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oB님의 [블로거 to 블로거란?] 에 관련된 글.

풀소리님이 산오리를 소개한 이후에 릴레이로 누군가를 소개해야 한다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고,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누구에 대해 쓸 것인가를 생각했지만,

쉽게 '갈막'을 쓰겠다고 결정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보니까 쓸말이 별로 없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다, 다른 정보도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오직 블로그에 올린 그의 글과 사진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쓸 수 밖에....

 

지난 연말 일 바쁜 가운데도,

월간지 '네트워크'의 원고 마감시간이 다 되어 갈 거라는

생각이 가끔씩 들었고,
그래서 서둘러 글을 썼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월간지에 전화했더니, 1월 한달은 쉬기로 했단다.

다시 1월이 다 지났다. 글이 월간지에 실리든 말든

개의치 않고, 내게 주어진 의무(릴레이)는 다해야 겠다...

 



 

따뜻한 애정을 맛깔스럽게 드러내는 ‘갈막’


“그를 추억하며..^^”  http://blog.jinbo.net/galmac



진보넷에서 블로그를 시작한 게 2004년 7월이니까 이제 1년 반이 지났다. 컴퓨터 앞에 앉을 때면 하루에 한번씩은 들러 보는 링크블로그(친구들)가 39개다. 39명의 친구가 항상 내 앞에 기다리고 있으니까 기분 좋은 일이다.

풀소리님이 산오리 블로그를 소개한 이후에 이를 이어서 블로거투블로거에 어떤 친구를 소개해 볼까 생각했는데, ‘갈막’이 떠올랐다. 왜 이 친구가 생각났을까?

우선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블로그에서 만나고, 그의 글과 사진에 댓글만 달아 온 산오리로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궁금이 생기기도 하고, 뭔지 모를 신비감 마저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그는 그의 이름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글과 사진을 읽으면서 편견 없는(?) 상상에 빠지도록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여기저기 블로그들을 돌아 다니면서 그 집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갈막을 좋아 하는 이유는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과 사물들에 대해 따뜻한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고, 그걸 표현하는 맛깔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그 녀석은 언제나 나와 함께했다.처음 스티커 사진이 나왔을때 사랑의 부적이라며 꼭 간직하라던 부적도, 한 두 장씩 건네받던 명함들도 차곡차곡 쌓여갔고 세월과 함께 바래져갔다. 오늘 그 기억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겨갔다. 물론 새집으로 이사하지 못하고 보물창고로 들어가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에서 애써 담담히 웃음지었다. <10년... 내사랑을 떠나 보내며>

밤늦은 귀가길..모퉁이를 돌면 녀석은 언제나 먼발치에서부터 유혹의 눈길을 보낸다. '안돼~마른인간은 저녁 6시 이후에는 절대로 먹지않아..암..그렇고말고...' 수없이 다짐하며 돌렸던 발길이 얼마였던가! ㅜㅜ <유혹>

10년간 함께 했던 지갑을 향한 절절한 애정을 그리기도 했고, 그 지갑 속에 넣고 다녔던 작은 것들을 옮기면서도 그들의 감정까지 챙겨 주었다. 추운 겨울밤 구멍가게 앞의 호빵통은 모든 사람의 희망이었다. 어릴 때에는 그 호빵통을 보고 지나치면서도 그걸 사 먹을 돈이 없어서 먹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는 몇백원 하는 호빵의 유혹에 살 찔 걱정을 해야 하는 아이러니라니... 그래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 못하고 호빵의 배를 갈라서 보여 주는 친절함까지 드러내 보이니 웃음이 나올수 밖에.


‘그를 추억하며..’라는 블로그 제목에서도 나타 나듯이, 갈막은 ‘그’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을 절절하게 나타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포스트 곳곳에 ‘그’가 등장하는데, ‘그’가 실존하는 사람인지, 갈막이 습작에서 그리고 있는 작품의 주인공으로서의 그인지 분간할 수 가 없다. 현실이 소설인 것도 같고, 소설이 현실인 것도 같은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부럽다.


그녀의 볼에서 한줄기 섬광이 흘렀다. 참았던 눈물이다. 슬퍼서가 아니란걸 안다. 나라는 인간! 처음부터 제멋대로 인데다가 이기적이고 모난 점만 많았던 인간이니..내가 불쌍해서 흘려주는 눈물이란걸 안다.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려는게 두렵고 이제는 더이상 실망하기도 싫고 마음 다치기도 싫어서 그런다는걸..날 좋아한 그간의 세월이 너무 억울해서라는 걸 잘 안다.<샤갈2>

그의 습작 가운데 한토막이다. ‘내가 불쌍해서 흘려주는 눈물’ 이라니... 그런 눈물의 의미까지도 알고 있다니, 사랑(?)에 있어서도 상당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도, 눈물의 의미를 나타내는 데도 그만의 멋이 배어 있다.


