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적응 중

"여보세요?"

"우흑흑흑....상구..엉엉엉"

"현숙아!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미루가...으흐흑흑흑..."

 

미루를 놀이집에 맡겨 놓고 한 시간쯤 지나서

사무실에 있던 주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는데

 

전화를 받자 마자

주선생님이 숨넘어가면서 웁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미루한테 무슨 일이 난 모양입니다.

 

주선생님은 거의 괴성을 지르면서

울부짖고 있습니다.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미루한테 무슨 일이 난 거면

나는 어떡해야 하지.

 

그 짧은 순간에

정말 온갖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냥 내가 계속 데리고 있을걸, 미쳤다고 애를 맡겼나'

 

"현숙아, 왜 그래..!! 말을 해봐. 무슨 일이야...제발!!"

"상구, 미루가...미루가 보고 싶어.."

 

간떨어져 죽을 뻔 했습니다.

 

아니,미루가 보고 싶으면

가서 보면 되지 왜 전화를 해서 울부짖는 것인지

한 반쯤 밖에 이해가 안 됐습니다.

 

"괜찮아 현숙아...미루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그래도 그런 순간에

전화할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의연하게 주선생님을 달래줬습니다.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울었어?"

 

"응,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무슨 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애하고 엄마하고 사이에 슬픈 일이 벌어졌답니다.

그걸 보다가 울컥했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얌얌.."

 

울음은 다 안 그치고

그 와중에 밥까지 먹으면서

설명합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젖도 잘 먹고, 이유식도 잘 먹었어요~~"

 

맡긴지 3시간 지나서

찾으러 갔더니 놀이집 선생님이

미루 칭찬을 합니다.

 

주선생님은 미루를 안고

그저 좋아라합니다.

 

"오늘 미루가 지원이 때렸대..."

 

저녁이 돼서

대구탕을 끓이는데

주선생님이 저와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건 어제 아냐?"

"아, 맞다. 그건 어제지..오늘은 지원이하고 공 갖고 놀았대...내가 보기엔 미루가 지원이 공 뺏어서 혼자 논 것 같애.."

 

울 땐 언제고

기분이 좋습니다.

 

"상구, 큰일났어..나중에 미루가 우리 먹을 것 까지 다 뺏어먹을 것 같애"

"오늘은 나한테 큰일 났다고 하지마, 간 떨어질 뻔 했으니까"

 

미루는 놀이집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아직 적응 중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빨대 연습

빨대 컵을 줬습니다.

 

"미루야 이렇게 해~흡!"

 

주선생님이 시범을 보입니다.

침 다 묻혀놨습니다.

 

미루가 컵을 받아 듭니다.

 

한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흔듭니다. 안에서 물이 출렁거립니다.

 

빨대를 입에 넣어줬습니다.

 

뭐든지 잘하는 미루,

한번에 물을 빨아들여서

세상을 놀라게 할 표정입니다.

 

미루는 너무도 익숙하게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습니다.

한참 씹었습니다.

 

"헤..."

 

애가 멋적은 표정을 짓습니다.

 

"미루야 그런 표정은 너무 시기상조야"

 

다시 시범을 보여주고

컵을 쥐어줬습니다.

 

이번엔 두 손으로 컵을 잡더니

곧바로 입으로 가져갑니다.

 

손잡이를 빱니다.

 

"미루야, 빨대를 빨아야지..."

 

말을 알아 들었는지

양 손잡이를 정확히 두 손으로 쥐면서

컵을 들어올립니다.

 

입을 지나서 계속 들어올립니다.

만세를 부릅니다.

 

팔이 짧아서 만세를 하면

얼굴이 양팔 사이에 꽉 낍니다.

얼굴이 쭉 늘어나면서 빨개졌는데도 한참 만세상태를 유지합니다.

 

다시 세 번째 시도.

이번엔 빨대를 입속에 문 채로

컵을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빨대가 입속에 있다가 퉁 튕기면서 밥알이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네 번째 시도.

미루는 열심인데

제 눈 앞엔 왠지 밥알이 아른거립니다.

쌀 한 톨도 아까워 하는 농민사랑의 마음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안경에 밥알이 붙어 있습니다.

 

"어어..올라간다, 올라간다"

 

그 순간 빨대 속에서

물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합동응원전을 펼쳤습니다.

 

"힘내라, 힘내라"

 

물은 더 안 올라옵니다. 실패입니다.

인제 미루는 짜증을 내더니 막 씩씩댑니다.

