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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24
    수사지휘권 발동은 강 교수 구하기"
    HelterSkelter
  2. 2005/10/24
    강정구 교수의 '세가지 문제'와 한국전쟁
    HelterSkelter

수사지휘권 발동은 강 교수 구하기"

valign=top 이해찬 "답변 한다는 것이 창피스럽다" / 김윤상 기자
valign=top "천 장관, 대한민국 법률가들이 웃어요" / 김윤상ㆍ박정호 기자

 

수사지휘권 발동은 강 교수 구하기"
"검찰은 국민통제 받아야할 권력"
장윤석-천정배, 법사위 국감에 이어 강정구 사건 2라운드
텍스트만보기   특별취재팀(karma50)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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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의 '세가지 문제'와 한국전쟁

극우수구 또라이들이 무신 말이 필요한가

 

취재: 황방열 유창재 김지은 기자
사진: 이종호 기자
동영상: 김윤상 박정호 기자



천 장관은 계속해서 "명백하게 정치권력에 의해 시녀화 된 검찰에 의해 내려진 결정"이라며"법무장관이 그런 지휘했다면 있을 수 없는 부당한 지휘"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것과 관련해 "조사 받을 용의가 있느냐"고 천 장관에게 물었다. 천 장관은 "제가 지휘하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제가 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검찰이 헌법, 법률에 따라 제대로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비켜나갔다.

장 의원이 "독려는 무슨 독려냐"고 반박하자 천 장관은 "표현 갖고 말꼬리 잡지 말라"며 "고발됐다고 모두 피고발인 조사하는 건가, 최소한의 인격 존중하면서 질문하면, 저도 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 그만 들어가라"..."좀 더 해야겠다"

이에 앞서 장 의원과 이해찬 총리의 질의응답에서도 파열음이 터졌으며 의원석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이 총리가 답변과정에서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는 얘기를 꺼내자, 장 의원이 "초점 흐리지 말라"며 말을 돌렸다. 의원석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총리에게 "들어봐라"고 소리쳤고, 의원석에 앉아 있던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장 의원에게 "장 의원이 옛날에 어떻게 (수사지휘) 받았나 고백 해봐요"라고 조소하듯 질문을 던졌다.

선 의원이 계속해서 "한번 말해 봐요"라고 재촉하자, 장 의원은 사회를 보고 있던 박희태 국회부의장에게 "지휘권을 발동해 달라, 선병렬 의원은 상습적"이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선 의원은 "장 의원이 상습적이야"라고 응수했다.

장 의원은 이어 "참여정부는 이전과 달리 합법, 정통성 있는 정부인데 이전 정부와 비교해 수사지휘권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는 이 총리에게 "내가 하면 정당, 남이 하면 부당한 개입이냐"며 "(천 장관의 개입은) 부당한 지휘라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발끈한 이 총리는 언성을 높이면서 "뭐가 부당하다는 것이냐"고 연거푸 화를 냈다.

장 의원이 "총리도 의원 아니냐. 진지하게 답하라"고 하자, 이 총리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그만 들어가라는 장 의원에게 "좀 더 말씀드려야겠다"면서 발언을 계속하기도 했다.

이 총리가 들어간 뒤, 장 의원은 갑자기 해외 출장중인 행자부 장관을 대신해 국회에 나온 권오룡 행정자치부 차관을 불러냈다.

그는 "행자부 장관도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대리인인데, 경찰에 대해 왜 민주적 통제를 안 했냐"며 "이 중대한 사건을 불구속으로 처리했더라면 아무 문제없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 행자부와 경찰의 관계에 빗대 천 장관을 비꼰 것이다.

애꿎게 불려나온 권 차관은 "행자부 장관은 개별사건에 대해서는 보고 받지 않으며, 포괄적인 지휘권만 갖고 있다"고 답했다. 선병렬 의원은 의석에서 "(검찰청법 8조 같은) 법이 없어"라고 말했다

▲ 장윤석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에게 '그만 들어가라'고 했지만, 이 총리가 "좀 더 말씀드려야겠다"며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6신 : 24일 오후 6시]

