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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2
    제조업 일자리, 14년간 71만개 사라져
    바람돌이
  2. 2006/08/22
    이스라엘의 '창조적 파괴'는 누구를 도왔나?
    바람돌이
  3. 2006/08/22
    업무상 재해 + 통근재해 = 산업재해
    바람돌이

제조업 일자리, 14년간 71만개 사라져

제조업 일자리, 14년간 71만개 사라져
  [산업공동화, 이대로 좋은가 2] 효율화 전략과 해외진출 탓
  2006-08-22 오전 9:05:12
  지난 10여년 간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 볼 수 있는 대기업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의 일자리보다 훨씬 빨리 감소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탈공업화 및 서비스화가 진전된다는 관점에서 보면,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업 분야 고용 감소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 문제는 고용을 떠받치는 국내 산업기반의 와해, 즉 산업공동화와 깊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취업비중 20% 아래로 곤두박질…대기업 일자리 감소 두드러져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취업자의 비중은 20% 중반 대였다. 그러나 2004년 현재 이 비중이 20% 이하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1992년 489만4000명에서 2006년 7월 현재 418만 명으로 71만4000명 줄어들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고용 감소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쪽에서 더 두드러진다. 아무래도 대기업의 일자리가 중소기업의 일자리에 비해 고용의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분야의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위축됐다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그만큼 더 많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전체 고용에서 종업원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광공업 기준)의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1993년 30%에서 2004년 17.1%로 크게 축소됐다. 5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의 수 자체도 1993년 719개에서 2004년 383개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기업의 고용 흡수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이같은 제조업 분야 고용 감소 속도는 선진국들의 경험에 비해 매우 빠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사정위의 이덕재 전문위원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에서 30~40년 간에 걸쳐 진행된 제조업 분야의 고용 감소가 우리는 불과 10여 년 만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 (왼쪽)1980년대 중반 이후 500인 이상 광공업 사업체의 평균 종사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왔다. ⓒ 노사정위원회; (오른쪽)제조업 사업체 중 종업원 500인 이상 사업체들의 고용 규모가 특히 빠르게 축소돼 왔다. ⓒ 통계청

  기업의 해외진출이 적지 않은 영향 미쳐
  
  이처럼 유례 없이 빠른 고용 감소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0년대부터 기업들이 '자본합리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970~80년대에 정부가 추진한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따라 대대적으로 덩치 불리기에 나섰던 우리 기업들이 1990년대부터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이덕재 전문위원은 "1970~80년대에는 재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고용창출 효과가 큰 조선과 자동차 같은 장치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며 "그러나 1990년대부터는 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작업장의 효율화와 인력조정 등을 통한 이윤확보 쪽으로 기업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또한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장개방이 가속화된 이후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갈수록 늘어난 것도 부문별로 고용감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2003년 현재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 가운데 해외투자가 국내의 고용 확대로 연결된 경우는 18.8%에 지나지 않은 데 비해 국내 고용의 축소나 중단으로 연결된 경우는 28.7%에 달한다. 수송기계, 섬유, 전자통신 등 부문별로 해외투자가 국내 고용에 미친 영향은 다음 표에서 볼 수 있다.
  

