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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의 버티기…조급한 국힘 지도부 ‘강제 단일화’ 밀어붙여

당 안에서도 “무리수…법적 문제될 수도”

서영지,전광준기자

수정 2025-05-08 07:24등록 2025-05-08 07:14

한겨레

국민의힘 지도부가 7일 당헌 제74조의2에 규정된 대통령후보자 선출 특례를 적용해 사실상의 ‘후보 교체’ 작업에 돌입한 것은 대통령 후보 선출 뒤 김문수 후보가 보인 모습이 당 주류가 기대했던 ‘임시 후보’의 역할을 벗어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덕수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한 독자 플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변변한 정치적 자원도 없었다는 점 역시 국민의힘 지도부가 ‘후보 교체 로드맵 가동’이란 무리수를 두게 만든 요인이다. 7일 오후 단일화 논의를 위한 김문수 후보와의 회동 직전 한 후보는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저는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하는 바를 스스로 성취하겠다는 ‘정치적 배수진’보다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을 향해 “후보 등록일 전까지 어떻게든 단일화를 성사시켜달라”는 절박한 지원 요청에 가까웠다.

결국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밤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원 50%, 일반국민 50%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후보 선출안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의원들 반대로 벽에 부딪치자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의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를 열어 ‘인터넷 양자 토론→단일화 여론조사→후보 교체’로 이어질 비상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신동욱 대변인은 이날 밤 11시쯤 비대위 회의 도중 브리핑을 열어 “단일화가 벽에 부딪쳤으니 당헌에 따라 준비된 프로세스를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적용한 당헌 74조의2가 이미 선출된 대통령 후보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느냐다. 이 조항은 “제5장(대통령후보자의 선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대통령후보자선출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후보자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하고, 최고위원회의(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대통령 후보자가 정해지기 전 선출 절차를 바꾸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실제 이날 심야 의원총회에선 지도부의 무리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기현 의원은 “무리한 방식으로 당헌·당규 명시가 안 된 것을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고 했고, 나경원 의원도 “단일화를 강요하면 안 된다. 한덕수 후보가 사퇴하더라도 우리를 지지하고 연대하게 해달라고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단일화를 강제하다가 후보를 아예 못 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호영 의원은 “(김 후보가 반발해) 법원에 가처분을 내면, 우리가 아예 후보를 못 낼 수도 있다. 법률이 문제 되면 정치적 선택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정말 안전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선거관리위원장을 황우여 전 위원장에서 이양수 사무총장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둬가며 ‘강제 단일화 프로세스’를 밀어붙였다. 8일 김문수·한덕수 후보간 인터넷 생방송 토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여론조사에 들어가 단일후보를 확정짓는다는 것이다. “토론회가 성사 안 되도 그 다음 스텝으로 가는 것”이라는 신동욱 대변인의 말 역시 김문수 후보 쪽이 토론 참여를 거부해도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후보를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뜻이다.

김문수 후보 쪽에 남은 대책은 법적 대응이다.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것이다. 이미 선출된 대통령 후보를 무리한 당헌 해석을 통해 교체를 시도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한 까닭이다. 앞서 이날 저녁 6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 논의 만찬회동은 빈손으로 끝났다. 김문수 후보는 회동 뒤 기자들 앞에서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 후보끼리 만나 대화하고 (견해를) 근접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막아놓고 이렇게 (단일화를 강제)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당 지도부에 화살을 겨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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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대선, 내란 척결인가, 내란 완성인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5/08 08:19
  • 수정일
    2025/05/08 08: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5.07 19:13
  •  
  •  댓글 0
 
 

내란 청산 없는 대선은 또 다른 쿠데타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 ⓒ뉴시스
▲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광장대선연합정치시민연대 발족 기자회견 ⓒ뉴시스

윤석열은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됐다. 그 자체로 한국 헌정사에 전례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선 정국은 내란을 일으킨 세력이 청산되기는커녕 이들이 판을 쥐락펴락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의 파면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김문수와 한덕수가 나섰다. 김문수는 탄핵을 부정하고 태극기 집회에 앞장선 인물이고, 한덕수는 내란 당시 국무총리로 내란 실행의 핵심 책임자다. 두 사람 중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그것은 곧 12.3 내란 세력의 정치 복귀를 의미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폭로는 이 불길한 그림을 더욱 구체화했다. 그는 “윤석열이 김문수를 내세워 한덕수로 단일화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진보당 김재연 대통령 후보는 이에 대해 “단순한 경선 개입이 아니라 내란수괴 윤석열이 대선판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심증을 굳혀주는 폭로”라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윤석열이 아직도 구속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란의 수괴가 감옥도 가지 않고 정치판을 누비고 있다. 그는 관저를 나오며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계엄 전 북의 군사 도발을 유발하기 위해 무인기 침투, 원점 타격 등을 자행했다. 전쟁을 유도한 행위는 국민의 생명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한 범죄다. 그런데도 외환죄 수사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내란죄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은 온갖 특혜를 받고, 내란 공범들의 재판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헌법을 무시해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전쟁을 부추겨도,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최악의 선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내란 세력은 또한 전방위적으로 야당을 흔들고 있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고,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사건 배당 9일 만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를 사법적으로 제거하려는 '사법 쿠데타'가 노골적으로 이뤄졌다.

지금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를 넘어, 내란 세력이 청산되느냐 아니면 권력을 다시 잡을 기회를 잡느냐 하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중대한 문제가 희석되고 있다. 대선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내란 청산'이라는 목표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김재연 대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윤석열을 즉시 구속하고, 대법원의 사법 쿠데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내란 공범은 내란 우두머리의 지휘를 받는 모든 자들”이라며 “이들이 대선판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면 12.3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결코 ‘내란 방조 선거’를 치러서는 안 된다. 이번 대선은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그 힘은 광장에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보다 중요한 건, ‘내란 세력을 어떻게 단죄할 것인가’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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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친윤계 단일화 농단 도 넘어...‘업둥이 정치’의 한계”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내란 정권’ 장관과 국무총리가 서로 대선 후보 되겠다며 아귀다툼”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심 대선 뒤로 연기, 민주당 사법부 압박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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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05.08 07:36

  • 수정 2025.05.08 07:50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후보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7일 저녁 후보단일화를 위해 회동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두 사람은 7일 75분간 진행된 만찬 회동에서 단일화 방식, 시기 등에 대해 아무런 합의 사항도 도출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회동 직후 “한 전 총리는 단일화는 당에 맡긴다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단일화 불발 때는 (11일 마감하는) 본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오늘 다시 추가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가 오는 15일로 잡았던 첫 공판을 대선 뒤인 6월18일로 연기한다고 7일 밝혔다. 8일 주요 일간지들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단일화 회동이 실패로 끝난 것에 비춰 앞으로도 국민의힘 단일화 문제가 지속될 것을 예상하고,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이 대선 뒤로 미뤄졌다는 이슈를 1면에 배치하며 의미를 분석했다.

▲8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 1면은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담판’ 깨졌다> 기사에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압박이 거세지며 대선 후보와 당 간 사상 초유의 충돌 사태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역시 1면에 <김·한 담판 결렬…국힘은 단일화 절차 돌입> 기사를 배치, 중앙일보도 1면에 <김·한 담판 결렬…당, 단일화 강행>을 배치했다. 11일을 넘기면 한 전 총리로 단일화가 돼도 국민의힘 기호인 2번과 선거 자금을 쓸 수 없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8일과 9일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김 후보가 이 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강행하겠다는 것이어서 단일화에 대한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단일화 내홍에 윤 전 대통령 개입설도 표면 위로

이처럼 단일화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덕수 출마론을 띄운 것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지적이 표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4면 <홍준표 “한덕수 尹아바타…용산-黨지도부가 韓 띄워”> 기사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선 ‘나라를 망쳐놓고 이제 당도 망치려 하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7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무상열차 노리고 윤석열 아바타를 자처한 한덕수는 왜 비난하지 않느냐”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고 안철수 의원도 “경선 후보들은 들러리였냐”고 물었다.

▲8일 동아일보 4면.

이날 주요 일간지들은 사설을 통해서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혼란을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관련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골방정치’ 드러낸 친윤 주도 단일화, 국민이 모를 줄 아나>

동아일보 <국힘 단일화 내분… 전례 없는 ‘무임승차 짬짜미’의 예정된 귀결>

서울신문 <金·韓 단일화, ‘윤심’ 진흙탕 설전까지 점입가경>

세계일보 <빈손으로 끝난 김·한 담판, 후보 단일화 더 꼬였다>

조선일보 <“즉시 단일화” 약속 번복 金, 정치력 부족 韓, 혀를 차게 한다>

한겨레 <국민의힘 ‘단일화’ 난장판, 대선에 관심이 있기는 하나>

한국일보 <국정 청사진 없는 대선... 나라의 미래가 안 보인다>

특히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 단일화 내홍의 뒷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다고 비판하고 이같은 상황을 ‘업둥이 정치’로 표현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당 밖의 한덕수 예비후보를 옹립하려는 친윤계의 단일화 농단이 도를 넘은 탓”이라며 “공당에서 지도부까지 나서 특정 후보를 옹립·탈락시키려 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공작’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당 경선도 보수 단일화도 모두 김이 빠지면서 국민의힘 ‘업둥이 정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국민의힘과 친윤계는 밀실 골방에서 몇몇이 머리를 맞대 모사를 꾸미는 것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대선도 해볼 수 있다고 여겼다면 오산이다. 친윤계 스스로든, 국민이 투표로 말끔히 정리하든 ‘친윤계의 폐족’은 이제 윤석열 내란 청산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고 전했다.

▲8일 경향신문 사설.

그 외 신문들은 공통적으로 국민의힘이 단일화 내홍에 빠지면서 미래를 위한 정책 제시는 없다고 비판했다. 단일화 약속을 번복하거나 정치력 없이 시간을 허비한 김·한 후보 모두를 비판하면서 대다수 언론의 시선은 엇비슷하게 모였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 파면 이후에 진정성 있는 사죄도, 전직 대통령 제명 등 절연 노력도 없었다”며 “그러더니 정도가 아닌 꼼수로 대선에 임하려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을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3자 대결에서 김 후보든 한 전 총리든 20% 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이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대선은 포기하고 차기 당권이나 차지해 보려는 것 아니냐’며 서로 비난하는 한심한 권력투쟁극을 벌이고 있다. 중도층은 물론 지지층마저 멀리 쫓아내고 있는 형국”이라 짚었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만, 단일화 효과가 있으려면 그 과정에서 감동을 주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보여야 한다. 지금 보수의 후보 단일화 과정은 그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전했다.

