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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가장 추웠던 하루

오늘 정말 춥더라. 아침 일찍 나간 것도 아니고 늦은 오전에 나가서 저녁 때 다되서 까지 돌아다니다가(그러니까 낮이랑 오후 동안) 들어왔는데 밖에 있는 동안 정말 힘들더라. 아침에 출근할 떈 상쾌한게 정신이 확 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바깥에 있어보니...

 

오늘 농민들 참 열심히 싸웠다. 굳이 꼬투리를 잡자면 독립문이라는게 그 이름 자체하고 다르게 별로 좋은 의미만 있는 곳은 아닌데 왜 독립문에 올라갔을까 하는 것이랑(독립문 공원에 보면 서재필 동상이 있다. 갑신정변 이후 일본으로 망명(다시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서재필은 잠깐 조선에 돌아와서도 미국인임을 내세웠고 막상 일제 강점기에는 딱히 한 일도 없다. 모화관, 영은문 따위를 못마땅해 했을 뿐이지.

 

서재필 동상 앞의 독립문 위에 올라간 농민들이 '미국놈들 물러가라' 라는 구호를 외치는게 뭔가 뚱하게 느껴지더라.

 

노동자들은 파업을 해서, 자기 노동을 멈춰서 세상에 타격을 입히기라도 하는데 이 나라 농민들이 자기 노동을 멈춰 봤자 아무도 눈도 깜짝 안한다. 아니 실제로 이 나라의 농업 정책은 농민들이 늙어 죽기 기다리기 혹은 도태되기 기다리기에 다름이 아니다. 그리하여 오늘 이 농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차를 몰고 와서 교통을 방해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그것조차 톨게이트에서, 갓길에서 공권력에 의해 차단당했다. 와이티엔에선 연방 서울 시내 교통 혼잡이 극심하다고 떠들어데고...언젠가 정말 농민들이 자기 일을 멈췄을때, 아니 농사를 짓고 싶어도 못 짓게 될 때 너무나 큰 재앙이 닥쳐오리란걸 다들 알면서 그냥 그렇게 밀고 간다. 그것이 이 지구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공덕로터리에서 전남, 광주 번호판이 붙은 차 한대 한대 마다 투구 쓰고 방패 든 앳된 애들 여나믄이 붙어서 뭄으로 막았다. 오늘은 그 애들도 특히 불쌍하더라. 특히 앞줄에선 일경, 이경 애들은 코와 뺨이 새빨개져서 맑은 콧물이 맺히고 눈이 멍한데 지 손 들어 지 코도 못 훔치고 그냥 서 있었다. 그러니 유리창 깨고 운전자 연행하란 명령이 떨어지니 얼마나 신나게 움직이던지 참.

 

한남대교에서 성수대교에서 공덕 로터리에서 그렇게 농민들은 차에서 끌려나왔고, 톨게이트의 통제를 피해 힘들게 힘들게 서울로 올라온 차들은 견인이 되거나 아니면 갓길에서 오도 가도 못했다. 대관절 여의도가 뭣이간데 거길 그렇게 못가게 하더라.  

 

공덕 로터리의 시간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을 때 독립문에서 뭐가 터진다는 말을 들었다. 다른 '민중' 언론 기자하고 '개혁'언론 기자랑 독립문엘 갔더니 이런 어찌나 분위기가 고요한지..날은 춥지요. 아무도 없지요. 공 친건가 싶었는데...개코를 킁킁 거리고 있던 기자들이 몇이 눈에 띄고 조금 있으니 농민이다 싶은 사람 두 셋이 나타다더라.

 

제주 농민 넷이 독립문 쪽으로 후다닥 뛰어나오니 바퀴벌레 처럼 곳곳에 숨어있던 기자들 수십이 우르르 달려 나왔다.(그 중엔 나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독립문 위에 올라가리라곤 예측 못했던 경찰들은 어리버리 했고..심지어 올라간 농민 넷을 연행해 내려오다가 하나를 잃어 버리기도 했다 ㅋㅋ

 

그 시간 전여농의 여성농민들은 카길을 점거했다. 한국에 들어와있는 카길 3사가 입주해있는 분당 한림원 빌딩엘 들어간거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기자들...분당은 너무 멀어 하면서 입을 삐쭉삐쭉. 날씨가 추워서 막 허리랑 머리가 아프던 내 입이 닷발이나 나오긴 마찬가지. 결국 분당은 킬--;;

 

그런데 카길이 어떤 카길인가 전여농 사람들이 카길을 점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난 인물은 바로 이경해 열사(  http://blog.jinbo.net/Profintern/?cid=2&pid=42)

 

결국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려고 했던 4차 농민대회 본행사는 치루지도 못했다. 올들어 가장 추웠다는 오늘, 농민들은 서울 여기 저기를 뛰어다녔거나, 아니면 차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분통만 터뜨렸다.

 

별로 힘도 없어 보이는 형사 하나 붙잡고 하소연을 하던 나이지긋한 장흥에서 올라온 아저씨가 눈에 밟힌다.

 

그깟 서울의 교통 체증 불러 일으키는게 뭐가 그리 미안해서인지  "존경하는 서울 시민 여러분" 이라는 유인물을 전농이 배포한 , 올들어 가장 날씨가 추웠던 오늘 농림부 장관은 쌀협상 올 해 안에 못 끝낼 수도 있다는 설레발을 갑자기 떨었다. 정말 허허허 다.

 

날씨가 너무 매서웠는데 요즘 몸도 안 좋은 배트형은 괜찮은가 모르겠다. 밥 먹어야 약 먹는단 말을 들었는데도  왜 따뜻한 오뎅 국물이라도 먹자는 소릴 못했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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