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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이기

미루 먼저 이유식을 먹이고

우리는 나중에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다가

 

얼마 전부터

모두 같이 앉아서 먹기로 했습니다.

 

미루 전용 의자도

하나 샀습니다.

 

같이 먹는 첫 날

저는 매우 정의로운 자세를

선보였습니다.

 

"내가 먹일테니까 현숙이 너는 편하게 밥 먹어..."

 

미루한테 한 숟갈 떠줍니다.

잘 받아 먹습니다.

 

"아이구 잘 먹네..."

 

오물오물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밥 한 숟갈 뜹니다.

 

"자~또, 아~~"

 

저도 또 한 숟갈

먹습니다.

 

서너번 먹이다 보니까

할 만 합니다.

 

근데 엄청 신경이 쓰입니다.

 

먹이기와 먹기 두 가지 일을 하는 데

뭐 하나에도 집중이 잘 안 됩니다.

 

미루 입을 쳐다 보다가

제 밥그릇을 보고

반찬을 집고

다시 미루 한번 힐끗 보고

밥 먹고

후딱 이유식을 푸고

다시 정확히 미루 입에 넣어주고

물 먹고 싶어 하는지 보고

다시 제 밥그릇 보고..

 

아예 그냥 미루 밥 먼저 다 주고

먹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미루야, 아~~"

 

배가 고픕니다.

그냥 한 숟갈 또 물었습니다.

 

"꿀꺽..."

 

밥이 식도를 타고 위로 내려갑니다.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배가 아픕니다.

 

"현숙아, 나 신경 쓰여서 밥 먹으면서 이유식 못 먹이겠다...소화가 안돼.."

 

"그래? 그럼 내가 먹일께..."

 

바톤을 넘겨받은 주선생님의

진행이 아주 매끄럽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자기 먹는 건 아예 딱 중단하고 먹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쉬운 일인데

요새는 배가 고프면 그 새를 못 참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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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외출

겨울엔

찬 바람도 많이 불고

기온도 낮아서

애 데리고 외출하는 게 참 꺼려집니다.

 

안 그래도 집에 박혀 있는 걸 좋아하는데

날까지 이러니 밖으로 나가는 날이 드뭅니다.

 

그래도

가끔은 외출을 해줘야

미루가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점심 시간에 맞춰

주선생님 사무실에 가기로 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정신없이 외출준비를 끝내고

미루를 안고 출발합니다.

 

"미루야...답답해도 모자 쓰자...춥지..."

 

미루는 바람이 불면 품에 푹 파묻혀 있다가

햇볕 때문에 약간 더운듯하면 고개를 툭 내밀고 여기저기를 봅니다.

 

잔뜩 입힌 옷도 불안해서

저는 제 코트로 미루를 통째로 감싸줍니다.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미루 옷이 이게 뭐야...바람 다 들어갔겠다..."

 

열심히 갔더니

보자마자 구박입니다.

 

"방금까지 코트로 잘 감쌌어..."

 

요새 좀 우울증 증상이 있어서 그런지

한번 구박받고 나니까 기분이 안 풀립니다.

 

사무실에서 돌아오는 길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립니다.

 

바람은 불었다 안 불었다 하고

저는 바람을 등졌다 햇볕을 쪼였다 하면서

미루 온도 맞춰주기에 바쁩니다.

 

어떤 아저씨가 개를 끌고 지나갑니다.

저쪽에서는 고등학생쯤 되는 여학생이 걸어옵니다.

 

학생과 아저씨, 그리고 개는

모두 서로 아는 사이인가 봅니다.

 

학생이 제 앞을 지나면서 개를 부릅니다.

 

"야, 상구야~~~~"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다.

개 이름이랍니다.

 

주선생님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그랬어..."

 

"정말? 어떻게 개 이름을 그렇게 짓냐?"

"...웃어.."

 

"상구 정말 놀랐겠다.."

"괜찮아..웃어.."

 

"그래도, 그 사람들 참 몰지각하다.."

"마음껏 웃어..."

 

외출에서 돌아오니까

미루는 잠에 곯아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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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여유

계속되는 육아는

잠깐의 여유를 필요로 합니다.

