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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2/21
    그냥 있는 거 꺼내 먹기(3)
    너나나나
  2. 2007/02/17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8(3)
    너나나나
  3. 2007/02/17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7(2)
    너나나나
  4. 2007/02/17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6(1)
    너나나나
  5. 2007/02/16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5
    너나나나
  6. 2007/02/16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4
    너나나나
  7. 2007/02/15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3(4)
    너나나나
  8. 2007/02/15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2(3)
    너나나나
  9. 2007/02/15
    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1(3)
    너나나나
  10. 2007/02/09
    여행 준비 3(4)
    너나나나

그냥 있는 거 꺼내 먹기

며칠 째 반찬이 계속 정체입니다.

 

냉장고에는 각종 고대 음식이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가히 반찬의 박물관입니다.

 

"현숙아..오늘 아침은

있는 거 꺼내 먹기의 하일라이트가 될 것 같애.."

 

좀 미안하지만 할 수 없습니다.

 

3일된 호박볶음을 꺼냅니다.

역시 3일된 닦고기 볶음도 꺼냅니다.

 

그 보다 반나절 더 오래된 국을 올려놨습니다.

딴 건 몰라도 이 순간 만큼은 많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눅눅해진 김도 올려놓습니다.

 

그러게 전 작게 잘라져서

한번 먹을 만큼씩 파는 김이 좋습니다.

큰 김은 꼭 남아서 눅눅해집니다.

 

반찬 그릇을 다 꺼내놓고 보니까

아무래도 너무한다 싶습니다.

 

할 수 없이 비상수단을 쓰기로 했습니다.

 

"상구..뭐 해?"

 

접시를 왕창 꺼내서

반찬을 일일이 담았습니다.

 

손님이 왔을 때나 하는 짓입니다.

 

보기 좋게 담아놓으니까

분위기가 확 다릅니다.

 

"오...좋아 좋아..오늘 반찬 죽이는데.."

 

주선생님이 한 말이 아니고

제가 한 말입니다.

 

다시 봐도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기 좋은 떡의 위력입니다.

 

이런 기술은 가끔 써먹을 때

효과가 있습니다.

 

근데 다음 끼니는

또 어떻게 준비하나 걱정입니다.

 

"따르르릉..."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님입니다.

 

"여보세요.."

"상구야~반찬 택배로 보냈다.."

 

살았습니다.

 

다양한 설반찬이 곧 집으로 옵니다.

 

요새 시골에서 반찬 갖다 먹는거

완전히 재미 붙였습니다.

 

이게 도착하면

또, 있는 거 꺼내먹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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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8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코네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합니다.

 

급행열차를 타고 도쿄로 갑니다.

하코네로 올 때 보다는 미루가 덜 힘들어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도쿄 신주쿠 역에 도착해서

역에 붙어 있는 백화점 꼭대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백화점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본 안내원은

저 옆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답니다.

다른 길은 없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게 된 말이

'계단'입니다.

 

유모차를 들고

여행용트렁크와 가방들을 들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 사람은 미루를 안고

식당 근처를 뱅뱅 돌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 죄다 이런 것들 뿐입니다.

 

이제 신주쿠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

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그리고 김포공항에서 집까지 구간이 남았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표를 끊는데만

20분이 걸립니다. 엄청 복잡합니다.

 

표를 끊고 나자 우리 앞에

계단과 계단과 또 계단이 기다립니다.

 

온천으로 풀린 마음은

계단으로 새까매집니다.

 

"출출하다.."

 

열차를 갈아타는 역에서

주선생님은 빵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고

저는 유모차와 트렁크와, 가방 두개, 그리고 벗어놓은 코트 2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상구~어떡하지? 여기 또 와야 할 것 같애..."

 

심장이 멎으려고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주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가게에서 쿠폰을 줬어..."

 

이럴 때 안 웃으면

여유없는 인간으로 찍힙니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젖을 먹인 주선생님은

이제 많이 지쳐합니다.

