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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6
    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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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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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슬씨에게 보내는 한 청년의 편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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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10/04/16
    김예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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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정국에 대한 메모

 

 

<반MB연대, 거품 빠지나?> (레디앙)

 

사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유시민의 지지율이 김문수를 앞지르는 걸 보고 유시민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도지사 토론회에 나와서 하는 걸 봐도 그 쪽에 승산이 있다고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미운놈에게 쓸데없는 기대를 좀 걸어봤건만 이건 뭐 삼일천하도 아니고...

 

위의 레디앙 기사에서도 보이듯이 소위 유시민효과, 노풍 따위는 기력이 소진한 것 같다. 언론에서 주구장창 때려대는 통에 나도 잠시 혹했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실제 유시민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나 했었는지 의문이다. 김진표와 단일화 성사 이후 반짝 반등 하면서 다른 지역 친노 후보들도 동반상승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걸 무슨 대단한 흐름이라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한명숙도 검찰 조사 결과 무죄로 나온 이후 한 차례 오세훈을 지지율로 앞선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검찰 조사 무죄, 0.06%차이의 단일화 승리. 이런 류의 소소한 이벤트의 생명력은 그리 오래 갈 수 없는 것. 아무래도 내가 잠시 혹했던 유시민의 말빨 개인기도 전체 판세를 뒤집기에는 아나쑥덕일 뿐인듯 하다.

 

이게 야당들에서 항변을 할 법한 '북풍효과'냐 하면, 위 기사가 말해주듯이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문수의 지지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유시민의 지지율만 떨어진 것. 한명숙도 마찬가지.

 

그러나 주목해 볼 것은 유시민과 함께 지지율이 상승했던 충남의 안희정과 경남의 김두관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이다. 최근엔 2위 후보와 10%이상 격차를 내기도 했다. 유시민, 한명숙에겐 없지만 이들에게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사에 따르면 이 둘은 해당 지역의 밑바닥 민심을 자극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안 후보 캠프는 ‘충남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지도자를 키워야 한다’는 호소가 먹히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25일 “영남과 호남이라는 큰 세력 사이에서 2인자 전략을 추구해 왔기 때문에 충청은 항상 3등밖에 할 수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종시 정책이 바뀌는 등 부침이 심했다”면서 “2등 전략을 포기하고 큰 인물을 만들자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를 자극하는 데 주력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15년간 이 지역 자치단체장을 독점해 도정이 견제가 없었고, 경북 출신 대통령이 등장한 뒤 4대강 공사 수주 등에서 경남 기업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소외론’이 컸다”며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지역주민들의 바람이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민일보 5/25)

 

내 생각엔 위 기사는 안 후보에 대한 분석은 정확한 것 같다. 말하자면 그는 충청도식 지역주의를 자극한 것이다. 어차피 한나라당 빼고는 다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당과 차별화하려면 그 동안 김종필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지역 토호당을 자임했던 선진당의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하지만 김두관에 대한 분석은 뭔가 부족하다. 한나라당 독주 견제 심리 자극은 김두관 뿐만 아니라 모든 야당 후보들이 노린 바인데, 왜 김두관에게만 통하나? 오히려 그가 진정 '노무현의 길'을 걸은게 주효했다고 봐야 한다. 바보소리 들으면서도 연거푸 부산에 출마하던 그 뚝심(?)!! 지난 몇 차례 총선에서도 김두관은 이 지역에 출마해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그래도 또 나왔다. 그게 지역주의 타파든 뭐든 간에 한나라당 텃밭인 이 지역에서 그 정도의 뚝심을 밀어붙인데 대한 지역민들의 보답(?)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유시민도 이번에 카메라 몇번 더 잡히겠다고 수도권으로 올라갈 게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대로 대구시장 선거에 나왔어야 했다. 하지만 방물장수 기질을 못 버리고 또 카메라를 쫓아갔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                     *                     *

 

 

어쨌든 그건 그렇고, 민주당의 북풍 맞공세는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다음 기사가 현재 민주당이 똥줄타는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은데, (<2002 연평해전, 2010 천안함 ... 한나라당 두 얼굴>(프레시안)) 사실 말이야 맞는 말이지만, 이런식의 '안보무능정권'이란 공세가 한나라당에 타격을 줄 것 같진 않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안보'라는 키워드는 보수파의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계속 천안함 사태에 맞대응 하겠다고 '안보'키워드를 꺼내면 꺼낼수록 선거 전략은 어그러질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에게 선거기조가 있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쨌든 무상급식 열풍 이후 나름 급식과 보육을 중심에 놓고 복지를 강화하는 것에 선거전의 키포인트를 잡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더 안보 잘 한다'는 식으로 가면, 한나라당은 그것에 맞대응 하기 위해서 강경대응에 더 목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천안함 사태와 '안보'는 완벽한 블랙홀이다.

 

그렇다고 북풍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야당이 처한 곤란한 상황이다. 지금과 같이 남북간에 벌어지는 치킨게임을 최소한 '보류'라도 시킬 수 있는 논리는 거대 양당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듯이 '안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논리에 있는 것인데, 누구도 이를 '전쟁 날 것 같다'는 불확실한 공포에 사로잡힌 대중 정서를 붙잡을 수 있도록 여론지형 상에 실물화시키지 못한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진보신당은 또 안습이 되어버렸다. 반MB와 선을 긋고 독자행보를 해 나가려는데 천안함 사태때문에 이른바 '범야권'이 벌여놓은 비상시국회의라는 판에 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서도 진보신당의 기조 중 하나인 '평화'의 내용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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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후기.

서울시장 토론회는 11시 15분에 시작했는데도 끝까지 보는데 졸려 죽는 줄 알았는데, 경기도지사 토론회는 아예 12시 30분에 시작을 하더라. 뭐 어젯밤에는 그래도 그렇게 피곤하지 않아서 제대로 집중하고 보긴 했는데, 이렇게 늦은 시각에 하면 누가 토론회를 보나... 어제 했던 '후+'같은 프로그램은 그냥 하루 쉬고 토론회를 일찍 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여하간에...

어제 토론회는 인정하기 싫지만, 유시민의 판정승이다. 유시민이 TV토론회에 나와서 얘기하는 걸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 그래, 대한민국에서 이빨까는건 니가 짱이다!!

