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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 언어구조주의 문제

 

 

 

첨삭 선생님들 지도하셨던 유주철 선생님께 개별적으로 드릴 질문이었는데 기다리다가 못뵙고 결국 첨삭도 그냥 다했고 나중에 끄적거려 봅니다.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언어에 관한 다섯개의 지문을 분류하는 것이었는데
(1) 빌헬름 폰 훔볼트; 언어->인간 을 제약하는 측면
(2) B. 러셀; 인간->언어 로 표현
(3) 에스키모/오스트레일리아, 농경사회
(4) 조지 오웰 1984
(5) 미래 인터넷 언어... 이런 지문이었습니다. 당시에 유주철 선생님께서 실제로 소쉬르 언어구조학에 대해 말씀하셨고 상기 (1)(2)의 카테고리로 나머지를 분배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다른 논술 책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처럼 선생님께서도 (3)이 (2)에 친하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저렇게 다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소쉬르는 랑그(사회 구조)가 빠롤(개인)을 제약하는 예로 블란서 빠삐용 단어를 들면서 나비와 나방을 구별하는 단어들이 분화되지 않아 서로 다른 두 종을 하나의 단어 빠삐용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데 크게 그런 구조적인 측면에서 고려하면 (3)의 글도 빌헬름 폰 훔볼트 관점으로 묶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실제로 그렇게 독해 파악했던 학생도 있습니다).

 

좌우간 글 (3)은 이렇게도 해석 가능하고 저렇게도 해석 가능하다 하면서 두루뭉실하게 7회차 첨삭을 넘겼는데.... 정작 문제는 키에르게골, 마루틴 부버 실존 나오는 11회차 첨삭인 것 같습니다(Martin Buber를 가지고 '마루틴'이라고 읽는 것 보면 출제자가 일본 사람인지... ㅠ.ㅠ;). 전에 교육 받은 후 홍문국 선생님과도 따로 말씀 나눴는데 저에게 자꾸만 소쉬르식 구조주의 글로 읽히네요. 제가 괜히, 저만 어렵게 생각하는 것인지... 좌우간에 읽으면 읽을수록 토론하면 토론할수록 사고하게 하는 글  같습니다. 혹시 그런게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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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 clear and present danger

 

 

 

법대 논술 주요 테마를 보면 항상 언론의 자유=표현의 자유가 주요 테마인데 왜 clear and present danger 즉 명백현존 위험 원칙이 언급이 안되는지 의문입니다.


일단 대한민국 헌법에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에 관한 명시적 표현은 없습니다. 바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freedom of speech 즉 표현의 자유이지요. 우리나라 헌법 상  명문상 사상의 자유는 없으며 다만 양심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과 유사??? 좌우간 언론/출판이 개인적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는 집단적 표현의 자유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 자유와 직결해서 보면 그 영역을 너무도 축소시켜 버리는 것이지요.

 

관건은 표현의 자유와 공서양속/사회질서 등이 서로 충돌할 때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것인가 인데...(바로 이런게 법대 논술 문제)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대표적 기준이 clear and present danger 즉 명백현존 위험 원칙입니다. 미 연방대법원에서 만든 이론이지만 한국 헌법 재판소에서도 인정되는 이론입니다. 그 내용인 즉슨 위험할지라도 그 위험이 명백&현존하는 지경이 아니라고 하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완벽한 또라이 내지 빨갱이?가 위험한 발언을 막하고 다닌다고 쳐보지요. 그 발언이 위험하고 새빨간거 인정하더라도 그 위험이 사회적으로 명백하고 현존하지 않으면 제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동국대 강정구 교수 케이스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 발언 자체가 설령 진짜 위험하다고 한들 사회적으로 먹혀들지 않으면 그냥 놔두는게 낫습니다. 아니 놔둬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체적으로 정화될 것입니다. Areopagitica에서 말하는 사상의 자유시장론과 같은 맥락입니다(정작 강정구 교수 케이스에서 이 당연한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유죄 확정 집행유예 된 것은 전세계적인 국가 망신임).

 

제가 이 이론을 역설하는 이유는 무슨 미국 법원, 한국 헌재에서 인정하는 고상한 법 이론이 아니라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논술은 당연한 상식에 근거해서 풀어가야 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ps 역시 전에 면접했던 배아 줄기 세포 문제에서
왜 수정후 14일을 기준으로 생명이냐 단지 세포냐 나누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그 14일이 '착상'이었더군요. 낙태죄의 요건인 태아 인정 기준인 바로 그 '착상'말입니다. 착상 이후부터 태아 낙태죄가 성립된다는 것만 알았지 그것이 수정후 14일이 지난 후 그렇게 되는지 남자인 저로서 감히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다만 그 다음에 조직이 분화하는 8주를 기준으로 또 배아 및 태아를 구분하는 것을 보니 낙태죄의 태아는 광의의 태아를 의미하는 것이 정리하고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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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들 간의 뉴앙스 차이에 대해

 

 

 

학원에도 출근 안하고 해서 그간 첨삭하면서 떠오른 몇가지 생각을 몰아서 적어봅니다.


먼저 사회계약론입니다. 학생들이 사회 계약론이라고 하면 의례히 매한가지 같은 것으로 생각하더군요. 솔직히 저도 정치학 학부 과정 다닐 때까지 그 차이점을 잘 구별하지 못해 그냥 갸우뚱하고 넘어가던 기억이 있습니다. 홉스 이래로 사회 계약론은 한 사조였지만 사상가들별로 내용상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로크의 사회 계약론과 루소의 사회 계약론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크의 경우는 사회 계약을 통해 어떻게 사유재산권을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반면의 루소의 그것은 사회 계약을 통해 인간 불평등 원인인 사유 재산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입니다.