 

"나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잔돈이 겨우 될 것 같은데 자판기에서 뽑아올께"

 

한참을 기다리니까

주선생님이 오는데

얼굴이 울상입니다.

 

"상구...16번이 커피여서, 1번 누르고 6번 눌렀거든..."

 

주선생님은 사과주스를 들고 있었습니다.

1번이 사과주스고,

16번은 버튼이 따로 있었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미루는 그야말로 통곡을 합니다.

너무 힘들어 합니다.

 

반경 5미터 이내의 승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다들 놀라운 인내력으로 참고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2달 쯤 어디 갔다 온 기분입니다.

 

"아저씨, 대방동이요..."

 

택시를 타고 오는 길

빗속에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살다 살다

국회의사당이 반가워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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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7

역시 이번 여행의

궁극적 목적은 온천입니다.

 

힘이 있는대로 빠져서

겨우 숙소에 도착했는데

방이 아주 넓고 좋습니다.

 

"우와 좋다~~"

 

미루도 침대가 아니라

넓은 바닥에서 다닐 수 있는 게

좋은가 봅니다.

마구 팔딱거립니다.

 

방으로 따라오신, 일하시는 할머니는

진짜 작고 허리도 굽으셨고 힘도 없어 보이셨는데

 

저희들한테

숙소 이용에 대해

한참 동안 친절히 설명을 하셨습니다.

전혀 못 알아들었습니다.

 

그래도 휴식은  편안합니다.

저녁 6시가 되자, 거창한 식사가 방으로 직접 들어옵니다.

 

아까 그 할머니 혼자서

그릇을 가득 담은 판을 들고 들어오시는데

옆으로 비틀하더니 벽에 한번 부딪힙니다.

 

"휴..먹었더니 살겠다. 하루 종일 극기훈련한 것 같애..."

 

할머니는 식사 후에도

가끔씩 방에 들르셔서

이불도 펴주시고 차도 갖다 주셨습니다.

 

우리는 누워있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났습니다.

괜히 혼날 것 같았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완료됐습니다.

온천으로 출발입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미루용 튜브도 얻고, 방수 기저귀도 챙겼습니다.

며칠에 걸쳐 연습도 했습니다.

 

오붓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신나는 온천 체험!

 

물이 너무 뜨거워서

미루는 못 들어갔습니다.

튜브도, 방수기저귀도 못 썼습니다.

 

실내 목욕탕에서

미루 샤워만 시키고 나오는데

탈의실이 너무 추워서

미루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울어댔습니다.

 

미루를 안고

따뜻한 방으로 뛰었습니다.

지하 실내 욕탕부터 2층 까지 계단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노천탕에 들어가자!!"

"미루는?"

 

따로 따로 노천탕에 가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온천을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화려한 비키니 수영복을 가져왔는데

역시 혼자 했답니다.

 

온천의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현숙아~이거 봐, 이거 봐...이 부드러운 피부!!"

"오..정말?"

"얼굴도 만져 봐...로션 안 발랐는데도 이래~~"

"발라..." 

 

몇 번만 더 담그면

모든 피로가 싹 달아날 게 틀림없습니다.

 

"우리 꼭 세번씩은 노천탕에 들어가자. 이게 원래 목표였잖아..!!!"

 

"그러자, 잠깐 자고 좀 있다 또 가자!!"

 

눈을 떴습니다.

새벽입니다. 젠장 너무 잤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노천탕에 딱 한번씩 갔습니다.

 

미루는 다다미방에서 내내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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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6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는

넷째날입니다.

 

도쿄를 떠나서

하코네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까

이곳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곳이랍니다.

 

우리는 고속으로 달리는

급행열차를 타고 하코네에 가서

 

등산열차를 타고 산을 오르고

케이블카를 타고 더 높은 산을 오르고

 

로프웨이란 걸 타고 온천이 뿜어져 나오는 산 꼭대기로 가서

뜨거운 물에 익힌 계란을 까 먹고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타고

 

유리병을 직접 불어서 만들 수 있다는 곳에 가서

병을 만들어 오기로 했습니다.

