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을 갔다가 고속도로로 올라오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 아빠, 나 집에 들어왔어.

= 어? 무슨 소리야?

- 어제 집에 안들어왔는데, 집에 오니까 엄마도 없네..

= 왜 집에 안들어왔는데?

- 그니까, 라페에서 공연하고, 저번에 가출한 친구 있다고 했잖아, 그친구한테 내가 옷을 빌려줬거든, 엄마가 그 옷 찾아 오라고 난리잖아.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그 친구를 집으로 데려 갔어..

= 다행이네..

- 그리고는 피곤해서 나는 먼저 잤거든, 근데, 엄마가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어. 근데, 내 휴대폰으로 게임하던 친구들이 전화를 받았다가 끊었어.. 게임하다 전화받으면 게임 중단되니까.그리고 또전화를 했는 모양인데, 그담부턴 안받았나봐...

= 그래서?

- 그리고는 친구집에 자고 지금 들어왔다구...

 



= 왜 친구들한테 옷은 다 빌려줘서 엄마가 그 난리 치게 만드냐?

- 뭘 다 빌려줘?

= 엄마 얘기로는 네 옷이랑, 형 옷 다 없어졌다고 그러던데...

- 형거 추리닝 한개 빌려 줬고, 내 옷도 한개 빌려 줬어.

= 근데, 왜 엄마는 네 옷 중에 뭐도 뭐도 없다고 그러더라구..

- 친구들끼리 옷도 빌려주고 그러는데, 엄마는 이해를 못해.

= 그래도 형 거까지 빌려주니까 형도 또 난리잖아.

- 하튼 형도 구려, 엄마도 중고등학교 다닐때 공부만 했는지, 나를 이해 못한다구...

= 알았어, 엄마 어디 나갔는 모양인데, 휴대폰이라도 해봐..

- 어...

= 그래, 끊을게...

- 아빠! 참,,,

= 왜?

- 엄마한테 휴대폰 정지시킨거 좀 풀어달라고 해

= 휴대폰 중지시켰냐?

- 어,,,,

= 몰라, 임마 그거 엄마한테 얘기해...

- 으씨..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집에 왔더니, 아내가 열 받아서 전후사정을 얘기하는데, 별로 다르지 않다.

아내는 1시 반이 되어도 동명이가 들어오지 않자 전화를 했는데, 받았다가 끊었고,

그 다음에는 전화해도 받지 않았단다.

그래서 문자를 보내서 '전화 안받으면 정지시키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는데, 여전히 전화도 안받고 연락이 없어서 당장 정지 시켜버렸다는 것이다.

전화가 있으면 연락이라도 하면, 안들어온다고 뭐라고 그러기를 하나,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안들어와도 연락도 없는 놈의 전화는 있으나 마나라고 끊어버렸단다.

그리고는 그런 놈은 아예 집에 안들어와도 상관없으니까, 늦게 들어오면 현관문 비밀번호도 바꿔버려야겠다면서, 어떻게 바꾸는지 산오리한테 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는데..

(집에 안들어가면서 전화 안하는 건 산오리를 닮았나?)

 

일욜저녁 약간의 타협을 시도했던 모양인데, 이제는 동명이가 완전히 삐졌다.

전화기 어쩌구 엄마가 말을 꺼냈는데, '전화기 필요없어'하고 단호하게 잘라 버렸단다.

 

아내한테 물었다.

= 당신은 동명이 집 나가고 나면 당신이 더 안달이 나서 난리칠거잖아.

- 아니, 나도 그런 사고뭉치는 아예 포기할수 있다구..

= 그러지도 못할 거면서 그렇게 말로만 하니까 애들도 그러려니 하지..

- .............

 

월욜 저녁에 동명이는 연락도 없이 안들어왔다.

아내는 동명이한테 연락이 없었냐? 이 새끼는 제빵학원에는 갔나 전화해 볼까? 집에 못들어오게 현관문 비밀번 호 바꿔라... 면서 산오리한테 넋두리를 늘어놓더니 운동하러 간다고 나갔다. 그리고는 조금 지나서는 집으로 전화가 왔다.

"동희아빠, 동명이 새끼 학원도 안갔다는데, 연락없어?"

"어, 연락없어..."

 

운동 갔다 집에 들어와서도 분도 안풀리고 불안이 겹쳐서 투덜거렸다.

 

10시가 넘어서 잠자려고 누웠더니 아내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 모양이다.

"너 어디냐? 왜 학원은 안갔냐? 언제 들어올거냐? ......"

마루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아내의 목소리가 그렇게 상냥할수가 없다.

그동안 당장이라도 내쫓아 버릴듯한 기세는 어디가고 거의 '비굴한' 목소리가 되었다.

(이불 뒤집어쓰고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전화를 끊고서는 산오리한테 와서는

"동명이 새끼 전화 왔어.."

"..........."

"뭐라고 하지 말고 달래야 겠지?"

"............" 

 

몰려 다니는 놈들이 그런 놈들이고, 방학에다 노는 게 좋은 놈들이고, 그나마 춤도 추고, 제빵학원에도 다니면 된거지, 집에 친구들 데리고 와서 논다고 뭐라 하고, 친구들하고 옷이나 신발도 빌려주고 빌려 입는다고 혼나지, 집안 어질른다고 혼나지...

그러니 짜증날만도 하다, 동명이는..

 

그렇다고 동명이를 상대로 확실하게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벌이고는

안들어온다는 것도 아니고, 하루저녁 늦게 들어오니까 불안해서는

금새 비굴한 모습으로 바뀌면서,

싸움은 도대체 왜 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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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4 11:25 2006/02/1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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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비정규 법안을 다시 심의한다고 해서

7일 오전 오후 집회가 잡혔고,

8일부터는 총파업이라고 지침이 떨어졌단다.

 



4시쯤 조퇴를 했다.

그리고 조합에서 6명이 여의도로 출발했다.

5시쯤에 도착했더니 집회차 한대 서있고 정말 썰렁하다.

한참을 기다리니까 꾸역꾸역 모여들고,

집회가 시작되었다.

 

근데, 이미 국회환노위의 법안심사는 연기되었고,

민주노총의 총파업도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미리 전해졌기 때문에

김빠진 집회가 되고 말았다.

 

몇 번이나 국회에서 법안 심의만 한다고 하면

국회앞으로 모여라, 총파업이다... 고 외치는 것이

얼마나 횩과가 있을지 모를일이다.

 

연사로 올라온 한 친구도

"우리 3백명이 여기 모였다고 법안심사가 연기된 것은 아니다"면서

이번에 또 연기되더라도, 법안심사 하지 않더라도

파업을 준비해서 하자고 외치고 있었다.

 

알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그건 또 될만한 일일까 싶다.

 

민주노총이고, 민주노동당이고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짜증나는 일만 만들고 있기에,

산오리의 마음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걸

마음으로,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게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높으신(?) 간부들 때문이라 여기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 자체가 우리의 현실이고 민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기도 한다.

 

예전에 집회에 나갈때면,

70살 넘은 노인네들이 가끔 보이면,

'나도 저들처럼 저나이 되어서도 집회에 나오도록 해야겠다' 고 생각했는데,

슬슬 내 스스로 핑계거리 만들어가면서 벌써부터 나가고 싶지 않다는

최면을 걸어가고 있다.

 

그래도 재미 있거나, 뭔가 희망이라도 있다면 억지로라도 나가려고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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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8 12:59 2006/02/0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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