 

로크의 경우 출발점은 자연 상태의 신체 노동입니다. 육체 노동의 성과물이 체화된 것이 바로 사유 재산인데 이것이 자연 상태에서 끊임없이 침해받습니다. 사유 재산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만인의 합의가 바로 사회 계약입니다. 로크는 JS 밀처럼 너무도 자본주의 지향적인 사람입니다. 자연상태의 불안정으로부터 질서 보장을 꾀하는 측면에서는 로크나 홉스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반면에 루소의 경우 출발점이 전혀 다릅니다. 루소의 자연상태는 이상적인 원시상태입니다. 그런데 사유재산권의 출현으로 시민사회가 불평등해진 것입니다(인간 불평등 기원론). 이러한 불평등 원인인 사유재산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써 사회 계약론을 주창하게 됩니다. 저서 '에밀'에서 밝혔듯이 돌아가야 할 자연은 이상적인 원시 사회 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무질서의 자연 상태를 상정한다는 면에서 홉스나 로크는 일종의 성악설 신봉자들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루소의 경우 그의 돌아가야 할 이상적 원시 자연관에 대해 고려하면 성선설 신봉자로도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들의 접근은 정 반대입니다.

 

부연하자면 루소의 경우 사회 계약을 통한 사유재산제에 대한 극복이 사유 재산의 완전 철폐가 아닌 적당한 수준의 제한에 머물러 다른 사람들로부터 욕 많이 먹었다고 하더군요. 현 블란서 집권 사회당의 이념적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로베스삐에르의 스탠스도 비슷한 입장이었는데 모두들 당시 시대적 한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겠지요. 위의 중구난방 논의를 도식화해서 함 붙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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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뚝딱! 곤충로봇 탄생이요"
전남 강진의 폐농기계 로봇작가 주복동씨
텍스트만보기   조찬현(choch1104) 기자   
▲ ‘정밀농기계’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로봇들이 반긴다.
ⓒ 조찬현
전남 강진 작천면에 가면 각종 고물과 폐농기계를 이용해 멋진 작품을 만드는 유명한 로봇작가가 있다고 한다.

소문을 듣고 지난 9월 21일 그를 만나러 길을 나섰다. 강진읍에서 829번 지방도를 따라 작천 가는 길. 논은 푸른빛을 감추고 점점 황금빛으로 변해간다. 고개숙인 벼 이삭과 아름다운 들녘의 풍경에 취해 금곡 효도마을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길을 재촉했다.

작천 면소재지에서 좌회전해 작천 초등학교를 지나 100여m 가면 담장에 허름한 '정밀농기계'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로봇들이 반긴다. 말을 하는 로봇도 있다. 농기계를 수리하다가 보면 여기저기 널브러지고 기름때에 찌들 법도 한데 공장 안은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

▲ 제일 먼저 만난 태권브이 로봇
ⓒ 조찬현
타고난 재주꾼... 고철에 혼을 불어넣다

윤기가 번들번들한 공장 바닥은 흘린 밥풀떼기를 주워 먹어도 될 성싶다.

"공장 안이 참 깨끗하네요."
"허허~ 원래 깨끗하니 해요."

예초기를 수리하고 있던 주씨가 웃으며 대답을 한다.

"저~ 소문 듣고 구경 좀 하러 왔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나저나, 야~!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만들었데요?"
"직업인 농기계수리를 하다 보니까 저절로 기계의 작동원리를 터득했어요."

그 기술을 응용했다. 온갖 폐품들을 모아서 하나 둘 정성을 다해 만든 혼이 서린 작품이다. 도면 하나 없이 순전히 상상력만으로 이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저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부친의 업을 이어받아 고향 사람들의 농기계를 수리하는 '정밀 농기계' 대표 주복동(56)씨. 그는 남다른 관찰력과 기억력을 가진 탁월한 재주꾼이다.

절단하고, 용접하고, 뚝딱! 곤충로봇 여치 탄생!

▲ 곤충로봇 여치를 최초 공개하고 제작과정을 설명하는 ‘정밀 농기계’ 대표 주복동씨.
ⓒ 조찬현
"모두 고물 폐농기계 및 고철을 모아 용접하여 만든 로봇입니다. 설계도나 도면 없이 그때그때 생각날 때마다 만들었어요."

그는 가끔 작품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단다. 그때 구상한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작품을 만든다. 가장 최근에 만든 작품은 여치. 날개를 열자 내부에 모터와 건전지가 들어있다.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 뒷다리에 구동축을 연결했다. 전원 스위치를 켜면 모터가 작동하여 여치가 움직인다.

움직이는 여치의 부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머리는 동력분무기의 체인기어와 예초기 커버를 이용했다. 더듬이는 경운기 와이어를 절단해 사용했고, 눈은 경운기 변속 레버 손잡이다.

또한 철근으로 몸체의 골격을 만들었고, 제품 보호용으로 쓰이는 철판을 절단해 날개를 만들었다. 바퀴와 뒷다리는 시장갈 때 사용하는 밀차에서 떼 왔다. 동력장치인 모터는 자동차의 와이퍼 부품이며 소형 배터리는 관리기용이다.

여치 만드는데 소요된 금액은 총 5만원이다. 배터리는 폐차장에서 1만 원에, 소형배터리는 신품으로 2만5천원에 구입했다. 각종 스위치와 락카 페인트 기타 부품값이 1만 5천원이다. 틈틈이 생각하면서 가장 최근에 3일간 작업을 해 완성했다. 여치와 대부분의 곤충은 아직 언론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황소에 학에 개구리에, 앗! 쇠똥구리도 있네!

▲ 쇠똥을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 조찬현
▲ 황이슬(작천초4년·11)양은 친구와 함께 황소로데오를 타며 즐거워한다. 친구 혜성이가 손잡이를 돌리자 황소가 위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 조찬현
황이슬(작천초4년·11)양은 친구와 함께 황소로데오를 타며 즐거워한다. 친구 혜성이가 손잡이를 돌리자 황소가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신기하고 좋아요."

소 잔등을 만져보고, 황소 등에 올라타기도 하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깔깔대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의 마냥 해맑은 모습이 아름답다.

