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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孫歌, 쑨꺼)의 "냉전 초기의 '민족'과 민주'"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자격고사 관련 구상을 조금 하다가, 지난 겨울 손가 선생님한테 선물 받은 새책 "역사에 진입하는 순간을 부여잡기"(把握進入歷史的瞬間)이라는 책을 펴 들었다. 예전에 '아시아라는 사유공간'을 읽을 때나 '다케우치 요시미의 물음'을 읽을 때, 나는 손가 선생의 학문적 입장이나 태도가 진광흥 선생과 마찬가지로 탈식민주의적 역사화의 시각이나 방법에 관해서 시사점을 주지만, 역사로의 우회 이전의 준비, 그리고 그로부터 나온 뒤의 구성의 문제에 대해서 여하한 대안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는 동아시아 담론이 말은 화려하지만 실내용이 없는 것과 유사하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역사화는 탈정치화된 역사주의의 위험이 내재해 있다. '사상' 잡지를 볼 때 그냥 지나쳤는데,"냉전 초기의 '민족'과 민주"'라는 글이 '역사에...."에 전재되었고, 내가 최근 고민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손가 선생도 다시 나의 논의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 같다. 나는 여기에 '민중' 개념을 더해서 논의를 할 것이고, 나아가 '민족'과 '국민'을 조심스럽게 구분할 것이다.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는 오늘날 날로 역사적 국면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추상적 개념이 되고 있다. 그것들이 홀로 걸어갈 때, 냉전 이데올로기는 그것들에 가치 판단의 색채를 부여하였다. 민족주의는 오늘날 기본적으로 일종의 부정적인 현상으로 간주되고, 비이성적이고 대외 확장 위협적인 사회 사조로 간주된다. 민주주의는 구체적 역사 함의를 소진한 뒤에, 긍정적 가치로 절대화되었다. 냉전 구조가 해체된 후에 지구화된 경제체제가 국제 정치관계의 신속한 조정을 가져왔다. 한편으로 2차 대전이 끝난 후의 사회주의 국가가 기본적으로 현대화 준비 조건을 완성한 후에, 발달 국가를 향해 접근하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 발달 국가는 세계의 구도를 통제하는 가운데 경제위기로 인해서 중심적 지위에서 퇴출되지는 않았다. 이와 같이 전 지구가 모두 격렬한 변동에 처해 있는 때에, 국가는 기본적인 국제 단위로서 그의 구조 방식과 기능 역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불확정성을 낳도록 하였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전후의 역사적 국면으로 되돌아가, 그 복잡 착종적인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이 개념들이 어떻게 얽혀고 견제하였는지를 연구하고, 이로부터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오늘날의 초 안정적 상상을 깨는 것은 아마도 긴박한 사상적 과제일 것이다.(390~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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