 

저도 그렇고

주선생님도 그렇고

요새 많이 지쳐 있습니다.

 

가끔 휴식이 필요할 때

우리는 비디오를 빌려 봅니다.

 

미루 잘 때 보는 경우가 많아서

맨날 소리를 쥐꼬리만하게 틀어놓습니다.

재미 하나도 없습니다.

 

"현숙~나 슈퍼 가서 뭐 좀 사올께~"

 

콩나물을 사들고 현관에 들어서는데

쇼파에 앉아 있는 주선생님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쇼파 위에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다리 사이에 미루를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미루야 이건 딸기야... 딸기. 딸기!"

 

세밀화를 읽어주는 모양입니다.

 

"이건 자두. 자두!"

 

미루는 세밀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엄청 집중합니다.

 

그런데 책 읽어주는

주선생님의 자세가 특이합니다.

 

너무 등을 많이 굽히고 있습니다.

고개는 완전히 푹 숙인 상태입니다.

 

미루는 세밀화를 보고 있는데

읽어주는 주선생님의 시선은

그 보다 더 아래쪽에 가 있습니다.

 

목이 많이 아픈 것 같아보여서

주선생님한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현숙아..너 괜찮어?.."

 

"어?... 왜?"

 

주선생님은

세밀화 아래쪽에

만화책을 놓고 읽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좀 낯익은 자세다 싶었습니다.

 

학교 수업시간에

책상 서랍에 만화책 놓고

몰래 읽는 바로 그 자세였습니다.

 

미루도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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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하기

밥을 가장 빨리 하는 방법은

두 사람이 같이 하는 겁니다.

 

이 방법으로 하면

지루하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습니다.

 

주선생님이 좀 일찍 왔습니다.

 

"오늘 저녁 뭐 먹으까?"

 

우리 먹을 것도 준비하고

미루 먹을 이유식도 준비해야 하는데

일이 좀 많다 싶습니다.

 

"상구가 매운탕 끓여..내가 이유식 준비할께.."

 

주선생님은

어느새 냉동실에서

매운탕거리를 꺼내옵니다.

 

함께 밥하기의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합니다.

 

생선을 넣고

고추장을 풀고, 고추가루도 풉니다.

 

그 사이

주선생님은 잘게 썬 청경채를

절구에 넣고 찧습니다.

 

매운탕이 끓는 사이

주선생님은 반찬을 꺼내오고

전 절구를 씻습니다.

 

"어? 근데 이거 혹시 홍어 아냐? 홍어로도 매운탕 끓이나?"

"홍어였어?"

"응....이거 그냥 삶아서 먹어야 되는 거 아닌가?"

 

역시 두 사람이 하면

잘못한 것도 금방 고쳐집니다.

 

"배추는 입만 자를까? 대는 두꺼우니까 미루 먹기 힘들거야..."

"그렇겠지?"

 

두 사람이면

의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선생님은 배추를 썰어서

아까 제가 씻어놓은 절구에 넣고 다시 찧습니다.

 

"히히..근데 배추 찧어놓으니까 꼭 토끼밥 같애..이건 닭밥 같고..."

 

단어에 예민한 저는

주선생님의 다른 말은 하나도 안 들리고

오직 닭밥이란 말만 귀에 들렸습니다.

 

"닭밥이 뭐지?"

"닭밥?"

"응"

 

닭밥이란 닭이 먹는 밥인데

주선생님을 제외한 세상 사람들은

보통 모이라고 합니다.

 

역시 두 사람이면

의논할 수 있어 좋습니다.

 

"상구 배추 몇 장 더 뜯었으니까 씻어줘, 우리도 먹게..."

 

제가 배추를 씻는 동안

주선생님은 밥을 펐습니다.

 

이렇게 하면

밥 준비 금방 합니다.

하나도 안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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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기

미루랑 둘이 있을 때 밥먹기는

8개월이 지났어도 여전히 힘듭니다.

 

오후 1시

슬슬 배가 고파 옵니다.

 

"하아..암.."

 

미루는 옆에서 하품을 합니다.