  제조업 고용 감소…빈곤층 확산과 양극화의 배경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 분야에서 이탈되는 노동인력을 흡수해낼 다른 산업분야가 없기 때문에 제조업 분야의 고용 감소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제조업 분야에서 이탈되는 노동인력은 조건이 괜찮은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가기보다는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하거나 서비스산업 부문의 비정규직 일자리에 하향취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업연구원의 하병기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농업에서 이탈된 노동인력을 제조업이 충분히 소화해냈기 때문에 산업고도화 과정의 부작용이 비교적 작았다"며 "그러나 최근에 제조업에서 이탈되는 노동인력은 달리 갈 곳이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지평 연구원도 "탈공업화 현상은 소득수준의 향상과 함께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유발되면서 제조업의 비중이 하락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탈공업화의 이런 선순환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안정된 일자리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로, 고임금 일자리에서 저임금 일자리로의 노동인력 대이동이 10여 년 간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곤층이 크게 확대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최저생계비에 비해 120% 미만의 소득만을 올리는 차상위계층(잠재빈곤층)의 인구가 2005년에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국민적인 빈곤 상태를 극복했다는 우리의 자부와 달리 현실은 공업화를 거친 뒤에 빈곤의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심각하게 다시 대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와 긴밀하게 연관된 국내 제조업 분야의 고용흡수력 저하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위의 이덕재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제조업 분야의 급격한 고용 감소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제조업에서 이탈된 노동자들이 '통닭집 차리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주고받는 현실을 직시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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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창조적 파괴'는 누구를 도왔나?

  이스라엘의 '창조적 파괴'는 누구를 도왔나?
  [분석] 헤즈볼라, 레바논 복구 앞장서며 인기 폭발
  2006-08-22 오후 2:53:37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의 '무적 군대'와 한 달 넘게 싸우고도 끄떡 없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남부의 복구과정에서 레바논 정부를 능가하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레바논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 매일 수십만 달러씩 구호자금 동원
  
  지난 14일 유엔 안보리의 휴전결의안에 따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격렬한 교전이 멈춘 이후 헤즈볼라는 우선 발빠르게 매일 수십만 달러씩 자금을 뿌리며 구호작업에 앞장서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인권단체들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따뜻한 음식물과 필수의약품을 주민들에게 제공하는가 하면, 터전을 잃어 버린 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것.
  
  레바논의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휴전이 발효된 지 불과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헤즈볼라는 주민들을 위해 긴급전화를 놓아주고, 집터가 파괴된 주민들에게 지원팀을 급파해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복구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해치웠다.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집이나 일터가 파괴되는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그가 어느 종파에 속하건 복구지원과 생계비를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대대적인 주민 지원사업에 동원되는 헤즈볼라의 자금은 이란의 지원과 해외의 민간기부금, 그리고 레바논 내에서 조성된 구호자금 등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헤즈볼라의 발빠른 구호 활동이 돈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풍부한 구호활동 경험을 가진 헤즈볼라의 대원들이 대거 동원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집터를 잃은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을 신속하게 문서로 정리하고 해결하는 데 조직적이고 기술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헤즈볼라의 정치적, 군사적 활동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진영조차 헤즈볼라의 구호활동에 대해서는 "합법적이며 유능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레바논 전체의 증오만 불러 일으켰다"
  
▲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오히려 헤즈볼라의 지도자 나스랄라의 계획에 말려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최근 레바논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브라운대학의 정치학 교수 멜라니 카멧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 사회에서 헤즈볼라의 입지만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당초 헤즈볼라가 이번 분쟁을 촉발시켰다는 이유로 헤즈볼라를 해체하고, 레바논 남부에 대한 무차별 폭격으로 레바논 사회에서 헤즈볼라에 대한 반감을 유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냈다는 것이다.
  
  코멧 교수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1000명이 넘는 레바논 주민들이 살해되고, 15년간이나 지속된 내전 끝에 1990년대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애써 재건한 새로운 기반시설이 다시 파괴되면서, 모든 레바논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깊고도 지워지지 않을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다가 친서방적인 레바논의 지배계층도 미국의 버림을 받았다고 느끼고 있어, 친서방 노선을 유지하는 데에 애를 먹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재편을 위해 헤즈볼라의 공격을 유도하면서 이번 '레바논 사태'가 일어났다는 일반적인 분석과는 달리, 헤즈볼라가 이번 레바논 사태를 치밀하게 계획한 것이 아니냐는 '역설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학과 교수 마크 레빈은 22일 <아시아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비판하는 분석가들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을 미리 준비했으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지원까지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이스라엘을 전쟁으로 끌어들인 것은 헤즈볼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헤즈볼라, '폭력의 법칙' 역이용
  
  그는 "이번 전쟁을 위해 헤즈볼라는 완벽하게 구성요건을 준비했다"면서 "이스라엘 병사를 납치한 것은 미끼에 해당하며, 땅굴과 미사일 폭격, 첨단 대전차 무기 등은 군사적 전술이라고 볼 수 있으며, 복구전투는 무능한 레바논 정부가 아니라 헤즈볼라만이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작업"이라고 말했다.
  
