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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2/26
    유기농(2)
    너나나나
  2. 2007/02/26
    말걸기 육아 2(3)
    너나나나
  3. 2007/02/26
    안 돼!(3)
    너나나나
  4. 2007/02/26
    스스로 집어 먹기
    너나나나
  5. 2007/02/23
    단단한 머리(1)
    너나나나
  6. 2007/02/23
    미루 서다(4)
    너나나나
  7. 2007/02/22
    사과물(2)
    너나나나
  8. 2007/02/22
    이유식 먹이기 전쟁(6)
    너나나나
  9. 2007/02/21
    야밤에 전화(3)
    너나나나
  10. 2007/02/21
    귀경길(3)
    너나나나

유기농

세 식구가 장을 보러 갔습니다.

 

미루 이유식에는

꼭 유기농 재료를 사용합니다.

 

돈이 없어서 나중에 좋은 건 못 먹일 거고

지금 적게 먹을 때 좋은 재료 사서 먹이고 말려고 그럽니다.

 

마트에 가서

유기농 호박, 유기농 시금치

유기농 양파, 유기농 비타민 등

다양한 유기농 야채를 샀습니다.

 

"현숙아 우리 주방세제 떨어졌어, 사야돼.."

 

주선생님이

이왕 주방세제 살 거면

천연세제를 사자고 합니다.

 

"그건 뭐가 좋은데?"

"그거? 대충 헹궈도 된대..."

 

하기야 유기농 식재료를 사는 정신을 살려서

세제도 그런 걸 사면 환경친화적이고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사자.."

 

미루가 피곤해 하는 것 같아서

다음날 사기로 했습니다.

 

다음날이 오늘입니다.

주선생님이 세제를 사왔습니다.

 

쌀겨에서 추출한 순식물성 원료로 만든

천연세제입니다.

 

이거 쓰면 주부습진도 안 걸리고 좋답니다.

연약한 제 피부에 딱 어울리는 세제입니다.

 

"근데 있잖아..이거 봐, 이거 저독성이다."

 

세제용기 겉면에

저독성 세제라고 써 있습니다.

독이 조금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게 저독성이면

보통 우리가 쓰는 세제는

유독성 물질 수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주선생님이

옆동 후배한테서 무를 얻어왔습니다.

 

이 무는 후배의 어머님이

밭에서 직접

핀셋으로 벌레 뽑아가면서 키운

궁극의 유기농 무랍니다.

 

이걸로

무밥 해먹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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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육아 2

책을 봤더니 9개월 쯤에는

옷 입고 벗길 때 아이가 엄마를 도와준답니다.

미루는 전혀 안 도와줍니다.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발달이 늦은 건가?'

 

그러고 보니까 미루가 요새 말수가

좀 적어졌습니다.

 

제가 워낙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데

미루랑 있을 때도 가끔 혼자 있는 것처럼 조용히 있었더니

미루한테 나쁜 영향이 있었나 싶습니다.

 

열심히 책을 찾아보니까

짧은 문장으로 같은 단어를 여러번 사용해서 말을 해주면 좋답니다.

의성어, 의태어도 계속 사용해주라고 합니다.

 

"미루야~~이유식 먹자..."

 

미루를 번쩍 들어서

의자에 앉히고 이유식을 먹입니다.

 

뭔가를 안 쥐어주면

이유식 숟가락을 꼭 손으로 칩니다.

 

다른 숟가락 한 개를 의자에 붙은 식판에 올려줬습니다.

 

미루는 그걸 들어서 흔들어 보고

식판을 탁탁 쳐보기도 합니다.

 

"미루야, 숟가락 흔드네..."

 

이유식 한 숟가락을 먹였습니다.

 

"우리 미루, 숟가락으로 식판을 치는구나"

 

숟가락을 들어서 만세를 하는 듯 하더니

바닥으로 던집니다.

 

"숟가락을 바닥에 던졌네..."

"아빠가 숟가락 집어줄께..
"여기있다~숟가락"

 

다시 숟가락을 집더니

곧바로 바닥에 던집니다.

