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연인산 45km

from 잔차야! 2009/06/28 22:20
 
 

하루동안 야구만 두 경기 보고,

자전거 먼지 좀 닦고, 타이어만 로드로 교체하고선,

이제 겨우 정신 좀 차려서 산으로 자전거 끌고간 야그라도 쓴다.

 

등산이라고는 자주, 그리고 많이 해 봤지만,

자전거 타고는 산으로 가보지도 못한 생초보가

그냥 산에 가면 어떨까 하고  삶자 산악번개를 쫓아 갔다가 거의 죽을 고생했다..ㅎㅎ

 

금욜 밤에 자전거 타이어 산악용으로 교체하고,

페달까지 평페달로 바꿨다.

클릿 안빠져서 넘어지면 다치기나 할거 같아서..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챙겨 먹고, 지난밤에 쪄 놓은 계란 챙겨서

백마역으로 나갔다...

그리고 가평군청까지 가서는 자전거 내려고 조립해서는 출발..

이때가 9시 10분.

상큼하게 포장도로 달려서 약간의 오르막이 있었지만,

그런대로, 이정도야.. 하면서 달렸다.

개울도 건너고, 자갈길도 달리고 하면서, 그럭저럭 따라가고 있었는데,

바닥에 큰돌들 나타나고, 자전거 좌우로 흔들리기도 하는데,

갑자기 바퀴가 튀면서 페달이 튀어서 정갱이를 콱 찍었고....

오른쪽 정강이가 아프기 시작하는데, 그정도야...

이 때가 시작한지 한시간쯤 지난 즈음.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페달질할 힘은 있는거 같은데,

이제는 요령이 문제인 듯했다.

앞바퀴가 자꾸 들려서 경사가 조금만 있어도 전진이 안되는 거였다.

옆에서 보던 분들이, 앞으로 완전히 숙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별 차이가 나지 않은 듯했다.

이미 두시간이 지날 즈음인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지치기 시작했다.

 

앞에 가던 일행이 기다리고, 사진도 찍어주고..

조금 쉬는거 같은데, 금새 또 출발하고...

농담삼아 번짱께서 조금 일찍 출발하라고 해서,,,,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일찍 일어서서 끌고 올라가고...

중간에 큰 임도 삼거리까지는 끌고서 산오리가 제일먼저 올라 갔다는..ㅋㅋ

자전거 끌고 낑낑거리면서 올라가면서 든 생각은,

자전거를 타러 온게 아니라, 자전거 끌고 등산을 온거 구나..ㅎ

 

한참을 더 올라 가서는 잠시 휴식,

맥주도 한 캔 마시고, 정신 좀 차리는데, 제법 힘도 나는 듯하고,

살만 할 거 같고, 이제는 많이 올라온 거 같으니까.

앞으로는 좀 내려가는 길 아닐까 싶은 기대도 있고,

그래서 이 때 까지는 살아 있었던 거 같았다는 거.

 

그리고 다시 출발했는데,

아하, 내리막도 있고, 오르막도 있고, 제법 신나게 달렸다.

내리막은 그냥 신나는게 아니라, 울퉁불퉁 무서워서 마냥 브레이크를 잡았고,

그것도 부족해서, 팔과 다리에 있는대로 힘 다 주고..

엉덩이 뒤로 빼라고 가르쳐 주는데도

뒤로 엉덩이 빼니까 안장에 중요부분이 부닥칠 거 같고..

그렇게 힘쓰고 내려가다가 다시 오르막..

한참을 올라가다가, 에이 안되겠다, 내려서 또 끌자 고 하고 내리는데,

 

으악...

오른쪽 종아리에 쥐다...

주저 앉아서 다리를 펴려는데, 펴지지도 않고,

앞을 보니 내게로와님이 10여미터 앞에서 가고 있었다.

으악, 쥐났어, 아퍼... 도와줘... 소리를 질렀더니,

게로 님이 다가와서는 다리를 펴고 주무르고...