▲ 현관에 있는 학 한 쌍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 조찬현
▲ 무당벌레와 개구리
ⓒ 조찬현
안집 정원에는 개구리와 각종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다.

현관에 있는 학 한 쌍이 무척 다정해 보인다. 정원 귀퉁이에도 4마리의 학이 있다. 수컷은 망을 보고 암컷은 먹이를 먹고 있다. 이 학들은 오토바이 배기통과 농기계의 기름 탱크를 이용해 만들었다.

개미는 폐품 이앙기 부품으로, 메뚜기는 경운기 핸들을 구부려 만들었다. 한 쌍의 사슴은 머플러 파이프와 베어링, 경운기 부품을 한데 모아 용접했다. 수탉의 몸통은 경운기 연료탱크다. 경운기 부품 케이블로 꼬리 깃털을, 머리는 탈곡기 기어, 부리는 이앙기 부품이다.

▲ 한 쌍의 사슴은 머플러 파이프와 베어링, 경운기 부품을 한데모아 용접했다.
ⓒ 조찬현
▲ 수탉의 몸통은 경운기 연료탱크다. 경운기 부품 케이블로 꼬리깃털을, 머리는 탈곡기 기어, 부리는 이앙기 부품이다.
ⓒ 조찬현
▲ “곤충을 고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 조찬현
쇠똥을 굴리고 있는 쇠똥구리, 매미와 거미, 사마귀, 무당벌레, 개미, 메뚜기 등 곤충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민준호(작천초5년·12)군은 각종 곤충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다.

"곤충을 고철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해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준호는 로봇 구경이 벌써 5번째다. 하지만 로봇곤충은 오늘 처음 봤다고 한다.

"저도 만들고 싶어요."
"그럼,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야지."

단순한 생각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작품들이다. 한 마디로 기가 찬다. 작품 활동은 올해로 4년째, 만든 작품은 총 70여 점이다. 주씨는 동물로봇, 농기구로봇, 곤충로봇 등을 만든다.

상상만으로 탄생한 작품들

작품은 관찰도 하고, 만져볼 수도 있다. 일부 작품은 체험도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인기 짱이다.

그의 부친도 농기계 수리 기술자였다. 어려서부터 부친에게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웠다. 그는 전통 민속품과 농기구를 20년 전부터 수집했다. 민속품과 로봇을 전시하는 박물관을 하나 차려 볼까 하는 하는 생각 때문에 만들기 시작했단다.

벽면 선반과 천장 곳곳에 민속품이 숨어있다. 벼나 콩의 쭉정이와 먼지를 골라내는 커다란 풍구가 두 개나 있다. 쌀·콩·팥 등의 곡식을 담아두는 뒤주도 있다. 맷돌, 절구통, 쟁기, 써레, 베틀 등 무려 500여 점이나 된다.

민속품과 어울리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폐품을 이용해 한 점 두 점 만든 것이 이렇게 많은 작품이 됐다. 자료사진도 안보고 상상만으로 이렇게 실물과 똑같이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소원이 이루어져 여러 사람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본다.
2006-09-23 13:4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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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금속산별 중앙교섭 임금 다루나?

내년 금속산별 중앙교섭 임금 다루나?
[산별전환 이후] 교섭투쟁 전략 토론중…11월23일 14만 금속노조 출범

조합원 4만3천명 규모의 현대자동차와 50명 규모의 부품회사의 노동자들이 같은 자리에서 임금협상을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14만 금속노조가 진행하는 내년 산별교섭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이 2007년 교섭투쟁에 대한 초안을 확정해 지난 19일부터 조합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금속산업연맹이 확정한 토론자료를 보면 14만 조합원의 핵심적인 교섭형식으로 산별 중앙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의 임금, 고용, 노동시간, 산업정책 등 주요 요구를 걸고 사용자단체와 중앙교섭을 벌여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산별협약을 쟁취하는 것이 14만 금속노조의 핵심 과제가 됐다.

또 지역별로 진행되는 지부교섭과 사업장 단위에서 진행되는 보충교섭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지부교섭의 위상에 대해서는 추후 재정립하기로 했다. 사업장 보충교섭에서는 노동과정 등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단체교섭이 그대로 진행되게 된다.

그러나 14만 금속노조 출범 첫 해인 2007년 중앙교섭 요구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2가지 안이 제출됐다. 1안은 중앙교섭 요구로 임금을 다루자는 것이다. 단, 규모별, 업종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최저기준(가이드라인)을 합의한 후 지부교섭에서 보충교섭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15만 조합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산별교섭 첫 해에 현대, 기아 등 대공장을 중앙교섭으로 끌어내자는 전략이다.

이에 대한 2안은 예전처럼 지부집단교섭과 완성차나 철강 등 특성별 교섭을 열어 임금을 다루자는 주장이다. 임금을 중앙교섭에서 다룰 수 있는 시기는 조직체계와 교섭체계가 일정부분 정착되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임금을 다룰 경우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금 외에도 중앙교섭에서 조합원들의 관심을 끌어낼 요구로 무엇을 내걸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고용안정망, 산별연기금, 산별 노동시간, 산별 교육휴가와 사회적 의제인 원하청불공정거래, 산업공동화대책, 비정규직 문제, 무상의료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되고 있다. 연맹은 조합원 토론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내년 요구안을 확정해나갈 계획이다.

3년간 기업지부 인정 대세

통합 금속노조의 조직체계와 예산 등 쟁점들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산별노조의 조직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산별노조의 꽃은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지부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데에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다만 대공장노조가 지역으로 재편되기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3년 간 한시적으로 기업지부를 인정하되 단계적으로 인력과 재정을 지역으로 편제하자는 것이다.

현대와 기아 등 대공장노조가 이를 지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다. 예전의 금속노조 규약을 적용하게 되면 3개 지역 3천명 이상이 기업지부로 인정돼 현대, 기아, 대우, 쌍용, 현대제철 등 5개 사업장이 기업지부가 된다.

