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의도치 않은 경우에도 발생한다. 지난해 태국에서는 SNS에 한국에 대한 보이콧을 뜻하는 '밴 코리아(Ban Korea·한국 금지)'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정부가 태국의 불법 체류 문제로 입국 심사를 강화하면서 K-ETA 허가율이 감소하자 불만을 표한 것이다. 태국의 반한 분위기는 크게 확산되지 않았지만, 한국도 언제든지 다른 나라에서 여러 이유로 혐오와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나타난 사례다.
김강민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도 K-문화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명동 같은 대표적인 관광지역에서 시위, 집회가 상시적으로 벌어진다면, 부정적인 효과는 관광 지역에 대한 이미지에 타격으로 온다. 상인에도 여파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K-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반대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긴다면 간접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혐중'을 부추기는 극우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으로 불법체류가 증가하고, 중국인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정란수 교수는 "정치권 등에서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불법체류가 늘어날 것이라든지 이야기하지만 무비자 허용자체는 파급력이 크지 않다"며 "이미 중국인 개별 관광이 8~90%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무비자 입국으로 중국인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릴 것이란 것도 과장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대상은 단체관광객이다. 단체관광객들은 미리 명단을 한국에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등 제약을 받는다. 정부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단체관광객이 입국하기 24시간(선박 입국시 36시간) 전까지 정부에 관광객 명단, 체류지, 여권 정보를 올려 심사받아야 한다.
관광객 이탈이 발생하면 여행사에도 각종 책임을 부과한다. 여행사를 통해 관광객이 여행사 직원과 공모해 이탈하는 등 고의 이탈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해당 여행사는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된다.
또 관광객이 무단으로 이탈하는 비율이 분기별로 평균 2% 이상일 때도 역시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된다. 기존에는 분기별 평균 이탈률이 5% 이상일 때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됐던 것에서 기준이 강화됐다. 전담 여행사 지정이 취소되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더 이상 모객할 수 없다.
정 겸임교수는 "이번에는 자유일정이 없는 형태의 단체관광만 입국해서 불법체류나 이탈을 막기도 했다"며 "이런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잘못 알려지거나, 일부러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희교 교수도 "단체관광객은 이중 제약이 있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검사를 받지 않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서 "여행사에도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체크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단체 관광이 위험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준영 교수는 "(혐중 여론에서) 팩트도 아닌 것을 가지고 주장하는데, 중국도 굉장한 불이익을 본다"면서 "불법 체류를 하더라도 한국에서 불리하게 살아야 하는데 대부분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마치 그런 일을 하려고 온 것인 양 호도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혐중 시위'가 다른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교 교수는 "한국이 세계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1년에 2천만명 가까이 몰려드는 이유도 한국이 안전하고, 한국의 문화가 포용적이라는 이미지가 크다"면서 "이런 혐중 시위들이 중국인들만을 향한 시위로 보이지 않고, 외국을 배척하는 시위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다른 관광객도 줄어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겸임교수는 "관광이라고 하는 부분은 사람들과의 교류이기 때문에 개방성에 기초해야 한다. '나도 환영받고 있다'는 환대받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떤 지역에서는 '중국인들을 막자'라고 반대하는 시위를 하면 좋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조금 한국보다 사회질서 인식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인종 자체를 무시하는 건 문제"라며 "(다른 나라의 외국인도) 그것이 자기한테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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