 

아쉬운건 심상정이다. 물론 심상정 자리에 한명숙 같이 얌전빼는 후보가 와서 앉아 있었으면 유시민-김문수 양자대결 구도에서 쩌리신세를 면치 못했을 판인데, 심상정은 나름 적제적소에서 김문수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아, 심 후보님... 그래도 토론회 나올 땐 토론진행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숙지는 하고 계셔야죠..ㅠ.ㅠ 어제 토론회는 사회자도 그런 프로그램 처음 맡아본 사람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토론 진행도 많이 미숙했고, 후보들도 우와좌왕 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

 

그런데 심상정의 실수는 너무 결정적인 것이었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1) 모두발언

모두발언을 보면 심 후보가 뭔가 발언을 준비해 오긴 했는데, 말하다가 까먹어서 중간에 중요한 부분을 잘라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토론시작 전에 MBC에서 준비한 세 후보의 인연에 대한 영상이 나갔는데, 그 얘길 이어가면서 여전히 그 때 신념을 유지하며 진보의 길을 가고 있는 건 자신뿐이다, 라고 말하더니 잠깐 침묵. (아마도 여기서 뭔가 중요한 말을 까먹은듯.) 그러더니 갑자기 "이번 선거는 양극화세력과 복지세력의 대결이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로 넘어갔다. 이 '양극화세력'이라는 규정은 '참여정부+MB정부'를 싸잡아 몰아넣는 개념일텐데, 침묵하던 그 순간에 유시민과 김문수가 사실상 제도권 정치 입문 이후 양극화라는 같은 길을 갔다는 얘기를 했어야 했다. 이 말이 빠지니 말의 앞뒤가 좀 안맞는 느낌...

 

2) 김문수 공약토론

김문수는 경기도의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 전역을 30분만에 오갈 수 있는 GTX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상정은 지금 경기도내에 지하철들이 매우 많고, 이들간의 환승 시스템을 잘 조정하면 그런 사업 안해도 충분하다고 맞받았는데, 내가 듣기엔 뭔가 말이 매끄럽게 흐르지 못하고 '그런 사업 굳이 할 필요 없다'는 쌩까기 모드가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삽질하겠다는 사람에겐 삽질을 할 이유가 없으면 만들면 그만이다. 나는 김문수가 이 때 너무나 뻔뻔스럽게 CEO처럼 '사업 설명'을 하는 걸 보고 쫌 뜨악했는데, 김문수의 이런 자세를 비판하는 심상정의 방향타가 좀 어긋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유시민은 사실 심상정이랑 그렇게 다른 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뭔가 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즉 뭔가 주요한 팩트들을 나열하면서 이 사업의 공사비 타당성의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무력화하는 방식이 주효했다. 그러나 끝까지 김문수는 'GTX 반대하는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다'라는 뻔뻔 모드로 나가긴 했지만...

 

3) 유시민 공약토론

이 부분에서 유시민이 정말 토론 구도를 잘 잡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여 실개천 살리기를 강조했는데, 아마 같은 진영의 한명숙이었다면 그런 구도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한명숙은 환경부 장관하면서 한나라당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말을 한게 좀 있어서 역공의 여지가 있지만, 유시민은 자기가 직접 그런 말을 한 것도 아니어서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4대강과 실개천관련 토론은 거의 난타전 수준.

그런데 여기서 심상정의 질문타임으로 넘어가는데, 분명 이 질문타임은 유시민 후보 공약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심 후보는 한나라당의 4대강 사업 비판에 몰입해 있어서 그런지 김문수 후보 비판하는데 첫번째 질문시간을 다 써버렸다. 그러니 유시민도 당황하여 "지금 저한테 질문하셔야 하는 건데..."라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한강 대운하 사업은 건설 토목사업에 미쳐서 그런것도 있지만, 대형 리조트를 유치하려는 것에 문제점도 있다는 꼭 필요한 얘기도 있었지만, 그 얘기는 간단히 하고 유시민 비판으로 빨리 넘어가야 했다. 사실 심상정이 한 얘기는 대부분 앞에서 유시민이 다 한 얘기다. 토론 구도상 같은 얘기 반복해 봐야 득될게 없다.

두번째 질문 기회때, 지금 야당이 4대강은 반대하지만 참여정부때 새만금을 비롯한 반환경정책을 폈다는 비판을 수경스님의 발언을 인용하여 했는데, 이건 괜찮았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앞의 질문기회까지 이용해서 좀 더 풍부하게 깔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이 남더라... 사실 새만금 말고도 얼마나 많은가? 천성산, 부안 핵폐기장 등... 물론 유시민이 그 정책의 담당자는 아니었느니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갈 수는 있었겠지만, 어차피 그 토론회가 각 정당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나와서 벌이는 난타전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여정부의 실정을 유시민에게 독박씌우는(?) 토론방식이 그리 나쁠 이유는 없었다.

 

4) 심상정 공약토론

나 스스로가 요즘 핀란드, 핀란드 해대는 유행이 그렇게 맘에 드는게 아니어서 좀 그랬지만, 토론 자체는 잘 한 것 같다.

 

5) 주제토론

주제가 '경기도 규제완화와 경쟁력 강화 방안'이었는데, MBC에서 아예 난타전을 위한 판을 깔아줬다. 워낙 유시민이 능구렁이여서 자기 입장은 '규제 완화'에 무게 중심이 가 있으면서도 김문수와의 차별점을 용케도 형성해 내는 모습이 정말 기가 막힐 뿐이었다. 하여간 이빨은...

여기서는 심 후보가 우회로를 타지 않고 정공법으로 김문수를 공략하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시민 자리에 한명숙이 와 앉아 있었다면 심상정이 고공 플레이하면서 둘 다 날려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유시민이 워낙 판을 잘 짰다는 생각 밖에는...

 

6) 후보간 상호 자유토론

이 자리에서는 김문수의 천안함 공세가 '단연'(?) 돋보이는 자리였다. 김문수는 4번의 질문 기회를 천안함 얘기로 다 써버렸는데, 아무래도 3-40대 표는 포기한 것 같아 보였다. 어제 잠깐 공무원 아저씨들과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얘기해 본 바로는 '정부에서 얘기하는데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한데 뭔가 찜찜하다'라는게 대세였다. 그 와중에 몇몇 분은 여전히 한미합동훈련 와중에 어떻게 잠수정이 레이더에 안 잡힐 수 있냐고, 정말 '상식' 수준에서 의심을 품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그런데 김문수의 발언은 그런 청장년층의 상식과 배치는 것이었다. 그런식의 색깔공세, 국가관 공세가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득표력 확장에는 도움을 못 줄듯 싶다.

여기서 또 심상정의 실수가 있었는데, 심 후보는 주어진 두 번의 찬스기회를 같은 얘기하는데 다 써 버렸다는 것이다. 심 후보는 김문수에게 주택정책 부재를 비판하면서 3번의 질문을 쓰고 나서 (이 부분은 참 잘 했다. 김문수의 '경기도가 집 구하기 제일 좋은 곳이다'라는 말에 아연실색 -_-;;) 남은 한번을 유시민에게 "복지정책에 신경을 많이 쓰긴 했는데 한미FTA등 그 자체로 복지를 파괴하는 정책에 대한 수정은 전혀 안 되어 있다"는 비판을 했다. 이에 유시민은 노무현의 <진보의 미래>를 인용하면서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리였다'는 말을 했는데, 심상정이 찬스를 썼을 때 공격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대통령이 진보를 이루기에 적합하지 않은 자리였다면, 서민과 진보를 참칭하면서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거나, 그렇다면 당신들은 백날 집권해도 한나라당과 다를게 없다거나... 뭐 이렇게 직설적인 비판이 필요했는데... 갑자기 윤증현의 의료민영화 얘기를 하더니 그게 유시민이 복지부 장관 할때 다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질문 자체야 좋았지만, 타이밍이 별로 안 좋았던 것 같고, 말을 깔끔하게 맺지 못해서 질문이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그래서 뭔가 아쉬웠는지 다음번 찬스 쓸때도 또 의료민영화 얘기를 했는데, 사실 첫번째 찬스 쓸 때랑 똑같은 얘기였다. 아, 아까운 찬스 두 번을 그렇게 날려버리다니...