  레빈 교수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헤즈볼라에 대한 레바논인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나아가 미국 및 이스라엘이 원하는 새로운 중동을 창조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즈볼라의 계획을 '새로운 창조적 파괴'로 부르자고 제안하면서, "헤즈볼라가 창조하고 있는 '새로운' 중동은 부시 행정부와 이스라엘이 구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주민들을 1000여 명이나 죽이고, 건물들을 파괴함으로써 헤즈볼라를 제거하고, 중동 지역에 자신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새로운 힘의 균형을 만들어 내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산하지 못한 것은, 헤즈볼라도 사회적,정치적 변화의 촉진자로서 '폭력의 법칙'을 활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구도와는 반대로, 폭격으로 파괴된 빌딩과 숨이 끊어진 아기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헤즈볼라가 자신들의 애국심, 자비로움과 유능함을 보여줄 기회를 하나씩 선사했다"고 덧붙였다.
  
  레빈 교수는 "나스랄라의 전략은 창조와 파괴라는 방정식의 양쪽 모두에서 그가 진정한 고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면서 "창조적 파괴의 작업이 완수될 경우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활성 조직'이 반드시 창조된다는 것을 나스랄라는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이 때문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정말 새로운 중동이 탄생하는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그 아기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것이 아니라 헤즈볼라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미국을 향해 "그래도 미국이 그 아기를 사랑할까? 아니면 미국이 마치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 아기를 버릴 것인가?"라고 아픈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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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 + 통근재해 = 산업재해

<노동법 공방>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
“업무상 재해 + 통근재해 = 산업재해”
업무시작, 집 떠나면? 회사 와야?…출퇴근하다 발생한 사고, 산업재해인가
 
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사건을, 사람들의 모든 행위를 법의 규율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만큼 법은, 문구로 정리된 것보다 더 많은 해석론을 낳기도 한다. 수많은 학설과 학설이 부딪히면서 새로운 통합 학설을 만들고, 그것이 또 사법부에 반영돼 법 해석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노동법 영역에서도 그렇다. <매일노동뉴스>는 매달 한 차례씩 각각 진행되는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법?법경제포럼과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정기세미나에서 발표되는 논문들과 토론내용을 지상 중계하는 ‘노동법 공방’ 꼭지를 신설한다. <편집자주>


H사에 근무하는 노동자 김아무개씨. 평소 회사가 제공하는 통근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던 김씨는, 어느 날 늦잠을 자 급히 택시로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경우, 김씨는 산재보상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현행 판례를 엄격히 적용하자면 김씨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왜, 그 이유는 뭘까.

산재보험제도는 사용자가 재해보상 책임을 담보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의 행위가 업무상 행위이고, 이 업무상 행위로 인해 발생된 재해에 해당하느냐 여부에 따라 산재보험제도의 적용이 결정된다.

여기서 질문. ‘업무상 행위로 인한 재해’라는 것은 무엇으로 판단하는 걸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는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재해를 그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번만 질문을 더 하자. ‘업무상의 사유’는 또 뭔가.

