. 지난해 7월말 압록강 범람으로 전쟁 폐허처럼 변해버린 옛 살림집·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3~7층 높이의 새 살림집·건물이 들어섰다.

  • 김정은의 ‘보복복구’, 위화도·어적도의 변신

  • 이성계의 회군으로 유명한 압록강 하류 위화도의 하단리(평안북도)는 지난해 7월말 “큰물피해가 큰 지역”으로 노동신문이 지목한 곳이다. 지난해 8월말 접경을 찾았을 때 ‘백두산영웅청년돌격대’의 침수 살림집·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압록강 너머 어두운 무채색의 풍경은 처참했다.

  • 13개월 만에 단둥 강변공원에서 살핀 하단리의 풍경은 ‘상전벽해’라는 옛 비유가 무색하다. 단둥의 고층아파트에 뒤지지 않겠다는 듯 10여층의 주상복합아파트가 즐비하다. 1층엔 ‘하단1약국·하단식당·하단종합상점·하단도서관·하단정보기술보급실·식량공급소’ 따위의 편의시설 간판이 내걸렸다. ‘식량공급소’는 국가가 양곡을 배급하는 거점이다. 국가가 독점적으로 싼값에 양곡을 판매하는 ‘양곡판매소’와 함께 북녘에서 합법적으로 양곡이 유통되는 양대 창구다.

  • ‘한걸음이면 조선에 닿는다’는 뜻의 ‘일보과’(一步跨)를 품은 호산장성에 60위안을 내고 오르면 어적도(평북 의주군)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압록강 범람으로 하단리처럼 쑥대밭이 된 어적도의 농촌마을도 헌집을 버리고 3~7층짜리 살림집으로 새 단장을 했다. 호산장성은 고구려 옛성 ‘박장성’ 터에 세워진 산성으로, 중국이 ‘만리장성의 동단 기점’이라 주장하는 복잡한 역사를 품은 곳이다.

2025년 9월 하순 중국 호산장성에서 내려다본 압록강 하류 하중도인 어적도(평안북도 의주군)의 제방 공사 현장. 기존 제방의 두배 높이로 쌓고 있는데, 바로 옆 논흙을 파서 쓰고 있다.

  • 김정은식 속도전, 수해복구의 역설

  • 김정은 위원장이 주도하는 수해복구는 어림잡아도 새도시 몇개를 만들 정도의 엄청난 규모다. 그일을 ‘청년돌격대’와 ‘인민군 건설부대’를 앞세워 한해 만에 해치우려 한다. 어적도에선 제방을 기존의 두배 높이로 쌓고 있는데, 바로 옆 논흙을 파내서 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시절부터 앞세운 ‘속도전’을 떠올리게 한다. 많은 북한 연구자들은 그 ‘속도전’이 자원 배분을 왜곡시켜 결과적으로 북한 경제의 기반을 훼손했다고 지적해왔다. ‘김정은식 속도전’은 아버지의 그것과 다른 결과를 낳을까? 아직은 가늠하기 어렵다.

  • 수해복구의 여파일까? 수해 피해를 크게 입지 않은 접경 지역의 변화 속도는 눈에 띄게 더뎌졌다. 신의주시의 압록강변 세쌍둥이 원통형 아파트 사이에 올라오던 두 동의 건물은 2024년 8월말 접경을 찾았을 때와 같은 상태다. 변화가 없다. 접경 연구자들이 “압록강변 북녘의 현실·변화·지향을 한데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라 부르는 자강도 중강군 중상리 강변 농촌마을도 큰 변화가 없다. 압록강 범람에 쓸려나간 마을의 제방을 보수한 정도다. 짓다만 3~4층짜리 살림집 여러 동은 13개월 전과 같은 모습이다.

  • 압록강 범람에 대응해 강변 제방을 정비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중국은 제방을 더 높이 더 많이 쌓고, 철책을 설치하고는 그 위에 윤형(둥근) 철조망을 얹고 있다. 북한도 강변 철책에 커다란 폐회로티브이(CCTV)를 새로 달았다. 강을 낀 이웃마을 같던 북-중 접경에 ‘차단’ 장치가 더 많아진다.

2025년 9월 하순 압록강변 량강도 김형직군을 지나는 화물열차.

  • 자전거→전기자전거·오토바이

  • 압록강변 북한 쪽의 교통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제활동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 후커우 공원에서 유람선을 타고 수풍호를 거슬러 오르면 북한 청수노동자구를 지나는데, 전기자전거·오토바이·승용차·승합차·화물트럭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함경북도 온성군의 남양노동자구에 있는 ‘남양역’, 량강도 혜산시 외곽의 ‘위연역’ 등 접경의 주요 역마다 석탄 등을 실은 화물칸을 최대 17칸까지 이어붙인 열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만포혜산청년선 구간에선 남쪽의 지하철 객차 1~2량 길이의 여객열차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3개월 전보다 서너배는 는 듯하다.