연맹 조명래 정책실장은 "기업지부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설득력있게 제출되는 것을 전제로 규약소위위원회 내에서는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 없이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규직-비정규직 같은 조직 묶자는 의견 강해

비정규직을 어디로 재편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같은 조직으로 편제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편이다. 금속산별노조의 1차 과제가 대공장 사내하청 조합원을 조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를 같은 조직으로 묶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른 의견은 같은 조직으로 묶일 경우 비정규직들의 파업권이나 교섭권이 통제되고 정규직과의 갈등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를 지역지부로 편제하자는 입장이다.

조합비와 관련해서는 통상급 1%와 산별기금 3만원 등이 이견없이 합의를 이뤘다.

연맹은 18일부터 한 달간 단위노조의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10월 17일 2차 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연맹은 지난 15일 충남 유성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제5차 산별완성위원회에서 오는 11월 23일 통합대의원대회를 열어 14만 금속노조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애초 10월 26일 대의원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통합금속노조의 조직체계와 예산, 교섭과 투쟁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현장토론을 위해 한 달 가량 연기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산별노조로 전환한 노동조합들은 11월 23일 전까지 200명 당 1명씩의 대의원을 선출해 통합대의원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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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9월 22일 (금) 14:11:25 박점규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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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중앙교섭" vs "일단은 업종부터"

강력한 중앙교섭" vs "일단은 업종부터"
산업노동학회 '금속산별 쟁점과 과제' 심포지움…이념·교섭·조직체계 치열한 논쟁

‘금속산업 산별전환의 쟁점과 과제’ 

묵직한 주제다. 금속산별노조의 교섭 및 조직체계, 그리고 산별노조를 바라보는 관점들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게 얽혀있다. 11만여명의 기업별 노조를 하나의 노조로 통합시키는 ‘지각변동’의 과정은 많은 찬반양론과 논란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산고’의 과정이다. 금속산별노조를 둘러싼 다양한 이견과 시각들을 한데 모아서 접점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한국산업노동학회가 주최한 심포지움이 22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

‘금속산업 산별전환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한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내년 교섭의 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중앙교섭의 강화로 금속노조의 구심력을 확보하자는 주장과 과도기적 단계로 자동차업종 교섭을 중심에 두자는 주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맞섰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도 과제로 떠올랐다. 상호간의 ‘불신의 골’이 깊은 현실에서 어떻게 한 목소리를 낼 것인지, 통합산별노조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이 제출됐다.

강력한 중앙집권 교섭 vs 과도기적 자동차업종 교섭

   
 ▲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은 “고용 임금 노동과정 등을 포괄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교섭으로 산별노조의 구심력을 확보하고, 기업별 교섭은 보충교섭만의 성격을 띠도록 해 기업별 노조의 회귀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초기업 협약에 우선권과 구속력을 부여하여 기업단위 협정과의 충돌을 방지해야 한다”며 강력한 중앙교섭의 구축을 강조했다. (<레디앙> 8월 30일자 기사 “초기업단위 교섭으로 노조 구심력 세워야” 참조)

반면, 김승호 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의 교섭구조와 조합원 이해관계의 원천이 기업내부에 있다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도기적이고 단기적인 ‘현실 정책’의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김 위원은 “완성차 4사는 1998년 총파업을 제외하고 공통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연대한 경험이 전무하다”고 전제하고, “이들 기업별 노조의 관성은 중앙교섭의 협약을 압도할 만큼 강한 규정력과 독립성을 갖고 있다”며 자동차업종 교섭을 우선적으로 배치하여 과도기적 이행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완성차노조의 교섭을 중심으로 하여 수평적 연대의 질을 높이기 위한 조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목적은 전체 금속산업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11만 완성차노조 조합원만 따로 떼어서 가겠다는 것은 산별전환의 의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업단위의 불가능한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15만여명이 모였는데, 11만여명이 따로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2007년은 금속노조의 단일대오로 고용· 임금 등을 교섭의제로 채택하여 중앙교섭의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위원은 “대공장 노조는 기업의 지불능력에 의존하여 조합원들의 ‘실리적 전투주의’에 영합하는 악순환을 이어왔다”며 “그들의 자기 완결성과 특수성을 이해한다면, 완성차들간의 수평적 연대 경험을 통해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력한 중앙교섭으로 전체 금속노동자를 대변하여 조직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강 교수의 주장과 완성차 4사 노조의 업종별 교섭으로 연대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과도기적으로 필요하다는 김 위원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조직확대보다 통합력 높이는 것이 우선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의 골을 메우고, 통합력을 높이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반일효 현대자동차노조 정책실장은 “대기업 노조들의 산별전환은 비정규직 조직화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해가 융화되지 못한 속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의 이원화되고 분리된 의식을 극복하지 못한 현실은 산별노조의 발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미조직 비정규직의 조직화 확대사업보다 내부의 결속력을 확보하고, 산별노조의 상을 조합원들과 공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노조 또한 기업별 노조를 답습하는 큰 숙제를 짊어지고 있어서 기업별 노조로의 회귀를 막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그는 산별노조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해 원·하청과 정규직·비정규직의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조직확대보다 우선적인 과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 산업노동학회는 지난 22일 '금속산업 산별전환의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었다.  
 
안기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전 위원장은 한시적 기업지부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일노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위원장은 기아차 원·하청노조 연대회의의 무산과 원·하청 노조가 최근 각각 독자파업을 벌여 상호간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점, 올해 초 현대차가 1백여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했으나 정규직 노조가 소극적이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은 이같은 상호 불신의 벽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사업장 내 단일조직 편제는 정체된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에 획기적 전환점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로 이념 지향 삼아야

한편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산별노조의 지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산별노조 논의가 교섭구조와 조직편제 중심으로 지나치게 흐르고 있음을 지적하며, “새로운 연대의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념적 지표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대안으로 ‘사회운동적 노조주의’를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자주성 △노동조합의 강한 정치 지향성 △계급 내외적 연대의 확장 △각종 사회운동과의 폭넓은 연대 △조직민주주의로 규정했다.