▲8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 신속한 단일화를 공언하며 당원들 표를 얻었다. 그런데 후보가 되자 ‘일방적 단일화 진행 요구에 유감’, ‘당 지도부는 단일화에 개입 말라’고 했다. 사실상 약속을 번복한 것”이라 전하고 “한 후보도 단일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당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정치력 부족을 드러내는 장면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지금 보수 후보들은 지지율을 다 합쳐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미치지 못한다. 단일화를 넘어 국정·미래 비전과 국민 통합 방안을 서둘러 제시해도 유권자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일화는 가닥조차 잡지 못하고 자중지란의 모습만 보이고 있다. 혀를 차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선거인데도,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에선 이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찾아볼 수 없다”며 “‘내란 정권’의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무총리가 서로 대선 후보가 되겠다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장면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정작 표를 줄 국민들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하다. 애초에 이 난장판의 목적이 ‘대선’이 아닌 ‘당권’이기에 그런 것인가”라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21대 대선이 2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선택을 위한 준거는 상당히 제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른 사법부 때리기에, 국민의힘은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 내홍에 매몰된 탓”이라며 “대선 후보 경선에서 후보들의 신상 비판이나 한덕수 영입론이 화제가 되면서 정책은 설 자리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8일 한국일보 사설.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심 대선 뒤로 연기, 민주당 사법부 압박은 계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심 공판이 오는 15일에서 대선 뒤인 6월 18일로 연기됐다. 이 후보 측이 7일 대선 후보의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한 헌법 116조를 들어 연기를 요청했는데 서울고법이 받아들인 것이다.

민주당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은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지난 7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을 오는 14일 국회로 불러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 당선 시 형사재판을 임기 종료까지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구성 요건 중 일부를 삭제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처벌 근거를 없애버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8일 경향신문 1면.

다음은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 연기 등과 관련된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서울고법 ‘이재명 재판’ 대선 후로 변경, 사필귀정이다>

국민일보 <李 재판 대선 뒤로 연기… 민주당도 사법 공격 멈춰야>

동아일보 <법원, 이재명 재판 대선 후로 연기… 민주당도 절제해야>

서울신문 <사실상 법원 ‘백기’에도, 멈추지 않는 민주당 ‘위인설법’>

세계일보 <‘李 방탄법안’, 거부권 견제 없는 입법독재 서막인가>

조선일보 <‘대통령직이 범죄자 도피처 될 수 있다’는 합리적 우려>

중앙일보 <법치주의 조롱하는 민주당의 위인설법>

한겨레 <‘이재명 재판’ 대선 뒤로, 선거개입 대법원장 책임져야>

한국일보 <李 파기환송심 대선 후로... 사법부도 민주당도 절제해야>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대선 전 이 후보의 유죄를 확정해 피선거권을 박탈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과 시민들의 우려는 해소됐다”며 “대법원의 속전속결식 재판에서 촉발된 사법부의 대선 개입 논란이 큰 고비를 넘은 것”이라 전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를 재판에 참석하도록 하는 건 선거운동에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헌법 제116조에 배치된다”며 “이 후보 관련 재판 연기는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전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외 다른 신문들은 이재명 후보의 파기환송심 공판이 연기된 것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이후로도 지속되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과 관련된 법을 개정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강한 비판을 했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고법이 공판을 연기해 논란과 시비가 더 커지는 것을 차단하고,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걷어낸 측면”이라면서도 민주당의 계속되는 압박에는 “민주당이 이런 식의 입법과 사법 압박에 나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민주당의 기대일 수는 있어도 유권자들한테는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대선을 앞두고 사법부까지 정쟁의 한복판에 끌어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민주당도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전했다.

▲8일 동아일보 사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유력 대선 후보가 공정한 선거운동을 보장받게 됐다는 점에서 법원의 결정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 후보의 선거법 재판의 근거 자체를 없애는 그야말로 ‘위인설법’이다. 설령 이런 법안이 필요하더라도 대선 이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이래서는 민주당이 집권도 하기 전에 입법 사유화까지 거침없다는 비판을 비켜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대선 승리 시 이 후보와 민주당은 1987년 개헌, 1990년 3당 합당 이래 가장 막강한 대통령이자 집권당이 된다. 2028년까지는 국회의원 총선도 없는 상황에서 국정 전반에서 행정권과 입법권을 강력히 장악한 정권의 독주가 있을 것이라는 걱정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이 후보와 민주당 행태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국민 눈에 도대체 어떻게 비칠지 우려된다. 민주당은 눈앞의 대권에 눈이 멀어 민주주의와 법치를 훼손하는 폭주를 멈추고 자중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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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대선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력 후보와 입법 권력은 사법부를 위협하고, 사법부는 예비 권력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며 “이것으로 안심이 안 되는지 이 후보에게 장애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법들도 군사작전처럼 처리했다. 놀라운 일들이 마구잡이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역시 이날 사설에서 7일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에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정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법을 바꾸는 건 명백한 입법권 남용”이라 비판했다. 또한 행안위에서의 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서도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겨냥한 위인설법”이라며 “유죄가 사실상 확정된 재판에서 집권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법을 바꿔 재판을 봉쇄하는 건 새로운 유형의 민주주의 파괴이자 법치주의 우롱”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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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바라는 일자리는…양질 일자리 창출 위한 광산구의 녹서

김용희기자

수정 2025-05-07 08:03등록 2025-05-07 08:00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진행한 시민 참여형 사회적 대화 모습. 광주 광산구 제공

‘왜 광주에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적을까요?’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들이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며 얻은 질문들이다. 광주 광산구는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탈세계화 등 복합대전환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가능 일자리 특구’를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 일자리 특구’는 기존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방식이 아닌 현재의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개념이다. 환경·사회·노동권을 강화하는 기업에 혜택을 제공해 현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광산구는 지속가능한 일자리 특구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사회적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 정부나 대기업, 노동자단체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시민이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해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과와 한계

광주에서는 10년 전인 2014년 7월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를 시도했다. 당시 박병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전 노조위원장(현 광산구청장)이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에게 제안했고 윤 후보가 당선되며 급물살을 탔다.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혁’ 등 4대 의제를 정립한 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라는 구체적인 성과를 얻어냈다. 2019년 9월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노동자 평균 초임을 동종 업계 절반 수준으로 책정하는 대신 자치단체가 주거·보육·의료 등 사회적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근무 환경·조건 등은 광주시와 현대차, 노동계가 체결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의 ‘상생노사발전협의회’를 거치도록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지속가능 일자리 의제 발굴을 위해 마련한 대토론회 ‘시문시답’에서 일자리 가치에 대한 강연이 열리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제공

하지만 최근 노조와 갈등이 심화하며 ‘상생형 지역 일자리’라는 명칭이 무색해졌다. 회사 쪽은 ‘노사상생발전 협정서’에 나온 ‘누적 생산 35만대’(현재 17만대)까지는 노조 대신 상생노사발전협의회와 협의한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헌법에 나온 ‘노조 할 권리’를 위반했다며 맞서고 있다.

갈등 요소는 회사 설립 이전부터 잠재했다. 협정서를 만들 당시 광주노사민정협의회는 35만대 조항 등 현대차가 제시한 방안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대화기구에서 빠졌고,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주도하는 노조가 설립됐다. 광주형 일자리의 약점으로 꼽혔던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소홀히 한 결과였다.

시민이 원하는 일자리

우리나라의 사회적 대화 기구로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지역 노사민정협의회를 꼽을 수 있다. 1998년 출범한 노사정위원회가 모태다. 그동안의 사회적 대화는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국노총이 진행하며 협의 과정보다는 미리 정해놓은 답에 대한 합의가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협의 과정에서 빠진 채 끊임없이 이들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광산구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의 ‘노동 4.0’ 방식을 참고해 시민 요구를 바탕으로 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광산구는 지난해 5월 ‘지속가능 일자리 사회적 대화 추진단’, 6월 ‘지속가능 일자리 의제 발굴단’을 구성하고 ‘광산시민 지속가능 일자리 대토론회’에 나섰다. 시민 109명이 참여한 의제 발굴단은 매달 한차례씩 모두 다섯번의 토론을 진행했고 이들과 별개로 ‘찾아가는 마을 지속가능 일자리 사회적 대화 마당’도 12차례 열었다. 이를 통해 총 1436개의 기초 질문을 도출해 20대 핵심 질문으로 압축했다.

지난 2월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청 7층 윤상원홀에서 제5차 지속가능 일자리 의제 발굴단 사회적 대화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제공

광산구가 지난 3월 말 펴낸 ‘지속가능 일자리를 위한 녹서’의 20대 핵심 질문을 보면 ‘새로운 노동보상체계’ 부문에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임금 결정 △유사한 업무의 임금 격차 △임금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공공복지 강화에 대한 질문이 꼽혔다. 녹서는 영어 ‘그린 페이퍼’에서 나왔다. 정책이나 전략 수립 전 여러 이해관계자 의견을 담기 위한 공식 문서를 뜻한다.

‘일하는 방식의 개혁’ 부문에선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 △일과 삶의 균형 보장 △자발적으로 일하는 문화 △안전 보장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일터 내 세대 간 갈등 △일터 내 원활한 소통 구조(이상 ‘일터 내 사회적 관계 재구성’ 부문) △여성·장애인·이주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 △디지털·기후위기 전환에 대비하기 위한 교육정책 △마을 일자리에서 봉사와 업무의 불명확한 경계 해소 방안, 지자체·정부의 지원 방안(이상 ‘사회구조 혁신과 일자리 변동’ 부문)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광산구는 올해 7월까지 ‘녹서’의 답을 담은 ‘백서’(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8∼9월 구체적 실행 계획을 담은 청서를 제작해 내년부터 지속가능 일자리 특구 시범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광산구는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차기 정부 일자리 정책 방향 제안을 위한 지속가능 일자리 정책 토론회’에서 녹서와 시민 참여형 사회적 대화를 소개했다. 박 구청장은 발표자로 나서 성장 크기에 반비례하는 삶의 만족도를 지적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해답으로 제시했고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노동포럼 대표) 등 참석 의원들은 지원과 관심을 약속했다.

명등용 광산구 지속가능일자리특구추진단장은 “독일은 백서 단계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진행했다면 광산구는 질문을 만드는 녹서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했다”며 “기초지자체로서 제도와 예산 측면에서 어려운 점은 크지만 시민들과 밀접하다는 점과 마을 단위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살린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국회노동포럼 등이 주관한 ‘차기 정부 일자리 정책 방향 제안을 위한 지속가능 일자리 정책 국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 제공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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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원전, 덤핑 수주 논란 빚더니 최종 계약도 불발

장박원 에디터

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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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5.06 23:25

  • 수정 2025.05.07 00:29

  • 댓글 1

체코 법원, 프랑스전력 계약 금지 가처분 인용

절차상 문제…정식 판결 전까지 계약 어려워

윤 정부 자랑했던 원전 드라이브 실상 드러나

수주 성과 내려고 무리한 계약 조건 포함 의심

“한국 원자력발전 업계가 프랑스, 미국 등 원전 강호를 제치고 콧대 높던 유럽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오는 7일 체코 정부와 신규 원전 건설 본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사업비는 4000억코루나(약 26조 원)에 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거둔 성과다. 탈원전으로 몸살을 앓던 국내 원전 생태계가 재도약하고 세계 무대로 지평을 넓히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경제신문 5월 2일자)

일주일 전 국내 주류 언론들은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 소식을 전했다. ‘쾌거’라는 논조 일색이었다. 체코 원전은 수주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자사의 원천기술을 도용했다며 문제 삼기도 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경쟁업체들은 절차상 불공정한 점이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덤핑 수주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으로 원전 수출 성과가 절실했던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든 수주하려고 했다.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에도 정부의 조급증은 계속됐다. 체코 정부와 최종 계약하기로 합의하고 체결 날짜가 잡히자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국내 언론들은 정부가 발표한 자료 그대로 보도하기에 바빴다.