  • 북-중 접경 내륙 물류와 ‘밀무역’의 거점으로 불리는 혜산시의 교통량 증가는 인상적이다. 창바이현 ‘빈강공원’에서 강 건너 혜산시의 영흥동과 성후동 사이를 오가는 자동차를 세어봤다. 토요일 밤 10시를 넘어서는 5분에 11~15대가, 일요일 오전 11시쯤엔 5분에 34~38대가 지났다. 승용차는 창청이나 비야디, 대형 화물차는 중궈이치 자동차가 많았다. 대부분 중국 가솔린차다. 이는 한국의 경북 봉화, 강원 인제, 전북 진안의 같은 시간대 교통량에 견줄 수 있다. 혜산시의 교통량이 남쪽의 ‘중소도시 외곽 국도 또는 군청 소재지 주변 지방도 수준’이라는 뜻이다. 국책연구기관의 북한경제 연구자는 “교통량 증가가 인상적”이라며 “그만큼 북한의 경제활동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얘기”라고 평했다.

2025년 9월 하순 단둥 유람선 선착장에서 찍은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 뒤쪽 다리)와 압록강단교(앞쪽 다리). 조중우의교 위를 신의주에서 단둥 방향으로 대형 화물 트럭이 달리고 있다. 교각 아래 불빛이 들어온 고층 건물군은 수해복구가 끝난 하단리의 주상복합아파트 군이다.

2025년 9월 하순 중국 지안과 북한 만포를 잇는 인도교 위에 많은 대형화물트럭이 눈에 띈다. 사진 위쪽이 만포다. 만포로 들어가는 대형트럭엔 예외없이 화물이 가득한데, 만포에서 지안으로 나오는 대형트럭의 화물칸은 비어 있다.

  • 분주해진 변경 교량

  • 압록강·두만강을 낀 북-중 교량의 물동량 증가도 확연하다.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로 해가 진 뒤에도 대형 화물트럭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3년 9월과 2024년 8월엔 화물차 이동을 보지 못한 만포-지안 인도교에도 지안세관을 거쳐 화물을 가득 싣고 만포로 들어가는 대형트럭 행렬이 꼬리를 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만포 인도교’는 해방 뒤 북-중 접경에 북한이 세운 유일한 다리다. 창바이현과 혜산을 잇는 인도교에도 해가 지고 나서도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 행렬이 이어졌다.

  • 그런데 화물의 이동이 일방향이다. 중국→북한 방향 화물트럭엔 예외없이 화물칸이 꽉 차 있는데, 북한→중국 방향은 대부분 화물칸이 비어 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역조의 현장이다.

2025년 9월 하순 창바이현의 강변 테마파크 ‘천년애성’(千年崖城)에서 내려다본 혜산시 압록강변 지역. 이 사진에서만도 최소 8군데에 각종 차량과 중장비가 밀집주차돼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혜산은 수입차 집결지?

  • 창바이현이 관광객을 끌어모으려 만든 테마파크인 ‘천년애성’(千年崖城)에 99위안을 내고 들어가 ’유리잔도’에 오르면 혜산시 외곽 위연역 인근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연역에서 압록강변에 이르는 지역의 공터 곳곳에 각종 차량과 중장비 등이 밀집 주차돼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어림잡아 십수곳, 적어도 수백대는 되는 듯하다. 대부분 번호판이 없다. 운행 차량이 아니라, 누군가한테 넘길 차량이라는 방증이다.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2397호’(2017년 12월22일)는 7조에서 “운송수단, 산업용 기계류”를 북한에 “직·간접 공급·판매·이전”하는 행위를 금한다. 이 많은 차량은 누가, 어떤 경로로 구해서, 어디에 쓰려고 혜산시에 모아뒀을까? 궁금증을 풀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북-중 무역에 관여하는 이들의 오랜 경구라는 “위에 정책이 있다면 밑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은 곱씹을만하다.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양정’이 있는 지린성 투먼 ‘연경무역센터’ (圖門 延景 86界碑店)에 진열된 북한 과자류.

  • 제재는 무력화됐나?

  • 수입차 집결지를 방불케 하는 혜산시의 풍경은 제재 무력화의 증거인가? 중국 정부는 대북 제재 이행에 무관심한가? 그렇게만 보기는 어렵다.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남양정’이 있는 지린성 투먼 ‘연경무역센터’에서 만난 중년 상인의 설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리 가게가 아마 조선 물품을 가장 많이 갖췄을 거다. 우리가 파는 조선 상품은 모두 세관 검사를 받았다. 공식무역이다. 우리는 조선 물건을 모두 선불로 구매하는데 (대북 제재 탓에) 송금이 안 된다. 우리가 조선에 들어가 달러나 위안화 현금으로 지불한다.” 대북 송금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2016년 3월2일)를 중국 정부가 이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 북-중을 잇는 교량을 오가는 대형 화물트럭은 모두 중국 번호판을 달고 있고, 운전기사도 중국인이다. 조선의 물류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중국차·중국기사’만 교량을 오가는 이유는 밀수가 스며드는 걸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안전장치’일 수 있다.

  • 북-중 접경에서 대북 제재는 ‘전면적 이행’도 ‘무력화’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제한적 이행’의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하다.

