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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창조적 파괴'는 누구를 도왔나?

  이스라엘의 '창조적 파괴'는 누구를 도왔나?
  [분석] 헤즈볼라, 레바논 복구 앞장서며 인기 폭발
  2006-08-22 오후 2:53:37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무적 군대'와 한 달 넘게 싸우고도 끄떡 없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남부의 복구과정에서 레바논 정부를 능가하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레바논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매일 수십만 달러씩 구호자금 동원
  
  지난 14일 유엔 안보리의 휴전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격렬한 교전이 멈춘 이후 헤즈볼라는 우선 발빠르게 매일 수십만 달러씩 자금을 뿌리며 구호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따뜻한 음식물과 필수의약품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가 하면, 터전을 잃어 버린 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
  
  레바논의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휴전이 발효된 지 불과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헤즈볼라는 주민들을 위해 긴급전화를 놓아주고, 집터가 파괴된 주민들에게 지원팀을 급파해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복구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해치웠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집이나 일터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그가 어느 종파에 속하건 복구지원과 생계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주민 지원사업에 동원되는 헤즈볼라의 자금은 이란의 지원과 해외의 민간기부금, 그리고 레바논 내에서 조성된 구호자금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헤즈볼라의 발빠른 구호 활동이 돈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풍부한 구호활동 경험을 가진 헤즈볼라의 대원들이 대거 동원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집터를 잃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을 신속하게 문서로 정리하고 해결하는 데 조직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정치적, 군사적 활동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진영조차 헤즈볼라의 구호활동에 대해서는 "합법적이며 유능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레바논 전체의 증오만 불러 일으켰다"
  
▲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오히려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의 계획에 말려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최근 레바논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브라운대학의 정치학 교수 멜라니 카멧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사회에서 헤즈볼라의 입지만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당초 헤즈볼라가 이번 분쟁을 촉발시켰다는 이유로 헤즈볼라를 해체하고, 레바논 남부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레바논 사회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냈다는 것이다.
  
  코멧 교수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1000명이 넘는 레바논 주민들이 살해되고, 15년간이나 지속된 내전 끝에 1990년대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애써 재건한 새로운 기반시설이 다시 파괴되면서, 모든 레바논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깊고도 지워지지 않을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다가 친서방적인 레바논의 지배계층도 미국의 버림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어, 친서방 노선을 유지하는 데에 애를 먹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재편을 위해 헤즈볼라의 공격을 유도하면서 이번 '레바논 사태'가 일어났다는 일반적인 분석과는 달리, 헤즈볼라가 이번 레바논 사태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역설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학과 교수 마크 레빈은 22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비판하는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미리 준비했으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이스라엘을 전쟁으로 끌어들인 것은 헤즈볼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헤즈볼라, '폭력의 법칙' 역이용
  
  그는 "이번 전쟁을 위해 헤즈볼라는 완벽하게 구성요건을 준비했다"면서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것은 미끼에 해당하며, 땅굴과 미사일 폭격, 첨단 대전차 무기 등은 군사적 전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복구전투는 무능한 레바논 정부가 아니라 헤즈볼라만이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작업"이라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인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나아가 미국 및 이스라엘이 원하는 새로운 중동을 창조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계획을 '새로운 창조적 파괴'로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헤즈볼라가 창조하고 있는 '새로운' 중동은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이 구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주민들을 1000여 명이나 죽이고, 건물들을 파괴함으로써 헤즈볼라를 제거하고, 중동 지역에 자신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새로운 힘의 균형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산하지 못한 것은, 헤즈볼라도 사회적,정치적 변화의 촉진자로서 '폭력의 법칙'을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구도와는 반대로, 폭격으로 파괴된 빌딩과 숨이 끊어진 아기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헤즈볼라가 자신들의 애국심, 자비로움과 유능함을 보여줄 기회를 하나씩 선사했다"고 덧붙였다.
  
  레빈 교수는 "나스랄라의 전략은 창조와 파괴라는 방정식의 양쪽 모두에서 그가 진정한 고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창조적 파괴의 작업이 완수될 경우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활성 조직'이 반드시 창조된다는 것을 나스랄라는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이 때문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정말 새로운 중동이 탄생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그 아기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것이 아니라 헤즈볼라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향해 "그래도 미국이 그 아기를 사랑할까? 아니면 미국이 마치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 아기를 버릴 것인가?"라고 아픈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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