 

이 시기엔

아이들이 물건을 잡았다 놓는 게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라서

숟가락 던지는 걸 뭐라고 하면 안된답니다.

 

의자에 앉자 마자

다시 일어나서 숟가락을 집어줬습니다.

 

"미루가 숟가락을 다시 던졌네.."

"여기, 숟가락 다시 받어"

 

받자마자 다시 던집니다.

 

"숟가락을 다시 던졌구나~"

"숟가락이 달그락 하면서 떨어지네.."

"숟가락 다시 주워줄께..."

 

미루는 이번 기회에

숟가락이라는 단어를 마스터 할 심산으로 보입니다.

 

숟가락을 계속 던집니다.

허리를 몇 차례 굽혔다 폈다 했습니다.

 

예전에 봉침 맞고 나서도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은 허리입니다.

 

허리 굽히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숟가락을 하나 더 줬습니다.

이제 허리굽히는 횟수는 1/2로 줄어들 겁니다.

 

"우리 미루~숟가락을 두 손으로 동시에 던졌네..."

 

이유식 먹는 내내

똑같은 행동을 몇 번 했는지 모릅니다. 

 

다시 재개된 말걸기 육아는

참 고됐습니다.

 

미루는 이쁜데

숟가락이 왠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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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아! 아야!!"

 

미루가 주선생님

젖꼭지를 깨물었습니다.

 

이빨까지 난 애가 깨물었다니까

아주 오싹합니다.

 

"현숙아, 안된다고 큰 소리로 말해~"

"잘 못하겠어.."

 

"그래도 해야지, 안 그러면 계속 물잖아.."

 

젖꼭지 깨물때 강하게 안된다고 하지 않으면

애가 계속 문다고 그 동안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을 당하지 말아야 겠다 싶은데

주선생님 마음이 약합니다.

 

"미루는 계속 물지 않아...."

 

주선생님 말대로 미루는

젖꼭지를 계속 물지 않았습니다.

팔뚝을 물었습니다.

 

"아야..."

 

한 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어른 팔뚝을

잔뜩 문 채로 미루는 저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안돼!!!!!!'

 

주선생님이 안되면

저라도 소리쳐야겠다 싶었습니다.

 

소리 못 쳤습니다.

 

괜히 미루랑 사이 안 좋아질까봐

잠시 번민하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계속 물긴 무네...그러지 말고, 크게 안돼라고 외쳐..."

 

저는 못하면서

주선생님한테 자꾸 하라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집요하게 요구해야

제가 못한다는 걸 눈치 못 챕니다.

 

"지금쯤이면 안된다는 말 알아 듣는대...필요할 땐 분명하게 말하래.."

 

"말했다가 미루가 마음 상해하면 어떡해..."

"할 수 없지...그리고 잘 달래주면 되고..."

 

"마음 상하면, 밤에 자다가 깨잖아...그게 싫은거지..."

 

주선생님

비겁한 변명을 늘어 놓고 있습니다.

 

자다가 깰 게 무서워서 소리를 못 치다니

어차피 요새 자다가 자주 깹니다.

 

이럴 때는

저라도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면 됩니다.

 

사실 예전에 한번

소리 쳤다가 너무 커서

저도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미루는 엄청 울었었습니다.

그때 기억 때문에 2차 시도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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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집어 먹기

밥을 자기 손으로 퍼먹지는 못해도

미루는 사과나 당근 오이 같은 건

손으로 아주 잘 집어 먹습니다.

 

"미루가 집어먹을 수 있을까?"

"한번 줘 보자..."

 

"뭐 주까? 사과? 배?"

"사과 잘라서 한번 줘 보자.."

 

사과를 자릅니다.

근데 어떻게 잘라야 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얇고 길게 잘라야 하나? 아니면 뭉툭하게 잘라서 줄까?"

 

주선생님은 얇고 길게 잘라야

먹기 좋지 않겠냐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잘랐다가

입 속에 붙어서 숨 막히면 어떡하지?"

 

결국 이렇게도 잘라주고

저렇게도 잘라줬습니다.

 

"쿠에엑~"

 

숨 막혀 합니다.