‘그’와의 사랑 뿐만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감상도 남다르다.

일년 사이 어머닌 부쩍 늙으셨다. 허리도 더 많이 굽고 걸음마다 가쁜 숨소리에 내 심장이 같이 떤다. 겨울에도 최소의 난방으로 지내오신 터라 보일러 빵빵한 아파트가 더우신가 보다. 작은 방에 나란히 누웠다. 가끔씩 바람에 창문틀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어머니의 품안에서 모처럼의 단잠에 행복했다.<설과 어머니>

어머니의 품안에서 가쁜 숨소리를 느끼고 그래서 행복한 단잠에 빠질수 있으리라. 하지만 창문의 덜컹거리는 소리마저도 그저 넘겨 버릴 바람이 아니라 어머니의 숨소리 같은 따스함이 묻어나는 소리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는 건 그의 감성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나타내는 것일게다.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글거리며 인사한다. 애써 태연한척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다.그런데 그녀가 놓고간 情 하나- 초코파이였으면 감동이 더 컸으려나?-에 그간의 오해와 근심이 녹아내렸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고는 물어보지 않으련다.사려 깊지 못한 말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사람은 상처 받을 수 있다.마음 조린 그 며칠동안의 다짐처럼 언제나 밝은 낯빛으로 그들을 대하리라.<화해>

작은 분류가 ‘일터에서’로 되어 있으니 그가 일하는 곳에서 일어난 일이리라 생각한다. 말한 마디 한 것이 그리 감정 상하게 한 것도 아니었던 것이었는데, 그녀가 이주일 동안 나타나지 않은 것을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이라고 자책하고선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의 마음이 따뜻하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소심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소심탈출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 '나의 소심 간증-나는 이렇게 소심여(남)가 되었다. 소심탈출기- 아~ 나도 대범인간이 되고 싶어요..'<소심함에 대하여>

이 글을 보면 그도 자신을 어지간히 소심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소심탈출프로젝트’까지 생각해 냈을까?

그런데, 그는 자신의 소심함을 단박에 털어내는 재주도 가지고 있다. 그것도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더 사랑하는 것을 무기로 해서...

고되고 힘들다고 짜증부리고 인상만 벅벅 쓰며 지낸 날들을 나중에 되돌아보면 무지 후회스럽겠지.오늘부터라도 더 깜직하고 더 발랄하게 살아야겠다. 나 자신을, 주위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면서 말이다.<후회>

속세와 일정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 내게도 만남은 언제나 설렘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는 것이기에. 스머프님이 진보 블로거들과의 좋은 만남에 동참하자고 한다. 작은 마음 씀씀이지만 고마운 일이다. 오늘은 일이 있어 같이 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그들의 유쾌한 만남을 시샘하며..<만남>


산오리는 온라인에서만 그를 보고 있지만, 그는 오프에서의 만남도 ‘또 하나의 세상을 만나는 것’으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오프에서 만나도 그만의 따뜻함과 애정을 느낄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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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31 09:34 2006/01/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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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가능하면,

'그럴수 있지'

'그게 뭐 대수야?'

정도로 받아 넘기고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회의를 가려 하지 않는 것도

이런 노력 중의 일환이다.

괜히 한단계만 더 생각하면,

더 열이 받고,

뭔가 소리라도 질러야

직성이 풀리고,

그리고 나면 내 머리에만 열이 나니까

스스로를 학대하는  꼴밖에는 없다.

별다른, 거의 아무런 소득도 없이...



이런저런 내부 사정을 거쳐서 워크샾을 가는 사람을 찾는데,

우리 실에서는 산오리와 다른 팀장 한명 이렇게 두명이 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다들 무슨 무슨 일때문에 못간다고...

사실 우리 실장이 주관했거나,

실장이 강력하게 가라 했으면 그러지 않았겠지.

그것 땜에 열이 받아서 사무실에서 소리 한번 질렀다.

'어떤 놈 바쁘지 않아서 워크샾 가냐?(산오리는 사실 별로 안바쁘지만...)

 조직에서 하는 행사에 가야 되는 거 아냐?' 뭐 이렇게...

