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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더러운 청정에너지-수소에너지

그들만의 더러운 청정에너지-수소에너지

기관지노힘  제59호

 

전기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나 생산 과정을 바꾸어 놓았다.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한 레닌도 전기 도입을 국가 핵심과제로 보았고 전기관련 기술을 전쟁과 혁명으로 파괴된 러시아를 소생시킬 핵심기술로 믿었다. 1920년대 의회에서 그는 "코뮤니즘이란 소비에트 권력과 국가 전체에 전기 시스템 도입(전기화)을 합친 것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전기는 그의 이런 희망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전기 생산이 주요 원료인 석유의 매장량은 중동에 65%가 밀집되어 있다. 이 중 사우디는 25%, 이라크는 11%에 이른다. 이러한 희소성은 아랍의 왕족들과 소수 석유자본의 독점을 용이하게 했고, 때로는 그들 사이에 전쟁의 씨앗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전기 생산을 위해 방출되는 배출 가스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지난 세기에 비해 0.6℃ 상승하였고 2100년까지 1.0℃∼3.5℃ 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것은 지난 1만년동안 나타났던 것보다 더 큰 기후변화라고 한다.

에너지원으로서의 물(H2O)

만약 물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로 자동차를 굴릴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것이 다시 물이라면 물은 최고의 에너지원일 것이다. 또 물은 어디에나 널려있어 대동강 김선달이 아니면 독점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수소 연료 전지(Hydrogen Fuel Cell)라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수소 연료 전지는 말 그대로 수소를 연료로 하여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수소는 물에서 추출되고 이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산소와 결합하여 물을 배출하고 전기를 발생시킨다. 물을 원료로 수소를 만들고 다시 물을 방출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 기술이 완성된다면, 물을 이용해서 누구나 자유롭고 저렴하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므로 가장 먼저 석유자본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이상 이라크 전쟁과 같은 비극은 없을 것이다. 『노동의 종말』 저자 제러미 리프킨도 그의 저서 『수소혁명』에서 "수년 안에 컴퓨터, IT혁명이 수소 에너지 혁명과 융합되면서 사상 초유의 진정한 민주에너지로 자리 잡을 것이고 수소는 그야말로 에너지 연금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쩌면 레닌이 전기에 대해 가졌던 기대가 21세기에 실현되는 것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그런데 부시 정부가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한단다

부시 정부는 2003년 의회 연설에서 12억 달러를 연구 자금에 사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미국은 (수소 연료전지를 적용한) 청정 수소 자동차(일명 '자유-차','Freedom-Car') 개발에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2020년까지 전체 수송에너지의 20%를 수소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석유 기업 출신이며 석유자본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부시는 최근 수소 연료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부시는 물론이고 체니 부통령, 내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모두 석유기업 출신이고 그의 아버지 부시도 현재 석유 기업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데도 그들은 석유가 아닌 다른 에너지원 연구를 지원한다고 한다. 또 미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36%를 배출하고 있는 가장 큰 오염원인 국가이다. 더욱이 부시 정권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기 위한 교토의정서에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시 정권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걱정하면서 청정 수소 자동차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 기간의 일시적인 쇼로 보기에는 너무나 진지하다.

부시의 수소 연료(전지) 기술에는 다른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수소는 자연 상태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다른 원료로부터 추출해야 한다. 수소를 얻기 위한 원료로는 화석 연료인 탄화수소나 물이 있을 수 있고, 곡식으로부터 얻은 에탄올도 가능성이 있다.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로 수소를 얻는 기술은 현재 사용 중인 기술인데,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청정에너지로 볼 수 없다. 그리고 물을 통해 열적/화학적/전기적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소를 얻을 수 있는데, 이때 태양력이나 풍력을 이용할 수도 있고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 중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한 기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구별해서 '원자력 수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자력 수소'는 물을 연료로 한다고 하지만 원자력 발전이 갖고 있는 모든 모순들 즉 핵 폐기장 문제, 방사선 문제 등을 가지고 있으며, 독점적이다. 원자력 발전을 분산적으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원자력 수소는 물을 연료로 하지만 독점이 용이하다.

이러한 다양한 기술 중에서 부시정부가 어떤 기술을 선택할까? 부시정부는 '악의 축'의 면모를 버리지 않았다, 그는 「국가 수소 에너지 로드맵」에서 수소 연료를 천연가스 등에서 90%를 나머지 10%는 원자력에너지를 통해 양산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지속가능한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을 이용해서 손쉽게 수소를 얻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개발한 수소 연료는 전혀 청정하지도 석유자본에 독립적이지도 않다. 애초 부시정권은 이러한 가치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예산은 화석연료나 원자력을 통한 수소 연료 개발에 집중되고 있고 청정에너지 분야에는 오히려 삭감되고 있다.

석유자본들은 이미 다가올 수소시대에도 이윤을 챙기기 위해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은 1999년부터 국가나 과학기술자 주체의 수소 연료전지 관련 조직에 빠짐없이 참석해서 주도권을 잡았고, 수소 연료전지의 주류 연구 방향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수소 연료 관련 핵심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인수 합병하는가 하면 주요 특허들을 수집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기업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에서 2번째로 크고 10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 엔터지(Entergy)사는 수소와 전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자유-반응로(Freedom Reactor)"라는 원자로를 미국에 건설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79년의 스리마일 아일랜드(TMI) 원전 사고 후 원전건설의 신규신청이 없었지만 부시정부가 들어서면서 2010년까지의 원전의 신규건설을 촉진하기 위한 '원자력 2010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힘을 얻고 있다.

20세기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유 자본/원자력 자본은 그들의 독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태양이나 바람과 물을 에너지원으로 개발했을 때, 그것을 석유라는 상품처럼 독점하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고, 핵에너지처럼 중앙 집중식으로 통제하는 것도 힘들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태양을 독점해서 '태양 이용료'를, 바람을 독점해서 '바람 이용료'를 받아 낼 수 있을까?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그러나 그들이 희소성이 없는 풍부한 대안 에너지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처럼 경찰력을 동원해야 하고 엄청난 이데올로기 공세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자본 스스로 개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부시 정부는 자본주의 철학에 맞게 지구온난화 방지보다는 다국적 석유자본과 핵에너지 자본의 이윤을 보장을 우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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