의료 정책 관련 토론에선 유시민이 정말 무서운 놈이란 생각을 하고야 말았는데, 지가 복지부장관 재직할때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파스모아서 생계에 보태쓰는것도 아까워서 수급권도 축소했던 놈이 경기도지사 선거 한다고, 예방 중심의 의료공급 체계라는 '안성생협'사례까지 꿰고 앉아서  심상정의 의료분야 공약을 '치료중심의, 병원 많이가게 조장하는 공약'이라고 공격했다. 심상정 또한 적절히 맞받아 치면서 빠져나갔지만, 이미 유시민 스스로가 개혁적 복지전문가 이미지를 세운것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        *        *

 

 

여하간 어젯밤 토론은 근래에 보기 힘든 쟁쟁한 토론이었다. 그런 판에서 김문수는 오세훈처럼 공격형 토론을 할 여지를 만들지 못한 것 같고, 심상정은 선전했으나 유시민의 거짓 이미지 구축을 무너뜨리는데는 역부족이었던 듯 하다. 토론 진행 방식 숙지만 제대로 했어도 좀 나았을 것을....

 

그런데 어쨌든 이런 판으로 가면 20대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층 표는 유시민이 다 가져갈 것 같다는... 아무래도 정책 상의 비교 검증이 될 수 없는 선거판이다보니 좀 상식이 있다는 젊은 층은 이빨까는 것만 보고 뽑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래 링크는 그 여실한 증거물...

 

http://yhhan.tistory.com/entry/펌-어느-진보신당-후보와-유빠-친구와의-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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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후기.

오늘 아침 출근하자 마자 진보신당 당게, 아고라, 프레시안, 레디앙, 네이버 검색 등등을 뒤져보며 어제 토론회 관련 내용들을 훑어봤다. 난 어제 토론회를 보고 사실상 노회찬-오세훈의 대결이었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오마이뉴스 기사가 떡하니 이렇게 떠 버렸다.

 

서울시 '복지 전쟁' ... 돋보였던 한명숙-노회찬 공조

 

오마이야 그렇다치고, 프레시안도 비슷한 논조였다. (MB 찌르고, 盧 공격하고…서울시장 TV토론 '난타전') 결국 이들의 논점은 이번 토론의 주요 쟁점은 '노무현 대 이명박'의 대결이라는 것이고, 여기서 노회찬은 화려한 말빨로 한명숙을 지원사격했다는 것이다.

 

이건 원 토론회를 똥구녕으로 보지 않는 이상 이딴 결론이 나올 수 없다. 심지어 아고라에 죽치고 있는 노빠들은 노회찬이 막판까지 선거운동을 계속하면서 오세훈 때리기로 한명숙을 지원하고 결국엔 단일화를 할 것이라는 변태스런 상상들을 하고 계신다. 이거야 원 개혁 대 보수라는 자신들의 환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노빠들에게는 무슨 말을 해도 씨알이 먹혀들질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어제 토론회의 순위를 매겨보자면 노회찬>오세훈>지상욱>한명숙 순이다. 중요한 것은 한명숙이 지상욱보다 심각하게 떨어지는 토론능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건 단순히 말빨이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낼 정책이 사실상 부재했고 상대방의 공격에 대한 대처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전의 정치행보들이 오락가락 했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없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상욱 후보는 '자율형 시민건강보험'이라는 독특한 정책(타당성에는 의문이 가지만)과, 도시공학 전문가라는 장점을 내세워 오세훈의 도시정책에 대한 그래도 '들어줄만한' 비평을 가했다.

 

한명숙의 어제 토론에서 가장 돋보였던 말은 '거짓말이다' 뿐이었다. 자기가 국제고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는 오세훈 후보의 공격에 대해 "사실 왜곡이다, 그런 거짓말 하시면 안된다"는 생때쓰기를 해댔다. 졸려서 제대로 집중을 못해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얘기하려고 소중한 찬스타임까지 날려먹었다.

 

반면 한명숙의 오세훈 공격은, 다음 아고라에서 5분만 죽치고 있으면 나올만한 주장과 단어를 배열해 놓은 정도의, 딱 봐도 영양가 없는 얘기들만을 늘어놓았다. 시청광장 봉쇄, 일제고사, 사교육비 증가 어쩌구 저쩌구... 그런 얘기를 하면 오세훈 입장에선 한 두번 들어본 얘기도 아닌데 당황 할리가 있겠는가? 최소한의 팩트를 바탕으로 한 공격과 비판이 없었다. 심지어 자유토론 타임에는 지상욱 후보에게 "디자인 서울 정책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싶다"라며 결정적인 뻘타를 날렸다. 지지율 2위의 유력 후보면 후보답게 그런 문제점은 전문가에게 안 물어봐도 자기가 스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무능 무능 무능. 정말 무능한 후보다.

 

우리 누나네 부부는 성남에 사는데 매형은 이번에 유시민을 찍고 싶어하는 눈치다. 이유는 '말 잘하는 사람 뽑아야지'라는 거다. 또 우리 누나는 지난 대선때 말 잘해서 문국현 뽑았단다. 이렇게 민주진영 후보들의 주요 지지층은 '말 잘하는 사람 뽑아주고 싶어하는' 2-30대 젊은이들인데, 그런 시각으로만 봐도 한명숙은 낙제다.

 

노회찬 후보의 토론을 보면서 느낀 것은, 진보진영에게 미디어를 활용할 필요성은 바로 이런데에 있는게 아닐까라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노회찬식 토론의 장점은 단순한 말빨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꾸로 타는 보일러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복지가 거꾸로 간다는 얘기는 처음이다.", "루이비통 명품관을 강북에 짓는다고 강남북 격차가 해소되느냐? 강남북 부자들의 격차만 해소될 뿐이다.", "전임 시장으로부터 유산상속 받을 것을 자기 치적으로 내세우지 말라."같은 돋보이는 언변은 내가 볼땐 그냥 양념이다. 그 양념 맛이 제대로 나기 위한 알맹이가 탄탄했다. 오세훈의 실정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공격했다. 이걸 한명숙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보는 오마이와 노빠들의 의도적 착시현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의 특화된 공약이라 할 수 있는 착한기업 우대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센티브제 등은, 약간 상품성을 가미한 정책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정책이었고, 이에 대한 오세훈의 비난에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주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어쨌든 어제 토론회에 대한 총평은... 노회찬에게 가는 표는 미래 진보정치를 위한 씨앗은 되겠지만, 한명숙에게 가는 표는 그야말로  사표라는 것. 무슨 희망을 위해 한명숙과 민주당에게 표를 던질 것인가? 혹여나 한명숙이 당선이 되도 그건 사표다. 자신의 색깔이 없고, 정책적 확신이 없는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이 그랬듯이 자본권력을 가진 이들의 입김에 휘둘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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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 진보신당은?