‘업무상의 사유’에 대해 학설과 판례는 △업무와 재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근거로 △‘업무기인성’과 ‘업무수행성’을 판단의 중심에 놓고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인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 있지 않은 여타의 행위는 ‘업무성’이 부인되고 업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돼 결과적으로 업무상 재해가 되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 김씨의 경우를 보자. 이 경우를 산재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 고유의 사정과 판단으로 택시를 타고 출근한 것을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서 있었던 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통근하는 행위 그 자체와 업무 간의 밀접불가분성은 인정하지만 사용자의 지배?관리라는 ‘업무상 사유’를 전제로 할 경우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로 ‘들어가기’ 위한 출근, 또는 지배?관리에서 ‘벗어나’ 주거지로 퇴근하는 행위는 업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통근행위 그 자체는 업무성이 없고 사용자의 재해예방의무가 미치지 않는 것이어서 통근재해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며, 따라서 산재보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이 판례에서 확립돼 있다.

그런데 뭔가 석연찮다. 통근행위 자체가 업무성이 없다하더라도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근행위를 해야 하지 않은가. 재택근무자가 아닌 한 통근 없는 업무는 없다. 최소한 통근을 위한 시간에는 사적 용무를 볼 수 없으니까 사실상 업무에 전속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닐까. 기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집을 떠나는 것이 곧바로 ‘(사실상의) 업무 시작’일 테고, 회사 입장에서는 공장(또는 사무실)에 들어오는 것이 그 시작일 테다. 그러면 그 중간지대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림>

그렇기 때문에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학설은, 최소한 통근행위를 하는 도중에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도 업무와의 연관성 내지 관련성은 업무수행의 경우에 준할 정도의 동등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상헌 전남대 교수(법학)는 지난달 15일 열린 서울대 노동법연구회 정기세미나에서 ‘통근재해에 관한 판례법리와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에 대한 검토’ 논문을 발표했다. 노상헌 교수는 이 논문에서 통근재해를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라는 ‘업무성’에 천착하고 있는 기존 판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통근재해를 판단한 판례를 소재로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의 의미를 검토했다.

어떤 경우의 통근재해가 업무상 재해일까

노 교수에 따르면, 통근재해의 업무상 재해 여부를 따지는 판례 입장은 대체로 같다. 판례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 △그 밖에 통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가 묵시적으로 이용하도록 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 발생한 사고인 경우(대판 99다24744), 다른 출근방법과 다른 경로를 선택하리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출근방법이 업무의 준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대판 2005두4458), 업무상 집결장소가 지정돼 있고 그 장소까지 가는데 다른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경우(서울행판 2000구31409) 등이, 판례가 ‘업무성’을 인정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

통근재해에 대한 법 규정은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35조(작업시간외 사고)가 거의 유일한데, 이 조항에서는 근로자가 출퇴근하는 도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상한 경우로서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들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의 이용 중에 발생한 사고일 것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이용권이 근로자 측에 전담돼 있지 아니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할 때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고 쓰고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업무와 사고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으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노 교수는 “종래 대법원 판결은 산재보험법 시행규칙(제3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근재해인정과 아무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교수는 “다만 하급심에서는 최근 들어 종래부터 일관되게 제시해 오던 법리를 유지하되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넓히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2001년 12월13일에 선고된 서울행정법원의 판례(2001구29373)를 소개했다.

사건은 이렇다. 쓰레기처리 용역작업을 하는 청소차량운전사인 근로자 갑이 다음날 평상시보다 1시간 일찍 출근(오전 5시)하라는 비상지시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 술을 마셨고, 밤 10시께 귀가해서야 집 근처 사는 동료로부터 비상지시사항을 전달받았다. 이에 갑은 다음날 새벽 3시30분께 자신의 승용차로 회사로 가던 중 도로 빙판에 미끄러지면서 약 2m 높이 다리 밑으로 추락해 상병을 입었고 이를 이유로 산재 요양승인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는 갑의 사고인 통근 중 재해는 음주운전(운전 당시 혈중알콜농도 0.087%)이며, 업무와 무관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의 업무상 사유에 의한 재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법은 음주운전이 통상 운전업무의 위험성과는 별개로 오로지 갑의 음주가 원인이 돼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볼만한 뚜렷한 자료가 없고, 사용자의 비상지시사항 이행을 위해 사고 당일 평상시보다 일찍 출근하는 과정에서 교통여건상 자가용승용차를 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사고 당일의 출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업무수행 중 그에 기인해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대해 노상헌 교수는 “기존 판례의 판단 틀, 즉 출퇴근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라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산재보험법 입법취지와 출퇴근이 갖는 사회적 의미, (통근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 특징”이라며 “이는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산재보험의 보호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견해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객원사진기자