조금나아지나 해서 일어나려 했더니, 이번에는 왼쪽 종아리까지..

다시 드러눕고, 펴고, 주무르고..

게로님은 앞에간 번짱님에게 전화까지 했는데, 산속이라 불통.

조금 있으니까, 낭자 번짱님 가던길 되돌아 오셔서 걱정하시고...

(생초보가 확실하게 민폐를 끼쳤다..ㅠㅠ)

 

그리고는 계속 끌고 갈 수 밖에...

내려가는 건 죽든 살든 타고 가고,

올라가는 건 마냥 끌수 밖에 없었다.

에너지 고갈....

포기할수 있다면, 그냥 포기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는건 더 막막하고, 대책이 없어서

갈때까지 가 보는 수 밖에 없었다.

 

내리막 길이 본격적으로 계속되는데,

내리막길은 왜 또 그리 무서운지,

큰 돌에 바퀴는 쾅쾅 튀지, 작은 돌은 자전거 프레임에 깡깡 부닥치는 소리가 나지,

브레이크는 잡아도 이리저리 미끄러지지..

내려가는 길도 두세 번은 내려야 했다.

그냥 내려 가다간 엎어질 거 같아서...

 

죽어라 내려왔더니, 물좋은 곳에 자리 잡아 입수할 채비..

이거야 말로 산오리가 젤로 좋아하는 거다.

옷 입은 채로 물속에 풍덩...

다시 살아나는 거 같다.

 

이제야 끝났나 했던 오르막이 다시 몇차례 있고 난 이후에

계속해서 내리막.

이제는 배가 고프다.

뱃가죽이 등짝이 달라 붙는다는 옛말이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까.

아침 6시에 밥먹고, 중간에 약간의 간식을 먹었지만,

시간은 2시를 넘어서고 있었고...ㅠㅠ

 

마을이 보이니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먹을 때는 3시가 다 되었다.

그 많은 막국수를 어떻게 다 먹어 치웠는지 모르겠다.

점심 먹고 음식점 문을 나서니까, 바깥날씨가 완전 찜통인지라,

엄청 더운날이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산속에서는 덥고 추운걸 따질 겨를도 없었다는..ㅋ

이렇게 해서

생애 처음으로 시도한

자전거 끌고 등산하기....는 겨우 마쳤다....

 

번짱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 많이 끼쳤다.

앞으로도 또 민폐 끼쳐 가면서 따라 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얼굴 두껍게 하고 또 따라 갈지도 모르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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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8 22:20 2009/06/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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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두기 2009/06/28 23: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한 두주전에..자전거 끌고 제주 올레했던 바두기의 모습과 뭐가 다른가요..?
    누구는 앞에 가서 사진도 찍어주고..쉴만하면 가자 하고..
    어느 것 하나 틀린게 없네요..

  2. 은하철도 2009/06/29 00: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진. 졸 시원해보이네요. 입모양이 오리같으세요ㅋ

  3. azrael 2009/06/29 08:4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완전 전문가처럼 보여요~ 근데 옷입고 물에 들어가면..다시 자전거 탈때 질척거릴것 같은데...

    •  address  modify / delete 2009/06/29 09:41 산오리

      전문가 치고는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이죠?ㅎ
      계곡물에 들어갈걸 생각해서 반바지 하나 챙겨 갔죠..
      글구 갈아입었죠..ㅎㅎ

  4. 2009/06/29 22: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얼마 전 경사라 말하기도 우습지만 조금만 기울어져 있으면 자전거 질질끌고 가던 제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진 속 표정이 넘 애처로워보여요. 저리 힘든 걸 왜 하는지 몰라요. ^^

    •  address  modify / delete 2009/06/30 16:37 산오리

      카메라 보고 환한 표정 좀 지었어야 하는데...ㅎㅎ
      그냥 재밋을거 같아서 하거나, 할 짓이 없어서 하거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