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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부한다는 동명이... (8) 2007/04/25

요즘 들어 동명이가 공부를 하겠단다.

그래서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가고, 학원에서 자습하다가 수업하다가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시쯤 된다.

아내는 동명이가 집에 들어오는 거보고, 먹을거라도 좀 챙겨주고 잠들었다가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집을 나서는 동희를 또 챙겨줘야 하는 수퍼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산오리가 좀 거들어주고 싶은데, 산오리는 12시를 넘기지 못하고 잠들고, 5시에 일어나 운동하러 나가니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동명이가 새벽 1시나 1시 반에 들어오도록 공부를 한다는 건 무리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 아침에 학교 갈때나 주말에 학원에 데려다 줄때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 놈이 대학을 가겠다고, 그것도 법대를 가겠단다.

그러면서 어느날 하는 말이

- 아빠, 00대 법대 들어가면 차 사줄래?

=가능성 있는 야그를 해라, 자샤... 들어가면 사주지... 근데 법대 가서는 뭐하게?

- 검사 해야지.

= 헉,, 검사는 아무나 하냐? 근데 왜 갑자기 검사?

- 멋있잖아.. 그리고 내 아들한테도 검사 아빠가 필요해.

= 그건 또 뭔 말이냐?

- 아빠가 검사라고 하면 누구도 무시하지 않거든...

= ...... (아이구 하튼 좋은 건 배우고 다닌다)

 

검사되겠다고 공부한다는 놈이 가만히 놀건 다 놀고, 할 짓은 다 하고 다닌다.

이런 저런 핑계대고 학원 빼먹기도 일쑤고, 친구들과 몰려 다니는 것도 여전하고,

옷 사달라, 카메라 사달라, 해 달라는 것도 많다.

 

그래서 이놈과 요즘은 논쟁(?) 이 심하다.

= 야, 너는 공부하겠다면 공부를 하고, 그렇지 않고 놀겠다면 노는 것으로 확실히 방향을 정해라.

- 아이, 공부해서 법대 갈거라니까...

=그렇게 공부하겠다고 하는 건, 엄마한테 보이기 위한 거 밖에 안되는거 같은데, 공부하는 걸 안보여줘도 되니까 그냥 놀겠다고 하는 건 어떠냐?

- 아빠는 왜 아들을 안믿어? 공부하겠다고 하고,,, 또 열심히 하거덩... 이번 중간고사에서 모든과목을 1등급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두고봐..

= 아이구 자식아! 다른 친구들은 전부다 시험지 백지를 낸다더냐? 아직도 아빠의 약속은 유효하다. 니가 학원때려치우고 공부안하면 과외비와 학원비 다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졸업하고 나면 그거 줄테니까 혼자서 독립해라!

- 싫거든....

= 그럼 짜샤...공부한다고 학원비 다대주고, 논다고 노는거 다대주고... 사는거 다 사주고... 그건 부모를 우롱하는 거야,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까지 너 밑이나 닦으라는 거야?

- 아빠, 아빠는 자식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거 아냐?

= 책임은 고등학교 졸업할때 까지만 지면 되 임마. 그 이후에는 네가 알아서 해라.

- 그건 안되지..

 

어쨌든 진전은 없고, 이 수준에서 맴돈다.

 

그러다 보니 이즈음에는 슬그머니 이 자식도 미워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공부는 안될거 같아서 그냥 하고 싶은거 하고 놀고, 그다음에 자기 맘대로 알아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나이 먹어서도 부모가 책임져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공부한다는 것도 부모한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자퇴하겠다는 생각이 없으면 그냥 공부라도 하고 있겠다는 게 속편한 노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 먹어 갈수록 점점 골칫덩어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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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12:38 2007/04/2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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