 

체코의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대우건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거의 유일한 성과가 될 뻔한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계약을 앞두고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체코 법원이 EDF가 제기한 계약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6일 외신과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기로 했던 원전 수주 계약 체결 행사가 무산됐다고 전했다. 체코 법원이 EDF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본안 판단 때까지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 법원이 신규 계약 체결을 중지시킨 것”이라며 “체코 발주사와 대화하고 있지만 7일 행사 진행이 어려울 것”고 밝혔다. 한수원과 체코 발주사는 이날 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약 서명식을 열 예정이었다. 법원 가처분 인용 소식이 전해진 시각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체코에 도착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탑승한 상태였다. 정부 관료뿐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다수 동행했다.

체코 법원은 6일(현지시간) EDF가 제기한 행정소송의 정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해야 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 계약이 체결되면 프랑스 입찰 경쟁자인 EDF가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더라도 공공 계약을 따낼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다. EDF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 전에 체코 반독점 당국에 이의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그러자 체코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에 1GW(기가와트)급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가 수주 경쟁을 벌였다. 유럽에 짓는 원전인 만큼 EDF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원전 수출에 집착했던 윤석열 정부가 수주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체코 원전 건설 지역. 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뒷말이 많았다. 지난해 1월 자격 미달로 탈락했던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자사의 원천기술을 사용했다며 시비를 걸었다. EDF는 수주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 협상을 통해 ‘원전 산업 협력’이라는 모호한 합의로 갈등을 봉합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기술료 지급 등을 약속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게 사실이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체코 정부가 원전 건설에 투입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유럽연합(EU)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며 2031년까지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때까지 ATF가 개발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ATF가 개발되지 않으면 원전 건설이 지연되고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마디로 체코 원전은 불확실성이 큰 프로젝트다. 체코 법원이 계약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위험성이 더 커졌다.

윤석열 파면과 조기 대선으로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부가 ‘원전 수출’이라는 성과를 보여주려고 너무 서둘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체코 법원이 EDF의 가처분을 받아들일 가능성까지 고려해 최종 계약 일자를 여유 있게 정해야 했다는 것이다. 만약 본안 판결에서도 계약에 문제가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온다면 체코 원전 수주는 최악의 경우 무산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한 사업이 또 하나 추가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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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내홍에 한겨레 “‘내란 연대’일 뿐”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의힘은 단일화 갈등, 민주당은 ‘사법리스크’로 대선 시끌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대선 개입” vs “법 위에 있나”

[미디어먼슬리] 김영민 교수의 북콘서트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5.05.07 07:39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사진=국민의힘, KBS 방송화면 갈무리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 단일화를 둘러싼 국민의힘 갈등이 거센 가운데, 김문수 후보는 6일 “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한다”며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단일화 시한으로 제시하고 7일 전 당원을 상대로 ‘후보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주요한 이슈로는 이재명 대선후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관련 문제가 다뤄졌다. 이날 사설에서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법원이 속도전을 치루며 절차적인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신문들은 민주당과 이 후보의 행태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단일화 문제로,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사법리스크 문제로 시끄러운 모습이다.

서울신문 1면에 따르면 6일 밤 김 후보는 밤늦게 입장문을 내고 7일 오후 6시 한 전 총리를 단독으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7일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단일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 지 관심이 모인다.

▲7일 서울신문 1면.

이날 주요 일간지의 사설들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갈등을 공통적으로 김 후보와 당 지도부·한 후보 간 모두 잘못이 있으며, 이러한 이권싸움으로 인해 당 전체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윤석열 정권의 핵심이던 김문수·한덕수 두 인물 모두가 출마 자격이 없다고 보고, 두 후보 모두 내란을 두둔한 인물들이라 비판했다. 국민일보 사설은 상대적으로 김 후보의 말을 번복한 태도를 강조하고, 한 후보 지지 여론을 부각하는 등 한덕수 전 총리에 좀 더 우호적인 기류를 드러냈다. 결국 김·한 양측 모두를 비판하는 기조가 주류를 이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단일화 관련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탄핵반대파들의 볼썽 사나운 후보 단일화 힘겨루기>

국민일보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내홍… 이러고 중도층 마음 얻겠나>

동아일보 <국힘 후보 ‘단일화’한다는 건지 ‘교체’한다는 건지>

서울신문 <무원칙 단일화 내홍, 사법부 겁박… 눈 둘 데가 없는 대선>

세계일보 <金·韓 단일화 대혼돈, 이래선 보수 공멸 피하지 못할 것>

조선일보 <짐작했던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단일화 기싸움>

중앙일보 <공약 안 보이고 사법 리스크와 단일화만 요란한 대선>

한겨레 <‘묻지마 단일화’ 진흙탕 싸움에 빠진 국민의힘>

한국일보 <“일정 중단” 김문수, “배신”이란 지도부...점입가경 국민의힘>

▲7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내란 정권’의 총리와 장관을 지낸 탄핵반대파끼리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게 볼썽사납다”며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한 친윤계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후 태도를 돌변한 김 후보나, 공식 절차를 거쳐 선출된 당 후보를 향해 당 밖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를 요구하는 당의 행태 모두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김 후보와 한 후보는 대선 출마 자체가 기괴한 일이다.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대선에 불법계엄 당시 총리와 장관인 국무위원은 나오지 않는 것이 도리”라며 “‘극우 전광훈의 추종자’(김 후보)와 ‘윤석열 아바타’(한 후보)가 보수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는 게 국민들 눈에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밝혔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 모두 윤석열 정부 내각의 일원으로서 12·3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도 절연하지 않은 이들이다. 김·한 어느 쪽으로 단일화한다 해도, 국민들 눈에는 ‘내란 연대’일 뿐”이라며 “지금의 국민의힘 내홍에서는 ‘반이재명’ 외에 어떠한 가치나 비전도 볼 수 없으며, 대선 이후 당권이나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염두에 둔 진흙탕 싸움이 엿보일 뿐이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냉소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7일 한겨레 사설.

다른 언론들은 사설에서 공통적으로 두 후보 모두 잘못을 하고 있으며, 이런 갈등이 국민의힘 지지를 잃게 만들 것이라 경고했다. 동아일보 사설은 “이는 사실상 예고된 충돌이나 다름없다. 친윤 주류는 사실상 한 전 총리로의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 왔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일화’를 한다는 건지 ‘후보 교체’를 한다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라 전했다. 이어 “경선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뽑아놓고는 곧장 흔들기에 나선 당 지도부나, 경선 때는 단일화에 적극 나설 것처럼 얘기하다 후보가 된 뒤 미온적으로 돌아선 김 후보나 도긴개긴”이라며 “후보 등록은 이제 닷새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체 뭘 어쩌자는 건가”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사설은 “졸속 단일화에 무리하게 매달려서는 대선 밑그림 전체가 일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혼선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내부 신뢰를 상실한 정당이 국민에게 표를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과연 한 달 뒤 대선을 치르겠다는 정당인지 국민의힘을 보고 있으면 체증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 전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후보 단일화 방식은커녕 단일화 여부조차 못 정한 채 파열음만 내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라며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나.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국민의힘 후보로서의 기득권에 집착하며 후보 단일화에 소극적으로 변한다면 올바른 처신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한 후보에게도 “한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우위와 빅텐트 당위론만을 내세워 김 후보를 압박하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고 전하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김, 한 후보 모두 마음을 비우고 신속히 공정한 방식의 단일화 규칙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단일화 과정엔 후보 간 기싸움과 잡음이 일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협상 시작도 전에 이런 볼썽사나운 내부 분란이 벌어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강요하는 건 과도하지만, 약속과 달리 단일화를 피하는 듯한 김 후보 태도도 문제”라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누구로 단일화해도 이 후보에게 뒤진다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파격적인 변화가 없는 한 패색이 짙다는 얘기”라며 “아무리 대통령 파면으로 갑자기 치르는 선거라 해도 이렇게 철저히 당내 문제에만 매달리니 한심하기만 하다. 양대 정당이 국가 운영 비전 대신 후보 단일화와 재판 일정에만 ‘올인’하면 국민은 뭘 보고 투표해야 하는가. 양당 모두 찍을 이유는 안 보이고 안 찍을 이유만 넘치는 최악의 선거가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중앙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당무 전반 모든 권한을 대선후보가 우선해 가진다’는 당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는 단일화 추진기구 구성을 일방 추진하는 등 김 후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게 사실”이라며 “김 후보의 버티기도 명분이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와의 후보 단일화를 공언한 만큼 단일화를 전제로 김 후보를 지지한 당심과 민심을 따를 책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계엄·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나 집권 비전 제시 등은 생략하고 오직 단일화에 명운을 건 것이 이러한 혼선을 초래한 측면이 크다”면서 “보수 재건과 국가 정상화라는 책임을 직시하고 국민의힘과 김 후보가 갈등을 봉합하고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일보는 경선과정에서 단일화를 내세훈 김 후보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덕수 후보가 조금 더 우세하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러고서야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나”라면서 “단일화를 내세워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가 태도를 바꾸는 것도 우습다. 애당초 국민의힘 경선은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치러졌다. 지금 당장 여론조사 형태로 단일화를 한다면 한 후보의 압승이 예상된다. 김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 열세를 뒤집기 위한 어떤 복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당의 후보답게 유불리 따지지 말고 자신이 한 말은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대선 개입” vs “법 위에 있나”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대법원의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과 ‘민주당의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이 맞서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어제 시민들과 만나 “농지개혁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체제를 만든 훌륭한 정치인 조봉암도 사법살인이 됐고,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한 일도 없이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일이 있다”, “국민이 12월3일 내란을 이겨냈고, 계속되는 2차 3차 내란 시도도 우리 국민의 위대한 손길로 진압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6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출마 후보들의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루라”고 말했고 박범계 법률지원단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두고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청문회, 탄핵,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중앙일보 3면.