2025년 9월 하순 출근 시간 직후의 단둥세관 모습

  • 북-중 무역의 복원과 불균형 심화

  • 접경의 풍경이 드러내듯이 북-중 무역은 상승 추세다. 중국 해관의 통계를 보면 지난 1~7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은 12억2078만달러다. 2024년 같은 기간의 9억1408만달러보다 33.6% 늘었다. 수출은 2억450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9716만달러보다 24.3% 늘었다. 수입이 수출보다 5배 많다. 북-중 무역이 대북 제재가 본격화하기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 무역 불균형은 심화하는 추세다. 김정은 위원장이 9월4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회담에서 “양국 간 호혜적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하여 보다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 김 위원장의 ‘희망’은 조만간 현실이 될까? 쉽지 않아 보인다. 제재가 북한 경제의 기본 제약 요인이지만, 상품 경쟁력 부족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연경무역센터’의 중년 상인은 “조선 사람들은 열번에 한번 정도나 (납기) 약속을 지킨다. 더구나 요즘 젊은 여행객은 큰 포장을 사지 않는데, 작은 포장으로 만들어달라고 해도 무반응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높은 물류비 부담에 소비자 지향적이지 못한 태도는 북한 물건이 상품이 아닌 기념품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9월 하순 강건너 자강도 우시군이 보이는 수풍호변 언덕엔 “나는 압록강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G331 ROUTE 此生必駕, Must go in your life” 입간판

2025년 9월 하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린성 투먼의 ‘남양정’에 올라 남양노동자구를 배경으로 틱톡 등 SNS에 올릴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있는 중국 MZ 연인.

  • 중국 MZ들의 로망 G331 여행

  • 압록강·두만강 1334㎞를 따라 이동하며 강건너 북한을 관찰하려면 중국의 ‘G331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성)의 경제를 관광을 지렛대로 일으키려는 중국의 지방·중앙 정부는 ‘G331 도로’의 독특한 매력을 관광자원화하려는 듯하다. ‘G331 도로’는 압록강 하류 단둥에서 옌지를 거쳐 내몽골~간쑤~신장위구르까지 9301㎞에 이르는 중국 북쪽 변경 도로다. ‘G331 도로’는 한국의 강원도 해변을 달리는 ‘7번 국도’와 비무장지대 여행을 결합한 것에 가까운데, 시베리아 횡단철도(9288㎞)보다 길다. “G331 ROUTE 此生必駕, Must go in your life”라 적힌 노란색 입간판이 자주 눈에 띈다. ‘이 생에 반드시 와봐야 할 길’이라는 뜻이다. 자강도 우시군이 보이는 수풍호변 언덕엔 “나는 압록강에서 당신을 생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이 있다. ‘G331 도로’ 주요 지점마다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크기·시설을 갖춘 관광 조망소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 정부가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심혈을 기울이는 사회주의애국주의 ‘홍색 관광’에 ‘엠지(MZ) 감성’을 덧씌우는 관광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2025년 9월 하순 백두산 천지.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걸려 있다.

  • 9월28일엔 중국 동북의 최대도시인 선양과 백두산(중국 이름 창바이산)을 잇는 고속철도 ‘선바이(瀋白)’선이 개통했다. 430.1㎞ 거리를 2시간 안에 달린다. 이전보다 2시간 남짓 절약할 수 있다. 백두산관광을 활성화해 동북의 경제를 부양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다. 김 위원장도 2016년부터 삼지연을 중심으로 ‘백두산관광문화지구’를 “세계적 산악 관광지”로 만들겠다며 심혈을 기울여온 터다.

  • 중국의 ‘G331 도로’ 관광자원화와 백두산 고속철 개통은 북-중 변경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접경과 백두산관광의 ‘중국화’일까, 아니면 김 위원장의 바람대로 백두산(창바이산)을 거점으로 한 북-중 연계 관광의 활성화로 나아갈까? 지켜볼 일이다. 다만 압도적 자본과 사람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를 북한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리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 그런데 중국인의 북한관광은 왜 아직도 이뤄지지 않을까? 동북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북한관광은 된다는 말은 많은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사람들은 받으면서 중국 사람들은 받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투덜거렸다.

2025년 9월 하순 해질 무렵 단둥의 강변에서 바라본 신압록강대교. 사진 오른쪽이 신의주다.

  • 신압록강대교의 희망고문

  • 신압록강대교라 불리는 ‘중조압록강대교’는 북-중 협력 방향·강도의 가늠자다. 북-중 접경 최대·최장의 4차선 현수교(길이 3016m)로 2015년 완공됐는데, 10년째 개통이 미뤄지고 있다. 단둥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조선과 무역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2026년엔 개통한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10년째 들어온 소리”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다리 끝 북쪽 세관 건물로 추정되는 공사는 아직 터닦기 수준이다.

  • 접경 경협을 둘러싼 북-중의 셈법은 복잡미묘하다. 2010년 5월 김정일 위원장 방중 때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합의한 ‘(압록강 하구)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창설 계획은 사실상 폐기 수순이다. 위화도엔 김정은 위원장 주도로 축구장 625개 크기(450정보)의 초대형 온실농장이 들어서고 있다. ‘황금평·위화도 경제지대 관리위원회’ 건물은 바람찬 황금평에 유령처럼 서 있다.