 

자, 드디어 하코네로 출발입니다.

 

짐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그래도 즐겁습니다.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하코네행 급행 열차에서

표가 없어서 따로 따로 앉았습니다.

 

주선생님은 일본 할머니 세명과

한참 웃고 떠듭니다.

 

말 안 통하는 사람과 그럴 수 있다는 건

참 신통한 재주입니다.

 

한 30분 쯤 지났을까

미루가 보채다가 울다가 합니다.

 

그래도 겨우 달래가며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현숙아, 숙소가 어디지?"

"일단 역 밖으로 나가자.."

 

"잠깐 미루를 업자"

"내가 안을께"

"천천히 해.."

 

모포가 바닥에 툭 떨어집니다.

 

"아기띠 좀 뒤에서 당겨줘"

"좀 더 꽉"

 

"카메라 조심해...off로 놨어?"

 

"저기가 나가는 곳인가봐.."

"휴, 횡단 보도가 없다. 지하도로 건너야 되나봐.."

 

"저기 건너가면 안내소가 있겠지?"

"내가 여기서 짐 지키고 있을테니까 너 혼자 갔다와"

 

사람은 많고

짐도 많아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루의 대활약이 시작됐습니다.

 

미루는

등산열차 안에서 울고

케이블카 안에서 울었습니다.

로프웨이에선 보채더니

로프웨이에 내려선 칭얼댑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장소만 바꿔가면서

계속 미루를 달랬습니다.

 

"상구, 아무래도 안되겠다. 미루가 너무 힘들어 하는데..그만 내려가야겠어.."

 

유람선 타는 걸 취소하고

유리병 만들기도 포기합니다.

 

산 정상 쯤에서 계란 까 먹는 계획도 포기하고,

대신 주선생님이 밑에서 기다리고

제가 후딱 올라가서 그냥 계란 몇 개 사와서 나중에 먹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후지산 정상을 가린 구름이 걷힐 텐데

마음이 급해서 그냥 구름 가린 후지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녹초가 됐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마지막 희망

'온천'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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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5

셋째날은 명실상부하게 노는 날입니다.

행사는 없습니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미루는 이 날 따라

놀라운 아침잠 실력을 보여줍니다.

 

아침 먹고 자더니

12시 30분에 일어났습니다.

 

오전 다 지났습니다.

 

1시엔 영화제 관계자들이

점심 산다고 나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진지한 대화가 이어집니다.

 

밖에선 일본 우익 단체들이

차에 '1인 1살(한 사람이 한 명씩 죽이자)' 같은 구호를 적고

행진합니다.

 

일본 건국기념일을 기념하는

행진이라고 합니다. 무섭습니다.

 

대화가 더 진지해지더니

오후 3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하루가 다 갔습니다. 

해지기까지 2시간 30분 남았습니다.

 

우에노 지역에 있는

과학박물관에 갔습니다.

우린 이런 거 좋아합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해양생물, 육상생물, 미생물, 공룡 등등에 열광했고,

특히 생물의 계통도를 기가 막히게 전시해 놓은 게 너무 치밀해서 감탄했습니다.

 

미루는 자다가

박물관 끝날 때쯤 깼습니다.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미루를 먹이고, 씻기고, 재웠습니다.

 

"나가야하지 않겠어?"

"이 시간에? 밖에 바람도 많이 불고 미루도 자잖아.."

 

주선생님의 의지가 강합니다.

 

"여행 왔는데 이렇게 보낼 순 없어, 들춰업고 나가자.."

 

밤 10시에 미루를 안고

거리에 섰습니다.

 

근처엔 놀이공원도 있고,

쇼핑센터도 있고, 공원도 있고, 큰 실내온천도 있습니다.

 

다 문 닫았습니다.

실내온천은 어린이 입장 금지입니다.