이재명 대선후보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과 관련해 7일 사설을 살펴보면, 언론의 입장이 뚜렷하게 양분됐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법원의 절차적 정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이번 파기환송 결정이 ‘대선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기록 검토가 불가능할 정도의 속도전과 전합 회부 과정 등을 문제 삼아 사법부 책임을 부각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사법부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사법신뢰 무너뜨린 대법원의 대선 난입, 이제라도 멈추라>

국민일보 <우려되는 민주당의 사법권 침해… 법원도 빌미 주지 말아야>

세계일보 <李 “조봉암·DJ 사형” 운운, 사법불신 조장 도 넘었다>

조선일보 <불리한 판결 내린 판사 탄핵하겠다면 ‘독재당’으로 당명 바꿔야>

한겨레 <이재명 파기환송심, 사법부 불신 더 키우지 말라>

한국일보 <"사법 살인"까지 갖다 붙인 이재명...법 위에 있나>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대법원의 속도전을 문제삼았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법원이 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전후의 일들은 예외의 연속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검찰이 2심 무죄 판결에 상고하자 기다렸다는 듯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전합은 기록만 6만쪽이 넘는 사건을 단 두 차례 심리한 후 10 대 2의 다수결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다”며 “판결문 내용 또한 파기환송심의 운신 폭을 제한하려 작정한 듯 사실관계에 관한 단정적 서술로 가득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고법은 오는 15일로 첫 공판기일을 정하고, 법원 집행관이 이 후보에게 소환장을 직접 송달하도록 촉탁했다”고 전했다. 이어 “군사작전과도 같은 이 전대미문의 속전속결식 재판은 대선 전 파기환송심 선고를 해 이 후보에게 ‘부적격자’ 딱지를 붙이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게 대선 개입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고 비판했다.

▲7일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 후보 상고심은 소부 심리도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직권으로 전합에 회부하고, 9일 만에 단 두차례 평의를 거친 뒤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재판연구관들도 6만7천쪽에 이르는 재판기록을 충분히 검토할 수 없을 만큼 전례 없는 ‘속도전’이었다. 이러니 ‘졸속·부실 재판’ 논란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서울고법은 대법원으로부터 기록을 전달받자마자 곧바로 서울고법 형사7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재판부도 당일 공판기일(15일)을 잡고 소환장 및 기일통지 발송에 이어, 집행관 송달을 촉탁했다. 상고심과 같은 속도전을 벌일 태세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더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신문들은 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가 대법원장 탄핵 등을 거론하는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라 부적절하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주당이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고 법원의 재판 일정에까지 개입하려는 것은 입법부 권력으로 사법부를 협박하는 것인 만큼 자제해야 한다”며 “사법부도 무리한 재판 진행이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세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이 후보의 발언이 사법불신을 조장하고, 국민의 내란 불안감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과연 유력 대선후보가 할 말인지 걱정스럽다”며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듯하면 칭송하고, 불리하면 저주하는 것이 민주당식 삼권분립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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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불리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탄핵으로 위협하고, 삼권분립을 부정하려는 정당이라면 당명을 ‘독재당’으로 바꿔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법원이 초유의 속도전으로 불신을 산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대통령이 되겠다는 대선 후보의 사법권 독립 침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는 데는 법원이 6·3 대선 이전에 이 후보 피선거권 박탈을 판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라 전했다. 이어 “대법원을 흔든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 후보나 민주당이 '사법 리스크' 때문에 국법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헌법 수호 의지에 대한 국민의 의심만 높아질 뿐이다. 자중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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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조기대선 앞두고 '민주노동당' 부활? 권영국 "기득권 정치 해체"

정의당,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플랫폼 위해 이번 대선 한해 당명 변경

2024년 총선에서 원외 정당으로 밀려난 정의당이 이번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변경했다. 정의당은 앞서 노동당·녹색당 및 민주노총 산별노조 등과 함께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를 결성해 이번 대선에 공동 대응해 왔고, 연대회의 차원에서 대선후보 단일화 경선도 치러 권영국 정의당 대표가 단일후보가 됐다.

 

권 후보는 6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로서의 첫 일정으로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고 기자들과 만나 "내란 세력 존속의 근원인 낡은 기득권 정치를 해체해야 한다"며 "진정한 내란 청산은 양극단 진영정치로 갈라진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진보는 사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며 "광주 오월정신과 동학농민혁명 호남정신을 우리 사회 깊숙한 곳에 새기는 것이 바로 진보이고, 진보가 지켜내야 할 시민들의 삶을 위해 오월정신으로 다시 한번 용기를 내겠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또 "광장의 목소리를 되살리겠다"며 "평범한 시민들의 존재와 바람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진보의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지난 5일 당원투표를 거쳐 당명을 민주노동당으로 변경했다. 정의당은 당명 변경은 "이번 대선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며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공동대응을 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연대회의는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 진보3당과 공공운수노조·화학섬유노조 등 민주노총 산별노조, 노동·정치·사람,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준비위원회, 노동해방을위한좌파활동가전국결집, 노동자가여는평등의길, 노동전선, 플랫폼C, 탄핵너머연구자네트워크 등 단체들의 연대체다.

 

 

▲6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권영국민주노동당 대선 후보가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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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폭주' 걱정하는 시민들, 방법은 하나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내린 파기환송 판결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합의 판결이 사법부의 정치개입을 넘어 사법쿠데타라는 주장이 일반 시민과 법률전문가들에게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심지어 대법원이 법정 상고이유서 제출기한 20일을 무시하고 고등법원의 유죄판결 이후 즉시 확정판결을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지금의 사법체계는 법원의 판결에 포함된 오류가 오로지 심급제도에 따라 법원 조직 안에서만 교정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오류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제도가 인정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 의한 사후적 시정이 불가능하다. 대법원이 의도적으로 법정기한을 준수하지 않는 결정을 해도 더 이상 시정이 불가능한 종국적 결정이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이 피고인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에게 상고이유서 제출을 위하여 법률적으로 보장된 기한을 자의적으로 부여하지 않고 최종결정을 내려도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이를 다툴 수 없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 지지하는 시민들도 이 전 대표에게 투표하면 무효표가 된다.

대법원이 법정기한을 준수하지 않으면 법 위반으로 대법관에 대한 탄핵사유가 될 수는 있지만 대법원이 내린 위법적 판단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법원과 경쟁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지만 촘촘한 법조카르텔의 현실에서 사후적으로 대법관에 대한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상식을 믿는 시민들조차도 대법원의 폭주를 충분히 예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극적 방식'으로 선거 개입하고 있는 대법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용주, 박영재, 신숙희, 권영준, 오석준, 이흥구, 조대희, 오경미, 서경환, 엄상필, 노경필, 이숙연. ⓒ 사진공동취재단

쓸데없는 노파심으로 보일지라도 법원에 대한 불신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기소된 현직 대통령을 전례 없는 특혜성 법률 해석으로 석방할 때부터 법원 스스로가 초래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례 없이 신속하게 진행하여 내린 파기환송 판결은 법원에 대한 불신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의 재판을 전례 없이 신속하게 진행함으로써 선거에 개입하고 있는 법원의 수장 조희대에 대한 탄핵소추가 추진되고 있다. 대법원장의 선거 개입, 정치 개입은 모든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공익실현의무(헌법 제7조 제1항)로부터 도출되는 정치적 중립의 의무, 특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한다.

헌법재판소는 기자회견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공무원의 공익실현의무는 물론 자유선거원칙, 정당의 기회균등 원칙을 근거로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도출한 바 있다.

헌재 2004. 5. 14. 2004헌나1 결정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는 공무원의 지위를 규정하는 헌법 제7조 제1항, 자유선거원칙을 규정하는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및 정당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6조 제1항으로부터 나오는 헌법적 요청이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자유선거원칙에 따라 유권자가 자유롭게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를 공천한 모든 정당에게 균등하게 보장된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통령 후보 등록일이 종료된 상태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유죄확정판결이 나오면 대통령을 후보로 내세워 당선시킬 수 있는 민주당의 기회는 박탈당하게 된다.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대표를 선출한다. 따라서 대법원의 선거개입으로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없게 되면 민주공화국 원리에 포함된 국민주권원리나 대의민주주의원리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적극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특정 후보를 불리하게 만들어 사실상 다른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소극적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명시적이든 소극적이고 묵시적이든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공무원에게 헌법이 요구하는 선거에서의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유독 야당이 공천한 유력 대선후보의 재판을 전례 없이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원칙(헌법 제11조 제1항)을 위반할 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이 전 대표의 평등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전례와 본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전례나 관행과 달리 취급할 때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제시되어야 하는데 대선이 임박한 시기에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한 재판의 강행은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이유 외에 어떠한 합리적 이유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유력 대선후보가 아니더라도 전례나 관행과 달리 과도할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재판은 당사자인 이 전 대표의 헌법적 권리인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를 침해한다. 만약 상고이유서 제출마저 부정당하는 신속한 재판이 진행된다면 명백하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이로써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궁극적 이유인 사법부의 공정성마저도 훼손되는 것이다.

법원 조직은 무얼 위해 움직이나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진성준 정책위의장, 추미애, 박주민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앞에서 이재명 대통령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상고심 (유죄 취지)파기 환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대선개입 사법쿠데타 조희대(대법원장)를 규탄한다” “정치판결 사법쿠데타 대법원을 규탄한다” “정치판결 대선개입 국민이 분노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 권우성

대법원장을 탄핵해도 나머지 대법관들이 재판을 서둘러 대통령 선거일 이전에 판결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이 무용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대법원은 물론 고등법원과 이 전 대표가 피고인인 모든 하급심 재판기일이 대선 선거운동기간에도 잡혀 있다는 점에서 법원 조직 전체가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선거 개입을 주도하고 있다는 강력한 의심이 합리적이므로 선거 개입 세력의 정점을 제거하면 무도한 선거 개입은 상당 부분 잦아들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대법원을 포함한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만으로는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12.3비상계엄이 발생했을 때 불법적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도 함께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실제로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었어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와 부총리는 국회가 의결한 내란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며 내란사태를 이어갔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고등법원이 15일로 예정된 이 전 대표의 공판기일을 연기해 주도록 요청하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강행하면 이는 대법원장의 의지로 강력하게 추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법원장의 지시에 따라 법원 조직 전체가 유력한 대선후보의 낙마를 목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이 현실화됨에 따라 우선적으로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에 돌입해야 한다.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에도 불구하고 고등법원 판결이 나오고, 곧이어 상고장 제출기한인 7일 이내에 나머지 대법관들조차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지 않은 채 재상고심 재판을 강행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대법관, 특히 전합의 파기환송 판결에 동참한 아홉 명의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장은 물론 대법관의 선거 개입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장 조희대가 쏘아올린 파기환송 판결이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탄핵소추권을 현명하게 단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은 대통령은 물론 선출되지 않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을 감행하려 할 때 국회의 탄핵소추를 결코 권한남용으로 보지도 않으며 그에 대한 역풍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입니다.

#조희대대법원장#파기환송#상고이유서제출기한#대법원장탄핵#대법관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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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7~10일 방러...‘전승절 열병식’ 참석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5.05 10:23
  •  
  •  수정 2025.05.05 17:58
  •  
  •  댓글 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를 국빈방문한다. 

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러시아 방문 기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소련의 위대한 조국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도 이날 시 주석이 7~10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확인했다.  
 
“이번 방문 기간 개최되는 양자회담에서는 러시아-중국 간 포괄적인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을 더 증진하기 위한 핵심 분야, 국제 및 지역 문제 중 긴급한 사안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크렘린궁은 또한 “두 정상이 많은 정부 간 및 부처 간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 내용은 알리지 않았다. 

