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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06/30

[노중기/매노]위기 앞에서 희망 살리기 - 산별노조 전환과 등록금후불제

<대안연대칼럼>
위기 앞에서 희망 살리기
 
- 산별노조 전환과 등록금후불제
 
뜨거운 여름의 한 가운데, 이 유월의 마지막 주는 역사에 기록되는 희망의 한 주가 될 것이다. 온 나라를 마비시킨 월드컵 열풍이 잦아들면서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현실로 돌아왔다. 세계 4강, 16강의 신화가 깨지자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저열한 사회복지와 심각한 고용불안, 마구잡이로 탄압받는 노동인권, 냉전수구세력이 압도하는 제도정치 등 모든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여 국가 중 꼴찌인 우리의 막막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 노중기 대안연대 운영위원, 한신대 교수
그중에서도 하이닉스-매그나칩과 코오롱, 레이크사이드CC, 세종병원, KTX 여승무원, 대구경북건설노조와 같은 장기투쟁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는 우리 노동자의 처절한 현실을 웅변하고 있다. 용역깡패에게 두들겨 맞아 머리가 깨지고 다리가 부러져도, 15만볼트 고압송전탑에서, 타워크레인에서 목숨 걸고 외쳐도, 그리고 눈비 맞으며 삼보일배로 엎드려 호소해도 부당해고 노동기본권 박탈의 현실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이 일들이 정녕 비정규직 노동자들만의 일인가?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그것은 정규직을 마음껏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 위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또 ‘노사관계 선진화방안’(로드맵)은 어떤가?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제약하기 위한 전면적 공세 외에 그 어떤 ‘선진화’가 있는가 말이다. ‘신뢰와 존중, 참여와 협력을 통한 합리적 선진적 노사관계’라는 달콤한 말은 그 본질에 있어 노사협력주의, 어용노조주의로 민주노조를 압살하려는 시도이다. 이것에 저항하면 ‘법과 원칙’, 곧 무자비한 탄압이 준비되어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금 ‘희망’을 말할 수 있는가?

금주에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을 보면서 필자는 그래도 희망을 말하려고 한다. 그 하나는 교수노조가 주도하고 있는 '돈 걱정 없는 대학 만들기 1000+1000Km 대장정‘이며, 다른 하나는 금속노동자들의 산별전환 동시투표이다.

연대를 '선행실천' 하기 위한 교수들의 대장정

먼저 교수노조의 국토 대장정은 부산, 순천, 태백에서 출발하여 서울까지 2,000Km를 교수들이 걷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1,000Km를 걸어 사립학교법을 개정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지역 순회프로그램을 포함하여 거리를 배로 늘였다. 뜨거운 한여름 햇살과 장마철 장대비를 뚫고 전국에서 모인 교수들이 고행을 자처한 것에는 나름의 절박함이 있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대학의 등록금은 매년 10% 이상 인상되어 이제 연 1,000만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등록금이 없어 휴학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학기 중에는 아르바이트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지금 대학의 현실이다. 또 최근에는 의학, 법학 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으로 수천만원의 등록금이 없으면 의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조차 뺏으려 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 서민의 아이들은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조차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매년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투쟁(이른바 등투)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점거투쟁으로 행정기능이 마비되고 학생들과 선생들이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모순이 되풀이되었다. 투쟁은 각 학교별로 매년 되풀이되었으나 등록금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었다. 예컨대 올해 등록금 인상이 동결되면 그 다음해에는 두 배가 올랐기 때문이었다. 또 한 학교의 대폭 인상은 다른 학교의 대폭 인상을 불러오기 때문이었다.

대장정을 통해서 교수노조가 제기한 ‘등록금 후불제’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노력이었다. 또 교육을 사회가 책임지는 무상교육을 현실화하는 특단의 방안이다.(자세한 내용은 교수노조 홈페이지 http://www.kpu.or.kr 참고)

교수노조의 등록금 후불제에는 희망이 숨어 있다. 그것은 한마디로 연대정신이다. 사실 교수들은 학생과 학부모가 납입하는 고액의 등록금에 생계를 의존하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등록금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수들이 고행을 자처한 것은 더이상 교육모순을 학부모에게 전가할 수 없으며 학생들의 희생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개별 학교 간의 시장 경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신자유주의 교육체제의 모순을 더이상은 용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순은 결국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교수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후불제에는 교수와 학생, 학부모가, 그리고 전국의 대학들이 담을 허물고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는 연대의식이 담겨 있다. 

