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집값폭등’ 정부정책 비판자들이 더 문제다

좋은 의견! 그럼 뭘하나? 열우당 정책펼 추진력도 없는데

 

 

‘집값폭등’ 정부정책 비판자들이 더 문제다
해법은 노 대통령이 5 ·4대책 재확인하는 것 뿐
2005-06-16 13:32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서울 강남과 분당권의 집값 폭등을 두고 진단과 처방이 백가쟁명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중 유력한 것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세금 강화와 규제 중심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을 펼쳐 왔고 이번 투기는 정책 실패의 쓴 열매라는 견해다.

이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은 대개 공급확대만이 투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집값 폭등이 재연되는 가운데 이들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는 분위기지만, 그 진단과 처방에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세금 강화를 통한 투기적 가수요 억제 정책을 과도하게 추진해 온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작금의 투기는 오히려 보유세 강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않아서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이들이 공급확대만이 투기를 잡을 수 있다는 처방을 제시하는 주된 논거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므로 공급을 확대해 주면 가격이 잡힐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그럴싸한 논리인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택 공급이 실수요에 못 미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들의 말대로 공급확대로 대처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투기심리가 발동해 가수요를 팽창시키고 그것이 집값 폭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급확대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현재 강남과 분당권 일대의 상황은 후자에 해당한다.

더욱이 현재의 집값 폭등은 바로 공급확대책 때문에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

강남과 분당권에서 2004년 잠잠해졌던 부동산 투기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판교 신도시 개발인데, 이는 공급확대책의 일환이 아닌가. 신도시 개발과 같은 인위적인 공급확대책은 투기세력에게 개발 호재를 제공함으로써 투기의 불쏘시개로 작용한다.

여기서 올바른 원인 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는데, 그렇다면 작금의 부동산 투기를 유발한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부동 자금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분당권의 집값 폭등은 판교 택지 보상 과정에서 풀린 부동자금이 인근 지역에 유입되면서 시작되었다.

둘째로, 현행 부동산 세제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 결함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계속해서 보유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법제화 내지 정책화 과정에서 그 정신을 충분히 구현하는 데 실패했다.

셋째로, 부동산 정책의 공표효과가 현저히 약화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정책 공표만으로도 정책 시행의 효과를 일정한 정도로 거둘 수 있을 때 공표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정책에 관한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여러 차례 강력한 정책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때마다 일정 기간 동안 정책의 공표효과가 나타나서 집값 폭등세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대책의 입안 단계에서 표명됐던 강력한 의지는, 그 후 법제화 내지 정책화 단계에서 부동산 기득권층과 그들을 지원하는 세력(언론, 학자, 관료, 정치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반대와 방해에 막혀 크게 후퇴하기 일쑤였다. 2004년의 보유세제 개편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상당히 진전된 내용을 담은 5·4 부동산대책을 마련했지만, 이 대책은 그 후부터 계속된 기득권 세력의 공격과 최근 고조되고 있는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으로 인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현재 많은 시장참가자들은 5·4대책이 실제 정책으로 실행될 것으로 여기지 않는 듯하다. 이럴 경우 정책의 공표효과는 제로이다.

넷째로, 판교 신도시 개발이 부동산 불로소득의 공적 환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가격 안정은 커녕 거꾸로 투기를 촉발하는 불쏘시개, 즉 개발호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집값 폭등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 부동자금을 축소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는 거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 부동산 값 폭락과 그로 인한 금융 위기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세제 개편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방법과 정부의 정책 의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공표효과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판교의 개발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서 판교가 개발호재로서 작용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

앞의 두 가지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5·4 대책을 반드시 실제 정책으로 실현하겠다고 약속하고 지금부터 하나씩 법제화 내지 정책화의 과정을 밟아나가는 방식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

필자가 5·4 부동산 대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방안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보유세를 연차적으로 강화해서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부동산 거래세를 보유세 증가분만큼 완화하는 일종의 ‘패키지형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양도소득세와 기반시설부담금제를 정비·개편하여 투기적 이익의 환수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보유세 강화와 개발이익 환수 장치의 확대·강화는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좋은 정책 수단이다. 부동산 투기는 기본적으로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 둘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보유세 강화의 장기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간계획을 밝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과거에 보유세 강화를 언급했던 정부는 있지만, 그 장기 목표와 시간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국민적 합의만이, 이 중요한 개혁 정책을 차기 정권에서 뒤엎어버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담화 등을 통해 5·4대책의 정신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천명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2003년도에 했던 것처럼 토지공개념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무튼 어떤 내용으로든 시장참가자들에게 불로소득 환수 정책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판교 개발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강력한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마련한 상태에서 민간이 개발하게 하는 방법이다.

다음은 경실련이 주장하듯이, 공영개발을 통해 전면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주장하듯이,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을 건설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적용 가능한 개발이익 환수장치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는 추진할 길이 없다. 뒤의 두 가지는 판교의 개발호재로서의 성격을 제거해 투기를 해소하는 효과를 갖고 있고 현 제도 하에서도 바로 적용할 수 있으므로, 적극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특히 세 번째 방법은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면서도 두 번째 방법처럼 공공부문의 지나친 비대화를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제일 나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요컨대 5·4 부동산대책의 정책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정책 의지를 시장에 확실히 전달하고, 판교 개발 방식을 전면 전환하여 개발호재로서의 성격을 제거하는 것이 부동산 투기의 올바른 해법이다.


외부 필자의 컬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본 사이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