4일 오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방문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과 새로운 정세 하에서 중·러 관계 발전과 중요한 국제 및 지역문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특히 “올해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승리(9.3), 소련의 대조국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5.9)”이라고 짚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아시아와 유럽의 2대 주요 전장으로서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에서 승리하고 각자 민족존망과 인류의 미래 운명을 구하기 위해 큰 희생을 치르고 중대한 역사적 공헌을 했다”고 자평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선열을 추모하며 올바른 2차 세계대전 역사관을 선양하고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와 전후 국제질서를 수호하며 국제공평정의를 보위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소련의 대조국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5월 9일 모스크바 광장에서 열리는 대규모 열병식이 ‘전승절’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지난달 26일 크렘린궁은 “‘대조국승전 8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모스크바 시간으로 5월 8일 0시부터 11일 0시까지 휴전(ceasefire)을 선포한다”면서 “이 기간 동안 모든 군사작전이 중단될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2015년에 이어 10년만이다.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 3개부대로 편성된 명예위병대가 러시아군과 함께 모스크바 광장을 행진했다. 그해 9월에는 중국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행사가 펼쳐졌다. 이 자리에는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한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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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눈물 마르지 않은 의성군... "정부대책? 일찍 죽으란 소리"

[산불참사 한 달, 주민들의 목소리 ②] 의성 점곡면, 임시주택 짓자며 자기 파밭 내놓은 이장... "우리두고 정치질하지 말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의 박기(69) 이장은 얼마 전 파밭의 파를 다 뽑았다. 임시주택 5동을 설치할 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내가 파를 납품하려고 넓게 일군 밭이었다.

 

박 이장도 집 두 채가 전소된 이재민이다. 하우스 5채, 사과나무 500주, 묘목값으로 낼 현금 1000만 원, 각종 농기계까지 모두 불에 탔다.

 

지난달 24일, 사촌 1리엔 제일 먼저 박 이장의 밭에 8평짜리 임시주택이 들어서고 있었다. 콘크리트로 닦인 기반 위에 은색 철골 구조가 설치돼 있었다. 사촌1리 전소된 12채 중 집터가 여의치 않은 다섯 가구의 임시 거처였다 .

박 이장은 "5월 20일경 입주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밭을 집터로 내놓은 이유를 묻자, 그는 "주민들이 갈 데가 없고 누가 땅을 제공해 주지도 않고,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는데, 그럼 내가 해야지"라며 "주민이 마을에 있어야지"라고 답했다.

 

점곡면은 의성군에서도 피해가 큰 지역 중 하나다.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뉜 사촌1리는, 윗마을은 한 집을 제외한 9채가 전소해 사실상 마을 전체가 없어졌다. 사촌1리 윗마을은 초록색 이파리 하나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검게 탄 소나무 숲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었다.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의 박기 이장이 지난 3월 경북 산불로 인한 마을 피해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의 박기 이장은 파밭의 파를 다 뽑고 임시주택 5동의 터를 제공했다. 그 터에 임시주택이 건립되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손가영)

 

시민 도움 손길에 "고마워 미치겠다"

 

임시주택이 이제야 건설되기 시작해, 의성군 이재민 330가구는 친척 집, 숙박시설, 체육관 등으로 아직 흩어져 있다. 점곡면 점곡체육회관에는 2~3평 들이 텐트 일곱 동이 남아있었다. 맞은 편엔 라면, 햇반 등의 식료품 박스가 십수 개 쌓여 있었다.

 

이날 홀로 텐트에서 쉬고 있던 주민 A 씨는 모두 농번기라 밭일을 나가거나 산불로 죽은 자두나무, 사과나무 가지를 베러 나갔다고 전했다.

 

A 씨는 인터뷰를 했던 10여 분 동안 울음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조금 쉬고 다시 말하려 해도 곧 목이 잠겼고 눈물을 흘렸다. A 씨는 "(지난 고생은) 말도 마이소"라며 "어떻게 말을 더 못 하겠어요"라고 했다.

 

밭일 도중 잠시 체육관에 들른 주민 B 씨도 지난 한 달 생활을 얘기하다 목이 메어 여러 번 말을 삼켰다. B 씨는 주변의 도움과 지원을 얘기할 때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나서 고맙단 말도 못 했다"며 울먹였다.

 

"소를 하고 있는데 십시일반으로 짚을 막 실어줘요. 멀리서 막 트럭으로 한두 개씩 짚을 싣고 오는 걸 보는데... 와서 위로하는데... 어후... 내가 베풀 땐 몰랐는데 받아보니까 막 진짜... 어후... 고마워서 미치겠더라고... 가슴 아프죠."

 

▲지난 4월 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사촌1리 전소된 집이 철거된 모습. 검게 탄 소나무숲이 사촌1리를 감싸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최대 3600만 원' 주거 대책에 분노 쌓인 현장

 

가장 필요한 게 뭐냐는 말에 B 씨는 "집이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민들이 정부의 주거지원 대책에 가장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난안전법상 전소된 가구에 2000만~3600만 원까지 주거비를 지급하는 규정이다.

 

"저도 건축을 하는데, 평당 최하가 500만 원이라 해도 30평 같으면 1억 5000만 원 아닙니까? 근데 최대가 3600만 원이라는데 그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요새는 신축하게 되면 내진설계를 한단 말입니다. 심하게는 비용이 2배 이상 차이 난단 말입니다. 이삼천 되는 걸로 뭘 할 수 있습니까?"

 

아직 지원대책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B 씨는 "이미 (기존대로) 다 정해놨겠죠. 우리만 모를 뿐이죠"라고 씁쓸히 말했다. B 씨는 "집을 안 짓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며 "지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희망도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농사 지원도 충분하진 않다. 당장 비료, 농약을 사야 하니 여유있는 농가는 저리 생활비 대출을 받지만, 1년 후 상환이라 빌리지 못하는 농가도 있다. 의성군은 일부 농기계에 한해 구매비 70%를 지원해주는 제도를 긴급 신설했다. B 씨는 "농사를 해야 하니 급한대로 사긴 하지만, 자부담 30%가 부담스러운 집들은 또 못산다"며 "기계 대수도 충분치 않아 농사가 제대로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농기계 외 삽, 호미, 저울, 바구니, 공구 등은 제공되지 않아 모두 스스로 장만해야 한다. 피해 마을들에선 '중앙 행정기관이 전국의 중고 농기구들을 어떻게 조달해줄 순 없느냐'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B 씨는 국회와 정부 등을 두고 "너무 무관심하다"며 "다 (대통령) 선거 때문에 난리부르스를 하는데 (이재민들) 진짜 요만큼도 생각 안 한다"라고 말했다. B 씨는 "그래도 우리 여기(체육관)는 호텔"이라며 "마을이 80%가 전소한 구계리 같은 동네는 마을회관에 여자방, 남자방 이렇게만 나뉘어서 다 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지난 4월 25일 의성군 단촌면 구계1리에서 포크레인이 전소된 집을 철거하고 있다. ⓒ프레시안(손가영)
▲지난 4월 25일 의성군 단촌면 구계1리에 전소된 집들이 철거된 풍경. ⓒ프레시안(손가영)

 

 

여름 수해 걱정... 정치권 원망 가득 "사진 찍고 가면 끝이냐"

 

마을에선 산사태, 여름 장마, 홍수 등 추가 재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불이 난 산의 메마른 흙과 자갈이 산 아래로 계속 굴러 내려오는 광경은 마을에서도 자주 보였다.

 

사촌리에서 8km(킬로미터) 떨어진 구계리, 구계다리 인근에서 만난 주민 김아무개(60대) 씨는 홍수를 걱정했다. 김 씨는 "불난 나무들 벌목하죠? 비 오면 얘들이 개천을 타고 떠내려올 거다"라며 "이 다리 밑에 나무 3개만 걸치면 그냥 댐이 된다. 바로 물 넘친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집이 석면이 포함된 슬레이트 지붕을 썼기에, 김 씨는 "석면 누출이 이미 많이 돼서 걱정"이라고도 했다.

 

구계리도 포크레인으로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구계리는 전체 120여 가구 중 80여 가구가 전소됐다. 임시주택은 아직 들어서지 않았다. 이날 구계1리 마을회관에선 주민 4명이 대형 비닐봉지 스무여 개에다 옷, 치약, 샴푸, 수건 등을 일일이 배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아파트 부녀회, 지역 협회 등에서 보내온 택배들도 회관 앞 정자에 쌓여있었다.

 

김 씨는 구계리 또한 턱없이 부족한 공적 지원을 염려하고 있다며 마을에서 얘기되는 슬픈 농담을 전했다.

 

"그럼, 대책이 뭐냐? 첫째, 일찍 죽어야지. 둘째, 요양원 일찍 가야지."

 

구계리에선 대책 준비 초동모임이 꾸려졌다. 주민의 의사를 공유하고 수렴해 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할 기구를 마련하려고 준비 중이다. 점곡면 일부 마을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박기 이장은 정부, 국회를 향해 "제발 정치(질만)하지 말자"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여기 내려온 국회의원들 아무도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도, 책임도 말하지 않았다"며 "사진만 찍고 가면 끝이에요?"고 질타했다. 박 이장은 "마을 재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말했다.

 

"법을 만들어서 지원할 것이라고 말은 하는데, 내 죽고 난 뒤에요? 제발 생색내기 하지 말고, 진정 도움을 주는 방법을 찾아 달라. 정치인들은 사진밖에 없다는 걸 느꼈다. 내가 우리 주민들한테 '싸우는 건 내가 싸울게, 우리 정말 열심히 농사짓자'고 했다. 우리 주민들에게 제대로 된 주택 하나만큼은 돌아갈 수 있게 뭐라도 하고 싶다."