이 총리 "이제야 보수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이제야 보수세력이 형성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보수가 아니고, 정통성 없는 물리적 통제세력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언제쯤 합리적 보수가 주류로 자리잡고 정치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민 의원은 "이번에 강정구 교수사건을 접하면서, 아주 일부지만 뉴라이트 세력에서 관용의 정신을 함께 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언급을 접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사법적 처벌은 보수주의자가 신봉해온 자유주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박효종 서울대 교수), "이런 급진적인 주장도 지식의 시장에서 토론을 통해 여과될 수 있도록 기다릴 필요가 있다"(뉴라이트 싱크넷 운영위원인 김일영 성균관대교수) 등 보수적 입장의 인사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 처럼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사견을 전제로 "현재 수구 정치세력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군부 쿠데타 세력일 뿐 정상적 정치세력도 갖지 않았다"며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리적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통해 정권을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총리는 "지금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보수정통세력이 정상적으로 성장한다고 본다"며 "이런 (박효종 교수나 김일영 교수같은) 분들과 함께 토론할 조건을 만들려면 우리 사회를 철저하게 다원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이 보수의 중심에 자리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 의원은 우리 사회를 샴쌍둥이로 비유해 "몸은 붙어있지만 생각은 다른 샴쌍둥이가 서로를 축복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는 것처럼 보수와 진보가 관용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정부질문을 시작했다.

▲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병두 열린우리당 의원이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발언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통령은 근본적 국가구조 개혁문제에 대해 계속 말씀할 것"

한편,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대표와 이명박 시장을 공격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정기국회 끝난 뒤에 노 대통령이 국민이 깜짝 놀랄만한 정책 변화를 제안하는 이변은 없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앞으로도 근본적 국가구조개혁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하고 의논하고 말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국가 여러 체계, 구조 근본 개혁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우리 사회를 선진사회로 만들기 위한 근본적 문제를 생각하면서 일상적 국정운영은 총리가 많이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5신 : 24일 오후 4시 50분]

"박근혜 대표에게 묻는다, 유신시대가 옳았다는 것인가"


▲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질문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대표에게 진심으로 고언 드린다. 이미 오래 전에 유신 끝났다. 유신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색깔공세 끝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라.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 돌릴 수 없다.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한나라당 의원들의 '국가정체성' 문제제기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박 대표는 유신정권 시대가 옳았다는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과거 군사독재처럼 강 교수를 정점으로 하는 간첩단을 만들어야 직성 풀리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찬 총리에게 "한나라당이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묻는데, 한나라당이 이해하기 쉽게 답변해 달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한나라당이 잘 몰라서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고, 아마 정당이기 때문에 활용하는 차원에서 묻는 것 같다"며 "우리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현행 헌법을 철저히 존중하는, 기본가치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우 의원은 천정배 법무장관에게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번 사태의 문제였다"며 "법무장관이 매번 수사 통제를 할 수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한 방안이 있냐"고 물었다.

천 장관은 "성공한 쿠데타는 성공할 수 없다며, 얼토당토 않게 과거 신군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 과거의 검찰이었으나, 10년 지나면서 검찰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검찰도 법원이나 재야 법조계 공공기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인권과 법치주의 존중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은 수도권의 대극점인 남해안에서 찾아야 한다.(정의화 한나라당 의원)

정의화 의원은 "남해안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개발하면 서울과 수도권의 구심력을 견제하기 위한 이상적인 대극점이 구축되어 매우 큰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며 "섬진강을 중심으로 여수, 순천, 광양, 구례와 남해, 하동, 사천을 묶어 거점지역으로 하고 왼쪽의 부산 통영, 오른쪽의 신안 목포가 독수리의 양날개가 되어 대양을 향해 웅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역화합특위 위원장인 정 의원은 "남해안 개발과 호남고속철도 조기완공 및 연장, 남해안지역에 사회간접 자본 투자확대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한다면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나 외자유치는 물론 관광산업 발달, 나아가 지역주의의 해소를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남해안 개발을 위해 국제적 공모를 하고, 우선 당장의 일로서는 총리가 중심이 되어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 총리에게 자신의 제안에 대한 TF팀을 만들 것을 제안하면서, 정부 차원 검토를 부탁했다. 이 총리는 "국가균형발전 을 위해 남해안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며 "적절한 제안"이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또 "정부는 양극화 해결 위해 여러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양극화 해소 위해 아일랜드형 사회협약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정배 "장관 맡으면서 탈당하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다"

'강정구 교수'사건에 대해서는 천정배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천 장관은 "이는 전적으로 법치주의와 인권신장이라는 자유 민주적 기본 가치를 위해 인권 수사 원칙 지키자는 것이었다"며 "차라리 법무장관을 맡으면서 무슨 탈당한다든가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이 총리 답변 태도에 '경고'

한나라당이 이해찬 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대정부질문 답변태도가 성실하지 않다"며 "문제를 삼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한나라당 공보부대표는 민병두 의원의 질의가 진행되는 중에 기자실에 내려와 "국무위원들의 답변에서 불성실, 적반하장, 본인 강변 등의 모습이 보인다"고 비판했다.