심포지움은 애초 계획된 3시간을 훌쩍 넘어 4시간 이상 지속됐다. 발제가 끝난 뒤에도 토론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됐으나, 치열한 논쟁만큼 접점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산별노조의 이념정립에서부터 교섭 및 조직체계 그리고 내부의 통합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의견들은 복잡하게 서로 교차하고 또 대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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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잘한 한나라, 정치 고수 유시민

장사 잘한 한나라, 정치 고수 유시민
[연금개혁 정치와 정책]기초노령연금제 야당에 던지는 승부수

지난 20일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포함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늘상 국민연금 관련 사안만 생기면 그렇듯이, 언론들은 마치 새로운 개혁방안이 나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실상은 지난 6월 유시민장관이 내놓았던 내용을 조금 각색한 방안이다.

여당의원 손을 빌린 유시민안

2004년에 정부가 제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도 안 된 채 계류 중인데 다시 보건복지부가 정부 개정안을 발의하려니 모양이 안 좋아, 여당 의원들의 손을 빌린 것이다. 다음 주에 법안으로 발의될 예정인 여당의원안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보자.

주 내용은 전체 노인의 60%에게 월 7~1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여당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하여 급여율을 인하하고 보험료율을 올리는 부분적 개혁을 추진한 반면,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은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기초연금을 도입하는 구조적 개혁안을 요구해 왔다.

   
  ▲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연합뉴스)
기초연금 도입 여부를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이 2년을 넘고 있다. 이에 정부가 타협안으로 제시한 것이 기초노령연금이다. 하지만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은 족보가 다른 제도다. 급여율을 보면, 기초노령연금은 가입자 평균소득의 5%에 불과한 반면 민주노동당안은 15%, 한나라당안은 20%이다. 지급대상에서도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하되, 상위계층 일부만 제외하는 보편적 제도다.

요약하면 기초노령연금은 공적부조에 가깝고, 기초연금은 대부분의 노인에게 15%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공적연금의 한 층이다. 여당안이 기존 유시민안과 다른 점은 급여대상을 45%에서 60%로 확대한 정도이다. 그럼에도 정부여당 의원들의 ‘공식적’ 발표는 하반기 전개될 국민연금 드라마의 개막식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한나라당의 심각한 정책모순과 불가피한 유연성

정부여당의 입장에선 기초노령연금제는 한나라당에게 던지는 승부수다. 애초 한나라당이 국민연금 의제를 내년 대선까지 끌고갈 것이라고 전망이 대다수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7월부터 한나라당 내부에서 변화 조짐이 감지되었다. 신임 정책위 의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국민연금에 대해 유연한 자세가 엿보였다.

한나라당의 기초연금은 도입 첫 해인 2006년에 당장 9.5조원이 소요되고, 이후 노인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필요재정도 급속히 증가해 2030년에는 현행 불변가격으로 91조원에 달하는 제도다. 민주노동당안보다도 더 후한 급여를 약속했으니 천문학적 재원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이 재원을 조세로 마련한다는 것이 한나라당 기초연금제안이다.

그 결과 현재 한나라당은 대표상품인 감세론과 기초연금 증세론이라는 심각한 정책 모순을 내부에 안고 있다. 다행히 아직은 공론화되지 않았으나 대선 국면에서 이것이 드러나는 순간 자칫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기초연금을 가지고 충분히 장사를 했으니 이제 빠져나오자는 정치적 판단이 들었을 것이다.

급여율이 어떻게 수정되든 국민연금법을 올해에 매듭짓되 새로운 법안에 노인을 공경하는 ‘기초’와 ‘연금’자만 포함되면 자신의 판정승이라는 셈법이다. 물론 정치 고수 유시민 장관도 이를 눈치 챈 모양이다. 양자가 지난 7월부터 접촉을 해 왔다. 당분간은 샅바싸움이 계속되겠지만 연말로 가까이 가면서 ‘약속대련’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연말 국민연금 놓고 '짜고치는' 전투 벌어질 수도

한편 이번에 발표된 여당 의원안에는 도를 넘는 편법이 발견된다. 지난 6월에 발표된 유시민안은 현행 9% 보험료율을 2017년까지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급여율은 현행 60%를 2008년에 50%로 인하한 후, 다시 2028년에 40%로 낮추는 방안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급여율을 40%로 인하하는 안으로 소개된다. 이처럼 중장기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밝히는 것은 장기 재정추계를 행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원리 상 필수적인 조치이다.

그런데 엊그제 여당의원들은 2008년 시점의 보험료율과 급여율 변화만 밝히고 장래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언론에는 보험료율을 9%로 유지하고 급여율은 50%로만 인하되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여당의원들은 중장기 필요보험료율과 급여율을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민주노동당에게 하반기 연금정세가 유리하지만은 않다. 지금까지 국민연금 전선이 정부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형성되어 있어 개입 여지가 좁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기초연금의 재정 부담을 감안하여 다소 유연한 개정안을 만들었다.

2008년에 기초연금을 도입하되, 5% 급여율에서 매년 0.5% 포인트씩 높여 2028년에 15% 급여율에 도달하자는 안이다. 이 안에 따르면 도입 초기 필요재정은 정부여당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기초연금이 정부여당안처럼 계속 급여율 5% 수준으로 머무는 공적부조가 아니라 이후 15% 급여율로 커가는 줄기세포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여당 제출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

한나라당도 당분간은 민주노동당과 비슷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연말까지 국회에서 기초연금 ‘줄기세포’ 공방이 이루어지겠지만, 마무리 시점에서 줄기세포를 포기하는 보수정당의 타협안과 기초연금안을 고수하는 민주노동당안으로 나뉘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었으나 필자가 보기에 여당의원안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점은 차상위계층 ‘지역가입자 100만명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다. 이는 유시민안에 없던 내용이다. 내용에서 이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보험료의 35%를 지원하는 산정기준이 표준소득월액 13등급(48만원)이어서 실제 지원금액이 너무 작다(연 1,814억원 소요).

