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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랑스에 좀 다녀 오겠습니다... (14) 2005/06/03
  2. 삶 - 허무하다... (1) 2005/06/03

저 아래 보험해약이라고 글을 올렸더니,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는데, 알려 줘야지요.

 

무슨 사정이 있어서 가는 건 아니고 그냥 놀러 갑니다.

4일낮에 출발해서 암스텔담에서 하룻밤 자고 파리로 가서 내내 놀다가

13일 오전에 되돌아오는 일정입니다.

암스텔담에서도, 파리에서도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정해진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이 든 산오리는 피곤하니까 많이 돌아다니지 말고 적당히 개기고 그저 쉬자고 할 거 같고, 같이 가는 젊은 친구들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발이 부르터도록 돌아 다닐 자신이 없고, 또 그렇게 다녀서 엄청난 것들을 머리에 가슴에 새긴다 한들 얼마나 남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놀러 좀 간다고 했더니

대체로 물어보는 질문이 '누구와 같이 가냐?'는 것입니다.

총각 한 친구가 주도를 하고 산오리와 또 한 처녀 이렇게 셋이 같이 갑니다. 산오리가 생각해도 멤버 구성이 좀 특이한 거 같지요. 근데, 별로 부담없는 친구들인데..

그러다 보니 '처녀총각 같이 가는데, 산오리가 그기 왜 끼었냐?'는 질타를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두 처녀총각을 잘 살펴보고(?), 아니 살펴보지 않더라도 평소에 산오리가 두 사람에게 한 말은 '잘 사귀어보라'였으니까 둘이 잘 사귀도록 많은 도움을 주도록 해보지요.

 

또 다른 물음은 '아내가 허락해 줬냐?' 라는 겁니다.

산오리가 아내한테 얘기했죠,

"프랑스에 놀러 좀 갔다 와야겠는데...."

"돈도 많은가 보네....."

이걸로 끝이었네요. 산오리만 단순한게 아니라 아내도 단순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싸우고, 어렵고, 돈 없다고 아우성이고... 그래서 어디 놀러 간다고 얘기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실제로 '부럽다'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래서 대놓고 놀러간다고 자랑하지는 못했는데, 하튼 알게 모르게 다들 알게 되었고...

 

하튼 잘 놀다 와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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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3 16:59 2005/06/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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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 허무하다...

from 단순한 삶!!! 2005/06/03 16:40

연전노조 부위원장이며 통일연구원 지부장인 김종우 동지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

그제 갑자기 쓰러져서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64년생이라니까 이제 40대 초반인데,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주위에서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한 둘씩 쓰러져 갈때가 되었나 보다.

통일연구원에 노조를 만들었고,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파업을 한달 넘게 벌이기도했단다. 연전노조 부위원장으로서 생긴 모습처럼 푸근하고 다정하고 소탈한 성격이었다. 노동조합 공간에서 만났던 그는 따뜻한 모습으로 산오리에게도 남아 있다.

엊저녁에 일산병원 문상을 갔다가 소주 한잔 마시고 왔다.

연맹 박용석 부위원장이 조시를 써 달라고 하는데, 신길수, 최명아 이후에 조시 쓰는 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다. 길 떠나는 동지에게 그 시덥잖은 조시 하나 못 써줄까마는 눈물 철철 흘리도록 지극스런 감성에 호소하지 못하는 글이라고 너무 타박이나 하지 말았으면....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 김종우 동지를 보내며


초록 빛 바람을 가득 안고서

세상에 첫 발 내딛었는데,

삭막한 세태와 불합리한 모순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

그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일터에 노동조합을 처음 만들면서

숱한 어려움과 무자비한 탄압을 견디고

눈물겨운 승리를 이루어 냈을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용자들과 지루한 단체교섭을 이어가고

몸뚱이 하나로 천막을 치고 한댓 잠도 마다 않았고

누구도 싫어하는 투쟁이 일상의 생활이 되었을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정리해고 철회와 정규직화를 위해

한 달 넘는 파업으로 벅찬 승리 이루어 내고

정규와 비정규를 넘어 하나의 동지임을 확인했을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출연기관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며

국민의 품으로 연구소를 돌려달라고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위정자들을 질타할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투쟁으로 하나 된 동지들 함께 모여서

허름한 선술집에 앉아 쓴 소주잔을 기울이며

오늘의 투쟁을 보람 찬 무용담으로 풀어 낼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상처 입은 동지들, 흔들리는 동지들

하나씩 따스한 애정으로 어루만지며

세상의 주인이 우리라고 힘주어 외칠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밤낮 가리지 않고 동지들 생각에만 쌓였다가

문득 불만 가득한 아내와 자식의

원망스런 눈빛을 바라보았을 때

그 때

당신의 희망은 무엇이었습니까?


노동자와 국민은 오간데 없고

천박한 자본가들만 미친 개처럼 날뛸 때

그 때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제 눈 씻고, 귀 뚫어

그 작고 소박한 모습

사람의 꿈, 노동자의 희망을 찾아 갑니다.

당신이 가졌던 꿈이고

당신이 가졌던 희망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당신의 어깨에 걸린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고

우리의 눈물로 실어 드리는 사랑만 가슴 가득 담아서

이제는 편히 쉬소서,

동지여.....

                   <2005.6.4. 곽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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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3 16:40 2005/06/0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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