나 부대표는 "대정부질문은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 중 하나로, 헌법112조에는 국무위원들이 성실하게 진술답변할 의무가 있다"며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므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등은 대정부질문과 국회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 부대표는 ▲ '이제야 보수세력이 탄생했다'는 이 총리의 답변 ▲ 한나라당의 국가정체성 회복 주장을 '구국운동 따위'라고 말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을 비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민병두 의원이 (보수와 개혁을 빗대) 샴 쌍둥이 얘기를 했는데, 이처럼 정부에게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 / 황방열 기자


[4신 : 24일 오후 3시 40분]

"강정구 발언 어떻게 보나" "국민들이 실없는 사람으로 볼 것"


▲ 이해찬 총리가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 "총리는 강정구 교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찬 국무총리 "국민들이 실없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겠나."

대정부질문 첫날인 24일, 한나라당은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강정구 교수 발언'과 관련해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지만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대응 역시 만만치 않았다.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전쟁이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강 교수 주장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공식입장은 무엇이냐"며 "한국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인지, 동족상잔의 비극을 초래한 침략전쟁인지 밝혀달라"고 이해찬 총리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우리는 6.25 때 2백만명 가까이 동족상잔한 민족"이라며 "그 많은 분들이 희생되고 미망인·후손·부상자들이 아직도 살아있는데 그렇게 발언하는 데 대해서,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분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권 의원은 이해찬 총리로부터 "강 교수는 실없는 사람"이라는 대답이 나오고, 의원들의 웃음이 터진 뒤 관련 질문을 끝냈다.

이에 앞서 권 의원은 천정배 장관을 상대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물었다.

"보석 중에 있는 자(강 교수)가 나와서 위법 행위를 계속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천 장관이 "보석으로 나온 사람이든 아니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어 법적 구속 요건에 충족하면 구속하는 것"이라고 답하자 "더 이상 장관과 얘기할 가치가 없다"며 이 총리를 불렀다. 이에 천 장관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퇴장했다.

권 의원, 조기 대선·총선 제안... 이 총리 "2007년 개헌논의 나올 것"

이 총리에 대한 질의에서 권 의원은 김대중 정부시절 도청문제를 언급한 뒤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곧 한반도 평화"라며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하여 동북아 관련 국가의 정부대표들로 구성되는 '동북아시아평화센터'를 서울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이 총리는 "동북아 평화가 깨지면 한반도 평화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 한다"며 "동북아 평화센터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계속해서 개헌문제를 꺼냈다. 그는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헌법학자 및 정치학자로 구성되는 정치 전문가 중심의 '헌법연구회'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해 개헌준비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런 준비를 거쳐 2007년 11월에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를 동시 실시해 차기인 17대 대통령과 18대 국회의 임기 개시일을 2008년 2월 1일로 하자는 것이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 "정부 내에서 아직 개헌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며 "2007년 가면 자연스레 개헌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을 텐데, 그 때 권 의원이 말한 사안들도 자연스레 나올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또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 일정을 조율할 좋은 기회이니 2007년에 가서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권지휘권 행사에 대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 24일 오후 1시 20분]

이 총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표내면 어떻게 하나"


24일 국회에서는 국가 정체성을 둘러싼 대정부질문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법무부장관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부으며 공격하고 있고, 반대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적극 찬성의사를 표시하며 총리와 장관에게 발언 기회를 주고 있다.

이날 세 번째 대정부질의자로 나선 유필우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 총리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에 대한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를 설명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이 총리는 "여기 299명 의원 중에 그가 하는 말 누가 동의하나"라고 반문한 뒤 "말이 되지 않을 사안을 갖고 계속 논의하고 있으니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금은 2005년이다. 벌써 전쟁을 치른지 50년이 넘었고, 냉전체제가 해체되기 시작한 지 20년 넘었다. 그런데 현재까지 우리 국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국민들이 이런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는 게 안타깝다. 이젠 국민들도 그 실체를 다 안다. 이런 논쟁은 무의미하다."