“‘업무상 재해’ 아닌 ‘산재’로 인정할 수도”


다수의 학설은 통근행위가 업무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데 중점을 두고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포섭하려고 한다. 즉, 학설은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배?관리 아래 있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산재보상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중시하고 도시화와 교통환경의 열악화에 따른 통근재해의 증가, 그리고 통근재해가 개인의 생활상의 위험을 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례는 통근경로와 수단의 선택은 노동자 사적 영역에 속한다는 이유로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통근재해의 업무성을 달리 판단한다.

노상헌 교수는 “통근행위는 업무밀접성과 사적영역이 교착한다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며 통근재해를 △기존 판례법리에 의해 인정되는 업무상 통근재해(즉 사용자의 지배·관리 아래에서의 통근재해) △사회보장의 관점에서 인정될 수 있는 통근재해 △생활상의 위험으로 노동자가 부담해야 할 통근재해 등 3가지 영역으로 나눴다. 이어 그는 “두 번째, 세 번째의 경우는 업무상 재해는 아니다 하더라도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통근행위에 대한 위험을 ‘업무상 재해’가 아닌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부분과 노동자의 사적 영역에서 부담해야 할 부분으로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는 이런 고민이 깔려있다. 학설에서 얘기하듯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포섭한다면, 바로 통근 중에 있는 노동자는 ‘업무수행 중’이라는 주장도 펼 수 있게 돼 △통근시간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부담 의무 여부 △통근비용 사용자 부담 여부 △통근 중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업무수행 명령 가능 여부 등의 문제가 혼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산업재해에서 업무상 재해가 아닌 입법적으로 ‘통근재해’의 개념을 만들어 이를 산재보험법에서 보호하자”고 제안했다. 쉽게 말해 ‘업무상 재해 + 통근재해 = 산업재해’라는 개념을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이 제안에 대해서도 산재보험법에 포섭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 형태로 제정하자는 반론을 펼 수도 있다. 기존의 업무상(이라고 인정되는) 통근재해를 제외한 통근재해, 즉 현재 보호받지 못하는 통근재해에 대한 새로운 사회보험을 만들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새로운 사회보험에는 사용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통근재해는 근로생활이 수반하는 사회적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어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또한 산재보험법에서 ‘업무상’의 개념은 책임을 사용자에게 귀속시키기 위한 근거가 아닌 산재보험의 보호범위를 획정하는 기준으로 역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보다 넓게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 가능한가

통근재해의 산재보험화는 곧잘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 주장과 동일시되기도 하는데, 사회보장화에 대해 사용자쪽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용자쪽은 통근재해를 산재보험으로 포괄하라는 노동계의 주장을 곧,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정부담 문제 등을 감안하면서 사회보장제도로서 산재보험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 업무상 재해 인정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통근재해를 보상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아직 ‘계획’일 뿐이다.

노상헌 교수는 일본의 사회보장화 논의를 토대로, ‘사회보장적 관점’은 산재보험의 보호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견해일 뿐 사용자쪽이 우려하는 ‘사회보장화’와는 관점을 달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일본에서의 논의도 ‘종결’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2가지 점에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학계에서는 동의하고 있다.

우선은 산재보험이 사용자의 책임보험 성격이 있다는 것과 다른 사회보험급여와 생활보호보다도 산재보험급여의 수준은 높게 설정돼야 한다는 급여의 우위성을 분명히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산재보험의 이 같은 기본 성격이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론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게 했다는 것이 제2의 성과라는 것이다.

