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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6
    정혜자 선생님(6)
    뎡야핑

정혜자 선생님

나이가 많다고 다 선생님인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란 말이 나왓다. 태어나서 처음-ㅁ- 아마 먼저 만나고 있던 반다가 선생님이라고 부르길래 따라한 걸지도.

 

일본의 미후타후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며, 구성원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다양한 단체이다. 아직 자세히 모르지만 기본 기조는 비폭력인 것 같다. 다만 70년대에 적군들이 팔레스타인에 들어가 총을 들고 이스라엘에 대항해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폭력투쟁을 전개했고, 현재도 30년 넘게 이스라엘 감옥에 갇혀 있는 일본인이 있다고. 몇 년 전 일본으로 강제환송된 한 적군은 공항에서 이스라엘 점령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며 자살했다고도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더 모르겠고. 그때의 사람들은 지금 주요 구성원은 아니지만, 일본 전역의 활동가들이 모임을 할 때 오고, 그들도 오긴 온다고 한다.

 

이 미후타후에서 정기적 잡지를 오프라인으로 내는데, 거기에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대한 소개글이 이번에 실렸다. 우리 단체에도 말없이 몇 부 보내주셨는데, 내용을 다 읽지 않았지만 엄청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 다양한 내용들로 구성됐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자주 왔다갔다 하며 현지 단체와도 활발히 교류하고 엄청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이다. 정혜자 선생님은 이 단체의 잡지를 한국에 오는 길에 우편함에서 발견, 한국에 와서 잡지를 읽고, 우리 단체를 알게 돼고 정기 모임이 금욜에 있는 걸 알고 만나고 싶다고 사무실에 찾아왔지만, 정기모임은 저녁에 한다-ㅁ- 그래서 헛걸음 하셨지만 또 연락해 주셔서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나이 들어서도 계속 활동하는 좌파 여성 활동가를 본 일이 없다. 여성주의 쪽이나 범민련에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만나본 적이 없고, 60대의 좌파 여성 활동가를 처음 보았다. 단지 그것만 놀라운 건 아니고, 오랜 경험만큼 나이만큼, 가지려 하지 않아도 가지게 되는 한참 연하를 대하는 나이 많은 사람의 자세가 전혀 하나도 없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겸손하고, 개방적인 척 안 해도 열려 있고. 조금만 권위적이어도 대화하기 불편한데 같은 연배와 이야기하는 듯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5시간 정도 내내 이야기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이것저것 많은 걸 얘기하느라고 깊게 이야기하지는 못했다. 5시간이 너무 짧았다. 일하게 된지 얼마 안 되어서 요즘 팔레스타인연대활동에 너무 소홀하다, 내가 여가 시간에 활동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니까 정말 그러지 말라고 우리가 짧은 시간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지 않냐고 길게 가려면 부담 가지면 안 된다고 말씀해 주시는데, 이런 이야기는 많이도 들었는데도 다르게 다가왔다. 이런 이야기를 익히 들었어도 항상 부끄러웠는데, 마음이 편안해졌다.

 

재일교포로서의 개인사도 많이 들었다. 너무너무 많은 이야기 활동도 어찌나 많이 하셨는지 홈리스 운동, 장애 운동도 하고 위안부, 동남아시아쪽(기억이 안 남-_-), 팔레스타인, 여성, 사형폐지 등등 많은 활동을 삶과 분리할 수 없는...

 

활동가로의 시간과 개인적 시간을 철저히 나누려고 하는 나이지만 활동이 생활이고 생활이 활동인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 감동적이었다.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모를 때는 괜찮지만, 알고나서도 가만히 있으면 너부 불편하잖아요? 라는 선생님께, 아니에요 운동하다가 그만 두는 사람 많잖아요 문제가 많아도 그냥 눈을 감아버리면 나는 편하잖아요, 라니까 으응 아니에요 어떻게 눈을 감아요 그게 더 불편하잖아요 라던 선생님;ㅁ;

 

만화 이야기도 하는데 안타깝게도 취향이 안 맞는 듯-ㅁ-?? 그보다 일본 만화가 좋아한다고 언급하시는 작가를 내가 하나도 몰라서-_-! 쓰게 요시하루가 좋다니까 아 그런 철학적이고 옛날 만화를 어떻게 알았냐셨다. 만화를 빌려주신다고 했다. 일본에 가서 빌려야 하나?

 

일본에서는 아닌데 한국에 오니까 환율때문에 부자가 됐다며 모과차도 동동주도 사주셨다. 본의 아니게 얻어먹으면서도 미안하지 않고 유쾌하게 만들어주시는 개그 센스. 올해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선생님 원하시는대로 한국에서 같이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만간 편지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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