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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반성 중

어디선가 얻은 맥도널드 쿠폰이 지갑 속에서 썩고있었다.

 

쿠폰은 총 6장, 한개는 치즈버거 한개 사면 하나 더 주는 1+1쿠폰이고, 두장은 맥에그머핀을 하나 사면 해쉬브라운을 하나 주는 쿠폰이었으며, 또 두장은 콜라와 감자튀김을 1500원에 준다는 쿠폰이었다. 나머지 한 장은 맥플러리 한 개 사면 하나 더 주는 쿠폰이었으나, 지지지난주 친구와 썼다. 반도 못먹고 느끼해서 버렸지만.

 

8월31일까지 사용가능한 이 쿠폰은 그렇게 해서 오늘 아침까지 나의 지갑 속에 고이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사실 알고보면 그놈의 햄버거 안먹은지 오래라 안먹어도 그만이고, 또 콜라랑 감자튀김 좀 저렴하게 먹는다고 입이 즐거운 것도 아니며, 해쉬브라운이 뭔지 모르겠으나 그거 얻어먹겠다고 이용 안하던 맥도널드를 이용할 필요는 없는데, 혹시 친구들과 사용하게 되지는 않을까, 사무실에 햄버거 좋아하는 삼*과 언제 함 가야지 그런 마음에 버리지도 못하고 거진 2달을 지갑 속에 잘 보관해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날짜는 가고 유통기한까지 다가오니 어찌나 마음에 조바심이 나는지, 어제는 사무실의 삼*과 사회팀 회의할 때 맥도널드로 가자는 약속까지 받아놓으며 '그날 그럼 2장쓰고'하고 머릿 속으로 쿠폰2장을 지웠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서울역 맥도널드에 굳이 들러 아침식사로 2000원짜리 맥에그머핀 하나 사고 결국 그 해쉬브라운을 얻어왔다. 머리 위에 구름 처럼 떠 있는 쿠폰이 하나씩 하나씩 빨간 줄을 긋고 사라지니  무슨 밀려놓은 숙제를 해치우듯하여 기분이 좋았더라.

 

짠계란에 무슨고기로 만들었을지 모르는 햄과 이를 둘러싼 뻑뻑한 빵까지, 아침부터 입안에 텁텁한 기운을 느끼며 '나 넘어간거야 넘어간거야' 반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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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대학 졸업생 000입니다.

학위 위조 논란은 최근 연예계로 옮아왔다. 

 

유명 텔런트, 연극인, 작곡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언론에서는 그간 쉬쉬해왔던 학위위조 사례들을 판도라의 상자를 연 듯이 연일 떠뜨리고 있다.

여론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허위학위를 기재해왔다는 것이 놀랍다는 표정이다.   

 

학위 위조 논란은 종교계로까지 확산일로에 놓였다. 

핵심부도 핵심부지만 논란의 파급력은 주변부에까지 골고루 끼쳤다. 

학위 위조 논란의 불똥을 맞은 연예인들은 학위사실 검증에 나서는 등 딴나라 이야기라거나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참, 필요치 않아보이는 공간에까지 학력을 기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개인 홈페이지며, 포털인물정보란에 허위 기재된 학력을 확인하면서 왜 학력이 그렇게 무분별하게 기재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언론도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결국 한국사회는 당위보다 학벌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현실을 선택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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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이란 숫자를 세발짝 앞두고서

액면가 30.

얼굴만 봐서 나이 30세로 보인다는 말.

나이 30세를 넘긴 사람이야 들어서 나쁠 건 없지만, 방년 18세 고등학생 때부터 이말을 들었다면 사정은 달라지겠다.

 

그 덕분에 고등학생 신분으로 나이트(클럽)도 별다른 제재 없이 드나들 수 있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동년배에게 '선생님~' 소리를 듣거나, 멋모르고 따라나온 사촌동생 때문에 애엄마 소리를 듣는 것은 달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뒤로 나잡빠질 충격이었다.

