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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건투- 노동자후보지지- 1212

2012.12.12
 
 

모든 자본가정당과 단절하고

독립적인 노동자후보에게 표를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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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이 선거로 세상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노동자 대통령이나 노동자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환상을 갖게 되면 정작 중요한 일에 힘을 쏟지 못하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힘, 즉 노동자계급의 직접적인 대중행동을 조직하는 것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거보다 대중행동을 바탕으로 한 계급투쟁이 항상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로부터 선거투쟁 및 의회활동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곧바로 끌어낼 수는 없다. 특히 대중적인 계급투쟁을 통해 사회적 격변이 진행되는 상황이 아닌 한, 선거투쟁과 의회활동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선거와 의회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해서라도, 대중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에서 다른 전망을 제출하며 혁명적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자본주의 위기가 점점 더 심화되고 지배계급이 그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정책이나 특정 정당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으며 사회주의를 향한 혁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야권연대 같은 자본가정치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계급으로서 정치적 상상력과 투쟁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선거투쟁의 조건

 

물론 선거를 그런 관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선거투쟁의 핵심 목표와 주요 슬로건, 전면화해야 할 투쟁강령과 선전 선동의 내용 및 방식, 조직화 계획 등에 관해 충분히 토론하고 진정성 있는 결의를 끌어냄으로써 확실한 정치적 채비를 갖춰야 한다. 그런 준비과정을 충실히 거쳤을 때 비로소 대중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왕성한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그랬을 때 비로소 주위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실제로 ‘정치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거꾸로 이런 과정을 생략하면 모든 정치활동의 기본 요소인 응집력을 발휘하기 힘들며, 아무리 주위 노동자들에게 ‘동지가 정치의 주체다’라고 말하더라도 대중으로부터 의욕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끌어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우리를 포함해 어디에서도 그런 충실한 준비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것은 현 시기에 혁명운동이 갖고 있는 실력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외관상 두 명의 노동자 후보가 세워졌지만, 어느 쪽도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혁명적 전망을 온전하게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더욱이 급조된 방식의 대선투쟁이 진행되면서, 파산한 기존 정치세력화운동의 잔해를 뚫고 나아갈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운동 흐름이 중단된 것도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때문에 현장의 선진 노동자들 중 일부는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파산한 개량정당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노동자계급정당을 세워내야 할 절박한 필요성에 비춰본다면, 이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것이다. 더군다나 급조된 선거투쟁으로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관점

 

그럼에도 우리는 실망과 좌절을 넘어 그 다음 발걸음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대선에서 누굴 찍을 건가’가 아니라 ‘혁명적·전투적인 노동자계급정당을 어떻게 건설할 건가’이다. 노동자계급정당은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성장시키고 조직적으로 결집한 결과물이다. 그런 맥락에서 즉 계급의식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대선 투표방침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대선에 나온 후보들은, 지난 시기 주요한 투쟁의 쟁점들을 반영하는 모든 사안에서 근본적으로 자본가계급 편에 서 있는 후보들과, 노동자계급 편에 서 있는 후보들로 나뉜다. 비록 두 명의 노동자 후보 모두 체제변혁의 기본 관점, 즉 누가 어떻게 권력을 쥐고 세상을 바꿔가야 하는가라는 핵심 쟁점을 모호하게 다루거나 비껴가고 있다는 중대한 약점이 있지만, 야권연대전략에 매달리지 않고 독립적인 노동자정치의 깃발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지지할 만한 의의가 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우리는 “모든 자본가정당과 단절하고 독립적인 노동자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는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는 두 노동자 후보의 정치적 약점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잃지 않으면서 보내는 지지다.

 

놓쳐선 안 될 당 건설 의지

 

처음에 확인한 것처럼, 이런 투표방침은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건 투표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운동의 흐름을 새롭게 일궈가는 것이다. 투표 역시 그런 맥락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즉 주위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더 이상 자본가정당에 표를 던지지 말고 노동자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고 호소함으로써, 적어도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의 기본 조건인 ‘모든 자본가정당과의 단절’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별한 질적 차이를 갖지 않는 두 명의 노동자 후보가 동시에 나왔다는 점이 여러 노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노동자투쟁과의 결합력, 주장의 내용과 명확함 등에서 두 노동자 후보 간에 일정한 양적 차이는 있지만, 질적으로 구별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두 후보 중 누구를 찍을 건가는 지금으로선 결정적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 거듭 지적하지만, 이는 우리 운동의 실력 부족을 보여줄 따름이다.

 

대선 바람이 지나고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당 건설운동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많은 불만족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의지를 포기하지 말자. 12월 19일에 노동자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행위는 곧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것이며, 주위 노동자들에게 동참을 권하는 건 곧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향한 발걸음을 담대하게 내딛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오직 그런 의미를 부여하면서 노동자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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