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동명이 컴퓨터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는데,

내일 고쳐줄게, 모레 고쳐줄게 하면서 올 여름을 다 보낸 듯하다.

도저히 못견뎌서 컴을 좀 봐달라고 했더니,

그래픽 카드가 맛이 갔다면서 쓰던 걸 하나 끼워주고 갔다.

그런데, 이 카드가 용량이 적은 구식이라 그런지 인터넷 정도는 그런대로 되는데,

3D 게임은 아예 띄워 올리지도 못한단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또 '아빠 그래픽 카드 사줘!'로 노래가 바뀌었다.

게임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제는 중간에 컴이 저절로 꺼지기 일쑤다.

'돈 없어' 라는 노래를 부르다 부르다 결국에는 그래픽 카드 하나 사겠다고 했고,

8만원을 주고 그래픽 카드를 바꿨다.

그랬는데, 이게 여전히 게임에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하드, 메인보드를 바꿔 보더니 메인보드가 고장났단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요?"

"4년도 넘은 거 같아서 이미 이 보드는 단종되었구요, 보드와 씨피유, 램 등을 바꾸는

  엎그레이드를 해야 하겠네요"

그렇게 해 달라고 했는데, 오늘 전화가 왔다.

"선배님, 저번에 말씀대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보다 완제품을 새로 사는게

 낫겠는데요."

"왜요?"

"업그레이드 하나 완제품 사나 가격이 마찬가지예요."

"그럼 할수 없죠.."

그래서 조립된 완제품이 40만원이란다.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

돈먹는 기계를 운전하고 있다, 버리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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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30 18:09 2004/09/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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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의 연휴. 후다닥 지나갔다. 

일찍 올라간 금요일... 고속도로가 좀 밀릴까 했는데, 평소보다 버스는 잘도 달려서 3시 조금 넘어서 화정 터미널 도착, 3시부터 원당에서 평등명절 보내기 ‘아빠 고무장갑을 끼세요’에 갔는데 아무도 없다. 그래서 전화해 봤더니 4시부터란다. 피씨방에 가서 잠시 놀다 4시가 조금 지나서 갔더니 그제서야 긴 탁자 펴고 개스레인지 불켜고 반죽해 온 부침개 재료를 올리기 시작한다. 주로 남자들이 부침개를 부치고, 여자들은 옆에서 도와준다. 고무장갑 하나씩 끼고 피켓 하나 들고 서 있는 것도 남자들의 역할.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들은 할머니들... 부침개 한판 그냥 주면 안되냐는 것에서부터, 자기 아들은 이미 설거지고 청소고 잘 한다고 자랑하는 할머니까지... 

집에 가서 밥 먹고 집앞 풍동 철대위에서 여는 변두리영화제에 갔다. 늦게 시작한다고 해서 8시반이나 되어 갔더니 영화를 상영중이다. 상계동 철거민들을 다룬 다큐, 그리고 이어서 이주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다큐, 그리고 풍동철대위의 올해 투쟁을 다룬 다큐를 보고서는 간단한 술과 안주가 돌려졌다. 모기인지 벌레인지 물어 뜯는데도 길바닥, 전쟁터 같은 곳에 앉아서 열심히 영화를 보다 12시가 가까워질 즈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윤석영 박사네 집에 가서 둘이서 오전에 그동안 못다한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 그리고는 우리가 잘하는 사우나에 가서 목욕하고 밥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명절때면 부모님께 드리라면서 술 한병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풀무학교로 들어가서 열심히 농군이 되는 교육을 받고 있는 두 친구가 소주나 한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명절이라 집에 와 있다면서.... 저녁에 나가서 서울에서 온 아줌마까지 합세하여 2차까지 가며 소주를 마시고 들어와서는 잠들었다.

산에 가려고 남겨두었던 일요일이다. 그런데 아침에 늦게도 일어났지만, 무릎도 편하지 않아서 산에 갈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신정동에 가서 갈곳 없이 들른 동생들과 부모님 얼굴 좀 뵙고 다시 일산으로 들어오면서 이재정 후보 선거사무실로 갔는데, 문이 닫혔다. 전화해도 전화는 안받고... 그냥 집으로 들어와서 자전거로 소진로를 한번 산책하고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해진 3일의 명절연휴는 언제나 똑 같다. 오전에 신정동으로 몰려 가서 여자들은 부침개 부치고, 남자들은 송편을 만든다. 그런데, 방앗간에서 송편재료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빈둥거리다가 오후 늦게 송편을 만들었다. 그래도 올해는 여자들까지 도와주는 바람에 쉽게 빨리 송편 만들기가 끝났다. 저녁 먹고 나자 여자들과 애들은 또 뿔뿔이 흩어져서 사라진다. 남은 사람은 아들 넷 뿐이다. 아들 넷과 어머니가 밤 늦게 돼지고기 썰어놓고 소주를 한잔씩 마신다. 어머니는 결혼한 막내딸의 시댁 여자들이 맘에 안든다고 걱정을 늘어 놓고, 아들들은 어느 집이나 여자들은 꼭같다면서 너무 걱정 말라고 위로하고 있다...

명절 당일날 집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남자들은 하루종일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차례를 지내는 걸로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이번 명절에는 상도동 3종형님 한분이 시간좀 당겨 달라는 바람에(아들이 영화표 사 줬다는 시간이 4시라고 그시간까지 끝내야 한다나..) 상도동 두집, 신정동 두집은 따로 따로 지냈다. 그래서 6집을 돌아야 끝나는데, 4집을 돌고 3시 전에 차례는 끝났다. 집에 다시 돌아 와서는 동생들과 애들 피자 사주기 화투를 잠간 쳤고, 그리고는 저녁도 마다 하고 의정부 처남집으로 갔다. 밤 늦게 처남들과 동서가 모여 할일은 술 마시는 것 뿐이다. 

연휴 마지막날 오전에 문밖 논에 나가서 메뚜기를 몇십마리 잡았다. 메뚜기가 의외로 많은데, 논이 질어서 쉽게 들어가지 못해서 잡기가 쉽지 않다. 메뚜기 후라이팬에다 튀겼더니 발갛게 구워진데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는 온 식구가 다 몰려서 포천 소리울 유원지로 가서 오리고기를 배터지게 먹고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차 밀릴 거 같아서 전곡으로 적성으로 돌아서 왔는데, 적성으로 들어가는 곳부터 밀렸고, 자유로도 일산에 이를때까지 계속 밀렸다.

저녁에 집에서 시간이 좀 남자 아내는 고추를 펼쳐 놓고 고무장갑과 물수건을 들이 민다. 고추 한포대 깨끗이 닦고 꼭지 따고 나서야 일과가 끝났다. 이렇게 닷새의 연휴가 지나 갔다.

아니다, 나도 입을 바지가 없어서 빨아 놓은 바지 하나 다림질하고서는 일과가 끝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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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30 10:15 2004/09/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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