 

성격 나빠질까봐

빨대 연습은 다음에 하기로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찬밥 따뜻한 밥

미루가 입을 꼭 다물고 안 벌립니다.

 

처음에 이유식 한 숟갈을 물었는데

맛만 보더니 딴 데 쳐다 봅니다.

 

"미루야~너 왜 이유식 안 먹어?"

 

계속 숟가락을 피합니다.

 

"밥이 뜨거운가?....."

 

호호 불어서

밥을 좀 식혔습니다.

 

이제 받아 먹습니다.

 

"현숙..미루가 이유식 차가워지니까 잘 먹는다."

"그래? 앞으로 찬밥 먹여야겠네.."

 

생각해보니까

저도 어릴 때 찬밥 좋아했었습니다.

 

"상구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근데 자꾸 어른들이 뜨건 밥 먹으라고, 그게 맛있다고 했잖아."

 

"그러게...그땐 찬밥이 훨씬 좋았는데.."

"맞어, 맞어"

 

"근데 다르긴 다르데, 영양이..."

"그래?"

 

"탄수화물인가가 녹말화된대든가...옛날 가사시간에 배웠어"

"정말?"

 

생활의 달인 주선생님이 말하는 거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근데 난 그때도 그게 음모라고 생각했어"

"누구의 음모?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한 남자들의 음모?"

"그때 이미 난 집에서 밥 했거든"

 

어릴 때 주선생님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일을 나가셔서

동생들 밥을 자기가 해줬답니다.

 

밥만 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 맨날

동네 골목길에서 뛰어다니면서 놀았어.

개구리 잡으러 논에 갈 때도 있었고"

 

또 저는 어릴 때

쌓아놓은 볏단 사이에서

뛰어다니면서 놀기도 하고

애들하고 딱지치기도 엄청 했었습니다.

 

"나는 봉투 붙였는데..."

 

주선생님은 어릴 때

봉투도 붙이고 인형 눈도 달았답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는 사이에

미루는 그 많은 이유식을 거의 다 먹었습니다.

이유식이 식을수록 속도가 빨라집니다.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어른 밥 반 공기는 되는 양입니다.

 

역시 이유식 매니아다운 실력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놀이집 첫날

"휴..앞으로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을까.."

 

놀이집에 데려갈려고

미루 옷을 입히는 데

한숨이 나옵니다.

 

가서 잘할 지 울진 않을 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내가 어젯밤에 바로 그랬어~~"

 

"더웠다며?"

 

주선생님이 가슴을

퍽퍽 칩니다.

 

"마음이 더웠지, 마음이..."

 

미루가 놀이집에 가는 첫날

어제와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어제까지는 따뜻한 봄날이었는데

오늘은 영하랍니다. 바람도 엄청 붑니다.

 

놀이집에 도착하니까

선생님이 미루를 확 뺏어갑니다.

 

장난감을 마구 보여주면서

울 타이밍을 안 줍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가져간 준비물을 드리고

미루에게 떨리는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려는 데

미루가 안기려고 합니다.

 

주선생님은 손만 흔들었습니다.

저는 손도 못 흔들었습니다.

 

"빠이빠이~~"

 

미루의 당황스러워하는 눈빛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말 없이 걸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말하면 입 속으로 찬바람 다 들어옵니다.

 

문득 주선생님이 말을 건넵니다.

 

"이게 얼마만이야~~~"

 

둘이서만 걷는 게 미루 낳고 처음입니다.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도 있구만..안 그래 미루~~? 아니 상구~~?"

 

저 앞에 골목에서

잘 생기고 튼튼하게 생긴 젊은 남자 하나가

걸어 옵니다.

 

미루도 나중에 저렇게

건강하게 키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남자는 이 추운 날씨에,

반팔 면티에 할머니 몸빼를 입고

슈퍼로 걸어 들어가고

 

주선생님과 저는

근처의 주선생님 사무실로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인제 미루 데리러 가자~!!"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미루를 데리러 가는 시간입니다.

 

떨립니다.

다시 얼굴을 보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합니다.

 

"미루야~~~!!!"

 

미루가 너무 반가워합니다.

우리도 반갑습니다.

 

별로 안 울었답니다.

역시 미루는 굉장합니다.

그 동안 엄마아빠 없이 잘 지내준 게 너무 고맙습니다.

 

헤어지고 1시간만의 일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놀이집

어린이집에 미루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고

적응 못 했을 경우 대책도 세워야 해서

애초 생각보다 좀 빨리 맡기기로 한 겁니다.

