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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는 안 돼! 그런데 동물 복제는?

인간복제는 안 돼! 그런데 동물 복제는?

/* 노동자의 힘에 기고한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이후, 논쟁의 한 주역이었던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은  스너피 복제에 이어 아프간하운드 암캐 3마리의 복제에 성공했다. ‘보나(Bona)'라는 이름을 가진 개는 2006년 6월에, 피즈(Peace)와 호프(Hope)는 7월에 태어났다. 예전과 같이 열광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들의 과학적 성과와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인간 복제의 경우 그 위험성만큼이나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서 몇몇 사이비 종교 집단이나 소수 과학자를 제외하고는 인간복제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다. 특이하게 1997년 당시  ‘인간 복제권 연합전선(CRUF)’이라는 단체를 구성한 동성애자들은 인간복제를 지지하였다. 그 이유는 ‘이성애자 동성애자 할 것 없이 자신의 유전자를 지닌 아이를 못 갖는 사람들에게 인간 복제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자 문제와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가지는 문제와는 큰 관련성이 없다.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갖는다고 동성애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신의 유전자에 집착하는 것은 유전자 결정론 혹은 우생학 등의 주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보인다. 아무튼 생명공학자들은 인간 복제가 논란이 일자 배아(인간이 되기 직전단계) 복제로 한발 뒤로 물러 났어나, 역시 난자 매매 문제 등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발 더 뒤로 가서 동물복제의 경우는 어떤가?


동물복제의 경우 종교계나 동물 보호 단체와 환경운동가들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복제의 목적이 인체에 유용한 단백질을 확보해서 대량의 값싼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인공장기를 가진 동물 복제 기술을 통해 인간에게 간, 심장, 허파, 콩팥 등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면 그리고 우수 종자로 복제된 동물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할 목적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장기이식은 항상 부작용의 위험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동물의 장기를 유전적으로 조작해서 부작용이 없는 인간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또 그것을 복제로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분명 이러한 전망은 장기를 이식 받지 못해 죽어가는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는 큰 희망이다.


질병 치료를 위한 동물 복제의 경우 ‘복제동물 새끼는 부모 유전형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여러 마리가 아주 흡사한 성장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복제 동물을 ‘이용하면 비슷한 조건의 동물에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어 질병 치료법과 신약 개발이 훨씬 쉬워진다’ 예를 들어 ‘당뇨를 앓는 암수 컷을 여러 마리씩 복제한 뒤 자연교배로 많은 새끼를 낳게 하면 자라면서 같은 병에 걸리는 새끼들을 연구해 당뇨의 발병 원인을 구명하고 치료법도 찾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동물 이용을 동물 학대라는 이유로 혹은 종교적 이유로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은 동물들에서 음식에서부터 가죽까지 얻고 있고 한국에서는 개를, 중국에서는 원숭이를 식용으로 먹고 있다. 그리고 암 연구를 위해 ‘개발된’ 하버드 마우스라는 쥐는 유전자가 조작되어 항상 암에 걸려 태어난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동물복제를 단순히 동물 학대나 종교적 이유로 무조건 모라토리엄(연구 중지)을 선언할 수 는 없다. 소외받는 환자들에게는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그것이 삶의 전부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물복제 기술의 경우, 노동자-민중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왜냐 하면 과학기술자도 그 기술을 정확하게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오직 이윤의 논리 속에 강제적(무의식적으로)으로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것은 엄청나게 많은 환경 변수들이 장기적으로 상호작용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병명을 모르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변 환경 역학조사는 하지 않고 이 약 저 약 먹여 보는 것이 치료의 전부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제약 회사의 이윤만 늘리는 것이지 결코 의사라는 과학자가 해야 할 치료 행위가 아니다.


어느 정도 명확하게 과학적 사실이 밝혀진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비타민 C가 감기나 암의 예방에 좋다 통설이 있는데, 이는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 수상자인 폴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실험을 통해 비타민 1g 이상 먹은 사람의 45%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또 하루에 10g 비타민 C를 복용한 말기 암 환자 100명의 수명이 복용하지 않은 말기암환자에 비해 3∼4배 연장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립암연구소(NCI) 실험 결과 분석에서 비타민 C는 심리적 효과이외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폴링의 암환자 실험의 경우는 환자 선정 방법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의미 없는 결과임을 밝혔고, 또 자체 실험에서도 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거대 제약회사에서 제조된 비타민 C는 병원에서 약국에서 절찬리에 팔리고 있다. 이 처럼 생명체에 대한 실험 결과의 경우 항상 숨어 있는 1인치가 있다. 


