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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시각으로 난자매매, 대리모 문제를 바라보자

/*참세상에 기고한 글을 일부 보충해서 [현장에서 미래를]에 제출한 것입니다. 암튼 난자매매, 대리모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조명해 보려고 했습니다. 글을 적으면서 고민의 핵심은 종교적 우파의 논리와 기술주의적 논리의 함정을 견지하면서 그들의 옳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입장을 다급하게 정리하느라 빈틈이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읽어 보시면 많은 의견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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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시각으로 난자매매, 대리모 문제를 바라보자
(저항 주체를 중심으로 난자매매, 대리모 문제를 바라보자. Ver1.1)


김영식 / 한노정연 연구원, 과학기술자

한 차례 황우석 교수의 과학 파노라마가 노랗게 지나간 자리에, 언론은 황 교수가 ‘자발적 기증’을 받았다는 난자 이야기로 다시 물들이고 있다. 배아 줄기 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들 중 상당수는 '자발적 기증'이라는 황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그의 연구에 사용된 난자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매매한 난자였고 심지어 같은 팀 연구원의 난자까지 사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11월23일에는 한 국회의원에 의해 우리나라에 만연된 난자매매 사례들이 발표되었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 2곳에 개설된 7곳의 카페에서 난자 매매 의뢰 152건, 구입 의뢰 26건 등 179건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역시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었다. 이번 발표에서는 난자 매매뿐 아니라 과거 씨받이를 연상케 하는 대리모 문제도 밝혀졌다. 현재 난자를 거래하거나 대리모를 구하는 국내 인터넷 사이트는 1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한 사이트 당 회원이 2000∼3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거래 희망자 수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임신-출산 기술(reproductive technology)

문제가 되고 있는 난자매매와 대리모는 불임부부를 위한 인공수정(체내 수정)이나 체외수정에 이용된다. 18세기 말부터 적용된 인공수정((IUI)는 자궁경부의 점액이 비정상적이거나 정자의 수가 다소 적은 경우 시행하는 방법인데, 배란기에 정자를 채취하여 여성의 자궁 내에 이를 넣어 주는 방법이다.

그리고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IVF-ET)이 있는데, 여성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수정시킨 후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기술로 나팔관이 폐쇄된 여성은 물론 난소가 없는 여성, 폐경기가 지난 여성도 아이를 가지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배우자간의 인공수정의 형태로 시작되다가 1884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대리모를 통해 인공수정으로 발전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여성 난자의 또 다른 사용처는 배아 복제기술이다. 배아 복제 기술에는 생식세포 복제와 체세포 복제가 있다. 생식세포는 말 그대로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서 복제하는 방법이고 체세포 복제는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서 복제하는 방법이다. 두 경우 모두 여성의 난자를 필요로 한다. 생식세포 복제는 1983년 복제생쥐 이후에 양(1986), 소(1987), 토끼(1988), 돼지(1989), 쥐(1993), 염소(1997)로 이어졌고 체세포 복제는 유명한 복제양 돌리(1997)로 부터 시작해서 소(1998), 쥐(1998), 염소(1999), 돼지(2001), 고양이(2002) 등으로 이어졌다. 황우석교수의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는 역시 최초(2003년 2월. 논문 발표는 2004년 2월)로 ‘인간’의 체세포 복제를 성공시켰기 때문이다. 이후 인간복제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었고, 복제에 대해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러자, 배아 복제 연구가 활로를 찾은 것(응용분야)이 치료를 목적으로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 세포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난자매매와 대리모

한국의 경우 난자 매매는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금전 거래가 아닌 난자기증은 허용하고 있다. 영국도 불임 환자가 난자 제공 여성을 스스로 데려오는 것이 가능하다. 단 ‘인간 수정 및 발생 기구(HFEA)’에 등록을 해야 한다. HFEA는 최근 자문을 하면서 정자 기증은 한 번에 50 파운드, 난자는 최고 1천 파운드 정도를 적정 보상비로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도 난자를 제공한 여성에게 돈을 주는 것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통상 난자 수혜자가 제공자에게 2500달러에서 1만5000달러를 지급한다. 난자 제공자를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모집할 수도 있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에서도 난자 제공자를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크로아티아에서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는 수출할 목적으로 그의 환자들로부터 난자를 추출한 사례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 루마니아에서는 ‘Global Arts Clinic' 이라는 곳에서 사람들로부터 난자를 추출하여 유럽연합으로 수출한 사실이 2004년 말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대리모의 경우 영국, 이스라엘 등 10여 개국에서는 관련 법안은 없지만 대리모계약을 인정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한걸음 더나가 대리모를 공식적으로 등록시켜 정부가 대리모에게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방안을 검토(2001년)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불임치료 센터에서 불임 부부와 대리모의 임신, 출산 계약을 중개해 주어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영국의 경우, 영리적인 목적의 대리모 계약과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도 관련 법안이 없지만 대리모 출산 건수는 불임전문병원별로 한해 10여건, 전국적으로 약 100여건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001년). 그들은 대부분 극도로 어려운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업가정의 주부, 이혼녀, 카드빚에 찌들린 젊은 여대생들이다.