 

그 때마다 지인들, 삐져나오는 실소를 꾹꾹 누르며, "야! 넌 키가 커서 사람들이 성숙하게 보는거야"라고 위로하곤 했는데 나이 따라 키도 큰다면, 우리 할머니는 천장을 뚫고도 남았을 거다!!!!!!!!!!

 

그렇게 어느덧 나도 액면 뿐만 아니라 물리적 나이도 30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앞머리를 낸 것을 두고도 몇몇은 "낼모레 30, 니나 발악을 하는구나"라고 안타까워 하는데, 아무리 '큐티'를 연발하며 염원했다손, 176센티 거구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라 자부하며.."발악은 아닌데.....정 그렇다면 차라리 몸부림 정도로 하자"라고 한 발 물러서고 있다. 물론 다소간 어려보이고 싶었던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탈만 변해서는 젊게 살 수 없다는 갑자기 찾아온 그 분, 나를 요가의 길로 이끌었다.

대체로 건강하게 살아 나쁠 것 없으니 돈도 시간도 투자할만 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2년간 '운동' 못하고 '참세상'에서 불려온 몸이 차츰 다듬어지는 것을 몸소 느끼며 현재까지 약 2주 요가수업을 받았다.

 

어제 10일, 늦은 8시 요가학원으로, 운동도 중독이라 하루라도 빠지면 몸이 찌뿌둥해 하루 걸러보자는 마음을 다잡고 가장 늦은 8시30분 타임 요가를 듣겠다는 심산이었다. 딱 맞춰 나왔다 싶었는데, 차도 안 밀리고 예상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해 요가실 밖 마루에서 매트를 깔고 기초스트레칭에 매진하고 있었다.

 

요가학원에서는 숨쉬기도 코로만 하기를 권하기 때문에 도통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땔 기회가 없는데, 이날 처음으로 데스크에 앉아있던 언니가 말을 걸어왔다.

 

"요가는 좀 하셨어요?"

"아니요"

"유연하신 편인가봐요"

"네 그런가요"

"83?" 

"네?? 아니요 81이예요"

 

83.....그건 분명 몸무게도 아니고, 키도 아니고 나이를 뜻하는 숫자, "요가선생님이 다른 곳보다 전문적인 것 같다"느니 "요가 2주 됐는데 몸이 가벼워졌다"느니 그 때부터 나 말 무진장 많아졌다. 

 

듣기 좋은 소리는 귀를 접으라고 했는데, 접기는 커녕 팔랑대기까지. 요가학원에서 요가수강생에게 듣기 좋은 소리로 다음달 요가도 끊기를 유도하는 상업적 수사라고 치부하기에는 귀에서 머리보다 가슴이 더 가까웠던 듯 싶다.

 

요가 끝나고 비오는 거리를 거의 날으다시피 정류장으로 향하며 가벼운 농이 통할 정도의 친구 몇에게 '83'과 연관된 문자까지 했다.

 

'나 오늘 83이냐는 소리들었다 경위는묻지마라 여튼 협박은 안했다'

.

.

.

.

.

그리고 버스에 앉아서 자문했다.

 

나는 왜 어려보이고 싶은 걸까?

 

사회에서 요구하는 생산력 무능 '늙은 여자', 그 모호한 경계를 줄타기 하며 언젠가는 자연스레 놓아야 하는  젊다는 특권을 기득권 삼아 저항하기 보다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여성들에게는 마지노선처럼 상징화된 30이란 숫자를 세발짝 앞두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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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상적(?)인..

'좌파신자유주의'라는 모순과 중도우파들의 한미FTA 반대 단식농성 이라는 모순의 극치 속에 심지어 우박까지 내리는 초유의 날씨, 인권단체들은 불복종이라는 너무나 '정상적인'(?) 방법을 택했다.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대조해 본다면 그것은 너무 비모순적이었다.

 

그러는 사이 한미FTA 타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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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루 한미FTA는 중단되어야 할 모양이다

진짜 진짜 한미FTA는 중단되어야 할 모양이다.

