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대구민심 “곽성문 무늬만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대구민심 “곽성문 무늬만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
20분 늦게 와서 10분 사과하고 사라져... 법안 제출까지 영향 미칠 듯
2005-06-18 15:36 신아령 (ararshin@dailyseop.com)기자
‘맥주병 투척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이 대구로 찾아가 무릎까지 꿇고 사죄했으나 지역 여론은 생색만 낸 사과라며 좀체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곽 의원이 17일 한나라당 대구시당을 방문해 사과문을 읽은 후 피해당사자도 아닌 당직자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당사를 빠져 나가기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형식적인 사과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대구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까지 나서 ‘토네이도’를 수습하려 하고 있으나 곽 의원의 ‘성의없는’ 사과가 오히려 민심을 자극한 꼴이다.

대구지역 언론 등에 따르면 곽 의원은 이날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골프장 출입과 음주를 일절 끊겠다”는 내용으로 2분 정도 사과문을 읽고 큰 절을 한 후 일체 질문을 받지 않고 바로 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곽준영 한나라당 대구시당 고문은 “뭘 하든 간에 기본이 돼야 한다. 기본이 안되고 자리를 가진 것은 전부 헛자리”라고 일침을 놓았고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단순히 술자리에서의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에 대한 특권의식의 발호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YTN은 이와 관련, “대구시민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파문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시민들은 대구가 경제적으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터진 이 사건을 착잡한 심경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과 상공인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심각한 내부갈등만 드러낸 상황에서 지도층 인사들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말로만 되뇌이는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YTN은 지도층의 볼썽사나운 불화와 반목이 표출되자 그 동안 표를 몰아 준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과 인적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언론인 영남일보도 이날 보도에서 “곽 의원이 예정보다 20분 늦게 당사에 도착해, 사죄문을 읽은 뒤 황급하게 사라지기까지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면서 “곽 의원의 사죄태도를 지켜본 사람들은 ‘너무 형식적이고 일방적’이라며 ‘사죄의 진심여부는 그의 향후 의정활동이 말해 줄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곽 의원은 “절제하지 못한 행동으로 당직자 여러분과 대구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사죄성명을 읽으며 눈물을 글썽이기 까지 했으나 대구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대구 매일신문은 이번 사건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곽 의원이 발의할 예정이었던 ‘대구경북 섬유클러스터 선진화 특별법’이 법률 심사를 마치고 의원 발의만 남겨둔 상태지만 곽 의원이 토로한 대로 “현 상태에서 다른 의원들의 동의를 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은 섬유특별법 논의는 당분간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 근거로 16일 섬유특별법 논의를 위한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곽 의원,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 안도상 회장의 만남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쉬쉬 말고 진작 불 끌걸...한나라당 지도부 후회막급

이같은 위기감을 의식한 듯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있었던 몇 가지 불미스런 일을 지도부가 속도감 있게 대처하지 못해 파문이 커졌다”면서 “지도부 한 사람으로서 ‘내가 운동신경이 느려 졌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도 반성하고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강 원내대표는 “이번 파문도 속도있게 불을 빨리 꺼줬어야 한다. 곽 의원의 홍보위원장 사표수리가 늦은 감이 있다”면서 “향후 대구·경북의 텃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지난 4일 발생한 곽 의원의 맥주병 사건이 당의 공식 사과로 이어지기까지 꼬박 2주일이 걸렸고 한나라당은 이 사건이 처음 공개될 때만 해도 “별 일 아니다”며 넘기려 했으나 사건의 전말이 점차 드러나면서 수습하기엔 파문이 커져버린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연일 논평을 내 곽 의원을 맹공격했고 “곽 의원만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상민 의원은 “곽 의원이 맥주병 사건으로 국회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며 16일 윤리위에 제소한 상태여서 당분간 한나라당의 ‘토네이도’는 계속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대구 상공인들이 대응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 의원이 당시 벽을 향해 맥주병을 던졌다면 단순한 폭행치상 혐의로 벌금형이나 가벼운 단기 실형을 선고받게 되지만 참석자들을 향해 병을 던졌다면 처벌 수위는 최소 3년에서 최장 10년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은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 신아령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