그리고 여성

초기 많은 여성운동가들은 새로운 인공수정을 비롯한 임신-출산 기술이 낙태 기술처럼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더 큰 선택권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여성이 임신, 출산 수유라는 생물학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녀양육을 맡게 되었고 그래서 생존을 위해 남성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대리모와 임신-출산 기술은 여성의 몸 밖에서 임신과 출산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불평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독신 여성을 비롯하여 레즈비언과 게이들과 같은 성적소수자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갖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현실과 달랐다. 새로운 임신-출산 기술은 여성의 출산 능력을 대상화하고 남자의 유전자를 계승시키려는 욕망에 특권을 부여하였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출산으로 부터의 자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혼한 남자가 유전적 자손을 얻게 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일반 의사들은 독신 여성이거나 레즈비언, 생활 보호 대상자 및 기타 좋은 부모로 판단되지 않을 때는 이 시술을 거부했다. 법원에서도 정상적이라 생각되지 않는 부모의 경우 이러한 시술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를 위해 아버지 역할을 할 사람이 없을 때, 예를 들어 레즈비언이나 독신 여성의 경우, 아버지의 권리는 정자 기증자에게 주어진다.

대리모 역시 자신의 유전자를 아이에게 주려는 남성의 욕망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불임일 때 대리모에 의존하는데, 이 경우 아버지와 아이들 간의 생물학적 관계는 높아지지만 상대적으로 어머니의 경우 가치가 줄어들게 된다.

이와 같이 새로운 임신-출산 기술은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출산하고 기르는 것을 모든 여성들만의 자연스러운 상태로 강제하고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을 할 강제하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여성의 신체는 새롭고 증명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 실험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생학과 인종 차별

나치는 우생학을 이용해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유태인과 집시를 학살하기도 하였다. 나치보다 먼저 우생학을 적용한 나라가 있는데, 바로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이었다. 미국에서는 1926년에 우생학을 기초로 단종 법안이 제정되었으며 이 법안은 정신박약아, 불구자, 유전적 질병을 가진 자들은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강제 불임 수술을 시행하였고, 심지어 알코올 중독자나 범죄자에게도 적용하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이 법이 시행되는 기간 동안(1926-1935) 유전병, 신체부자유인, 정신박약아들에 대해 9931명을 강제로 단종 시켰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우생학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임신-출산 기술, 유전공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임신초기에 양수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남자아이만을 선별한다든지, 유전적 결함이 있는 태아를 낙태시키는 일은 흔한 일상이 되었다. 난자매매의 경우도 상류층 대학의 여성들의 난자를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다.

또 미국의 흑백간의 인종차별 문화는 임신-출산 기술에 그대로 반영된다. 흑인 여성의 경우 백인여성보다 불임률이 1.5배 높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각종 성병에 대해 치료를 못하고 있고, 영양 결핍과 출생과 낙태의 어려움 그리고 작업환경의 위험성 등에 기인한다. 그러나 인공수정의 경우 백인의 1/3 수준 정도뿐이다. 불임 시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흑인이지만 인공수정을 가장 많이 하는 부부는 고학력이며 풍요로운 백인들인 것이다.

위험성

일반적으로 여성의 난자 추출 과정은 남성의 정자 추출 과정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장기기증에 비해 훨씬 적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추출할 때, 한 번에 많이 얻기 위한 과배란 방법을 선택하는데, 이 방법은 신장 이식과 유사한 외과적 절차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여성의 난자 추출과정은 남성의 정자 추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오히려 신장 이식 과정과 유사하다. 심지어 어떤 학자는 오히려 신장 추출보다 더 위험한 것이라는 주장한다.