공화주의 시민운동님의 [실망스러운 진보정당운동] 에 관련된 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결과는 사실 눈에 보이는 바.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예정된 패배의 뒷수습을 해야 할 텐데, 그 첫번째가 나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진보신당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함께 노회찬 심상정의 2선으로의 후퇴라고 생각한다.

 

평가라 함은 물론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유주의 야권세력과의 (단기적 수준을 넘어선) 연대 압력에 굴복하며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세워내지 못했다는 점에 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실상 1기 진보신당을 이끌어온 장본인인 두 사람이 2선으로 후퇴해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재 진보신당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의 책임을 온전히 이 둘에게 뒤집어 씌울수는 없는 문제이겠으나, 지도부의 상징인 두 사람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당의 새 출발을 각오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두 사람은 지금 단병호가 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으로 내려가 다시 '씨 뿌리는 노동'에 전념해야 한다.

 

이제 진보신당은 유명인을 앞세워 당 이름 알려보려는 약은 술수를 집어던져야 한다. 어쩌면 진보신당의 패착은 지난 08년 총선때 각 지역구 후보들이 노회찬, 심상정과 함께 찍은 사진 내걸어서 홍보하던 때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이런 작태는 사실상 국참당이 노무현 사진 박아놓고 '노무현처럼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거나, 자유선진당 후보들이 이회창과 함께 찍은 사진 같이 내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동자운동, 진보운동이 특정인의 권위를 빌어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버리자. 이미 그게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건 다 드러났다.

 

그리고 부산시당 등 민주당과 선거연대를 한 지역에 대한 분명한 징계가 있어야 한다. 뭐 징계야 자기들 당규에 따라서 줄 일이지만, 이번 기회에 분명히 민주대연합과 선을 긋는다는 분명한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 가끔 레디앙 댓글같은데서 보면, 김석준 후보의 심정을 이해해 달라, 부산에서 오랫동안 힘들게 진보정당운동을 이끌어온 김석준을 욕하지 말라 뭐 이런 내용이 보이는데, 이건 솔직히 논리상으로 보자면 재벌 총수들 비리로 구속됐을 때, 정부에서 "경제발전에 끼친 공이 크기 때문에" 사면해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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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답답한 짓거리...

민주노동당의 민주당 쫄따구 짓거리가 본격화되었다. 서울의 이상규 후보는 한명숙과 단일화를 한답시고, 오늘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이게 무슨 단일화냐? 한명숙 옹립식이지... 이 양반들은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도 없는 모양이다. 정당 대 정당의 후보를 단일화 하는 거면 최소한 여론조사든 뭐든 절차를 거쳐야지... 물론 이상규의 지지율이 심각한 수준으로 초라하여 여론조사 같은 걸 하면 너무 쪽팔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걸 안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아예 정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 '민주노동당'에서 '노동'이란 단어를 당장 빼라.

 

민노당이야 그렇다 치고, 문제는 진보신당이다. 이번 선거에서 인정상 지역에 출마하는 진보신당 후보들에게 표를 찍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이런식으로 닭짓을 계속하면 그 마음도 싹 달아날 판이다.

 

초반 10% 지지율을 오가던 노회찬, 심상정 등이 최근 단일후보 바람에 밀려 1~3%대로 지지율이 밀려났다는데,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이건 온전히 자신들이 자초한 일이다. 오늘도 보니 심상정은 정책경쟁하면 단일화 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말끝을 흐리는데, 어떻게 이런말을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가? 개인자격으로 후보가 된게 아니라 공당의 후보로 나선 것이라면 중앙당에서 결정한 당론에 따라 말해야 한다. 진보신당의 당론은 '진보대연합'이다. 그런데 유시민이 진보대연합의 대상인가? 이런식으로 떡밥을 던지니 민주당/국참당 쪽에서 계속 진보신당 물어뜯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고, 그러니 사람들은 "아, 언젠가 얘네도 단일화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니, 심상정 당신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손호철이나 박상훈 같은 사람들은 5+4회의에 들어간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까지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 입장에서 물밑에서 논의되던 선거연합의 상 중에서 최초로 가시화된 테이블에 발도 안담근다는건 공당으로서 위험부담이 있었으리라 본다. 오히려 현재 김세균 교수를 필두로 한 진보정당 외부의 '진보대연합' 주창파들이 왜 5+4가 나온 뒤에 뒷북을 쳤는지를 따져물어야 한다.

 

물론 진보신당에 대한 이해심은 딱 여기까지인거고, 레디앙 기사에서 인용한 한 관계자의 말처럼 잠정합의안에 싸인하지 말고 나왔어야 한다. 아니, 언제 나왔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거길 들어가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현재 5+4를 박차고 나간 진보신당에게 남겨진 이미지는 무엇인가? "수도권에서 노회찬, 심상정 둘 중 하나라도 단일후보 자리를 줘야 하는데, 민주당이 양보를 안해서 나왔다." 딱 이정도 수준이다. 진보신당 스스로도 그런 자세를 취하지 않았나? 이런 식의 자세는 자기 당 살려고 남의 당 이용하는 민주당의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다. 정치적으로 주판알 튕기기 하다가 수지타산이 안맞으니 나왔다고 이미지가 남으면 타 정치세력도 그렇고, 대중들도 그렇고 진보신당의 입장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보신당은 5+4에서 자신들이 이번 선거에서 내세우는 정책과 전략을, 혹여 답답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우직하게 끝까지 밀어붙였어야 한다. 비정규직, SSM, 재개발문제, 대체에너지 등 진보신당이 독자적으로 고민해 오던 다양한 정책들을 토나올 정도로 제시하고 안 받으면 판 깨고 나간다고 위협했어야 한다. 이게 그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거대한 소수' 전략 아닌가?

 

그러나 어느 순간엔 민주당이 조장한 자리 나눠먹기 싸움에 뒤섞이더니, 어느 순간엔 비정규직 쟁점에 있어서 민주당에게까지 밀리는 경우도 있었다. TV토론도 물건너가려는 이 마당에 노/심이 이제와서 정책경쟁하자는건 그야말로 뒷북이다. 노회찬은 자신의 선거사무실 개소식 연설(가히 명연설이었다!!)에서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의 추천을 받아 뽑겠다고 말했는데, 이 얘기 왜 5+4회의에서는 안했나? 협상의 예의를 지키려고? 예의는 노동자들한테만 지키면 된다.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갑용이 <길은 복잡하지 않다>에서 쓴 것처럼 임단협이든 뭐든 협상을 할 때는 언제든지 판을 엎을 준비를 해야 한다. 때론 깽판치는걸 전담할 사람을 지정해서라도. 우리의 원칙 중 일부는 양보할 수 있다는 떡밥을 이런식으로 흘려대서는 힘의 우위에 있는 저들에게 언제든지 밀리지 않겠나?

