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 등록일
    2011/09/23 15:08
  • 수정일
    2011/09/29 10:07
  • 분류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 이소선, 여든의 기억

지겹도록 고마운 사람들아 - 이소선, 여든의 기억


오도엽
후마니타스, 2008

 

한 사람의 삶이 이렇게 다이나믹할 수 있다니. 단순히 고생했다 정도가 아니고 정말 다이나믹한 삶이다. 현실의 독백과 과거를 넘나드는 책의 구성이 한 몫하기도 했지만, 삶 자체가 굉장하다.

 

특히 첩보물을 보는 듯한 대담한 순발력들. 장기푠가 하는 사람을 대담하게 경찰 앞에서 택시 태워 보내는 일이나 장준하 씨 살해당한 뒤 동네 사람 코스프레하고 집안에 들어간 거, 간호복 입고 병원 탈출한 거, 어머니인 척 구로에서 분신하신 분의 병원 면회를 간 거 등등. 소설에서만 보던 삶이었다. 막 내가 떨렸긔

 

너무 귀여워서 빵 터진 때도 많았는데... 일단 현재시점에서 글쓴이랑 알콩달콩하는 모습이나, 함석헌 씨 첨 봤을 때 예수님인 줄 알았다고 묘사한 거 ㅋㅋㅋㅋ 빵터졌음 귀여워;;;; 남의 종교라서 웃으면 안 되는 건가...-ㅅ-;;

 

그런데 전태일 씨의 죽음과 그 이후의 고된 투쟁... 엄청난 비극과 고통을 겪었는데도, 더 옛날, 지긋지긋하게 가난하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였다. 젊은 날의 고생은 글로 읽어도 잘 상상이 안 되었다. 특히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 때.. 돈을 벌러 서울로 가고, 각자 서울에서 하나 둘씩 만나지만 돈이 생길 때까지 각자 지내야 하고... 그런 상황을 이소선씨 뿐 아니라 많은 한국인이 겪었다니, 뭔가 보수적인 노인들이 처음으로 이해가 간다. 내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죽을 고생을 한 사람들.

 

전태일 평전을 못 읽을 만큼... 펼쳐보기만 해도 서너흘을 앓을 만큼 그런 고통도 난 모르겠다.. 몇 십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는 그 고통 상상이 안 된다. 신이고 사후세계고 그런 건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가졌는데도, 저승에서 아드님이랑 만나셨으면 좋겠다. 꿈에서 활동을 독려해주던 그 아드님... 어휴....... 너무 슬프다 책을 다들 읽어보라구!!!! 슬퍼 너무너무 슬퍼ㅜㅜㅜㅜㅜㅜㅜㅜ

 

전태일 열사라고 하지 말고 동지라고 해달라고 하시던데..

 

책으로 본 이소선 씨는 굳이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인간적으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소선 어머니라는 명칭이 이해가 갔다. 많은 활동가를 만나 봤지만 이런 사람은 못 봤다. 그것이 꼭 아들 베이스로 활동을 시작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내가 우리 엄마에게만 기대할 수 있는 것, 자기 자식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태도, 그런 태도로 모든 사람을 대하신 것 같다. 누구나 비극을 품고 산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쉬지 않고, 희생적으로, 끝없이 올바르게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들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렇게 끔찍하게 위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인간을 믿고 사랑하고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 실제로 그 마음을 접했다면 절로 어머니 소리가 나올 듯...; 책으로 만난 사람 중에 제일 매력적이었다. 그런 넓은 인류애라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이소선씨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아주 옛날에 잠깐 전태일기념사업회에 자원활동 하러 갔는데, 녹취랑 이소선씨에 대한 소책자 타이핑을 하다가, 녹취가 너무 힘들어서 도망갔었다; 소책자는 거의 다 타이핑했는데도, 녹취를 1분도 못 해서, 그냥 도망갔다-_- 단체 분이랑 마지막으로 연락됐을 때 한 데까지만이라도 보내달라고 하셨는데 녹취를 1분도 못 했다는 게 부끄러워서 그냥 잠수탔다-ㅅ- 나에게도 이런 과거가 있따...;

 

아참 위키피디아에 [[이소선]] 항목 내용이 없어서 전태일 항목으로 바로 넘어간다. 누가 작성 좀... 아니면 내가 조만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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