 

얇고 긴 것도, 뭉툭한 것도

모두 마구 갉고, 베어 물어서

입 속에 사과 조각이 꽉 찹니다.

 

너무 꽉 차서

애가 숨을 못 쉽니다.

 

미루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손으로 사과를 잘 집어 먹었습니다.

 

"상구, 상구~이것 좀 봐~~~~"

 

주선생님이

얇게 자른 배를 보여줍니다.

 

배 표면에 미루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습니다.

 

위에서 눌러 주저 앉은 V자 같습니다.

 

저 이빨로 사각사각

과일이랑 야채를 갉아 먹는 걸 보면 참 귀엽습니다.

 

"크크큭큭큭..."

 

처음에 과즙망에 사과를 담아 줬을 때

미루는 자기 이빨 소리에 한참 큭큭 거렸었습니다.

 

정말 사각사각 소리가 났고

그때 마다 한참 웃었습니다.

 

이제는 과즙망도 안 쓰고

그냥 덥석덥석 집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넣습니다.

 

"미루야! 그건 안돼~~"

"현숙아, 그 사과 방금 전에 깎아준건데..."

 

"바닥에서 뒹굴던 거란 말이야.."

"에이, 괜찮어..."

 

"방금 내가 밟은 거란 말야..."

 

미루는 뭐든지

잘 집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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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머리

세 사람이 식당에 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낮은 식탁에 앉아서

주문을 합니다.

 

미루는 옆에서 처음 보는

젓가락, 메뉴판, 숟가락통 등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에치.."

 

미루가 기침을 합니다.

식탁을 바라보고 앉아 하는데

고개가 크게 뒤에서 앞으로 흔들립니다.

 

"에에~취"

 

식탁에 머리를 받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조금 떨어져서 기침할 것이지.

 

울고 난리가 난 미루를 달래기 위해

혀를 쑥 내밀었더니,

좋아하면서 손으로 긁고, 만지고 합니다. 짭니다.

 

"애기 손이 짜네.."

"그럼~안 씻었잖아..."

 

집에 돌아와서

누워있는 주선생님을

미루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숙아~미루 조심해..

쟤 꼭 머리부터 떨어지겠다.."

 

"응~~~"

 

"쿵"

 

머리부터 떨어졌습니다.

다시, 달래기 시작.

 

한숨 잔다며 미루를 데리고

주선생님이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에서 일대 결투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을 열고 보니까

주선생님 배위를

미루가 가로질러 가고 있습니다.

 

반대편엔 장롱이 있습니다.

 

"헤엑, 헤엑, 헤엑~"

 

조그만게

숨소리도 거칩니다.

시속 100km로 발을 구릅니다.

 

"쿠~웅"

 

장롱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안방이 통째로 울립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서로 마주보며

다음 순간 벌어질 일을 기다렸습니다.

 

미칠 듯한 적막이 흐릅니다.

 

1초, 2초, 3초.

 

온갖 생각이 납니다.

'어떻게 달래야 하지? 또 혀를 내밀어줘야 하나?'

 

'으으으으으으으아앙~~'

 

울음이 터져야 하는데

고요합니다.

 

쳐다봤더니

미루는 혀를 쑥 내밀고

헐떡 거리면서 웃고 있습니다.

 

인제 그 정도는

아파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놀지 않으면 언제 놀 것인가"

구호를 외치면서 달려 나가는 청년의 기상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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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 서다

힘들어서 잠시 누워 있으면

미루가 놀라운 속도로 기어 옵니다.

 

"낑낑.."

 

꼭 제 몸통 어딘가를 짚고

반대편으로 넘어갑니다.

 

갈비뼈를 누릅니다.

 

"으악-"

 

10kg짜리가 누르니까

뼈 골절이 걱정됩니다.

 

저를 쳐다봅니다.

미안한 눈빛.

 

인제 9개월 됐다고

미안한 것도 압니다.

 

"퍽"

 

눈을 때립니다.

아직 미안한 걸 모릅니다.

 

기분이 심하게 상하지만

여러 날 관찰한 결과,

어루만지려는 동작을 하려는데

부드럽게 안되고 결국 사람을 때리게 되는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참습니다.

