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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빠는 말안했잖아... (8) 2006/02/04

어제(3일)은 동명이가 고등학교 배정받는 날이었다.

그동안 '학교배정 발표는 며칠날 나냐?'고 물어보면서

그날이 3일 이라는 걸 알면서도 또 물어보곤 했다.

 

어제 아침밥상에서 아내는

"동명아, 학교 어디로 배정받았는지, 전화나 문자로 보내랴!"

고 몇번이나 얘기했고, 동명이는 그러겠다고 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느라고, 동명이 학교 배정은 깜박 잊고 지냈다.

저녁에 일찍 집에 왔더니, 아내가

"동희아빠, 동명이 백마고 됐어" 한다.

"어? 그래, 잘 되었네.."

그얘기 듣고서야 산오리도 하루종일 그 생각이 안났다는 걸

깨닫고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자식 고등학교 어디로 배정받았는지는 알아봐야 했는데...'

 

아내는 나가고, 한참 있다가 동희가 종일 야자 하고 들어왔길래,

얘는 당연히 모를 거 같아서,

"야, 동희야! 동명이 백마고 배정됐다는데.."

"어, 알어.."

"어떻게?"

"아까, 낮에 엄마가 문자 보냈어.."

"그냐?,,,"

 

그러고 나니 은근히 속이 뒤틀린다.

'돌멩이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아빠한테, 남편한테, 학교 어디로 되었다고

 전화하거나 문자 한번 보내주면 안되나? 산오리가 아무리 '나홀로 가족'으로

'따' 당하고 있다지만, 좀 심한거 아냐?'

 

아내가 한잔 하고 들어왔길래 물었다.

"동명이 학교 배정 받은 거 동희한테 문자 보냈다면서..."

"어..."

"그럼 남편한테도 좀 보내지 그랬냐?"

"당신이야 동명이하고 친하니까 당연히 동명이랑 문자질이라도 한줄 알았지.."

"..........."

 

뭐냐 이거.. 초등학생 친구들간에 무슨 편가르기도 아니고....

 

맨날 놀러 다니느라 바쁜 동명이는 그 밤에 집에 들어오는 걸 보지 못하고,

먼저 잠들었고,

아침 밥상에서 동명이한테 물었다.

 

"야, 돌멩아! 너는 백마고 되었다는걸 아빠한테는 왜 안알려 줬냐?"

"아빠는 알려달라고 말하지 않았잖아."

"..........."

 

당일 아침에 '아빠한테도 문자 보내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자식은 엄마한테만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어쨌거나, 1지망으로 지원한 학교에 배정받았다는 것으로 아내도, 동명이도 좋아라 한다.

집에서 먼 곳으로 배정받으면 등하교에 힘들테니까.

어차피 공부야 이미 담쌓은 놈이기에 그 학교가 좋냐 나쁘냐늘 따지는건 의미가 없겠지만,

아내는 다른 엄마들이 '동명이는 재수도 좋게 1지망으로 가게 되었다'고 부러워 하는 것도

좋아서 연신 싱글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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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4 20:21 2006/02/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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