 

▲지난 3월 25일 당시 의성군 점곡면 사촌리 일대가 화염에 휩싸인 모습. ⓒ최기철(사촌1리 주민)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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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폭력의 분출, 끝나지 않은 ‘파시즘’

싫어하는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제거하려는 파시즘적 폭력

 

12·3 내란 사태와 탄핵 가결 이후 극우 파시즘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전후로는 우익 포퓰리즘에 관한 논의가 흥했다가, 이제는 극우 파시즘 이야기로 넘어간 듯하다. 전보다 사태가 ‘심화’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사회에서 정말로 극우 파시즘이 전면화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민주공화정을 내놓고 부정하고 폭동, 난동을 일으키고 중국인을 위시한 외국인 및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폭력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것을 보면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특히 30세 이하 청년층 그중에서도 청년 남성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들, 특히 대학교 ‘과잠’을 입고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과 포옹하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윤어게인(Yoon Again)’을 외치며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식 식당이 밀집한 골목에서 난동을 부리고 상인들에게 폭언을 내뱉는 등, 폭력적인 극우 집단의 전형적인 모습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주로 청년들로 이뤄진 윤석열 지지자들이 건대입구의 양꼬치 거리에서 부정선거 음모론과 중국혐오 표현을 하며 직원들과 충돌했다. ⓒ유튜브 캡처


이들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윤어게인’을 외치며 난동을 부려서 극우인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어서 극우인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말인즉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고 탄핵 및 파면에 반대하지 않으며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 여론조사 통계상으로는 ‘비극우’로 분류되는 사람들 안에서도 극우주의의 맹아가 암약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난 3월 ‘친구의 단톡방에 가슴이 철렁한다’라는 글에 썼듯이, 심지어 ‘탄핵 찬성 측’, 조기대선 프레임에 대해 ‘정권교체’에 공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안에도 극우주의의 맹아는 있을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과격함의 힘’이라고 부른다.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지지나 뚜렷한 이념의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은, 방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강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다만 그 힘이 외부로부터 어떤 자극이나 선동이 가해지기만 하면 폭력적이고 극우적인 방향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청년의 보수화’라는 명제에 대해 ‘청년의 과격화’라는 명제로 응수해왔다. 방금 말한 것처럼 약간의 자극만 가해지면 곧바로 공격성으로 ‘급발진’하는 과격함의 경향의 원인을, 나는 정치와는 무관한 영역에서 찾고자 한다. 바로 감수성의 빈곤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감수성이란, 흔히 이해되는 것처럼 슬픈 영화를 보면 눈물부터 쏟고, 계절이 바뀌고 기온과 습도의 변화에 따라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을 가리켜 감수성이 풍부하다 혹은 예민하다고 할 때의 감수성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말하는 감수성은 자신의 감정 상태의 변화, 신체가 경험하는 일체의 감응에 대한 성찰력을 가리킨다. 슬픈 영화든 기온이나 습도 변화든 외부 환경으로부터 가해지는 자극에 대하여, 의식하기 어려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하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콜롬비아 출신의 신경과학자 로돌포 이나스(Rodolfo Llinas)는 인간의 마음이란 ‘내부화된 운동’이라고 정의한다. 생물체가 진화를 거치고 뇌를 발생시키면서 생물체의 운동이 바깥으로만 표출되지 않고 일부는 신체 내부로 접혀 들어간다. 예컨대 단세포생물은 일체의 자극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행동하는 데 반해 뇌가 있는 생물은 즉시 반응하는 대신 일부 자극은 무시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일말의 지체를 두고 반응한다. 이러한 지체, 간극으로부터 계산, 판단, 생각이 발생한다. 이 간극 안에 자극의 입력에서 반응의 출력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회로가 생성된다. 이것이 곧 마음의 탄생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에 대해, 이 복잡한 회로를 거쳐 분석하고 계산하여 걸러낼 것은 걸러내고, 성장 과정에서 누적해온 경험에 비추어 상황과 맥락에 따라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한다. 나는 이 회로가 단순한 사람을 가리켜 감수성이 빈곤한 사람이라고 말하고자 한다. 어린이를 웃기거나 울리기가 그토록 쉬운 이유가 어린이는 아직 이 회로를 성숙히 발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이는 자신이 경험하는 불쾌한 감각과 그로 인한 기분 나쁜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악부터 쓰고 울음부터 터뜨리는 것이다.

문제는 오늘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취학 아동의 수준을 밑도는 빈곤한 감수성, 뇌내 회로의 단순함을 노정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갈수록 더 노골화되는 문해력과 어휘력의 저하 경향과 맞물려 전례 없는 퇴행을 야기하고 있다. 한 방송에서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빈곤한 문해력으로 인한 맥락 파악의 무능력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특정 단어에만 반응하고 집착하는 경향을 지적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조금도 참지 못하고
공격하고 제거하려는 파시즘적 폭력


자신들이 싫어하는 어떤 것을 표상하는 특정 단어나 특정 이미지가 보이면 열불나고 뒤집어지는 사람들을 최근 몇 년간 많이 본 것 같다.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대표적이며 한 유튜브 방송 자막에서 유모차를 ‘유아차’로 바꿔 썼다는 이유로 불거진 ‘논란’ 등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모르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자기를 무시하냐며 다짜고짜 화를 낸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참을성 없는 ‘급발진’은 현실에서의 폭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어느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 직원이 숏컷 머리스타일을 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며 일면식도 없던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다소 거슬리게 하는 특정 단어나 이미지에 집착하여 반사적으로 반응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차원적 인간이 한국사회 전면에 드러난 순간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 커뮤니티 발 혐오적 ‘밈’들에 물들어 페미니즘이나 정치적 올바름 등 포용적, 진보적 의제들에 대해 부정적 인상을 가지고 반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와중에 그것을 아주 조금이라도 연상케 하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면 곧바로 ‘긁혀’ 폭주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자극의 입력부터 출력까지의 회로의 거리가 0에 수렴한 아메바적 인간의 탄생이다. 지금 목격되는 ‘극우 파시즘’의 양상은 그 반감 및 불쾌감의 대상이 중국과 중국인으로 옮겨간 것의 결과며, 그 대상은 앞으로도 누구에게든 무엇에게든 옮겨갈 수 있다.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인정이론의 권위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자기 인정(self-recognition)의 관건이 자신의 심신 상태의 변화를 성찰하고 이해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가지는 감정은 실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에서만, 그것을 어떻게든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파악 가능한 무언가가 된다. 그 적절한 표현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 하면, 우리가 사회화 과정에서 남들과 소통하면서 습득한 언어의 지평에서다. 사람들은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으로서 서로 공유하는 언어를 이용해 다양한 내면의 느낌들을 이해하도록 학습했기 때문에 서로의 심리상태를 상호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익숙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선고 일주일 만인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떠나며 지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11 ⓒ뉴스1


무언가 낯설고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그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면 아직 그것을 언어화하는 방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학습해놓은 어휘의 지평으로부터 그 느낌에 근접한 언어를 찾아내든 조합을 해내든 하는 식으로 낯섦을 상쇄하여 그것을 명확히 표현하려 하는 자세를 취한다. 이것은 성찰과 계산, 판단을 위시한 일정 수준의 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과 자기 인정은 서로를 전제한다. 주체가 자신의 욕구나 느낌을 표현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이다. 자기 인정은 타인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지평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타인에 대한 인정을 전제한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들이 잘 알아듣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어휘로 표현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점에서 그렇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공론장에서 점잖게 표현할 어휘와 수단을 찾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때로는 폭력을 수반하며)강렬하게 표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자기 인정에 실패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자기 인정의 실패는 타인들과의 인정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 인륜성의 토대를 위태롭게 만든다. 자기 인정의 실패는 극심한 나르시시즘과 이기주의를 낳으며, 그에 따라 사람들은 자기에게 들어오는 일체의 자극에 대한 반응과 판단의 근거를 오직 자신의 기분에서만 찾게 된다. 세상을 대하는 모든 시각이 자기 자신에게로 좁혀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바로 눈앞에서 없애버리려고 달려든다.

오늘날의 정치적 국면에서 당장 극우적, 파시즘적 언동을 노출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이처럼 반감을 느끼는 무언가에 대해 반사적으로 공격적인 반응부터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이 나날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연대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들이 집단으로 결집하여 내는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가치도 지향도 없고 다만 자신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는 것들을 눈앞에서 치워달라는 요구뿐이다.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며 교육학적, 감성학적 차원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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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한덕수 단일화 내홍에 중앙일보 “몰비전, 몰가치의 결과”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힘 후보 단일화 놓고 갈등… “정상적 모습 아니야”

동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데, 비전 대결 실종”

김대중 조선 칼럼니스트 “‘이재명 아닌 대통령’ 중요” 국정 이원화 제안

[미디어먼슬리] 김영민 교수의 북콘서트 지금 신청하세요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5.05.06 07:35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사진=국민의힘, KBS 방송화면 갈무리

6·3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국민의힘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3차례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대선후보와 경선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보수 일간지에서도 “기득권만 집착한다”(조선일보),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중앙일보), “나라 정상화 논의는 실종됐다”(동아일보)등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요구하면서 당무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5일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에게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일정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단일화 놓고 국힘 내 갈등에 동아일보 “권력 투쟁에만 몰두”

요 종합일간지는 6일 1면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여부를 두고 당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을 주요하게 소개했다.

경향신문 <당 후보 코너 모는 국힘… 김문수 “방해 땐 조치”>

동아일보 <대선 4주앞, 김문수-黨지도부 단일화 충돌>

서울신문 <김문수·당 지도부 ‘단일화 충돌’>

세계일보 <김문수·국힘 지도부 ‘단일화’ 파열음>

조선일보 <국힘 ‘韓과 단일화’ 촉구에, 金 “후보 지원하라”>

중앙일보 <“후보 뜻 따라야” “빨리 단일화를” 김문수·당 충돌>

한겨레 <김문수 “일방적 단일화 유감”… 권영세 “11일까지 매듭을”>

▲6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동아일보는 단일화 갈등이 봉합될지 미지수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 <黨 지도부, 한밤 金 찾아가 면담… 단일화 갈등 봉합은 미지수>에서 “단일화 시기를 두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큰 간극을 보인 가운데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긴급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사실상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5면 <김문수, 당무 우선권 꺼내 저항… 당 지도부, 파국 피하려 봉합>에서 “김문수 후보가 5일 당 지도부가 제시한 ‘조기 단일화’ 일정에 반발하며 ‘당무 우선권’이 대통령 후보인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 주류가 사실상 ‘후보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김문수 후보의 멘토로 알려진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를 했다. 안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대해 빨리 일정과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며 자신은 지난 2일 김 후보와 통화에서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6일 중앙일보 사설

국민의힘의 내부 분열 상황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 <김·한 단일화 삐걱…가치보다 정치 셈법 앞세운 탓 아닌가>에서 “비전 경쟁 없이 지지율 숫자로만 단일화 승부를 가르는 정치공학으로는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대선을 앞둔 후보 단일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어느 정당에서나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곧바로 당 외부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라며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의 처신도 적절하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정 운영 청사진이나 구체적 공약 제시도 없이 일단 단일화하자고 서두르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김·한 두 후보 사이의 삐걱대는 단일화 추진 양상은 이런 몰비전, 몰가치의 결과”라며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세력이 왜 다시 국정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의 설득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D-4주’ 단일화와 사법 리스크에 묻힌 대선, 이게 정상인가> 사설을 내고 “반헌법적 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데도 어떻게 나라를 정상화하고 미래로 나아갈지에 대한 논의나 비전 대결은 실종됐다”며 “국민의힘이 후보 단일화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민심의 외면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를 망각한 채 권력 투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노출하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는 이원집정부제·내각제 등 방식을 통해 한덕수 예비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모두 국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 유권자에겐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이 중요하기에 이를 위해선 보수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보수 국민에게는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이 중요한 것 아닌가”라며 “(제안하고 싶은 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가 형식은 단일화하되 실질적으로는 이원화해서 두 사람의 장점을 결합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통령제이되 내각책임제 같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한 사람은 국가를 대표해서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다른 한 사람은 국정을 책임지는 기능을 분담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6일 조선일보 칼럼

조선일보는 <후보 주변은 단일화 신경전, 탈락자들은 외면, 열세 여권의 풍경> 사설에서 “지금 단일화 협상은 희생과 결단보다는 기득권 지키기로 인해 통합보다는 갈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힘 대선 후보 선출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후보 단일화 기대감,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선거법 파기환송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국힘이 내부적으로 분열하고 단일화 협상에서 기득권만 집착한다면 이런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 “삼권분립 부정하는 태도”