그럼에도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방안이 포함된 것은 전향적인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오래전부터 저소득 가입자의 보험료 지원을 주창해 왔다. 하반기에 가입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보험료를 낼 수 없는 저소득 노동자 및 지역가입자 지원방안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를 바란다.

정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주제가 국민연금에서 사실상 배제되어 있는 저소득 비정규 노동자 문제다. 현재 비정규노동자 839만명 중 564만명이 사업장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제도 내부 가입자에게는 상당히 후한 연금 수혜를 제공하지만,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 만약 지금 상태가 방치되는 한 국민연금은 오히려 노후양극화를 초래하는 제도가 될 것이다.

저소득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이 핵심 과제

이에 하반기 국민연금 개혁에서 진보진영이 제기할 핵심 의제는 저소득 노동자들이 국민연금 안으로 들어오도록 보험료를 지원하는 일이다. 이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국가와 고소득계층의 책임이 강화되어야겠지만, 사회연대 취지에서 전체 사회구성원이 지원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만 하다.

외국의 경우 공적연금은 진보운동의 주요 의제다. 비록 고령화와 저성장 체제를 맞아 공적연금의 기존 권리가 저하하고는 있으나 연금투쟁을 진보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반기 진보운동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2006년 09월 23일 (토) 08:55:58 오건호 / 민주노동당 정책전문위원 redian@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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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료보험비

미국의료보험비
번호 153562   글쓴이 하우맘    조회 469   점수 147   등록일 2006년9월23일 14시14분 대문추천 2   정책 0  



보험료 인상문제로 험악한 댓글들이 많이 달리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유장관님 골치가 많이 아프시겠군요.

이참에 미국의료보험에 대해 조금 써보려고 합니다.

미국의료보험제도는 꽤 복잡하군요. 일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얼마를 내고 있는지는 말할 수 있겠죠.

제가 지금 있는 직장에서는 매년 몇 종류의 보험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보험비가 일인당 일년에 4,120불입니다. 배우자도 보험혜택을 보게 하려면 추가로 4,120불이 필요하고, 자녀가 있으면 그 수에 관계없이 80%에 해당하는 3,296불을 냅니다.

즉, 근로자+배우자+자녀를 위한 보험비용으로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돈은 일년에 11,537불입니다.

회사나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제 몫은 95%를 직장에서 내고 제가 5%를 냅니다. 단 배우자나 자녀를 위한 보험은 45%만 부담해주고 나머지 55%는 본인이 내게 되어있네요. 결국 직장에서 연간 7,252불을 내고 본인이 4,284불을 내야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이 기본보험으로는 한명의 의사를 지정해서 그 의사를 통해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제약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좀더 편리하기 위해 약간 비싼 보험을 신청합니다. Up-grade 를 위한 비용은 전적으로 본인 부담인데 대략 한 가족당 연간 1,920불을 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일반 보험에는 치과진료와 안과진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한 보험을 또 드는데 연간 404불과 244불이 필요하군요.

종합하면 적당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보험회사는 한 가족당 14,105불을 가져갑니다. 직장에서 상당액 보조해주지만 (직장에 따라서는 100% 보장해 주는 곳도 있습니다만) 개인이 내는 돈도 연간 6,852불로 정말 대단합니다.

그래서 자영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경우 제대로 된 보험에 들지 못하고 건강하기만을 바라면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 외 한국은 직장의료보험의 경우 가족이 몇 명이든 돈이 똑같지만(맞벌이하는 경우는 이중으로 내죠) 미국은 혜택을 보는 사람 수에 따라 다르다는 것과

한국은 소득에 비례해서 보험료가 오르지만 미국은 소득에 따른 보험료의 차이는 미미하다는 것이 다르네요.

아참 가족으로 인정해 주는 범위는 배우자와 자녀뿐이라는 점도 다르군요.

이렇게 보험료를 내고도 아파서 병원에 가면 잠시 봐주는데 따로 20-30달러를 또 내야 되는 미국, 정말 심하다고 자기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일본의 택배를 보고는 한국에서도 이런 사업으로 돈벌이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맡을 수 있는 돈 냄새를 남들이라고 못 맡겠습니까. 결국 우리도 택배회사가 생겼고 성업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보험회사가 의료보험비로 연간 만사오천불을 벌고 있는 미국을 볼 때 돈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종합병원과 보험회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삼성, 현대가 볼 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그들의 보이지 않는 파워로 인해 우리 보험제도가 미국식으로 변해, 엄청난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되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그들의 로비로 인해 사탕발림으로 그럴듯하게 시작해서 결국은 대다수의 서민들을 목죄는 미국식 보험제도가 도입될 것만 같은 불안함... 제가 너무 넘겨짚는 것일까요.

아무튼 지금은 유장관님이 총 책임자로 이런 일들을 맡고 계시니까 잘 알아서 하시겠죠. 안심이 되고 든든합니다.



ⓒ 하우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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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공부하거나 입을 닫거나

조중동, 공부하거나 입을 닫거나
번호 152023   글쓴이 일산사람    조회 2121   점수 462   등록일 2006년9월19일 11시41분 대문추천 6   정책 1  



조중동은 스웨덴의 총선결과에서 우파연합의 승리를 보고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입을 열었다. 그들은 전 세계의 부러움의 대상인 복지국가모델이 실패한 것으로 결론짓고, 지난 DJ 정부 때부터 최근 참여정부의 2030에 이르기까지 극우기득권세력의 반대와 모함 속에 힘들게 추진해온 복지정책을 폄하하고 있다. 거기다 한나라당 선거운동본부의 역할을 잊지 않고 스웨덴의 우파연합의 선거전략까지 특별과외하고 있다.