 

마침내 몸을 넘어서 건너편으로 가면

미루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해 움직입니다.

 

다시 반대로 넘기.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일을 당합니다.

 

그 중 몇 번은 죽을 뻔 했습니다.

 

미루가 이유식이랑 젖을 잔뜩 먹은 직후에

누워있는 제 목을 넘었습니다.

 

불룩한 배가 목을 감싸듯이 눌러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손으로 눈을 짚고 넘을 때는

이러다 큰 일 나겠다 싶었습니다.

안구보호를 위해 강제력을 동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방바닥에 누웠습니다.

 

이건 밥 먹은 사람의

신성불가침의 권리입니다.

 

이번에도 미루가

그 권리를 침해합니다.

 

배를 짚고 올라 옵니다.

배는 견딜만 합니다.

 

"이 정도 쯤이야...미루야, 마음껏 넘어라"

 

올라오는 듯 하더니

다리를 쭉 펴면서 몸을 세웁니다.

 

아, 미루가 배를 짚고

서고 있습니다.

 

지난 번 일본 갔다 올 때

공항에서 의자 잡고 잠깐 섰었는데

이번엔 좀 더 확실히 다리를 폅니다.

 

배에 쏟아지는

엄청난 압력.

 

밥 먹은 직후입니다.

 

그래도 미루가

선다는 데, 제가 참아야 합니다.

 

자기 발로 선다는 것

그것은 매우 고통스런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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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물

이유식을 다 먹이면

의자에 앉힌 채로 바로 이어서

사과를 갈아 먹입니다.

 

미루가 약간의 변비 증상이

있을락 말락 해서

 

하루에 사과 두 쪽 정도를 갈아 먹이는데

이게 효과가 좋습니다.

 

"미루야, 사과. 너 좋아하는 사과~~~아, 어디가~"

 

가끔 사과를 안 먹이고

미루를 의자에서 내려놓을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유가 없는 데 내려 놓아서 문제입니다.

 

이유식을 실컷 먹어서

별로 아쉬울 게 없는 미루는

여기 저기로 몸을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유식 먹이기 벌써 4달째.

제 실력도 굉장합니다.

 

이동하는 입 속에

정확히 사과 담은 스푼을 집어 넣습니다.

 

'오물오물..'

 

미루는 틀림없이

사과를 목으로 넘기자 마자

다시 움직일 겁니다.

 

저는 옆에서 사과 한 스푼을 더 퍼서

기다립니다.

 

'꿀꺽'

 

이 소리는

안 들립니다.

 

목이랑 입을 자세히 보면

사과를 넘기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몸이 다시 움직이려는 찰나

그 보다 빨리 숟가락이 입을 파고 듭니다.

 

역시 전 훌륭한 아빠입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사과 두쪽을 다 먹입니다.

 

"앗"

 

턱받이가 없습니다.

사과물이 옷으로 다 흘렀습니다.

 

이럴수가

하필이면 낮에 나갈 때

제일 이쁜 외출복 입혔다가 안 갈아입혔는데

 

사과물 흐르는 건 신경도 안 쓰고 먹이기만 바빴습니다.

주선생님이 전하신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사과물은 바로 바로 빼야 돼..."

 

곧바로 미루 옷을 벗겨 들고

화장실로 튀어 갔습니다.

 

화장실 문턱에 앉아서 빨래 비누로 옷을 박박 문질렀습니다.

미루는 뒤에 앉아서 제 등을 툭툭 칩니다.

 

"미루야, 아빠 건들지마...사과물 안 빠지면 엄마 한테 죽어..."

 

알아들을 리가 없습니다.

 

빨래비누로 빨고

세탁기용 세제 묻혀서 한번 더 빨고

마지막으로 세제를 물에 풀어 담가놨습니다.

 

그 옷에는 정말

사과물 들면 안 됩니다.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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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먹이기 전쟁

"미루야~이유식 먹자..."

 

처음부터

고분고분 받아먹을 리가 없습니다.