이 총리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권 발동'에 대해 불만을 품고 사직서를 낸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현재 참여정부는 검찰에 대해 부당한 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수용하지 않은 공무원으로서 부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들어진 법은 모든 공직자가 지켜야 한다. 제도가 잘못됐으면 고쳐야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표내면 어떻게 하나. 처음부터 직을 수용하지 말았어야지…. 그게 공무원의 복무자세이다."

천 장관도 "검찰의 수사 자율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제 수사권지휘로 준 사법권의 지휘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준 사법기관으로서 제대로 활동하도록 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수사권 지휘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천 장관은 이어 "이번에 검찰총장과 많은 논의와 토론을 했었다"면서 "그런데도 견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형소법 법원칙상 불구속 수사지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천 장관은 또 "수사권 지휘권 발동을 '일상다반사'로 보는 것은 굉장한 오해"라면서 "검찰이 수사를 잘 할 수 있도록 지휘하지만 (가급적) 지휘는 토론하고 설득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총리 "개헌 논의 2007년 하반기에 공론화 될 것"

이해찬 국무총리가 "우리 시대에 맞는 국가권력 구조에 대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2007년 하반기 가서 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2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유필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개헌을 위한 전문가모임'(가칭)을 제안하면서 개헌 논의를 촉구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이 총리는 "개헌 논의는 매우 중요한 것을 다루는 것이기에 (전문가들의 논의는) 일찍 시작해도 되지만 국민적 공론화는 너무 일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민간 전문가 뿐만 아니라 개헌에 관련된 정당이나 헌법학자 등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해 폭넓게 해서 여러 안으로 공론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 총리는 현행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한 질의에 "지금 소선거구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투표율과 당선자 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일정지역의 경우 의석 한 자리도 얻지 못하기도 해 제대로 대의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이 총리는 "우리 사회의 미래지향적인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구조로 대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24일 대정부질문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는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이해찬 국무총리.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24일 오후 1시]

이해찬-안택수 '2라운드'... 천 법무와 협공으로 이해찬 판정승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노 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신봉하는 세력인지 중도파 정권인지, 사회주의, 나아가 친북 좌파 세력인지."

이해찬 국무총리 "지난 연초에 쓰나미 피해가 커서 우리가 지원했던 나라의 의원들이 와서 보고 계신데 이 자리에 와서 안 의원이 말한 사안에 대해 답변한다는 것이 좀 창피스럽다.(소란)

92년 선거 때 당시 여당이 (정체성 논란을) 많이 활용해 성과를 얻었다가 97년엔 실패해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나. 21세기에 들어서까지도 (정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안 되고, 의회 품위에도 도움 안 된다."

지난해 대정부질문을 파행으로 몰고 갔던 안택수 의원과 이해찬 국무총리의 설전이 올해 대정부 질문에서도 재연됐다.

지난해 대정부질문에서는 안 의원이 이 총리의 해외순방 중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따져물었으나 이 총리는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를 했다, 그런 정당을 어떻게 좋은 당이라고 하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같은 '차떼기당 발언'에 발끈한 한나라당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당시 정국은 급속히 냉각됐다.

24일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질문자로 나선 안 의원이 이 총리에게 현 정권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은 것이 발단이 됐다. 작심하고 나선 안 의원이었으나 이 총리가 곧장 반박에 나섰다.

안 의원이 다시 "노 대통령은 당선 전에는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인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동가식 서가숙'하기 때문에 정체성을 종잡을 수 없다"며 "보수 우파들의 시국선언 애국주의 인사 모임은 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좌향좌를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총리는 "사람이 많이 사는 나라이니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없다"며 "자기가 보는 만큼 주장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일일이 답할 가치는 없는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 나라 어디로 끌고가나. 진지하게 답하라" "그렇게 미숙한 총리 아니다"

▲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이해찬 총리와 천정배 법무부장관에게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에 안 의원이 "이렇게 오만한 총리의 답변을 계속 듣는 국민이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지 안타깝다"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친 뒤 "노 정권이 이 나라를 진정 어디로 끌고가고 있는지 총리, 진지하게 답하라"라고 질문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진지하게 답하면 정체성 논란으로 국민을 이간, 분열시키는 전술에 말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면서 "그 정도로 제가 경험없는 미숙한 총리가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안 의원은 "강 교수 구하기 방침은 남북 정상회담 열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란 견해도 있다"며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또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강 교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해서도 "지금 강 교수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 몇 명이나 되겠느냐"며 "의원 중에서도 한 분도 안 계신 것 같은데, 자꾸 잘못된 전제를 가지고 대꾸하라면 누가 대꾸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총리는 "색깔론으로는 많이 이용하지 않았나, 그만 하라, 이젠, 그 정도 하셨으면…"이라고 덧붙였다.