학계의 다수는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과의 관계에서 산재보험급여 수준의 하향화라고 이해하면서 반대했다. 또한 보험재정에서 사회보장화의 논리적 귀결인 국고부담의 확대는 사용자의 재정부담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것으로 안이하게 도입해서는 안 되고, 하물며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상헌 교수는 “통근재해의 산재보험화는 변화하는 사회·노동환경에 산재보험이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지, 이것이 사용자쪽이 주장하는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를 의미하는 것은 나리”라고 말했다. 사용자가 주장하는 전통적 의미의 업무상 개념에 통근행위가 포함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업무상 재해와 구별, 통근재해로 보호하는 것이지 이를 갖고 산재보험의 성격이 변질됐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노 교수는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가 사용자의 책임을 전환시키거나 희석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경계하는 일본의 다수학설의 태도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노 교수는 “근로기준법의 재해보상책임 담보라는 산재보험의 입법취지에 엄격하게 구속될 필요 없이 산재보험의 현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통근재해의 산재보험화를 위한 제도설계는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통근재해의 산재보험화가 결코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혹시 사용자 주장과 같이 통근재해의 산재보험화가 산재보험의 사회보장화를 의미한다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국고부담을 확대하거나 근로자에게 일부 부담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상자기사①> ‘산업재해’가 뭐지? 법전에도 없네
‘노동재해’라고도 불리는 ‘산업재해’(industrial accident)의 사전적 정의는 ‘노동과정에서 작업환경 또는 작업행동 등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피해’이다. 줄여서 ‘산재’라고도 한다. 그러면, 어떤 노동자가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을 앓게 됐을 때 그것이 산재인지 여부는 그 사고나 질병이 ‘업무’에서 기인하느냐를 따져 가리게 된다.


그런데 현행 노동법에는 ‘산재’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다. 법상 ‘어떠어떠한 것이 산재다’라는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산재인지를 따질 수 있는 걸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는 ‘산재’에 대한 정의규정 대신 ‘업무상의 재해’에 대한 규정을 적고 있다. 산재보험법(제4조)에는 ‘업무상의 재해’를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하면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에 관하여는 노동부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상자기사②> 업무상 재해이거나, 그에 준하거나
외국의 경우…통근재해의 산재인정에 적극적
외국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상응하는 적정한 보상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병태 한양대 명예교수(법학)에 따르면, 서구의 경우 1920년대부터 출퇴근 중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시작했고, 국제노동기구(ILO)는 1964년 업무상 재해급여 협약 및 권고(Employment Injury Benefits Convention)를 통해 출퇴근 중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와 동일시하거나 동일하게 처리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독일, 프랑스 등 유럽대륙국가는 통근재해를 사회보장시스템에 포함해 보호하고 있고, 미국 등 영미법계는 형평의 원칙에 입각해 판례를 통해 보호하고 있다. 우리와 노동법 체계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에는 출퇴근 중의 재해를 노동기준법에서 특별히 보호통근제도로 보호하고 있다.


다만 이인재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각 국별로 통근재해 비용부담 방식은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통근재해 비용 일부를 노동자가 부담하고,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1/1000의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각 개별 사업장의 보험료 산정 시 통근재해로 인한 재해빈도는 고려하지 않으며, 프랑스의 경우 일반적인 산재에 대한 보험료율과 통근재해에 대한 보험료율을 이원화해 모든 기업에 동일한 통근재해 보험료를 설정하고 있다.