길거리에 사람도 거의 안 다닙니다. 차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신나게 사진찍고 놀았습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는데

어떤 아저씨가 시야에서 나타났다 사라질 때까지

우리를 계속 불쌍하게 쳐다 봅니다.

 

주선생님이 목에 힘을 줘 말씀하셨습니다.

 

"안되겠다. 들어가자.."

 

여행 셋째날

우린 놀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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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4

4박 5일 해외여행 하기 위해 싼 짐이

그야말로 엄청납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손 네개로

 

큰 여행용 가방 한 개

중간 크기 가방 한 개

얼린 이유식 넣은 아이스박스 가방 한 개

카메라 가방

유모차

그리고 미루를 들어야 했습니다.

 

"으악! 현숙아..나 칫솔 안 가져왔어.."

"내꺼 같이 써..."

 

이삿짐을 싸왔는데도

빠진 게 있었습니다.

 

"DVD 나눠 주려고 했는데 깜빡 했다..."

 

영화제 관계자들한테

주선생님 영화 DVD를 주기로 해 놓고

안 가져왔답니다.

 

명함도 잔뜩 있는데

안 가져왔습니다.

 

미루 짐 챙기느라고

정작 주선생님 일과 직접 관련 있는 것들을

빠뜨렸습니다.

 

"아차..!! 미루 옷 한벌 가져올려고 싸놓고 그냥 왔다.."

"미루 먹을 사과 잘라놓고 식탁 위에다 그냥 놓고 온 것 같애"

 

미루 짐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선생님 여권이 너무 훼손돼서

어쩌면 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는 서약서를 한 장 써주셔야겠는데요"

 

제 여권은 사진 붙어 있는 페이지가

거의 떨어져 나간 상태입니다.

제가 봐도 위조한 것처럼 생겼습니다.

 

일본 가는 내내 불안에 떨었습니다.

만약 저만 입국이 불허되면 정말 큰일이었습니다.

 

미루를 주선생님한테 맡기면

행사 참여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제가 데리고 한국으로 오면

미루 먹을 젖이 집에 충분한 지도 모르고

주선생님 젖몸살도 걱정입니다.

 

"현숙아, 인제 미루 내가 안을께.."

 

입국심사를 받기 직전

주선생님한테서 미루를 넘겨받고

최대한 가련한 표정으로 심사대에 섰습니다.

 

1분도 안 걸려서 통과.

괜히 혼자 걱정했습니다.

여권 준비만 제대로 했어도 없었을 일입니다.

 

어쨌거나 일본에 들어와서

행사는 끝나고

이제 관광만 남았습니다.

 

"카메라 충전기 안 가져왔다.."

"그럼, 사진 막 찍으면 안되겠네."

 

"집에 일본 여행 책자 있는데 놓고 왔다."

 

이번 여행은 정말 짐이 많았습니다.

놓고 간 것도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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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3

"애기 이름이 뭐예요?"

 

식당에서 만난 다른 감독님이

물었습니다.

 

"미루예요..."

 

옆에서 계속

마시마로 인형을 괴롭히던

7살 먹은 꼬마가 이름을 들었습니다.

 

"미루? 마시미루? ...엄마~~ 애기 이름이 마시미루야~"

 

미루는 일본말로

'보다'라는 뜻이랍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많은 일본 사람들은

미루를 참 이뻐했습니다.

 

전 괜히 우쭐해서

미루를 데리고

영화 상영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좀 있다 바로 나왔습니다.

미루가 졸려서 울먹울먹 합니다.

 

급히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아기띠로 안고, 토닥거렸습니다.

허리가 아픕니다.

 

10분이 흐르고, 15분이 흐릅니다.

 

"에이 그냥 숙소로 갈걸..."

 

영화가 끝날려면 한참 남았고

그 이후에 워크샵까지 하면

얼마를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데

괜히 남아 있겠다고 했습니다.

 

어디 있을 데가 없습니다.

 

"저기요.."