 

재우려면 또 20-30분 걸릴건데

배는 고프고, 이럴 때 진짜 난감합니다.

 

"에라..밥 먹자.."

 

미루 업고 먹을까

그냥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그냥 먹기로 결정합니다.

 

냉장고로 날라가서

손에 잡히는 대로

반찬을 꺼냅니다.

 

밥을 퍼서 식탁 위에 놓고

아침에 먹다 남은 강된장을 대충 뎁혀서 올려놓습니다.

 

그 사이

미루는 식탁 밑에 와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습니다.

 

"미루야 아빠 밥 금방 먹을테니까

혼자 조금만 놀고 있어..."

 

와구와구

밥을 밀어넣습니다.

 

미루가 식탁 밑에서 이것 저것 만지다가

좀 지루해 하는 듯 하면

발을 굴러서 관심을 끌어줍니다.

 

강된장을 푹 퍼서

밥에 넣고 막 섞은 다음

한 입 뭅니다.

 

김치, 미역줄기가

한번에 입속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늘 이런 식입니다.

 

미루가 발 구르는 것에

흥미를 잃습니다.

 

다 먹어갑니다.

 

"낑..끼잉..."

 

다 먹었습니다.

 

반찬 넣을 때까지만

좀 기다리면 좋겠구만

그새 의자 밑에 들어가 우는 미루를 안고

아기띠를 채웠습니다.

 

뱃속엔 밥을 안고

배 밖엔 미루를 안았습니다.

 

둘 다 묵직한 게

익숙한 느낌입니다.

 

이빨도 못 닦아서

영 안 개운합니다.

입 속에서 급속하게 퍼져나갈 세균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당장의 목표는

미루를 재우는 겁니다.

 

예전에 일하다 스트레스 땜에

신경성 위염을 앓았었는데

요새는 그래도 위가 잘 버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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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개기

베란다 문이 열리고

주선생님이 빨래를 한 더미 안고 들어옵니다.

 

"미루야~빨래 개자~~!!"

 

바닥에 쌓인 빨래더미로

미루가 기어서 달려옵니다.

 

"미루야~그건 안돼, 안돼!!"

 

그 많은 옷들을 놔두고

미루는 꼭 옷걸이를 만집니다.

 

저희집엔

세탁소에서 임시로 쓰는

얇은 옷걸이가 대부분입니다.

 

애기가 만지다가

옷걸이 끝 뾰족한 부분에

긁힐까봐 신경이 쓰입니다.

 

주선생님은 소리를 지르면서 동시에

미루 주변으로 옷걸이에서 뺀 옷을 잔딱 쌓아놉니다.

 

하나하나를 만지고 빨면서

미루가 옷에 관심을 보입니다.

 

저는

설거지를 하면서 장단을 맞춰줬습니다.

 

"우리 미루~수건 만져~?"

 

"미루야 그건 엄마 속옷이야~~"

 

얼굴을 비비고 졸려하면서도

미루의 빨래 만지기는 계속 됩니다.

 

자기 턱받이를 들더니

한참 쳐다 봅니다.

 

이번엔 또 다른 쪽으로 입이 갑니다.

 

"미루야~그건 발수건이야~~"

 

주선생님은

보다 상세한 설명에 돌입합니다.

 

"미루야 이건 삼단접기를 해야 해~봐봐...하나, 둘, 셋...그치?"

 

매일 매일 빨아도

빨래는 늘 산더미 같습니다.

 

항상 밤이 되면

미루랑 함께 빨래 개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상구~이 옷들 다 한번씩 삶아야겠다.."

 

"뭔데?"

 

"이거봐..이거"

 

미루 바지며 티에

얼룩이 잔뜩 배어 있습니다.

 

"이거 다 사과물, 뱃물이야...내가 바로 바로 뺀다고 뺐는데도 이러네..."

 

안 그래도 요새

사과랑 배를 집중적으로 주고 있었는데

그 효과가 이렇게 가시적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내에

대대적으로 옷삶기를 한번 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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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아침

여전히 밤잠이 엉망인 미루는

어제밤에 새벽 2시, 5시

그리고 아침 7시에 눈을 떴습니다.

