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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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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15
-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1(3)
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애기 이름이 뭐예요?"
식당에서 만난 다른 감독님이
물었습니다.
"미루예요..."
옆에서 계속
마시마로 인형을 괴롭히던
7살 먹은 꼬마가 이름을 들었습니다.
"미루? 마시미루? ...엄마~~ 애기 이름이 마시미루야~"
미루는 일본말로
'보다'라는 뜻이랍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미루를 참 이뻐했습니다.
전 괜히 우쭐해서
미루를 데리고
영화 상영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좀 있다 바로 나왔습니다.
미루가 졸려서 울먹울먹 합니다.
급히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아기띠로 안고, 토닥거렸습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10분이 흐르고, 15분이 흐릅니다.
"에이 그냥 숙소로 갈걸..."
영화가 끝날려면 한참 남았고
그 이후에 워크샵까지 하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데
괜히 남아 있겠다고 했습니다.
어디 있을 데가 없습니다.
"저기요.."
한참 서성거리고 있는데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할 때
주선생님 통역을 해주시기로 되어 있는
제일교포 3세 여자분이 저를 부릅니다.
"네.."
"저기 닥아실 빌려놨는데요..."
다과실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 죽겠구만, 과자 먹으라고 합니다.
"다과실이요?"
제가 못 알아 듣는 것 같자
그 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머리를 긁더니
다시 말씀하십니다.
"흐으....탁아실인가?"
"아...탁아실!"
탁아실에 미루를 눕혀 놓고
저도 한숨 잤습니다.
영화 상영하는 동안
다행히 편히 있을 수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이 일하는 사이에
저의 미루 돌보기 역할은
그 후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5시 이후로는 탁아실이 문을 닫아서
미루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숙소는 침대방이라서
한 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
미루가 침대에서 떨어지면 큰일입니다.
그때부터 주선생님이 돌아온
저녁 10시 30분까지
계속 미루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미루는 저의 노력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꼭 침대 가장자리에서만 놀았습니다.
여행 둘째날은
주선생님의 영화가 상영되는 날입니다.
일본의 진보적인 사회단체에서
주선생님의 영화를 초청한 겁니다.
"상구~나 먼저 밥 먹고 올께...미루 잘 봐.."
주선생님이 먼저 식당으로 내려가고
저는 곯아떨어진 미루 옆에서 같이 잤습니다.
"나 밥 먹고 왔어~~"
"맛있었어?"
"응!! 한식이 세 종류나 있어..갈비탕, 육개장.."
아침을 잘 먹은 모양입니다.
저도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그래? 넌 뭐 먹었는데?"
"나?.. 양식"
하여튼 주선생님은
참 특이합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근처 식당에서 '라멘'을 먹었습니다.
느끼하고
고기에선 냄새가 나는 게
아주 맛있지는 않습니다.
같이 먹었던 박모 감독님은
묵묵히 다 드시더니
먼저 일어나면서 한 마디를 남기셨습니다.
"김치가 없네..."
그래도 주선생님과 저는
신나고 맛있게 라멘을 먹었습니다.
어딜가도 이렇게 먹습니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 중에 하나는
육아의 피로를 덜기 위해 맛있는 것 먹기입니다.
저녁엔 초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여기 스시는
한국에서 먹는 거랑은 정말 달라요.."
낮에 라면 먹으면서
통역하시는 분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상구~워크샵 5시 30분이니까
그 전에 우리 초밥 먹자~~!!"
행사가 열리는
이케부쿠로 근처의 초밥 집에서
스시를 시켰습니다.
두툼하고 아주 길다란 생선조각이
밥 위에 얹혀 나왔는데
맛있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한입을 맛 본 후
주선생님과 저는 그 깊고 은은한 맛에
아주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즐거워했습니다.
먹는 걸 잘 먹으면
여행이 더 즐거워집니다.
걱정이 많았는데
미루는 여행 전문가였습니다.
비행기에 타자 마자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미루를 위한
아기바구니가 설치됐습니다.
거기에 눕혀놨더니
한참 누워서 놀다가
일어납니다.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복도 건너 일본 아저씨한테 눈길을 주더니
활짝 웃습니다.
"꺅~꺄악~~아빠바바바"
온갖 귀여운 척을 다합니다.
손을 흔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계속 쳐다봅니다.
아저씨는 미루한테 웃어주고
표정으로 놀아주기도 하더니
나중엔 귀찮아 죽을려고 합니다.
결국 계속 다른 데를 쳐다 봅니다.
그러자 미루는
바로 뒤에 앉은
야쿠자 같이 생긴 아저씨한테
눈을 돌렸습니다.
비행기 승무원을 부를 때도
남들은 다 조용조용히 부르더만
자기만 막 호통치듯이 "스미마셍!!!!!'하던 분입니다.
미루가 계속 웃음을 날리자
야쿠자 아저씨 신경 쓰여합니다.
눈치가 보입니다.
'저러다 화 내면 어떡하지...'
괜히 걱정됩니다.
미루는 계속 웃음을 날려줍니다.
야쿠자 아저씨 결국 한번 살짝 웃어줍니다.
아저씨가 안됐습니다.
미루랑 놀다 보니 도쿄에
금방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나와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또 지하철로 갈아탑니다.
금요일 밤이라
술먹고 늦게 들어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가득 채웠는데
애를 안고 있어도 양보를 안해줘서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무사히
숙소에 도착합니다.
미루는 컨디션이 하늘을 찌릅니다.
12시 직전에 도착해서
새벽 2시까지 안자고
침대 위를 휘젖고 다닙니다.
잠깐 세밀화 책을 펴줬더니
자기 손으로 막 넘깁니다.
의자 등받이를 잡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미루한테는
여행이 체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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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역시 고생담이 있군요. 저도 겨우 1박2일 여행하면서... 숙소 멀리 나가질 못해서 방에서 아이랑 눙치던 3시간 죽을뻔 했어요...그래도 탁아실이 있다니 감동이네요.(무슨 건물이길래 대체?)
온천은 어땠을까? 듁은듁은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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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침대 가장자리에서만 놀았습니다."=> 미루, 놀 줄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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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의미있는 노력' 이야기 기대해요~봉침 부위는 괜챦으셨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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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맘/ 영화제 한 건물이 구민회관 같은 곳이었대요...거기에 탁아실이 있더라구요..^^말걸기/ 암..놀 줄 아는 애들은 꼭 그러더라구...ㅎㅎ
RE/봉침 부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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