2025년 9월 하순 한 중국인이 중국의 동북쪽 끝 훈춘시 팡촨 용호각에 올라 ‘조-러 우정의 다리’(철교)와 그 바로 뒤 ‘두만강국경자동차다리’ 건설 상황을 담은 영상. 사진 왼쪽 철교 뒤쪽 우뚝 솟은 기둥이 하산에서부터 자동차다리 터닦기 작업을 하는 모습이고, 하진 오른쪽 열차 바로 뒤가 북한 두만강리부터 자동차다리 터닦기 작업을 하는 현장이다. 북쪽의 공사 진척도가 러시아 쪽보다 빨라 보인다. 바이두 영상 갈무리

  • 접근을 거부하는 두만강국경자동차다리

  •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평양 방문 계기에 ‘두만강국경자동차다리’ 건설에 합의했고, 지난 4월30일 착공했다. 중국의 동북쪽 끝 훈춘시 팡촨 용호각에 50위안을 내고 오르면 ‘조-러 우정의 다리’(철교)보다 400m 두만강 하류의 자동차다리 건설 상황을 살필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 관광객은 팡촨 방문이 극히 어렵고 용호각 입장은 ‘금지’다. 지난해 말부터라는데, 이유는 공지되지 않았다. 북·중·러 3국의 국경이 교차하는 팡촨의 안보 민감성 탓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 중국은 청 말기인 1860년 러시아에 연해주를 빼앗겨 아직도 동해 항구가 없다. 팡촨에서 두만강을 따라 북-러 국경 16.93㎞를 더 가야 동해에 이를 수 있다. 그런데 러시아 쪽 설계도면을 보면 자동차다리의 교각 높이는 수면에서 7m 남짓으로 기존 철교와 사실상 같다. 이래선 중국의 선박이 조-러 양국의 협조 아래 동해로 나아갈 수 없다. 장쩌민 전 중국 주석이 “역사의 꿈”이라 한 중국의 동해 출해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북·중·러가 마주한 이곳의 동향은 북중·북러·중러, 3개의 양자 관계와 북·중·러 삼각 관계의 향배를 가늠할 시금석인데, 의미심장한 ‘답보’다.

  • 두만강리와 하산을 잇는 ‘두만강국경자동차다리’가 완공되면 조-러 교역이 크게 늘 거라는 관측이 많다. 그런데 러시아 전문가의 평가는 차갑다. 지난 9월 중순 블라디보스톡에서 만난 안나 바르달 ‘러시아 극동경제연구원(ERI)’ 수석연구원은 “두만강자동차다리는 기존 철교와 마찬가지로 러-북 경제협력의 상징성과 국제사회에 신호 보내기 차원일뿐 경제성은 전혀 없다”라고 잘라말했다.

2025년 9월 하순 ‘3월5일 청년동광’이 있는 자강도 중강군 호하노동자구의 한복판에 돋을새김된 정치구호들.

  • 김정은 사상 일색화 압록강·두만강변

  • 북녘의 또다른 변화는 정치구호다. 거의 모든 구호가 ‘김정은’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달라지고 있다. 압록강 하류 신의주항의 “주체조선의 태양 김정은 장군 만세” 구호는 만포와 혜산을 거쳐 두만강변 함북의 남양역 외벽에서도 발견된다. “전당과 온 사회를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자”라는 구호도 ‘3월5일 청년동광’이 있는 자강도 중강군 호하노동자구의 한복판, 혜산시 호텔 외벽 등 도처에 내걸렸다. 2026년 1월로 예상되는 조선노동당 9차 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동지의 혁명사상’을 당규약에 명시해 “조선노동당의 유일한 지도사상”이라는 ‘김일성-김정일주의’와 같은 반열에 올리기라도 하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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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 진보의 새로운 해답

진보정책 2.0 : 공공서비스의 ‘소유권’을 바꿔야 한다

  • 장진숙 진보당 공동대표·정책위의장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역대 대선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는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02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7%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회복과 성장의 위대한 기록을 달성한 해였다. 그럼에도 외환위기 극복을 앞세운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량실업의 상처는 국민의 삶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살림살이’, 이 한마디는 성장제일주의에 가려진 서민의 삶을 정치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이후 ‘친환경 무상급식’, ‘부유세’ 등은 진보정당의 대표 정책 브랜드가 되었다.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보편복지, 부유세로 대표되는 정의로운 조세정책은 진보정책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다.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 담은 리어카 끌고 이동하는 길에 은행나무 낙엽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민주노동당이 쏘아 올린 진보정책은 보수정치와 격렬한 쟁투의 과정을 겪었다. 2011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조례를 반대하는 주민투표에서 패배하고,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는 기초연금, 무상보육, 4대 중증질환 무상화 등 복지정책을 쏟아냈다. 오세훈의 주민투표 실패, 박근혜의 당선은 복지가 정치주류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보건복지 예산은 총 122조 3,779억원으로, 20년 전과 비교해 약 100조 가량이 늘었다. 한국의 복지 지출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속하지만, 복지의 종류와 보편적 지원은 확대돼 왔다.

    줄어들지 않는 불평등, K-민주주의는 불평등과 양립할 수 있나?

    오늘날 불평등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한 복지의 확대는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자산과 소득 격차는 심화되었고, 계층 이동 사다리는 끊어졌다. 노인빈곤율은 OECD 부동의 1위이며 한창 일해야 할 시기의 청년층에서 기초생활수급자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3년간 실질임금은 연속 감소했고, 상대적 빈곤율은 매해 악화되고 있다. 많은 서민들이 월급날에도 카드값이며 공과금을 내고 나면 통장이 텅 비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출이자는 줄어들 줄 모르는데, 기본적인 생활 자체에 드는 돈은 점점 더 늘어났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로 전기‧가스비, 교통비가 오르고, 무더위‧폭우‧폭설의 재난은 불평등에 처한 하위층을 더욱 아프게 공격한다.