 

이 정도도 많이 나아진 것이긴 한데

주선생님과 저는 여전히 피곤합니다.

 

7시에 일어난 미루를 아기띠로 달래서 다시 재우고

침대에 쓰러졌습니다.

 

오늘은 주선생님이 출근을 안 해서

늦잠을 자도 되는 날입니다.

 

"꺅~꺄악~~"

 

미루가 깼습니다.

 

"...시계, 시계 어디갔지..."

 

머리 맡에 놔둔 핸드폰을 찾아서

시간을 보니 8시 30분입니다.

 

일어나야하는 시간입니다.

너무 피곤합니다.

 

온 몸이 욱신거립니다.

머리도 멍합니다.

 

딱 1시간만 더 자면 좋을

머리 상태입니다.

 

어제밤에 잘 때

다리에 피곤이 몰려 있었는데

자고 나서도 그대로입니다.

 

혹시 몰라서

손으로 다리를 좀 주무르다 잤는데

효과가 없습니다.

 

그래도 일어나야 합니다.

 

옆에서는 주선생님이

뒤척이고 있습니다. 저랑 똑같은 처지입니다.

 

"휴..."

 

미루 이유식도 해줘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 무슨 국을 할 지 생각도 안 해놨습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으...누가 아침밥 좀 안 해주나..."

 

도저히 몸이 안 움직여서

옆에서 보채는 미루를 방치하고

또 그냥 자버렸습니다.

 

9시도 한참 지나서 눈을 뜹니다.

미루 우는 소리 때문에 더 잘 수도 없습니다.

 

주선생님은 제가 안쓰러웠던지

버섯을 넣은 알밥특식을 아침으로 차려줬습니다.

 

미루 이유식은 늦어져서

점심 시간 다 돼서 먹였습니다.

 

피곤하고 멍한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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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을 걸 먹다

미루가 엄청 빨라졌습니다.

 

거실에 있다

잠시 손 씻으러 화장실에 가면

그새 화장실 문 앞에 와 있습니다.

 

작은 방에 옷 가지러 가면

또 금방 작은 방 문턱에

몸을 반쯤 걸치고 엎어져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빨라지다니

놀랍습니다.

 

"따르르르릉..."

 

미루가 안 자고

거실에서 놀고 있을 때

전화가 와서 다행입니다.

 

"여보세요~~"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데

바로 끊기엔 좀 뭐한 전화가 왔습니다.

 

30초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낑낑..."

 

미루가 베란다 쪽으로 향합니다.

 

베란다 쪽에 있는

에어컨에 가서 노는 게 요즘 취미입니다.

 

에어컨에 자기 얼굴이

희미하게 비치는 걸 재밌어 합니다.

 

"그래요, 그럼... 다음달 초 쯤에.."

 

"바스락, 바스락.."

 

전화가 다 끝날 때 쯤이었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베란다쪽을 쳐다봤습니다.

창문이 열려있습니다.

 

"미루야~안 돼~~~!!"

 

미친 듯이 베란다로 향했습니다.

전화기가 놓여 있는 책상과 베란다와의 거리는

약 10cm

 

근데 어쩌다 보니

미루가 책상에 가려서

잠시 시야에 사라졌던 겁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미루는 이미 몸의 반이 베란다에 나가 있습니다.

 

왼손에는 말라비틀어진 화초 잎을 쥐고 있습니다.

 

"미루야...입 벌려봐, 입, 입.."

 

손으로 미루 양볼을 쥐어 눌렀습니다.

 

"으응.. 으앙~~"

 

"입 벌려~~~"

 

입 속에

또 다른 화초 잎이 보입니다.

 

손으로 꺼냈습니다.

줄줄 나옵니다. 크기도 큽니다.

 

거즈를 꺼내

입을 막 닦아줬습니다.

 

옆에 넘어져 있던 선인장

안 집어 먹은 게 다행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못 먹을 걸 먹을 지

걱정입니다. 바짝 신경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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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었나봐

주선생님이

한참 거울을 보더니

한숨을 쉽니다.