금속노동자들의 산별노조 전환의 결단은 교수노동자들의 등록금 후불제 투쟁과 결코 다르지 않다. 양자 모두에는 바로 이웃의 노동자, 같이 일하는 동료, 특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대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해 동안 모두가 노동운동의 위기, 민주노조의 위기를 설파해 왔다. 특히 국가와 자본, 그리고 수많은 언론, 학자들이 위기는 대사업장(특히 금속산업) 노동자들의 전투적인 파업투쟁과 실리주의(이기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대화하고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처방도 제시되었다.

또 민주노조에 대해서는 부패집단으로, 때로는 반민주적 권력집단으로, 노동귀족으로 왜곡하고 선동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비정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며 차별대우 하고 있다는 비난은 결정타였다. 정도의 차이를 무시한다면 여기에는 수구 보수 여야정당, 조중동문과 친정부 개혁신문, 보수와 개혁 시민운동을 망라하는 거의 모든 사회세력들이 동참하였다. 지금도 계속되는 이런 이데올로기 공세로 말미암아 민주노조와 노동자들은 이제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1987년 이후 우리 민주노조운동의 골간을 형성하고 있는 민주노조들, 곧 현대차노조, 기아차노조, 대우차노조, 쌍용차노조, 대우조선노조, 한국델파이노조, 로템노조, 현대미포조선노조, 현대제철노조, 삼화금속노조, 비엔지스틸노조, 현대하이스코노조, 비엔테크노조, 일진소재산업노조, 수산중공업노조, 항공우주노조, 캐리어노조와 그 10만 조합원들은 이제 결단을 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이 땅의 1,500만 노동자들이 선진 노동자들의 결단을 지켜보고 있다.

개별 학교별로 진행되는 등록금 투쟁은 전망이 없다. 그것은 교수와 학생, 직원과 학부모를 서로 싸우게 만들 뿐이다. 이 경우 집단이기주의라 해도 반박하기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개별 기업별로 구성된 노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투쟁하거나, 혹은 불안한 고용 때문에 고율의 임금인상을 획득하려 해도 돌아오는 것은 비난과 욕설밖에 없다. 그것이 아니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 하청노동자 사이에서 이전투구식의 갈등이 재연되고 그 결과는 전반적인 노동조건, 고용조건의 악화로 귀결된다. 지난 10년간 충분히 경험하지 않았는가?

다시 이제 희망이 있는가? 산별노조 전환의 결단은 단지 규모가 큰 금속노조의 결성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더이상 ‘공공의 적’으로 몰리지 않겠다는 결단이며 동료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해방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겠다는 주체 선언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연대의 정신이 담겨 있다. 그 연대정신은 개별 사업장 별로 이루어지는 임금,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은 더이상 전망이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현대차의 파업투쟁이 대우차의 ‘즐거움’이 되는 처절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더 나아가 정규직의 고용불안이 비정규직노동자를 해고하고, 하청업체 동료들의 임금을 빼앗는 악순환으로 나아가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거부선언이다. 그리고 기업노조와 정규직노동자가 회사와 노사 ‘화합’ 하여 비정규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착취하는 관행 아닌 관행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결단이다. 곧 위기에 내몰린 민주노조를 새로이 세우는 역사적 결단인 것이다.

물거품이 된 월드컵 16강의 꿈 대신 이런 희망의 꿈은 어떤가? 교수노동자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인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로 연대하는 사회, 그리하여 돈 걱정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고용을 보장받는 한국사회의 꿈 말이다. 지금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결단이 절실히 필요하다.
 