    불평등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계엄의 밤을 밝혀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이 다시금 마주할 일상이 불평등 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몰락과 함께 극우의 바람이 미국, 서유럽을 휩쓸고 있다. 특권과 불공정에 분노한 Z세대 시위를 무심코 넘기지 말아야 한다. 그 모든 싹들을 품어 키워내는 민주주의는 결코 공고할 수 없다. 하기에 정권교체 이후 우리가 풀어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불평등이다. 또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의제를 급진화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활개 치는 세상

    우리에게 익숙한 불평등 해소 방안은 주로 고소득자로부터 징수한 조세로 마련한 재원을 취약계층에게 복지정책 등을 통해 이전하는 방식, 즉 ‘조세-이전’ 모델이다. 증세와 복지를 핵심으로 한 재분배 구조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필수적이다. 하지만 ‘더 많은 복지 급여’와 ‘더 높은 세율’만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 증세와 복지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는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초래하는 생산 양식을 그대로 둔 채 거기서 발생한 이윤의 일부를 조세를 통해 사후보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시, ‘살림살이’를 좀 더 나아지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숨 쉴 틈을 가지려면, 실질소득이 늘어야 하고 기본적인 생활에 드는 비용이 줄어야 한다. 누구나 부담가능한 선에서 기본적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생활의 필수재인 공공서비스가 무료로, 또는 부담 가능한 선에서 공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공공서비스는 거대자본의 손쉬운 수익원이 되었다. 거대자본은 정부로부터 인허가받은 공공서비스의 독점력에 근거해 서민들로부터 요금과 세금의 형태로 돈을 벌어들인다.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자원, 자연력마저도 사적 소유, 독점적 소유권이 행사되고 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들이 활개 치는 세상인 것이다.

    진보정책 2.0 : 공공서비스 공영화와 지역공공자산

    진보당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진보의 새로운 대안으로 ‘공공서비스의 공영화’를 제안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요한 공공서비스 공급을 책임지자는 것이다. 1948년 제헌헌법에는 자원과 자연력은 국유로 하며, 운수, 통신, 금융, 전기, 수도, 가스 등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현재 국유의 원칙은 삭제되었지만, 대한민국 헌법정신은 사회와 국민의 필요를 보장하는 사회국가의 원리를 견지하고 있다. 사회공동체의 것이어야 할 자산이 봉이 김선달의 수중에 있다면, 되돌려 놓는 것이 마땅하다.
     
    진보당은 9월 10일 전국 20여 명의 정책담당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역공공버스 운동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진보당 제공

    공공서비스가 시민의 필요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공급되고 운영되자면 시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시민의 참여 없이는 관료제의 피해와 시민 불편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의 필요와 참여가 활발하려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급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가장 시급한 분야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배출이 높은 교통분야의 전환이다. 나아가 의료, 주거, 돌봄 등 공영화의 범위는 계속 넓어져야 한다. 지자체의 공공서비스 공영화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지역공공은행 설립이 필요하다. 지역공공은행은 예대금리 장사로 수익을 올리는 시중은행과 달리, 공공자산을 위한 투자,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공공성이 담보된 은행이다.

    진보정책에 늘 따라다니는 질문들이 있다. “그게 가능해?” “돈이 너무 들지 않아?”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 민주노동당의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증가하고 있는 필요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 사회제도를 개혁하는 일이 진보정치의 일이라고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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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학살 2년, 휴전 합의 1면…경향 “가자지구 공격 중단 여전히 불투명”

[아침신문 솎아보기] 이스라엘-하마스 군 철수·인질 석방 합의

이재명 ‘냉부해’ 출연 공방에 한국일보 “소모적 정치 공세”

한겨레 “이진숙 체포영장 기각, 체포 적법성 부인은 아냐”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10.10 07:41

▲국경없는 기자회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언론들인을 추모하고 팔레스타인 언론인 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플래시 시위에 나선 모습. ⓒ국경없는 기자회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이 자행된 지 2년 만인 지난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에 합의했다. 아침신문들은 휴전 합의 소식을 1면에 알리는 한편 “합의가 이행될지는 미지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풀이했다. 이스라엘이 합의 발표 이후 공습을 이어갔다고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SNS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평화 계획의 1단계에 서명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며 “모든 인질은 곧 석방될 것이며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향한 첫 단계로 이스라엘은 합의된 경계선까지 군대를 철수할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한 후 모든 이스라엘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 가자지구 통치 체제 등의 내용이 담긴 ‘가자 평화 구상’을 발표했다.

▲10일 한겨레

▲10일 동아일보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단계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9일 내각을 소집해 합의에 서명할 것이라며 “인질 석방이라는 사명에 헌신해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도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관한 책임감 있고 진지한 협상 끝에 이뤄졌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의 종식과 이스라엘군의 철수로 이어질 것”이라며 “협정의 요구 사항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은 합의의 완전한 이행을 지원하고 구호물자 제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0월7일 이후 지속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로 팔레스타인인 6만7000여명이 숨졌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회원국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불법 점령을 지원하지 않을 것,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의 수입 금지와 무기 거래 중단 등을 권고했다. 한겨레는 “가자전쟁 2주년을 앞두고,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을 낳은 확전을 고집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내각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절정으로 치달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1면에 합의 소식을 알리면서도 “하지만 휴전안의 핵심인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완전 철수가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단계 휴전안 합의 발표 뒤에도 가자지구에서의 공습을 이어갔다”고 했다.