숨어 있는 1인치 - 바이러스와 종의 다양성(species diversity)


의료용 동물 복제에서 위험성은 동물 속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 바이러스가 다른 종의 동물로 이전되면 더 치명적인 새로운 종으로 변종될 수 있다. 독감은 돼지나 오리에서(물론 조류독감은 조류에서) 전염된 것이고, 페스트(흑사병)는 쥐에서, 천연두, 홍역과 결핵은 소에서 그리고 백일해는 개와 돼지에서 전염된 것이다. AIDS 역시 아프리카 야생원숭이가 지니고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으로 전이되어 치명적으로 변종된 것이라는 증거들이 있다. 복제동물에서 생산된 장기로 장기이식을 한다면 이러한 위험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예로부터 자연 상태의 동. 식물의 종(혹은 유전자)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구 환경이 갑자기 변한다 하더라도 생태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다양한 생물 종들이 존재한다면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하는 동. 식물들이 존재할 확률은 높아지고, 이들이 번식해서 생태계는 유지되었다. 그런데 특정 자본이 선택한 동. 식물들에 의해 종(혹은 유전자)의 다양성이 사라졌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시점에 갑작스러운 환경변화가 있을 때 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동식물들은 멸종할 것이다. 확률적으로 다양성이 사라진 특정 동. 식물들이 우선 멸종할 것이다. 또 자연계는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기에 생태계 전체의 교란까지 예상할 수 있다. 자칫 종의 다양성을 해친다면 후대 사람들에게 우리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


형질전환이란 외부로부터 주어진 DNA에 의하여 생물의 유전적인 성질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형질 전환의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생물학적인 교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발생되기도 한다. 모든 식물들이 오랜 진화 기간 동안 형질 전환을 거쳐 왔다. 문제는 형질전환이 인위적일 경우 종의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은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해충과 제초제에 저항성 유전자를 갖는 유전자 변형작물(GMO)의 경우 이들 유전자는 쉽게 생태계속으로 전이되었다. 그래서 슈퍼잡초와 슈퍼 해충을 발생시키고 다시 더 강력한 제초제가 필요한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결국 생태계는 교란되고 여러 가지 종들이 파괴되고 획일화되었다. GMO를 가장 많이 생산-수출하고 있는 미국의 환경청(EPA)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숨어있는 98인치-자본주의


동물 복제 기술은 생물 종의 다양성 문제에 기여할 수 도 있다. 희귀동물이나 멸종위기 동물을 복제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체세포 복제 동물의 경우 정상 동물 보다 질병에 약하거나 비정상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복제양 돌리를 다시 복제해서 태어난 새끼 양들은 비정상적이었고 정상적인 새끼 양에 비해 사산하는 비율이 여덟 배나 높았다고 한다. 복제양 돌리 역시 초기에 노화조짐이 보였고 5살 때는 관절염을 결국 6살 때 폐질환을 앓다가 안락사 당했다. 희귀동물이 체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야생상태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무엇보다도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천억의 연구비를 투자해서 얻은 기술을, ‘돈이 되지 않는’ 희귀동물과 멸종위기의 동물을 복원하는데 사용할 이유가 없다.


복제동물을 이용해서 장기를 생산할 경우, 설사 아무 문제 없다고 하더라도, 자본주의 의학은 정작 중요한 그 질병들의 발생원인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다만 그 질병에 대한 치료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야지만 질병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또 치료약에 대한 요구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어떤 노동자가 직장 내 작업환경에 의해 간이 나빠져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의사는 간 이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간이식일 것이다. 하지만 간이 나빠진 진정한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그 노동자는 이식 후 다시 간이 나빠질 것이다. 또 간을 이식하고, 또 간을 이식하고, 결국 노동자의 삶은 피폐해지고 자본가의 주머니는 불룩해 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량 동물의 대량복제는 식량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지구상에서 식량문제는 식량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현재 생산된 세계 식량은 인구의 두 배 이상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 3세계의 민중들은 1초에 한명 꼴로 굶어 죽고 있다.  동물복제를 통해 이러한 왜곡된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숨어있는 99인치를 찾는 해법


 우리는 동물복제 기술에서 99인치를 보고 있고, 나머지 1인치만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동물복제 기술은 언론과 과학 저널을 통해  1인치만 보일 뿐이며, 나머지 99인치가 숨어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대부분 과학기술자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숨어있는 99인치가 1인치(장미빛 기술)와 같은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첨단 기술들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가 동물복제 연구에 대한 모라토리엄(연구 중지)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것은 동물복제 기술에 대한  노동자-민중의 통제가 필요한 강력한 이유가 된다.  


그 시작은 동물 복제 기술에 대한 노동자-민중 관심이다. 퀘퀘먹은 이야기 같지만, 노동자-민중들이 첨단기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토론해야 한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년한해 동안 '디시 인사이드'의 '찌질이'들은 당시 세계적인 과학자(황우석)와  세계적인 과학저널(사이언스)지를 대상으로 세계적인 논문의 위작 여부를 밝혀 내었다. 일반 노동자-민중들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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