조중동의 이런 행태는 둘 중의 하나이다. 무식하여 3류 소설을 쓴 것이거나, 알면서도 국민을 곡학아세, 그들 수준에 맞게 쉬운 말로는 사기 치는 것이다.

한번 살펴보자. 먼저, 조중동의 그토록 기뻐하는 우파연합승리의 의미와 전망이다. 조중동은 이번 선거로 유럽좌파가 몰락한다는 식까지 몰아가고 있으나 착각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유럽식 사회주의가 튼튼히 뿌리내린 북유럽국가들 (정확하게는 노르딕 (Nordic) 5개국으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에스토니아이며 민족성이 비슷하고 하나의 경제권을 이루고 있음)의 복지국가모델의 전통이 선거 한두 번으로 흔들릴 만큼 허약하지 않다.

이번 총선결과도 마찬가지이다. 스웨덴은 1932년 이후 9년을 빼고는 사민당이 단독 혹은 연합으로 집권하였고 보수당이 집권한 짧은 9년 중 가장 최근은 1991년이었다. 그런데 1991년 당시 정권을 잡은 보수연합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복지제도의 재편과 광범위한 감세를 추진하였으나, 오히려 재정적자를 불러와 경제위기가 심화돼 4년 만에 정권을 내주었다. 따라서 정권을 다시 잡은 스웨덴 보수연합은 조중동이 바라는 대로, 70년 넘게 축적해 온 복지제도의 기본 자산을 손대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앙일보를 보면 기자가 게으른 탓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보수연합의 소득세 감세 공약에서 수치만 잘라내어 소득세 370억SEK 감세가 대단한 것으로 과장하면서 한나라당의 감세주장을 옹호하는데 이 역시 조중동의 특기인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이다. 감세액은 스웨덴 소득세규모의 10% 이하로 현재 200일간 지급되는 실업수당 80%를 66%로 줄이는 등에 돌리는 것일 뿐, 실업수당 등의 사회복지제도 전체 틀은 유지하고 있다. 소득세를 조정하더라도 최고 58%, 평균33%를 전체적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이 있겠지만, 세금의 상당부분이 복지부문을 재투입해 저임금, 고학력의 임금체계를 유지하여 국가경쟁력을 받쳐주는 기본 틀이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유럽평균에 비해 높은 2.8%대의 경제성장률과, 국가경쟁력 세계 3위를 뒷받침해 온 복지제도를 스웨덴이 포기할 리가 없다.

조중동을 비롯한 성장우선주의자들에게 공부를 권하는 바, 국가경쟁력이 최우선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정수준의 복지제도가 역사적, 정치구조적 차이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필수조건임을 깨달아야 한다. 성장기의 아이도 기본체력이 있어야 키가 크듯 국가도 성장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체력, 즉 최소한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는 갖추어야 한다.

잘살기 위해 조금만 더 참자고 하는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처럼 허리띠 졸라매고 몸으로 때우면서 성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미래성장의 주동력이 될 지식산업과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창조적 인력개발을 위해서라도 노르딕국가들처럼 대학까지의 무상교육과 근로자의 수시교육 등, 성장을 뒷받침하는 사회보장이 있어야 한다.

복지지출 31.5%의 스웨덴을 비교하면 우리의 6%대는 OECD 국가들의 평균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꼴찌 수준이다. 최소한 평균으로는 올려서 국가발전의 기본체력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참여정부가 제안한 2030은 조중동 당신들의 무식을 위해서라도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내 두뇌로는 용량초과라고 나 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 초등학교 책에도 나오듯 마늘 열심히 먹어 사람이 된 곰도 있으니 희망을 가져볼 일이다.



ⓒ 일산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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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1인 공석은 헌재 결정에 엄청난 영향”

재판관 1인 공석은 헌재 결정에 엄청난 영향”
[헌법학자에 묻는다] 김종철 교수, 문리적 해석 집착 한나라 주장 조목조목 비판
입력 :2006-09-18 16:46:00   김현미 (99mok@dailyseop.com)기자
▲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헌법 전공). ⓒ 연세대 법과대학 홈페이지  
“헌재소장의 공백이 정족수(재판관 7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결정’에 있어서는 아주 부정적인 고정변수가 된다. 예를 들어 국가로부터 기본권을 침해받은 사람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을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공석의 재판관일 수 있다.

이 때 재판관의 공석은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는 의견으로 인정되게 돼버린다. 헌재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재판관 6인의 찬성이 필요한데 재판관 1인의 공석은 이처럼 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헌재는 내부규칙에 따라 소장이 궐위된 날로부터 7일 이내 재판관회의를 열어 소장대행을 뽑게 돼있다. 따라서 19일에도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헌재는 소장 대행체제로 가게 된다.

재판과 회의는 재판관 7인 이상이면 가능하게 돼있어 완전한 업무 공백은 피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헌재소장 공백사태가 발생했음에도 한나라당이 ‘자진사퇴와 지명철회’를 고수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종철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일침을 놓았다.

“독립된 헌법기관의 장이 공백상태인 것은 그 상징성에 치명타”

지난 15일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헌재소장 공백사태에 대해 “정치 파행으로 독립된 헌법기관의 ‘장’이 공백상태가 된 것은 우선적으로 그 상징성에 큰 치명타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무엇보다 “소장의 공백보다는 재판관 한명이 없어서 생기는 파장이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헌재소장은 소장이자 재판관이다. 헌재가 내리는 위헌법률심판 등의 중요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물론 소장 공석이 재판이나 회의 정족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6인 이상의 찬성이란 판결 기준에 있어서 공석은 ‘반대’의 뜻이 된다.

김 교수가 지적한 “재판관 한명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큰 이유”는 여기 있다.

