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의 있습니다"

'영등포 구민회관' 문제의 그곳에 오늘 또 다시 갔다. 21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가 있었더랬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싱겁게 끝났다. 이런저런 경선 가운데 네팀 나와서 1등이 2/3 이상 득표한것 본 것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난 안그래도 사무실에서 친 이용득으로 찍혀있는지라--;; 사진도 조심해서 실었건만 레이버 투데이는 이런 사진을 냅다 실어버렸다. 사진 제목은 더 압권이다. 제목은 바로 "이겼다"^^ 

 


 

여튼 꽤나 재밌는 구경이었다. 선거 직전 모기자는 480표를 찍었는데 실 득표수는 484표가 나왔다. 그 기자와 매체의 역량에 감탄하는 것은 둘째로, 조직빨 표계산이 그렇게 정확하게 나올 수 있는 조직은 글쎄...

 

승부란게 좀 어금버금해야 재밌는데 한국노총의 카리스마 리에 비해 대항마들을 너무 약했다. 글구 자주는 아니지만 내가 한국노총을 가보거나 사람들을 만난 건 그나마, 싸우는 자리 농성자리 집회 자리 기자회견 자리였는데 오늘 오리지널 한국노총 주류 천여명을 한꺼번에 본 소감은^^ 말 안할란다.

 

달랑 십분씩 주어지는 최종 유세는 너무 미진한 감이 있었지만 표차가 너무 큰 탓인지 결과에 다들 깨끗하게 승복하더라. 게다가 나머지 후보 셋이 전부다 이용득 위원장 더러 '민주노총 따라하기식 사업'이라고 비판했지만 현명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은 투쟁위주(?), 민주노총 따라하기 식 사업을 보인 이용득 위원장에게 몰표를 줬다.

 

근데 이 아저씨의 임기는 3년이다. 즉 08년까지란 말이다. 그 와중에는 지자체 선거, 대선,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다 포함되어 있다. 또한 07년까지 처리해야 할 복수노조, 전임자 임금 로드맵도 다 포함된다. 글구 지난 해 금융노조의 선봉장 조흥은행 조합원 700이 민노당에 단체 입당하기도 했다. 당연히 상호간에 사인이 있었겠지?

 

통합노총 위원장의 야심을 숨기지 않는, 어쩌면 더 큰 야심이 있을지 모르는, 게다가 현재까지는 한국노총 내 보수던 개혁이던 이 양반한테 꽉 잡혀 있기 때문에 이 양반의 행보는 충분히 주목해볼만 하다. 게다가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이 우경화 드라이브를 타면 이 양반의 파괴력은 맞물려 의외로 강해질지도 모른다.

 

좌파 입장에서 어떻게 봐야할지 엉터리 토정비결을 짚어보면 난 뭐 밑질 건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기본적으로 기존 한국노총의 말도 안되는 관행들이 일부나마 털어지는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은 이런들 저런들 긍정적이고 우경화 세력들이 저쪽으로 묶여져 버려 갈라치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

 

첨언: 위원장 선거 이후 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선되 의사봉을 잡은 이용득 위원장이 "관례에 따라 전형위원회를 구성해 부위원장과 회계감사를 지명해 찬반 투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있습니까?" 하고 약간은 부끄러운 뉘앙스로 대의원들에게 물었다.

 

모두가 예스라고 말해도 홀로 노 라고 외치는 사람이 어디에든 있는 법. 한 대의원이 당당하게 손을 번쩍 들고 "이의 있습니다"하고 외쳤다. 순간 분위기는 싸해졌고 나는 속으로 '음 역시 어디든 인물은 있는 법'하고 생각했더랬다. 근데 그 대의원은 "중앙위원도 부위원장, 회계감사랑 한꺼번에 지명해주십시요" 하고 우렁차게 외쳤다.

 

나는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역시 객석에서도 웃음이 터진 후 여기저기서 "옳소" "배고프다" "재청이오" 하는 추임새들이 연달아 터지더라. 이런것 보다는 차라리 신나 뿌리는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냥 그렇더라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