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겨울 한라산을 꼭 가보고 싶었다. 눈이 덮이지 않았더라도 한라산에 가보고 싶었다. 88년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엘 갔는데, 한라산 간다고 하루를 잡았건만, 늦게 일어나고 피곤하다면서 산에 가는 것을 포기했었다. 2004년 노동조합의 어느 지부에서 수련회를 간다면서 비행기 값만 내고 오면 먹고 자는 것과 한라산 등반을 같이 할 수 있겠다고 해서 비행기표를 예약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상을 당하는 바람에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는 언제 가나 하다가 갑자기 날자만 잡아서 추진한 제주도 여행, 한라산을 오른다.... 



 

금욜 휴가 내고 아침 8시 비행기를 탔다. 제주에 도착하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우선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용두암. 바위와 바다를 구경하고 사진 찍겠노라고 작은 바위위에 섰는데 그 순간 파도가 확 몰아쳐서 바지와 신발이 완전히 젖었다. 물이 줄줄 흐를 만큼. 제주 도착신고 치고는 거창하게 한 것일까?

용두암이라야 볼 것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바다와 파도는 좋았다. 그리고 차를 몰아 해안을 따라서 내려가면서 여기 저기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환호성을 지르고...

 


바다 위에 떠있는 바위와 섬이 보이고, 잠수함 관광을 한다는 곳(이름이 무엇이더라..)을 들렀고, 바위 절벽 해안가 움푹 들어온 곳에 외롭게 서있는 뽀족한 바위 외돌개도 구경했다. 그리고는 성산 일출봉까지 갔는데, 해는 지고, 바람도 불고, 뭐가 보이랴...

 



 


 


일요일에는 성산일출봉도 가고, 바로 눈앞에 보였던 우도까지 한바퀴 돌아보자 하고선 되돌아와서 민박집에서 소주 몇 잔 마시고 잠들었다.

 

토요일 느지막히 일어나서 밥 챙겨먹고서는 그때서야 한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보고 법석을 떨어서 알아낸 것은 9시 이전까지 성판악이나 관음사로 가면 정상으로 갈수 있지만, 시간이 늦으면 어리목이나 영실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즈음 시간이 이미 9시 반도 넘었으니, 겨우 채비 챙겨 나서서 어리목으로 향했다.

 

어리목으로 가는 도로도 차가 교행할수 있을 정도로 눈만 치워져 있고, 길 양쪽에는 눈이 1미터 이상씩 쌓여있어서 눈계곡 사이를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눈 많이 내린지 일주일이 지났고, 어제는 비까지 내려서 눈이 많이 녹았으려니 했는데, 등산을 시작하자 완전히 눈 속에서 걸어야 했다. 눈이 1미터정도 쌓였고, 그 위에 걸어가는 길은 어느정도 다져져서 한사람 정도 지나갈수는 있었는데, 잠간 실수해서 그 옆을 디디면 엉덩이까지 빠져서 혼자서는 빠져나올수도 없을 만큼 쌓여 있다

 



 


 

사제비 동산, 만세동산을 오르니까 정상도 보이고, 넓게 펼쳐진 눈밭이 드러난다. 윗세오름 대피소는 아직도 눈을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있어서 겨우 사람이 드나들 정도였고, 등산통제소는 아예 눈에 완전히 파묻혔는데, 겨우 지붕만 드러나 보였다.

 

 

영실로 내려오는 길로 접어 들었는데, 여기가 더 장관이었다. 히말라야 등반하는 그림을 텔레비전에서 본적이 있었는데, 그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넓은 눈밭에 사람들이 한줄로 걸어 가고 있는 게 너무 멋진 모습이었다. 이 눈밭을, 저 정상과 해와 바람을 오래도록 머리에, 가슴에 그리고 눈에 귀에 담아 둘 수는 없는 것일까? 쓰잘데기 없는 감정들과 미움들은 그렇게 오래도록 남아 있고, 걸핏하면 떠오르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왜 영화필름처럼 머릿속에 기억이 되지 않는 것일까?


 

 


 

 


 

 


 

 

 


 


 

눈에 빠지고, 넘어지고, 비닐깔고 썰매 타고 영실로 내려왔다. 영실 휴게소 역시 눈에 완전히 파묻혔고, 휴게소까지 가는 길은 아직도 차가 다닐수 없었다. 겨우 입구까지 내려와서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의 차를 얻어다고 다시 어리목으로 되돌아왔다.