노중기 대안연대 운영위원, 한신대 교수 
      
2006-06-27 오후 6:07:18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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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일 인터뷰]“노동운동 위기 기업별노조 탓”

[현장-의견] “노동운동 위기 기업별노조 탓”

금속노조신문  제52호
교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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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에 만난 사람 교수선언의 주역 경남대 교수 임영일 =


“앞으로 ‘민주노조 총단결’이라는 구호는 의미가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업장단위의 복수노조가 시행된다면 말이죠” 경남대에서 만난 임영일 교수의 말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이 노동현안에 대해 성명을 낸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거나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의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성명을 낸 일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한 ‘호소문’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정부와 사용자에게 목소리를 낸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그리고 탄압중단이나 해결촉구의 내용이 아니라 조직적 과제 실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산별전환 방침을 갖고 온 힘을 쏟고 있는 조합 간부들에게 힘을 주고, 조합원 여론 형성에 도움 줄 것을 찾아보자는 의견 제기로부터 시작하게 됐는데 시간의 촉박함과 조직과정의 허술함으로 인해 논란을 빚었다”며 좀더 확인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중앙일보는 명의도용이라는 극한 표현을 썼으나 총회에서 결정했고, 메일을 보내 확인토록 한 것”이라며 “이번 주내로 재차 최종 확인작업을 거쳐 27일쯤 다시 낼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한 다음 날인 22일 111명의 진보학자들이 재차 서명한 호소문을 다시 발표했다.

‘저지투쟁’은 잘 해야 현상유지

“노동운동의 위기는 여러 측면이 다 있지만 주요한 측면이 뭐냐인데 기업별 조직체계를 두고 혁신작업의 효과를 과연 기대할 수 있느냐 그것이 가능하냐를 판단해보면 핵심은 기업별노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며 현 노동운동의 위기를 기업별노조로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산별은 우리 스스로 결의함으로써 가능한 것이기에 산별전환으로 돌파구가 열리면 노동정세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 이후 노조운동은 사실 수세적, 방어적 운동을 해왔고 이를 반전시킬 계기가 바로 산별노조라는 얘기다. “방어적인 ‘저지투쟁’은 성공하더라도 ‘현상유지’이고 더 나빠지지 않을 뿐이지 더 얻거나 희망을 주는 투쟁이 아니다. 이제 저지투쟁에서 벗어나 공세적으로 노동의 요구를 걸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정규직 문제와 산별에 대해서도 임 교수는 단호했다. “비정규법안 저지, 노사관계로드맵 저지 투쟁은 진정성이 없는 투쟁이다. 비정규직이 50%를 넘어서게 된 건 어제오늘 갑자기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기업별 틀내에서 안주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못한 게 오늘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꼬집는다.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도 산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의 구조속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교섭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조합원들의 요구를 담은 내용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명하달식이 아니라 산별, 지역별로 진행된 내용을 모아 전국적 틀로 정리하는 것이 사회적 교섭이므로 지역, 산업단위의 교섭과 협약이 축적된 것이 있어야 전국적 협약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죠”

“기업별노조 회사 장사될때만 유효”

산별전환후 조직체계문제가 쟁점이 될 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얘기되고 있는 과도적으로 3년동안 기업지부 인정은 당분간 인정하더라도 ‘과도기’에 대한 내용은 절실히 필요하다”“지역과 기업지부를 한 틀 속에 묶고 기업지부의 재정과 인력 일부분을 지역에 반드시 파견하고, 회의 등 지역단위의 일상적인 체계와 활동을 함께 해야 이후 전망논의도 가능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규모가 큰 노조의 경우 솔직히 큰 일 벌어질 거 없을 거다. 근데 고용문제만 보더라도 기업별노조는 회사가 장사되는 동안만 살아남는 정도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노조없이 비정규직으로 살게 될 내 후세의 삶과 노동운동의 미래를 생각하면 ‘나 몰라라’며 할 문제가 아닌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산별전환한다고 바로 꿈같은 미래가 펼쳐지기보다는 당장은 힘들 수도 있는데 금속의 산별노조 완성은 이미 금속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노동운동의 향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고, 노사관계를 결정짓는 한판 승부”라며 금속노동자의 결단과 승리는 정말 중요하다고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또 강조한다.
 

2006-06-28 0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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