▲10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20개 항으로 이뤄진 ‘가자 평화 구상’을 공개하며,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면 궤멸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2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하마스가 존립을 위해 1단계 휴전안에 일단 합의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합의안(1단계)에 따라 하마스가 인질 48명을 전원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250명과 전쟁 발발 후 추가로 수감된 가자 주민 1700명을 풀어주게 된다. 또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도 시작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가자 휴전 협상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평가했지만, 이어지는 기사에선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언제 중단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1단계 합의 발표 이후에도 가자 북부를 포함한 곳곳을 이스라엘이 공습했다고 밝혔다”고 했다. “다음 단계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철군도 난제”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스라엘 인질 및 팔레스타인 수감자 교환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하마스 고위 관리는 이스라엘이 살아있는 인질 20명을 돌려받는 대가로 약 2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할 것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며 “지난 2월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는 과정에서 이들의 위치와 상태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수감자 620명의 석방을 미룬 바 있다”고 했다.

▲10일 경향신문

중앙일보도 <7만명 목숨 앗아간 가자전쟁…‘트럼프의 힘’ 앞에 일단 봉합>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2단계에 들어가면 하마스 무장 해제,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이스라엘 완전 철군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하마스의 해체,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에 대해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쪽 모두 내부 반발이 있다”고 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자결과 국가 지위로 가는 신뢰할 만한 경로’ 정도로 모호하게 표현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엔 넘을 수 없는 골이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반대한다”고 썼다.

▲10일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가자평화구상 2, 3단계는 비무장화조치를 통해 영구적 평화를 다지는 단계”라며 “△하마스의 무장 해제 △가자지구 과도정부 수립 △국제안정화군(ISF) 배치 △가자 지구 재건 및 경제특구 설립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기반 마련 등을 위한 별도 협상이 필요한데 양측 간 입장 차가 커 단계별 이행을 통해 최종 종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특별보고관은 휴전 협정을 환영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지난 휴전 합의를 파기한 바 있다며 다음 사항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휴전협정을 존중할 것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인질의 석방 △장벽 없는 원조 흐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법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의 해체 △대량학살을 저지른 자들이 책임을 질 것 등이다.

이스라엘, 한국인 탄 가자구호선 나포…세계 “툰베리 수감됐던 곳”

일부 신문은 한국인 활동가가 탑승한 가자구호선단 선박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지난 8일 나포된 소식도 전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가자구호선단에 참여했다 체포된 한국인 활동가가 이스라엘 사막에 있는 감옥에 구금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신속한 석방, 조기 귀국을 위해 국가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체포된 활동가들이 구금된 케트지오트 감옥은 네게브사막 한가운데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주로 수감하는 곳으로, 열악한 환경과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곳이다. 체포된 145명의 참가자 중엔 해초(27·김아현) 평화운동공동체 ‘개척자들’ 활동가도 있다.

세계일보는 “샤인 주한 이스라엘 대사대리는 관련 절차를 거쳐 한국 국민이 최대한 신속하게 석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으며, 안전 확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이어 “최근 구호선단을 타고 가자지구에 접근을 시도하다 지난 6일 추방된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도 이 교도소에 갇혔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10일 한겨레

이재명 냉부해 출연 공방에 “소모적 정치 공세”

연휴 기간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을 두고 정치권이 벌인 공방에 일부 신문들이 “소모적 정치 공세”라고 사설로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여야가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을 두고 소모적 공방을 9일까지 이어가고 있다”며 “지켜보는 국민만 낯 뜨겁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야당이 이 대통령 부부의 예능 출연을 ‘잃어버린 48시간’이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 논란이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빗대 공격한 것은 지나치다.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것은 국가적인 대형 사고이지만, 이를 수백 명의 생명이 희생된 국가적 비극인 세월호 참사와 연결시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했다. 이어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 책임 또한 작지 않다. 대통실은 야당의 문제 제기 직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방송 녹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고 여당과 정부여당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10일 한국일보

세계일보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 와중에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을 녹화한 것은 시점이 부적절했다. 지적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예능 방송 출연이 국가적 재난에 무관심한 사례라면서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정쟁 소재로 키웠다”고 했다.

한겨레 “이진숙 체포영장 기각, 체포 적법성 부인 아냐”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체포 이틀 만인 지난 4일 법원 결정으로 풀려난 것을 두고 한겨레가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이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 <이진숙 체포영장 기각, 면죄부 준 게 아니다>에서 “이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마치 무죄를 선고받거나 모든 의혹이 해소된 양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그러나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이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인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에 체포됐던 이 전 위원장은 법원의 체포적부심 인용으로 풀려났다.

한겨레는 “서울남부지법의 이 전 위원장 체포적부심 인용 결정문을 보면, 법원은 ‘수사 필요성’과 ‘공소시효 임박’ 등을 인정했다”며 “다만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고, 심문 과정에서 이 전 위원장이 성실히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이를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10일 한겨레

이 신문은 “그럼에도 이 전 위원장은 석방 다음날 페이스북에 경찰의 체포를 ‘계획적이고 조직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실에서 답하라’고 하는 등 최대한 부풀리려 애썼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대통령과 맞서는 ‘보수 전사’로 자리매김하려는 정치적 행동”이라고 추측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27일 이 위원장이 소환 조사 불응에 ‘국회 출석’을 이유로 댄 것을 두고도 “법원은 ‘국회 출석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며 “본회의 표결에 해당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했다. 이날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표결 날이었다. 한겨레는 “경찰이 이 전 위원장을 굳이 체포까지 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 전 위원장의 수사 불응이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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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앞두고 다양한 경축 행사 열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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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다송 기자
  •  
  •  승인 2025.10.09 19:26
  •  
  •  댓글 0
 