 

한참 서성거리고 있는데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할 때

주선생님 통역을 해주시기로 되어 있는

제일교포 3세 여자분이 저를 부릅니다.

 

"네.."

 

"저기 닥아실 빌려놨는데요..."

 

다과실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힘들어 죽겠구만, 과자 먹으라고 합니다.

 

"다과실이요?"

 

제가 못 알아 듣는 것 같자

그 분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머리를 긁더니

다시 말씀하십니다.

 

"흐으....탁아실인가?"

 

"아...탁아실!"

 

탁아실에 미루를 눕혀 놓고

저도 한숨 잤습니다.

 

영화 상영하는 동안

다행히 편히 있을 수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이 일하는 사이에

저의 미루 돌보기 역할은

그 후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5시 이후로는 탁아실이 문을 닫아서

미루를 데리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숙소는 침대방이라서

한 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

미루가 침대에서 떨어지면 큰일입니다.

 

그때부터 주선생님이 돌아온

저녁 10시 30분까지

계속 미루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미루는 저의 노력을

보다 의미있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꼭 침대 가장자리에서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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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2

여행 둘째날은

주선생님의 영화가 상영되는 날입니다.

 

일본의 진보적인 사회단체에서

주선생님의 영화를 초청한 겁니다.

 

"상구~나 먼저 밥 먹고 올께...미루 잘 봐.."

 

주선생님이 먼저 식당으로 내려가고

저는 곯아떨어진 미루 옆에서 같이 잤습니다.

 

"나 밥 먹고 왔어~~"

"맛있었어?"

 

"응!! 한식이 세 종류나 있어..갈비탕, 육개장.."

 

아침을 잘 먹은 모양입니다.

저도 이왕이면 맛있는 걸 먹고 싶습니다.

 

"그래? 넌 뭐 먹었는데?"

"나?.. 양식"

 

하여튼 주선생님은

참 특이합니다.

 

행사장에 도착해서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근처 식당에서 '라멘'을 먹었습니다.

 

느끼하고

고기에선 냄새가 나는 게

아주 맛있지는 않습니다.

 

같이 먹었던 박모 감독님은

묵묵히 다 드시더니

먼저 일어나면서 한 마디를 남기셨습니다.

 

"김치가 없네..."

 

그래도 주선생님과 저는

신나고 맛있게 라멘을 먹었습니다.

어딜가도 이렇게 먹습니다.

 

사실 이번 일본 여행의 목적 중에 하나는

육아의 피로를 덜기 위해 맛있는 것 먹기입니다.

 

저녁엔 초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여기 스시는

한국에서 먹는 거랑은 정말 달라요.."

 

낮에 라면 먹으면서

통역하시는 분이 하셨던 말씀입니다.

 

"상구~워크샵 5시 30분이니까

그 전에 우리 초밥 먹자~~!!"

 

행사가 열리는

이케부쿠로 근처의 초밥 집에서

스시를 시켰습니다.

 

두툼하고 아주 길다란 생선조각이

밥 위에 얹혀 나왔는데

맛있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 한입을 맛 본 후

주선생님과 저는 그 깊고 은은한 맛에

아주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어가며

즐거워했습니다.

 

먹는 걸 잘 먹으면

여행이 더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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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1

걱정이 많았는데

미루는 여행 전문가였습니다.

 

비행기에 타자 마자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미루를 위한

아기바구니가 설치됐습니다.

 

거기에 눕혀놨더니

한참 누워서 놀다가

일어납니다.

 

컨디션이 아주 좋습니다.

복도 건너 일본 아저씨한테 눈길을 주더니

활짝 웃습니다.

 

"꺅~꺄악~~아빠바바바"

 

온갖 귀여운 척을 다합니다.

손을 흔들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계속 쳐다봅니다.

 

아저씨는 미루한테 웃어주고

표정으로 놀아주기도 하더니

나중엔 귀찮아 죽을려고 합니다.

결국 계속 다른 데를 쳐다 봅니다.