따라서 김 교수는 “헌재소장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헌법적 의무를 방기한 국회의 직무유기는 국민들의 눈에 ‘탄핵’감으로 비쳐질 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김 교수는 △헌재소장과 재판관의 지위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그리고 헌재소장의 능력과 품성 검증도 없이, 스스로가 만든 법률의 해석문제로 청문절차를 소진했다는 점 △입법권자들이 헌법에서 소장임기를 명시하고 있지 않는 데 대한 입법의무를 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따르면, 헌재 소장은 현재 재판관 재직 중인 자에서만 임명되거나 새롭게 임명되더라도 재판관으로서의 완전한 자격을 취득한 후에라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헌법이 침묵하고 있는 헌재소장의 임기 등 헌재소장의 지위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을 배제하고 철저히 ‘문리적 해석’에만 집착한 것이다.”

“한나라 주장 대로라면 1~3기 헌재소장 임명 관행 모두 위헌”

한나라당은 ‘전효숙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대통령의 지명철회’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그 이유로 “헌법 제111조 제4항에는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전효숙 후보자는 헌재 재판관직을 사직했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으로 헌재소장 자격이 없는 상태”라면서 “절차적 위헌·위법으로 임명절차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특정조문의 해석에 대한 독단적 태도가 문제를 꼬이게 하는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 김종철 교수는 한나라당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헌법 제111조 제4항을 바라보는 단 한 가지 해석만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헌법학의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사용돼온 헌법해석학의 기본적인 명제들을 소홀히 한 채, 정치적 담론과 연계시켜 철저히 문리에만 집착해 해석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문리적 해석에 집착한’ 한나라당의 주장을 하나씩 반박해나갔다.

전 후보자의 자격을 문제 삼는 주장대로라면 “지난 18년간 1기부터 3기까지의 헌재소장이 현직 재판관 중에서 임명되지 않은 관행은 위헌”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헌정의 흠결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되고 지난 헌재가 내놓은 결정의 정당성 역시 손상 받을 수도” 있다.

지난 18년간의 관행, 헌정의 흠결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을 두고 “굳이 문리적 해석에 집착할 논리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절차적 치유책도 엄격해석에 반해 위헌”

김 교수는 이어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절차적 치유책도 위헌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의 주장은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삼는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에 대한 ‘엄격해석’에 반(反)한다”는 설명이다.

기존에 진행된 인사 청문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에 집착, 국회법에 따라 이원화된 청문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전 후보자에 대해 새롭게 재판관임명동의안을 제출하고 법사위의 청문을 거치고 그 다음 헌재 소장 자격에 대한 인사청문특위의 청문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법사위 청문을 거쳤다고 바로 재판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사위의 청문을 거친 재판관후보에 대한 국회의 임명동의가 있고, 대통령이 임명을 해 재판관의 임기가 시작돼야만 진정한 재판관의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하더라도 “인사청문특위의 소장 후보자의 지위는 여전히 민간인 신분”일 따름이다.

▲ 헌법재판소.(자료사진)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이런 해석론까지 전개하지 않는 것은 재판관 중에서의 임명하라는 의미를 문리해석 그대로 고집할 수만은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재판관 중에서’라는 헌법조항의 해석은 헌법적 차원에서 그 의미가 확정돼야지, ‘하위법’인 국회법의 (청문)절차에 의해 그 의미가 규정되어 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진정으로 헌법조항의 ‘재판관 중에서’라는 부분을 강조하고자 한다면 ‘하위법’인 국회법의 청문절차를 가지고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헌법재판관과 헌재소장의 지위에 대한 구분이 선행돼야한다는 점을 주장해야 이들의 주장이 일관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소수의견 때문에 편향성 있다면 다수의견만 펴는 것도 편향된 것”

전 후보자의 판결을 두고 한나라당이 ‘편향적’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판결 성향에 기초한 반대론은 헌재의 정치적 중립·독립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정치적 중립·독립성은 “정치적 외압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되며 또 정치행위에 재판관들이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는 뜻이다. “헌법에 대한 특정 견해를 가져선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헌법이 유일무이한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수와 소수의견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전 후보자가 소수의견을 자주 주장했다고 해서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면, 다수의견만 펴는 것도 정치적으로 편향성을 가진 셈이 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볼 때 헌법재판관의 자격요건은 헌재소장의 자격요건에 포섭된다. 다시 말해 헌재소장 자격요건은 재판관 자격요건의 대개념이므로 분리될 이유가 없다. ‘재판관 중에서’라는 헌법규정은 ‘재판관의 지위를 당연히 겸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럴 때 재판관과 소장의 동시 임명은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위헌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한 김종철 교수는 “소장 임명과 동시에 재판관 임명이 이뤄져 온 기존 관행을 포섭할 수 있는 헌법해석과 국회법에 대한 해석론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지위가 다르다는 게 재판관과 소장의 자격조건이 달라야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

그러면서 그는 헌법조항의 ‘재판관 중에서’라는 표현에 대해, “헌재소장의 지위는 ‘재판관의 지위와 함께’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럴 경우 “재판관 임명과 동시에 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는 경우가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엄격해석’에 따르더라도 그동안의 헌법 관행을 위헌 상황으로 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법관과 자격요건에서부터 구별되는 우월적 지위를 갖는 ‘대법원장’과 달리 “헌재소장의 경우 헌법재판관과 다른 특별한,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아야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법원장은 대법관과 ‘자격요건’에서부터 구별”된다. 여러 심급의 법원을 행정적으로 통괄하는 데다 ‘대법관’의 임명제청권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관 등 각종 헌법기관의 구성권을 독자적 권위에서 행사하는 권한이 있다.

반면 헌재는 “하급심 조직도 없는데다 헌재소장이 헌법기관의 구성에 관여하지도 않는 등 소장이 재판관과 다른 우월한 지위를 인정받을 필요성이 적다”는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물론 “재판관의 지위와 소장의 지위가 구별되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지위가 다르다는 점이 재판관과 소장의 자격조건이 완전히 달라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에서 재판관의 ‘수평적’ 지위를 강조하기 위해 소장은 재판관의 지위를 겸한다는 점을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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