 

숟가락을 입에 대면

고개를 휙 돌립니다.

 

"미루야...얌얌..이유식 먹자~~"

 

다시 숟가락을 댑니다.

이번엔 입을 조금 벌립니다.

 

인상을 쓰면서 맛을 보더니

얼굴이 펴집니다.

 

제 이유식 만드는 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입니다.

 

세번째 숟갈부터는

덥석덥석 잘 받아 먹습니다.

 

두 손으로는 다른 숟가락을 가지고 놀다가

이유식이 가면 입을 벌립니다.

제비새끼 같습니다.

 

"야! 엄마 옷을 왜 물어~~"

 

밥 먹다가 별 짓 다합니다.

주선생님 옷에 이유식이 왕창 묻어 있습니다.

 

한참 먹다 보면 미루는

꼭 손으로 얼굴을 비빕니다.

 

"끼잉.."

 

턱받이를 다른 손으로 잡더니

확 풀러버립니다.

 

그래도 전 계속 이유식을 먹입니다.

철분 섭취가 적으면 빈혈이 생기는데

그러면 안 좋답니다.

 

또 얼굴을 비빕니다.

입 속에 있던 이유식이

입 밖으로 나옵니다.

 

계속 비빕니다.

이유식이 얼굴에 퍼집니다.

 

이젠 아예 얼굴을 반죽을 합니다.

쌀알과 브로콜리, 시금치, 호박이

범벅이 되서 얼굴전체를 데코레이션합니다.

 

'탁탁탁'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미루

제가 방심한 사이에 그릇을 잡더니

식탁을 퍽퍽 내려칩니다.

 

식탁 유리 끝이 두 군데나 깨졌습니다.

 

"야!!! 이리 줘~~!"

 

미루한테서 그릇을 뺏었습니다.

 

"으아앙~"

 

들고 있던 숟가락을 팽개치고

얼굴이 빨개져서 미루가 웁니다.

 

이럴 땐 방법이 있습니다.

 

사과 갈아놓은 걸 입 속에

푹 집어 넣습니다.

 

그러면 오물오물 잘 먹습니다.

다 먹고 나면 웁니다.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겁니다.

 

"으아아앙~"

 

또 사과를 푹 집어 넣었습니다.

또 잘 먹습니다.

 

사과가 떨어졌습니다.

결국 안아서 달래줬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식탁 주변이 전쟁터가 됐습니다.

 

밥 먹이고 나서

치우는 게 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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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전화

"두두두두두두두두"

 

저녁 9시 30분

전화기를 진동으로 했더니

책상 전체가 울립니다.

 

미루 재우다가

완전히 낙담합니다.

 

한 시간 가까이 실랑이 끝에

겨우 잠들기 직전이었습니다.

 

"여보세요"

"오~!! 전화 받네.."

 

"아...난 또 누구라고.."

 

사무실 사람입니다.

 

"근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요"

 

건너편은 아주 시끌벅적합니다.

 

"애 재우다 나왔거든요.."

 

"하하하..그래요? 지금 어딘대요?"

 

술취했습니다.

취한 인간의 전형적 대화법을 구사합니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어디긴 어디야..집이지.."

 

"집이 어딘데?"

 

집은 또 왜 묻나 싶은데

무슨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집은 왜 물어? 대방동이야.."

 

"오호, 대방동~"

 

도저히 저의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투입니다.

 

"근데 왜 이 시간에 전화했어!!!"

 

버럭 화를 냈습니다.

하루 내내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잘 됐습니다.

 

저쪽에서 미안해하면서 통화하면

화도 못 내고 괴로웠을텐데

화 내기 딱 좋게 말을 합니다.

 

"아..미안해요.."

 

화내고 나니까 미안하다고 하더니

옆 사람을 바꿔줍니다.

 

"오랜만이예요"

 

미루가 옆으로 기어오더니

본격 사운드를 내기 시작합니다.

 

"애 옆에 있어요?"

"네..근데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이예요?"

 

"늦긴 뭐가 늦어요. 인제 9시 30분이구만.."

"그건 일할 때 얘기죠...하, 진짜.."