또 안 의원은 이 총리의 땅투기 의혹을 제기했으며 "한나라당은 아직도 나쁜 당이냐"고 물었다. 이 총리는 "투기를 한 적이 없다"며 "(한나라당이 나쁜 당인지는) 안 의원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받아쳤다.

"법무장관 참 뻔뻔하다" "무분별한 구속 시정하는 것이 내 임무"

이 총리에게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안 의원은 이번에는 천정배 법무장관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천 장관은 "수사지휘권 행사는 법치주의와 형법·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검찰에 불구속 수사 원칙을 잘 지키라고 한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이 문제를 국가 정체성 문제로 확대하는 일부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있다, 정략적 문제제기로 사회 분열이 빚어지는 지는 몰라도 이는 나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안 의원은 다음과 같이 천 장관을 질타했다.

"법무장관 참 뻔뻔스럽다(한나라당 의원들 웃음), 지금 우리나라에 생계형 절도범이 도주·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1백여명씩 구속되고 있다. 법무장관은 (강금실 장관 시절인) 2년 전에는 송두율씨를 봐주자고 하다가 이제는 강 교수를 봐주자고 하고 이러면 국민이 헷갈릴 수밖에 없지 않나. 어찌 그렇게 뻔뻔하냐."(안 의원)

하지만 천 장관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질문 다 하셨나요? 질문 취지를 이해하기 어렵다. 저는 뻔뻔하지 않다. 헌법과 법률을 잘 지켰다. '그간에는 법률 취지 잘 안 지켰는데 (이번엔) 왜 잘 지켰느냐'고 하면 답할 방법이 없다.

검찰이 그렇게 함부로 구속하지 않는다. 과거에 구속을 남발한 관행은 매우 빠르게 검찰, 경찰, 법 집행 기관이 시정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절도범이든 누구든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법적 구속요건과 관계없이 구속된 일이 있었다면 내가 시정시키는 것이 당연한 임무다."


안 의원은 "궤변을 늘어놓지 말고 책임지고 스스로 용퇴할 의향 있느냐"고 물었으나, 천 장관은 "사회 갈등, 분열에 대한 책임은 법무장관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국가 정체성 침해' 따위로 정략적으로 공격해서 생긴 것"이라며 "만약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한 장관이 물러나면 이 문제의 본질이 없어진다"고, 사퇴주장을 일축했다.

또 "수사권 지휘를 검찰 장악 위한 신호탄으로 본다"는 공세에도 천 장관은 "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든 것은 신군부독재 같은 군사독재였다"며 "저는 검찰을 부당하게 장악할 의도가 전혀 없다, 장관으로서는 검찰이 국민 위한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안 의원은 천정배 장관에게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1신 : 24일 낮 12시 10분]