 

그렇게 하고 나왔어야 내부적으로 당원들에게 체면도 서고, 외부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 그게 자신이 없었으면 손호철, 박상훈 말대로 진짜 처음부터 들어가질 말았어야 한다. 그래서 지난 달 까지만 해도 사실상 파토났다고 여겨지던 야권 후보단일화가 이제 와서 불씨가 살아난 건, 일정부분 진보신당이 기여한 바(?)가 있고, 그 피해는 온전히 진보신당이 다 뒤집어 쓰게 생겼다.

 

이번 문제의 핵심이 부산시당이 있는 것 같은데, 부산의 야권연대 논의과정이 어떠했는지 나는 모르기때문에 많은 얘기는 못하겠지만, 단 하나 이건 집고 넘어가야 한다. '당원의 권력'에 의해 시장후보로 뽑혔고, 시당 위원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무슨 권리로 두 번이나 부결된 사안을 다시 논의해 달라고 선대위에 압력을 넣는지 모르겠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진보신당 광주시당은 민주당의 기초선거구 쪼개기에 반발해 지역에서 '反민주당연대'를 제안하고 나섰는데, 광주시당에서 '반대'하는 민주당과 부산시당에서 '연대'하는 민주당은 서로 다른 당인가? 이게 과연 정상적인 당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태냔 말이다.

 

하여간 답답한 노릇이다. 내가 예비 대학생이던 2002년 대선 당시엔 최소한 가족들에게라도 '부유세'공약으로 팍팍 치고 나가던 민노당 찍자고 떠들어댈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의 진보신당을 가지고 그런 얘기를 하기는 참 민망하다. 며칠 전에도 엄마한테 '무조건 7번 찍자'고 말했는데, 말하는 나 자신도 민망할 지경이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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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고민중...

 

나는 그냥 송준기 아냐고 물어보려고 전화한건데, 그 후배녀석은 또 나에게 떡밥을 던졌다. 며칠전 우연히 배우 송준기가 내가 졸업한 학교 학생인 걸 알고 인터넷을 좀 뒤져봤더니 눈에 익숙한 학회실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오기에... 심심해서 물어보려고 전화한건데... 그러고 그냥 빠이빠이 하려고 했는데...

 

아 놔, 그 학교 구조조정안 발표된걸 나더러 대체 어쩌라고?....................?

 

라는 기분이 들다가 계속 머릿속에 이러저런 잡 생각들이 돌아다녀서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___________

 

그 놈이 나에게 알려준 구조조정계획이라는 것은 대략 이렇다. 현재 계열제로 나뉘어져 있는 모집단위를 문리대학으로 합쳐서 그 안에 인문, 자연, 사회과학 등의 학부를 집어넣는다. 그래서 지금 2학년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을 3학년 올라가면서 선택하는 것으로 하고, 선택한 전공도 특정 학과가 아니라 자신이 과목을 선택해 자신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란다.

 

이 얘기를 듣고 문득 떠오른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Descholling Society>에서 제기한 내용들이다. 이 책은 탈학교론의 대표적인 저작이라 할 수 있는데, 그가 억압적 학교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교육 바우처'이다. 나는 처음엔 '바우처'라는 말만 보고도 경기를 일으켜 '이거 완전 미친놈일세'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심성보의 역자해제에 따르면) 교육학자 마이클 애플도 그의 이런 주장을 교육을 슈퍼마켓에서 상품 고르는 것의 일종으로 전락시키는 시장주의의 또 다른 판본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도 아니란 느낌도 든다. (물론 이건 나의 잠정적인 생각일뿐이지만...) 얼마 전 오마이뉴스에서 각각 서울과 경기에서 교육감 후보로 출마한 곽노현, 김상곤의 대담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곽노현은 그 자리에서 방통대 교수답게 자신의 평생교육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교육은 주입식이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배양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말했는데, 그런 주장은 일리히의 '교육 바우처' 주장과도 어느정도 상통한다.

 

물론 교육 바우처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자 밀턴 프리드먼도 주장한 바 있는 것이고, 평생교육 철학은 90년대 후반후터 우리 사회에 신자유주의 교육개혁과 함께 밀려들어오면서 사실상 21세기의 한국형 '자기계발 주체'의 탄생의 공을 세웠다는 점(이에 관해서는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중 특히 1,2장 참고)에서 둘 다 '훌륭한 대안'이라고 치켜세울만한 것은 못된다.

 

 

 

 

 

중앙대의 경우처럼 눈에 띄게 시장주의적인 대학개혁의 모습이 드러난다면(그런 면에서 중앙대의 구조조정 방식은 너무나 투박해 보임.) 강력한 행동으로 저항의 움직임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학생들의 자율적인 학습능력과 창조성 등을 강조하면서 세련된 방식으로 나온다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잘 분석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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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에게 배워야 할 것.

구르는돌님의 [서울 교육감 선거는 어찌되고 있는 건지...] 에 관련된 글.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원희룡-나경원간의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나경원이 가장 오랫동안 서울시장을 준비했다는 원희룡을 눌렀는데, 원희룡은 나경원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고 한다. 나경원이 실제 오세훈을 누르고 한나라당 타이틀 받고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찌되든간에 한나라당에서 드물게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원희룡이 되는 것 보다 그것에 반대하는 다른 사람이 되는게 좋은 것 같다. 정책에 따라 선명하게 정당을 구분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기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지점은 나경원의 승리가 아니라 원희룡의 패자로서의 태도이다. 원희룡은 경선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자신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많이 양보했다고 하고, 패배한 이후 흔쾌히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또한 원-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방식을 보면 한나라당 지지자 50%, 책임당원 50%라고 한다.

 

이는 서울 민주진보 교육감 경선이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민주적이지 못하다고 떠들고 있는 박명기 후보가 똑똑히 알아야 할 부분이다. 한나라당같은 '전국정당'도 당의 정체성을 위해서 일반시민 여론조사같은 것은 안한다는 거다. 100% 시민 여론조사같은 인기투표 방식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한나라당도 안다는 것이다.

 

하물며 '민주진보'후보를 뽑는다는 교육감 경선에서 100% 여론조사가 가당키나 한가? 그거야말로 책임감을 갖고 우리가 '민주진보' 후보를 뽑겠다고 추대위에 참여한 단체들을 믿지 못한다는 말인데, 그럴 거면 경선에 처음부터 왜 참여를 한단 말인가? 박후보의 문제제기는 사실상 경선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라기 보다는 '민주진보' 단체들에 대한 뼈속깊은 불신의 표출일 뿐이다. 당선이 되려면 요새 反MB연대의 대세를 쫓아 '진보후보'라는 타이틀을 걸어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인데, 거기에 모인 단체들이 아무한테다 그 타이틀을 팔아줄 만큼 바보들은 아니다. 진보진영이 요새 아무리 위축되어 있다고 해서 사람을 그렇게 얕보면 안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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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육감 선거는 어찌되고 있는 건지...