더불어민주당 상황 역시 좋지 않다. 대법원은 지난 1일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사법리스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파기환송심 일정을 대선 뒤로 연기하라고 했으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6일 한국경제 사설

이를 두고 한국경제는 사설 <“재판하면 탄핵하겠다”… 도 넘은 민주당의 사법부 겁박>에서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빠른 재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 사건에 대해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판결해야 한다는 ‘6·3·3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 운운하며 적반하장 식으로 법원을 몰아붙이고 있다. 대법원장을 향한 탄핵 언급은 정치적 공세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넘은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헌법상 기본 원리이며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조건인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라며 “국민은 사법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떳떳한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의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 李 방관만 해서야> 사설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2심 무죄 판결은 ‘정의’라고 했던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은 ‘법원의 대선 개입’, ‘사법 내란’이라고 몰아붙인다”며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판결로 이 후보는 대선에서 이겨도 정통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시비로 우리 사회는 혼란과 갈등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혼란을 야기한 이 후보는 대법원 판결을 놓고 다투기에 앞서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도리다. 민주당의 과도한 사법부 흔들기도 이 후보가 중단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재판 미루라며 탄핵 협박하는 민주당, 사법부도 통제하나>에서 “피고인 측이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 법원이 거부하면 대법원장까지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이 후보가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게 된 것이 조기 대선이 확정된 후 갑자기 일어난 일도 아니고, 그 책임이 법원에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재명 후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에게 사태의 책임을 묻는 다른 신문과는 달리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번 혼란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사설 <조희대 대법원장, 선거 개입 않겠다고 직접 밝혀야>에서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사법부는 기존에 하던 재판도 멈추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법적으로 3개월 안에 하게 돼 있는 상고심 재판을 36일 만에 해치웠다”며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법원의 재상고심은 중단하고,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6일 한겨레 사설

또 한겨레는 사설 <‘대법원장 탄핵’ 속도조절 민주당, 모든 상황 대비해야>에서 “민주당은 최악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희대 대법원에 의한 국민의 대통령 선출권 박탈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대법원이 사법부의 위상과 신뢰를 스스로 허물어뜨린 이번 일은 나중에라도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 책임 규명을 위한 조처가 탄핵 추진과는 별도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대선 시작과 끝은 ‘국민 주권 발현’, 사법부도 존중해야> 사설에서 “‘졸속 재판’ 시비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하고 키웠다”며 “대법원은 혼란의 책임을 통감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 파기환송심부터 불공정한 오해·시비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약금 면제 요구? 세계 “압박 지나쳐” 경향 “고객은 피해자일 뿐”

SK텔레콤의 해킹 사태에 대한 가입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5일부터 신규가입을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동아일보는 12면 <SKT, 대리점서만 신규가입 중단… “반쪽”> 보도에서 “일반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SK텔레콤으로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관련기사

▲6일 세계일보 사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요구와 관련 세계일보는 사설 <SKT 해킹 책임 크지만, 위약금 면제 압박은 지나쳐>에서 “도가 지나치다”며 “위약금 면제는 때아닌 이통사 갈아타기를 증폭시키며 시장을 교란시킬 우려가 크다.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은 수조원대 손실을 입고, 회사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6일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최악의 유심 혼란, SKT ‘피해자 중심’ 대책 세워야> 사설에서 “회사는 위약금 면제가 거액의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가입자 이탈도 늘릴 수 있어 결정을 미루는 걸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번 사태는 회사 귀책 사유가 크고 고객은 피해자일 뿐이다. 소비자 편익 보호를 앞세우지 않는 대책은 사태 진정과 신뢰 회복까지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가입자 민원·분노가 폭발하자 뒤늦게 유심 교체 방침을 내놓았지만, 물량 부족에 오픈런까지 유심 대란 사태를 불렀다. 이런 결과는 1위 이동통신사가 소비자 구제·신뢰보다 회사 손실 줄이기에 더 골몰한 탓은 아닌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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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탄핵 '타이밍' 재는 민주…이재명 선고 '원천 차단'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5/06 09:00
  • 수정일
    2025/05/06 09: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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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5.06 02:10

  • 수정 2025.05.06 04:24

  • 댓글 1

대법원 아닌 서울고법 단계에서 막겠다는 방침

15일 파기환송 재판…공식선거운동 12일부터

이재명 재판 총 5개, 전부 대선 뒤로 연기 요구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 "11일 밤까지 답하라"

탄핵안은 미리 준비할 듯…'결정적 순간' 표결

이르면 12일 발의, '72시간' 피해 법사위 회부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 둘러싼 논란 분분

'최악 시나리오'도 대비…실패하면 윤석열 귀환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대법원까지 가기 전에 서울고법 단계에서 선고가 나오는 걸 저지해야 한다. 선고가 강행될 조짐이 보이면 바로 탄핵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을 둘러싼 민주당 대응 방침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대한 탄핵소추에 사실상 시동을 걸었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지 않을 경우 탄핵 추진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2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재판부가 연기 신청을 받아들여 일정을 변경할지 여부를 '11일 밤'까지는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11일을 넘기면 민주당이 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지, 아니면 15일 첫 재판 상황까지 지켜볼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을 이유로 불참할 경우 재판부가 어떻게 나올지 좀 더 따져봐야 할 다른 여러 변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입법부가 행사할 수 있는 모든 권한과 전략‧전술을 총동원해 대선 전에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오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5.5. 연합뉴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5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월 1일 조희대 대법원의 사법쿠데타는 극단적 퇴행의 끝판왕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사법쿠데타를 일으켰다"며 "선거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지고지성(至高至聖)의 숭고한 주권 행사의 장이다. 그런데 조희대 사법부는 적법 절차의 원칙, 사법 자제의 원칙, 정치적 중립의 원칙을 모두 버리고 국민의 잔치 한가운데로 칼을 휘두르며 난입했다. 이는 관권선거를 넘어선 판권(判權)선거로, 국민 주권에 대한 도전이자 헌법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는 후보자의 등록이 끝난 때부터 개표 종료시까지 사형·무기 또는 장기 7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행범인이 아니면 체포 또는 구속되지 않는다'고 명시한 공직선거법 제11조를 들어 "이는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규정이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을 두텁게 보호하라는 헌법 정신의 발현"이라며 "그 어떤 행정 권력과 사법 권력으로도 주권자 국민이 가진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음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1 사법쿠데타는 이재명에 대한 사법 살인을 기도한 것을 넘어 국민의 참정권을 향한 사법 사냥을 시도한 것이다. 민주당은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국민이 입법부에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조희대 사법부의 광란의 행진을 반드시 막겠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법봉보다 국민이 위임한 입법부의 의사봉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혔다.

특히 "조희대 사법부는 앞으로 6월 3일 선거전까지 선거 당사자인 후보를 5번이나 재판에 불러 앉힐 것이라고 한다. 선거 개입을 넘어 사법부에 의한 사실상의 선거 방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요청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의 등록이 완료되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5월 12일 이전까지 선거운동 기간 중 잡혀있는 출마 후보들에 대한 공판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5일 경기도 양평군 양평물맑은시장에서 열린 '골목골목 경청투어'에서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5.5.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이번 대선 후보자 등록 기간은 10∼11일이며, 12일부터 대선일 전날인 6월 2일까지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다. 윤 본부장은 명분을 갖춰 '출마 후보들'이라고 포괄적으로 지칭했지만 이재명 후보에게 방점이 찍혀 있음은 물론이다. 이 후보는 대선 때까지 5월 13일(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15일(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20일(위증교사 사건 2심), 27일(대장동‧백현동 사건 1심), 6월 3일(위증교사 사건 2심) 등 무려 5건의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3개의 재판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관건은 피선거권 박탈의 명운이 걸려 있는 15일 파기환송심이 대선 뒤로 연기되느냐 여부다. 윤 본부장은 한 기자가 "12일까지 연기를 안 하면 그때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 절차에 즉각 돌입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묻자 부인하지 않고 "12일까지 연기하지 않으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입법부에 국민이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사법쿠데타가 진행되는 것을 막겠다"고 거듭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필요 최소한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이다. 확대 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명백히 고등법원의 재판 진행은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 그것을 방해하면 헌법을 파괴하고 국민 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신해서 입법부가 응징하겠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서 사법부의 선거 개입을 막을 방법이 이미 다 마련돼 있다"며 "11일 밤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본부장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참정권을 유린하는 헌법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그것이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본인들의 이력에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민주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치욕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나아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사이에서 '이재명 죽이기'를 도모하며 파기환송심을 기획한 특정 세력을 겨냥한 듯 "사법쿠데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내란 세력에게도 경고한다. 6월 항쟁 후 우리 선거사에 관권 개입, 사법 난입 선거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헛된 망상을 버리고 즉시 선거에서 손을 떼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11일 밤까지 기다려본 뒤 이 후보 재판이 연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신속하게 '결행'에 나설 수 있도록 조희대 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미리 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가 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제때 표결을 못하면 '일사부재의'(안건이 한번 국회에서 부결되면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동일 안건을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하는 것)에 걸려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발의를 해도 무조건 24시간이 경과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급하게 표결해야 할 상황이 닥치면 발만 동동거리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일찍 발의했다가 72시간 이내에 표결을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탓에 '타이밍'이 중요하다. 민주당은 이르면 12일쯤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 보고하고 24시간이 지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서 때를 기다리다가 '결정적 순간'이 오면 곧바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사위에 회부해두면 '72시간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탄핵안은 살아 있게 되고 원하는 시점에 본회의에 올릴 수 있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경악은 했지만 이 후보가 6‧3 대선에서 당선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상고 제기 기간 7일(제374조),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20일(제379조) 등 최소한 27일을 보장받기 때문에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나온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법원이 상식을 갖고 행동할 것으로 기대한다면 굉장히 안이한 것이다. 상고이유서 제출을 기다리지 않고 7일 만에 바로 판결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상을 뛰어넘는 대법원의 막무가내 행태를 감안하면 실제 그렇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비록 진보적인 법률가들 사이에서조차 "대법원이 법으로 규정된 피고인의 기본적 방어권 행사마저 무시하는 위법을 저지른다는 건 너무 나간 억측이고 극단적인 가정"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게 제기된 것도 사실이지만, 최전선에 서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 후보가 출마 자격을 잃을지 모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비할 수밖에 없다. 한 번 실기하면 그걸로 끝이고 그 결과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귀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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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안아주며’… 두 어린이집의 특별한 어린이날 소풍

김혜윤기자

수정 2025-05-05 10:02등록 2025-05-05 09:53

지난달 30일 오전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 풋살장에서 하나어린이집과 효성솔빛길어린이집이 함께 연 ‘소소한 소풍’에서 하나 성재(오른쪽 둘째)가 솔빛길 루다를 안아주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번개 구름 비눗방울!”