 

"알았어요...근데 이번 주 토요일날 시간 있어요? MT같이 가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있는대로 화를 냅니다.

36년의 내공을 담은 온갖 욕설을 패키지로 보내줍니다.

저쪽에선 안절부절 못하다가

백배 사죄를 합니다.

다시는 밤에 전화 안 하고

낮에도 먼저 문자를 날리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런 상상을 하면서

계속 화를 내볼까 했지만

소심해서 그만뒀습니다.

 

전화를 끊고

미루가 자기까지 3시간 걸렸습니다.

 

12시 20분

겨우 재우고 시계를 보니까

다시 온몸이 화 덩어리가 됩니다.

 

육아휴직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육아하는 사람 처지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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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경길

다시 생각해봐도

이번 설 귀경길은

기억에 참 많이 남습니다.

 

"상구...설날표 결제했어?"

 

빛나는 인터넷 표구하기 전쟁에서

서울-김제간 표를 두장씩 예약한 저는

결제 마감일 다음날 주선생님이 이렇게 물어봐서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아니. 큰일났다."

 

저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습니다.

 

"현숙아~인터넷 다시 들어갔더니.. 남아있는 표 있다 있어!!"

 

설이 끝나고 올라오는 길,

새벽 5시 4분 기차를 타게 됐습니다.

 

무궁화호는

그 새벽에 다들 자는데

실내불을 환하게 켜놓고 달립니다.

 

미루가 잠이 깰까봐

우리는 미루 눈을 최대한 가렸습니다.

 

"이번 역은 익산, 익산역입니다.."

 

화들짝 놀랐습니다.

귀를 안 막았습니다.

 

기차 방송이

이렇게 클 줄 몰랐습니다.

 

"위아 어라이빙 앳 익산, 익산 스테이션"

영어로도 합니다.

 

"고노 예끼니.."

일본말로도 방송합니다.

 

"뭐라고 하는 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중국말까지 합니다.

 

미치겠습니다.

그래도 미루는 잡니다.

 

"서울까지 열번은 더 방송하겠구만.."

 

그래도 이 정도 길이면

잘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20분쯤 더 달렸는데

승무원분이 띡하고 마이크 켜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열차는 광주를 새벽 4시쯤에 출발하여..."

 

무슨 안내할 게 있는가 봅니다.

무조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랬습니다.

승무원분이 직접 하시니까

4개국어로 하진 않을 겁니다.

 

"저희 승무원은 여러분의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이.."

 

방송이 짧으면

매우 쾌적한 여행이 될 게 확실합니다.

 

"내리실 역을 지나치셨을 경우에는 무리하게 뛰어내리지 마시고...쓰레기는 객차 사이의 휴지통을 이용.."

 

무척 많은 안내를 합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승무원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울러, 열차 이용에 관한 몇 가지 안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열차 이용에 관한

안내말씀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열차내의 기계 장비는 함부로 만지지 마시고..."

 

계속 이어집니다.

 

"저희는 3번 객차에서 근무.."

 

3번 객차로 쫓아가고 싶었습니다.

벌써 5분도 넘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동반하신 승객께서는 어린 아이가 객차 안에서 뛰거나 떠들지 않도록.."

 

결국 미루가 고개를 벌떡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합니다.

 

어린아이를 동반하신 승객이

아이가 떠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음을 졸였지만 이미 상황은 벌어졌습니다.

 

이대로 미루를 안고

왔다갔다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낑낑.."

 

11시 방향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립니다.

고개를 쑥 빼고 보니까

엄마가 아이를 업고 서 있습니다.

 

"응애~~"

 

또 반가운 소리가

7시 방향에서 들립니다.

고개를 획 돌렸습니다.

 

역시 엄마가 아이를 업고 서 있습니다.

 

"으앙...", "에에...에에.."

 

객차 이곳 저곳에서

잠자던 아이들이 하나둘

일어납니다.

 

아까 그 방송 때문입니다.

 

어떤 엄마는 애를 안고 서서

의자에 머리를 박고 잡니다.

 

새벽 5시 30분

무궁화호 안에는

애들 소리가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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