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나

  • 등록일
    2005/06/02 16:41
  • 수정일
    2005/06/02 16:41
  • 분류

처음에 내 얼굴.

횡단보도에 서있다.

 

 

 

다음엔 롱테이크로---

개가 빨간 불인데 횡단보도를 건너온다. 위험하게..라는 내 목소리가 들리고, 시선은 계속 개를 따라간다. 개는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와 킁킁 냄새를 맡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뒤로 물러나면서 나와 개가 마주보는 장면이 나와 카메라의 시선이 나의 시선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는 놀라운 페이크... ㅋ 표절=_=;;

 

개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슬금슬금 다른쪽으로 간다. 개가 따라온다. 나는 횡단보도에 서있는 사람의 주위를 한 바퀴 돈다. 개가 따라돈다. "야! 왜 그래! 저리가!! 가!!" 목소리는 경직된 어린 듯한 목소리.

 

개는 잠깐 바닥에 나뭇잎을 뜯어먹는다. 혹시 먹을 건가, 하고. 그러고는 나를 다시 따라온다. 천만다행으로 신호등이 바뀌어 건너는데 같이 건넌다. "저리 가!"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가는데 개가 다른 데로 간다. 후우... 안심하기도 전에 다시 나를 바라보며 다가온다. 나는 정거장표시를 붙잡고 한 바퀴돈다. 개도 돈다. 야! 왜 그래!

 

나는 정류장에서 쪼끔 떨어진 곳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아저씨 옆에 바싹 붙어선다. 개는 나를 바라본다. 그냥 정류장에 주저앉는다. 나는 애타게 버스를 기다린다.

 

개는 나를 잠깐 보다가 다른 사람을 보다가 한 남학생을 따라간다. 또 카메라는 개를 쫓아가다가 버스 정차하는 소리 들리자 홱 돌아보고, 거기에 내가 타는 게 보인다.

 

롱테이크 끝.

 

 

타고 가면서 개가 어디 있는지 찾아본다. 안 보인다.

 

나는 자리에 앉아 손바닥으로 눈물을 비빈다.

 

 

 

그런데 과거회상은 어디에 들어가야 할까? 역시 플래쉬백인가? 아무튼 어디에??

과거는 어린 시절 비슷한 개에게 물린 뼈아픈 추억. 흰색 스타킹에 박혀 선명히 배어나오던 핏자국.



내가 도착한 곳은 도서관. 도서관에서 조는 모습과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컴퓨터로 지금 이 글을 쓴다.

혼자 밥 먹고 무료한 모습 뒤에 집에 가는 길에 거리에서 어떤 아가씨가 누런 개를 붙들고 "왜 울었어?"하고 묻는 걸 본다. 그 개도 집없는 개. 아가씨는 "눈가가 까맣잖아~ 왜 울었어, 웅?"하고 애기 어를 때처럼 개의 앞다리를 붙들어 세우고 말한다.

 

나는 자꾸 뒤돌아보며 걸어가다 생각한다 '갑자기 인류애가 솟구쳤다. 왜 인류애인지는 모른다"

 

-END-


"" 분류의 다른 글

세포 단위의 사랑2022/03/27
반영구적으로 안아줘2020/10/05
야오이 소설 읽는 여자2016/04/10
신랑 냄새2015/12/08
중년의 시2015/04/2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