천정배 "검찰 과거사 정리하겠다"... 조사위 구성 방침 밝혀


▲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검찰도 다른 기관보다 앞장서서 (과거사를 정리할 수 있도록) 지휘하겠다"고 강조했다.
ⓒ2005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민들의 인권을 옹호하기는 커녕 인권을 유린·말살하고 사건을 조작하는 경우가 과거에 많았다. 검찰도 그런 국가기관 중 하나로서 그런 일이 적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어 법무장관인 제가 진심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하고 사과드린다. 이런 과거에 대해서 정리해야겠다."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과거사 진상 규명을 천명하고 나섰다. 천 장관은 이를 위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천 장관은 특히 "앞으로 잘못된 과거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고 적절한 대책을 세우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검찰도 다른 기관보다 앞장서서 (과거사를 정리할 수 있도록) 지휘하겠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은 24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정치분야)에서의 유선호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또한 천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서도 "수사지휘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려는 것"이라면서 "피의자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시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으로, 이번 수사지휘는 검찰청법에 따라 적법하게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이해찬 총리도 천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천 법무장관은 국회의원을 하기 전부터 인권 변호사로서 모든 사람, 국민의 인권을 소중히 하는 것을 중요덕목으로 삼아온 사람"이라며 "법무장관이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는데 국가 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24일 이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 국무위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정치분야를 시작으로, 31일까지 통일-외교(25일), 경제(27, 28일), 교육-사회-문화(31일) 분야 대정부질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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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교수의 '세가지 문제'와 한국전쟁
텍스트만보기   이재봉(pbpm) 기자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글 한 편으로 온 사회가 참 시끄럽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욕하는 것을 직접 듣기도 한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고 있는 강 교수의 글을 직접 읽어보았느냐고 물어보면 아니란다. 대학교수들을 비롯해 이른바 여론을 주도한다는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별로 길지도 않은 그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은 채, 극우 정치인들과 수구 신문들의 억지와 선동에 놀아나는 꼴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강 교수의 글에는 적어도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그의 글은 너무 쉽다. 대학교수들의 글은 대체로 영어와 한자가 많이 뒤섞여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쉬운 내용도 어렵게 써야 권위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도 미국에서 오랜 동안 공부한 사람이어서 심오한 이론을 끌어다가 어려운 영어를 섞어 글을 쓰면 웬만한 전문가들만 이해할 수 있을텐데, 글을 너무 쉽게 쓰는 탓에 극우 정치인들이든 수구 언론인들이든 무식하거나 바쁜 사람들조차 그의 글을 대충 읽으면 시비를 걸 수 있게 된다.

둘째, 주장이나 결론이 너무 명확하다. 글을 쉽게 쓰더라도 주장이나 결론은 에둘러 표현하거나 다소 애매모호하게 처리하면 될텐데, 민감한 부분까지 솔직하게 직설적으로 쓰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쉽게 공격을 받게 되는 듯하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처럼 과정만 제대로 설명하고 결론은 독자들에게 맡기는 식으로 글을 쓰면 탈이 덜 생길 것 같은데, 그는 '비겁한 글쓰기'를 굳이 거부하는 것이다.

셋째, 글투가 점잖지 못하다. 나이 60의 대학교수라면 화가 나더라도 감정을 어느 정도 숨긴 채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을텐데 거친 말들을 그냥 쏟아낸다. 예를 들어, 학술 논문에 부시 대통령을 '황야의 무법자'라고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 북한이나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는 학술 논문에서든 신문 기사에서든 '깡패 국가'나 '폭군' 등의 거친 말을 주저없이 쓰면서 왜 미국에 대해서는 거친 말을 쓸 수 없느냐는 식이다.

강 교수는 이처럼 '고지식하게' 글을 쓴다는 것을 참고하면서, 그가 지금까지 연구하고 발표해온 한국 전쟁의 성격에 관해 얘기해본다.

(1) 전쟁의 명칭: '한국 전쟁'과 '6·25 사변'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이름짓는데 날짜를 포함하기 좋아한다. '3·1절' '4·3항쟁' '4·19' '5·16' '5·18' '8·15' 등으로 말이다. 나는 이게 좀 불만스럽다. '3·1절' '5·16' '8·15' 등과 같이 어떠한 일이 일어나 그 동작이 지속되지 않고 하루에 끝났다면 이런 명칭에 이의를 달기 어렵겠지만, '4·3항쟁' '4·19' '5·18'에서처럼 운동이 지속되었다면 어느 특정한 하루를 잡는 게 애매하기 때문이다.

'6·25'는 더구나 몇 달도 아니고 몇 년 동안 계속된 것이다. 게다가 전쟁이 6월 25일 갑자기 시작된 것도 아니다. 미군이 이 땅에 발을 디딘 1945년 9월부터 1950년 6월 이전에 남북 사이의 이념 갈등과 투쟁 과정에서 약 10만명이나 희생되었는데, 전쟁이 6월 25일 갑자기 시작되었다고 얘기하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남쪽 안에서 일어난 이념 갈등은 빼더라도, 1949년부터 38선 일대에서 남북의 군대가 격렬하게 충돌한 적이 적지 않았다. 남침도 있었고 북침도 있었다. 또한 1953년 7월 정전 협정이 맺어질 때까지 수백만 명이 죽었는데도 이 과정을 모두 '6·25 사변'이라고 부르는 게 바람직한가.