 

"미루도 인제 사회생활해야죠.."

 

걱정하시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미루 걱정 말라며 이러십니다.

 

"니네들이 걱정이지...한번 떨어져봐, 어쩐가.."

 

주선생님이 신이 났습니다.

 

"미루 가방도 생기는거야? 가방에 이름 써야지~~"

 

어린이집에서 준 봉투에

미루 학부모님 귀하라고 써 있는 걸

재밌어라 합니다.

 

"상구, 있잖아~우리 어린이집이라고 하지 말고 놀이방이라고 하자~"

 

미루가 가서 맘껏 놀다오라고

놀이방이라고 하기로 했다가

큰 집을 방이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놀이집이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있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나가보고..

나갔다가  적응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자..."

 

주선생님이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모양입니다.

몇일 전부터 부쩍 말이 많아졌습니다.

 

"근데 현숙아..미루가 요새 오전 10시에 오전잠 드는데

그 시간까지 놀이집에 데려가야하잖아...미루가 힘들 것 같애.."

 

저도 말이 많아졌습니다.

걱정도 많아졌습니다.

 

"울면 어쩌지?"

"첫날이니까 울겠지.."

 

"불쌍하다."

"우는 게 나을지도 몰라, 낯선 데서 힘든데 참는 것 보다 실컷 우는 게 나을걸?

그러고 나서 우리가 풀어주면 돼...좋은 생각이지?"

 

놀이집 가기 전날 밤

열심히 준비물을 챙겼습니다.

 

"기저귀 50개, 물티슈 2개는 됐고.. 사진 2장 챙겼어?"

"응, 챙겼어..근데 칫솔은 어떡할까?"

"젖병은 2개 내일 아침에 씻으면 되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자려고 불을 껐는데

주선생님이 눈을 껌벅거리고 안 잡니다.

 

"왜..잠이 안 와?"

"응"

 

"괜찮아..미루는 잘 할거야.."

"알어...근데 내가 걱정이 돼서..."

 

주선생님은 방이 덥다면서

새벽 3시까지 거실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저는 너무 걱정이 돼서

침대에 눕자마자 잤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유기농

세 식구가 장을 보러 갔습니다.

 

미루 이유식에는

꼭 유기농 재료를 사용합니다.

 

돈이 없어서 나중에 좋은 건 못 먹일 거고

지금 적게 먹을 때 좋은 재료 사서 먹이고 말려고 그럽니다.

 

마트에 가서

유기농 호박, 유기농 시금치

유기농 양파, 유기농 비타민 등

다양한 유기농 야채를 샀습니다.

 

"현숙아 우리 주방세제 떨어졌어, 사야돼.."

 

주선생님이

이왕 주방세제 살 거면

천연세제를 사자고 합니다.

 

"그건 뭐가 좋은데?"

"그거? 대충 헹궈도 된대..."

 

하기야 유기농 식재료를 사는 정신을 살려서

세제도 그런 걸 사면 환경친화적이고 좋을 것 같습니다.

 

"내일 사자.."

 

미루가 피곤해 하는 것 같아서

다음날 사기로 했습니다.

 

다음날이 오늘입니다.

주선생님이 세제를 사왔습니다.

 

쌀겨에서 추출한 순식물성 원료로 만든

천연세제입니다.

 

이거 쓰면 주부습진도 안 걸리고 좋답니다.

연약한 제 피부에 딱 어울리는 세제입니다.

 

"근데 있잖아..이거 봐, 이거 저독성이다."

 

세제용기 겉면에

저독성 세제라고 써 있습니다.

독이 조금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게 저독성이면

보통 우리가 쓰는 세제는

유독성 물질 수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주선생님이

옆동 후배한테서 무를 얻어왔습니다.

 

이 무는 후배의 어머님이

밭에서 직접

핀셋으로 벌레 뽑아가면서 키운

궁극의 유기농 무랍니다.

 

이걸로

무밥 해먹기로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말걸기 육아 2

책을 봤더니 9개월 쯤에는

옷 입고 벗길 때 아이가 엄마를 도와준답니다.

미루는 전혀 안 도와줍니다.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발달이 늦은 건가?'

 

그러고 보니까 미루가 요새 말수가

좀 적어졌습니다.

 

제가 워낙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데

미루랑 있을 때도 가끔 혼자 있는 것처럼 조용히 있었더니

미루한테 나쁜 영향이 있었나 싶습니다.

