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석이 아니라 '법 거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출석을 거부했다"면서 "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헌정 사상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전직 대통령이, 그것도 16차례나 연속으로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전례는 없다. 이는 단순히 '출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모독이며, 사법 정의의 권위를 훼손한 행위다. 그는 과거 자신이 신봉하던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지금 자신에게 적용하지 않는다. 그에게 법은 타인에게는 냉정했지만, 자신에게는 관대하다. 그의 이런 태도는 '법치'가 아니라 '권치(權治)', 즉 권력에 의한 지배의 민낯을 보여준다. 진정한 법치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의 통치이며, 법 앞의 평등이다. 그런데 지금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은 그 법의 근본 정신을 스스로 부정한다.
국민 앞의 책임, 그 무게를 잊었는가
대통령은 한 나라의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존재다. 그런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 자체로 국가의 수치다. 더 큰 문제는 그가 그 책임을 마주할 용기도 없다는 점이다. 국민은 병든 지도자를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를 용서하지 않는다. 병이 있다면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병도 자신의 행위를 대신 변명해 줄 수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국민 앞에 나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하며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것이 공인의 도리이고, 국민이 그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품격이다.
지금의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을 피해자처럼 말한다.
"억울하다" "몸이 아프다" "재판 일정이 너무 잦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가 검찰총장이었을 때, 수많은 피의자들이 '억울하다' '병이 있다'고 호소했을 때, 그들의 사정을 들어준 적이 있었는가. 그의 정의는 언제나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가혹했다. 그 정의의 칼이 이제 자신을 향하자, 그는 그 칼날을 피해 달아나려 한다.
진정한 실명은 육체가 아니라 양심의 실명이다
그가 말하는 '실명 위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양심의 실명, 도덕의 실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육체의 시력을 잃어가고 있을지 모르나,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그는 진실을 보는 눈을 잃었다. 권력의 빛에 눈이 멀어 국민의 고통을 보지 못했고, 사법 권력을 휘두르며 법의 본질을 잊었다. 이제 그 눈이 육체적으로 닫혀가고 있다면, 그것은 신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진실을 외면하고 불의 위에 군림한 자에게 내려지는 상징적 심판이다.
육체의 눈은 감을 수 있지만, 역사의 눈은 결코 감기지 않는다. 법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역사의 심판은 피할 수 없다. 그는 이미 국민의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국민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드러난다. 그때 윤 전 대통령이 내놓을 수 있는 변명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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