 

 



 


 

민박집 부근에 와서 저녁을 거나하게 먹고, 집에 들어가서는 다시 수다를 떨다가 낼아침 일찍 성산일출을 보러 간다고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을 깨보니 아직 휴대폰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5시 전인 모양이다. 바깥에 나갔더니, 어라, 부슬비가 약간 뿌리고 있는게 아닌가... 이래서 일출을 볼수 있을까?

민박집 아줌마가 싸준 귤과 삶은 감자를 싸 넣고선 성산을 향했다. 가는 도중에 비는 계속 내리고... 이럴줄 알았으면 잠이나 실컫 자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나온다.

비가 오면 어쩌랴. 일출봉을 올랐더니, 그래도 볼 게 있다. 뒤쪽의 분화구와 안개비속에 출렁이는 바다. 그리고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우도 등..

 

 


 


 


 

1시 비행기로 가야 한다는 두 친구 때문에 김영갑 갤러리를 들러서 공항에 두 친구를 내려주고 점심을 먹었는데, 막상 오후에 할 일이 없다. 또 한 친구는 3시 40분 비행기라고 점심 먹고 공항으로 바로 보내고, 둘이서 남아서 극장으로 가서 영화를 봤다. 왕의 남자.

그리고는 조천방향으로 차를 몰아서 합덕 해수욕장 부근에서 바다 구경을 실컫 하고선 저녁 먹고 공항으로 갔더니 차를 돌려주기로 한 시각 8시에 겨우 맞춰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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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8 15:03 2006/01/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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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님의 [아빠친구가맞는데가야되는거지?] 에 관련된 글.

친구가 맞는다고 동명이가 달려간 내용을 어제 저녁에 동명이한테 물었다.

신정동에 할머니제사가 있어서 가는 길에

동명이는 제빵학원에 데려다 주면서 들었는데,

앞자리에 앉은 아내는 이미 한번 들었다면서

중간에 이런저런 간섭을 하는 바람에

정확한 그림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동명이는 제빵학원 끝나고 돌아 오려는데,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구가 어느 초등학교에서 다른 중학생한테 얻어 맞고 있으니까

같이 가자는 것이었고, 동명이는 이즈음에 그 문자를 보내고,

친구가 맞고 있다는 초등학교로 갔다는 것이다.

그 초등학교는 일산에서도 외곽지역에 있어서 버스도 잘 안다니는데,

택시비 8천원을 들여서 같이 갔단다.

 

도착하니까 이미 1라운드가 끝났는데,

동명이 친구 세명, 그리고 파주 어느 중학교 애들 5명 이렇게 싸우다가

파주의 중학생들이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이 와서는 '해산하라'고 해서,

'10분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고 헤어졌단다.

10분후에 다시 만나서 싸웠는데, 싸웠다기 보다는 동명이 친구들이

일방적으로 줘 팼단다.

 

- 숫자가 적었는데, 어떻게 때리냐?

= 걔네들은 술을 마셔서 그랬겠지.

- 근데, 왜 그쪽까지 가서 싸우고 지랄이냐?

= 내 친구가 파주에서 전학온 여학생이랑 사귀고 있거든,

  근데, 전에 있던 파주의 남자애들이 이 여학생을 불러내서 술을 먹였대...

- 거기까지 가서 술마셨으면 여학생도 술 마시러 간 거 아냐?

= 어쨌든 아빠는 여자친구가 잡혀서 술먹고 있다는데 열 받아서 안 가보겠냐?

- 가 봐야겠구먼...  

- 그 여학생은 어떤상태였냐?  여학생은 혼자였냐?

  (아내는 이질문에 화를 벌컥냈다. '당신은 그런 쓸데 없는 질문은 왜 하냐?'고..)

= 술취해서 퍼졌던데...글구 여자애들은 둘이었어.

- 넌 애들 많이 안팼냐? 경찰에서 연락오는 거 아냐?

= 주로 구경했어,

- 그애들 안다쳤어?

= 심하게 팬건 아니고, 뺨따구를 살살 때렸어,,,

  경찰에서 연락 안오는거 보니까 괜찮은 모양이지뭐.

- 그리고는 어떻게 왔냐?

= 계속 걸어서 왔지, 한참 와서는 00이네 엄마가 데리러 와서는 00이네 집에 가서 놀다 잤지.

- 그많은 택시비는 누가 냈냐?

= 내가 조금 내고, 00이가 많이 내고..

 

이자식은 있는대로 얘기해 주는 모양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경찰은 애들이 싸우는데, 나타났으면 정확하게 정리해 주든지 하지 않고,

그냥 '해산해라'고 하고는 사라졌다니..

그래서 애들은 '10분후에 다시 만나자'고 하고선 다시 만나서 싸운다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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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7 17:18 2006/01/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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