과배란 과정에서는 난소에 다수의 난포가 생기도록 하기 위해서 자궁내막 위축제인 루프로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를 사용한다. 이 약은 관절통에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그리고 가슴 통증이나 메스꺼움, 우울증, 시력감퇴, 뇌하수체 기능 상실, 고혈압, 빈맥, 천식, 심장기능 장애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리고 뼈 밀도 역시 전체 뼈에 대해 7.3% 정도 낮아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리고 난소를 과자극해서 낭포를 만들 때, 난소가 커지거나 채액 체류와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자주 발생되는 부작용으로는 난소과자극증후군(Ovarian Hyperstimulation Syndrome : OHSS)이 있는데, 이것은 혈액응고 장애, 신장 손상 등의 위험이 나타난다. 이 증후군의 발생건수는 0.5-5%에 이른다. OHSS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난소 자극은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 급성 동맥폐색 (Acute arterial occlusion), 뇌졸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배아 줄기세포연구를 위해 난자를 추출할 때 체외 수정보다 윤리적 측면에서 훨씬 더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과배란에 대한 유혹이 많이 있다. 체외수정에서 과배란을 유도하는 이유는 체외수정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이고, 실패할 경우 다시 반복적으로 난자 추출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하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단지 실험용 난자를 많이 얻기 위해서 이다. 황우석 교수팀도 처음에 1개의 배아를 복제하기 위해서는 242개의 난자가 필요했다.

자본주의, 상품화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저항 주체가 생긴다.

이러한 임신-출산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주장은 모두 옳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서만 본다면 임신, 출산 낙태의 문제에 대해 자연적인 것이 좋은 것으로 보는, 다시 말해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자치권과 선택의 문제로 보지 않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대립지점은 배아의 위상에 대한 논의로 부터 시작한다. 반대하는 측은 배아가 인간이거나 인간이 되기 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파괴하는 행위는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찬성하는 진영은 매우 다양한데, 배아 줄기에 사로잡혀 있는 관념을 피할 수 있을 만큼은 다양하지 않다. 이들 두 진영 모두 여성은 빠져 있다.

전형적인 맑스주의 입장도 이와 유사한데, 단순히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영역이라고 가정함으로써 가족 내의 노동 분업에 대해선 본질적으로 비-착취적인 것이며 자연적인 것이라고 선험적으로 가정해 버린다.

이렇게 임신, 출산 등의 생식기술과 대리모가 모든 여성들에게 억압적이라고 주장한다면, 자신의 딸을 위해 손녀를 낳아 주는 할머니의 사례나 이타적으로 난자를 기증하거나 대리모로 자청하는 사례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의 생각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 연관된 권력관계를 너무 단선적으로 보는 것이며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저항적 의미를 보지 못한다.

임신-출산 기술을 둘러싼 정치에는 분명 특별한 무엇인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새로운 임신-출산 기술로 아이를 낳기 위해서 5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정자와 난자를 생산해서 기증할 사람과 대리모 그리고 태어난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있다. 이 경우 진짜 부모는 누구일까? 보통의 경우 아이를 키워줄 사회적 부모, 즉 임신-출산 기술을 소비하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소비자가 있다는 말은 생산자가 있다는 말을 의미한다. 생산자는 곧 노동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난자 매매에서 여성은 난자라는 몸의 일부를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하고 대리모는 태아에서 출생까지 아이가 살아갈 환경과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한 노동을 한다. 이와 같이 화폐를 위해 여성은 대리모 노동을 판매하고 자신의 몸속에 생산된 난자를 상품화한다. 이러한 노동은 집창촌의 성노동자와 비교되는데 성 노동은 비생산적인 성을 상품화 하는데 비해 임신-출산과정의 노동은 기술을 통해 생산물을 상품화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성노동자 운동이 있듯이 대리모 노동자운동, 난자 생산 노동자 운동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영향은 자연적인 영역과 생산적인 영역, 가정이라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만리장성을 무너뜨린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적 경향을 통해서 여성이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른 임금 노동과 마찬가지로 잉여가치를 착취당하고, 생산결과물로부터 소외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저항의 주체인 노동자의 입장에 설 때만, 배아나 태아의 생명존중을 내세우면서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적 우파진영이나 그 모든 기술에 유토피아적 전망을 제시하는 친시장주의자들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난자 매매에 대한 과배란 처방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고발하고, 음성적으로 거래되어 착취당하는 대리모/난자매매 문제 그리고 임신-출산 기술에 배어 있는 우생학적 이데올로기 등 다양한 자본주의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논란 속에서 다시 한 번 강조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가정에서 임금을 지불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임신-출산 ‘노동’에 대한 새로운 평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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