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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스, 장만옥. 특히 장만옥

헤헤...내일 정말 오랜간만에 일정 없이 쉰다고 생각하니까 흥분이 돼서 잠이 안온다^^ 오늘 전범민중재판 공판 다녀와서 사무실에서 기사를 정리하는데 사무실 홍씨가 책을 읽고 있더라. 룰라에 대한 페트라스의 싸늘한 평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데 우왕 나도 책 읽고 싶어--;;

 

예전엔 시간이 없어서 짬이 안나서 책 못 읽는 다는 사람들을 정말 이해 못했다.  짬나서 책 읽는 거람? 책 읽는 거야 생활이지..하면서 말야. 근데 내가 요즘 딱 그 짝이다.

 

마르케스, 갈리아노, 페트라스 등등이 함께 쓴 '게릴라의 전설을 넘어'는 번역자도 신뢰가 가고 (박정훈 이다. 이성형 만큼이나 신뢰가 가는 남미 전문가다. 멕시코에 현재 살고 있는 박정훈이 이성형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좌파 노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남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라는 소문이 있길래 지난 10월 출간 당시 부터 꼭 읽어야지 하고 있었는데...아예 까먹고 있었다. 물론 까먹고 있는 것이 이것 뿐이랴 만은--;;

 

사무실 홍씨가 다 읽고 나면 꼭 빌려서 읽어야 겠다. 읽고 나면 서평기사라도 한 번 써볼까? 사무실 홍씨한테 서평 기고하라 그랬더니 "싫어"라고 짧게 답했다ㅠㅠ

 

아웅 내일은 뭐할까? 일단 오전 늦게 까지 잔 다음에 교회 갔다와서 뭔가를 해야겠다. 만일 하루 종일 잔다면 정말 허탈할 것이야...실의에 빠져 있을 모 누나한테 전화해서 맛난 것이라도 만들어 줄까? 영화를 볼까? 앗..오전에 써야 할 기사가 하나 있긴 하다. 별로 좋은 내용도 아니라는게 더 맘에 걸린다. 이수일 지도부의 전교조 장악 . 그냥 단신으로 전하기 보다 우려를 전하고 싶은데..그건 내주에 좀 정리해서 기사로 만들어 볼란다.

 

밤이 깊어지니  장만옥이 보고 싶다. 일전에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옆에서 모기자(그렇다고 모씨라는 말은 아니다)가 스피어스 너무 이쁘다고 하길래 나는 브리트니 보다 비욘세가 더 이쁘다고 말했더니 묘한 웃음을 지으며 "어허 취향이 그렇단 말야"라고 말했는데 우이씨 비욘세 좋아하는게 잘못인감. 문근영 좋다고 그랬으면 날 더 이상하게 생각했을라나? 취향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표현하기란 힘들고도 힘들다.

 

하튼 장만옥 누나 이야기 할려니 신난다. 미스 홍콩 출신의 이 언니가 스타덤에 오르고 한국 관객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를 통해서 일거다. 몽콕하문으로 아우라를 표하기 훨씬 전이지.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서 왈가닥 스러운 건강미를 뽐내기만 했던 이 언니한테 내가 뻑 간 것은 '신용문객잔'을 통해서다.

 

 

이 영화는 12년 전 내가 입시생일 때 극장에서 봤다. 그 이후로 비디오로 본게 한 십여번 될 테고 가끔 티비에서도 봤다. 볼 때 마다 난 브라운관으로 막 기어들어가려 한다.

 

한때 홍콩영화 팬이 아닌 사람이 어디있겠냐만 나도 홍콩영화 무던히도 좋아했더랬다.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모를 이자웅과 왕조현의 에스케이프걸을 시발로 이수현, 적룡, 주윤발, 임청하, 원결형, 장만옥...동방불패2를 기점으로 황당액션(장풍으로 큰 배를 침몰시킨다던가, 성을 무너뜨리는둥)이 판을 치면서는 뜸해졌지만 일전에 무간도를 보며 또 그 비장함에 푹 빠졌었다.

여튼  '신용문객잔'은 '신'이란 접두사가 말해주듯 호금전의 용문객잔(용문의 결투)를 리메이크한 영화래더라. 주로 무술감독을 많이 하던 이혜민이 연출을 맡았고 정소동하고 서극이 같이 제작을 했는데 정말 재밌는 영화다. 몇 년전 부천영화제에서 호금전 감독 회고전이 있었는데 거기서 용문객잔을 상영했다는데 그 때 너무 보러가고 싶었었다. 왜 못갔는진 기억도 안나--;;(소설의 김용, 영화의 호금전이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호금전은 홍콩무협영화의 태두로 불린단다) 양가휘, 임청하, 장만옥, 견자단, 서금강등의 호화캐스팅이구. 견자단은 액션은 이연걸보다 낫다고 불리는 사람이고 서금강은 옥보단의 느끼한 아자씨..홍콩의 이대근 정도?

 

고비사막의 황량한 황토빛이 끝도 없이 펼쳐지는 가운데 덩그라니 서있는 객잔(주점겸 여관, 서부영화식으로 따지면 이층에 방이 있는 바.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이 DRAGON INN이니까) 하며 이 영화의 비쥬얼은 끝내준다(최소한 나한테는) 나름대로 영화를 나도 많이 봤지만 이 영화처럼 관능미를 잘 표현한 영화도 드물더라. 겨우 어깨, 목선정도까지 노출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긴머리를 틀어올린데다가 살쩍 몇가닥이 흘러내린 장만옥의 뒷목덜미로 또르르르 굴러내리는 땀방울, 대의를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와의 신방에 밀어넣고는 항아리채 술을 벌컥벌컥 마시는 임청하,,,그 볼로 흘러내리는 두줄기 눈물..캬....

그야말로 마카오 미남 처럼 느끼하게 생긴 양가휘지만 멋있었다. 줄거리야 뭐 모함으로 죽은 충신과 그 어린 자식들, 영웅과 간신배, 미녀가 펼치는 전형적인 무협영화식인데..아 참 여기서 악당은 동창의 책임자다. 동창이란 명나라의 정보기관이었는데 지금으로 따지면 국정원 정도 될라나? 예나 지금이나 정보기관이 문제라니까...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고 자신은 흐르는 모래속에 묻혀가는 임청하의 가녀린 손, 동창의 우두머리 환관(견자단)을 죽이곤 자신을 붙잡는 장만옥을 뿌리치고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양가휘는 거의 셰인의 아란랏드에 비견할 만 함.(물론 아주 남성적 판타지다--;;)

무엇보다 객잔이라는 한 공간에 내러티브가 압축되고,그 속에서 인물들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풀어가는 플롯의 절묘함이 고전연극을 방불케 한다는 장점이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정소동이 감독하고 허관걸, 장민, 장학우, 엽동, 원결형등이 나오는 소오강호(동방불패의 전편격, 임청하가 확 떠버린 동방불패보다 훨 나음) 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홍콩 무협 영화로 꼽고 있음.

프랑스 감독이랑 결혼했던 장만옥 누나는 지금도 너무 멋있다. 글고 홍콩과 극동을 너머 세계적 배우로 커버렸다. 물론 그 성장의 이면에는 유럽 관객들의 후까시와 오리엔탈리즘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난 의심하고 있다. 다음은 신용문객잔의 포스터인데 화질이 넘 후지다. 그래도 임청하, 장만옥은 너무 멋져^^ 푸른 안개, 아름다운 옥 . 내가 알기로 이 두 배우의 이름은 예명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명실이 상부하게 지었을까? 큰 땅이란 약간은 과대 망상적인 내 이름의 의미가 갑자기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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