근거 없다. 그냥 날씨가 구리다. 이런 걸 보고 하늘도 노하였다고 하나 보다.

 

중동 간 놈현을 알라나 모르겠다. 국내의 날씨 사정을.

돌아오는 길에 우박과 번개 조심해얄 거다. 이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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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이제 백일을 훌쩍 넘겼네요. 언제 크나 했는데, 벌써 뒤집기도 하고 고개도 들고, 되뒤집기까지 합니다. 지난 주말에 가보니 언니는 서준이 키만한 운동장을 치워버리고 마루 한가득 차지하는 매트를 깔아놓았더군요.

이제 마구 뒹굴러 다닐때가 되었다며 단단히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서준이 엄마 아빠는 주말마다 눈썹이 젤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니모'를 찾아 헤맵니다. 그래야 좀 이것저것 개인 일정들을 소화할 수 있어서 겠지요. 서준이도 '니모'를 찾는 모양입니다. 뒤집더니 고개를 번쩍 드네요. 그것도 카메라를 향해서 말이지요. 서준이는 놀아달라고 그러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아지면 흥분을 하는지 잘 시간이 되어도 잠을 청하지를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언니는 "서준이 잘시간이니깐 자야 돼"하면서 재우려 합니다.

 

근데 이 녀석 잠투정이 너무 심합니다. 한참을 안고 흔들어줘야 잡니다. 그냥도 안자고 꼭 우는데, 꼭 만화에 나오는 얘기처럼 정말 그렇게 자지러지게 웁니다. 아기는 잠자는 '뭐'가 없다더라구요. 그래서 괴로워한다는데, 이걸 또 계속 이런 식으로 재워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육아는 뒷짐지고 한손으로도 가능하다고 자부하는 친구 하모양(조카만 둘. 요즘 이 친구의 형부는 친구가 잠깐 한눈 팔고 있으면 '처제 일 안하고 뭐해'라는 농담을 듣는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이 나라의 언니들은 여동생이 없으면 육아를 못할 것 같습니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우리 시은이는 5시간이고 내버려뒀어. 마음아파도 몇 번 그렇게 하면 그 뒤로는 혼자 잘자"라고 하더라구요.

 

잠 많이 안자면 잘 안자란다는 데 이제 버릇을 단단히 들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단단히 마음을 다잡습니다. 휴...

 

"이 녀석 이제 혼자 자야 돼 벌써 150일이 다되어 가잖어 이제 혼자서도 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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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랑해?!

세번째. 동명이인의 KBS 아나운서 앞으로 오는 펜레터가 오늘로 벌써 3번째다.

첫 편지를 받았을때의 주변인의 충격, 경악, 놀라움, 즐거움 등의 반응과 함께 우수워하던 것도 시들해지고 관심도 떨어진 지금 처음으로 무감정으로 편지를 보게 되면서 의문이 들었다. 

 

발신자는 충남에 사는 40살 김씨. 악필에 맞춤법도 대체로 맞지 않다. 그렇더라도 의사전달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늘 두장 분량으로 보내는 편지는 내용과 형식에서 일정한 유사성을 띄고 있고 간단한 메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인데. "나는 어디에 사는 누구고, KBS2방송국텔레비전 세상은 아침 아나운서 누구누구를 사랑합니다. 저와 결혼해 주신다면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너무 이쁩니다"가 주를 이룬다.

 

근데 오늘의 편지는 좀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담겨있다.

"사진보내주세요. 예전부터 팬이고 지금도 팬입니다. 여행을 가고 싶어요"

 

일방적인 애정표현에도 진도는 나간다. 원래 '사랑'이라는 것이 근거가 없고, 이유도 없고 그러다 돌아서면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지만, 오랜만에 구구절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만 외치는 프로포즈를 관찰하다보니 역으로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가 궁금해진다. 참, 성격도 모나서..