 

열심히 책을 찾아보니까

짧은 문장으로 같은 단어를 여러번 사용해서 말을 해주면 좋답니다.

의성어, 의태어도 계속 사용해주라고 합니다.

 

"미루야~~이유식 먹자..."

 

미루를 번쩍 들어서

의자에 앉히고 이유식을 먹입니다.

 

뭔가를 안 쥐어주면

이유식 숟가락을 꼭 손으로 칩니다.

 

다른 숟가락 한 개를 의자에 붙은 식판에 올려줬습니다.

 

미루는 그걸 들어서 흔들어 보고

식판을 탁탁 쳐보기도 합니다.

 

"미루야, 숟가락 흔드네..."

 

이유식 한 숟가락을 먹였습니다.

 

"우리 미루, 숟가락으로 식판을 치는구나"

 

숟가락을 들어서 만세를 하는 듯 하더니

바닥으로 던집니다.

 

"숟가락을 바닥에 던졌네..."

"아빠가 숟가락 집어줄께..
"여기있다~숟가락"

 

다시 숟가락을 집더니

곧바로 바닥에 던집니다.

 

이 시기엔

아이들이 물건을 잡았다 놓는 게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라서

숟가락 던지는 걸 뭐라고 하면 안된답니다.

 

의자에 앉자 마자

다시 일어나서 숟가락을 집어줬습니다.

 

"미루가 숟가락을 다시 던졌네.."

"여기, 숟가락 다시 받어"

 

받자마자 다시 던집니다.

 

"숟가락을 다시 던졌구나~"

"숟가락이 달그락 하면서 떨어지네.."

"숟가락 다시 주워줄께..."

 

미루는 이번 기회에

숟가락이라는 단어를 마스터 할 심산으로 보입니다.

 

숟가락을 계속 던집니다.

허리를 몇 차례 굽혔다 폈다 했습니다.

 

예전에 봉침 맞고 나서도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은 허리입니다.

 

허리 굽히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서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숟가락을 하나 더 줬습니다.

이제 허리굽히는 횟수는 1/2로 줄어들 겁니다.

 

"우리 미루~숟가락을 두 손으로 동시에 던졌네..."

 

이유식 먹는 내내

똑같은 행동을 몇 번 했는지 모릅니다. 

 

다시 재개된 말걸기 육아는

참 고됐습니다.

 

미루는 이쁜데

숟가락이 왠수 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안 돼!

"아! 아야!!"

 

미루가 주선생님

젖꼭지를 깨물었습니다.

 

이빨까지 난 애가 깨물었다니까

아주 오싹합니다.

 

"현숙아, 안된다고 큰 소리로 말해~"

"잘 못하겠어.."

 

"그래도 해야지, 안 그러면 계속 물잖아.."

 

젖꼭지 깨물때 강하게 안된다고 하지 않으면

애가 계속 문다고 그 동안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일을 당하지 말아야 겠다 싶은데

주선생님 마음이 약합니다.

 

"미루는 계속 물지 않아...."

 

주선생님 말대로 미루는

젖꼭지를 계속 물지 않았습니다.

팔뚝을 물었습니다.

 

"아야..."

 

한 입에 들어가지도 않는 어른 팔뚝을

잔뜩 문 채로 미루는 저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안돼!!!!!!'

 

주선생님이 안되면

저라도 소리쳐야겠다 싶었습니다.

 

소리 못 쳤습니다.

 

괜히 미루랑 사이 안 좋아질까봐

잠시 번민하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계속 물긴 무네...그러지 말고, 크게 안돼라고 외쳐..."

 

저는 못하면서

주선생님한테 자꾸 하라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집요하게 요구해야

제가 못한다는 걸 눈치 못 챕니다.

 

"지금쯤이면 안된다는 말 알아 듣는대...필요할 땐 분명하게 말하래.."

 

"말했다가 미루가 마음 상해하면 어떡해..."

"할 수 없지...그리고 잘 달래주면 되고..."

 

"마음 상하면, 밤에 자다가 깨잖아...그게 싫은거지..."

 

주선생님

비겁한 변명을 늘어 놓고 있습니다.

 

자다가 깰 게 무서워서 소리를 못 치다니

어차피 요새 자다가 자주 깹니다.

 

이럴 때는

저라도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면 됩니다.

 

사실 예전에 한번

소리 쳤다가 너무 커서

저도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미루는 엄청 울었었습니다.