(어제 좀 쓰다가 갑자기 다 날라가 버려서 다시 씀 ㅠ.ㅠ)

 

이번 지방선거, 우리 동네에선 진짜 볼게 없다. 자유선진당과 한나라당이 쿵짝 쿵짝. 그래서 이번 선거 날에는 그냥 투표소 근처에 얼씬도 안 할까 생각했는데, 그나마 찍어주고 싶은 소수정당이 계서서 시장선거, 시의원 비례대표 정도에는 투표할 수 있을 듯 하다.

 

근데 아 놔... 이번에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진보신당의 김윤기 후보를 지지후보로 결정했는데, 이걸 두고 민주노동당 중앙에서 재고 요청을 했단다. 민주노동당은 야4당 연대를 통해 민주당 김원웅을 단일 후보로 추대했는데, 그럼 민주노총 한테 김원웅을 지지하라는 얘기?

 

민노당이 금붕어들의 집합소가 아닌 이상 김원웅이 누군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가 누구인가? 지난 17대 국회에서 통외통위 위원장을 맡아 한미FTA 비준에 앞장선 자가 아닌가? 내가 알기론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이 투쟁 건으로 콩밥 먹으신 분이 좀 있으신 걸로 안다. 물론 민주노동당도 그렇겠지. 누가 몇명 콩밥 먹었냐의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한미FTA가 진보진영에게 남긴 상처와 민중에게 돌아갈 그 엄청난 피폐함 등등등등에 대해 생각한다면 민주노동당이 진짜 이러면 안된다. 김윤기 후보를 지지하건 안하건간에, 적어도 똥인지 된장인지는 가려가며 스텝을 밟으란 말이다.

 

어쨌든 우리동네는 시장선거도 그렇고, 전국에서 들고 일어났다는 그 잘난 '진보교육감' 후보도 없어서 진작에 관심을 끊었다. 다른 지역도 교육감 선거 빼면 진보진영이 비빌 언덕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그래서 교육감 선거가 꼭,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서울은 08년의 패배의 경험이 있고, 이후에 공정택이 비리로 물러난 상황이라 어떻게든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런데, (뭐 내가 그 추대위의 상황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박명기, 이삼열 후보가 하는 짓은 너무 괘씸한 거 아닌가?

 

방금 찾은 글인데, (특히 이삼열 후보를 겨냥한) 이 글은 참 명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삼열 후보에 대한 인권단체 항의 서한") 박명기 후보는 비교적 경선 초반에 이탈하기는 했지만, 이런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추대위 단체들이 얼마나 연고주의에 기반해서 후보를 선택했는지, 그래서 그게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는지를 판단할 근거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최소한 그런 방식으로 추대위 경선을 판단하려면 심증 말고 물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명기, 이삼열 후보의 비난은 완전한 심증만으로 추대되지 못한 불만을 감정적으로 배설하고만 있는 듯 하다. 100%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고, 여론조사를 무조건 배제하자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백가쟁명식으로 이런 주장이 터져 나오니 어쨌든 조정을 해야겠어서 추대위 차원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대폭 완화해, 여론조사를 50%까지 늘려냈다.

 

나머지는 운영위 단체 투표 20%와 시민공천단 투표 30%이다. 어쨌든 여론조사 비중이 가장 높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곽노현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3위를 하고도 전체 결과에서 1위를 한걸로 박명기, 이삼열 후보는 공천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는데, 이렇게 생각해보는 건 어떤가? 구체적인 득표 수치를 추대위가 공개하지 않아 잘 알수는 없지만(이 부분에서는 나도 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근데 생각해 보면 지난 울산 재보선에서 조승수후보가 추대될때도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엄청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가장 비중이 높은 여론조사에서 3위 했는데 최종 결과가 1위라면 여론조사에서 1,2,3위 사이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용지가 총 8개고, 이에 따른 예비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 교육감'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들에 대한 인지도 차이가 실질적인 변별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아무리 경력이 빵빵하다고 해도 무작위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에선 전부 다 '듣보잡'일 뿐이다.

 

이런 변별력 없는 조사로 후보를 결정하느니 차라리 가위바위보를 하는게 낫다. 혹여나 눈에 띄는 차이가 난다 하더라도 그건 해당 후보의 '진보 교육감'으로서의 자질 여부에 따른 것이 아니라, 돈을 통해서든 개인 사조직을 통해서든 뭔가 구린게 있을게 뻔하다. 100% 여론조사는 민주당에서도 그렇게 한댔다가 집안을 들쑤셔 놓을 정도 문제가 많은 방식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후보들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니까 100% 여론조사도 해 볼 생각을 하는 거지만, 추대위에 나온 후보들은 솔직히 (자신들은 아주 오만하게도!!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生듣보잡들일 뿐이다.

 

그런데도 나머지 50%에 의해서 곽노현 후보가 결과를 뒤집었다는 것은 오히려 다른 후보들이 스스로를 반성적으로 평가해 봐야 하는 지점이다. 추대위내에는 단체별로 이념적 스펙트럼도 꽤 다양하다고 들었는데, 그런 구조 내에서 반삼성 운동을 한 곽노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나왔을리 없다. 삼성 얘기만 나왔다 하면 입에 거품물고 달려드는 '다함께'도 곽 후보가 아니라 최홍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한다. (이건 '다함께'가 자기네 매체에 그렇게 썼다.) 이런 판국에 박명기, 이삼열은 다양한 단체들에게 자신이 가진 교육관을 알리고 설득시킬 생각은 않고, 왠지 다른 꼼수만 생각하는 듯 하다.

 

이삼열 후보는 막판에 이부영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을 했다는데, 그런 이상한 짓 안하려고 추대위가 있는 것이었을 텐데 왜 그런 쓰잘데기 없는 짓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나는 박명기, 이삼열 후보가 어떤 면에서 진보 후보라고 하는지 당췌 이해가 안된다. 아, 이정도로 '진보'라는 말이 오염됐구나를 절실히 느낄 뿐이다. 그들이 약력을 보라. 박명기 후보는 그저 교육학 교수에 걸맞는 단체들에 여기저기 발을 걸쳐 놓았을 뿐, 최소한 우리 사회의 경쟁교육이나 청소년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없다. 이삼열 후보는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럼에도 박명기 후보가 몇몇 여론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인데, 이걸 좀 어떻게 해결했으면 좋겠다. 사실상 전국의 교육감 후보들은 경기도의 김상곤 후보의 핵우산 아래에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서울의 김상곤 아바타는 곽노현'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다른 야권 후보들과 변별점이 있어야 할텐데, 그런면에서 추대위 쪽에서 이번 전교조 문제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행보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현재 조전혁 의원이 의도하는 '반전교조' 프레임에 걸려들 위험이 있지만, 그간 전교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수많은 교육개혁의 사례들을 무기로 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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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씨에게 보내는 한 청년의 편지

<김예슬 선언> 카페에 올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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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예슬씨. 저는 2003년에 대학에 입학해 2008년 여름에 졸업하고 지금은 고향에 내려와 있는 (무직)청년입니다. 저의 입학년도와 졸업년도가 말해주듯이, 5년반을 대학생으로 살아왔고, 딱 그 기간만큼 학생운동과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남들처럼 일찍 군대를 다녀왔다면 지금쯤 복학생 신분으로 학교 어디선가 동기, 후배들과 예슬씨의 선언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었겠지요.