 

북(조선)의 언론매체와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평양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앞두고 각종 기념행사와 국제 교류 일정이 진행되며 경축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로동신문》, 《조선인민군》, 《청년전위》는 9일 공동사설에서 “위대한 당의 령도는 주체조선의 힘이며 승리”라고 강조하며, 김정은 총비서의 영도 아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다짐했다. 7일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조선로동당 창건 80돐에 즈음하여 삼가 올리는 충성의 편지 증정모임’이 열렸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평양공항에 도착, 박태성 북(조선) 내각 총리가 영접하고 있다 ⓒ신화통신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평양공항에 도착, 박태성 북(조선) 내각 총리가 영접하고 있다 ⓒ신화통신

9일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에 도착했으며,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이 대표단과 함께 방북 일정에 돌입했다. 또한 토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국빈방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8일에는 라오스 인민민주주의공화국 주석인 통룬 시술릿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하고,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 등 여러 시설을 참관했다.

조선주재 중국대사 왕아군은 8일 《로동신문》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친선을 계속 이어나가며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창조하자”고 밝혔다.

지난 5일부터는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중국조선족총연합회 축하단(6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축하단(7일), 니카라과 산디노민족해방전선 정부대표단(7일), 멕시코노동당, 적도기니민주당, 브라질노동자당, 이란이슬람연합당, 베네수엘라통일사회주의당 대표단 등 각국 인사들이 잇따라 입국했다.

 

또한 세계민주청년연맹, 국제민주여성연맹, 세계직업연맹 등 국제기구 대표들도 평양을 찾았으며, 중국 상하이예술단(7일), 러시아 문화성 대표단(8일) 등 문화·예술 분야 교류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김일성상·김정일상이사회 서기장과 이사회 일행, 김일성·김정일기금총회 대표단, 국제고려인사회연합회 축하단 등도 7~8일 사이 평양에 도착했다.

6일에는 주체사상국제토론회에 참가하는 여러 나라의 주체사상연구조직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고, 8일에는 평양고려호텔에서 이들을 위한 연회가 마련됐다.

평양 시내에서는 다양한 경축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다. 5일에는 중앙산업미술전시회와 인민문화궁전에서는 영화상영주간이 개막했으며, 7일 인민대학습당에서는 국가도서전람회가 개막했다. 7~8일에는 ‘은반우에 펼친 10월의 환희’를 주제로 한 평양국제빙상피겨축전이 빙상관에서 진행됐다.

지금 평양은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아 각종 전시, 공연, 학술행사, 외교 일정이 연일 이어지며 경축 열기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영접하고 있다 ⓒ타스통신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임천일 외무성 부상이 영접하고 있다 ⓒ타스통신
토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VNA
토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이 평양공항에 도착, 환영을 받고 있다 ⓒVNA
당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 ⓒ로동신문
당창건 80주년 경축행사 참가자들이 평양에 도착하고 있다 ⓒ로동신문
 충성의 편지 증정모임이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충성의 편지 증정모임이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평양국제빙상피겨축전이 평양 빙상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평양국제빙상피겨축전이 평양 빙상장에서 열리고 있다 ⓒ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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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먹거리 물가…정부, 물가관리 총 동원령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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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10.09 20:40

  • 수정 2025.10.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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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5년새 22% 올라 전체 물가 상승 앞질러

'빵플레이션'…3년간 베이글 44%, 소금빵 30%

이 대통령 "고삐 놔주면 담합·독점해 폭리 취한다"

공정위·국세청 적극 나서 시장실패에 대응할 듯

5년새 우유 등의 먹거리 물가가 20% 넘게 뛰며,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아득히 넘어섰다. 특히 베이글 등의 가격이 폭등해 ‘빵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상궤를 벗어난 먹거리 물가 폭등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시장 실패'라고까지 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 관련 부처가 업체들의 담합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살펴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먹거리의 습격, 체감물가에는 직격탄

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는 2020년 9월에 비해 2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16.2%)보다 무려 7%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먹거리 물가가 전체 물가보다 훨씬 큰 폭 올랐다는 말이다.

과일(35.2%)과 우유·치즈 및 계란(30.7%) 등은 5년 전에 비해 30% 넘게 치솟았다. 빵(38.5%), 케이크(31.7%), 떡(25.8%), 라면(25.3%) 등이 크게 올라, 빵 및 곡물(28.0%)도 상승 폭이 컸다. 과자, 빙과류 및 당류도 27.8% 상승했다.

고춧가루, 참깨 등이 포함된 기타 식료품(21.4%), 육류(21.1%), 어류 및 수산(20.0%)은 먹거리 평균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상승률이 20%가 넘었다.

비주류 음료 중에 커피·차 및 코코아가 38.2% 치솟았고, 생수·청량음료·과일주스 및 채소주스도 22.7% 올랐다. 주류 및 담배는 상승률이 5.0%에 그쳤지만 이 중 주류만 보면 13.1%에 달한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연도별로 2020년 4.4%, 2021년 5.9%, 2022년 5.9%, 2023년 5.5%, 2024년 3.9%로 계속 높은 수준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이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0.5%,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 2024년 2.3%다.

지난 5년간 생활에 밀접한 품목들의 물가도 수준이 크게 올랐다.