어린이날을 닷새 앞둔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 화도읍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솔빛길) 풋살장에서 시립하나어린이집(하나) 도한이가 비눗방울 총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외쳤다. 옆에 서 있던 솔빛길 은규는 공중에 둥실 떠다니는 비눗방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날 하나 아이들은 솔빛길의 따뜻한 초대를 받아 이곳에서 ‘소소한 소풍’을 함께 했다. ‘다름을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우리는 하나’를 주제로 한 어린이날 행사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시립하나어린이집은 남양주 최초 장애전담어린이집이다. 뇌병변과 자폐스펙트럼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영유아 17명이 생활하고 있다. 모두 일반어린이집이나 장애통합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처음으로 장애전담어린이집에 입학했다.

하나·솔빛길 어린이집 원아들이 파라슈트 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번 만남은 두 어린이집이 함께 준비한 ‘역통합 교육활동’이다. 역통합 교육은 장애 어린이의 생활 공간에 비장애 어린이가 찾아와 함께 어울리는 교육으로, 아이들은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놀며 공감과 협력을 배울 수 있다. 행사를 앞두고 두 어린이집은 함께 산책하고 놀이하는 사전 만남을 했다. 초반에는 낯선 환경에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갔다.

본 행사는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과자 따먹기 놀이 뒤 열린 체조시간에 “서로를 안아주세요~”라는 선생님 말에 하나 성재와 솔빛길 루다가 포옹했다.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루다는 옆에 앉은 하나 예주가 과자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헤어지기 전 솔빛길 은서는 혼자 걷기 힘들어 유아차에 탄 하나 지아에게 직접 간식 꾸러미를 건넸다.

두 어린이집 아이들이 과자 따먹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 성재와 솔빛길 리현이가 파라슈트 놀이를 함께 즐기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명화 하나 교사는 “사전 만남 때는 겁을 먹고 울던 아이들이 있어서 조금 어려웠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어요. 솔빛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인사도 하고, 나이를 묻기도 하면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어요”라고 했다. 유귀순 솔빛길 원장은 아이들이 점차 경계를 허물고 다가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편견은 어른들이 가지고 있었죠”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이번 행사는 장애·비장애 아이들이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날 ‘소풍’은 1시간 남짓으로 짧았지만,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하나가 돼 어우러진 따뜻한 첫 걸음이었다. 두 어린이집은 이날을 계기로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가며,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가는 기회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

하나 예주(왼쪽 둘째)가 과자 먹는 모습을 솔빛길 루다가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30일 오전 어린이날을 앞두고 경기 남양주시 시립효성솔빛길어린이집 풋살장에서 하나어린이집과 효성솔빛길어린이집이 함께 연 ‘소소한 소풍’에서 하나어린이집 성재가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좋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두 어린이집 아이들이 ‘상어가족’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는 선생님을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소소한 소풍’이 끝나고 솔빛길 원아들이 하나 원아들을 배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어린이집 아이들이 ‘소소한 소풍’에서 받은 선물을 들고 원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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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도 핵무장도 불가능하다면, 비핵무기지대는 어떨까? [정욱식 칼럼]

합의된 정의조차 없는 비핵화, 이젠 비핵지대로 바꿔야

마차가 말을 끄는 방식에서도 벗어나야

8월 한미연합훈련 유예로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길로 다시 나서야

수정 2025-05-05 08:34등록 2025-05-05 08:08

차기 정부가 국민과 함께 짊어질 가장 무거운 짐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핵문제’이다. “머리 위에 이고 살 수 없다”던 북핵은 나날이 커지고 많아지고 있고, 이게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며 펼쳐진 ‘미국 핵우산’을 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도통 미덥지가 않다.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은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다지고 있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체념적인 정서가 강해지면서 국내에선 자체 핵무장론이나 핵 잠재력 확보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게 도전적인 측면이라면 기회의 측면도 존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과의 “관계 재구축” 의사를 지속적으로 피력하면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6월 4일에는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심기일전해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다시 내디딜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존재하는 셈이다.

당위성을 떠나 비핵화는 종언을 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당성을 떠나 자체 핵무장론도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한국의 비약적인 군사력 강화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는 이 두 가지 사이에서 대안처럼 추구되어왔지만, 한미동맹이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조선의 핵과 미사일 능력도 강해져왔다는 점도 톡톡히 경험한 바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나는 우리가 휴전선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70년 넘게 미국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왔다는 역사적 사실부터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두려움의 공감은 두려움의 소비보다 우리를 훨씬 이롭게 하면서 문제 해결의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 공유된 두려움은 군사적 안정에서부터 군비통제와 군축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비핵무기지대(비핵지대)를 차분하게 검토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주장을 내놓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 국내외 환경의 변화는 비핵지대를 공론화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꾸며봤다.

- 비핵화와 비핵지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일반적으로 비핵화와 비핵지대는 특정 국가나 지역에 핵무기가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반도를 놓고 본다면, 30년 넘게 추구되었던 비핵화에는 정작 합의된 정의가 없는 반면에 비핵지대는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이 주장했던 ‘조선반도 비핵화’는 자신의 핵무기 포기뿐만 아니라 미국 핵위협의 근본적인 해결을 의미했다. 반면 미국은 자신의 핵정책에는 손을 대지 않고 조선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로 국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권에 따라 달랐다. 이러한 비핵화를 둘러싼 동상이몽은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에 반해 비핵지대는 하나의 국제 규범으로 자리잡으면서 보다 분명한 정의가 존재한다.

- 한반도 비핵화에는 합의된 정의가 없다고 했는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있지 않은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공동선언의 합의 주체는 “남과 북”이다. 핵심은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적인 당사자에는 미국도 있고, 또 비핵화 협상은 북미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에 대한 합의 주체는 남북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6자회담 협상에서 미국은 비핵화 합의가 한국에 핵무기를 재배치할 미국의 권리까지 제약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에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한반도 비핵화의 당사자는 남북한이기 때문에 미국의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이렇듯 남북미가 공히 합의한 비핵화의 정의는 부재한 상황이다.

- 그럼 한반도 비핵지대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1999년에 유엔 군축위원회가 제정하고 유엔총회가 승인한 가이드라인에 기초하면 된다. 이 가이드라인에도 “핵무기의 개발, 제조, 실험, 보유, 배치, 접수, 반입 등을 금지”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비핵화의 개념과 같다. 그런데 비핵지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식 핵보유국들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인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가 해당 지대 국가에 대한 핵무기의 사용 및 사용 위협을 안 한다는 소극적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해당 지대에는 핵무기 배치도 금지한다는 핵보유국들의 의무도 담겨 있다. 따라서 한반도 비핵지대는 한국과 조선이 조약을 체결하고 5대 공식 핵보유국들이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 의정서를 체결하는 형태이다.

-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비핵지대는 실현 가능성이 있나?

물론 어렵다. 그런데 몇 가지 주목할 점은 있다. 우선 현재 세계 면적의 50%가 넘는 지역이 비핵지대인데, 여기에는 중남미, 아프리카,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일국 비핵지대인 몽골 등이 속해 있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인데 115개국이 비핵지대에 속해 있다. 이렇듯 비핵지대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실현되어왔다는 점은 한반도 핵문제의 대안을 모색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또 비핵화는 30년 넘게 가봤지만 실패한 길이고, 비핵지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한반도 비핵지대로 바꾸자는 것인가?

그렇다. 비핵화라는 용어를 계속 쓰면서 내용적으로 비핵지대를 추구하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아예 용어를 바꾸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존재하지도 않고 합의하기도 힘든 비핵화의 정의를 놓고 더 이상 헤맬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비핵지대를 정의와 목표로 삼는 게 실용적이다. 또 조선은 비핵화라는 표현에 반감부터 표하는데, 비핵지대는 조금이나마 공감을 이룰 수도 있다. ‘조선반도 비핵지대’의 최초 제안자는 조선이고 비핵지대가 보다 공정한 문제 해결 방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 결국 비핵지대도 조선의 핵폐기를 목표로 하는 것인데, ‘불가역적 핵보유’를 천명한 조선이 비핵지대라고 받아들이겠는가?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들다. 다만 비핵화보다는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비핵화를 향한 접근은 대북 경제제재와 무력시위 등 압박에 치우쳤고, 조선이 핵을 포기하면 이것저것 해주겠다는 설득은 ‘그림의 떡’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비핵지대는 조선이 과거에 제안했고, ‘조선반도 비핵화’와 친화성이 있으며, 공정하고 균형적인 핵문제 해결을 포함하고 있다. ‘강압’에 의한, 그래서 실패를 되풀이해온 방식이 아니라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공감’을 통한 접근이라는 뜻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친북적인 주장이라고 비난하지만 비핵지대는 하나의 국제 규범이자 거의 모든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핵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이다. 그래서 조선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조선의 ‘명예로운 선택’과 한미일의 ‘공감을 통한 압박’ 사이에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만들어내야 한다.

- 미국은 동의할까?

과거의 미국은 부정적이었고 현재와 미래의 미국의 입장은 알 수 없다. 1990년을 전후해 조선이 비핵지대를 제안했을 때,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했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주한미군 감축이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더 중요한 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미국·러시아·중국이 먼저 핵군축을 하고 조선 등 다른 핵보유국도 여기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의 핵군축’은 조선의 오래된 화법이다. 그래서 세계의 핵군축의 맥락에 조선의 핵군축도 담아내고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비핵지대를 추진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지대 완성은 불가능하겠지만 ‘한반도나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에 합의한다’는 첫발은 대딛을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비핵지대도 주장하는데, 중국이 핵을 포기할 리 없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동북아 비핵지대는 중국의 핵 폐기를 포함하지 않는다. 한국·조선·일본이 비핵지대 조약을 체결하고 중국을 포함한 5대 핵보유국이 의정서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제한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나의 견해로는 한반도 비핵지대를 먼저 추진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비핵 3원칙’을 내세워온 일본도 포함하는 방식이 어떨까 한다.

- 미국의 핵우산도 없어지는 건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핵보유국이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 및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게 비핵지대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에 핵우산의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어떤 핵보유국이 이러한 국제법적 의무를 저버린다면 다른 핵보유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

- 우리에게도 이점이 있나?

당연하다. 비핵지대에 다가설수록 핵전쟁의 위험과 북핵 대처 비용 및 한미동맹 강화 비용이 줄어들어 우리의 안보와 민생경제에 도움이 된다. 또 비핵지대가 창설되면, 한국에 대한 핵보유국의 위협도 국제법적으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 그럼 비핵지대 실현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우리에겐 아직 이 방식이 생소한 만큼, 우선 공론화가 필요하다. 또 북미대화가 재개되면 ‘군비통제’나 ‘핵군축’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보다는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지혜도 요구된다. 어떻게 표현하든 단박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군비통제→핵군축→비핵지대’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짜야 한다. 무엇보다도 ‘마차가 말을 끄는 방식’에서 ‘말이 마차를 끄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북 제재 해결,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등을 북핵 해결 막바지나 그 다음으로 상정할 것이 아니라 북핵 해결 앞에, 혹은 그 과정에 두어야만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를 향한 마차가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차기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올해 8월로 예정된 연합훈련 유예를 선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만 ‘끝의 시작’을 도모할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sik@gmail.com

2018년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만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트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 출처: 백악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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