 

하지만 지금 제 주변엔 그런 얘기를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서점에서 예슬씨가 낸 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손바닥만한 작은 책 속에 담긴 당신의 작은 외침들 하나하나에,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저도 많이 공감하고 또 가슴 속으로 한없이 울었습니다. 겨우 7,500원하는 그 책을 사들고 왔으면 좋았으련만 그 때 제 지갑엔 딸랑 5,000원 밖에 없어서 그냥 빈손으로 오고 말았네요. 그래도 책 속에 담긴 예슬씨의 몇 가지 의문들은 저를 향하고 있는 것만 같아, 그리고 그 의문들에 대답하는 것이 마치 제 의무인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생겨서 이렇게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91년 5월, 그리고 오늘

 

저는 요즘 <그러나 지난 밤 꿈 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1991년 5월>이라는 긴 제목의 책 한 권을 읽고 있습니다.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 한 구절을 인용한 이 제목의 책은 91년 4월 26일 강경대 열사의 죽음으로부터 촉발된 5월 투쟁을 당시에 대학생 신분으로 이 투쟁을 경험한 이들이 10년이 지난 후 가슴 아픈 회고 속에서 기록하며 평가한 것입니다. 제 얘기를 하기 전에 이 책에 대한 저의 간단한 감상부터 전해야 겠네요.

 

이 책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이 투쟁을 4.19나 광주항쟁, 87년 민주화항쟁에 대해 흔히 그러듯이 그 역사를 자랑스럽게 포장하지도, 자신들을 역사의 피해자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 정치사에 있어 급격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는 당시 상황에서 자신들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그 실천들은 올바른 것이었는지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87년 6월 항쟁이 직선제 쟁취라는 껍데기 뿐인 성과만을 얻은 채 봉합되고, 이후 벌어진 엄청난 수의 노동조합 결성과 투쟁으로 이어지지 못한 결과 소위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분리라는 것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노태우 정권은 88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체제 갈등에 대한 봉합과 포섭 능력이 이전에 비해 훨씬 향상되어 있었고, 이는 이 둘의 분리와 전자에 대한 의도적인 고립, 탄압을 노골화 했습니다. 91년 5월은 어쩌면 이런 흐름에 쐐기를 박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경대 열사로부터 시작된 죽음과 분신의 행렬은 13명이나 되는 노동자, 학생을 떠나보내게 했지만 노태우 정권은 강기훈씨 유서대필사건, 정원식총리 계란투척사건 등을 공안사건으로 조작해내면서, 운동권을 '패륜아'로 낙인찍는데 성공했습니다.

 

'노태우정권=죽음과 폭력의 세력', '노동자와 학생=피해자'라는 명쾌한 논리로 지배세력을 공격했던 운동권은 어처구니없게도 "죽음을 사주하는 어둠의 세력"이라는 말로 이 논리가 자신들에게 돌아왔을 때 어찌할 줄 몰라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때부터가 우리 사회에서 운동권이 평범한 시민들로부터 고립되어 비주류가 되기 시작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문민화'된 정권의 변화된 지배형태와 새롭게 만개한 소비문화와 한 몸이 된 시민들의 이데올로기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비판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한 몸짓만을 보인 운동세력은 그저 앙상한 모습만으로 기억될 뿐이었습니다. 과잉된 도덕적 엄숙주의, 폐쇄주의적 문화, 유사 '군대'적이라고 할만한 권위주의적인 작태, 그리고 어정쩡한 대중추수주의. 91년 이후 지금까지 어찌어찌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학생운동의 문화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모습의 집결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학생운동 속에서 2000년대의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2000년대 학생운동에 대해 말하기

 

제가 이렇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당신이 책 속에서 했던 가슴 아픈 말 때문입니다. 당신이 "우리는 충분히 래디컬한가"라고 물었을 때,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당신의 의문을 당신이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들과 함께 할 수 없었던 '송구스러운 심정'을 통해 전할 땐, 솔직히 속상했습니다. 물론 저는 이미 졸업했지만,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가졌던 상처와 미련들 때문에 당신이 조심스럽게 던지는 그 말 한 마디도 야속하게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오늘만큼은 냉정해지고자 합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저 스스로 '이걸 빼면 내 인생은 시체'라고 생각한 나의 지난 학생운동 시절에게 '충분히 래디컬했는지' 질문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답하는 과정은 당신이 기존에 스스로를 진보라고 외쳤던 이들에게 실망했던 이유를, 그것을 '거짓 희망'이라고 말해야 했던 이유를, 당신과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해 보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에겐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3,4학년 때 저는 주로 학생회 활동을 했고, 연말엔 학생회 선거 준비 때문에 '학고'를 각오하고 수업도 내팽개치며 살았습니다. 그 때 저는 90년대 중 후반 부터 선배들이 만들었던 선거 정책 자료집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입장을 담은 대자보를 붙이면 다음날 학우들 손에 북 북 뜯겨 나가던 때였으니, '자본주의 반대'니 '민중권력 쟁취'니 하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선거 자료집'에 가감없이 담아내는 선배들의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마냥 멋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땐 잘 느끼지 못했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대략 50페이지 안팎 되는 자료집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시퍼렇게 날이 섰던 힘있는 정치적 문장들은 점차 사라지고, 당의(糖衣)입힌 선물상자들이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 말입니다. 등록금 인하, 매점과 식당 개선, 강의평가제 개선... 그러던 것이 몇 해 전부터 '시험기간 간식 배포' 같은 걸로 바뀌기 시작했고, 선본의 정치적 입장은 자료집 맨 뒤에 '정세'라는 코너를 따로 두어 성명서 같은 글을 집어넣는 걸로 대체되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그 자료집 안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세계 재패전략'을 비판하는 것과 식당 밥 개선하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자료집을 맨날 끼고 살았던 저는 4학년때 정책국장을 맡아 치룬 선거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해 가려진 ○○○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자’(○○○은 학교이름)는 멋들어진 총기조를 뽑아놓고는(그래서 선본이름이 'Zoom In'이었습니다) ‘셔틀버스 무료화’라는 강력한 복지공약을 전면에 내거는 코메디를 연출했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말대로 지적 교조성과 조야한 대중성의 우스운 조합입니다. 스스로는 이를 '대중운동'이라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대중운동'을 참칭하여 우리의 이념적 건강함마저 갉아먹는 짓이었습니다.