그때 기억 때문에 2차 시도가 쉽지 않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스스로 집어 먹기

밥을 자기 손으로 퍼먹지는 못해도

미루는 사과나 당근 오이 같은 건

손으로 아주 잘 집어 먹습니다.

 

"미루가 집어먹을 수 있을까?"

"한번 줘 보자..."

 

"뭐 주까? 사과? 배?"

"사과 잘라서 한번 줘 보자.."

 

사과를 자릅니다.

근데 어떻게 잘라야 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얇고 길게 잘라야 하나? 아니면 뭉툭하게 잘라서 줄까?"

 

주선생님은 얇고 길게 잘라야

먹기 좋지 않겠냐고 합니다.

 

"근데 그렇게 잘랐다가

입 속에 붙어서 숨 막히면 어떡하지?"

 

결국 이렇게도 잘라주고

저렇게도 잘라줬습니다.

 

"쿠에엑~"

 

숨 막혀 합니다.

 

얇고 긴 것도, 뭉툭한 것도

모두 마구 갉고, 베어 물어서

입 속에 사과 조각이 꽉 찹니다.

 

너무 꽉 차서

애가 숨을 못 쉽니다.

 

미루는 우리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손으로 사과를 잘 집어 먹었습니다.

 

"상구, 상구~이것 좀 봐~~~~"

 

주선생님이

얇게 자른 배를 보여줍니다.

 

배 표면에 미루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습니다.

 

위에서 눌러 주저 앉은 V자 같습니다.

 

저 이빨로 사각사각

과일이랑 야채를 갉아 먹는 걸 보면 참 귀엽습니다.

 

"크크큭큭큭..."

 

처음에 과즙망에 사과를 담아 줬을 때

미루는 자기 이빨 소리에 한참 큭큭 거렸었습니다.

 

정말 사각사각 소리가 났고

그때 마다 한참 웃었습니다.

 

이제는 과즙망도 안 쓰고

그냥 덥석덥석 집어서

손에 잡히는 대로 입에 넣습니다.

 

"미루야! 그건 안돼~~"

"현숙아, 그 사과 방금 전에 깎아준건데..."

 

"바닥에서 뒹굴던 거란 말이야.."

"에이, 괜찮어..."

 

"방금 내가 밟은 거란 말야..."

 

미루는 뭐든지

잘 집어 먹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단단한 머리

세 사람이 식당에 갔습니다.

 

방에 들어가서

낮은 식탁에 앉아서

주문을 합니다.

 

미루는 옆에서 처음 보는

젓가락, 메뉴판, 숟가락통 등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에치.."

 

미루가 기침을 합니다.

식탁을 바라보고 앉아 하는데

고개가 크게 뒤에서 앞으로 흔들립니다.

 

"에에~취"

 

식탁에 머리를 받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조금 떨어져서 기침할 것이지.

 

울고 난리가 난 미루를 달래기 위해

혀를 쑥 내밀었더니,

좋아하면서 손으로 긁고, 만지고 합니다. 짭니다.

 

"애기 손이 짜네.."

"그럼~안 씻었잖아..."

 

집에 돌아와서

누워있는 주선생님을

미루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현숙아~미루 조심해..

쟤 꼭 머리부터 떨어지겠다.."

 

"응~~~"

 

"쿵"

 

머리부터 떨어졌습니다.

다시, 달래기 시작.

 

한숨 잔다며 미루를 데리고

주선생님이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에서 일대 결투 소리가 들려옵니다.

 

문을 열고 보니까

주선생님 배위를

미루가 가로질러 가고 있습니다.

 

반대편엔 장롱이 있습니다.

 

"헤엑, 헤엑, 헤엑~"

 

조그만게

숨소리도 거칩니다.

시속 100km로 발을 구릅니다.

 

"쿠~웅"

 

장롱에 머리를 부딪혔습니다.

안방이 통째로 울립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서로 마주보며

다음 순간 벌어질 일을 기다렸습니다.

 

미칠 듯한 적막이 흐릅니다.

 

1초, 2초, 3초.

 

온갖 생각이 납니다.

'어떻게 달래야 하지? 또 혀를 내밀어줘야 하나?'

 

'으으으으으으으아앙~~'

 

울음이 터져야 하는데

고요합니다.

 

쳐다봤더니

미루는 혀를 쑥 내밀고

헐떡 거리면서 웃고 있습니다.

 

인제 그 정도는

아파하지도 않습니다.

 

"지금 놀지 않으면 언제 놀 것인가"

구호를 외치면서 달려 나가는 청년의 기상이 느껴집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