 

어쨌거나, 워크샾에는 가게 되었는데, 다른 팀장도 무슨 회의가 있다고 빠지고

우리 실에서는 나혼자 가게 되었다.

경영, 기획을 한다는 부서에서 연구원 발전을 위한 워크샾에 단 한명이 참가했다니..

조직이라고 참 재미있는 조직이다.

 

혁신이고, 발전이고, 무슨 세미나, 워크샾에서 강의 들으면

다 그소리가 그소리다.

'변해라!, 혁신해라!' 뭐 이런내용이다.

특히 삼성의 이건희는 단골로 등장하고,

요즘에는 이순신까지 등장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정부출연기관의 어느 인사가 강사로 와서

출연기관의 발전방향을 열심히 강의하고서는

(사실 그 내용은 그런대로 들을 만했다.)

잘 나가더니, 마지막에 가서는  삼천포로 빠졌다.

자기가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협상에서 노조는 선후배도 없고, 뭐 어쩌구 저쩌구....'

이렇게 얘기했다.

강의 끝나고 질문시간이 있었으면 한마디 하려 했는데,

시간 없다고 그냥 끝나고 지나갔다.

그래서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져 있었던 터다....

 

강의와 토론, 발표문 작성 등이 끝나고,

뒷풀이겸 원장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산오리는 몇명 안되는 조원 가운데, 조원들에게 밀려서 조장이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조장들이 나와서 한마디씩 하라는 거였다.

우리가 1조 였는데, 이날 사회자는 맨 마지막조인 9조부터 발표를 시켰다.

조이름 설명하고, 이런저런 워크샾 감상 설명하고,

원장에게 점잖은 질문이나 건의 한마디 하는 것으로

진행해 나갔다.

산오리는 원래 그런거 잘 못하고, 하기도 싫어서

처음 시키면 만나서 반갑다고 하고, 노래나 한곡 하고 들어오려 했는데,

끝까지 가다 보니까 '잔소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그래서 내 차례가 되었는데, 사회자는 또 뜬금없이 산오리에 대한 소개를

장황하게 늘어 놓아서(그전에는 조장 소개 하면서 한명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영 분위기 찝찌름 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싶은 말은 해야지 어쩌랴...

 

" 아까 어느 강사도 얘기했지만, 나이 40 넘어서 누가 강의하면 그게 설득이 되냐?

  나도 설득이 안된다. 특히나 이건희가 마누라와 뭐만 빼고 다 바꿔치라면서 변하라고

  하는 걸 무슨 교과서처럼 얘기하는데, 왜 마누라 바꾸란 소리는 안하냐? 아랫사람들만

  바꿔라 바꿔라 하면서, 수천년동안 변하지 않는 기득권, 특권의식 이런거 바꾸라고

  얘기하는 강사는 한명도 못봤다.

  그리고, 아까 노조에 대해 언급한 강사는 노조가 협상에서 선후배도 없고, 어쩌고 하는데,

  그런 선후배 찾고 아버지 같은 나이 찾으려면 뭐하러 노조 만들고 협상하느냐?

  그냥 원장님! 원장님! 하면서 고개 숙이고 처분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그런 생각은

  왜 못바꾸냐?

  원장한테 건의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라는데, 노조 얘기 한김에 얘기하면,

  원장 취임후 두달 되어 가는데, 노조에서는 '그저 공무원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원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분위기 꽤나 싸늘해 졌겠지...)

 

  그리고는 지갑 꺼내서 노래가사 적어가지고 다니는 종이 꺼내서는

  조용필의 그겨울의 찻집을 부르고 들어왔다...

 

워크샾이 끝날 무렵에 한 직원이

"어제 말씀 시원하게 잘 하셨어요." 라고  말했고,

오늘 사무실에서 옆에 친구가 전해 들었는지,

"워크샾까지 가서 그렇게 말했어요?" 라고 말했다.

 

어제 오가면서, 그리고 토론결과 발표하는 중에도

'창랑지수'를 열심히  다 읽었다.

창랑지수의 결론은 '힘과 권력에 아부하라' 딱 이거였는데...ㅎㅎ

 

아부는 못하더라도,

대충 '그런거지' 라고 넘어가지 못하고, 떠들고는

나 스스로 열받는다는 데 있다.

이래서는 오래 못살지,...

 

내공을 쌓고, 그걸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다시 새해를 맞아서,

내공 좀 제대로 쌓아야 하지 않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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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27 19:43 2006/01/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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