 

처음으로 내가라도 답장을 한번 해볼까 하는 심술궂은 생각도 든다.  "근데 어떻게?"

사랑에 빠져드는 것은 한순간, 이후 그 사랑을 가꿔가고 유지해가는 것에 더 큰 공력이 들기에 자신의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고 가꿔갈지에 대해 스스로 자문할 수 있는 자세는 되어있는지 자못 궁금증이 솟는다.  

 

"도대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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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과 A형

혈액형 판별을 선호하지 않으나, k군을 동행으로 삼은 것은 올 들어 최대의 미스테이크 중 하나였다. 봄을 탄다는 말 또한 즐기지 않으나, 기분전환이 필요한 봄날도 있는 법이기에 화창한 주말 차도 없는 인간이 드라이브를 즐길 심산으로 주변의 차있는 인간을 머리 속에 헤아리면서 하필 k군을 떠올린 것은 그의 나에 대한 무한애정과 철면피에 싸가지까지 없는 나의 율퉁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거기까지는 그럭저럭. 역시 k군은 "바람쐬고 싶다"는 나의 통보에 아무말 없이 나와주었다. 만나서도 나의 태도는 변함없이 "바람쐬고 싶다.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녀보자"였다. 그리고 무표정과 침묵, 간간히 들리는 라디오 소리에나 때때로 주목하면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강남 모처의 커피숍에서 종종 만나곤 했던 k군이 꽤 과묵했던 기억이 있었던 터였고, 꽤나 친한 관계라고 생각했다. 그런 관계 유지는 나의 노력에 의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때되면 문자하고 연락하는 사람은 그였으므로. 물론 우린 꽤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만남의 빈도수는 많지 않았으므로 그것이 그의 모두라도 생각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그는 나의 태도를 불편해하는 것 같으면서도 잘 맞춰주었다. 그러나 한가지.  

 

"어디로 갈까?", "어디로 바람쐬러 가면 될까?", "가까운 바다나 보러 인천을 갈까?" k군은 약 10여분간 방향 잡는 질문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가 그의 이야기를 떨어놓기를 원하지 않았고, 기대도 안했지만, 나에게 어떤 답을 기대하고 질문을 던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탓에, 심지어 "어디로?"라는 질문에는 정말 막막했다.

 

"글쎄", "아무데나"

 

그리곤 방향 표지판이 나타날 때마다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를 연신 물었다. 그리고 잠시 헷갈렸다. 그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은 걸까? 나름 기분을 맞춰준다고 저러나??라는 생각도 잠시. 식사시간이 다가오면서 어떤 결정에 있어서 나의 의견도 듣고 싶었던 것이 분명해졌다.  

 

"이 근처에서 먹고 갈까? 아님 서울로 방향을 틀까?", "뭐먹지?"

 

오랜만에 신경이 곤두섰다. 처음 내가 그에게 전화를 해서 "나 바람쐬고 싶다. 드라이브나 시켜주라"라고 제안, 아니 통보를 했을 때 "봄 타냐? 그러자"라고 소위 쿨하게 응해와서 난 내 상황에 대해 설명할 필요를  못느꼈다. 때때로는 그런 설명없이 조용히 나와주고 기분 맞춰줄 이가 필요했고 k군이 적절하게 신경써줄줄 알았다. 그래서 레스토랑에서 처럼 "고기는 미듐으로, 음료는 레몬든 물이면 되고, 샐러드에는 포도씨유드레싱으로"라며 일일이 내 테이스트를 주문할 필요를 못느꼈다.  

 

애초에 내 잘못이었다. 나 역시 결단력이 있는 인간은 아니었고, 누군가 알아서 돌아다녀주길 바랬던 것 같다. 내 기분에 눈치껏 맞춰주면서. 이런 나를 이기적이라고 한다면, 난 적어도 그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다.고 봤다. 물론 나는 차가 없고 드라이브는 시켜줄 수 없지만, 여러모로 내가 그에게, 그가 나에게 어떤 사람이었고 관계였느냐에는 상당한 오해가 있었음은 확실해 보였다.  