'음식 및 숙박'은 24.8%로 가장 크게 상승했고 이중 외식 비용을 뜻하는 ‘음식 서비스’는 상승률이 25.1%로 더 높다. 식료품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누·샴푸·미용료 등이 포함된 ‘기타 상품 및 서비스’는 24.1% 상승했다. 세제, 청소용품 등 살림에 필요한 물품과 세탁·청소 같은 가사 서비스를 포함한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물가는 19.4% 올랐다.

전월세를 포함한 주거비와 각종 공공요금 등이 포함된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물가는 16.7%, ‘의류 및 신발’은 16.2%로 평균 상승률과 거의 비슷했다.

다만 연료비, 차량 유지비, 대중교통 요금 등을 포함한 ‘교통’ 물가는 15.9%로 평균보다 낮았다. 오락 및 문화(9.5%), 교육(8.8%), 보건(6.2%)도 상승 폭이 작은 편이었고 통신비는 0.2%로 유일하게 하락했다.

먹거리 등의 가격 폭등은 일상과 직결된 것이라 소비자들의 체감물가가 훨씬 높게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5년간 주요 물가 등락률. 자료 : 국가데이터처

‘빵플레이션’의 폭격…3년 새 44%나 폭등한 베이글 가격

'빵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빵값 폭등도 서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들고 있다.

9일 한국신용데이터(KCD)의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월평균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빵은 소금빵(15.7%)이다. 샌드위치(15.0%)가 2위였고, 식빵(7.2%), 크로아상(5.3%), 베이글(5.2%) 등이 뒤를 이었다.

KCD가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빵 10종류의 중위가격 추이를 분석한 결과 베이글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베이글은 6월 말 기준 중위 가격이 4400∼4900원으로, 3년 전인 2022년 6월에 비해 44%나 뛰었다. 샌드위치(7500∼8300원·32%)와 소금빵(3300∼3700원·30%)도 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빵 종류별 월평균 중위가격은 각 빵 메뉴별로 사업장에서 책정한 판매 금액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하는 가격을 뜻한다.

 

빵 종류별 가격 증가율. 자료 : 한국신용데이터(KCD)

KCD에 따르면 소금빵이 2022년 하반기만 해도 2000∼2500원대인 매장이 많았으나, 이후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현재는 3000원∼3500원대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5% 상승했다. 2022년 6월과 비교하면 19.4% 뛰었다. 베이글, 샌드위치, 소금빵 가격은 이 기간 평균 빵값보다 배 이상 많이 뛴 셈이다.

 

31일 서울 성동구 글로우 성수에 마련된 유튜버 경제유튜버 슈카의 ETF 베이커리 팝업 스토어에 소금빵이 진열돼 있다. 2025.8.31.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고삐를 놔주면 담합·독점하고 횡포 부리고 폭리 취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이 곧 민생 안정"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시장을 이길 수도 없지만, 시장도 정부 정책을 이길 수 없는 관계"라며 “고삐를 놔주면 담합하고 독점하고 횡포를 부리고 폭리를 취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눈 똑바로 뜨고 기준을 똑바로 만들어서 엄격하게 제시하고 엄정하게 관리하면 정부 마음대로는 안되지만, 또 시장 마음대로 하는 건 통제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식료품 물가 상승이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시장 실패'라고 보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4회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물가 동향 관련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9.30.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이 담합 등의 조사에 착수해

대통령의 적극 대응 주문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지목한 공정위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 담합 혐의와 관련해서 제재 절차(심사보고서 발송)에 나선다. 설탕과 함께 빵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밀가루·계란 가격 담합 혐의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계란 가격 담합은 현재 조사 중이다. 국내·국제 가격에 차이가 큰 밀가루는 집중 모니터링해 담합 혐의가 잡히면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가공식품 출고가 줄인상과 관련해 농심, 오리온, 롯데웰푸드, 크라운제과 등의 담합 혐의도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돼지고기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목우촌·도드람·CJ피드앤케어 등 6개 육가공 업체 조사 마무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가공식품 등 국민 생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생 밀접 품목에서 담합 등 경쟁을 가로막는 행태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고 의심이 되는 부분은 직권 조사로 엄중하게 감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5. 연합뉴스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였던 '가격 조정 명령'이나 한국 경쟁법에는 근거 규정이 없는 '기업 분할' 카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가격 조정 명령은 가격이 부당하게 결정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가 강제로 가격을 내리도록 하는 제도로,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언급했다.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지만, '정상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다.

또한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 분할은 독점 기업을 강제로 쪼개는 제재다. 미국에서는 '셔먼법'을 근거로 1911년 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기업으로 분할하는 등 사례가 있다. 이 대통령은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꼭 공정위 안에서 시정할 수 있는 것만 하지 말고, 제안이나 보고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국세청도 물가안정을 향한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지난달 생활물가와 밀접한 업종의 55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14개), 가공식품 업체(12개), 농·축·수산물 업체(12개) 등이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 등을 호소하면서 상품 가격을 올린 뒤, 뒤로는 8000억 원 규모의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공식품 업체 중 10% 이상 가격을 올린 곳은 8곳이었고, 30% 올린 곳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업체 역시 10곳이 10% 이상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들은 원재료 비용이나 인건비를 허위로 올리는 수법으로 원가를 뻥튀기한 뒤 소득을 줄이는 꼼수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세무조사는 직접 물가를 낮추는 수단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검증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간접적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바로 드러나지 않는 폭리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불공정거래행위를 엄단함과 동시에 먹거리 가격을 구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시스템 정비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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