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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22
    [詩] 그의 부재
    챈챈
  2. 2008/12/13
    엄마가 쓰는 시...
    챈챈
  3. 2008/12/13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챈챈

[詩] 그의 부재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5년...

엄마에게는 그 빈자리를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쌓였던 남편이었고...

자식의 죽음을 아직도 모르시는 병든 할머니에게는 그리움이 뼛 속에 사무쳐 이제 원망만 남은 못된 자식놈이다.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가 문득 문득 아빠의 기억을 들추는 나와는 달리

엄마와 할머니에게 남편과 자식의 부재는

살 떨리게 아픈 상처고 미련스러울만치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그의 부재

                                                                황영선


화양면 이천리에 가면 햇볕이 잘드는 언덕 위에
사랑으로 담을 쌓은 사랑의 집이 있습니다.
그곳엔 저의 시어머님이 계시고 자식없어 오갈 데 없으신 노인분들께서
풀기없는 눈망울 껌벅이신 채 종일 어두운 귀 열어 놓으시고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십니다.
찾아올 자식도 없지만 오늘은 행여나 내일은 오겠지 하는 맘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어머님을 모셔놓고 몇 해 동안 잊고 있다
지난 추석무렵에야  그 사랑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어머님을 뵈면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하나.
이제야 왔다고 내치시지는 않으실까?
그 보다 세상 떠난 애비를 물어보시면 뭐라고 대답해 드리지?
두근거리는 맘으로 어머님 계신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 새 몰라보게 작아지신 어머님,
한참만에야 저를 알아보신 어머님은
"아이고 이게 누구여? 오메 창렬이 엄니 아니여? 반갑네 반가와"
어머님은 제 손을 잡으시고 금방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시상에 자식보다 낫네그려 우리 자식들은 에미가 죽어도 모를것이여.
  창렬이 엄니가 우리 자식들한테 말좀 전해 주소.
  에미가 날마다 지달린다고.  
  그라고 우리 큰 아들 말인디 나가 그놈을 어찌 키운지 창렬이 엄니는 다~알제잉.
  근디 시상에 설을 다섯번이나 쇤는디 여그를 한번도 안 온당께.
  멀리 발령이 났다고 들었는디 징허게 무심한 놈이여."

어머님은 뼈만 앙상해진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나 죽기전에 우리 큰 아들을 꼭 봐야헐건디.
  우리 며느리는 아그들 키우니라고 꼼짝도 못 헐 것이고.
  근디 창렬이 엄니도 인자 많이 늙어부렀네. 각시 때는 영 고왔는디."

어머님은 불효한 이 며느리를 예전에 옆집살던 창렬이 어머니로 아셨습니다.
그러기에 당신 가슴 속에 내내 품고 계신 말씀을 죄다 쏟아 놓으신 게지요.
만약 저를 알아보셨더라면 정작 하시고 싶은 말씀 속에 접고
그간의 원망을 침묵으로 대신 하셨겠지요.
어머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기어들어간 제 목소리에

"아이고 나보고 어머니라니 창렬이 엄니 노망들었구만.
나 용산떡이여 채은이 할매"
큰 손녀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계신 어머님은 정신을 놓으신게 아니었습니다.  

어머님을 뵈면 꼭 알려 드려야할 말이 있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시고 오년 동안 아니 앞으로도 계속 기다리실 큰 아들의 부재를
이제는 알려드려야겠다고 벼르고 별렀던 오늘이었는데
끝내 못하고 다시 가슴에 담아야 했습니다.

모시지 못한 불효도 큰 데 어머님 가슴에 자식까지 묻으시게 할 순 없어
그냥 옆집 창렬이 어머니인 채로 무거운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머님, 천하에 몹쓸 불효를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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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는 시...

 

몇 년 전부터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 다니면서 시를 쓰기 시작한 엄마...

엄마가 무언가에 몰두하고 고민하는 것을 본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다.

 

항상 새벽녁이나 되어야 가게문을 닫고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던 엄마였다.

계속 적자 운영을 하던 가게를 어느 날 정리를 하더니...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의 한이었는데...

나는 엄마의 용기와 선택이 정말 기뻤다.

 

엄마는 그 좋아하던 고스톱도 끊었다.

엄마의 침대 머리 밑에는 학교서 내준 숙제를 하기 위해 펼쳐진  노트들과 종이들이 쌓여갔고...

엄마는 그렇게 시를 쓰기 시작했다.

 

가끔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엄마가 쓴 시를 읽어주겠노라고 한다. 하지만, 딸내미 앞이라 무척 쑥스러운가 보다.

항상 시의 의미를 느낄 겨를도 없이 단숨에 읽어버리신다.

나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칭찬은 별로 못해드리고... 낭송 못한다는 타박만 한다.

 

엄마가 30년만에 정말 엄마 인생을 살고 계신다.

가난한 농사꾼의 집 맏며느리도, 네 아이의 엄마도, 먼저 하늘로 간 남편의 아내도 아닌 진짜...

엄마의 인생을 만들고 있다.

 

난 딸이 아닌... 같은 여성으로서,

그런 엄마의 새로운 길찾기를 조용히 응원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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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이틀 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을 처음 보았다.

 

[사진출처] 컬처뉴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모토!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10년 전 대학 때 연극질 하면서... 품었던 꿈이... 바로 

지속가능한 딴따라~ 였다.

 

그래서 더욱 반갑기도 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지금 살아가고 있는데....

 

딴따라질에서 멀리 와버린 난.... 

난 지금 지속가능한 '질'  혹은 '짓'을 하며 살고 있는가?

 

뭐.... 답은 아직 .... ㅋ

 

결국 삘만 잔뜩 받아서... 

잘 들리지도 않을 2층에서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쳤다. 컥~  -_-;;;

 

 

싸구려커피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운 내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비가 내리면 처마 밑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비가 그쳐도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하늘이라고 머리 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걸 뭔가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낮게
머리카락에 거의 닿게 조그만 뛰어도 정수리를
쿵!하고 찢을거 같은데
벽장속 제습제는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모기 때려잡다 번진 피가 묻은 거울을 볼때마다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구부러진 칫솔 갖다 이빨을 닦다 보면은
잇몸에 피가 나게 닦아도 당췌 치석은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땃는지도 모르는 미지근한 콜라가 담긴
캔을 입에 가져가 한모금 아뿔사 담배 꽁초가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이런 상황은 뭔가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바퀴벌레 한 마리쯤 쓱 지나가도
무거은 매일 아침엔 다만 그저 약간에
기침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축축한 이불을 갠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덜 갠 하늘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질 않다
수만번 본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것도 없이 텅빈 나를 잠근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
눅눅한 비닐 장판에 발바닥이 쩍 하고
달라붙었다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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