<상자기사③> “통근 없으면 업무도, 재해도 없다”
출근 중 교통사고, 업무상 재해로 본 사례 - 서울행정법원
부산에 있는 D섬유회사 노동자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2월 어느 날, 야간 근무를 위해 동료 노동자인 정아무개씨를 태우고 출근하던 중 마주 오던 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정씨는 현장에서 사망하고 박씨는 경추 및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그 뒤 박씨는 이 사고로 입은 상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요양을 신청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처분을 내렸다. 사고 차량이 회사가 제공한 출퇴근용 교통수단이 아닌 박씨 소유이고, 회사 쪽이 박씨의 출퇴근 수단, 방법 및 그 경로 선택에 대해 전혀 관계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재판장 박상훈 부장판사)은 지난 6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고로 인한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법원은 2가지 사실에 주목했는데, 하나는 통근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이고 또 하나는 설사 기존 판례에 의한다하더라도 이 사건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먼저 통근재해가 업무상 재해인가, 하는 점부터 보자. 재판부는 “통근이 없으면 재해도 없다”는 명제를 제시하며 통근은 업무수행을 위한 필요불가결의 행위이고, 따라서 통근재해는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공무원에 대해서는 통근재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제14조)에서는 공무원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해 출퇴근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에 이를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보고 있다. 통근을 공무를 위한 준비행위 또는 연장행위라고 봐서 통근 중 발생한 재해 중 통상의 경로 또는 방법에 의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이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립학교 교원, 군인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사립학교 교원이 ‘근로자’임은 분명하고 헌법에서도 ‘공무원인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근본적으로 공무원도 근로자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따라서 일반 근로자의 경우에도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 등과 마찬가지로 개념상 통근재해의 업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경우,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제14조)과의 법체계,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의 형평 등을 고려, 적어도 노동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에 의해 통근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해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100% 사용자 부담인 산재보험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공무원들의 기여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동등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여분이 있지만 공무상 재해에 대한 비용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전적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기여금제도를 들어 양자의 차이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비용부담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석’으로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보다는 입법적 해결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예를 들어 근로복지공단은 2003년도 공무원을 제외한 통근 중 교통사고 피해자 3만9,431명에 대해 각종 급여명목으로 6,416억원이 지급됐는데, 이를 모두 산재보험에서 감당할 경우 재정에 큰 부담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단은 통근 중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근로자 모두를 산재보험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각종 구상권 행사 등을 통해 회수 가능한 금액 등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며 “약 6,400억원의 재정적자 주장은 도저히 현실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산재보험법의 예방적 기능에 비춰 노동자의 통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 있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제1조)에서 재해예방을 등을 위한 사업을 시행한다는 부분은 그야말로 재해예방사업을 의미하기 때문에 통근재해를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해야만 ‘예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같은 법 제4조 ‘업무상의 재해’ 정의에서도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 있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쓰고 있지 않은 점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용자가 제공한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근로자의 교통사고는 사업주의 지배, 관리 아래 있는 경우로 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데 반해 불안전하고 불편한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통근하는 근로자의 교통사고는 그렇지 않은 경우로 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바로 산재보상제를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산재보상제도는 무과실책임의 특수한 손해배상제도라는 성격 외에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적 성격도 갖고 있다”며 “사회보장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일정한 범위의 통근재해를 산업재해의 하나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기존의 판례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는 이렇다. 박씨가 운전한 승용차가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이 승용차를 동료 직원들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것은 회사가 시행한 카풀권장책에 호응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통근버스 운행 중단으로 카풀 필요성을 절감한 회사가 카풀 참가 노동자들에게만 유류비를 지원하고 그와 더불어 카풀을 하는 노동자들을 같은 근무조에 편성함으로써 카풀을 실제 회사의 근로조건과 연계시켰기 때문에 박씨는 정해진 시간과 경로에 따라 동료 노동자들을 출퇴근시켜야 했다. 출퇴근 시간이나 경로 선택의 자율성이 박씨에게는 없었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고(박씨)의 승용차는 적어도 출퇴근 시에는 사업주에 의해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제공된 차량에 ‘준’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출퇴근 시 승용차에 대한 사용?관리권은 사업주인 회사에 속해 있었으므로 원고의 출퇴근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했다.
 
이정희 기자  gofori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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