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과 shut up하기

2008/04/10 15:09

 

 

 

 

 

내일 발표수업이 있는데,  그 영문자료가 문맥적 해석은 될 지언정

 

 

 

 

 도대체 무슨 쟁점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담당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서 질문을 했다.

 

 

이 교수로 말할것 같으면 자상하고 로맨틱한  가운데,  소수만이  느낄 수 있는(?)  냉정함이

 

도사리고있는 사람이다.  고결하고, 마초와는 거리가 있는 상냥함 가운데에 느껴지는 차가움

 

이랄까.  소위 수재로 학문에 파묻혀 살아온 사람들이 범인(?) 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에서 나오는 냉기인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이 ㅅ 교수는 내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주었는데, 그 가운데 왠지 냉기가 느껴졌다.

 

' 혼자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라는 말을 나에게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었지만 왠지 차갑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보았는데,  많은 남성들이 감정노동이라는 것을 잘 할줄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ㅅ교수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서 들었다.

 

 

이 감정노동이라는 것은 마음속에 진실함& 선량함이 있고 없고 하고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내가 이 글에서 정의하는 감정노동이란 다소 외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서

 

얘기하는 것이다.

 

 

즉 친절함 이라든지,  상냥함이라든지, 싹싹함 같은 그런 태도들을 여성들이 요구받는것만

 

큼 많이 요구 받지 않기 때문에  간단히 기술적인 답변만 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로 남자선배들이나 후배들 혹은 남자친구들을 보았을때,  나에 대해서 호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약간 놀랄때가 많이 있었다.  특히나 나처럼 남자들과 일상적으로

 

생활을 함께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말은 저렇게 퉁명스럽고 쌀쌀맞게 해서 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거나 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좋게생각하고 있다' 이래서 의외였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물론 과거의 그런 상황속에서는 부정의 상황이 긍정의 상황으로 바뀌면서 상대의 이미지

 

가 업그레이드 되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남성들이

 

'친절함의 부재'  나 ' 무뚝뚝함'  과 같은 자신들의 특성들을 별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고수한다는 생각이 든다.  ' 내가 원래 좀 무뚝뚝해'  하면서. 그것을 상대방이

 

당연히 용인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성에게 무척이나 무뚝뚝한 사람인데, 나같은 경우는 그런 성격에 대한 사소한 태

 

클을 매우 자주 받아왔다.  ' 말투가 딱딱하다'   ' 여자같지 않다'   하면서 약간 이상한 염세주의

 

자로 오인받는 일까지 있었는데  그런것에 대해서 나 역시 자유로울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싹싹하고 친절하게 하려고 조금은 노력도 해보고,  '~ 합니다' 라는 말투가 훨씬 편한데도

 

'~  해요' 라는 말투로 바꿔 문자를 보내거나, '~ 씨' 라는 호칭이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도

 

관계의 거리에 비하여 과한 호칭인  듯한 ' 오빠' 라는 명칭을 썼던 어리석은 기억도 있다.

 

나의 학적과 더불어 ' 과하게 따지는 딱딱한 여자' 로 이미지 찍히는 것이 한편 골치아프게

 

여겨졌던 것도 그렇게 했던 이유중에 하나였다.  같은 무뚝둑함이라도,  여자인 나에게는

 

부족함이나 정상성의 결여로 여겨졌지만, 남성에게는 하나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내가 더 부담을 느꼈다고 생각하면 과도한 것일까?

 

 

 

그러나  앞으로는 나의 태도를 바꿔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서 든다.

 

왜냐면  말투를어떻게 하느냐,  관계에서 얼마나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느냐 하는 것은

 

 단순히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상대에게 감정노동을 베풀어야 하는 위치에

 

있느냐를 확인시키는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이 처음보는 관계에서나 공적인 관계에서 ' 매너' 는 좋을 지언정

 

그 후 시간이 지나  상하관계의 정립이 이루어졌을때쯤이면 '위에서 아래로 하사하는 배려'

 

는 있을지언정 ' 감정노동을 통한 배려' 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노동이라는 것은결국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자하고,  듣고 싶지 않은 얘기도 때로는

귀기울여 들어야 하며,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신경을 쓰는일련의 노력들을 총칭하여 일컫는 말이다.  띡~ 정보전달 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여성들을  보면 남자친구들이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지 않고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답답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친구가  오래 사귀어 왔던 남자

 

가 언제나 자신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고 불편한 태도를 바꾸지 않아서 계속 질질 끌고

 

문제삼아오다가, 마침내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 남자가 마지막으로 보인태도가 ' 노코멘트' 란다. '네가 헤어지자고 하든, 말든, 나는

 

그대로 변하지 않고 같은 자리에 있는다. 라고 했다나.  듣자하니 참 기가 막힌것이,

 

상대방이 자신의 잘못된 태도에 지쳐서 헤어지자고 하면 ' 그래 그러자' 하고 수긍을 하던지,

 

아니면 자신이 태도를 고치던지, 아직 좋아하고 있으니 서로 타협을 하고 이해해보자고 터놓

 

고 대화를 하든지 할것이지 끝까지 고압적인 태도를 굽히지 않는 것이 정말 듣기만 해도

 

답답했다.  나 역시 비슷한 상황을 여러번 겪었는데, 그게 지금 생각해보니 개인의 특성이나

 

상황의 특성만으로 국한 시킬 수 없는 문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하여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자신의 위치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그런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하 관계를 흐뜨러 뜨리고 자신이

 

나의 자리로 내려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열심히 해명을 하거나, 답변을 요구하거나, 또는 나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하여상대의 언어로 설명을 해야 되는 것은 이쪽이 상대의 승인 내지는 청취가 꼭 필요한

위치일때이다.   요즘도 여전히 학생회장단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  입장에 대한 해명' 을 할 것을

 

피하는학교당국을 볼때에 '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해명을 피할 수 있는'  위치가 나타나는 권력관계의

 

구도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즉 감정노동&해명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고 shut  up 할 수 있는 위치 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락

 

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 상담센터에서 자잘한것까지 끝까지 알아듣게끔 목아프게 설명

해주어야 하는 상황은 소비자를 놓치면 안되는 기업의 책임을 노동자가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듯이구구절절한 부연얘기 없이 단답형으로 얘기해도 자신에게 손해가 가지 않는

위치일때는 상대로하여금 그런 자신의 태도를 이해하고, 재질문하고, 용인해야 할 감정의

노동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는 나보다 지위가 높거나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 쓸데없는

 

해명과 부연설명 그리고 질문들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말 안하고 단답형으로 띡 얘기하거나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나 역시 ' 그래 알았다'   하고 상황을 종료 시켜야하겠다는 말이다.

 

 

 

( 애인과 같은 경우에는 그래 알았다.  하고 다른 얘기 없이 조용히 연락을 끊는것도 포함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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