 

그쯤되어서는 뜻하지 않게 기분을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서울가서 먹자.  뭐 먹지? 넌 뭐먹고 싶냐? 고기 먹을까? 아니면 간단하게 먹을까?"

"글쎄. 니가 먹고 싶은거 아무거나 먹자"

 

이런 걸 반전이라고 하나. 낙담하며 '부산도 갔다왔겠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밥도 니가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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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er's daughter가 몰고온..

낯익은 노랫소리에 젖는다.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현재적 쾌감, 급변한 생활 속 갑작스러운 여행이 주는 놀라움, 사회에서 거부된 만남이 몰고오는 의심,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몸은 가벼운 듯 붕뜬 기분, 속해있지 않은 사실상 사회에서 거부된 자유로움과 그와 섞여 몰려오는 견딜수 있을 정도의 불안함, 책임과 의무가 결여된 이성에게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설레임, 그에게서 풍겨오는 코끝 시린 향의 안정감, 손 머리 얼굴 팔 등으로 스쳐오는 스킨쉽이 주는 떨림, 

 

타인 속 나만의 자존감, 가족을 배반하는 스릴, 지인의 언행에 대한 적절한 무시가 가져다주는 뜻하지 않은 불편함 그러나 알고 보면 안도감, 매일매일의 궁금증, 일상에 대한 질문과 날아오는 답들에 대한 아이러니.

 

 

blower's daughter. 우연히 노래를 듣다보니 떠오르는 감정들이다. 불과 2,3년 전에 눈만 뜨면 들었던 노래였음을 기억하고 보니, 그랬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인 개인의 고민까지 미화시켜버리는 음악의 몰지각(?)은 넘어가고 잠시나마 과거의 감정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과거를 이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상 나쁜 일은 아닌 듯 하다. 

 

근데 돌아보고 생각하니 당시 난 참 복잡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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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마음 속에 있는거죠~

명절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는 줄로만 알았다.

 

P양은 금요일부터 긴 연휴를 맞이하며 들떠있었다.  남친과 여행갈 목적이었다. 1박2일간의 짧은 여행이라고 덧붙였다. 어디로 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 사이 K군은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엔화가 하락해서 여행이 어렵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화요일까지 연차를 냈다고 했다. 올해는 연휴가 짧다고 아쉬워했다.

 

언니는 금요일 아침부터 언제 오냐고 물었다. 명절에 시댁가는 것을 죽기 만큼 아니 죽기 보다 싫어했던 언니는 백일된 아이를 무기로 안찾아뵈도 될 줄알았던 기대가 무너졌다며 탄식했다. "만삭때랑 서준이 돌되기 전까지는 안가도 될 줄 알았어"

그랬던 언니의 기대는 깨졌다. 언니의 시부모님은 많이 아팠다. 근데 나를 찾은 까닭은?

전,잡채,나물 등 음식을 만드는 동안 조카를 봐야해서 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무릎에 앉아서 노트북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는 이 녀석.

 

그렇다 명절은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있었던 거였다.

그러나 금요일 오후 나는 명절의 실체와 마주했다. 서울역.

늘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는 곳이지만, KTX승무지부 조합원들의 농성장도 없어진 그곳에는 '잘 다녀오시라'는 경찰의 설인사와 귀성길 풍성한(?) 시간이 되라는 경제지들의 판촉행사, 벌러덩터진 데이 재고 떠리를 위한 d도너츠의 가격할인행사 등이 인파가 밀려드는 틈바구니 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만은 설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이 뉴스다. 고대총장 사임 소식도 뒤로 밀렸다. 정인봉의 이명박을 상대로한 소송도 마찬가지 신세. 방송3사를 비롯해 주류 일간지들은 서울역을 주목했다. 

 

민중들의 명절을 실체로 만나려는 이들의 노력과 관계 없이 나는 오늘도 명절을 마음 속 품 안에 담는다. "서준아~노~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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