나는 '6·25'라는 이름에 어떠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경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공산 괴뢰군이 쳐들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주입시키기 위한 의도 말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한국 전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한편, 한국 전쟁의 국제적 성격과 관련하여, 유럽평화대학의 요한 갈퉁 교수는 '한국 전쟁(The Korean War)'이란 이름도 전쟁의 성격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한국에서의 전쟁(War in Korea)'이라고 이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전쟁이라고 부르면 남북한 사이에서만 일어난 전쟁이라는 인상을 주기 쉬운데, 전쟁이 일어난 곳은 한반도지만 전쟁의 주체는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전쟁'이라고 불러야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라크 전쟁 (The Iraq War)'이란 명칭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쟁에서 침략자 또는 핵심 당사자인 미국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조차 '이라크에서의 전쟁 (War in Iraq)'이라고 쓰지 않았던가.

(2) 내전인가, 국제전인가

1945년부터 시작된 한국 전쟁은 분명히 국지전이었고 내전이었다. 그러나 '6·25 사변'은 국제전으로 보고 싶다. 1948년에 남쪽과 북쪽에 각각 독립 국가가 세워져서 1950년 6월부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1950년 6월 북한이 유엔으로부터 주권 국가로 인정받지 않았기 때문에 6·25가 내전이라고 주장한다. "유엔의 승인이라는 국제적 기준에 의하면 북한이 별개의 주권 국가로 승인되지 않았으므로" 내전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은 1950년 6월 25일과 27일 결의안에서 6·25를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지 않고 '평화 파괴'라고 규정했고, 10월 7일 통일 결의안 역시 통일을 전쟁 목적으로 삼아 한 나라 안의 문제 곧 내전으로 성격 규정했다. 6·25 이전에 유엔은 남한만을 38선 이남 합법 정부로 승인했지 북을 별개의 주권 국가로 승인하지 않아 침략 전쟁의 성격 규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는 "소련이나 중국 등 사회주의권의 외교적 승인을 기준으로 하면 북한은 별개의 주권 국가로 승인되었으므로 국제법적 기준으로 침략 전쟁도 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6·25가 침략 전쟁보다는 통일 전쟁의 성격이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유엔의 승인을 가장 중시하는 듯하다.

당시 북한이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 주장은 오랜 동안 치열하게 국가의 정통성을 경쟁해온 남북 사이에서 남한에 결정적 힘을 실어주는 셈이다. 극우 수구파들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남한에게는 충신이요 북한에게는 역적 아닌가.

나는 그의 이러한 주장에 반대한다. 국가의 정통성을 따지는 데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강 교수가 내세우는 유엔이나 국제 사회의 승인 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와의 연계성 여부, 나라를 세운 지도자들의 경력, 당시 인민의 지지도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에 국가의 정통성을 지도자들의 경력이나 인민의 지지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1948-1950년 북한의 정통성은 남한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지 않았을까. 당시 북한 정부는 일제 식민 통치에 맞서 항일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반면, 남한 정부는 일제에 빌붙어 지내던 친일 또는 부일 세력이 많이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해방 직후에는, 자본주의를 강요한 미군정 아래의 남쪽에서조차, 80% 이상의 인민이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원했던 반면, 10% 남짓의 인민만이 자본주의 체제를 원했다. 따라서 유엔의 승인을 국가의 정통성에 대한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 북한이 주권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6·25가 내전이라는 강 교수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3) 6·25는 통일 전쟁인가, 침략 전쟁인가

이 질문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비교 대상의 성격이 서로 다르거나 어긋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945년 남쪽에 들어온 미군이 "점령군인가 해방군인가" 하는 불순하고도 무식한 질문과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일 전쟁이면서 침략 전쟁이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침략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1945년 남쪽에 들어온 미군에 대해 미국과 미군 자신은 '점령군'이라 부르며 남한을 '점령'했지만, 남한의 위정자들은 그들이 우리를 '해방'시켰다며 '해방군'으로 불렀다. 점령군도 되고 해방군도 되는 것이다. 점령군이기 때문에 해방군이 아니라는 주장도 잘못이고, 해방군이기 때문에 점령군이 아니라는 주장도 잘못이다.

그런데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6·25를 '통일 전쟁'이라고 쓴 부분에 대해 온갖 비난과 위협이 난무한다. 2001년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6·25를 "무력에 의한 통일 시도"라며 앞으로는 결코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데 대해 국회에서는 북한의 입장만을 대변했다며 대통령직을 사퇴하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6·25가 통일 전쟁이 아니라면 분단 전쟁이었다는 말인가.

