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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코네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합니다.
급행열차를 타고 도쿄로 갑니다.
하코네로 올 때 보다는 미루가 덜 힘들어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도쿄 신주쿠 역에 도착해서
역에 붙어 있는 백화점 꼭대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백화점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본 안내원은
저 옆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답니다.
다른 길은 없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게 된 말이
'계단'입니다.
유모차를 들고
여행용트렁크와 가방들을 들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 사람은 미루를 안고
식당 근처를 뱅뱅 돌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 죄다 이런 것들 뿐입니다.
이제 신주쿠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
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그리고 김포공항에서 집까지 구간이 남았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표를 끊는데만
20분이 걸립니다. 엄청 복잡합니다.
표를 끊고 나자 우리 앞에
계단과 계단과 또 계단이 기다립니다.
온천으로 풀린 마음은
계단으로 새까매집니다.
"출출하다.."
열차를 갈아타는 역에서
주선생님은 빵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고
저는 유모차와 트렁크와, 가방 두개, 그리고 벗어놓은 코트 2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상구~어떡하지? 여기 또 와야 할 것 같애..."
심장이 멎으려고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주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가게에서 쿠폰을 줬어..."
이럴 때 안 웃으면
여유없는 인간으로 찍힙니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젖을 먹인 주선생님은
이제 많이 지쳐합니다.
"나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잔돈이 겨우 될 것 같은데 자판기에서 뽑아올께"
한참을 기다리니까
주선생님이 오는데
얼굴이 울상입니다.
"상구...16번이 커피여서, 1번 누르고 6번 눌렀거든..."
주선생님은 사과주스를 들고 있었습니다.
1번이 사과주스고,
16번은 버튼이 따로 있었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미루는 그야말로 통곡을 합니다.
너무 힘들어 합니다.
반경 5미터 이내의 승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다들 놀라운 인내력으로 참고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2달 쯤 어디 갔다 온 기분입니다.
"아저씨, 대방동이요..."
택시를 타고 오는 길
빗속에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살다 살다
국회의사당이 반가워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역시 이번 여행의
궁극적 목적은 온천입니다.
힘이 있는대로 빠져서
겨우 숙소에 도착했는데
방이 아주 넓고 좋습니다.
"우와 좋다~~"
미루도 침대가 아니라
넓은 바닥에서 다닐 수 있는 게
좋은가 봅니다.
마구 팔딱거립니다.
방으로 따라오신, 일하시는 할머니는
진짜 작고 허리도 굽으셨고 힘도 없어 보이셨는데
저희들한테
숙소 이용에 대해
한참 동안 친절히 설명을 하셨습니다.
전혀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래도 휴식은 편안합니다.
저녁 6시가 되자, 거창한 식사가 방으로 직접 들어옵니다.
아까 그 할머니 혼자서
그릇을 가득 담은 판을 들고 들어오시는데
옆으로 비틀하더니 벽에 한번 부딪힙니다.
"휴..먹었더니 살겠다. 하루 종일 극기훈련한 것 같애..."
할머니는 식사 후에도
가끔씩 방에 들르셔서
이불도 펴주시고 차도 갖다 주셨습니다.
우리는 누워있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났습니다.
괜히 혼날 것 같았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온천으로 출발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미루용 튜브도 얻고, 방수 기저귀도 챙겼습니다.
며칠에 걸쳐 연습도 했습니다.
오붓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신나는 온천 체험!
물이 너무 뜨거워서
미루는 못 들어갔습니다.
튜브도, 방수기저귀도 못 썼습니다.
실내 목욕탕에서
미루 샤워만 시키고 나오는데
탈의실이 너무 추워서
미루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울어댔습니다.
미루를 안고
따뜻한 방으로 뛰었습니다.
지하 실내 욕탕부터 2층 까지 계단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노천탕에 들어가자!!"
"미루는?"
따로 따로 노천탕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온천을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을 가져왔는데
역시 혼자 했답니다.
온천의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현숙아~이거 봐, 이거 봐...이 부드러운 피부!!"
"오..정말?"
"얼굴도 만져 봐...로션 안 발랐는데도 이래~~"
"발라..."
몇 번만 더 담그면
모든 피로가 싹 달아날 게 틀림없습니다.
"우리 꼭 세번씩은 노천탕에 들어가자. 이게 원래 목표였잖아..!!!"
"그러자, 잠깐 자고 좀 있다 또 가자!!"
눈을 떴습니다.
새벽입니다. 젠장 너무 잤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노천탕에 딱 한번씩 갔습니다.
미루는 다다미방에서 내내 놀았습니다.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넷째날입니다.
도쿄를 떠나서
하코네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이곳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곳이랍니다.
우리는 고속으로 달리는
급행열차를 타고 하코네에 가서
등산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고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산을 오르고
로프웨이란 걸 타고 온천이 뿜어져 나오는 산 꼭대기로 가서
뜨거운 물에 익힌 계란을 까 먹고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유리병을 직접 불어서 만들 수 있다는 곳에 가서
병을 만들어 오기로 했습니다.
자, 드디어 하코네로 출발입니다.
짐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코네행 급행 열차에서
표가 없어서 따로 따로 앉았습니다.
주선생님은 일본 할머니 세명과
한참 웃고 떠듭니다.
말 안 통하는 사람과 그럴 수 있다는 건
참 신통한 재주입니다.
한 30분 쯤 지났을까
미루가 보채다가 울다가 합니다.
그래도 겨우 달래가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숙아, 숙소가 어디지?"
"일단 역 밖으로 나가자.."
"잠깐 미루를 업자"
"내가 안을께"
"천천히 해.."
모포가 바닥에 툭 떨어집니다.
"아기띠 좀 뒤에서 당겨줘"
"좀 더 꽉"
"카메라 조심해...off로 놨어?"
"저기가 나가는 곳인가봐.."
"휴, 횡단 보도가 없다. 지하도로 건너야 되나봐.."
"저기 건너가면 안내소가 있겠지?"
"내가 여기서 짐 지키고 있을테니까 너 혼자 갔다와"
사람은 많고
짐도 많아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루의 대활약이 시작됐습니다.
미루는
등산열차 안에서 울고
케이블카 안에서 울었습니다.
로프웨이에선 보채더니
로프웨이에 내려선 칭얼댑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장소만 바꿔가면서
계속 미루를 달랬습니다.
"상구, 아무래도 안되겠다. 미루가 너무 힘들어 하는데..그만 내려가야겠어.."
유람선 타는 걸 취소하고
유리병 만들기도 포기합니다.
산 정상 쯤에서 계란 까 먹는 계획도 포기하고,
대신 주선생님이 밑에서 기다리고
제가 후딱 올라가서 그냥 계란 몇 개 사와서 나중에 먹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후지산 정상을 가린 구름이 걷힐 텐데
마음이 급해서 그냥 구름 가린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마지막 희망
'온천'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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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았수들... 할 말이 없당...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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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주샘~이 좋아한다는 '참잘했어요'도장!오늘은 코끼리그림으로! 미루에게도 쾅 찍어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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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고맙수...인제 미루 좀 크면 여행할기야...RE/사실 re님 아니었으면 우린 정말 도쿄 대로변에서 꺼이 꺼이 울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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