 

그러자 미루는

바로 뒤에 앉은

야쿠자 같이 생긴 아저씨한테

눈을 돌렸습니다.

 

비행기 승무원을 부를 때도

남들은 다 조용조용히 부르더만

자기만 막 호통치듯이 "스미마셍!!!!!'하던 분입니다.

 

미루가 계속 웃음을 날리자

야쿠자 아저씨 신경 쓰여합니다.

 

눈치가 보입니다.

'저러다 화 내면 어떡하지...'

괜히 걱정됩니다.

 

미루는 계속 웃음을 날려줍니다.

야쿠자 아저씨 결국 한번 살짝 웃어줍니다.

아저씨가 안됐습니다.

 

미루랑 놀다 보니 도쿄에

금방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나와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또 지하철로 갈아탑니다.

 

금요일 밤이라

술먹고 늦게 들어가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가득 채웠는데

애를 안고 있어도 양보를 안해줘서 고생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쨌거나 무사히

숙소에 도착합니다.

미루는 컨디션이 하늘을 찌릅니다.

 

12시 직전에 도착해서

새벽 2시까지 안자고

침대 위를 휘젖고 다닙니다.

 

잠깐 세밀화 책을 펴줬더니

자기 손으로 막 넘깁니다.

의자 등받이를 잡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미루한테는

여행이 체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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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준비 3

일본은 온천으로 유명합니다.

다 아는 얘깁니다.

 

육아휴직으로 지친 몸을

온천으로 풀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어제는 이유식 준비를 위해

미루를 한참 안고

장을 봤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허리에 무리가 왔습니다.

안 펴집니다.

 

하루 내내 방바닥에서

비비적 거리다가

동네 한의원에 갔습니다.

 

'봉침'이란 걸 맞았습니다.

 

"이게 그냥 침이 아니고..벌독을 약하게 해놓은 거예요.."

 

한방 한방이 참 따가웠습니다.

 

"나중에 침 뺄 때는 그냥 안 빼고

열을 가한 다음에 뺄거니까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해요..."

 

무슨 전기 같은 걸

잠깐씩 통하게 할 모양입니다.

 

한참을 졸다가

시간이 다 됐습니다.

 

간호사분이 오셨습니다.

"뜨거우시면 말씀하세요..."

 

잠시 마음의 각오를 했습니다.

'이제 전기가 통하면서 따끔따끔하게 열이 나겠구나. 잘 참아야지...'

 

열이 전달됩니다.

아주 뜨거운 열이 짧고 예리하게

느껴집니다.

 

동시에

또다른 후끈함도 같이 느껴집니다.

 

"탁..탁탁.."

 

왜 허리 전체가 후끈할까 이상해서

뒤를 살짝 돌아봤습니다.

간호사분은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켜서 침 끝에 대고 있었습니다.

 

침 20방에다 다 똑같이 했습니다.

 

"다 됐습니다.."

 

침을 다 빼낸 간호사분은

거즈로 한참 뭘 닦아 냈습니다.

 

바지를 추스리고

나오는 길

 

탁자 위에는 피가 잔뜩 묻은 솜들과

라이터 두개가 놓여 있습니다.

 

라이터에는 '대성조명'이라는

글씨가 박혀있었습니다.

 

뭐, 침 맞고 피가 많이 났든

라이터로 지졌든 빨리 허리 나아서 온천만 하면 됩니다.

 

아까 그 간호사분이

종이를 한 장 나눠줍니다.

 

'봉침을 맞고 나서 주의할 점'

 

2-3일 동안 뜨거운 물에 목욕하지 말 것.

 

만약 목욕하게 되면

침 맞은 부위나 혹은 몸 전체가

엄청나게 가려워서 못 견딘답니다.

 

다른 문구도 적혀 있습니다.

 

'너무 가려우면 물파스가 도움이 됨'

 

저는 내일

온천의 나라 일본으로 떠납니다.

물파스를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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