극우 수구파들은 6·25를 북한이 남한을 적화하기 위해 기습 침략을 감행한 전쟁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공부해왔고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주의자들 가운데는 6·25를 북침 전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겠지만, 강 교수나 김 전 대통령도 6·25를 북침 전쟁이라고 하지 않는다.

물론 한국 전쟁을 6·25 사변으로 한정하지 않고 범위를 넓혀 본다면 미국이 전쟁의 원흉일 수도 있고, 남침이 먼저냐 북침이 먼저냐 따지기가 애매하거나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6·25 사변만 떼어놓고 본다면 북한이 남한을 공산화하기 위해 먼저 침략을 저지른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적화 통일은 통일이 아니고, 침략 전쟁은 통일 전쟁이 아니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통일은 여러 가지로 추구할 수 있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통일도 있고, 전쟁에 의한 통일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녹화 통일도 있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퍼뜨리기 위한 적화 통일도 있다. 서로 다른 두 체제가 공존하며 수렴될 수 있는 통일도 있고, 한 체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통일도 있다. 이 가운데는 바람직한 통일도 있고 꼭 피해야할 통일도 있다.

6·25는 전쟁에 의한 통일 시도였고,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퍼뜨리기 위한 적화 통일 시도였다. 수단과 방법이 나빴어도 통일을 위한 전쟁이었고,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가 달랐어도 통일을 위한 전쟁이었다. 강 교수나 김 전 대통령이 이러한 통일 시도의 방법과 목표를 바람직하다거나 다시 한 번 추구해보자고 했다면, 나를 비롯해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 마땅하고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6·25가 통일 전쟁 또는 통일 시도라는 너무나도 뻔한 말이 도대체 왜 시빗거리가 되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4) 미국의 전쟁 개입에 관하여

미국이 6·25에 개입한 것을 미화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오래 전에 이미 미국의 유명한 정치학자에 의해 제기되었다. 1950년부터 1952년까지 한국 전쟁에 미군 포병 연락 장교로 참여했던 하와이 대학교의 글렌 페이지 교수다. 그는 1968년 펴낸 The Korean Decision (한글 번역본: <미국의 한국 참전 결정>) 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의 참전 결정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가, 1977년 자신의 책을 스스로 비판하며 하나의 폭력에 대해 또 다른 폭력으로 대응한 것을 반드시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반성했던 것이다. 미국의 개입 때문에 중국까지 참전하여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남북 양쪽에서 수백만이 죽게 된 것을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이는 우리의 가치관과 관련된 매우 민감한 문제다. 강 교수가 요즘 비난당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듯하다. 6·25가 통일 전쟁이라는 주장보다는 미국의 개입이 없었으면 전쟁이 빨리 끝났을테고 사람들이 덜 죽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부른 것 같다. 물론 강 교수는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앞 뒤 문맥으로 보아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금은 남한이 북한보다 정치적으로 훨씬 민주적이고 경제적으로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풍요롭다. 쉽게 말해 체제 우월 경쟁은 끝났다. 그러기에 우리 사회에는 그 때 수백만 명이 죽었을지라도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에 흡수되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강 교수 자신도 지금의 남북 체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남한 체제를 선호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1950년 무렵에는 그렇지 않았다. 북쪽이 남쪽보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또는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더 안정되어 있었고 훨씬 개혁적이었으며, 압도적으로 많은 인민이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원했었다. 따라서 지금의 기준이 아닌 당시의 상황을 바탕으로 한다면 엄청난 인명의 희생을 막고 사회주의/공산주의 체제를 바랐을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한국 전쟁에 관해 오랜 동안 연구해온 학자가 많은 사람들의 정서에 어긋나는 주장을 편다는 이유로 그에게 온갖 위협을 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다. 그리고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기본적인 자유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다. 서로 다른 사상과 이념을 인정하며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남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란 말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가장 악랄하게 훼손했던 박정희 유신 독재와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들을 떠받쳤던 이른바 '국가 원로'들이 국가 정체성을 들먹거리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자는 시국 선언을 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자유는 무슨 자유이며 그들이 지향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인지 궁금하다. 반공군사독재를 자유민주주의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반공군사독재의 망령이 하루 빨리 완전히 사라지고 어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꽃이 활짝 피길 기대한다.
이 글은 [통일뉴스] 및 월간 [열린전북]에도 기고한다.

* 이재봉 기자는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교수이며 남이랑북이랑 더불어살기위한 통일운동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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