 

"나 늙었나봐...이 주름살 봐.."

 

그런 얘기 들을 때 마다

임신 출산이 사람을 참 늙게 하는구나 싶어 안타깝습니다.

 

"늙긴 뭐가 늙어~~너 같은 동안이 어디 있다고.."

 

"그래도 이 주름살 패인 거봐..."

 

자기가 동안이 아니라는 얘기는 안합니다.

 

"괜찮어, 괜찮어..."

 

"음...심난하다"

 

예전에 잘 나가던 시절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주선생님은

나이보다 한참 젊어보입니다.

 

"거울 어디서 봤어....

거울은 화장실에서 봐야지...화장실 조명 은은하고 죽이잖아..

인제 우리 정도 되면 거울은 무조건 조명 쳐주고 봐야돼...집 나가면 거울 보지 말고.."

 

별로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달리 더 괜찮은 말을 못 찾았습니다.

 

"상구, 상구 있잖아...나 아까 식당에서~~~"

 

저는 딱히 위로를 못 해줬는데

다른 남자가 주선생님한테 힘을 줬답니다.

 

식당에 있는 데 어떤 남자가

계속 자기를 힐끗 힐끗 쳐다보더랍니다.

 

"저기..시간 있으면 얘기 좀 할래요?"

 

오...주선생님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어?"

 

애기 보러 가야 한다고 했답니다.

 

그 남자가 또 이렇게 물었답니다.

 

"조카 보러 가나 보죠?"

 

참 센스있고 유치한 반응입니다.

 

"아니요, 우리 애기요..."

 

어쨌거나 주선생님은

그 남자가 진짜 느끼하고 싫었답니다.

 

근데, 그 말 하는 주선생님 목소리에

별로 힘이 없습니다.

 

충분히 거만해질만 한 일인데

안 그럽니다.

 

아마 그 남자가 별로

멋있게 안 생겼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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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매 정착기

지난 주에 B모 엄마와 H모 엄마 두 사람이

집에 놀러왔었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제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목소리가 소곤소곤 변합니다.

 

귀를 쫑긋하지 않았는데도

다 들립니다.

 

"전 진짜 뱃살이 장난 아녜요...H모 엄마는 좋겠어요.."

 

"저도 속에 뱃살 많아요..."

 

"어휴, 저는 정말 뱃살이 이게 몇 겹으로..."

 

다시 대화의 공간으로

진입했을 때

 

B모 엄마는 자신의 뱃살을

옷 위로 잡고 있었습니다.

 

저를 보고도 계속 얘기합니다.

 

이야기의 요지는

뱃살의 표면적이 몸 나머지 부분의 표면적과 맞먹을 만큼 팽창했으나

과거로 돌아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내가 아는 선배 중에 한 명은 애 돌 전후해서 급격히 빠졌대요..."

 

"그런 경우가 정말 있긴 한가봐요..."

 

두 사람 다

자신이 그런 사례가 되리라고 믿고 있는 듯 합니다.

 

그 B모 엄마가

다른 날 또 우리 집에 놀러왔습니다.

 

그날은 또 C모 엄마도 우리 집에 놀러왔습니다.

 

B모 엄마는

돌 전후 뱃살 수축설을 또 힘주어 주장합니다.

 

저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면서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응원해줬는데

C모 엄마가 착한 얼굴을 하고 진실을 말합니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대요...그냥 7~8개월때 몸매가 그대로 간다던대요...?"

 

B모 엄마는 지금이 바로 그 8개월입니다.

몸매가 정착되는 그 시기인 겁니다.

 

C모 엄마의 발언은

B모 엄마에게 좌절을 안겨줬을텐데

그것 때문에 B모 엄마 살이 좀 빠졌을 수는 있습니다.

 

암튼 일련의 대화를 들으면서

전 주선생님이 이미 예전의 몸을 거의 회복한 게 참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다큐 감독은 몸으로 때우는 직업이라

몸이 밑천입니다.

 

새삼 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싶습니다.

 

그나 저나

1년 있다 급격히 살 빠지는 사람이

분명히 있긴 하답니다.

 

B모 엄마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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