 

이것은 비록 저의 이야기이지만, '이념의 고수'와 '대중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2000년대 학생운동을 경험한 이들 모두의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아 들어줄 이 없겠지만, 혹여나 2000년대 학생운동에 대해 누군가가 증언해야 한다면, 저의 이런 이야기도 한 꼭지 정도로는 들어갈 것입니다. 저의 경험에서 평가해 봤을 때, 2000년대 학생운동은 90년대로부터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소중한 자산인 학생운동

 

그래서 저는 '스스로 진보라 말하는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는 당신의 말을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대중지향성이라는 말을 마치 '대중이 선호하는 것에 맞게'라는 식으로, 마케팅 이론에나 나올 법한 방식으로 이해했고, 이 때문에 훼손된 우리의 진보성을 정서적 폐쇄성과 비장함으로 상쇄시키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당신의 선언과 이에 대한 많은 이들의 반응을 보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가장 래디컬한 것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당신도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모두가 다 그런 래디컬한 '대학거부'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개인의 결단 차원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를 변화시키고자하는 '운동'의 차원에서라면 더욱이 말입니다. 그래서 남겨진 자들, '대학거부'를 선택하진 않았지만 '다른 대학'을 꿈꾸는 남겨진 제2, 제3의 김예슬들에겐 당신의 선택이 또 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대학거부'는 사실상 '대학포기'와 다르지 않기에 당신의 선택에 마냥 박수만 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대학을 거부하고 노동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지던 예전 대학과 학생운동의 모습을 생각할 때, 당신의 선언이 주목받는 것은 오히려 현재 학생운동 위기의 결과라는 생각에까지 다다르면 머릿속이 한 층 더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당신께 바랍니다. 당신이 떠나온 대학이란 공간을 여전히 기억해 달라고. 여전히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 학생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야만 하는 전쟁터같은 대학을 기억해 달라고 말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배움을 통해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배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 평생학습사회에서, 저 또한 쉼 없이 대학을 생각할 것입니다. 솔직히 학생운동을 하는 동안 한번도 대학에 '래디컬'하게 맞서본 적 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나의 삶 속에서도 나를 끊임없이 '길러 낼' 이 엄청난 국가-학교-자본의 불결한 동맹에 제대로 맞서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당신도 (물론 그러시겠지만) '나눔 농사터에 세워질 진정한 삶의 대학'을 만들어 가시면서 함께 고민을 키워갔으면 합니다.

 

지금 저는 후회와 반성 속에서 저의 지난 학생시절을 돌아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저의 삶의 기반은 학생운동의 경험입니다. 또한 여전히 대학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히 싸워나가고 있는 저의 후배들은 사회진보를 위해 노력하는 소중한 '씨알'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 경험을, 미우나 고우나 저의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렵니다. 물론 나의 이 소중한 자산이 왜 당신께 진정성있게도, 래디컬하게도 보이지 못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겠지요. 그 고민 속에서 언제나 당신과 나의 생각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약한 한 청년의 자기고백과 반성의 글을 이렇게 마칠까 합니다. 언제나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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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슬 선언

지난 주말에 내가 소속된 단체의 회원 교육에 참석했었다. 언제나 그렇듯 교육 자체보다 뒷풀이가 더 재미나서 오랜만에 틀에 걸쳐 술을 마셨다.

 

둘째날 교육이 끝나고 뒷풀이 중에 갑자기 얼마 전 대학거부 선언을 한 김예슬씨 얘기가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무슨 얘길 했는지는 잘 모르겠고, 내 맞은편에 앉아 있던 동무가 자기는 김예슬의 행동이 감정적으로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물론 그의 말은 대학거부선언이 옳지 못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가 자세하게 자기 얘기를 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 말은 그냥 전적으로 '감정'에 관한 것이었다. 운동권의 감정.

 

내가 추측해 보는 바에 따르면 그가 말하고 싶던 얘기는 이런게 아닐까 싶다. 그 동안 줄곧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비판해 왔던 학생운동 세력이 있었는데, 그것과 무관하게 혼자서 튀는 행동을 한 '개인플레이'는 적절치 못하다, 전체적인 운동 속에서 자신의 고민을 풀어갈 길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개인플레이로는 사실 아무런 변화도 만들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의 말이 있고나서 다른 동무들이, 이해 안될게 뭐가 있냐는 핀잔 비슷한 말도 던졌고, 어떤 분은 그런 개인적인 작은 외침을 '기존의' 운동 세력이 어떻게 답해줄지가 사실 더 중요한 문제 아니겠냐는 아주 '교과서적인' 답변도 하고 그랬다.

 

나 또한 약간의 반발성 멘트로, "나는 감정적으로는 이해된다"고 말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이건 뭐 하나마나한 말인 것 같다. 게다가 며칠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문제는 그저 농으로 받아치고 넘어갈 문제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강의석이 국군의날 반대 알몸시위를 했을때도 평화운동 단체들 쪽에서 비슷한 비판을 했었던 것 같다. 사실 난 그때 평화운동 단체들의 입장이 십분 이해됐다. 방금 기사를 검색해보니 강의석이 얼마전엔 '친구의 누나에게'라는 노래도 발표해 가수로 데뷔하셨다는데, 그에게 알몸시위는 그저 이런 '신선한 도전'의 하나일 뿐 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알몸에선 어떤 진지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김예슬씨의 선언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일까?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그 동무의 그런 감정은 제작년 촛불시위가 갑자기 터져나왔을때 기존 운동진영의 반응과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기존 운동진영의 기획과 관성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 대중행동에 대한 놀라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FTA반대를 주장하면서 늘상 우리가 해 오던 광우병 얘기를 '우리 운동권'을 빼놓고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 등. 불과 몇년 전까지 학생운동에 몸담고 있었던 그에게는 김예슬씨의 선언도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촛불의 예에서와 같이) 김예슬씨의 선언은 그 자체로 기존 운동진영의 무능을 반영한다. 기존의 학생운동은 줄기차게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비판하고 이러저러하게 개입하려 했지만, 그 노력여하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실패했다. 반면 김예슬씨는 스스로 사회적 평균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와 특권을 포기함으로써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예슬씨가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성과 여부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따질 상황은 전혀 아니다. 그녀의 선언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긴 했지만, 어디까지 그녀도 미약한 개인일 뿐이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아직 소리한번 크게 질러보지 못했지만, 우리 주변엔 수많은 제2, 제3의 김예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김예슬이 미처 다 말하지 못한 우리 대학의 현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대중의 목소리는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들려온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김예슬씨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가 당황했지만,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차분하게 대답해야 할 때다. 우리에겐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녀 스스로가 조용히 우리에게 그런 의무감을 재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선언은 강의석과 같은 한판의 쇼가 아니라, 미처 울지 못한 다른 이들을 대신해 먼저 눈물을 흘리고 자신의 자리를 거부한, 소위 말해, '진정성'이 느껴지는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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